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표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2.06 말에 대한 짧은 느낌 (8)
  2. 2008.09.30 <58호>나를 표현하면 인생이 행복하다 (2)
좋은 삶/새알심2008. 12. 6. 10:20

구본형소장님의 저서 ‘세월이 젊음에게’에 제가 댓 줄 정도 출연합니다.

사람마다 제각기 표현수단이 다르니 그것을 찾아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지의 글에 제가 예시로 나옵니다.


소장님과 별로 나이차이가 나지 않는 연구원이 있는데, 그녀와 말을 하면 쉽게 지루해지지만 그녀의 글을 읽으면 번쩍 정신이 든다는 내용이지요.


사실 이 부분을 읽고 ‘지루하다’는 표현이 아파서 이틀 정도 괴로웠는데요 ^^, 충분히 맞는 말씀이십니다. 제게는 일상적인 말의 영역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용건과 주제가 없는 말은 도무지 어떻게 나누고 이끌어 가는지에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ㅜ.ㅜ


그렇다보니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고 지낼 때도 있습니다. 그것이 하나도 불편할 것은 없는데, 문제는 이럴 때 전화가 오면 침묵모드에서 대화모드로 변환하기가 아주 힘이 듭니다.


그래서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납니다. 모처럼 전화를 했던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일도 있습니다.  언니 글이 너무 좋아서 전화를 했는데 언니가 너무 뜨악했다는 말을 2년 동안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참 서툴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지요.


어제는 가끔 전화를 주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딜 좀 급히 가는 길이었고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습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고 내 상황이 이래서 긴 통화는 못 하겠다고 말하면 될 것을, 내 말만 하고 전화를 끊으려니 아차! 싶습니다.


에고 또 내 말만 했구나~~ 미안해지려는 마음에 이번에는 엉뚱한 말을 발설하고 맙니다. 실수를 만회하려다 또 한 번의 실수를 하고 마는 어리버리함의 극치!


그런데 말에도 종류가 있지 않습니까?  내가 관심있는 주제가 있는 이야기에는 반짝 합니다. 십 수 년 전 대중연설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청중이 아주 많아도 떨거나 위축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직 '일상적인 말'에 취약한 거지요.


주로 혼자 놀다가 슬슬 사람에게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일상의 말에 서툴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좌중의 분위기를 파악하여 조심스럽게 단계적으로 나를 전달하기, 엄마학교의 서형숙님의 지론 중에 “한 마디도 순간적으로 내뱉지 않는다”는 것이 있던데, 그 말도 명심해야겠구요.


나의 주된 표현수단인 글을 발전시키기 위해 더욱 훈련하는 것과는 별개로, 일상적인 말에도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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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본형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 상기 내용에서 짐작되는 분이 있어,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조금 궁금했더랍니다. 오늘 이렇게 밝혀주셨군요. (당시,선생님께서 나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각하면 어쩌나 생각기도 했었구요. / 일전,공저하신 책을 발췌하여 읽은 후부터 왠지 글이 좀더 잘 읽히는 것 같습니다.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져서 그럴까요? / 꿈꾸는 지식코뮌, 내년에는 멋지게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2008.12.06 12:4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파우스트님도 지식의 공동생산에 꽤 이끌리는 것 같던데, 덕담도 좋지만 독서모임이라도 하나 꾸려보지요? ^^

      2008.12.06 19:36 [ ADDR : EDIT/ DEL ]
  2. 제비꽃

    “한 마디도 순간적으로 내뱉지 않는다”...............!

    2008.12.07 09:42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내가 제일 명심해야 할 귀절이지요.
      요즘에는 모임에 가는 전철 안에서 주문을 외운답니다.
      오늘 모임을 온전히 즐기자,
      후회할 일, 사과할 일을 만들지 말자... 구요.

      2008.12.07 11:30 [ ADDR : EDIT/ DEL ]
  3. 신종윤

    한선생님~ 괜찮아요.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추운 날이어서 그랬을 거라고 짐작했어요. 얼마나 기쁘셨으면 그렇게 추운 속에서도 달뜬 목소리로 소식을 전해주셨을까 감사했어요.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마세요.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순간적으로 내뱉지 않는 건... 참 대단한 자기 절제이긴 하지만 상대방도 같이 오그라드는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악의가 담긴게 아니라면 적당히 쏟아낸 말에 사과도 좀 하면서, 그렇게 살면 어떨까요? 말많은 제가 자주 써먹는 방법이랍니다~

    2008.12.08 09:28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종윤의 말이 옳아. 너무 깔끔하고 자로 잰듯한 사람이 인간미가 없는 것이 사실이고.

      너무 조심스러운 사람은 조금 편안해져야겠고,
      나처럼 직설적이고 성격급한데다가 판단기능이 앞서는 사람은 조금 챙겨야 하는 거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원칙은 없다고 봐.

      '내뱉는다'와 '쏟아낸다'의 어감이 다른 것도 있지. 소장님께서 강조하시는 말씀 중의 하나인, 마지막 20%는 솔직해져는 안된다는 그 부분을 얘기한 거야.

      2008.12.08 10:43 [ ADDR : EDIT/ DEL ]
  4. 나빌레라

    ㅎㅎ 선생님이 저보다 좀더 심하신거죠? ㅋㅋ
    전 결혼하고 새댁시절에 시댁 작은어머니들께서 모여
    "쟤는 인사성이 어쩜 저래 없냐"하셨더래요^^
    늘 사람 만나는 일로 사는 사람인데...
    한번은 제가 돌보는 아이 하나가 그래요.
    "샘은 왜 말을안해요?"
    ㅜ.ㅜ
    여전히 어려워요, 저는.

    2008.12.09 10:48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학원할 때 상담을 병적으로 싫어했으니,
      나비님보다 중증인 것이 맞겠네요.

      근데 내가 아닌 것과 타협을 못하는 점이
      이로운 측면도 있더라구요.
      달리 살아가는 방법을 알지 못하므로
      죽으나 사나 '나로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 ^^

      2008.12.09 20:31 [ ADDR : EDIT/ DEL ]

 




사진가 스티클리츠가 화가 조지아 오키프를 찍은 사진들입니다. 그는 조지아 오키프보다 23세의 연상으로 이혼을 하고 그녀와 결합합니다. 그는 그녀의 몸과 피부의 촉감, 광대뼈 그리고 아름답고 긴 손을 계속해서 사진으로 탐구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스티클리츠가 사진으로 그녀를 애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피사체에 대한 완벽한 몰입이 절로 느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이 결코 직접적인 사랑에 뒤지지 않겠구나, 사진은 또 하나의 눈, 또 하나의 손, 또 하나의 마음이로구나, 예술가란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뒤를 이었습니다.


1918년 2월 6일 화가 클림트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클림트를 숭배하던 쉴레는 클림트의 마지막 침상에서 홀쭉하게 마른 그의 얼굴을 드로잉합니다. 화가는 우상의 죽음을 눈물로 애도하지 않습니다. 그가 가진 도구로 추모합니다. 쉴레의 드로잉은 죽어가는 클림트에게나 살아남은 쉴레에게 둘도 없는 교감과 추앙의 행위가 아닐는지요.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는 땡땡이 작가로 유명합니다. 그녀는 화폭과 벽면은 물론 사람의 몸과 공간, 가능한 모든 것을 땡땡이로 채웁니다. 땡땡이라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그녀의 열정 앞에 관객은 새로운 세계를 안내받습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그녀는, 70이 넘은 지금도 병원 옆 작업실에서 일합니다. 만약 땡땡이 작업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벌써 자살했을 거라고 합니다.

그녀의 작업 비디오를 보니 어이없음과 놀라움을 넘어 경악스럽기도 하고, 인간의 생명력과 집중력에 처연해지기도 합니다. 그녀의 작업 하나 하나가 살아남고자 하는 안간힘으로 느껴집니다. 모든 사람의 표현이 그처럼 절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모든 사람의 표현이 모두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쿠사마 비디오 링크


뛰어난 걸작이 아니요,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하더라도 표현하는 행위 자체가 즐거움입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를 가진 사람은 자신 만의 세계를 갖고 있습니다. 현실세계를 보완하고 치유하는 또 하나의 세상 말입니다. ‘기쁠 때나 슬플때나’의 만화작가 린 존스턴은 아이를 더 낳고 싶었을 때, 자신의 연재만화 주인공 가족 중에 여자 아이를 하나 더 등장시켰다고 하네요.


어떤 사소한 행위에도 몰입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정서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나를 표현하는 일은 소일거리요, 취미요, 문화의 토대가 됩니다.  표현은 세상에 대고 손을 내미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조지아 오키프가 스티클리츠의 사진에서 자기자신을 새롭게 발견했듯이, 표현은 가장 강력한 결속의 도구이니까요. 도심과 변방의 구분이 없어진 유비쿼터스 시대에, 표현은 나의 주소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취미와 관심사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문화의 시대가 될테니까요. 당신은 당신을 표현하며 살고 있는지요?  당신을 표현하는 도구는 무엇인지요?




사진 출처 - 브리타 벵케, 사막에 핀 꽃 조지아 오키프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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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던지신 질문에 답을 못 하는 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사람일까요?
    아직도 찾아헤매고 잇으니....
    가끔 제가 살고 있는 것인지 살아지고 있는 것인가를 구분 못 할때가 있습니다.
    에공..^^;;

    2008.09.30 09: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살고 있는 것인지, 살아지고 있는 것인지 구분을 못한다고 하시는 것은, 이미 토마토새댁님의 마음 안에 그 두 가지에 대한 명확한 분별과 지향이 있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

      2008.09.30 23:1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