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보살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1.19 <78호> 자기보살핌 (2)
  2. 2008.10.08 <66호> 글쓰기는 힘이 세다 (8)
 나는 참 재주가 없는 사람입니다. 진짜 음치에 기계치에 길치입니다. 노래방에서 내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다양한 평가는 요기에 나와 있습니다. ^^  일을 관두면서 차를 없앤 것이 세상 편할 정도로 기계가 부담스럽습니다. 지금도 딸애가 그렇게 권하는 자전거와 친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공간감각도 평균이하입니다.


그런데 요즘 내가 잘하는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를 보살피는 일’입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정서적인 안정감을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을 때에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나는 살아있다!’ 고 되뇌어 봅니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그것 하나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살아있는 것처럼 살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합니다. 죽으면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을 테니까요. 나는 살아있다! 이 한 마디로 어지간한 우울이나 슬럼프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어느새 나의 만트라-mantra, 眞言-가 된 것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내가 ‘나’를 만난 것은 내 뜻이 아니요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지만, 나와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내 인생의 주체이자 의미요,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늘 나를 보살피고 나를 위로하고,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읽고 쓰는 것에 지칠 때면, 이미 성공한 작가로서 원고청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나는 유능한 작가인데 오늘따라 글이 안 풀린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섣불리 지치지 않고 멈추지도 않고 내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고 계절과 시간을 느끼는 것이 작가의 본업이라고 생각하며 산책을 하곤 합니다.


늘 내게 무엇을 해줄까를 생각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숲을 느끼며 천천히 걷는 일, 산책을 마치고 좋아하는 빵집에 앉아 몽상을 즐기는 일, 혼자 음식점에 가서 처음 먹어보는 메뉴 시키기, 대중탕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는 일 등...  별 것 아닌 일일지라도 나를 보살피는 마음으로  의미를 담뿍 담아 행합니다.


이처럼 나를 보살피며 살다보니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 신경쓰기보다, 다른 사람에게로 관심의 초점이 이동된 것입니다. 이제는 나를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습니다. 무조건 나를 발산하기보다, 나의 체험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고, 다른 사람이 성장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곧 나의 기쁨이요 성장인 것을 알겠습니다. 아마 나를 찾고 나니, 더 이상 나에게 집중할 필요가 없어졌나 봅니다.


앨리스 D. 도마는 ‘자기보살핌’의 최종목표가 나의 이미지와 소명을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의 소명을 완수하고 나의 운명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자기보살핌의 극치라는 거지요. 그 말에 공감하면서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자기보살핌’의 목표는 사람을 더욱 더 뜨겁게 껴안는 일이기도 합니다. 나를 세운 다음에는 나를 버려라! 가 되는 거지요. 오랫동안 내 안에 갇혀있던 사람답게 이제는 사람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 생각으로 넘쳐납니다. 사람들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웃음과 성장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겸씨

    우연히 지나가다 들렸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분 같으네요~ 자기 보살핌,,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필요한 키워드 인거 같습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 남도 챙길 수 있는 거겠죠 ^^

    2008.11.21 11:2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예, 동감입니다.
      조금도 자기를 보살필 줄 모르고 자녀들에게 헌신적인 유형이 더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던걸요.
      무플의 썰렁함에서 구제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08.11.21 15:28 [ ADDR : EDIT/ DEL ]


저는 심란할 때면 아침에 눈뜨자 마자 ‘모닝 페이지’를 씁니다.  마음 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냥 써내려가는 것이지요.  ‘모닝 페이지’는 그 단순한 기법에 비해 효과가 정말 놀랍습니다. 한 가지를 써내려가다가 막히면  마음에 떠오르는 다른 것을 씁니다. 그렇게 써내려가다 보면 이것저것 뒤엉켜 심란하던 문제가 가지런히 정리가 됩니다. 어떤 이야기로 시작해도 가장 골몰하고 있는 문제로 귀결되거든요.


‘아하! 내 문제가 이거였구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문제가 명확하면 해답은 저절로 따라나오니까요. 쓸 것이 없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글쓰기는 손으로 하는 생각’이라는 말이 있듯이, 글로 쓰다보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모닝 페이지’는 줄리아 카메론이 ‘아티스트 웨이’에서 명명한 기법이지요. 그녀는 유명한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전부인으로, 이혼 후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에 빠졌다가 극복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모닝 페이지’는 그녀 자신이 고통을 이겨낸 과정을 체계화한 것이 아닌가 싶군요.


모닝페이지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소설가 이남희도 그 중의 한 명인데요,  그녀는 마음에 쌓인 것이 많은 사람, 웬지 불안하고 쓸쓸한 사람, 일없이 잔걱정이 많은 사람, 바라는 것은 많은 것 같은데 그게 뭔지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이는 사람에게 모닝페이지를 권합니다.


줄리아 카메론은 모닝 페이지를 반드시 세 페이지를 채우라고 말하는데요, 그 이유는 의식의 밑바닥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조금 가다 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실마리를 끝까지 파고들다보면 무의식에까지 도달할 수 있고, 의식의 바닥을 긁어봐야 자기치유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여기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떤 조언이나 치료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구요.


보통 정신분석을 ‘말하는 치료’라고 하는데, 글쓰기에도 똑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야기치료’라는 방법론도 있습니다.


최소한 사나흘간 20분씩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에 대해 쉬지 말고 써내려가도록 하는데요,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것에 대한 기분이 어떤지 써내려 가라고 합니다. 이 때는 감정과 사건을 모두 쓰라구요. 감정이 없는 사실의 나열은 정신을 자유롭게 해 주지 못하고, 사실이 없는 감정의 나열은 경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모두를 쓰는 과정에서 감정적 카타르시스와 통찰이 수반된다고 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억압된 분노, 두려움, 슬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글쓰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유용하다구요. 이야기치료는 이야기를 다시 쓰는 것, 새로운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기보살핌’의 저자들도 나를 보살피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강조합니다.

내게 일어난 모든 사건과 감정을 글로 쓰라. 그럼으로써 슬픔과 불안과 분노를 흘려보내라. 누군가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에게 보낼 편지와 보내지 않을 편지를 나누어서 써 보라. 보낼 편지를 쓸 때는 정직하되 너무 자기 감정에 빠지지 말라. 상대를 비난하지 말고 당신의 입장과 감정을 분명히 밝혀라.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쓰면서 당신이 발산시키지 못한 분노와 원한의 어두운 면을 탐색하는 기회로 삼아라. 글로 씀으로써 당신은 감정을 내려놓게 된다. 과거에 덜 매달리게 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훨씬 자유롭게 된다.


모닝 페이지나 편지, 일기가 모두 유용하겠지만, ‘미스토리’를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위인들이 생애를 마무리하면서 쓰는 것이 자서전이라면, 보통 사람들이 아직 고쳐 살아볼 시간이 남아 있을 때 쓰는 것은 ‘미스토리’입니다.  내가 살아온 과정을 글로 쓰고 나면, 더욱 잘 살고 싶어집니다. 내 삶이 한 편의 이야기체계로 느껴지므로, 삶의 이야기가 미래로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정말 한 번 사는 것처럼 살아보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내 삶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 미스토리의 위력입니다.



참고도서 : 앨리스 D 도마/헨리 드레허 지음, 자기보살핌,

             양유성, 이야기치료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 의식의 바닥을 긁어야 하는 거였네요.
    늘 순간순간 지나치며 건드리기만 하고 지나쳤는데.
    키 넘는 수영장에서 발가락으로 바닥 툭툭 치듯이요.
    긁어야 하는 거였네요. 박박.

    2008.10.08 2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햐~~ 기가 막힌 비유네요.
      그러니까 의식의 바닥을 긁기 위해서는
      물 좀 먹어줘야 하는 거지요. ^^

      2008.10.08 23:11 [ ADDR : EDIT/ DEL ]
  2. 미스테리로 읽다 앗..이게 아니잖~~~아!
    미스토리...네요.
    첨 알았네요.
    위인전 말고 정말 자서전을 읽고 싶을때가 많아요.
    보통 사람들의 미스토리..
    지금 써 놓고 몇년 뒤 다시 꺼내 읽는 느낌은 어떨까요?
    그래서 더 잘 살고 싶어지는 것일까여?

    좋은 날 보내세요..

    2008.10.09 00: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모든 사람의 미스토리가 사실 미스테리 아니겠어요?
      따지고 보면 삶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도 기적 아닌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면 그저 고맙고 행복한 일 뿐이라니까요.
      토마토새댁님의 밝은 댓글도 그 중의 하나이구요. ^^

      님도 좋은 가을날 되세요~~

      2008.10.09 11:58 신고 [ ADDR : EDIT/ DEL ]
  3. 요즘 마음이 동해서인지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한없이 생깁니다. 그런데 쓰고 싶은 글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실용적인 글이 아니네요. 저도 하루에 세장씩 쓰고싶은 것 무작정 써보면 답이 나올까요?

    2008.10.09 02: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앗! 중년에 나타난다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교차, 그건가봐요! 하하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제맘대로 스토리를 써 보네요. 쉐아르님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가시기를!

      2008.10.09 12:00 신고 [ ADDR : EDIT/ DEL ]
  4. 미탄님도 모닝페이지를 쓰셨군요. 저도 요즘 모닝페이지에 많이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의식의 바닥까지 내려가는 글쓰기는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아직은 일기 수준...^^
    미스토리를 어떻게 쓰면 잘 쓸 수 있는지 한번 포스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대략 자신의 출생부터 쭉 쓰면 된다고 생각되긴 하는데, 선뜻 하기가 어렵더라구요.

    2008.10.09 08:56 [ ADDR : EDIT/ DEL : REPLY ]
    • 평소에 합리적이고 무리없이 살아온 분들은 무의식도 평온하겠지요 뭐. ^^ 저처럼 충동적이고 산만한 사람들은 들여다 볼 것이 많거든요. ^^

      예, 미스토리에 대해 한 번 포스팅 할게요.

      2008.10.09 12:03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