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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30 <41호> 엄마에 대한 어떤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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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아이는 놀아달라고 갖은 공작을 다 폅니다.
뭐하고 노느냐구요?
나를 놀려먹고 껴안고 치대고... 놉니다.
셀카놀이 를 하면서는 "엄마 근육이 꼭 비같아" 합니다.
"나 요즘 힘들어. 좀 키워줘" 내가 응수하면 곧바로
"엄마, S라인!" 하고 말을 바꿉니다.
그리고는 내게 슬쩍 안기거나 팔을 베고 눕습니다.
어쩌다 서로의 콧기운이 닿아서 간지럽다싶으면
곧바로 콧기운 싸움으로 진입하여 엎치락뒤치락,
있는 힘을 다 해 인상써 가며 흥~~  흥~~ 거리느라 콧물이 나오고 난리가 납니다. ^^

딸애가 어려서는 별로 궁합이 맞지 않았는데,
아이가 사춘기가 되고 내가 사추기가 된 후 대화의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아이는 현실적이고 몸을 쓰는 스타일이라, 정확하게 나의 반대 지점에 있습니다.
내게 요가와 자전거를 소개하고, 내가 보지못하는 측면을 슬슬 짚어줍니다.
나는 체험과 독서에서 얻은 안목을 가지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 줍니다.

요즘 유행하는 '코칭' 기법이, 상담자가 앞서가는 조언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내면에 들어있는 문제해결능력을 이끌어내주는 것이라면서요?
내가 아이에게 '인생코치'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나는 아이를 위해 희생한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늘 내 감정을 보살피고 내 정서의 안정이 우선입니다.
아이와 내가 일심동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명백하게 독립한 개체이고,
그래서 때로 아이와 나의 의견이 다른 것이 당연하며,
언제고 아이가 나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나를 떠난 아이가 나를 보고싶어 한다면
그것은 의무나 보답차원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와 놀고싶고, 나의 조언이 필요해서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자식에게 올인하고
자식을 통해서만 존재의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나답게 살기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삶에 대한 그치지않는 호기심과 열정을 지닌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책을 보다가 평소의 내 생각과 딱 부합하는 귀절을 발견했습니다.
내게는 무릎을 칠 만큼 와 닿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군요.

어머니는 기대야 할 존재가 아니라
기대는 것을 불필요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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