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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3 <1호> 앵무새가 욕부터 배우는 이유 (4)
한명석의 writingsutra2010. 2. 3. 18:41
 

앵무새가 말을 배울 때 평상적인 말보다 욕을 먼저 배운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욕이나 저주에 쏟아 붓는 엄청난 에너지를 앵무새가 감지한다는 얘기일 텐데요, 한낱 미물이 그럴진대 우리가 글 쓴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바로 그 말’을 글로 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도약과 망설임, 생의 절정과 나락, 향유와 빈곤, 도취와 권태... 그 무엇이 되었든 요즘 나를 점령하고 있고, 내가 빠져있는 ‘그것’에 대해 쓸 때, 글이 생생해질 테니까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것 때문에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하는 거지요. 이렇게 쓰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자기검열 속에 이리저리 말을 돌리다보니, 글을 쓸 수 없거나 무난하긴 해도 새로울 것이 없는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닐지요. 


경험에 의하면 나에게 그렇게 오래도록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내가 내 생각에 골몰해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자기 생각에 몰두해 있을 뿐인 거지요. 그러니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자, 글이라는 것은 언제나 ‘나’에 대해 쓰는 것인 만큼 글쓴이가 오롯이 드러난 글이 좋은 글이다, 문법적으로 올바르거나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매끄러운 글, 어려운 전문용어로 치장한 글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 살아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솔직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강박증을 이용하라고까지 말합니다.  작가란 결국 자신의 강박관념에 대해 쓰게 되어 있다. 당신을 가장 괴롭히는 강박증에는 힘이 있다. 당신이 글을 쓸 때마다 언제나 같은 곳으로 돌아가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바로 이 강박증의 변두리에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들을 창조해낼 수도 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쓰고 났을 때의 해방감을 맛보고 나면 오래도록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엑스터시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합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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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럴 때가 있지요.
    (실연당했을 때 좋은 글이 나온다. 그러나 그럴땐 글쓰고 싶지 않다. 쓸 힘도 없다!)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검열 없는 '당신' 혹은 '내'가 가장 쓸만한 글감이라는 데에 백번 공감합니다.

    문제는 그런 감정을 글로 쓸 수 있는 힘이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실연당하면 되새김질 하는 것만으로 고통스럽습니다. 걍 술먹고 잊어버리고 싶지요. 그러나 실제로 그럴 때 섬세한 감수성과 이야기가 글로 잘 풀어져 나오더군요.
    이 아이러니!! ^^

    작가란 이런 天刑 혹은 天幸을 타고난 이가 아닐까 싶군요.
    그나저나 나탈리 氏도 참 대단하십니다. 강박증까지 이용하라고 하니.. 과연 '뼛속까지' 내려갔다 온 사람 답습니다. ^^

    2010.02.03 19: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실연을 포함해서 모든 예기치않은 불상사를 겪은 직후에는 충격에서 헤어나는 것만도 큰 일일 꺼구요. 극심한 혼란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아픈 경험을 소화시켜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것은 글쓰기와 세월 밖에 없을 겁니다.^^

      天刑과 天幸이 동의어임을 알고 있는 지장보리님도 만만치 않은 걸요!

      2010.02.03 23:26 신고 [ ADDR : EDIT/ DEL ]
  2. 자기검열이란 단어가 도드라져서 보이네요. 뭘 그렇게 겁내하면서 자기검열을 하는걸까요. 알것같으면서도 모를것같기도해요. 언제나 그 질문 언저리를 돌고 있다는 생각이드네요. ^^

    2010.02.03 21: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 주변에도 수진님과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늘 생각하고 있는데요~~ 세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았어요.

      1. 일기나 모닝페이지, 부치지 않을 편지 등을 쓰면서 나를 드러낼 때의 쾌감과 위력을 맛본다.
      2. 자신을 표현하는 지수가 높은 사람 중에 신뢰할 만한 사람과 어울리거나, 주변에서 찾을 수 없다면 그런 사람의 글을 읽는다.
      3. '난 나야, 나는 나다운 글을 쓸 권리가 있어'하는 식의 긍정적인 만트라를 정해서 수시로 되뇌인다. 최근에 내가 접한 최고의 만트라는 "그래! 그래! 그래!"라는 것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있는 힘을 다 해 두 세 번 씩 외치면 정체불명의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2010.02.03 23:3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