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은 ‘천 개의 공감’을 ‘중년에 도달하여 生의 목표를 수정하다’라는 꼭지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큰 비중을 할애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중년에 이른 작가 자신의 고심의 산물이 아닐는지요.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짧은 지면에 폭넓은 내용을 조합해 넣은 김형경의 내공도 놀랍지만, 나의 생각과 흡사한 것에도 놀랐습니다.  나의 고심과 지향점이 저자의 탐색과 일치된다는 것은 우리 안에 어떤 보편성이 있다는 것이고, 이런 것이 소위 ‘집단 무의식’으로 연결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요즘 골돌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관계’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나의 개별성이 인간이라는 보편성 안에 귀속된다는 것,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나를 좀 더 개방적이게 해 줄 것입니다.


김형경은 중년기를 3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까지 폭넓게 잡고 있으며, 정체성 혼란과 生의 목표를 잃은 듯한 무력감으로 고통받기 시작한 시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청년기와는 다른 정신적 정서적 태도와 삶의 기능을 확보해야 하는 전환점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중년의 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다음 生이 축소될 수도 있고 확장될 수도 있다구요.


그녀가 제시하는 중년의 과제는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볼만 합니다.


첫째, 자기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우리 삶의 외양과 책임이 달라지고 우리가 사는 세상도 변화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이전의 그림을 생에 적용할 수 없다는 거지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서사쓰기’를 권합니다.


둘째, 삶의 목표를 수정하는 일

생애초기에 설정한 삶의 목표는 이제 어느 정도 충족되었거나 혹은 본질적으로 충족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사실을 체득하게 된 만큼, 새로운 정체성에 맞춰 삶의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녀의 예시가 명확합니다. 예전에는 사업을 해서 멋진 사옥을 짓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그 사업을 통해 어떻게 사회적인 책임을 완수할 것인가 생각하라.


셋째, 천복을 기억하는 일

중년은 사회의 속도와 문명에 이끌려가던 걸음을 멈추고, 삶의 가장 밑바탕, 정신적 지주를 찾아가는 시기입니다. Follow your bliss. 조셉 켐벨의 표현이지요. 천복이란 이번 생에 타고난 소명, 그것을 완수할 역량과 자질, 운명에 내재된 비밀, 생에서 진정 원하는 것을 뜻한다구요.


넷째, 공동체에 회귀하기

중년은 또한 회향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천복을 타고나는 이유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공동체에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서라구요, 김형경은 공동체에의 회귀야말로 우리 삶의 진정한 목표에 닿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사랑이든 지혜든 물질이든 우리가 가진 것을 세상에 되돌려주기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구요.


다섯 째, 죽음을 기억하기

죽음을 기억하고 있으면 삶을 가볍고 단출하게 영위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 몇 십 년 안에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모두 가지치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그녀는, 유서쓰기와 장례식장에서 듣고 싶은 추도사 써보기, 자녀와 이웃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해보기를 권합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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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년의 정의가 매우 맘에 듭니다. 30대중반~60대초반 ^^
    소개해 주신 중년의 과제를 읽으면서 소중한 중년의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꾸려갈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월요일 아침이 너무 좋습니다. 귀한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2008.09.22 10:0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진심으로 그 구획이 믿어지는데요,
      그 정도로 시대 자체가 젊어졌지요.
      아하~~ 원래 통계학적으로도 65세 부터 노인으로 지칭하기도 해 왔네요.
      그럼 그 전에는 중년이죠 뭐. ^^

      2008.09.22 19:37 [ ADDR : EDIT/ DEL ]
  2. 아이 유치원에서 부모 교육이 있었는데 마지막 시간에 자신의 장례의례가 있었습니다.
    본인의 영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접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죽음을 생각해보게 되고 지금 내게 중요한 것과 그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지치기란 말이 참 좋으네요.

    좋은 밤 되세요~~

    2008.09.22 14: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여기저기 명상프로그램 같은 데서도 단골 꼭지인 것으로 아는데, 유치원 부모 교육에서도 하는군요.

      모임의 분위기가 진지하고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있어 충분히 몰입하면, 펑펑 우는 사람도 있고 평소의 생각을 심기일전하는 데 꽤 강력한 방법 같아요.

      문제는 한 번 각성한 것을 얼마나 끌고가느냐겠지요.

      2008.09.22 07:29 [ ADDR : EDIT/ DEL ]
  3. 미탄님 글이 예전보다 더 공감이 된다는 건 제가 중년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일까요? 그래도 김형경 님이 중년을 30대 중반부터로 잡으니까 조금 위안이 되긴 합니다만..ㅋㅋ

    2008.09.23 21:17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미리미리 공감해 두면 인생 2막에 대한 대비도 많이 할테니 나쁘지 않겠네요. ^^

      2008.09.23 23:21 [ ADDR : EDIT/ DEL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를 딱 한 가지만 고르라면 무엇을 택하시겠습니까?   나는 오랫동안 '창조'라는 말을 품고 살아 왔습니다. 크든 작든 창의적인 것을 만나면 참 행복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아이들용으로 사 준 책들을 내가 더 좋아한 적도 많습니다. '생각쟁이'라는 잡지가 생각나네요. 막 창간되었을 때 정기구독을 시켜주었는데, 컨셉이 참 좋았습니다. 잡다하게 구색을 맞춰놓은 기존의 잡지들과는 달리 '창의적인 위인'을 집중소개하는 내용이 참 실했습니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많이 읽었습니다.

이호철선생님이라고 계시지요, 초등학생들을 1년만 담임하면 글과 그림의 선수를 만들어놓는 분이신데요, 그 분이  가르치는 과정에 대해 쓴 책들도 참 좋아했습니다. 아니 지금 봐도 참 좋습니다.
있었던 일을 말하듯이 쓰도록 가르치고,  '아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대로' 그리도록 지도하는 노하우는 정말 강력해서,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한 명도 소외되지 않고 글과 그림을 가지고 자기를 표현하게 되는 과정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랫동안 '창조'를 짝사랑만 했지, 내가 무엇을 창조하지는 않은 것입니다. 그저 소비자에 머물렀지 직접 무엇을 생산할 생각은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느닷없이 속에서 무언가 꺼내 달라고 칭얼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명히 그것은 표현에 대한 의지였습니다. 낙서를 일삼다가 시집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20여 편에 불과하지만 습작도 했습니다. 불경기로 꽉 막혀 우울하던 날에 마음에 드는 시를 발견하여 마음을 풀고 밥을 먹은 일이 기억납니다. 내 조그만 뜰에서 붓꽃과 모과나무를 보며 시를 쓰던 시절이 내 '창조'의 시작입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 때가 중년의 시작이었군요, 중년을 맞이하는 여자들 중에 이유없이 아픈 사람들도 있는데요, 어느 책에서 보니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기피하려는 노력이 신체로 가는 수도 있다고 나와 있더군요, 내 경우에는 그것이 '표현'으로 나타난 셈입니다. 어쨌든 지금은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릴케가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글을 쓰지 말라'고 했다는데, 나는 글쓰지 않고 못 살 것 같습니다. 그러니 써야겠지요.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천하에 나 혼자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자유이기도 하고 절대 고독이기도 하지요. 요즘은 거울만 보면 우울합니다. 말로만 듣던 '노화'가 시작된 탓입니다. 눈가의 주름을 시작으로 입 주변에 주름이 몰리더니, 이내 얼굴 피부가 늘어져 입 주변으로 골이 패였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시작인데 앞으로 그 무서운 일을 어찌 겪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보통 늙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늙은 것처럼 대하는데,  이제 내가 늙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두렵고 떨리는 길을 가는 데 내가 나를 표현할 길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글 한 편, 사진 하나에 행복할 수 있어서 정말 고마운 마음입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창조'라는 키워드에 '인내'와 '공감'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실행력'과 '관계'를 확인한 것입니다. 

이것 아세요?   내가 정말 신봉하고 있는 가치라면 머리에 이고 사는 것이 아니라, 매일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고, 한 두 번의 시도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밀고 나가며,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내 것으로 해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야 하는 거지요.  

모든 키워드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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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비

    김나경입니다^^
    한 주일밖에 안 된 것 같은데
    읽을 글이 가득하네요~

    중년을 맞이하는 여자들중에 이유없이 아픈"
    대표적인 한 사람입니다.
    저는 고통을 직시하지 않고 외면하려는 경향이 확실히 있는 편이지요.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지금 무지 헤매고 있습니다.
    친정언니 왈 "너는 욕심을 좀 버려라"
    한의사샘 왈 "생각을 단순히 하라"
    남편 왈 "이상한 책들 좀 읽지 마라"
    ...마음을 편하게 먹어라...너한테 달렸다
    는데 그게 모두 내 맘대로 안 되는걸 어째라는건지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지금은 그저 아무 것도 안하고, 못하고
    시간이 좀 훌쩍 지났으면 한답니다.

    2008.09.20 10:0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남편 분 이야기 빼고는 다 맞네요 뭐. ^^
      우리가 왜 남의 일에는 똑소리 나게 처방이 가능하잖아요,
      남의 일이라서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정 힘들고 혼란스러울 때에는 '남의 일처럼 살아라'도 생각해봄직하지요.

      나는 학원운영이 어렵기도 했지만, 40대 후반의 몇 년을 아무 것도 못하고 허비한 것이 제일 아까워요.
      나경씨는 나보다는 일찍 인생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으니까, 무조건 덮어두기 보다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보고 내가 원하는 삶에 도달하기 위한 디딤돌을 놓기 시작해도 좋을 것 같아요.

      모처럼 산에 갈 생각인데 날씨가 흐려서 더 좋네요.
      우비까지 가지고 갈 거에요.
      비가 왔으면 좋겠군요. ^^

      2008.09.20 11:28 [ ADDR : EDIT/ DEL ]

 

요즘 참 감정기복이 심합니다. 낮에는 눈부신 하늘을 보며 이 아름다운 세상을 완벽하게 향유하고 싶다는 열망에 달뜨고, 저녁에는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한숨을 내쉬는 식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선들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순간적으로 당황합니다. 그 뜨겁던 여름이 사라지고 서늘한 가을이 되었다는 것은,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합니다. 여름이 사라진 것처럼 언젠가는 가을 또한 사라질 것이며, 곧이어 인생의 겨울이 닥치리라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가을은 우리에게 생을 결산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과연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도달할 수 있는가?


전에는 내가 나의 존재를 규명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놀고 혼자 일하고 혼자 걸어가는 데 하등의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서서히 사람에게 눈뜨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남들은 다 알고 있는데 나만 몰랐던거죠. 사람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한 인간은 없습니다. 나의 존재는 주변 사람들의 정서적 지지와 추인 속에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몇 십 년 혹은 몇 백 년 후에 인정받는 것은 천재에게나 해당되는 일입니다.


전에는 무슨 일을 시도할 때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고 싶다는 마음을 따라 그저 내지르면 되었습니다. 이제 젊음의 뙤약볕이 사라진 오후를 맞이하여 텅 빈 손을 들여다보노라니, 와락 겁이 납니다. 내가 가진 자산이 별 것도 아닐뿐더러 세상이 공평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깎아지른 듯한 벼랑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날아오르지 못하면 굴러 떨어진다!  현실적인 기반을 갖추지 못한 낭만과 즉흥적인 행동파의 현실인식은 그처럼 절박합니다.


잘 못 살았다! 옳든 그르든 내가 지니고 살아온 원칙을 수정해야 하는 것은 두렵기 짝이 없습니다. 발판이 꺼져 땅 끝으로 추락하는 기분입니다. 내가 공중 분해되어 아무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마치 이 곳이 아닌 다른 생이라도 있는 것처럼,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처럼 모든 것을 뜨악하고 낯설게 바라보는 방관자였습니다.  작은 이익에 목숨을 걸거나, 어딜 가나 무리를 이루는 자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갖게 된 목표에도 죽기살기로 덤벼들지 못했습니다. 타고난 기질일 수도 있지만 은연 중에 세상을 만만하게 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완전히 바닥에 굴러 떨어진 자의 두려움을 갖고 다시 시작합니다. 난생처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인정을 구하는 나를 봅니다. 지극히 작은 것이라도 차곡차곡 내 것을 쌓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살아가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입니다.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중년의 혼란이 저한테만 찾아온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연의 계절 가을이 그렇듯이 인생의 가을 중년은 우리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하니까요.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고, 낯선 감정에 당황하면서 우리는 기존의 가치를 재배열하고 정신적으로 새로 태어나게 됩니다.


알렌 B 치넨은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이라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 각별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평소와 같은 지적이고 객관적인 원고에 그는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거리를 둔 것 같고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의아해하면서 원고를 고치고 또 고치던 그는 드디어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자기 자신의 사적인 경험들, 감정들 그리고 생각이 빠져 있었던 거지요. 자신의 내부에 있는 여성성을 드러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된겁니다.


처음에 그 사실을 발견하고 알렌 B 치넨은 거의 공포를 느꼈다고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드러내는 감상적인 글쓰기를 혐오한 사람답게, 그동안 사적인 문제들이 드러나지 않도록 객관적인 사실이나 임상 예에 숨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 실컷 해 왔으니까요. 그는 내부의 욕구를 회피하려고 했지만, 마음 속의 귀찮은 목소리는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책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는 다시 시작합니다. 의학적인 지식에 사적인 경험들을 더 해가면서 다시 책을 쓴 것입니다. 그러는 중에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여성적인 측면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중년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혹독한 통과의례를 치룹니다. 오래된 부부관계의 매너리즘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간 줄리엣은 세상을 섭렵한 후에 남편의 존재를 새롭게 발견합니다. 다행히도 ‘뇌 용량이 콤팩트 통만한 ’ 여자들과 어울리던 남편도 다시 돌아옵니다. 이제 그들 부부는 서로에게 다시 호기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내적인 공간을 갖고 서로의 방을 방문하는 형식을 새롭게 배워 나갑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오류였던 셈입니다.


중년은 낡은 것을 뒤엎고 변혁에 몸을 맡기는 시기입니다. 엘리엇이 ‘황무지’에서 노래한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는’ 저 잔인한 계절 4월보다 더 역동적인 환골탈태의 시기입니다. 내가 협소한 자의식의 골방에서 나와 세상을 다시 배우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입니다. 살짝 의기소침하고 쭈삣거려지던 마음이 위로를 받습니다. 훨씬 낮아지고 겸손해진 자세로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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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여행을 통해 즐겁고 행복한 맘만 만땅 충만 하시길 바래요.
    그 여행에 동참 하고 싶어 집니다.^^

    좋은 날되세요.

    2008.09.09 13: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앞으로 한 10년쯤 있으면 토마토새댁님도 그 여행 떠나게 되실지도 몰라요. 그 때 제 블로그의 글들이 참고가 되도록 열심히 궁리하고 글 올릴게요. ^^

      2008.09.09 17:34 신고 [ ADDR : EDIT/ DEL ]

‘중년’ 하면 곧바로 ‘위기’라는 말이 따라올 정도로 ‘중년의 위기’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중년이 그처럼 위기의 시기로 불리우는 이유는 일대 전환기이기 때문인데요, 똑같은 전환기인 사춘기에는 주변에서 모두 이해하고 한 수 접어주면서, 중년의 위기는 백안시하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중년의 위기 역시 성인의 성장발달의 일환이지 일탈의 핑계가 아닌데도 말이죠. 


성인발달에 대해 장기적인 연구를 수행한 대니얼 레빈슨에 의하면, 중년에는 인생후반을 향하는 단계에서 여러 가지 심리학적 문제에 봉착한다고 하네요.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지게 되는데요, 조금 길지만 워낙 근본적이고 중요한 질문들로 보여서 인용해봅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무엇을 해왔는가 가족, 친구. 일. 지역사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실제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주었는가. 자기 자신 그리고 주위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중심이 되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그 가치관이 생활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 자신의 가장 뛰어난 재능은 무엇인가. 그 재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젊은 시절의 꿈 중에서 무엇을 이루었는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가. 현재 자신의 욕망이나 가치관과 재능을 병립시키면서 살고 있는가. 현재의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가.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가지고 살고 있는가. 외부세계에서 어느 정도나 효과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현재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장래를 위해 더 나은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가.


중년에는 이처럼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여 자신을 재평가하려는 노력이 대두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이제껏 지니고 살아왔던 정체성이나 페르소나가 흔들리게 되고, 그같은 총체적 혼란을 가리켜 쉽게 ‘중년의 위기’라고 부르게 된 것 같습니다. 자기 안의 이런 문제들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사람은 역동적이고 확장된 자아상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쇠퇴와 파괴의 내리막길을 걷게 되겠지요.


구체적으로 레빈슨이 중년의 과제로 제시하는 것은 다음의 네 가지 측면입니다. 이 네 가지 양극성을 어떻게 잘 균형잡고 통합하느냐에 따라서, 한 개인의 중년이 위기인지 아니면 기회인지가 정해질듯 하니, 자신의 통합정도를 한 번 채점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네 가지 과제는 젊음/노쇠, 파괴/창조, 애착/분리, 여성성/남성성의 통합입니다.



* 참고도서
대니얼 레빈슨, 남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 이대 출판부 1996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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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자

    한명석님, 실로 오랜만에 방문했습니다.
    여전히 포스팅이 활발하시고,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쓰시고 깊어지셨네요.
    작년에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아직까지 완전히 새로운 균형을 찾지는 못했지만
    나이 마흔이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출발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단순해서 넘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좀 예민한지라...ㅎㅎ
    이전에는 저는 단순히 통과의례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라.
    전환과 변곡을 통해 거듭나라.
    진짜 너의 인생을 살아라.

    그런 메시지를 던져주는 시기가 이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사부님처럼 지리산에서 한달 정도 처박혀 있다 오고 싶은데
    밥에 매여서
    일상의 변혁을 시도하는게 좀 버겁네요.

    명석님, 책쓰는 건 잘 진행되나요?
    부디 잘 꿰셔서 좋은 책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럼 가끔 놀러오겠습니다.^^

    2008.08.18 13:3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안그래도 아침에 옹박에게 댓글 단 것 보고,
      장난칠까 하다 말았는데 통했나 보네요.
      분명히 맞는 말이고 동의하지만
      나는 죽으라는 말이냐고... ㅠ.ㅜ

      책 생각만 하며 사는 건 아닌데,
      달리 하는 일이 없고 또 성과가 안 나와주니까
      꼭 똥차되는 기분이네요. ^^

      원래 느긋해서 달자님처럼 달도 안 채우고
      쑤욱 애를 뽑아내는 집중력도 없고,
      그건 농담이고
      정말 성실한 독종다운 쾌거였어요.

      생각이 여전히 많군요.
      하긴 마흔이 정상적인 도약의 마지막 데드라인이긴 해요.
      달자님이라면 충분히 해낼 것 같은데?

      2008.08.18 15:3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