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공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10.11 Kring - 자본과 감각이 만나다 (11)
  2. 2008.09.22 WAgit, 한량들의 놀이터 (6)
  3. 2008.05.25 <15호> '공동육아'에서 배우자



'문화의 제국' 김홍기님 블로그에서 보고는 득달같이 달려갔다.  공간구경하기를 좋아하는 탓이다. 복합문화공간 Kring - 삼성역에서 5분 거리에 있다.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는 건물 외관.





천장이 높고 탁 트인데다가 로비가 운동장만큼 넓어서, 아무라도 들어서는 순간 어리둥절하게 생겼다. 온통 백색의 광택질로 꾸며놓은 실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공상과학영화 속의 복제인간 공장에라도 온 기분이다.   로비 전면의 커다란 화면에서  전시회 설명이 지나가는듯.

1층에 시네마, 2층에 카페와 전시공간이 있다. 영국 현대미술전을 개최중인데 로비와 벽면 등에 자연스레 진열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작품이 많지는 않아도 모두 세련되고 진지해서 마음에 들었다. 2층 전시공간에서는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바자회가 열리고 있었다.  




좋아라 뛰어다니는 아이, 저 꼬마하고는 2층 카페에서 또 만나 한참을 같이 놀았다.
요즘 아이들이 왜 이렇게 예쁜지 어디서든  아이들과 부딪치면, 한 마디라도 말을 붙이게 된다.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아이들은 금방 마음을 열어준다.  대신 꼬마의 부모가 경계하는 폼이 역력하다.





입구에 깔린 타일이 예사롭지 않아 눈길이 자꾸 가는데,  
옆으로 자리잡은 휴게실을 보고는 입이 쩍 벌어진다.
멋스럽고도 편안하니 디자인과 기능을 둘 다 살린 셈이다.


 


휴게실은 2층에서 보면 이렇고,
가까이에서 보면 이렇다.
저 빨간 것은 컴퓨터인데 터치만 할 수 있고 키보드가 없어서 반벙어리인 셈이다.
혹시 디자인이 망가질까봐 키보드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 현대적인 조형물은 머리빗과 빨래집게 같은 것들로 만들어졌다.










데이비드 맥이라는 작가의 콜라주.  정교한 사실성과 함께 묘한 위엄이 느껴진다.













이 건물은 그 자체가 거대한 작품이다.  빛이 흐르는 계단과 1,2층을 가로지르는 조형물, 비상구의 붉은 벽과 의자까지 모조리 작품이다. ㅎㅎ 화장실도 예술이다. 날렵한 문과 세면대의 디자인에서 놀란다. 무지무지하게 넓은 공간도 작품이다. 1층 로비가 넓더니 2층 카페도 운동장 만하다. 전시실도 넓다. 넓은 화폭을 빼꼭이 채우지 않고 여백으로 말하는 화가처럼, 그 넓은 공간을 듬성듬성 조금 밖에 쓰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출신 찰스 에이버리의 '섬사람들'이라는 연작,
조촐한 소품이지만  익살과 연륜이 느껴져서 좋다.


























2층의 카페 전경, 어이없을 정도로 여유있는 공간에 어리둥절하다. 우리나라 바리스타 1호가 직접 볶아서 내린 커피가 2,000원 정도의 기부금을 받고 제공된다. 수익금은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된다고 쓰여있다. 어떻게 이런 구조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건물주인 금호건설의 후원이 있어서 가능하다는 대답이다.

KT&G가 홍대 앞에 '상상마당'이라는 복합문화시설을 지었듯이 요즘 새로운 풍조인가 보다.  직접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으로나마 꼼꼼히 살펴보니, '상상마당' 은  치밀하고 꼼꼼해 보인다. 독립영화 상영관이나 밴드지원, 아트마켓과 문화강좌 등 다양하고 역동적인 활동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 같다. 지하4층에서 지상 7층까지 속이 꽉 찬 느낌이다. 조이한의 미술사 강의가 땡겨서 언제고 들어볼 계획인데, 수강비가 다른 곳의 절반 수준이라 반가웠다.  그밖에도 '홍대앞의 재발견' 처럼 세련되고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선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느낌이다. 대기업이 허영이나 시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하면 Kring은 너무 느슨하고 단지 럭셔리한 셈이다.  눈요기하기는 좋지만 건물주의 의도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카페 한 편의 이 공간을 보라,  뻥 뚫린 천장과 화려한 창문, 세련된 테이블과 의자가 모조리 미래에서 온 풍경같다.  전혀 사용될 계획이 없는 공간처럼 깔끔하고 이질적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떠나서 탁 트인 공간이라는 것 하나 만으로도 나는 이 곳이 마음에 든다. 천장이 낮고 좁은 곳을 병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광할할 정도로 높이 뚫린 천장과 텅텅 비어있는 여백이  좋다. 슬로우비디오처럼 공연히 느슨해지고 싶은 날, 이 곳에 가서 느릿느릿 공간구경도 하고 책도 보고 끼적거리다 오면 좋을 것 같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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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고...esc키를 잘 못 몰러 긴 댓글 홀랑 날려 먹었어요..아흑..
    바리스타 커피 마시고 싶어 촐랑 대다 영혼이 이탈되는 바람에....ㅋㅋ
    합체하려 달려 갑니당, 슝~~~~

    몰으신 건물주의의도는 저도 궁금해지네요..

    햇살이 넘 예뻐요~~

    2008.10.12 10: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참 발랄하세요.
      블로깅 안하셨을 때는 무엇으로 이 끼를 발산하셨을지
      궁금해지네요. ^^
      정말 커피가 맛있어지는 계절이 되었지요?

      2008.10.12 19:37 [ ADDR : EDIT/ DEL ]
  2. 아이들 데리고 한번 가봐야겠네요. 대치동이라 좀 멀긴 하지만..^^

    2008.10.13 12:36 [ ADDR : EDIT/ DEL : REPLY ]
    • "보지 않은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디자인이나 건축에 대한 상상력을 일깨우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또 한 번의 문화충격이었다니까요. ^^

      2008.10.13 19:22 신고 [ ADDR : EDIT/ DEL ]
  3. 앨리스

    기사만 읽고 못가봤었어요. 우와~ 꼭 가야겠습니다. 미탄님께서 추천하시니 더더욱 가봐야죠!! ㅎㅎ

    2008.10.14 13:48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어쩐지 앨리스님도 아주 좋아할 만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2층 카페에서 모임 같은 것<?> 하고 싶네요! ^^

      2008.10.14 21:43 [ ADDR : EDIT/ DEL ]
  4. 앨리스

    모임 해요 해요~!! ^^ 너무 좋을거 같아요... 그런 곳에서 좋은 만남은. 언젠가 뵙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미탄님 팬이 워낙 많으니까.. 아무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일 듯 해요 ㅎㅎ

    2008.10.15 13:1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앨리스님의 발랄한 호응 덕분에 한 번 웃네요.
      저기는 카페라기보다 파티하면 딱 좋을 것 같았거든요.
      정말 저지르고 싶네요!! ^^

      2008.10.15 21:16 [ ADDR : EDIT/ DEL ]
  5. tuna님의 me2DAY 에서 트랙백이 걸렸는데
    me2DAY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어디에 어떻게 트랙백 잘 받았다는 표현을 해야할 지를 모른다. ㅠ.ㅜ

    2008.10.21 23: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소정

    오랫만에 왔어요!!

    당장 가봐야겠네요 여기 ㅎㅎ

    한참 못 뵈었는데, 그래도 잘 지내시는 것 같아 좋네요^^

    2008.10.31 18:2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음, 소정씨.
      소정씨도 한 공간사랑<?> 했었지. ^^
      히말라야 갔다온 경험은 혼자만 꿍치고 마는 겐가?
      블로그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어떻게 찾아가나?

      2008.10.31 20:39 [ ADDR : EDIT/ DEL ]




이태원 쪽에 새로 생긴 WAgit라고 하는 공간입니다. 이름하여 WAgit!  Wine 과 Audio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Agit라고 하는군요. WAgit의 음악담당은 강 헌, 와인 담당은 심 산이라고 하니 심상치가 않습니다. ^^



두 사람이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우리들만의 사랑방'이라구요, 그래서 운영도 회원제로 한답니다.
연회비 110만원을 내고 지급받은 멤버십카드를 출입문 센서에 대면 문이 열린다고 하니, 꽤 비밀스럽지요?

저는 회원가입을 한 것은 아니고 모임이 있어서 갔는데,  '공간'에 대한 오랜 로망을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육과 카페를 접목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 왔거든요. 그러니까 '인디고 서원'의 카페판, 서드에이지판으로 보면 됩니다.

WAgit은 아담하니 딱 좋더라구요,
이만한 곳에서 회원들이 내 집처럼 편안하게 쉬고,
인문학과 예술과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하고,
풍류도 누리면 정말 좋겠더라구요.

나는 과연 이런 공간을 원하는가?
나의 바램은 막연한 공상인가,
한 번은 물고 늘어져 봐야 할 꿈인가?
어떻게 하면 이뤄낼 수 있을까?




WAgit에 관심있으신 분은 심산스쿨 홈피를 참고하시구요,
http://www.simsanschool.com/bbs/zboard.php?id=board1&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70










강 헌 선생이 평생에 걸쳐 모은 엘피판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는 종종 자신의 유일한 재산이 그 엘피판이라고 말하는데요,
저는 그 말에서 한량의 고독을 느끼곤 합니다. ^^

WAgit에 아주 잘 어울리는 조각 한 점, 얼핏 봐서는 대리석으로 보이는데요, 멋있지요?




와인매니아가 낀 모임에 가면 뭐가 좋은지 아세요?
굳이 청하지 않아도 쉬지않고 와인에 대한 지식과 와인을 함께 공급해 준다는 것! ㅎㅎ




모처럼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야말로 Wine과  Audio에 흠뻑 젖었으니 WAgit 의 의미에 충실했던 셈이지요.  초일류 디제이 강 헌 선생이  선곡해 준 음반 중에서는 김광석 밖에 기억나지 않지만요.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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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nayoo

    좋은 곳을 소개시켜주셔서 감사드려요. ^^
    아직은 발을 들여놓기에 약간 부담스러운 것 처럼 보이지만,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심산스쿨 - 홈페이지 방문만으로도 좋은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이네요.

    2008.09.22 15:2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예, 좋은 커뮤니티를 찾아서라도 일부러 감직한 곳이에요. 수강비가 목돈이 들어서리~~ 홍대 앞에 상상마당이 대기업에서 하는 곳답게 저렴해서 타격이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군요.

      2008.09.22 19:31 [ ADDR : EDIT/ DEL ]
  2. 광풍바루

    아, 선생님. 심산스쿨 싫어요. 갈 돈은 없는데 막 가고 싶어지게 꼬여요. 흐음.
    잘 지내셨지요? ^^ 슬슬 진짜 가을이 다가오는 듯해요.

    2008.09.22 15:2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지요?
      가을맞이 마음보살피기 차원에서 한 번 질러줘요. ^^

      2008.09.22 19:32 [ ADDR : EDIT/ DEL ]
  3. 덕분에 심산스쿨이란 곳을 알았네요. 명로진 님의 인디라이터반은 전에 들었던 것도 같은데... 정말 공간이 근사하다는 말이 딱 맞는 곳이네요.

    2008.09.23 21:1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예, '삶에 포인트를 주는' 멋이 잔뜩 있는 공간 같아요. ^^

      2008.09.23 23:16 [ ADDR : EDIT/ DEL ]

 ‘공동육아협동조합’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요? 학부모가 출자금을 모아 어린이집 터전을 마련하고, 교육내용과 교사채용 등 중요한 사항을 직접 결정하는 곳입니다. 1994년에 처음 시작되어 70여 곳이 운영 중이라고 하는데요, 참여를 원하는 학부모는 기존의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몇몇이 모여 새로 협동조합을 구성하면 됩니다. 50만원 정도의 가입비가 있으며, 200-700만 정도의 출자금을 모아  어린이집 장소를 마련하고, 출자금은 탈퇴시에 돌려받는다고 합니다.


갈수록 대형화, 학습위주, 몰개성화, 경쟁위주로 흘러가는 교육풍토에 반기를 들고 모인 학부모들인 만큼, 공동육아에서는 감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것이 최고의 목표입니다. 오감을 키우고, 자연과 사람과 관계맺기 연습을 하는 것이 최대의 커리큘럼이므로, 공동육아의 생활방식에는 상당히 신선한 시도가 많습니다.


어린이집의 이름부터 상식이 터져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반딧불이 어린이집, 꿈틀꿈틀 어린이집, 하늘땅 어린이집, 열리는, 굴렁쇠, 한 발 먼저, 씽씽 등.  뿐만 아니라 이 곳에서는 원생들을 ‘덩실’, ‘옹골이’같이 독특한 이름으로 부르고, 교사에게도 ‘풀냄새’, ‘아침’, ‘바람돌이’, ‘물길’같은 별명으로 부른다네요. 어떻게 이렇게 뜻깊고 아름다운 우리 말을 잘 찾아냈는지 감동스러울 정도입니다.


공동육아의 최대목표는 ‘관계맺기’입니다. 자연과 또래와 어른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표현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상생의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능력을 꼬맹이 시절부터 훈련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일방적으로 정해진 교육과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흥미가 연결되는 주제를 탐구합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주체성을 키우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합니다. 들살이-야영에서 주운 도토리로 묵을 쑤고, 목화를 심고, 황토염색을 하고, 움집만들기에 참여합니다. 인위적으로 강요된 예절보다 자연스러운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어른에게도 존대어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유아교육에까지 파고든 과다경쟁의 선험학습 속에서 양산되는 로봇같은 아이들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건강한 인간을 키우는 이들의 시도가 참으로 소중합니다.


저는 서드에이지가 공동육아를 벤치마킹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육아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자립적인 협동으로 물적 정신적 교육공간을 창조했듯이, 우리도 협동을 통해 삶의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거지요. 일정금액을 출자하여 평생학습을 주도하는 공간을 창조해보면 어떨까요?   진취적인 학부모가 그들의 자녀를 위해 해 준 일을, 우리가 스스로를 위해 해준다면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정기적인 독서토론과 세미나를 통해 공동관심사를 탐구하고, 홈페이지와 책을 통해 성과물을 창조하는 겁니다. 새로워진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용어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격려하는 네트웍을 구성하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중년에도 도전할만한 과제가 있고,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이 문화를 창조하는 일이고,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면 살아있는 한 우리는 현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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