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5.27 (펌글) 정혜신그림에세이 -- 절창 (3)
  2. 2008.05.05 역사적 순간 (4)
  3. 2008.03.13 자체발광
좋은 삶/펌글창고2009. 5. 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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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전에 발매된 조용필 1집 앨범에 <한오백년>이란 노래가
있습니다. 소름끼칠 만큼 절창이었다고 평가받는 곡입니다.
당시 20대였던 한 주부는 그 노래를 듣는 순간 ‘한오백년을
이렇게 부를 수 있는 가수가 다시는 안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무작정 그 음반을 샀다네요. 그걸 들을 수 있는 전축도 없으면서요.

깊은 음악적 소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좋은 오디오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자기의 감으로 절창이다, 확신한 거지요.
그녀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며 아직도 그 LP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사람에 대해서도 그런 감(感)이 올 때가 있습니다.

바닷물을 모두 마셔봐야 짠 맛을 알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모든 사람을 다 만나봐야 진짜 이 사람인가 보다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지나고 보니 첫 사랑의 상대가, 심리적 이유에서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최상의 파트너인 경우가 있잖아요.

수많은 이들에게 운명처럼 그런 ‘감’을 주었던 한 사내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삶의 매순간이 절창(絶唱)같아서 전축도 없이 판을 산 주부처럼,
그를 받아들일 심리적 쿠션도 없이 많은 이들이 무작정 끌어안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노.무.현.은 아직도 ‘단 한 사람뿐’인가 봅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함께 길고 깊게 손모으며...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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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느 여고생 조문객 하나가 나무에 매달린 노란 리본에
    "내 마음 속 단 한 분의 대통령"이라고 쓴 것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무어라 말을 보태지 못 하던 차에
    정혜신의 그림에세이가 그야말로 절창이라 옮겨 봅니다.

    그림에세이 블로그에 그에 대한 글을 옮겨놓은 부분에서, 각별한 추모의 자세를 배웁니다.
    http://blog.naver.com/mindprism/80069004024

    2009.05.27 11: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햇살

    그분이 없으니 따뜻함이 조금 덜 합니다.
    계신 것 만으로도 얼마나 큰 희망이였는지
    빈자리가 너무 크게 와 닿습니다.
    허전함에 계속 맴돌게 하는 그분의 글과 사진이네요~

    미탄님 잘 계시죠?
    너무 오랜만이네요~

    2009.06.01 12:47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 햇살님. 잘 지냈는지요?
      꿈벗 참여 이후 원하는 만큼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지요? 지난 주말 전체 프로그램에는 다녀 왔구요?^^

      예, 누군가 없어져봐야 그 존재감을 확인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지, 정치적 무관심이 얼마나 커다란 폭력과 비인간화를 가져 오는지, 슬픔과 무력감이 분노를 일으키네요.

      2009.06.01 18:23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5. 5. 18:07
새벽 두 시에 눈이 떠졌다. 좀처럼 없는 일이다. 여섯 시까지 글을 쓰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장면이 나왔다.
나보다 먼저 책을 내게된 후배가 나를 격려해주었다. 헐~~


사실 요즘은 책을 내는 일보다도 일이 하고 싶다.

갑갑해서 몸이 마구 뒤틀린다. ^^

'삶이란 나의 혼이 들어간 일과 다르지 않다'

전에 멋모르고 하던 말들이 가슴벅차게 다가온다.


좋아하는 빵집에만 가도 부럽다.

이십 년 동안 있는 힘을 다 해 빵을 만든 장인기질이 느껴진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갖가지 모양의 빵들에게서,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치즈케잌에서,

일한다는 것의 맛이 느껴진다.


무언가 내 안에서 꼬무락거리는 것이 있다.

그 생각을 하느라 새벽에 잠이 깬 것이다.

오랜 꿈이지만, 내 기질과 반대되는 요소도 있다.

전같으면 무조건 지르거나,

한 가지 싫은 점 때문에 전체를 버리는 짓도 많이 했지만

조금은 달라졌다.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어떻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해결하고

좋아하는 요소를 극대화하여 껴안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생각해 보는 것이다.

하긴, 철들 때도 되었지. ^^


정혜신은 여든 번 째 그림에세이에서

‘역사의 현장’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본인은 미처 몰랐겠지만, 어떤 이별이나 선택, 새로운 몰두가

이 후 그 사람의 삶에서 더할 수 없이 중요한 역사적 순간이 되곤 한다는 것.


거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인데

맺음말이 일품이다.


어쩜 당신은 지금,

홀로 어떤 역사적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현장을 오롯이 볼 수 있고,

의미를 예견해야 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오직 단 한 사람 자신 뿐입니다.

그렇다.
오늘 새벽의 심란함을 역사적 순간으로 승격시키는 것은,
오직 나 하기 나름이다.
지금 이 순간은 물론 미래의 한 장면을 오롯이 그려보며,
의미를 만들어내야 하는 거다.
지.금. 여.기.에.서. 바.로. 내.가!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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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비꽃

    오늘 세 번째 이곳을 들러 봅니다.
    이런 글을 읽으려고 그랬나 봅니다.

    "하긴, 철들 때도 되었지."에서 히히 웃으며.
    '철 안든 제비꽃이 철들기 거부하는 미탄님께' 드리던 편지도 생각나고.
    저도 빨리 철이 들어서 '역사적 순간'의 오롯함을 맛보고 싶어요.

    2008.05.05 21:33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다시 정혜신이네요.
      그니의 키워드인 '공감'을 비로소 확연히 이해했다고 할까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 제일 중요한 것이
      '공감' 같아요.
      그니의 단골 주제인 '자의식'도 좋구요.

      2008.05.05 23:18 [ ADDR : EDIT/ DEL ]
  2. @햇살

    정혜신님의 책을 읽으면서 미탄님이 생각이 났는데.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전 계속 일일 이라서 일 하기 싫은데. ㅋㅋㅋ

    2008.05.06 17:3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승부근성이나 직업적 전문성 면에서 여러 모로 부러운 분이지요.

      직장인의 로망이 한 달만 아니 일 주일만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근데 18개월쯤 쉬다 보니 그것도 아니네요. ^^ 내 강점과 기질에 맞는 일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구체화하느냐, 그것이 정말 큰 문제인 것 같지요.

      2008.05.06 20:34 [ ADDR : EDIT/ DEL ]

좋은 삶/미탄통신2008. 3. 13. 00:56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이 3월 5일자 '그림에세이'에서 '자체발광'이라는 표현을 했군요.
나를 표현할 때 사회적인 지위나 재산 등 '후광효과'에 의지하지 않고 내적 자신감을 스스로 뿜어낸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요, '자체발광'하는 사람이 흔치는 않지만 겪어보니 참 근사하다고 말합니다.

나도 가끔 생각해보는 부분이라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는 사람을 후광효과에 견주어서 판단하지 않거든요. 당연히 나 자신도 후광효과에 의지해서 판단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아무런 후광도 없는 사람의 자기위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진정한 내적 자신감'은 정혜신의 주요한 관심사인지, 그녀의 글 중에서 두 어 번 더 접한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직업상 만 여 명에 가까운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보았지만, 진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는 식입니다.

예전 같으면 '나는 진정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어' 하고  쉽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조금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내가 아무리 '자체발광'을 한다고 해도, 그것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지요.
가령 동화작가 권정생님처럼 어른이 읽어도 감동적인 동화를 쓰는 분이, 평생을 남루하게 살다 가셨거든요.
우리 사회에서 아무도 권정생님의 빛을 알아봐 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권정생'이라는 동화작가를 갖지 못하고 말았을 것이라는거지요.

'사회적인 지위'나 '재산'처럼 세속적인 잣대는 아닐지라도, '명예'나 '감동'같은 후광효과는 있어야 '자체발광'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외부의 지지가'전혀' 없이도 '자체발광'할 수 있는 사람은 글쎄요. 스스로 의미를 찾아내고 스스로 존재하는 '성인'급이 아니고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이 세상 안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범인이라면, 최소한의 '인정'은 필요하다. 무언가 사회적인 목표를 가졌다면 최소한의 '대중적 지지'는 필요하다, 그래야 내면적 자존감도 유지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솔직함과 사교적 위장, 나다운 것과 대중의 눈높이와의 조화란 그저 필요의 차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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