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0.11 <68호> 고령사회 아닌 성장사회 (2)
  2. 2008.09.11 나는 학생이다 <1> (10)

 언론인 출신의 아버지 안병찬과 문화기획자인 아들 안이영노가 함께 책을 썼네요. 부자는 당대를 살아가는 가장 바람직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싶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활기찬 자신감을 가지고 끝없이 성장해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연구하면서, 그들에게 공통된 성격적 유전인자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순재, 백지연, 정두언처럼 널리 알려진 사람들로부터, 땡땡땡 실버문화학교의 최화성, 해금연주가 이꽃별 등 신예에 이르기까지 그들 부자의 눈길을 끈 사람들의 공통점은,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자기애였다고 합니다.  활기찬 몸짓으로 끊임없이 페달을 돌리는 자전거형 인간들은 모두 가슴 속에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을 품고 있다구요, 자기를 사랑하게 만드는 마음의 거울이 스스로 성장하게 만드는 동력이라는 거지요.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의 열정에 스스로 중독되어 자기 자신에게 몰입해 나가는 근원적인 에고이스트! 이들은 끝없이 자기발전을 해나갑니다. 자신을 믿기 때문에 주변에 공감하는 힘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 세계를 꾸준히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믿고 싶어하니까요.  열심히 성장하려는 나르키소스는 세상을 도우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돕게 됩니다. 자기애와 용기가 만들어내는 성장의 드라마가 세상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거침없는 하이킥라이프를 살고 싶은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나르키소스가 되어라, 이들 부자의 결론입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나에게 반하다”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사람은 씨킴입니다. 김창일, Ci Kim, 그는 미술작가가 되기 위해 우선 돈을 법니다. 51년생, 전반생을 바쳐 천안 버스터미널, 백화점, 아라리오갤러리, 시네마 멀티플렉스로 이루어진 아라리오 문화도시를 건설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꿈을 이룬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술작품 수집가로 변신합니다. 전 세계를 돌며 3000점의 작품을 수집했습니다. 2002년 데미안 허스트의 7미터에 달하는 대형인체 장기모형조각 ‘찬가’를 250만불에 사들였을 때 런던미술계가 뒤집어졌습니다. 영국 젊은 작가들-브리타트-의 핵심작품이 서울 외곽의 이름없는 한가한 쇼핑몰에 넘어갔다구요. 씨킴은 ‘찬가’를 아라리오 미술관 앞 옥외에 세우고 방탄유리로 집을 지어 24시간 경비원을 배치합니다.


기업가, 컬렉터, 예술 후원자를 거친 씨킴은 문화생산자로 진화합니다. 제주도에 마련한 스튜디오에서 맹렬한 작업을 통해 5번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그의 표현영역은  그의 직업만큼이나 다양해서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콜라주를 망라합니다. 누군가 이런 그에게 ‘ 끊임없이 탐구하고 꿈꾸는 임의론자’라는 평을 해 주었습니다.


씨킴뿐만 아니라 이 책의 저자들도 끊임없이 탐구하고 꿈꾸는 자기성장주의자들입니다. 일간지 기자와 대학교수를 거쳐 스스로 ‘르포르타주 저널리스트’라고 명명한 안병찬, 그는 칠순의 나이에 아들의 기획에 따라 인터뷰하러 달려 갑니다. 책의 곳곳에서 문화트랜드를 연구하는 안이영노의 혜안이 빛납니다. 이들 부자는 이 책 말고도 “삶에 미치는 16가지 기술”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이들을 보노라니 고령사회가 아닌 성장사회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40세에 변신하고 60세에 다시 한 번 변신하는 식으로, 한 개인이 일생 동안 성장하기를 멈추지 않고 늘 공부하는 준비사회가 온 것이지요. 10년 전에 60세의 회춘과 변신이 대세였고, 몇년 전에는 마흔의 변신이 대세였듯이 앞으로 5년 후에는 50대에 새로운 전문가로 변신하기가 새로운 대세로 정착할 것이라니, 어떠세요?  당신은 인생의 2막 아니면 3막을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으신지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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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누가 그런이야기를 전에 했었어요.
    유년기와 청년기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환경과 주변의 영향을 받으면서 생긴대로 살지만, 그 이후는 자기가 스스로 삶을 만들어 가는거라는 이야기를요..ㅎ

    그래서, 더욱 좋은 표정, 좋은 인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만났을때, 인상이 같이 찌푸려지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하고요^^
    미탄님, 즐거운 일요일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2008.10.12 13: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명이님의 닉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닉에 붙은 음표~~
      간단해 보여도 그렇게 한 사람이 많지 않지요.
      야무지고 적극적인 명이님의 단면을 보여주는듯해요 ^^

      2008.10.12 19:45 [ ADDR : EDIT/ DEL ]

 

왕멍, 나는 학생이다, 들녘 2004


평범한 생활인이라 해도 평생을 살아온 사람에게서는 귀담아들을 만한 것이 있을 것이다. 체험을 통해 깨우치는 일말의 진리가 있기 때문이다.  평생을 남다른 경험과 훈련 속에 살아온 사람에게는 인생이라는 한 권의 책이 정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것을 왕멍에게서 본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영화와 역경을 문학적 단련으로 일관한 사람답게, 그의 책에는 정련된 인생철학이 가득하다.


왕멍은 14세에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였으며 청년작가로 승승장구하던 중에 필화사건으로 16년 간 신장에서 유배생활을 하였다. 1979년에 복권하여 작가협회를 종횡하며 문화부 장관, 부주석 자리까지 역임하는 등 극단의 영욕을 몸으로 겪었다.  100편이 넘는 중,단편을 비롯하여 수필, 시, 평론, 르포 등을 발표한 전설적인 작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열정적이고 풍운아적인 삶을 살았다면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정리하여 후대에 건네고 싶어지지 않을까. 왕멍이 4년에 걸쳐 저술한 이 책은 한 인간이 평생에 걸쳐 깨달은 인생교본이다. 흔치않은 인생체험과 뛰어난 문학적 성찰을 피륙으로 엮은 인생담론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생활과 학문과 역경, 노년과 교우, 초탈 같은 인생의 모든 면에 대한 하나의 경지를 만날 수 있다.


왕멍이 삶에서 가장 경계한 것은 용속 庸俗이다. 용속이란 아무런 도전과 이상과 모험이 없는, 사고와 일탈마저도 없는, ‘죽은 물고기의 눈처럼 무미건조한’ 삶이다. 오랫동안 배우자와 함께 살면서 그 흔한 스캔들 하나 없다.  음식과 거처가 일정하고 알코올 중독에 걸리지도 않았고 마약을 복용하지도 않았다. 차 사고도 없었고 암에도 걸리지 않았다.  모범적이지는 않았지만 죄를 짓지도 않았다. 고위급 관직에 앉아보지 못했고 큰 부자도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걸인으로 전락하거나 액운을 당해 어디로 몸을 피해본 적도 없다. 무궁화 다섯 개 초호화 고급 호텔에 묵어보지 못했지만 풍찬 노숙도 하지 않았다. 사기당한 일도 없다. 멋진 연애를 해 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음험한 바람에 휘말리지도 않았다. 이것이 용속이다.


누구보다 용속을 싫어하면서도 별 도리없이 용속에 갇혀 있는 나는 이 부분이 너무 재미있었다. 용속에 저항했으되 별다른 지평을 발견하지 못한 나를 노장이 격려하는 것 같았다. 기나긴 파노라마를 겪고도 아직 발랄한 노작가가 귀엽게 다가 왔다. 왕멍은 계속해서 ‘생존’에 머무는 삶을 ‘쪼고’ 있다. ^^ 취미도 없고 배우지도 않으며 신체 단련도 하지 않고 미술전도 관람하지 않으며 유머가 없는 삶에 대해 왕멍은 최고의 펀치를 날린다.


나는 악인이 될지언정 아무런 취미도 없는 남자는 안 되겠다.


용속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왕멍이 이야기한 것은 취미, 자연, 예술, 창작이지만 그 본질을 꿰뚫는 것은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왕멍의 목소리는 수다스러울 정도로 들떠있다.


학습은 나의 뼈<구조>이며 나의 살<재료>이다. 학습은 나의 정신이며, 추구이며, 사명이며, 분투이다. 학습은 나의 쾌락이며, 게임이며 지적 체조이다. 학습은 나의 기둥이자 영원히 차지할 수 없는 교두보이다. 학습은 나에게 불패의 자리를 지키게 해주는 든든한 원군이다.

학습은 총칼의 위협에서도 나를 견강堅强하게 한다. 누군가 내 몸을 위협하거나 억압할 수는 있지만, 내가 눈을 감고 묵상에 들어가 당시를 읊고 송사를 외우고 영국의 14행시를 암송하는 것을 제한할 수는 없다. 사색과 추억, 분석과 관찰을 막을 수 없다.


배움이 있었기에 16년간의 유배생활 중에도 비관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미치거나 의기소침해지거나 타락하지 않을 수 있었던 왕멍의 학습예찬이다. 배움은 그에게 초탈을 가르쳐주고, 외부 세계와 교류하게 해 주며, 역경에 처할수록 더욱 높은 곳에 올라 멀리 전망하게끔 해주었다. 배움을 통해 지혜와 광명을 얻었기에, 그는 맑고 밝은 인생항해를 할 수 있었다. 이에 왕멍은 ‘나는 학생이다’라고 선언한다. 그의 생에서 배움처럼 중요한 것이 없고, 배움만큼 꾸준히 한 것이 없으며, 배움처럼 많은 것을 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감히 왕멍의 흉내를 내고 싶다.  배움의 맛과 멋과 효능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배움은 평생을 두고 퍼먹어도 마르지 않는 샘이요, 영원한 지혜의 원천이다. 나는 배울 수 있어서 언제 어디서도 심심하지 않다. 늘 할 일이 있다. 호프집에 가면 서비스 하는 자세를 배우고, 제과점에 가면 케잌을 작품처럼 만들어놓은 장인정신을 배우고, 그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존방식과 장점에 대해 배운다. 나는 생활에서도 배우고 책에서도 배운다. 배움은 범속한 내가 용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만일 내가 생에 대한 약간의 관조와 여유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배움의 덕분이다. 생의 어떤 국면에서도 “울지 말고 웃지 말고 이해해야 한다”는 자세를 익힌 덕분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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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고 보면 온전히 버려지는 시간이란 없다는 말, 맞습니다..
    이런 건 어떨까요.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2008.09.11 20: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채플린의 그 말에 절대 공감해요.
      한바탕 난장이기도 하구요.

      2008.09.11 23:53 신고 [ ADDR : EDIT/ DEL ]
  2. 번호가 붙은 걸 보니 '시리즈 리뷰'인 모양입니다. 두근두근~^^
    전 최소 '용속'은 벗어날 수 있을 것같군요. 왕멍의 책과 미탄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사고와 일탈로 얼룩진 제 '과거'(!)가 처음으로 뿌듯해집니다.^^

    2008.09.11 20: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용속에서 벗어남을 축하드려요! ^^
      한없이 자유롭게 사통오달하는 학습의 세계까지 고고!
      근데 그 말씀은 사실인지요? ^^

      2008.09.11 23:52 신고 [ ADDR : EDIT/ DEL ]
  3. 미탄님의 생각에 동감!!
    그래서 전 비어있느 제가 참 좋습니다.
    마구마구 넣을수 있으니 말이예요..ㅎㅎ

    좋은 책들이 너무 많아 챙겨 읽기가 넘 벅차요.
    언젠가는 꼭 한번 챙겨서 읽어 볼께요.
    근데 님의 책 이야기가 핵심을 잘 짚어 주신 것 같아 아마 뒤로 미룰 듯 합니다.ㅋㅋ

    2008.09.11 21: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직 아이들에게 손이 많이 갈 시기이고
      농사 일에 어르신까지 계시던데
      개인시간이 잘 안 나시지요?
      미흡한 글, 칭찬해주어서 고맙습니다.

      2008.09.11 23:55 신고 [ ADDR : EDIT/ DEL ]
  4. "학습은 나의 뼈<구조>이며 나의 살<재료>이다" 너무 멋진데요. 이 글만 읽어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 유배생활을 학습으로 극복했다는 것에서는 빅터 프랭클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좋은 책 소개를 보면 항상 그렇지만, 이 책은 정말 구해서 읽어야겠습니다.

    음... 저는 스캔들도 없고, 알콜중독도 없고, 큰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걸인도 아닙니다. 빚보증 잘못 서서 고생한 적은 있지만, 큰 사기를 당한 적도 없습니다. 그럼 저는 '용속'일까요? 뭔가 사고하나 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

    2008.09.12 01: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하하, 쉐아르님은 열심히 배우고 계시잖아요.
      용속이라고 표현해서 그렇지 어느 정도 도전을 가미해준다면, 저 상태야말로 성공과 합리의 초상 아니겠어요? ^^
      용속에 도달하지도 못한 사람이 용속을 폄하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용속은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지 부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2008.09.12 07:55 신고 [ ADDR : EDIT/ DEL ]
  5.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저의 키워드 중 하나가 배움, 학습 이거든요. ^^

    2008.09.17 19:4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가벼운 실용서에 지칠 때 가만히 기댈 수 있는, 뒷산처럼 듬직한 책이랍니다. ^^

      2008.09.18 01:58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