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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10. 5. 24. 15:04




연휴 동안 경북 청도에 있는 언니네 전원주택에서 놀다 왔다.  대문을 열고 진입로를 지나,



절반은 잔디밭으로  절반은 밭으로 꾸민 곳 어디를 보든 구석구석 지극한 손길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나무만 35종이라는데 정작 내 눈길을 끈 것은 목화 였다.  아주 오래 되었어도 유독 선명하게 정지화면처럼 박혀 있는 기억이 있지 않은가. 어릴 적 외가에서 본 목화도 그 중의 하나이다.  쨍한 햇살아래 팍팍한 먼지가 이는 비탈밭에서 가무잡잡한 가지 끝에 매달린 솜꽃에 매혹된 열 살 짜리 여자아이가 거쳐 온 세월이여!  



그런가하면 처음 본 '제피'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땅에 내가 처음 보는 야채가 있다니! 추어탕에 넣어 비린내를 가시게 하는 '산초'와 생긴 것이며 기능이 흡사하다. 열매는 갈아서 향신료로 쓰고, 잎사귀는 장아찌를 담근다고. '고수'와 비슷한 향내가 아주 강한데 나는 나쁘지 않았다. 딸애는 질색을 한다.  집 마당에 심어 모기를 쫓는 역할도 한다니 얼마나 독특한 냄새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가.



참꽃으로 유명한 비슬산 근처인데 근처 풍경이 아주 좋을 뿐더러, 비오는 운문사도 최고였다. 여행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준 이번 나들이의  베스트3를 잡아 본다.
첫번째, 전원주택의 맛은 역시 바비큐런가!^^  날이 궂어서 창고 안에 벌린 자리가 더욱 오붓했다. 형부가 숯불을 피우고 있는 모습, 아크릴에 비친 불꽃이 생생하게 잡힌 사진이 마음에 든다.



밭에서 따 온 상추, 깻잎, 돌나물, 제피, 취나물, 부추와 실파를 간장소스에 버무린 샐러드.  금방 구운 삼겹살과 같이 먹으니 한없이 먹겠다.^^ 멀리서 다니러 온 친지들과 즐기는 바비큐의 텃밭야채라, 수많은 사람이 꿈꾸는 전원생활의 한 컷인 셈이다.



청도 특산물인 감와인, 소주파들은 별로인 모양인데 언니와 내게는 딱 좋았다. 감에는 탄닌산이 많을 텐데 조금도 떫지않고 순하고 향기로웠다. 감와인으로 모자라 불려나온 묵은 버찌술, 왜 이렇게 흔들렸냐, 그새 취했나?^^



삼겹살파티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된장찌개 아니든가. 게다가 그것이 숯불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다니!  천장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빠알간 숯불로 해서 눈과 귀와 입이 한꺼번에 즐거운데, 저 멀리 산 틈에서 피어오르는 운무가 갈수록 짙어지며 운치를 더 한다.




촉촉하게 꾸준히 내리는 빗 속에서 천천히 피어오르기 시작한 운무가








갈수록 더해 진다. 산 하나가 지워지며 안마당까지 밀고 들어올 기세다.  살아 움직이는 장엄한 수묵화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시간이 멈추고 인간의 문제가 지워진다. 이제 비오는 청도는 비탈밭의 목화처럼 기억을 연결하는 바탕화면이 되리라.



청도의 와인터널, 폐쇄된 기차터널을 와인 숙성창고로 쓴다는데 기대이상이었다. 우선 백년 넘은 터널 자체가 아름다웠다. 꼼꼼하게 쌓은 좁은 벽돌에 이끼며, 매연의 자취가 더해져  주황과 카키색이 섞인 독특한 색감을 연출한다.





생각보다 길기도 했다. 시음코너며 좌석들을 지나서도 한참을 걸어가는데, 일부러 조명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한참동안 깜깜한 터널을 걸어가며 한껏 비밀스러운 기분이 들고, 저 끝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지게 만든다. 터널의 끝에는 와인이 잔뜩 쌓여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터널이 감와인에 스토리텔링을 톡톡히 하지 않는가. 지역특산물인 감을 와인으로 만든 것은 물론 폐터널을 활용한 경영감각이 돋보인다. 발상의 전환을 높이 사는 내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바비큐, 운무에 이어 감와인이 베스트로 당첨되었다.



터널에서 내다 본 바깥 세상, 비밀결사에서 막 놓여난듯 황망하게 멀어지는 내 모습이 재미있다. 신선놀음을 하다가 속세로 돌아갈 것이 막막해서일까.^^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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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이라젠느

    미탄님.. 저 시댁이 청도쟎아요^^..
    이번 연휴에 지난 어버이날에 못갔던 시댁이랑 대구 친정에 들렀었는데..
    같은 하늘아래 있었군요..^^ 갑작스레 더 반가운 마음이 ~~

    2010.05.26 23:2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운문사 가는 길의 집집마다 울타리 안에 감나무 한 두 그루씩 있는 풍경이 너무 좋아 보였어요.
      청도... 이름에서 풍기는 대로 아주 맑은 고장이었어요.
      젠느님 부군의 유순한 인상과도 부합되는데요.^^

      2010.05.27 10:01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0. 5.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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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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