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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2 <34호>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한명석의 writingsutra2010. 4. 22. 12:17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여기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대답은, 윌리엄 진서가 말한 ‘인간적인 온기가 있는 명료한 글’이다. ‘인간적인 온기’란 글 쓴 사람이 드러나는 것을 뜻한다.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면 자연스럽고 진솔한 글이 된다. 글이란 언제나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발밑의 어둠에 대해 쓰라.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질 만한 그럴듯해 보이는 주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와 고민, 실수와 상처를 솔직하게 드러내라. 사람들은 글을 읽으며 공감을 원한다. 자신처럼 작은 일에 울고 웃는 사람을 발견하여 동질감을 느껴 편안해지고 위로받으며, 댓글 등의 방법으로 개입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힘들어한다.  남자들이 더 그런 것 같다. 여자들이 주로 자기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 비해 남자들은 공식적으로 인증된 이야기를 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솔직한 글을 쓰는 남자가 돋보이기도 한다. 최근 김정운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중년남자의 심리를 솔직하게 드러낸 요인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또 하나 좋은 글의 요건은 ‘명료함’이다. 도대체 이 글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이것은 모든 글쓰기의 기본인데도 불구하고 종종 무시된다. 글을 쓰다 보니 샛길로 빠지기도 하고, 글 쓰는 사람 자체가 주제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짧은 글에 너무 많은 생각을 담을 때도 있다. 윌리엄 진서는 ‘글 하나에 한 가지 생각’을 강조한다. 두 가지나 세 가지가 아니라 단 한 가지 생각이라는 것. 그러니 글 쓰는 사람은 수시로 질문해야 한다. 이 글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그 이야기를 충분히 했는가? 


보통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내가 주제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 경우일 때가 많다. 그럴 때는 다시 생각을 가다듬어 쓰고 싶은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라. 그리고 나서 글의 전체에 걸쳐 그 생각을 구현하는 글을 쓰면 된다. 글을 고칠 때도 마찬가지다. 그 ‘하나의 생각’을 관철하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문장은 군더더기다.


‘인간적인 온기와 명료함’이 ‘어떻게 글을 쓸까’ 하는 방법론이라면 여전히 ‘무엇에 대해 글을 쓸까’하는 문제가 남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적인 것은 어떤 것도 나쁘지 않다. 살면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 중에서 우선 내게 글로 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켜야겠지.  나아가 읽는 사람에게도 가치가 있어야 한다.  반드시 대단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빙긋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재치나 한 번 따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아이디어,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하는 대리만족 까지 아주 소소한 것도 좋다. 내가 받은 인상을 충실하게 표현하면 이것은 저절로 생겨난다. 내 삶을 완성하고자 애쓰는 기운이 저절로 세상을 완성하는 것처럼, 내 주제에 전념하면 거기에 자연스러운 아우라가 생긴다.


사연 많은 인생사를 구구절절 풀어내서는 글의 밀도가 떨어진다. 반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사소함에서는 인생사가 거의 배어나오지 않는다.  공룡의 손톱만한 뼈 화석만 있어도 공룡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일화도 삶을 드러낼 수 있다. 오랜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인생의 뼛조각 한 점을 찾아라. 그것이 글 쓰는 사람이 할 일이다.


▣ 공룡에 대한 부분은, 박덕규의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소설쓰기’에서 인용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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