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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08 윌리엄 진서 따라잡기 4 -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2)
좋은 책/책2008. 5. 8. 10:28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 돌베개 2007


감각있는 글을 쓰게 하는 이정표가 있을까? 많지는 않다. 글쓰기는 모든 사람의 개성의 표현이며, 실제로 나타난 후에야 그것이 좋은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들려준 조언은 내게 최고의 이정표가 되었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글의 요건은 '명료함'과 '인간적인 온기'이다. 이 책 만큼 명료한 글은 처음이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에 충실한 예문을 보인 셈이다. 너무 쉽게 읽히지만 쉽게 쓰여진 글은 아닐 것이다. 저자가 동원한 예문만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장황한 글과 명료한 글의 예문을 보여주기 위해, 성경과 역대 대통령의 연설문, 인류학 보고서와 요리실습기를 망라하고 있다.

간소하게, 부디 간소하게 쓰자. 글쓰기 실력은 필요 없는 것을 얼마나 많이 걷어낼 수 있느냐에 비례한다.
'따로 틈을 내서'에서는 '따로'가 없는 것이 낫다. '개인적인 의사', '개인적인 친구'가 아니다. 의사면 의사고 친구면 친구다. 나머지는 군더더기다.  '보조하다'보다 '돕다'를, '다수의'보다 '많은'을, '용이하게 하다'보다 '쉽게 하다'라고 쓰자. 당신이 비행기의 기장이라면, '잠시 후 상당한 양의 강우가 예상된다'고 하지 말고, '비가 올 것같다'고 말하자.

글 쓰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그걸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또 자기가 쓴 글을 읽어보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말을 했나? 이 주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보기에 글이 명료한가?

이렇게 쉬운 말로 글쓰기의 정곡을 찌르는 저자의 공력에 감탄이 나온다. 나는 이 책을 만나서, 뭔가 좀 아는 것처럼 보이고 싶다는 허영심을 버린다. 평소에 하는 말처럼 써서 전달할 수 없는 내용은 없다!
간소한 글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이 부분에서 완성된다.

어떻게 하면 난삽함이라곤 전혀 없는 이 부러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답은 난삽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치워버리는 것이다. 명료한 생각이 명료한 글이 된다.

또 좋은 글에는 글쓴이가 드러나 있다.

좋은 글쓴이는 글 바로 뒤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나'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나'를 생각하면서 쓰거나, 초고를 일인칭으로 쓴 다음 '나'를 빼면 된다. 그러면 비인간적인 문체에 온기가 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나'를 쓰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감정이나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무슨 특별한 권리라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여긴다. 아니면 자기중심적이거나 품위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학계에 있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독자들이 감성적인 글에 반응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그것을 독자의 수준이 낮은 탓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훈련이 안된 탓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윌리엄 진서의 설명을 듣고나니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이 책을 통털어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되풀이해야겠다.  이 문장은 벼락같은 깨달음을 주었다.

궁극적으로 글 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이로써 내 글쓰기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다. 명료하게 생각함으로써 명료한 글을 쓸 것이다. 편안하게 말하듯이 풀어 쓸 것이다. 나를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향기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매력있는 인간이 되도록 애쓸 것이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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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떤 종류의 글이든
    글을 쓰면 내가 너무 드러나는것같아 불편했어요.
    그래서 '보여주기 싫은 내모습'은 드러나지 않도록 꽁꽁 감춰두려하지요.
    하지만 그렇게 쓴 글은 외려 더 낯뜨겁고 부끄럽더라구요...
    참 어렵지만 매력적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

    미탄님 글은 참 힘있고, 분명하고, 사려깊어 좋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단련하신 결과였군요. 존경스럽습니다.
    ^^

    2008.11.20 10: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새댁님 글도 분명하고, 사려깊어요.^^
      새댁님이야말로 독서량이 참 많아 보여요.

      2008.11.20 20:28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