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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9 강화 전등사의 '참 좋은 찻집' (8)




강화도 전등사에 다녀왔다. 10년 만인가 보다. 전등사를 둘러싸고 있는 삼랑성 성벽문만 아련히 기억나고, 나머지는 모조리 낯설었다. 막 단풍들기 시작한 나무들이 화사한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전등사 안에 편안하게 자리잡은 전통찻집에 반해 버렸다. 고풍스런 기와집, 마당에 있는 큰 나무, 조그만 화분들, 조각보 쳐 놓은 창문, 돌확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했다. 살랑이는 바람에 햇살 머금은나뭇잎이 팔랑이며 날아다니고, 조그만 연못 속에도 가을이 잔뜩 떨어져 있었다. 대추차 냄새 구수한 뜰에 한 시간 넘게 앉아 있었다.

전등사 경내에도 화사한 햇살이 가득했다. 대웅전, 약사전, 명부전이 유독 조촐하나 신축한 티가 없는 옛절이라 좋았다. 대웅전의 네 모서리 기둥 위에 벌거벗은 여인이 조각되어 있다. 절을 짓던 목수를 배반하고 떠난 여자에게 천 년동안 추녀를 받치고 있으라는 저주가 서려있다고.

전등사에서 나와 점심으로 먹은 묵밥, 모양은 저래도 상큼한 김치 맛과 어울려 꽤 맛있었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마니산 참성단 가는 산길도 한시간 정도 올랐는데 너무 좋았다. 누군가의 시집 제목에도 있는 '함허동천'에서 야영장 쪽으로 올라갔는데, 잡목숲 터널 아래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게 나 있는 소롯길이 정겨웠다.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길을 만들며 간다'는 경구가 생각나는 길이었다. 막 물들기 시작한 크지 않은 나무들이 신록처럼 싱그러웠다. 모처럼 자연의 정기에 흠뻑 젖었다. 참 좋은 가을날이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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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하, 전등사에 다녀 오셨군요.
    얼마되진 않지만 다녀본 중에서는 수준급입니다.
    너무 번듯하지 않고 너무 화려하지 않고 너무 인위적이지 않고.
    형님네 가족 왔을 때 함께 갔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에 혹 다시 가신다면 초지대교 밑의 묵밥집을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허름한 집인데 참 맛있습니다.

    2008.10.19 21: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젊어서는 시간을 누리고, 나이들어서는 공간을 누린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뭔 소리인지 조금 알 것 같아요. 나의 성소를 몇 군데 짱 박아놓고 싶군요, 요즘은.

      2008.10.19 23:16 [ ADDR : EDIT/ DEL ]
  2. 참 좋은 가을날을 보내셨군요.
    가을이 시작될때 참 힘들어하신 모습이 기억나서
    오늘처럼 좋은 날이 되셨다니 제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전 오늘 조금 무거운 맘입니다.^^;;
    이러저러한 생각들 때문에요.

    좋은 밤되세요~~~

    2008.10.19 22: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늘 에너지에 넘치는 토마토새댁님이 무거운 맘이
      되셨다니, 실례인지 몰라도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보이네요. ^^

      햇빛 비치는 날만 있었다면 온 지구가 사막으로 변했을 것이다... 뭐 이런 말도 있더라구요. 문제를 글로 써 보세요. 그것 만으로도 남의 일처럼 조금 떨어뜨려서 생각하게 되는 효과가 있답니다.

      2008.10.19 23:19 [ ADDR : EDIT/ DEL ]
  3. 묵밥~ 저 너무 좋아하는데에~ 강화도 전등사...음..!!
    가을이 다 가기전에 하루 내서 꼭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탄님덕에, 마음이 가을스러워졌습니다..헤헷
    (근데, 왜 여긴 여름같지요..ㅠ_ㅠ)

    2008.10.21 04: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일교차가 너무 심해서 어제도 낮에는 선풍기를 켰네요. 그리고 왠 가을 모기가 이렇게 극성을 부리는지!
      프로펠러처럼 기류를 일으키는 명이님의 에너지가 참 보기 좋아요!

      2008.10.21 08:51 [ ADDR : EDIT/ DEL ]
  4. 비밀댓글입니다

    2008.10.21 04:2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예, 방문할게요.

      2008.10.21 08:5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