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1.01 새해 첫 생각 (4)
  2. 2008.11.23 게으름을 후려치는 회초리 (10)
  3. 2008.10.22 하루에 대한 보고서 (6)
  4. 2008.09.03 또 하루가 열리다 (10)
좋은 삶/새알심2011. 1. 1. 13:41

나는 원래 촘촘하게 짜여진 계획표만 보아도 숨이 막히는 스타일이었다.  ‘TV편성표’같은 일과에 묶여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고 할까. 워낙 자유를 신봉하고 즉흥성을 사랑하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그동안 내가 생활하는 방식은 한 두 가지 중요한 목표를 뼈대로 두고 다른 것들은 그때그때 마음을 따라가는 식이었다. 요즘으로 따지면 책쓰기와 프로그램에 대한 느슨한 계획만 있을뿐, 다른 것들은 모조리 열외가 되는 셈이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낀 건 시간관리 때문이었다. 시간이 줄줄 새고 있었다. 푹 자야 머리가 제대로 회전되는 편이므로 기상시간 같은 것에는 애시당초 관심이 없었다. 시간관리보다는 성과물관리를 하겠다고 생각한 것도 같다. 일 주일에 책 세 권 읽기, 글 세 편 쓰기... 이런 식의 목표를 수없이 세웠다. 엄밀히 말하면 목표도 아니었다. 마음먹고 다짐만 했을 뿐, 시한을 둔 적도, 과정을 기록한 적도,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한 적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시간이 뭉텅뭉텅 사라지기 시작했다. 분침이 휙휙 돌아가는 것이 보일 정도이다. 푹 자고 일어나서 아침 해 먹으면 열 시, 주말에는 열 두 시도 좋았다. 그 때부터 단골사이트 한 바퀴 돌고 새글 읽고 댓글 달다보면 두 세 시간이 후딱 갔다. 기분전환도 할 겸 간식좀 챙겨먹고 산책을 하거나 가사돌보기, 아주 가끔 TV 조금 보면 또 서너시간이 날아가고 없었다. 안되겠다 싶어서 그 때부터 짐을 챙겨 도서관에 가기도 했다. 저녁 7시에 집을 나서면서 그래도 서너 시간은 책을 읽을 수 있어! 했던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렇다보니 성과물도 적고 제대로 놀 수도 없었다.  늘 숙제 안 한 아이처럼 조바심이 나 쉬면서도 온전히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백수에게는 주말이 없다’는 말이 딱 맞았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거꾸로 속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하루 작업양을 오전에 해놓고 저녁에는 맘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래서 그 많은 사람들이 아침기상이며 습관만들기에 주력하고 있었구나!  뒤늦은 깨달음이 왔다.


변경연 새벽기상프로젝트 단군의 후예 http://www.bhgoo.com/zbxe/dangun_intro


오늘 아침 8시 경에 눈을 떴다. 2011년이라구? 휙휙 바뀌는 연도며 내 나이며 회한이 스치려는 틈새로 일지를 쓰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너무 빽빽하지 않은 선에서 시간관리와 습관만들기를 하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표현에도 '의식적인' 노력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100일만 써 봐야겠다.


 

               시간관리, 강좌2년차, 사람!  2011  나의  하루

  시간

  오전


  식사


 오후


  식사


 저녁


  식사


  가족

  엄마


 주락


  홍삐


프로그램


  관계

  훈련


  운동


  곳간

  수입


  지출


  기타



 

일지 양식을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올해의 주요 키워드가 잡혔다. 강좌2년차이니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야겠고, 시간관리를 통해 두 번째 책을 비롯한 성과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계!  이제껏 내 관계전선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백치수준이었다. 그렇게 된 원인을 따져보면 혼자놀기에 능하여 물리적인 외로움을 타지 않는 편인데다가 마음먹은 것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기질 탓이지만, 거만함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그 거만함은 ‘너 없어도 살 수 있어!’하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 설령 살 수 있다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제 조금 안다.  그리고 ‘밥’^^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데 건강을 위해 조금씩 덜 먹어야 하리라. 하루중 식사량을 모두 기록함으로써 식사습관개선에 도전한다. ‘식사’도 웃기고 ‘식사량’은 더 웃기고,  ‘밥’이라고 쓸 수도 없고... 결국 '식사'가 당첨되다. 지극히 초보적인 형태지만 내 삶을 통털어 일상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첫 시도이니 감개무량하다.


일지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변경연 후배연구원 박미옥 덕분이다. 그녀의 전략적인 사고에 살짝 충격먹었다. 나는 그동안 자유와 무계획을 혼동하고 있었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나를 관리하고 하루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겨우 알았다.  자발적 규제와 성취의 기쁨이 진정한 자유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기쁜 마음으로 그녀의 가정경영일지를 소개한다. 결혼 7년차 워킹맘의 리얼더큐 가정경영일지, 정말 재미있고 유익하다. 참고가 되기를!

박미옥 블로그 : 스스로의 기쁨으로 세상을 기쁘게 하라 http://blog.naver.com/myogi75


자기경영 일지 (2010. 11 . 18 , 목)

오늘 한 일

내일 할 일


No.1   일지

No.1   일지

No.2   논어 북리뷰

No.2   논어 북리뷰

No.3  

No.3   박남준시인 만나러..

No.4  

No.4  

나의

필살기

읽기

두통으로 아무것도 못했다. --;;

자료조사

The Boss, 혼자 놀기, 꿈꾸는 아내, 남편&아내 사용설명서 등 후르륵!

쓰기

성과

o 일지

* 소요시간(210분, 10:00~13:30)

오문오감

일기 

1. 과거 긍정 경험

남편을 사랑하고 있구나. 확신하게 되었던 순간.

만난지 하루만에 결혼을 결정했다. 그 때 알았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에는 참 여러 가지 의미가 숨어있다는 것을. 물론 그는 참으로 훌륭한 신랑감이었다. 당시 내 주변에서 만나던 다른 대상자들속에서 그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그게 사랑이었을까?

결혼한 지 6년 만에, 그것도 그가 생각지도 못하던 좌절에 힘들어하는 걸 지켜보면서 ‘사랑’이라는 느낌을 알게 되었다. 그건 그동안 내가 ‘사랑’이라고 착각하던, 그가 만들어준 안락한 그늘에 대한 고마움을 너머선 무엇이었다. 이 사람이 아프면 내가 더 아프구나. 이 사람이 힘들면 나는 더 힘들어지는구나.

그 순간 아마 나는 인간적 성숙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되지 않았을까?


2. 감사할 일

오후내내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휴직하고 처음으로 낮잠을 잤다. 하지만 잠을 자면서도 내내 묵직한 무언가가 집요하게 머리를 자극하는 느낌을 벗어버릴 수가 없었다.

오후에 받은 두 통의 전화덕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대문밖을 나갈 수 있었다. 정비된 길을 따라간 한강공원의 야경. 6시에도 멋진 야경을 선사하는 겨울이 참 고마웠다.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찬바람을 머금고 있어서 더 고마웠는지 모른다.

전화 때문이었는지, 한강때문이었는지, 겨울바람 때문이었는지 상쾌한 마음으로 아이들과의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고마운 하루였다.


3. 오늘의 선택

내 안의 묶은 고민을 해소하라. 내가 책을 써야만하는 가장 설득력있는 이유.

그러고 보면 내내 ‘관계’가 화두였다. 여름에 썼던 미스토리의 키워드도 ‘관계’였다. 잘 달려가던 길을 벗어나 새 길을 찾고자 했던 것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존재’가 아니라 ‘관계’라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때만해도 그저 ‘이게 아닌데..’하는 애매한 느낌이었지만, 찬찬히 돌아보면 관계의 재발견이 방황의 단초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참 민감한 편이다. 미묘한 감정의 지형도를 그리는데 능하다. 그게 객관적 사실인지 아닌지와는 별개로 내 머릿속에선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지형까지 디테일하게 하나의 그림으로 떠오른다. 문제는 당췌 가보고 싶은 지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가고 싶은 길은 너무나 분명했다. 길의 모양과 방향은 물론 길가에 심어진 가로수와 그때 그때 날아드는 바람의 느낌까지도 꼼꼼히 디자인해놓고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찾아다녔다. 내가 꿈꾸던 길을 가진 사람을.


사람들속에 있으면서도 늘 외로울 수 밖에 없던 이유였다. 나는 세상에 없는 것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양면적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도 문제였다. 내 마음은 좋아하는 총각선생님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던 여중생에서 한치도 자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문제가 다 지나간 것 처럼 말하고 있지만 솔직히 아직도 ‘관계’가 제일 어렵다.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관계가 없어,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야 많고도 많지만 그래도 우선 순위를 정하자면 그건 단연 남편과의 관계가 아닐까? 첫책을 계기로 남편과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 '존재'를 너머서 '관계'의 세계로 들어서는 첫 동반자로 남편을 선택하겠다는 말이다. 성공한다면 남편은 세상 어디로든 나를 데려다주는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이 되어주는 셈이다. 넘 이기적인 거 아니냐구? 걱정 안 해도 된다. 내 책의 첫 독자인 남편도 금방 알게 될테니까. 아내 역시 남편의 ‘어디로든 문’이 될 준비를 마치고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4. 새로운 깨달음

내가 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자유’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질서’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한 안전장치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다시한번 내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내가 갖고 있는 질서를 꼼꼼히 점검해보자. 자유를 만드는 질서인가? 자유를 해치는 질서인가? ‘질서’를 위한 질서를 취하고 있지는 않는가? 또 더 취하려하지는 않는가?


5. 원하는 미래상

2010.12

까만 원피스, 까만 자켓. 깊은 눈빛, 샤이니한 피부. 스키니하면서도 볼륨있는 라인. 꿈꾸는 미소. 경쾌한 목소리. 따뜻한 마음.


6. 출간 일기

각자 서문과 목차를 준비해서 만나기로 했다.

밸런스

(몸)

기상시간

4:26

운동

한강공원 산책 * 가는 길을 정비해선지 한결 쾌적한 분위기였다. 자주 이용해야겠다.

식사

아침 : 빵&밥  점심 : 밥 저녁 : 밥

* 아침을 좀 과하게 먹었더니 하루종일 컨디션이 별로였다.

가족

남편

감동포인트

존재 자체가 감동.

20분대화록

내년 초부터 해외근무를 할지도 모른단다. 이기 왠 날벼락인지. 내 회사도 있고 애들도 그렇고 다같이 나가긴 어려울 것 같으니 만약에 가게 되면 혼자 나가겠단다. 머리가 복잡하다. 우리야 어떻게든 살겠지만 남편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하긴 남들은 못가서 안달인 곳이긴 하다. 살기도 좋은 곳이긴 하다. 하지만..남편이 정말 원하는 삶의 모습이란 어떤 걸까? 운이 좋아서 남들보다 좀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갖게 되었다 해도 기본적인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퇴직하고도 적어도 30년은 더 살아야한다는 말이다. 그 옛날의 영화를 그리워하며 그 30년을 보내게 하고 싶지 않다. 그의 현실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함께 연구해봐야겠다.


이렇게 말했더니 갑자기 버럭 화를 낸다. 지금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30년후를 생각하게 되었냐고. 남편말도 맞는 것 같긴한데..그렇지만 그래도...


후~ 아직 잘 모르겠다. 자신의 소신대로 삶을 이끌어가도록 지켜봐주는 게 좋은 것인지, 내가 찾은 혹은 찾았다고 생각하는 지혜를 적극적으로 나누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하여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삶’으로 보여주는 것 뿐이다. 남편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나의 명료한 선택지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게 내가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내조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기타


창훈

놀이종류

트리케라톱스 놀이

놀이양상

아기 트리케라톱스의 모험. 우리끼리 붙인 놀이의 이름이다. 일종의 역할극. 창훈이는 아기 트리케라톱스 역할을 맡은 나의 대사에 열광한다. 뭐 그냥 시시한 이야기뿐이구만. 틈만 나면 이 놀이 하자고 졸라댄다. 한번 하기 시작하면 끝낼 줄을 모른다.

표현재능


눈높이놀이

모두 함께

기타


서영

놀이종류

트리케라톱스 놀이, 떼떼놀이

놀이양상

창훈이랑 놀이하는데 계속 주변을 맴돈다. 아니 안으로 들어와 세워놓은 동물들을 자꾸만 망가트린다. 그러니까 창훈이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창훈이가 화가 났는지 돌고래 한 마리를 서영이에게 휙 던져준다. 지켜보던 나는 창훈이의 무례한 태도에 화가 나고 말았다. 나도 코끼리를 하나 집어 창훈에게 던지며 “창훈아, 엄마가 너한테 뭘 던지니까 기분이 어때?” 물을 것도 없다. 창훈이 눈엔 벌써 눈물이 가득하다. 섭섭했던 것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서영이가 제 코닦던 손수건으로 오빠의 눈물을 닦아주려하지만 창훈이는 아직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손수건마쳐 휙 뿌리쳐버린다. 놀란 서영이가 엄마랑 오빠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창훈이의 울음소리가 더 커져만 간다. “봐! 서영이가 오빠 놀리잖아! 그런데도 엄마는 맨날 나만 혼내키구. 엄마도 나쁘고 서영이도 나빠!”

우짠단 말이냐. 재미있자고 시작한 놀이가 울음바다로 끝나고 말았으니.. 쩝..

하지만 또 금새 언제 그랬냐는 듯 다같이 맛있게 밥을 먹었다. 가족이란 참 신기한 조직이다. 단란한 식사시간의 즐거움으로 창훈이의 마음에 난 오늘분의 금이라도 메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표현재능

여자아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곱다. 뭐든 나눠먹으려고 하고 오빠가 울고 있으면 달래주려고 애쓴다.

눈높이놀이


기타


기타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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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미옥씨 블로그가 있었군요. 칼럼에 몇번 올라오는 글을 보며 생활을 통한 자기관리가 대단하다 여겼는데... 저도 한번 봐야 겠군요.
    아침기상.. 남들이 좋다 좋다 할 때는 확실히 뭐가 있긴 있더군요. 한선생님의 2011년이 꽉 찰 것 같습니다. 새해 뜻한바 이루시는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

    2011.01.01 17:5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일지를 써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하고 자꾸 돌아보게 되니
      '의도'와 '목표', '각성'의 위력에 새삼 놀라게 되네요.

      우리가 저마다 전문성을 가진 1인기업가로 우뚝 서서
      주도적인 자기성장을 거듭하며, 때로 어울려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젠느의 새해야말로 기대되는 걸요
      맘껏 쭉쭉 뻗어나가기를!

      2011.01.02 09:30 [ ADDR : EDIT/ DEL ]
  2. 알레프

    선생님. 가정경영일지..
    정말 계획적이고, 실속있는 하루를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리까지 말끔히
    하지만 보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 지는 건 왜 일까요...ㅠ.ㅠ
    성격유형중에 계획적 유형과 즉흥적 유형이 있는데 전 완전 후자쪽이거든요.
    차별화 포인트는 더 고심해 보겠습니다.
    감사해요

    2012.05.02 13:38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나도 알레프와 비슷한 기질이고
      당사자도 얼마 못 썼어요.^^
      차별화에 포인트가 있는 것만 잘 입력했으면 됐어요.

      2012.05.02 17:35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11. 23. 09:10



우리 동네에 과일행상을 다니시는 할아버지이십니다. 리어카에 서너 종류의 과일을 담아갖고 다니시는데, 아주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십니다. 아마 그 날 받은 과일을 다 팔기 전에는 집에 돌아가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밤 10시에도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 적이 있으니까요.


‘사과 사요~~’ 트럭행상들의 빠르고 쇳가루 섞인 목소리 틈에서 할아버지의 청아한 목소리는 높이 날아와 내 귀에 꽂힙니다. 녹음된 소리 같지 않게 맑고 선명합니다. 어두워진 다음에 듣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아픕니다. 칠십을 훌쩍 넘어 보이는 나이에도 하루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저리 애쓰고 계시는구나. 조금만 가닥이 안 잡혀도 하루의 목표를 접고 마는, 아니 애초에 하루의 목표량 자체가 엄격하지 않은 내가 돌아 보입니다.


전화기를 발명한 벨이 전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특허신청했을 때, 벨보다 딱 두 시간 늦게 온 사람이 있었다고 하지요. 그 사람의 아이디어는 벨의 전화기와 거의 유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딱 두 시간 때문에 역사는 벨의 이름만을 기록합니다.


나의 느긋함은 맞대결을 피하려는 자기회피는 아닐까, 누구보다 출발이 늦었으면서도 여유를 갖고 있다는 것은 덕목이 아닐지도 몰라. 내가 원래 의욕은 있는데 마무리하는 뒷심이 약하잖아. 두려운 마음으로 시간을 쪼개어 살지 않으면 정말 나는 아무런 기회도 얻지 못할지도 몰라.


올해에 39일이 남았군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여전히 아주 적은 수확과 아주 긴 몽상으로 보낼 것인가 깊이 고심해봐야겠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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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퀴리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벌써 누군가를 끌어당기는 글 한편으로 하루를 여셨군요.

    안녕하세요. 좋은하루 열어주시어 감사드리구요...

    좀처럼 휴일에도 늦잠을 허용않는 엄마덕분?에 늦잠의 달콤함을 몰라 투덜거리던 식구

    들. 오늘은 룰/을 깨고 늘어져 있더랬지요.

    기숙사있는 여고를 지원했다 라인에 걸려 비틀거리는 딸애를 위해 쵸콜릿이라도 사줘

    야지,또 다른 하루를 열자!

    .....며 어제 달아주신 댓글, 넘 좋아 실실 마구 마구 웃고 싶어서요.^^

    사람이 곧 자산이란 말을 새록새록 실감합니다. 그재주가 `꽝`인것도ㅠㅠ

    블로근.. 아직 공부?!중이랍니다.

    맛난 점심 드세요!!!!!!

    2008.11.23 11:22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푸른'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참 좋습니다.
      퀴리는 퀴리부인 밖에 아는 것이 없어서요,
      무슨 뜻일까요?

      블로그 공부 너무 많이 하시지 말고 ^^
      걍 오픈하세요.
      해 나가면서 배우는 것이 최고잖아요.
      그래야 나도 푸른퀴리님 블로그에 가서
      "으샤으샤"
      기분좋은 추임새 넣어드릴 수 있지 않겠어요?
      점심, 아직 안 먹었는데 무얼 좀
      먹어볼까요? ^^

      2008.11.23 15:49 [ ADDR : EDIT/ DEL ]
  2. 제가 사는 동네에도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토스트를 파시던 할머니가 계셨었는데....
    제가 그 할머니를 보게되는 건 대부분 술먹고 첫차타고 집에가는 길이었다는...-0-
    누구는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이른 아침 행상을 나오고,
    누구는 고난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일 뿐,
    다 같은 족속이다라며 자위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게으름을 채찍으로 후려치는 누군가가 필요한 계절이 다가왔네요...ㅎㅎ

    저녁도 맛난 걸로 드세용~~~^^

    2008.11.23 14: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 할머니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행위가 가능한 종족<?>임을
      드러내는 것 같은데요? ^^

      저 점심 저녁 둘 다 맛있게 먹다가는 큰 일 날 종족이거든요. ^^

      2008.11.23 15:55 [ ADDR : EDIT/ DEL ]
  3. 푸른퀴리

    이런.. 한참 숨어있다 까꿍^^ 하렸는데 께임하던 아이가 선심 쓰네요.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가 보고픈맘, 고맙게도 따뜻한 날씨 착한하늘이 달래주었어요.
    그래서 걍 점심은 건너뛰었지요. 그래도 되는 종족이걸랑요~~~ 오~ 놀라워라!!! 푸른 + (마리) 퀴리 (부인)= 푸른퀴리 를 알아내시다니&#$@!*&
    음~~블로그를 오해하셨군요. 엄마! 타자 좀 연습해, 연습 연습해,그것 안 들키려구요^^^^초짜라서요.


    당분간 미탄님의 글에 더 풍덩 빠져다녀도 될까요?
    에궁, 저녁찬은 또 뭘하나~~~~

    2008.11.23 18:47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도무지 자기를 위해 산다는 영역이 없는 어머니가 늘 마음에 걸려 있어요. 너무 베풀고 돌보아서 오히려 숨이 막히는 어머니... 어찌 보면 그 모습이 어머니의 자아이겠지만요. 어머니를 볼 때마다 나는 어떻게? 가 절로 떠오른다니까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함께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블로그 준비 많이 하시고 ^^, 또 자주 뵈요. 자주 오시면 제가 더 고맙지요.

      2008.11.24 06:59 [ ADDR : EDIT/ DEL ]
  4. 여기서 아침의 시작은 해뜸과 같이 시작합니다.
    해가 일찍 뜨는 여름에는 언제 나왔는지, 아침은 묵고 나오셨는지
    토댁네 집 주위는벌써 시끌벅적하답니다.'
    참외하우스는 오전부터 뜨거워 들어갈 수 없으니 새벽과늦은 오후 잠깐 일을 하십니다.잠 많은 토댁이 그소리에 잠을 깨 허둥댑니다.'으미 부끄러버라~~~ㅋㅋ
    새벽은 아직 조용하지만 곳곳에서 벌써 깨어 삶을 시작합니다.
    혹자는 삶을 전쟁같다 하는데
    제 삶은 어이 전쟁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 치열하지도 비참하지도않으니...
    힘든 여정의 나날이지만 전쟁 같고 싶진 않아요..

    늘 웃으시는 하루히루 되세요~~언냐~~~~~

    2008.11.23 21: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럼요, 전쟁이 아닌 축제처럼 살아야겠지요.
      나는 진심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즐기며 사는 역량이
      돈보다 중요하다고 믿어요.
      토댁님에게서도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열정과 낙천주의가 느껴져요. 이미 충분히 즐기며 살고 계시구요.

      또 하루가 밝았네요.
      우리 오늘도 의미있고 신나게 살아요~~

      2008.11.24 07:06 [ ADDR : EDIT/ DEL ]
  5. 39일뒤면 이 아이와 살아가는 두번째 해가 시작되겠군요..
    어떤 날들이 될지 궁금합니다. ^^
    제 삶에 대해서는.. 음.. 큰사건들 많았던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 좀 더 치열하게, 좀 더 단단하게.. 좀 덜 게으르게 살아야겠다
    생각하게 됩니다.

    미탄님의 올해 수확이 결코 빈약하진 않으실거라 믿으며... 늘 건강하셔요.

    2008.11.24 16: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똑순이도 그렇고 똑순맘도 그렇고 제3자가 보기에는 알토란처럼 단단해 보여요. ^^
      조금도 게을러 보이지도 않구요.
      나는 진짜 게을러요~~ ^^

      2008.11.24 18:43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10. 22. 21:37


평소처럼 6시 반 경에 눈을 떠서 쓰던 원고를 하나 고쳤다.  그런대로 마음에 들어서인지 기분이 좋았다. 순식간에 오늘 할 일이 머리에 떠올랐다. 아주 천천히 걸어서 산책을 하고, 도서관에 갔다가 내가 좋아하는 제과점에서 샌드위치를 먹을 생각이었다. 그리고는 오늘 걸음걸이를 포스팅하리라, 제목은 '찰나에 비석을 세우다'  ㅎㅎ

산책은 아주 좋았다. 가을의 트레이드마크인 억새밭과 빨갛게 물든 담쟁이와 도로에 깔린 낙엽과 무엇보다도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는 선선한 날씨가 일품이었다.


핏빛으로 검붉게 물들고 있는 담쟁이들 사이에서 천연덕스럽게 새파란 색을 뽐내는 담쟁이가 꼭 철들지 않는 나 같았다. 요즘은 거울을 볼 때마다 한심하다. 나이을 잊어버리고 살다가도 거울만 보면 충격을 받는다.  단식을 해서 오킬로그램 쯤 빼고 화장술을 새로 배운다해도 이 고개를 넘어갈 일이 아득하다. ^^ 


 



촉촉하면서도 청량한 기운이 폐부를 파고 들었고, 커다란 플라타너스 잎이 너울대며 떨어졌다. 조촐한 단풍들과 눈맞추며 한없이 걸어도 좋을 것 같았지만, 시간이 아까워서 서둘러 도서관으로 들어간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인류의 정신적 유산에 접속하는 기쁨에 전율을 느껴야 한다고 한 사람이 진중권이었든가.  그 정도는 아니라도 나는 도서관이 참 좋다.  서가 어딘가에 나와 궁합이 맞는 책이 숨어있어 내가 발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필받을 수 있는 책을 만나면 순식간에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저자의 내공을 수혈받아 정신적인 키가 성큼 커지는 기분이다. 별로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정서적인 안정감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책 덕분이다.

도서관이 가까운 곳에 살면서 책에 대한 소유욕도 없어졌다. 아무리 책이 많기로 도서관보다 많을소냐.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만큼 또 가벼워졌다.

세 시간 정도 맛있게 책을 보았다. 거기까지는 아주 좋았다. 그런데 빵집으로 가는 사이에 걷잡을 수 없이 기분이 다운되기 시작했다. 가랑비 탓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엄습하는, 말할 수 없이 쓸쓸하고 공허한 느낌에 또 사로잡힌 것이다. 불가능과 부정과 의심과 의구심이 집결하여 나를 쪼아대는 시간!

남들의 사소한 몸짓을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습관도 싫고, 궁핍한 조건에 갇혀 있는 것도 너무 한심하다. 니가 나이가 몇인데 겨우 빵집에서 안분낙도를 찾는거냐. ㅠ.ㅜ


이 빵집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곳이다. 이사한 다음날 처음 들어선 순간부터 장인정신이 느껴졌다. 작은 규모인데도 빵 만드는 사람이 대여섯, 서빙하는 사람이 대여섯 명이 있다. 주방을 오픈해서 훤히 보인다. 이 집 빵을 먹고 나서야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 맛이 엉터리라는 것을 알았다. 빵을 직접 만드는 곳과 냉동빵의 차이를 알게 된 것이다. 산책과 도서관 뒤에 이어지는 마무리코스인데 오늘은 빵을 타이어 씹듯이 먹어야 했다. 이전에 찍은 사진 한 장.

결국 집에 와서 늘어지게 한 숨 잤다. 자면서 생각했다. 이런 식의 감정기복을 몇십 년동안 겪을 수는 없다. 더이상 이 불청객에게 놀아나며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해답은 곧바로 주어졌다. 저녁에 읽기 시작한 '60초 소설'에서 암시를 받은 것이다.  저자는 변호사 협회 기자생활을 하던 중 지루하고 상투적인 업무에서 탈출하고자 '60초 소설'의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60초 소설'은  대성공이었지만 7년간 종사하다 보니, 또 다시 얄팍하고 통속적인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을 발견하고 자문한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는 뉴욕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60초 소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아이오와 주의 광활한 옥수수밭과 사막을 찾아, 소몰이꾼과 양치기 목동과 왕새우잡이 어부를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아!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험을 한 지 너무 오래 되었다.

오늘의 결론이다.
너무 오래 일을 벌리지 않고 웅크리고 살았다.
프로펠러처럼 활기차게, 악어처럼 탐욕스럽게 삶을 추구하는 것만이 저 음흉스러운 공허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대학졸업도 하기 전에 농촌으로 살러 갔던 20대처럼, 맨 손으로 건물을 지었던 40대처럼 다시 한 번 겁이 없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아직은 모호하지만, 계속해서 공허와 결핍에 시달리지는 않으리라는 결심을 한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갔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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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생각만큼만 가볍게 톡톡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하루에 대한 생각의 무게는 나이와 상관이 없나 봅니다.

    저 빵집은 언젠가 선생님의 포스팅에 등장했던 그 빵집이 맞지요?
    사진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 빵집. ㅎㅎㅎ 저는 이 빵집을 그렇게 기억해요.

    이 포스트에서 가을을 담아가요.
    아직 낙엽도 못 봤는데.
    오늘은 벌써 겨울이 되어버린 느낌이었거든요.

    2008.10.22 23:5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왜?
      "의식은 현실이다" 이런 말도 있는데?
      모든 것이 생각의 산물인 것이 나는 정말 믿어져.
      가벼운 생각을 하는 사람은 가벼워지고,
      행복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행복해 질 거야. ^^

      2008.10.23 07:12 [ ADDR : EDIT/ DEL ]
  2. 간혹 김포도서관에 가는데, 주변에 마땅한 산책로가 없어서 탐색 중입니다..^^
    강화에는 산책로가 너무 많구요.
    이제 슬슬 허투루 보내는 시간을 줄여볼 생각입니다.
    조금은 짜임새있게..^^

    2008.10.23 07: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시간!
      요즘에는 그냥 앉아만 있어도 시간이 나를 스쳐 휙휙 지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ㅠ.ㅜ
      그렇다고 해서 조바심을 내면 금방 지치고 성과도 더 안 나와주니, 참 이 마음의 작용이란! ^^

      2008.10.23 10:29 신고 [ ADDR : EDIT/ DEL ]
  3. 제비꽃

    ㅎㅎ 재밌게 읽었어요.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같기도 하고, '생활의 발견' 같기도 하고..

    중간에 삽입된 '공허'에 대한 단상이 이 글에 힘을 실어 주네요.
    인생의 매 순간마다 행복만 있다면 날아가는 새의 발자국일지도 모르죠.
    쌤과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기쁨이 있으면 기쁨과 놀고, 공허가 있으면 공허와 놀고.

    이 공허란 놈의 장난 때문에 다시 질러보겠다는 결심도 주어진 것 같은데요.
    불청객에게도 긍정적 불씨를 발견하신, 미탄님께 응원 보냅니다.
    아자아자 홧팅! 그래, 가는거야!

    2008.10.23 09:07 [ ADDR : EDIT/ DEL : REPLY ]
    • 제비꽃님, 응원 고마워요.
      무언가 조금씩 야금야금 숨죽인 다람쥐의 발걸음처럼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은근히 지쳐서인가 이 징후를 나꿔챌 에너지가 조금 딸리네요. ㅠ.ㅜ

      2008.10.23 10:30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9. 3. 08:5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벽 다섯 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생각보다 어두워서 겁이 살짝 났습니다.
멀리 노동 일을 가는 듯한 남자의 실루엣이 음울합니다.
담청색 하늘에 아직도 별이 총총하여 북두칠성을 찾아보며 잠시 화서공원에서 서성였습니다.
이내 하늘이 빛바랜 도화지처럼 희부염해지더니 별이 사라지더군요.
성벽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수원 화성에서 가장 높은 서장대에서 해뜨는 것을 볼 생각입니다.

며칠 동안 좀 우울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어르신'의 나이에 도달해놓고도 아직도 철이 없는 내가 한심해서요.
나의 자존감, 할 수 있다는 열정 그 모든 것이 현실감없는 공중누각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느 싯귀처럼, 저 잘난 맛에 까불대며 나무를 타고 오르던 나팔꽃 덩굴이
문득 잘려나간 제 밑동을 내려다 보는 것 처럼 아뜩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법, 살아가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해를 기다리며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당최 중구난방의 체험 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참, 지지리도 가진 것이 없구나 한심한 생각이 절로 납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오히려 자유롭게 느껴졌습니다.
물질과 명예에 별로 욕심이 없다는 데에도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딱히 무엇이 되고 싶고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삶의 진수를 찾아 세상 끝까지라도 갈 수 있는 자유인의 소질을 타고난 셈입니다.

이제 세상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욱 낮아졌습니다.

내가 저지른 일은 어느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어제에서 오늘이 비롯되었으므로
미래로 날아가 오늘을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바로 오늘
무엇을 해야할 지 생각합니다.

난생처음 삶이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 두려움이
아무 것도 몰랐기에 겁대가리 없었던 젊은 날의 만용에 비해
결코 무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갑자기 해가 엄지손톱 만큼 고개를  내밀더니
마주 쳐다볼 수도 없는 빛의 덩어리가 둥실 떠오릅니다.
수없이 시간을 낭비하며 어렵게 어렵게 배워나가는 자에게
다시 살아볼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이 나의 인생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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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달자

    6개월만인가, 저도 오래만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고 놀러왔습니다.
    누님이 듣기에는 좀 거시기할지 모르지만
    저 역시 가을이 시작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사실 요즘, 아니 진작부터 회사에서 일하는 게 너무 재미가 없어서
    하루에도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불쑥 찾아옵니다.
    그래도, 밥벌이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 꾹 참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이것저것 해보면서, 발로 뛰면서 뭔가 꺼리를 궁리해볼까 합니다.
    우리의 뇌는 굉장히 보수적인 거 같아요.
    뭔가 관성화된 습관과 고정관념에서 탈피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
    이런 물음이 우리를 다시 살게 만들고 활기를 주는 것 같아요.

    누님도 자유인의 마음으로 일상에서 실험을 많이 해보세요.
    물론 지금도 여유있어 보입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자유로운 모습입니다.

    얼마 전에 존 카바트 진의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명상 책을 봤는데,
    나를 들여다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참고하세요.

    2008.09.03 09:0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올 가을에, 이것저것 해보면서 발로 뛰면서 꺼리를 만들어보는 작업에 나 좀 끼워줘요. ^^

      기질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서 스터디와 세미나, 브레인스토밍 같은 걸 하면서, 여러 영역과 관심사를 뒤틀어보고 붙여보고 늘려보면서 틈새찾기!

      2008.09.03 20:42 [ ADDR : EDIT/ DEL ]
  2. 이젠 새벽 5시면 어두운 데 어딜 가시나 했습니다.
    미탄님의 인생을 만나러 가셨군요.
    전 나름 만용을 부리던 시간에서 삶을 생각하는 시간의 여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내 안의 나를 찾지는 못 했지만 들려다 보기를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나를 찾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08.09.03 23: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언젠가 나를 찾으면 말이 따로 필요없지 않을까요?
      아~~ 이거였구나 잔잔한 파문처럼 몸을 감싸오는 희열 속에 그저 빙긋 웃을 뿐. ^^

      2008.09.04 08:32 [ ADDR : EDIT/ DEL ]
  3. 아마도, 제 주변의 사람들 중 가장 젊게 사시는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김포로 이사 온 걸 계기로 조금 부지런해진 것이 환한 6시인데..
    그래도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더 부지런해질 거에요..
    제가 더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해가 더 늦게 뜰 테니까요..ㅎㅎ
    전 두 번째 사진보다 첫 번째 사진이 더 좋아요.
    일출보다 그 직전의 여명 말이죠.
    한낮이 결혼생활, 일출이 신혼생활이면, 여명은 연애 아니 열애의 시간이니까요..
    암튼.
    이런저런 생각 많은 요즘입니다.

    2008.09.04 07: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이사를 하느라 바빴겠네요.
      나야말로 생각이 아~~~~~ 주 많을 때라서 ^^
      요즘은 어떤 곳에 사느냐도 자주 생각하네요.
      산책로와 도서관이 있는 지금 이 곳이 아주 좋기도 하구요.

      으음, 전문가가 사진 좋다고 하니까 기분좋네요. ^^

      2008.09.04 08:35 [ ADDR : EDIT/ DEL ]
  4. 오달자

    아, 제 블로그에 오시면 서로이웃 신청을 하세요.
    제가 일상적인 얘기는 이웃에게만 공개를 해서요.

    2008.09.04 13:19 [ ADDR : EDIT/ DEL : REPLY ]
  5. 몇달에 한번씩 저도 사는게 두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냥 사는 것도 힘든데, 사람답게 '잘' 사는 것은 너무 힘든듯 합니다.

    사진에 갈수록 운치가 더해집니다... 나중에 사진전 여시는 것 아닌가요? ^^

    2008.09.05 03: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우선 디카로나마 좀 더 사진에 공들여보려구요, 분명한 마음의 이끌림을 따라야겠다는 생각에서요. 쉐아르님의 따뜻한 공감에 감사드립니다.

      2008.09.05 07:19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