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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책2008. 5. 2. 15:57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 돌베개 2007

내가 윌리엄 진서의 책에 '뻑' 간 이유는, 요즘 내가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는 의문들을 일시에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글을 쓴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동작에서 쾌감을 느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본격적인 원고를 쓴다고 계획할 때 몇 가지가 걸렸다.

우선 '일관된 톤'에 관한 문제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다분히 복합적이다. 이치를 따져 말하는 것에 습관이 되어 있지만 직관적인 것도 좋아한다. '나'를 드러내고 싶기도 하고 감추고 싶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글쓰기와 읽는 사람에게 유익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사이에서, 조금씩 글쓰기가 불편해지고 있었다.

"모든 글쓰기는 결국 문제 해결의 문제이다. 어디서 사실을 수집하느냐의 문제일수도,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접근법이나 태도, 어조나 문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부딪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때로는 정답을, 또는 아무런 답도 찾지 못해 절망하는 수도 있다."  -49쪽

윌리엄 진서는 내가 가진 문제를 이해해 주었다.  나만이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명쾌한 해답까지 주었다. 그러니 어찌 그를 신봉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는 '통일성은 좋은 글쓰기의 닻과 같다'고 말한다. 통일성! 나는 이 용어를 듣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았다. 나의 고민을 한 단어로 정리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명확하면 해답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가 말하는 것 중에 '대명사의 통일'과 '시제의 통일'은 기본이라고 치고, '분위기의 통일'에서부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감탄을 넘어 감격할 지경이 되었다. 그것은 내 고민에 대한 완벽한 맞춤강의였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기본적인 질문을 몇 가지 던져보자.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어떤 자격으로 이야기할 것인가? <보고자? 정보제공자? 보통 사람?> 어떤 시점과 시제를 사용할 것인가? 어떤 문체로 쓸 것인가? <비개인적인 기록 문체로? 사적이면서도 격식 있게? 사적이면서도 자유롭게?> 소재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깊이 개입해서? 한 발 물러서서? 비판적으로? 비꼬듯이? 즐겁게?> 어느 정도로 다룰 것인가? 어떤 점을 강조할 것인가? 

누구도 무언가에 '대한' 책이나 글을 쓸 수는 없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책을 쓸 수 없었고, 멜빌은 고래잡이에 대한 책을 쓸 수 없엇다. 그들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 그리고 그 시간과 장소에 있는 특정한 인물들에 대해서만 썼다. 이를테면 어떤 고래를 쫓는 한 사람에 대해 쓴 것이다. 모든 글쓰기는 시작하기 전에 먼저 범위를 좁혀야 한다.

작게 생각하자. 주제의 어느 귀퉁이를 베어 먹을 것인지 결정한 다음 그것을 잘하는 데 만족하자. 이는 의욕과 사기의 문제이기도 하다. 너무 부담스러운 과제는 열의를 고갈시킨다. 열의는 여러분이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해주고, 독자를 계속 붙들어두게 해주는 것이다.

다음은 어떤 점을 강조할 것인가이다. 좋은 글은 하나같이 독자에게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생각 하나를 던진다. 두 가지나 다섯 가지가 아니라 단 하나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독자의 마음에 어떤 점 하나를 남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면 여러분이 어떤 길을 따라가야 할지, 그리고 어떤 목적지에 도달해야 할지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어조와 태도를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점은 진지하게, 어떤 점은 차분하게, 어떤 점은 유머를 써서 강조하는 것이 좋다."  -52, 53쪽

나는 그의 조언을 모조리 내면화하고 덤으로 하나 더 얻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보다도 아주 중요한 것을 얻었다. 문체와 자세와 경지에 있어서, 따라가고 싶은 기준을 발견한 것이다. 벌써부터 그가 일러준대로 간소하게 문장을 고치는 재미에 푸욱 빠져있을 정도이다. 책이란 정말 좋은 것이다. 미국에서 출간된지 32년 만에, 한국의 변방에 사는 내게로 와 이렇게 많은 것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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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저도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누구도 무언가에 '대한' 책이나 글을 쓸 수는 없다"는 얘기가 우선 와닿습니다.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있는 특정한 인물의 이야기..
    멋진 '이야기꾼'의 첫걸음을 엿본것 같아 즐거워요.^^

    2008.11.20 11: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강추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신뢰할 수 있고
      내게 영감을 주는 책을 만나면 참 행복할 뿐 아니라
      글도 잘 써져요.
      근데 좋은 책을 발견하기가 은근히 어렵네요.
      요즘은 필받을 수 있는 책을 읽은 지 오래 되어서
      그런가 좀 재미가 없네요. ^^

      2008.11.20 20:30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