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8. 11. 24. 19:04





 


목화는 두 번 꽃이 핀다


꽃은

단 한 번 핀다는데

꽃시절이  험해서

채 피지 못한 꽃들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꽃잎 떨군 자리에

아프게 익어 다시 피는

목화는 

한 생에 두 번 꽃이 핀다네


봄날 피는 꽃만이 꽃이랴

눈부신 꽃만이 꽃이랴


꽃시절 다 바치고 다시 한 번

앙상히 말라가는 온몸으로

남은 생을 다 바쳐 피워가는 꽃

패배를 패배시킨 투혼의 꽃

슬프도록 환한 목화꽃이여


이 목숨의 꽃 바쳐

세상이 따뜻하다면

그대 마음도 하얀 솜꽃처럼

깨끗하고 포근하다면

나 기꺼이 밭둑에 쓰러지겠네

앙상한 뼈마디로 메말라가며

순결한 솜꽃 피워 바치겠네


춥고 가난한 날의

그대 따스하라


-박 노해-




수원화성 나의 산책로에 개나리가 피었네요. 포도를 닮은 야생열매와 함께 찍어보았습니다. 몇 년 전 대구에 갔다가 한 겨울에 핀 개나리를 보고 신기했던 적이 있는데, 중부지방에서도 양지바른 곳에서는 더러 피나 보군요.

초겨울에 핀 개나리와 겹치는 시 한 편 올립니다. 나는 어려서 외가에서 목화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작고 단단한 씨앗이 들었을 뿐 완제품 솜이 열리는 것이 신기해서 한참 들여다 본 기억이 나네요. 엄지손가락만한 봉우리가 활짝 피어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목화를 매달고 있는 줄기와 가지가 유독 새카맣게 말라 있었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 때 내가 보았던 솜꽃은 두 번 째 핀 것이었을까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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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퀴리

    저도 목화솜 꽃 본 적 있어요!
    목화는 두 번 꽃이 핀다,
    2막,
    서드에이지,
    요즘 화두와 맞아드네요. "블로그에 눈뜨게 해주시니 이 아니 감사한가"
    놀러오는 재미가 훈훈해요. 이겨울에.

    따끈한 오후되세요!!!!!-

    2008.11.25 14:2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무언가를 '매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훈련이 되겠어요? 블로그가 좋은 점은 그것인 것 같아요.
      걍 사진이나 여행 블로그 하시는 분들도 글이 팍팍 달라지는 것을 느끼거든요.

      에고~~ 따끈하긴 따끈한데 이마가 따끈하네요. ^^
      감기기운이 있나봐요.

      2008.11.25 18:14 [ ADDR : EDIT/ DEL ]
  2. '춥고 가난한 날의 그대 따스하라' 는 마지막 귀절의 여운이 참 깁니다...
    때론 식물들처럼 자기 소명을 온전히 수행하고
    한 생 마감하는 존재가 없는것 같이 생각되기도해요.
    이 겨울 입 다떨구고 서있는 나무들보며 저를 돌아봅니다.

    미탄님, 감기 조심하세요~!

    2008.11.26 17: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똑순맘의 댓글을 읽다가 문득 '식물적인 유형'이 있다는 생각이 스치네요.
      구소장님도 '식물적인 방식을 가진 사람은 직접 나를 내세우기보다 꽃처럼 향기로워서 남들이 나를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는 지론이구요,

      미술평론가 박영택인가도 자신이 식물적인 인간이라고 말한 것 같아요.

      똑순맘이나 내게도 그 비슷한 느낌이 있네요. ^^

      2008.11.27 07:18 [ ADDR : EDIT/ DEL ]


 언론인 출신의 아버지 안병찬과 문화기획자인 아들 안이영노가 함께 책을 썼네요. 부자는 당대를 살아가는 가장 바람직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싶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활기찬 자신감을 가지고 끝없이 성장해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연구하면서, 그들에게 공통된 성격적 유전인자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순재, 백지연, 정두언처럼 널리 알려진 사람들로부터, 땡땡땡 실버문화학교의 최화성, 해금연주가 이꽃별 등 신예에 이르기까지 그들 부자의 눈길을 끈 사람들의 공통점은,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자기애였다고 합니다.  활기찬 몸짓으로 끊임없이 페달을 돌리는 자전거형 인간들은 모두 가슴 속에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을 품고 있다구요, 자기를 사랑하게 만드는 마음의 거울이 스스로 성장하게 만드는 동력이라는 거지요.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의 열정에 스스로 중독되어 자기 자신에게 몰입해 나가는 근원적인 에고이스트! 이들은 끝없이 자기발전을 해나갑니다. 자신을 믿기 때문에 주변에 공감하는 힘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 세계를 꾸준히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믿고 싶어하니까요.  열심히 성장하려는 나르키소스는 세상을 도우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돕게 됩니다. 자기애와 용기가 만들어내는 성장의 드라마가 세상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거침없는 하이킥라이프를 살고 싶은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나르키소스가 되어라, 이들 부자의 결론입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나에게 반하다”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사람은 씨킴입니다. 김창일, Ci Kim, 그는 미술작가가 되기 위해 우선 돈을 법니다. 51년생, 전반생을 바쳐 천안 버스터미널, 백화점, 아라리오갤러리, 시네마 멀티플렉스로 이루어진 아라리오 문화도시를 건설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꿈을 이룬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술작품 수집가로 변신합니다. 전 세계를 돌며 3000점의 작품을 수집했습니다. 2002년 데미안 허스트의 7미터에 달하는 대형인체 장기모형조각 ‘찬가’를 250만불에 사들였을 때 런던미술계가 뒤집어졌습니다. 영국 젊은 작가들-브리타트-의 핵심작품이 서울 외곽의 이름없는 한가한 쇼핑몰에 넘어갔다구요. 씨킴은 ‘찬가’를 아라리오 미술관 앞 옥외에 세우고 방탄유리로 집을 지어 24시간 경비원을 배치합니다.


기업가, 컬렉터, 예술 후원자를 거친 씨킴은 문화생산자로 진화합니다. 제주도에 마련한 스튜디오에서 맹렬한 작업을 통해 5번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그의 표현영역은  그의 직업만큼이나 다양해서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콜라주를 망라합니다. 누군가 이런 그에게 ‘ 끊임없이 탐구하고 꿈꾸는 임의론자’라는 평을 해 주었습니다.


씨킴뿐만 아니라 이 책의 저자들도 끊임없이 탐구하고 꿈꾸는 자기성장주의자들입니다. 일간지 기자와 대학교수를 거쳐 스스로 ‘르포르타주 저널리스트’라고 명명한 안병찬, 그는 칠순의 나이에 아들의 기획에 따라 인터뷰하러 달려 갑니다. 책의 곳곳에서 문화트랜드를 연구하는 안이영노의 혜안이 빛납니다. 이들 부자는 이 책 말고도 “삶에 미치는 16가지 기술”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이들을 보노라니 고령사회가 아닌 성장사회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40세에 변신하고 60세에 다시 한 번 변신하는 식으로, 한 개인이 일생 동안 성장하기를 멈추지 않고 늘 공부하는 준비사회가 온 것이지요. 10년 전에 60세의 회춘과 변신이 대세였고, 몇년 전에는 마흔의 변신이 대세였듯이 앞으로 5년 후에는 50대에 새로운 전문가로 변신하기가 새로운 대세로 정착할 것이라니, 어떠세요?  당신은 인생의 2막 아니면 3막을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으신지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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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누가 그런이야기를 전에 했었어요.
    유년기와 청년기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환경과 주변의 영향을 받으면서 생긴대로 살지만, 그 이후는 자기가 스스로 삶을 만들어 가는거라는 이야기를요..ㅎ

    그래서, 더욱 좋은 표정, 좋은 인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만났을때, 인상이 같이 찌푸려지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하고요^^
    미탄님, 즐거운 일요일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2008.10.12 13: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명이님의 닉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닉에 붙은 음표~~
      간단해 보여도 그렇게 한 사람이 많지 않지요.
      야무지고 적극적인 명이님의 단면을 보여주는듯해요 ^^

      2008.10.12 19:45 [ ADDR : EDIT/ DEL ]

괴테는 다섯 자녀를 두었는데 하나는 사산을 하고, 셋은 생후 몇 주를 넘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장남 아우구스트 역시, 너무나 큰 아버지의 그늘에서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마흔넘어 세상을 떠났다구요. 아내조차 41세에 세상을 떠나고 보니, 괴테는 유독 자신에게만 긴 인생이 허락된 것을 우연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괴테는, 오래 사는 사람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끊임없는 시도와 결과, 수정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이 어디에 적합한 사람인지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삶을 통해 삶을 배운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려면 긴 인생이 전제되어야 하겠지요.


1832년 82세로 사망하기까지 괴테는 실로 다양하고 풍성한 긴 인생을 살았습니다. 74세에 19세의 아가씨를 사랑한 정열은 둘째 치더라도, 그는 작가이며 장관, 화가, 수집가, 자연 연구가, 연극 감독으로 살았습니다. 이 역할들은 시간적인 순서로뿐만 아니라 동시적으로도 일어났으니, 그는 멀티태스킹의 원조인 셈입니다.


프랭클린도 괴테못지 않게 다양하고 의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공무원이자 외교관, 법률가이자 박애주의자, 학자이자 발명가요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인쇄업자와 출판가... 그는 실로 읽어내려가기에도 숨찬 인생을 꽉 차게 살았습니다. 그역시 1790년 84세 말년까지 지칠줄 모르는 지식욕을 과시했습니다.


2,3백년 전에는 극소수에게만 그런 다채로운 인생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대다수가 그처럼 병렬적인 인생을 사는 것이 가능합니다. 40년간 교사생활을 한 뒤에 더욱 확장된 삶을 즐기고 있는 황안나님을 보세요! 다른 커리어, 다른 정체성을 발굴하여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졌습니다. 젊은 날의 열정을 조금만 유지한다면요.


-- 황안나님의 멋진 3막! ^^ --

★ 65세, 블로그 시작, 현재 하루 평균 2천 5백 명이 찾는 인기 블로그

★ 65세,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800킬로미터를 23일에 걸쳐 종단

★ 65세, 게임에 살짝 중독된 듯 보였으나 몇몇 게임을 정복한 뒤 다행히 털고 나옴

★ 66세, 첫 책 “내 나이가 어때서?” 출간

66세, 전국의 크고 작은 강연장에서 인생 강의 시작

67세, ‘우리 땅 걷기 모임’에서 안내 도반 시작

67세, 동해부터 남해, 서해에 이르는 해안선 4천 킬로미터, 100여 일에 걸쳐 일주

68세, 자전거 배움

68세, 처음으로 야구장에 가서 목청 높여 응원함

68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킬로미터 도보 순례

★ 69세, 26시간 동안 100킬로미터 걷는 울트라 대회 참가하여 46등으로 완주

두 번 째 책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 출간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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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안나씨를 세상에 알린 첫 인터뷰를 제가 썼는데, 반가운 마음에 트랙백 겁니다.^^

    2008.07.29 11: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 그러셨군요.
      감회가 새롭겠어요.

      황안나님에게 '걷기'가 그랬던 것처럼
      책이라고 하는 성과물로 연결되고,
      지속적으로 활동과 삶을 확장시키는,
      '바로 그것!'을 정말 찾고 싶어요! ^^

      2008.07.29 14:43 [ ADDR : EDIT/ DEL ]
    • 흠...제가 보기엔 미탄님이 '바로 그것'을 이미 갖고 계신 것같은데...아닌가요?

      2008.07.31 01:01 신고 [ ADDR : EDIT/ DEL ]
    • 미탄

      별 것도 아닌 이론으로 '선언적'인 글을 쓰는 것이 켕기고 재미가 없어서요, 도보로 국토종단! 처럼 단순하고도 명확하고 힘찬 실행 혹은 성취가 있었으면 하고 있지요.

      2008.07.31 17:26 [ ADDR : EDIT/ DEL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저녁에 수원화성 길을 걸었습니다. 4월에 찍은 사진이지만 바로 저 길입니다. ^^
밝음과 어두움이 반씩 섞인, 길~~게 뻗은 길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조금은 숙연해지며 저절로 인생을 떠올리게 하던 걸요.

마냥 뛰어놀며 그저 존재하면 되었던 성장기,
조금씩 자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하던 학창시절,
농활밖에 몰랐던 20대, 농민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보름치 식량을 짊어지고
서너시간 씩 걸어들어가던 평창군 미탄면의 신작로.
도대체 그런 시절이 내게 존재했었는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나의 뼈와 살을 채워나가는 생성기였다고 할까요.

그런가하면 30대는 온통 육아에 매달려야 했지요.
육아기는  삶에서 가장 행복하고 의미있는 프로젝트이지만
아이들이 내 키를 훌쩍 넘은 지금에 와서는 역시 추억으로 갈무리되는군요.
삶의 의무에 복무하는 시기였다는 생각도 들구요.

40대에는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학원을 확장했습니다.
책상이 모자랄 정도로 원생이 몰려든 적도 있었고,
학원을 관두기만 하면 날아갈 수 있을 것처럼 힘들고 지겨운 때도 있었습니다.

아하! 바로 그 때였군요.
성장기, 생성기, 육아기를 거쳐, 비로소 삶다운 삶이 시작된 것은.
개인으로서의 내가 처음으로 결단하고, '내 일'을 갖고 사회적인 존재가 된 때였으니까요.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철이 들었더라면, 그 시기에 좀 더 치열하게 살았어야 하는 거였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속담처럼,
기회를 맞이했을 때, 있는 힘을 다 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물적 인적 자원을 쟁여놓았어야 하는 거였는데,
자만과 나태와 낭비를 일삼은 내가 한 일은,
가히 '물 들어올 때 물을 빼는' 행태에 다름아니었던 겁니다. ㅠ.ㅜ

이제와 생각하니 40대초에 1차 도약을 시도했던 것이었군요.
지금처럼 삶 전체에 대한 성찰이나 중년에 대한 문제의식없이도
본능적으로 변화와 도약을 꾀했던 겁니다.
성공하는 사람이라면 그 시기에 비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모든 것을 관리했을 것입니다.
나처럼 늦되고 철들지 않은 사람은 또 한 번의 교훈이 필요했던 거구요.

지금 나는 여러모로 나아졌습니다.
삶을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통찰력이 생겼고,
난생 처음 마음을 다해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고,
그 무엇보다 인내와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인생의 전반전을 살아낸 체험을 총동원하여, 이제부터는
모든 발걸음을 '의도적으로' 주시하고 조직해야 하겠습니다.
그것만이 본게임에 임하는 선수의 자세입니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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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간 일들을 돌이켜보면 늘 그런 후회를 하게 돼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하는. 저 역시 물 들어올때 노젓기는커녕 물빼고 있는 거나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2008.07.05 16:08 [ ADDR : EDIT/ DEL : REPLY ]
    • 나야 정말 세상을 몰랐지만,
      산나님처럼 명민한 분들 중에는 기준이 너무 높아 완벽주의로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분도 없지 않더라는... ^^

      2008.07.05 22:36 신고 [ ADDR : EDIT/ DEL ]
  2. @햇살

    아~~~ 저 곳~~

    의도적으로 사는 삶
    행동과 생각은 항상 따로도는 요즘이지만
    핵심은 잃지 않을려고 노력해야 겠습니다.

    2008.07.05 16:51 [ ADDR : EDIT/ DEL : REPLY ]
    • 햇살님도 더러 산책나오는 곳인가 보군요. ^^
      스무 살 딸애가 내 현실감각을 능가하는 것으로 보아, 햇살님도 잘 해 나가리라 여겨져요. 글에서 아주 성숙하고 깊은 생각을 하는 분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2008.07.05 22:40 신고 [ ADDR : EDIT/ DEL ]

 

171센티미터의 키에 96킬로그램의 진 니데치는 시중에 나와있는 어떤 다이어트 방법으로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같은 처지의 비만 여성들끼리 모여 수다를 떠는 것이 다이어트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녀가 말했듯이 “아마 비만한 사람들의 특징은 ‘입’에 있는 모양입니다. 먹거나 혹은 말을 해야 하는거지요.”

두 달 안에 진의 집에 모이는 여자들은 40명을 넘었고, 진은 1년 안에 64킬로 그램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 후 음식에 대한 욕망에서 해방된 진은, 먹고자 하는 욕구를 다른 사람의 체중을 줄이는 열정으로 바꿔, 비만인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 주게 됩니다. 그리고는, 남을 도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거대한 기업이 그녀의 손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Weight Watchers 회사의 출발입니다.

에블린 하논은 마흔 둘에 난생처음 5주간 유럽여행을 합니다. 이혼의 아픔을 잊으려 끔찍이도 울며다닌 그 여행은 2막인생의 출발점이 되어주었습니다. 스스로 안전을 지키고 효율적인 여행을 깨우치다보니, 전에 없던 독립심이 생기고 좀 더 강하고 현명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저니우먼닷컴을 운영하는데, 여성이 여성을 위해 쓴 여행정보와 이야기는 크게 히트합니다. 1997년에 시작된 후 저니우먼닷컴은 인터넷에서 여성 중심의 여행 상품 목록을 가장 잘 갖춘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150개 이상의 광고주들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녀는 2001년 ‘타임’지에 의해 ‘새로운 세기의 혁신적 사고의 인물 백 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에 이릅니다.


세상에 비만한 가정주부는 많아도, 비만에 대해서 남을 도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혼자 한 여행처럼 일상적인 경험에도 사업의 기회가 숨어 있었습니다. 당신과 내가 갖고 있는 어떤 경험에도 사업의 아이템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내세울 것 없어 보이던 비만이나, 불행했던 날의 경험조차 자산이 된 걸 보면요. 눈을 부릅뜨고 내가 가진 경험을 뒤집어보고, 가까이 보고, 멀리보고, 늘려보고, 연결해보는 그런 시도가 필요합니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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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스케이트를 배울 때의 일입니다. 나는 겁이 없고 성격이 급해서 쭉쭉 밀고 나가지만, 자주 넘어졌습니다. 두 살 위인 언니는 조심하느라 속도는 못내도,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 뒤로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람의 기질은 변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언니는 전형적인 현모양처로 깔끔하고 바지런하게 자기 것을 지키고 삽니다. 친정어머니께서 언니 집에 가면 할 일이 없다고 하실 정도입니다.

반면에 저는 20대에 농활에 미친 이후로 '황당한' 일만 골라서 한 것 같습니다. 세상을 다 가질 것 처럼 내달은 적도 있지만, 사정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내 것'만 챙기는 삶을 재미없다고 생각합니다. 언니를 포함해서 야무지고 실질적인 사람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생긴 대로 살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너는 그렇게 걷는 게 멋인 줄 아니?"
건들건들 걷는 나를 걱정하는 언니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30년을 훌쩍 뛰어넘어 언니는 아직도 나를 걱정합니다.  이제껏 살아온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더 이상 무슨 일을 겪으랴 싶을 정도로 골고루 저지르며 살아왔는데도,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합니다. 좌충우돌의 체험으로 단련되어 조금은 철든 내가 여기 있습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긴 안목을 갖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끈기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원하는 삶에 도달하고 싶다는 절박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삶의 맛을 어느 정도 알게 되고, 생애의 어느 순간보다 살아갈 준비가 된 지금이 진짜 삶이 아닐까요?
처음 40년은 워밍업이요, 다음 40년이 본론인거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너무 빨리 퇴장할 준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시력이 안 좋아졌다거나 주름살이 늘었다거나 하는 사소한 조짐을 너무 확대해석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나는 이제 겨우 사람같아졌습니다.  한 번 진짜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Posted by 미탄
TAG 2막,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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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비꽃

    저도 많은 사람을 만나며,
    천 명의 사람과 천 명의 그들만의 상황과 대처를 보며 배웁니다.
    아직도 내가 얼마나 편협한 '내 안의 우물'에서 노니는 지를.

    미탄님의 글을 읽으며,
    죽을 때까지 배우고 성숙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그게 곧 죽음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008.05.07 23:37 [ ADDR : EDIT/ DEL : REPLY ]
    • 자신이 더 이상 무엇으론가 변화할 수 없다고 느낄 때, 그 때부터 쇠퇴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내 경우에는 '우물'을 넘어 거의 '동굴'에서 사는 지경인데요, 뭐. ^^

      2008.05.08 05:48 신고 [ ADDR : EDIT/ DEL ]
  2. 언제든 다음에 할 일은 남아있다 생각합니다. 돌아가시기 한두해 전의 인터뷰에서 기억력을 잃지 않기 위해 산이름을 외운다는 서정주 시인이 생각납니다. 새로와지기를 포기하면 그때 참다운 인생은 끝이 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 않는한 '이미 늦은' 때는 없다 생각합니다.

    쓰고나니 제비꽃님과 미탄님의 말을 달리 표현한 것 뿐이네요 ^^;;

    2008.05.20 02: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렇게 생각하는 분도 많지는 않다는 거지요. 쉐아르님도 이미 혁신적인 그룹에 속하는 거지요. 우리 모두 언제고 시작하고 언제까지나 배울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08.05.20 07:36 [ ADDR : EDIT/ DEL ]

좋은 삶/미탄통신2008. 2. 29. 21:26

40대 중반의 여류작가가 문학상 심사를 하는데, 응모작 중에서 ‘40대 초의 중후한 남자’라는 표현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여류작가는 속으로 ‘너는 꽝이다!’ 하며 혀를 낼름 내밀지는 않았을까. 그 정도로 요즘 40대 초에 처한 사람과 ‘중후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거꾸로 요즘 40대 초의 사람들 중에는 한창 때 청춘 같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 응모작을 쓴 사람은 자기 나이를 기준으로 상투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이고, 그 심사위원은 시대의 변화에 무감각한 표현에 딱지를 놓았을 것이다.

나도 마흔 된 사람이 자신을 중년이라고 칭하면 다시 쳐다봐진다. 시대 자체가 젊어진 요즘 뭐 그렇게 고루한 생각을 하나 싶어서이다. 이미 환갑잔치가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환갑을 축하하던 풍습은 평균수명 60세 시대의 관습이므로 환갑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평균수명이 90세를 바라보는 지금 칠순을 맞이하는 분들도 예전 환갑 맞은 분들보다 젊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생물학적인 나이에 0.7을 곱해야 체감나이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도 나이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는 달라지지 않았다. 어떤 글에서는 50세 넘은 사람들을 노년이라고 칭하는 웃지못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나이든 사람들을 노년이라고 부르는 것은 마치 흑인을 블랙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불공평한 일이다.  노인 혹은 노년이라는 말에는 무력함, 추함, 쇠퇴의 이미지가 중첩되어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수명이 연장되면서, 더욱 젊어지고 길어진 장년기를 중년이라고 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노인이라는 단어가 무기력이라는 말과 동일시되는 것처럼, 중년이라는 단어에는 무개성하고 몰염치한 아저씨 아줌마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이들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중년’이라는 용어보다는 차라리 베이비붐 세대라는 표현을 쓰고싶다. 대략 1955년에서 1963년에 이르는 시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대중적인 대학교육을 받아 자의식이 무척 강하다. 그들은 또한 7,80년대의 민주화운동을 몸으로 겪으며, 사회적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해 결집된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이 탄탄한 경제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베이비붐세대는 전세계적으로 막강한 숫적 강세에 힘입어 세상을 바꾸며 살아왔다.

-베이비붐 세대는 음식을 먹기만 한 게 아니라 스낵과 레스토랑, 수퍼마켓 산업을 변혁시켰다.

-베이비붐 세대는 옷을 입기만 한 게 아니라 패션 산업을 변화시켰다

-베이비붐 세대는 자동차를 사기만 한 게 아니라 자동차 산업을 바꾸어놓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랑데부만 한 게 아니라 성의 역할 이미지와 성행위를 바꾸어놓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일만 한 게 아니라 일자리를 혁명적으로 뒤집어놓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결혼만 한 게 아니라 인간관계와 그 제도의 본질을 바꾸어놓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돈을 빌리기만 한 게 아니라 금융시장을 바꾸어놓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컴퓨터를 이용하기만 한 게 아니라 기술을 바꾸어놓았다


이처럼 혁신적으로 삶의 조건을 주도하며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당연히 나이드는 방법도 새롭게 할 것이다. 젊음만을 추구하고 칭송하는 문화에 반기를 들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이렇게 혁명적인 시기에 우연히 나도 나이들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자의식이 강하여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삶의 조건에 순응할 생각이라고는 없으며, 생산적인 활동을 못하게 되는 그 날이 바로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청년정신의 소유자가 어디 나뿐이랴. 아직 젊은 육신에 체험에서 얻은 자신감까지 더해졌는데, 구태의연한 연령역할개념에 떠밀려 사라질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유심히 책을 읽다보니, 중년의 새로운 의미에 대해서 탐구한 사람이 없지않다. 심리학자 융은, 중년에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거듭날 것을 촉구했다. 문화적 각본에 따라 살아가느라 기운이 소진된 중년에는, 자신의 숨겨진 정체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한 개인이 가지고 태어난 본성 중에서 아직 발현되지 않은 소질들, 융이 ‘그림자’라고 부른 그것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살아간다면, 또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신화학자 조셉 켐벨 역시 중년에 극진한 의미를 부여했다. 중년이야말로 사회화, 문명화 속에 방치해둔 정신의 원시적 힘을 되살릴 때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번 생에 타고난 소명, 운명에 내재된 비밀, 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을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억압하고, 이성과 합리에 따라 재단해온 감성과 직관을 되찾는 것을 조셉 켐벨은 ‘너의 천복을 따르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에 처음 접했을 때, 내 마음에 조용한 희열이 일었다. 내 안에 조그만 씨앗으로 존재하던 기질이 세월에 걸러지면서 단단한 나무로 자라난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시절 살아낸 경험에 의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저물기 시작한 시간 앞에서 한번은 나답게 살고 싶다는 절실함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을 합하여 나는 행복한 글쟁이요, 순간을 향유하는 쾌락주의자인, 조르바 더 붓다로서의 삶을 살기로 했다. 그것을 감히 나의 천복을 찾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독수리의 수명은 보통 7,80년이라고 한다. 그 중 40년쯤 되는 시기에 독수리는 높은 산에 올라 스스로 바위에 부딪쳐서 부리와 발톱을 부숴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그런 다음 새롭게 40년을 다시 산다는 것이다. 구부정하게 줄기가 굽어져 젊어서부터 할미 소리를 듣는 할미꽃은 정작 수명을 다 할 때 쯤이면, 줄기를 꼿꼿하게 바로 세운다고 한다. 씨앗을 잘 휘날리기 위한 자연의 섭리이겠지만, 그래서 할미꽃을 일러 백두옹이라고 한다. 비록 머리는 하얗게 세었어도, 나이들수록 꼿꼿해지는 백두옹! 우리도 독수리와 할미꽃처럼, 중년에 환골탈태하여 새로운 삶을 살자. 고루한 연령차별주의에 굴복하는 것보다 그 편이 얼마나 의연한가.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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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적절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글이네요.
    미타님의 글은 어렵지만 참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8.02.29 23: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려우면 안되는데요? ^^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폭이 좁아질테니까요.

      2008.03.01 07:35 신고 [ ADDR : EDIT/ DEL ]
  2. 아! 정말 힘있고 멋진 글이에요. ^^;;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글을 잘 살리셨으면 좋겠어요.

    이 정도라면 출판으로 잘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

    2008.03.01 01: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내가 정말 듣고 싶은 말이야.
      혜진씨가 출판계 인사라면 바랄 나위가 없겠군.
      말은 이렇게 해도, 성격상 조바심을 내지는 않고 있는데,
      그런 태도에도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 ㅎㅎ

      2008.03.01 07:38 신고 [ ADDR : EDIT/ DEL ]
  3. 아... 그럼 앞으로 5년 정도는 그냥 이대로 살까요? ㅋㅋㅋ
    정신차리자...^^

    2008.03.01 19: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여자들에게 서른이 중요한 변곡점이듯, 남자들에게는 마흔이 삶을 재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 같던데요?

      마흔을 맞이하는 심경이 음속을 통과하는 것 같았다... 는 표현을 본 적도 있으니까요.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었어도, 그 절박함은 알 것 같았어요. 승범씨는 5년이나 일찍 고민을 시작했으니, 마흔에는 여유만만한 입지를 다질 수 있으리라 봐요.

      2008.03.02 09:10 [ ADDR : EDIT/ DEL ]
  4. 전적으로 동감하는 이야기입니다.
    나이드는 것에 관심이 많은 중생으로서 미탄님의 글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예전에 한창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와 지키마터의 '나이드는 것의 미덕'을 읽고
    나이드는 것이 얼마나 편안한 것인지 알고 나니 정말 기쁘더라구요.
    그래서 친구에게 그 기쁜 마음을 흥분한 채로 이야기했더니,
    시니컬한 표정으로 '넌 이제야 죽는 것이 두려워진 모양이로구나.'
    켁, 그러더라구요.
    물론 그 친구와는 오해가 겹겹히 쌓여갈 무렵의 이야기이지만 말입니다.

    미탄님이 그 문을 잘 열어주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미탄님과 같은 꿈을 꾸고 있으니까요. ^^

    아, 그리고 '신화의 힘'을 읽고 계시네요.^^ 다 읽으셨나요?
    마침 읽고 있는 중인 저로서는 무척 반가우면서 독서에 힘이 실리는데요~

    2008.03.03 14: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 모험가님. 아직 젊은 분이신것 같은데, 의외로 관심대가 비슷하시네요?
      저는 aging에 순응하는 시각의 책에는 별로 이끌리지 않는 편이에요.
      말씀하신 두 권의 책을 못 읽겠더라구요. ^^
      기존의 연령개념을 뒤집어 보는 책에 훨씬 많이 땡겨하지요. 서점 가셨을 때 혹시 생각나시면 훑어보시기를.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고령사회 2018" "서드에이지""쥬시토마토" 추천합니다.

      2008.03.03 20:12 [ ADDR : EDIT/ DEL ]
  5. 네...받아 적습니다. ^^

    저는 저 책들을 30살이 되면서 읽었네요.
    이제야 생각해보지만 어쩌면 저 친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때는 죽는 것과 나이 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 두려워져서 저의 화두로 떠올랐고
    그래서 저 책들을 끌어 왔는지도 모르겠네요.

    저 책들은 오히려 '젊은' 저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30대가 되니 정말 새로 태어난 것 같고요, 40대가 기다려져요.
    그렇게 연륜과 지혜를 쌓아가서(그럴 수 있다면 말입니다.^^) 50대와 60대를 거쳐
    70까지 도달하는 것도 기대가 되고요. ^^

    과연 '스코트니어링'처럼 몸의 기능이 다했을 때
    의지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구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서점에 발길을 자제하고 있는 저에게 서점에 갈 핑계를 만들어 주시니 말입니다. ^^

    2008.03.04 19: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나이듦과 죽음, 두려운 것 맞지요.
      이 세상에 더 이상 내가 없다니... 생각하기조차 두려워서 그냥 잊어버리고 사는 수 밖에요.
      그 거대한 운명 앞에는 그저 순응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아직은 이런저런 하고싶은 일이 많지만,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이 하나도 없어지고,
      그저 세상의 이치에 내 몸을 가만히 맡기는 순간이
      올 꺼라고 생각해요.

      2008.03.04 19:39 신고 [ ADDR : EDIT/ DEL ]

책 1: 전경일, 남자 마흔 이후, 21세기 북스, 2006.5
책 2: 김종헌, 남자나이 마흔에는 결심을 해야 한다, 정신세계원, 2005.10
책 3: 윌리엄 새들러, 서드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사이, 2006.3


남자 나이 마흔을 화두로 한 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전후 55년에서 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보통 베이비붐세대라고도 하고 386세대라고도 하는 그 연령층이 40대를 점령하면서 일어난 변화라고 한다. 마침 평균수명은 80세 가까이 늘어나, 인생을 한 번 더 살아도 됨직한 시간을 얻었는데, 종전의 재테크 개념에 한정되어 있던 2막인생에 대한 논의가 성숙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실제로 yes24에서 집계된 바로는 작년에 가장 높은 책 구매량을 보인 연령층은 1인당 6.6권의 40대였다고 한다.

우리 동네 서점에서 세 권의 책을 구입할 수 있었다. 책마다 뚜렷한 개성이 있어서 모든 면에서 참고가 되었다. 먼저 책1은 “브라보! 대한민국 40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라는 부제를 단 에세이집이다. 중년의 징후, 미리 연습하는 노년, 노년을 준비하는 66가지 지혜 등 비교적 평이한 내용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차분하고 조용한 문체가 더해져, 상식을 확인하는 효과밖에는 얻을 것이 없었다. 저자의 나이가 43세에 불과한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부제가 민망할 정도로 낮은 에너지와 기존의 연령개념에 순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에 비하면, 책 2는 훨씬 역동적이고 실험적인 성공사례인 셈이다. 억대 연봉을 받던 남영산업의 CEO가 20년에 걸친 ‘꿈의 탐구’ 끝에 강원도 홍천에 북카페&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이야기이다. 매사에 부지런하고 탐구적인 부부, 오랜 준비기간, 분명한 철학으로 무장하여 성공할수밖에 없었던 전원생활의 좋은 본보기이다.

재테크보다 꿈이 먼저인 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아내에 대한 투자가 최고의 투자인 것을 안다는 점에서, 고서화 등을 수집하며 꾸준히 자기 영역을 준비해 온 점에서 저자는 멋쟁이이고 선구자이다. 부인 역시 제빵 부분에서 만학도로 시작해 대학 강단에 서기까지 의지의 한국인이 아닐 수 없다. 사직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남편에게, “이제까지 가족 먹여 살리느라 수고많았어요. 이제부터 내가 당신을 책임질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전문성과 자신감이 돋보인다.

말하기 쉽고, 읽기야 쉽지만 이만한 성취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근면하고 얼마나 열정적이어야 할까. 허영이나 자기과시에 빠지지 않고, 묵묵히 다음 책을 준비하며 일상생활에 올인하는 저자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최근에는 책이나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오는 많은 40대에게 카운슬러 노릇까지 하고 있단다. peaceofmind.co.kr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서운한 것이 있다면, 지나치게 안전위주 상식위주의 상투성이라고 해야할까. 보기드물게 모든 것을 갖춘 책이요 사례임에도 상투성을 뛰어넘는 도전까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서운함을 말끔하게 씻어주고, 죽죽 밑줄을 긋느라 책장을 못 넘기게 만든 것은 세 번째 책,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이다.

이 책은 현재 캘리포니아 호리네임스 대학 사회학 교수인 윌리엄 새들러의 임상 연구의 결과물이다. 200여 명의 4,50대 성인들을 인터뷰하여 삶의 패턴을 살펴본 후, 그 중 50명을 12년간 추적하여 2차 성장을 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6가지 삶의 원칙에 대한 연구이다.


‘배움’을 위한 퍼스트 에이지, ‘일과 가정’을 위해 정착하는 세컨드 에이지에 이어, ‘생활’을 위한 40세 이후 노화까지를 서드 에이지라고 한다. 신체발육과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는 1차 성장과는 다른 <2차 성장>을 통해 자기실현을 추구해 나가는 시기다.

2차 성장을 해나가는 사람들은 우선 문화와 매스컴이 우리에게 주입시킨 ‘나이역할놀이’를 거부한다. 그들은 원하기만 하면 올라갈 정상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안다.
나이들어간다는 구식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지레 삶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어린아이를 일깨우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 ~~경험에서 나오는 원숙함과 자신감, 낙관주의와 유머감각으로 무장한 중년은 20대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만족스러운 시기라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규정된 사회적 역할이나 대중매체의 메시지의 경계 너머로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한다. 나이듦의 신화를 깨뜨리고, 성공을 재정의하여 그것을 측정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거의 통쾌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임상적으로 실험한 학자가 있었던 것이다. 20대의 젊음만을 추앙하는 대중매체의 실상을 보라. 젊다못해 유치하기까지 한 10대가 점령한 TV라니! 하지만 20대의 젊음은 뿌리내리지 못한 모색과 방황의 시기였다. 30대에 생활에 정착하기 위해 분주했던 시기를 돌이켜 보라. 지금 서드에이지야 말로 온유한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한 번 도전해볼만한 최적의 시기인 것이다. 나는 기꺼이 나이듦의 신화를 깨뜨리고 성공을 재정의하는 일에 앞장 설 생각이다. 서드 에이지의 기수가 될 것이다. 그 작업에 이 책은 실로 든든한 지원병이 아닐 수 없다.

마흔 이후 인생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6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중년의 정체성 확립하기
2. 일과 여가활동의 조화
3. 자신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배려의 조화
4. 용감한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조화
5.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의 조화
6. 개인의 자유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의 조화

어찌 보면 당연하고 상식적인 좋은 말로 점철되어 있는 것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연구에 임한 저자의 태도 , 그의 연구에 응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생동감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온전한 삶을 살 뿐, 그 나머지 기간은 죽어가는 과정을 지나치게 길게 늘려 잡는 세태에 대한 통렬한 반박이다. 2차 성장의 창조적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은 물론, 그들이 자양분을 공급한 사람들의 삶까지 비옥하게 만드는, 나이가 들수록 쓸만해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기분좋다.

“앞으로의 시대는 꿈을 꾸는 행위와 자기 극복을 조화시키는 법을 터득한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시간이 될 것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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