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6.04 <20호>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답다 (8)
  2. 2008.05.28 <17호> 내게 오는 모든 것을 즐겨주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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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대의 나보다 편안합니다.
세상은 넓고 가능성은 온통 열려있는데, '나'라고 하는 존재는 불명확해서 늘 출렁대던 젊음이 사라졌거든요.
나는 30대의 나보다 만족합니다.
행복은 얼마나 가졌느냐에 달려있지 않고,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느냐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40대의 나보다 지혜롭습니다.
이제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짚어볼 만합니다. 이 세상에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참 오래도록 내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내 생각, 내 관심, 내 기호가 아니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겨우 껍질을 깨고 세상을 내다 봅니다.
'너'의 모습, '그'의 생각, '그녀'의 스타일이 보입니다.
손내밀어 그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주앉아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를 재잘대고 싶기도 합니다.
나는 이제 겨우 '왕재수'에서 사람같아졌습니다. ^^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체험을 가지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도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치닫는 맛, 추락하는 맛을 골고루 알게 되었고,
왜 사람과 어울려살아야 하는지도 알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의 내가 제일 좋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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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08.06.05 12:00 [ ADDR : EDIT/ DEL : REPLY ]
    • 앨범정리하다 발견한 사진으로 이렇게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해본 건데, 딸애도 그러더니,
      용감한건가요? ^^

      누군가의 '평가'라는 것, 참 미묘하고도 이중적이고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너무 마음쓸 수도 없고
      무시할 수도 없고...
      그냥 참고만 하고, "나는 나다!" 하는 마음으로
      털어버리기 바랄게요.

      2008.06.05 22:54 신고 [ ADDR : EDIT/ DEL ]
  2. 제가 아는 미탄님은 사진찍기도 좀처럼 내켜 하시지 않던 분이었는데, 이렇게 밝은 사진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왜 이렇게 기분이 좋죠?

    2008.06.07 08:1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혼자 발산하는 건 잘한다우,
      누군가와 같이 보조맞춰가며 조절해가며 함께 나아가는데 서툰거지 ^^

      2008.06.07 10:12 [ ADDR : EDIT/ DEL ]
  3. @햇살

    어떤이는 자신이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모든 면에서 더 나아졌다라고 느끼는 미탄님의 모습이 좋으네요~
    미탄님은 지금이 "좋을 때"이니깐요~

    2008.06.07 15:52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철들지 않는 사람들이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면은 있지요. 이런 나를 긍정하고 장점을 살리려고 생각한 것도, 한 시절 다 지난 다음의 일이라 문제이지만요. ^^

      2008.06.07 20:36 [ ADDR : EDIT/ DEL ]
  4.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뿌듯한 순간도 많지요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치닫는 맛, 추락하는 맛을 골고루 알게 되었으니까요 (본문 글귀인용^^)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나이를 핑계로 거절당하는 일 이외엔
    저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즐겁습니다.
    아이들은 지들 인생 사는 것이고요. ^^

    어울려 사는 인생에서
    저도 함께 어울린 것인가요?

    제 블로그를 한동안 바빠서 관리를 소홍히 하다가
    미탄님 지난번 트랙백을 타고 넘어왔어요.

    2008.06.09 10:38 [ ADDR : EDIT/ DEL : REPLY ]
    • 젊은이 위주의 세상에서 일할 기회를 박탈당할 때,
      그 때부터 서서히 '나이듦'에 대한 자의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수명 60세 시대의 관습이라고 울화통을 터뜨릴 데도 없고, ㅠ.ㅠ
      여성경제인협회, 중소기업청... 정부 차원에서 창업강좌도 있고,
      소자본이나마 창업대출도 해 주고 하더라구요.
      그간의 경험을 살려서 1인기업이라도 자영업을 하면서 보다 폭넓은 연대작업도 모색하고
      그래야 할 것 같아요.

      2008.06.09 19:03 신고 [ ADDR : EDIT/ DEL ]

최근에 가벼운 수술을 받을 일이 있었습니다. 정말 가벼운 수술이었는데도, 수술대에 누워있는 심정이 착잡했습니다. 부분마취라도 30분 넘게 걸리던걸요. 그야말로 만감이 스쳐갔습니다. 그동안 참 많이 겪으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한 번 아파본 적도 없는 거예요. 22년 전에 아들을 절개수술로 낳은 뒤 처음으로 병원에 왔으니 정말 건강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참 건강하게 살았구나 하는 심정이 아니라, 경험이 참 취약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1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났습니다. 아버지는 가벼운 수술 중에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셨지요. 72세, 요즘 세태로는 아까운 연세이셨지요. 그 날 수술실로 들어가시며 아버지는 눈물을 비치셨다고 하니, 일말의 예감이라도 있으셨던걸까요. 가족과 세상에게 인사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사라져야 하는 일방적인 처사가 너무 가혹하게 느껴집니다.

장 도미니크 보비 생각도 났습니다. 잡지 '엘르'의 편집장으로 생의 정점에 있던 그가 48세의 나이로 뇌졸중에 빠집니다. 왼쪽 눈꺼풀을 제외하고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연명'하던 그는 15개월 만에 나비가 되어 날아갑니다. 10센티미터 앞에 앉아있는 아들의 숱많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줄 수 없는 상태에 놓인 뒤에야 그는, 금발의 늘씬한 미녀와 자고 일어나서도 행복한 줄을 몰랐던 자신의 지난 날을 돌이키며, 입에 고이다 못해 철철 흐르는 침을 닦을 수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입원 중에 3시간 외출 허가를 얻어 거리로 나왔는데, 거의 감격할 지경이었습니다. 만 48시간동안 왼 팔에 꽂혀있던 주사바늘만 없어도 '자유'이던걸요. ^^ 하얗고 네모난 병원 건물로 주거를 제한당하지만 않아도 날아갈 것 같던걸요. 너무 익숙해서 나른하게 지쳐가던 일상을 이렇게 반짝거리게 돌려놓다니, 가끔 아프기도 해야할 것 같습니다. ^^

'작은 수술'로 리마인드된 마음을 오래도록 갖고 가야 하겠습니다. 살아있음을 명징하게 느끼고 즐겨야 할 것 같습니다. 장 도미니크 보비처럼 '극단적인' 카드를 뽑지 않은 것만도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내게 오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부끄러움과 회한과 의구심과 좌절마저도 고마운 심정이었습니다. 오너라 세상이여, 내가 너를 맞이해서 즐겨주마!  삶에 대한 대긍정, 한 시절 살아낸 사람 만이 누릴 수 있는 자족입니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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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비꽃

    어머, 혹시 지금도 병원에 계신 것은 아니신가요? 3시간 외출 허가받고 나오셨다니.
    혼자서 일처리하시는 미탄님 성격으로 보아서는 '작은 수술'이 혹 큰 수술을 가볍게 말씀하신 것은 아닌지요. 무슨 병이든 빨리 쾌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05.29 00:1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제비꽃님 별 일 없으시지요?
      '작은 수술'인 것 맞구요,
      지금 병원은 아니고, 아주 최근인 것은 맞네요.
      또 혼자서 일처리하는 편인 것도 맞는 걸 보면,
      상당히 적중률이 높은 편이라 재미있네요. ^^

      2008.05.29 11:40 [ ADDR : EDIT/ DEL ]
  2. 비밀댓글입니다

    2008.05.29 13:57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블로그를 하고 있었군요.
      진작 말하지요, 반갑네요.
      자주 방문할게요, 새롭게 소통해보아요!

      2008.05.29 16:1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