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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1 Kring - 자본과 감각이 만나다 (11)



'문화의 제국' 김홍기님 블로그에서 보고는 득달같이 달려갔다.  공간구경하기를 좋아하는 탓이다. 복합문화공간 Kring - 삼성역에서 5분 거리에 있다.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는 건물 외관.





천장이 높고 탁 트인데다가 로비가 운동장만큼 넓어서, 아무라도 들어서는 순간 어리둥절하게 생겼다. 온통 백색의 광택질로 꾸며놓은 실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공상과학영화 속의 복제인간 공장에라도 온 기분이다.   로비 전면의 커다란 화면에서  전시회 설명이 지나가는듯.

1층에 시네마, 2층에 카페와 전시공간이 있다. 영국 현대미술전을 개최중인데 로비와 벽면 등에 자연스레 진열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작품이 많지는 않아도 모두 세련되고 진지해서 마음에 들었다. 2층 전시공간에서는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바자회가 열리고 있었다.  




좋아라 뛰어다니는 아이, 저 꼬마하고는 2층 카페에서 또 만나 한참을 같이 놀았다.
요즘 아이들이 왜 이렇게 예쁜지 어디서든  아이들과 부딪치면, 한 마디라도 말을 붙이게 된다.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아이들은 금방 마음을 열어준다.  대신 꼬마의 부모가 경계하는 폼이 역력하다.





입구에 깔린 타일이 예사롭지 않아 눈길이 자꾸 가는데,  
옆으로 자리잡은 휴게실을 보고는 입이 쩍 벌어진다.
멋스럽고도 편안하니 디자인과 기능을 둘 다 살린 셈이다.


 


휴게실은 2층에서 보면 이렇고,
가까이에서 보면 이렇다.
저 빨간 것은 컴퓨터인데 터치만 할 수 있고 키보드가 없어서 반벙어리인 셈이다.
혹시 디자인이 망가질까봐 키보드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 현대적인 조형물은 머리빗과 빨래집게 같은 것들로 만들어졌다.










데이비드 맥이라는 작가의 콜라주.  정교한 사실성과 함께 묘한 위엄이 느껴진다.













이 건물은 그 자체가 거대한 작품이다.  빛이 흐르는 계단과 1,2층을 가로지르는 조형물, 비상구의 붉은 벽과 의자까지 모조리 작품이다. ㅎㅎ 화장실도 예술이다. 날렵한 문과 세면대의 디자인에서 놀란다. 무지무지하게 넓은 공간도 작품이다. 1층 로비가 넓더니 2층 카페도 운동장 만하다. 전시실도 넓다. 넓은 화폭을 빼꼭이 채우지 않고 여백으로 말하는 화가처럼, 그 넓은 공간을 듬성듬성 조금 밖에 쓰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출신 찰스 에이버리의 '섬사람들'이라는 연작,
조촐한 소품이지만  익살과 연륜이 느껴져서 좋다.


























2층의 카페 전경, 어이없을 정도로 여유있는 공간에 어리둥절하다. 우리나라 바리스타 1호가 직접 볶아서 내린 커피가 2,000원 정도의 기부금을 받고 제공된다. 수익금은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된다고 쓰여있다. 어떻게 이런 구조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건물주인 금호건설의 후원이 있어서 가능하다는 대답이다.

KT&G가 홍대 앞에 '상상마당'이라는 복합문화시설을 지었듯이 요즘 새로운 풍조인가 보다.  직접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으로나마 꼼꼼히 살펴보니, '상상마당' 은  치밀하고 꼼꼼해 보인다. 독립영화 상영관이나 밴드지원, 아트마켓과 문화강좌 등 다양하고 역동적인 활동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 같다. 지하4층에서 지상 7층까지 속이 꽉 찬 느낌이다. 조이한의 미술사 강의가 땡겨서 언제고 들어볼 계획인데, 수강비가 다른 곳의 절반 수준이라 반가웠다.  그밖에도 '홍대앞의 재발견' 처럼 세련되고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선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느낌이다. 대기업이 허영이나 시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하면 Kring은 너무 느슨하고 단지 럭셔리한 셈이다.  눈요기하기는 좋지만 건물주의 의도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카페 한 편의 이 공간을 보라,  뻥 뚫린 천장과 화려한 창문, 세련된 테이블과 의자가 모조리 미래에서 온 풍경같다.  전혀 사용될 계획이 없는 공간처럼 깔끔하고 이질적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떠나서 탁 트인 공간이라는 것 하나 만으로도 나는 이 곳이 마음에 든다. 천장이 낮고 좁은 곳을 병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광할할 정도로 높이 뚫린 천장과 텅텅 비어있는 여백이  좋다. 슬로우비디오처럼 공연히 느슨해지고 싶은 날, 이 곳에 가서 느릿느릿 공간구경도 하고 책도 보고 끼적거리다 오면 좋을 것 같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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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고...esc키를 잘 못 몰러 긴 댓글 홀랑 날려 먹었어요..아흑..
    바리스타 커피 마시고 싶어 촐랑 대다 영혼이 이탈되는 바람에....ㅋㅋ
    합체하려 달려 갑니당, 슝~~~~

    몰으신 건물주의의도는 저도 궁금해지네요..

    햇살이 넘 예뻐요~~

    2008.10.12 10: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참 발랄하세요.
      블로깅 안하셨을 때는 무엇으로 이 끼를 발산하셨을지
      궁금해지네요. ^^
      정말 커피가 맛있어지는 계절이 되었지요?

      2008.10.12 19:37 [ ADDR : EDIT/ DEL ]
  2. 아이들 데리고 한번 가봐야겠네요. 대치동이라 좀 멀긴 하지만..^^

    2008.10.13 12:36 [ ADDR : EDIT/ DEL : REPLY ]
    • "보지 않은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디자인이나 건축에 대한 상상력을 일깨우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또 한 번의 문화충격이었다니까요. ^^

      2008.10.13 19:22 신고 [ ADDR : EDIT/ DEL ]
  3. 앨리스

    기사만 읽고 못가봤었어요. 우와~ 꼭 가야겠습니다. 미탄님께서 추천하시니 더더욱 가봐야죠!! ㅎㅎ

    2008.10.14 13:48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어쩐지 앨리스님도 아주 좋아할 만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2층 카페에서 모임 같은 것<?> 하고 싶네요! ^^

      2008.10.14 21:43 [ ADDR : EDIT/ DEL ]
  4. 앨리스

    모임 해요 해요~!! ^^ 너무 좋을거 같아요... 그런 곳에서 좋은 만남은. 언젠가 뵙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미탄님 팬이 워낙 많으니까.. 아무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일 듯 해요 ㅎㅎ

    2008.10.15 13:1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앨리스님의 발랄한 호응 덕분에 한 번 웃네요.
      저기는 카페라기보다 파티하면 딱 좋을 것 같았거든요.
      정말 저지르고 싶네요!! ^^

      2008.10.15 21:16 [ ADDR : EDIT/ DEL ]
  5. tuna님의 me2DAY 에서 트랙백이 걸렸는데
    me2DAY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어디에 어떻게 트랙백 잘 받았다는 표현을 해야할 지를 모른다. ㅠ.ㅜ

    2008.10.21 23: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소정

    오랫만에 왔어요!!

    당장 가봐야겠네요 여기 ㅎㅎ

    한참 못 뵈었는데, 그래도 잘 지내시는 것 같아 좋네요^^

    2008.10.31 18:2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음, 소정씨.
      소정씨도 한 공간사랑<?> 했었지. ^^
      히말라야 갔다온 경험은 혼자만 꿍치고 마는 겐가?
      블로그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어떻게 찾아가나?

      2008.10.31 20:39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