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석의 writingsutra2010. 4. 22. 12:17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여기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대답은, 윌리엄 진서가 말한 ‘인간적인 온기가 있는 명료한 글’이다. ‘인간적인 온기’란 글 쓴 사람이 드러나는 것을 뜻한다.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면 자연스럽고 진솔한 글이 된다. 글이란 언제나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발밑의 어둠에 대해 쓰라.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질 만한 그럴듯해 보이는 주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와 고민, 실수와 상처를 솔직하게 드러내라. 사람들은 글을 읽으며 공감을 원한다. 자신처럼 작은 일에 울고 웃는 사람을 발견하여 동질감을 느껴 편안해지고 위로받으며, 댓글 등의 방법으로 개입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힘들어한다.  남자들이 더 그런 것 같다. 여자들이 주로 자기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 비해 남자들은 공식적으로 인증된 이야기를 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솔직한 글을 쓰는 남자가 돋보이기도 한다. 최근 김정운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중년남자의 심리를 솔직하게 드러낸 요인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또 하나 좋은 글의 요건은 ‘명료함’이다. 도대체 이 글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이것은 모든 글쓰기의 기본인데도 불구하고 종종 무시된다. 글을 쓰다 보니 샛길로 빠지기도 하고, 글 쓰는 사람 자체가 주제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짧은 글에 너무 많은 생각을 담을 때도 있다. 윌리엄 진서는 ‘글 하나에 한 가지 생각’을 강조한다. 두 가지나 세 가지가 아니라 단 한 가지 생각이라는 것. 그러니 글 쓰는 사람은 수시로 질문해야 한다. 이 글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그 이야기를 충분히 했는가? 


보통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내가 주제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 경우일 때가 많다. 그럴 때는 다시 생각을 가다듬어 쓰고 싶은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라. 그리고 나서 글의 전체에 걸쳐 그 생각을 구현하는 글을 쓰면 된다. 글을 고칠 때도 마찬가지다. 그 ‘하나의 생각’을 관철하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문장은 군더더기다.


‘인간적인 온기와 명료함’이 ‘어떻게 글을 쓸까’ 하는 방법론이라면 여전히 ‘무엇에 대해 글을 쓸까’하는 문제가 남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적인 것은 어떤 것도 나쁘지 않다. 살면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 중에서 우선 내게 글로 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켜야겠지.  나아가 읽는 사람에게도 가치가 있어야 한다.  반드시 대단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빙긋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재치나 한 번 따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아이디어,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하는 대리만족 까지 아주 소소한 것도 좋다. 내가 받은 인상을 충실하게 표현하면 이것은 저절로 생겨난다. 내 삶을 완성하고자 애쓰는 기운이 저절로 세상을 완성하는 것처럼, 내 주제에 전념하면 거기에 자연스러운 아우라가 생긴다.


사연 많은 인생사를 구구절절 풀어내서는 글의 밀도가 떨어진다. 반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사소함에서는 인생사가 거의 배어나오지 않는다.  공룡의 손톱만한 뼈 화석만 있어도 공룡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일화도 삶을 드러낼 수 있다. 오랜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인생의 뼛조각 한 점을 찾아라. 그것이 글 쓰는 사람이 할 일이다.


▣ 공룡에 대한 부분은, 박덕규의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소설쓰기’에서 인용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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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책2008. 5. 8. 10:28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 돌베개 2007


감각있는 글을 쓰게 하는 이정표가 있을까? 많지는 않다. 글쓰기는 모든 사람의 개성의 표현이며, 실제로 나타난 후에야 그것이 좋은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들려준 조언은 내게 최고의 이정표가 되었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글의 요건은 '명료함'과 '인간적인 온기'이다. 이 책 만큼 명료한 글은 처음이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에 충실한 예문을 보인 셈이다. 너무 쉽게 읽히지만 쉽게 쓰여진 글은 아닐 것이다. 저자가 동원한 예문만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장황한 글과 명료한 글의 예문을 보여주기 위해, 성경과 역대 대통령의 연설문, 인류학 보고서와 요리실습기를 망라하고 있다.

간소하게, 부디 간소하게 쓰자. 글쓰기 실력은 필요 없는 것을 얼마나 많이 걷어낼 수 있느냐에 비례한다.
'따로 틈을 내서'에서는 '따로'가 없는 것이 낫다. '개인적인 의사', '개인적인 친구'가 아니다. 의사면 의사고 친구면 친구다. 나머지는 군더더기다.  '보조하다'보다 '돕다'를, '다수의'보다 '많은'을, '용이하게 하다'보다 '쉽게 하다'라고 쓰자. 당신이 비행기의 기장이라면, '잠시 후 상당한 양의 강우가 예상된다'고 하지 말고, '비가 올 것같다'고 말하자.

글 쓰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그걸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또 자기가 쓴 글을 읽어보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말을 했나? 이 주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보기에 글이 명료한가?

이렇게 쉬운 말로 글쓰기의 정곡을 찌르는 저자의 공력에 감탄이 나온다. 나는 이 책을 만나서, 뭔가 좀 아는 것처럼 보이고 싶다는 허영심을 버린다. 평소에 하는 말처럼 써서 전달할 수 없는 내용은 없다!
간소한 글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이 부분에서 완성된다.

어떻게 하면 난삽함이라곤 전혀 없는 이 부러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답은 난삽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치워버리는 것이다. 명료한 생각이 명료한 글이 된다.

또 좋은 글에는 글쓴이가 드러나 있다.

좋은 글쓴이는 글 바로 뒤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나'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나'를 생각하면서 쓰거나, 초고를 일인칭으로 쓴 다음 '나'를 빼면 된다. 그러면 비인간적인 문체에 온기가 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나'를 쓰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감정이나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무슨 특별한 권리라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여긴다. 아니면 자기중심적이거나 품위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학계에 있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독자들이 감성적인 글에 반응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그것을 독자의 수준이 낮은 탓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훈련이 안된 탓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윌리엄 진서의 설명을 듣고나니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이 책을 통털어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되풀이해야겠다.  이 문장은 벼락같은 깨달음을 주었다.

궁극적으로 글 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이로써 내 글쓰기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다. 명료하게 생각함으로써 명료한 글을 쓸 것이다. 편안하게 말하듯이 풀어 쓸 것이다. 나를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향기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매력있는 인간이 되도록 애쓸 것이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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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떤 종류의 글이든
    글을 쓰면 내가 너무 드러나는것같아 불편했어요.
    그래서 '보여주기 싫은 내모습'은 드러나지 않도록 꽁꽁 감춰두려하지요.
    하지만 그렇게 쓴 글은 외려 더 낯뜨겁고 부끄럽더라구요...
    참 어렵지만 매력적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

    미탄님 글은 참 힘있고, 분명하고, 사려깊어 좋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단련하신 결과였군요. 존경스럽습니다.
    ^^

    2008.11.20 10: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새댁님 글도 분명하고, 사려깊어요.^^
      새댁님이야말로 독서량이 참 많아 보여요.

      2008.11.20 20:28 [ ADDR : EDIT/ DEL ]

좋은 책/책2008. 5. 2. 15:57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 돌베개 2007

내가 윌리엄 진서의 책에 '뻑' 간 이유는, 요즘 내가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는 의문들을 일시에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글을 쓴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동작에서 쾌감을 느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본격적인 원고를 쓴다고 계획할 때 몇 가지가 걸렸다.

우선 '일관된 톤'에 관한 문제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다분히 복합적이다. 이치를 따져 말하는 것에 습관이 되어 있지만 직관적인 것도 좋아한다. '나'를 드러내고 싶기도 하고 감추고 싶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글쓰기와 읽는 사람에게 유익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사이에서, 조금씩 글쓰기가 불편해지고 있었다.

"모든 글쓰기는 결국 문제 해결의 문제이다. 어디서 사실을 수집하느냐의 문제일수도,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접근법이나 태도, 어조나 문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부딪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때로는 정답을, 또는 아무런 답도 찾지 못해 절망하는 수도 있다."  -49쪽

윌리엄 진서는 내가 가진 문제를 이해해 주었다.  나만이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명쾌한 해답까지 주었다. 그러니 어찌 그를 신봉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는 '통일성은 좋은 글쓰기의 닻과 같다'고 말한다. 통일성! 나는 이 용어를 듣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았다. 나의 고민을 한 단어로 정리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명확하면 해답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가 말하는 것 중에 '대명사의 통일'과 '시제의 통일'은 기본이라고 치고, '분위기의 통일'에서부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감탄을 넘어 감격할 지경이 되었다. 그것은 내 고민에 대한 완벽한 맞춤강의였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기본적인 질문을 몇 가지 던져보자.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어떤 자격으로 이야기할 것인가? <보고자? 정보제공자? 보통 사람?> 어떤 시점과 시제를 사용할 것인가? 어떤 문체로 쓸 것인가? <비개인적인 기록 문체로? 사적이면서도 격식 있게? 사적이면서도 자유롭게?> 소재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깊이 개입해서? 한 발 물러서서? 비판적으로? 비꼬듯이? 즐겁게?> 어느 정도로 다룰 것인가? 어떤 점을 강조할 것인가? 

누구도 무언가에 '대한' 책이나 글을 쓸 수는 없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책을 쓸 수 없었고, 멜빌은 고래잡이에 대한 책을 쓸 수 없엇다. 그들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 그리고 그 시간과 장소에 있는 특정한 인물들에 대해서만 썼다. 이를테면 어떤 고래를 쫓는 한 사람에 대해 쓴 것이다. 모든 글쓰기는 시작하기 전에 먼저 범위를 좁혀야 한다.

작게 생각하자. 주제의 어느 귀퉁이를 베어 먹을 것인지 결정한 다음 그것을 잘하는 데 만족하자. 이는 의욕과 사기의 문제이기도 하다. 너무 부담스러운 과제는 열의를 고갈시킨다. 열의는 여러분이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해주고, 독자를 계속 붙들어두게 해주는 것이다.

다음은 어떤 점을 강조할 것인가이다. 좋은 글은 하나같이 독자에게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생각 하나를 던진다. 두 가지나 다섯 가지가 아니라 단 하나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독자의 마음에 어떤 점 하나를 남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면 여러분이 어떤 길을 따라가야 할지, 그리고 어떤 목적지에 도달해야 할지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어조와 태도를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점은 진지하게, 어떤 점은 차분하게, 어떤 점은 유머를 써서 강조하는 것이 좋다."  -52, 53쪽

나는 그의 조언을 모조리 내면화하고 덤으로 하나 더 얻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보다도 아주 중요한 것을 얻었다. 문체와 자세와 경지에 있어서, 따라가고 싶은 기준을 발견한 것이다. 벌써부터 그가 일러준대로 간소하게 문장을 고치는 재미에 푸욱 빠져있을 정도이다. 책이란 정말 좋은 것이다. 미국에서 출간된지 32년 만에, 한국의 변방에 사는 내게로 와 이렇게 많은 것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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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저도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누구도 무언가에 '대한' 책이나 글을 쓸 수는 없다"는 얘기가 우선 와닿습니다.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있는 특정한 인물의 이야기..
    멋진 '이야기꾼'의 첫걸음을 엿본것 같아 즐거워요.^^

    2008.11.20 11: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강추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신뢰할 수 있고
      내게 영감을 주는 책을 만나면 참 행복할 뿐 아니라
      글도 잘 써져요.
      근데 좋은 책을 발견하기가 은근히 어렵네요.
      요즘은 필받을 수 있는 책을 읽은 지 오래 되어서
      그런가 좀 재미가 없네요. ^^

      2008.11.20 20:30 [ ADDR : EDIT/ DEL ]

좋은 책/책2008. 5. 1. 07:53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 돌베개 2007

글쓰기에 대한 책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건가? 이 책은 요즘 내가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던 고민을 일시에 해결해 주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문장으로 적절하기 그지없는 인용으로, 품격과 유머를 가지고 정곡을 찔러대는 통에 전율과 한기가 동시에 흘렀다. 무릇 이런 것이 글일텐데, 그렇다면 그 많은 책들은 왜 그렇게 돌아가고, 폼을 잡고, 말만 많은 것인가.


누구를 위해 쓰는가?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답이 있다. 자신을 위해 쓴다. 엄청난 수의 청중을 머릿속에 그리지 말자. 그런 청중은 없다. 독자들은 모두 서로 다른 사람이다. 편집자들이 어떤 종류의 글을 출판하고 싶어 할지 사람들이 어떤 글을 읽고 싶어 할지는 생각하지 말자. 편집자와 독자는 막상 글을 읽을 때까지 자신들이 무엇을 읽고 싶은지 모른다. 게다가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 -38쪽


‘엄청난 수의 청중이란 없다’ 이 문장을 읽으며 한숨이 나왔다. 대상독자라는 이름으로, 청중의 기호를 잡아채기 위해 애쓰는 우리들에게 한 방 먹이는 표현이 아닌가. 한 가지 관심사에 똑같은 반응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대상독자 같은 것은 없다. 그들조차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있다. 눈앞에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일시적으로 우연히 때로는 아주 변덕맞게 반응할 뿐! 그러니 쇼를 하라! 세상에 없던 쇼를 하라!


나이야 어떻든 글을 쓸 때는 자기 자신이 되자.

대화로 편히 나눌 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글로 쓰지 말자. -40쪽


쳇~~ 다 좋은데 거기서 나이가 왜 나오냐? ^^  나이를 먹으면 뭔가 결정적으로 달라진다는 이 편견은 철옹성처럼 단단하기도 하구나. 그런데 나이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연령차별주의에 부딪칠 때마다 서서히 쫄아들뿐! 나이 때문에 늙는 것이 아니고, 생각 때문에 늙는다.

어쨌든, 대화로 편히 나눌 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글로 쓰지 말랜다. 기가 막힌 표현이다.


글을 애써 꾸미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보면 자신만의 것을 잃고 만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독자들이 금방 알아차리게 마련이다. 독자들은 진실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 지키기 어려운 원칙도 없다. 이 원칙을 따르자면 생리적으로 불가능한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긴장을 푸는 동시에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33쪽


내 속내를 알아주는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때처럼, 나자신이 되는 때는 없겠지.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편히 이야기를 나누듯이 글을 쓰라! 알았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 조금이라도 잘난척 하는 이야기는 한 줄도 쓰지 않겠습니다.


좋은 글쓴이는 글 바로 뒤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나’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나’를 생각하면서 쓰거나, 초고를 일인칭으로 쓴 다음 ‘나’를 빼면 된다. 그러면 비인간적인 문체에 온기가 돌 것이다. -36쪽


변경연에서 메일링 서비스를 해 보니, 독자의 반응이 확연하게 갈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독자는 내가 ‘감성적인 속내’를 드러내는 글에 반응해주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나서 이처럼 명쾌한 해석을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나는 기분이다. 글쓰기의 첫 번 째 원칙으로 껴안고 갈 것이다. 오직 나한테만 말해주듯, 귀에 대고 조목조목 일러주는 윌리엄 진서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궁극적으로 글 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18쪽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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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을 통해 제가 전달하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겠네요. 안그래도 제 글에 힘이 들어가 있다 싶었는데... 저도 힘을 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도 이책 보고 싶네요. 객지에 살다보니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원서로 읽어도 이런 느낌이 들런지... 한번 찾아보기는 해야겠습니다.

    2008.05.02 04: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이렇게 간소하면서도 이렇게 명료한 깨달음을 주는 책은 처음이었어요. 강추! 합니다.

      2008.05.02 05:02 [ ADDR : EDIT/ DEL ]

좋은 책/책2008. 4. 30. 08:25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코네티컷 주의 어느 학교에서 '예술을 위한 하루'라는 행사를 열고 두 사람의 강사가 함께 진행하는 강좌를 열었다. 한 사람은 외과의사로서 최근에 글쓰기를 시작하여 부업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를 '부업'이라고 하자. 또 한 사람은 '뉴욕 헤럴드 트리뷴'에서 기자생활로 글쓰기를 시작했으며, 작가이자 편집자이자 글쓰기에 대해 가르치는 교수이다. 그를 '전업'이라고 칭하고, 그들의 강의내용을 대화로 정리해보았다.

질문: 작가가 되시니까 어떤가요?
부업: 너무너무 재미있습니다. 병원에서 힘들게 일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면 곧장 글을 쓰면서 그날의 긴장을 떨쳐버립니다. 쓰다보면 단어들이 술술 흘러나와 글이 쉽게 써집니다.
전업: 글쓰기는 쉽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글쓰기는 힘들고 고독한 일이며 단어가 그냥 술술 나오는 경우는 여간해선 없습니다.

질문: 글을 고쳐 쓰는 것이 중요한가요?
부업: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문장이란 글 쓰는 사람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마련이니, 있는 그대로 다 끄집어내면 됩니다.
전업: 글은 고쳐 쓰기가 생명입니다. 전문 글쟁이들은 자기가 쓴 문장을 몇 번이나 고쳐 쓰고도 또 고칩니다.

질문: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나요?
부업: 그럴 때는 당장 글쓰기를 멈추고 잘 써질 때까지 하루쯤 손을 대지 않습니다.
전업: 글쓰기가 직업인 사람들은 매일 쓰는 양을 정해놓고 엄격히 지켜야 합니다. 글쓰기는 기능이지 예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기능을 연마하는 일에서 손을 떼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며 빈털터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질문: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이 글쓰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요?
부업: 자주 영향을 미칩니다. 그럴 땐 낚시를 가거나 산책을 하면서 기분을 풀려고 노력합니다.
전업: 감정이 글쓰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글쓰기가 직업이면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묵묵히 일을 하게 됩니다.

 우연히 접한 책에서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의문에 대한 대답을 '모조리'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서 있는 지점이 '부업'과 '전업'의 경계인 것 같아 재미있기도 했다. 얼마만에 만나는 '내 인생의 책'인가. 아, 아니다. 글쓰기는 예술이 아니라 기능이라고 했지. 영감의 영역이 아니라 노동의 영역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좋은 책을 찾았다고 호들갑을 떨기보다, 그의 책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이런 책을 이제야 발견하다니! 당분간 이 책에 흠뻑 빠져 지낼 것 같다.

이 책은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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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송숙희

    창조적 영감은 책상에 앉아 원고파일을 열어
    꾸역꾸역
    첫줄을 쓰는 순간 왕림하시지요.

    저도 모르는 기막힌 문장히 툭툭 불거져
    자판을 통해 모니터에 박힐때
    환장하게 좋습니다.
    '꾸역꾸역'이 정답입니다.

    2008.05.01 06:22 [ ADDR : EDIT/ DEL : REPLY ]
    • '글쓰기는 생각에게 말을 거는 행위이다', 라는 표현도 있었지요. 이제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제 카테고리 중에 '꾸역꾸역'은 송선생님 글에서 빌려온 표현입니다. 새끼치기를 한 셈이지요. ^^

      2008.05.01 07:16 신고 [ ADDR : EDIT/ DEL ]
  2. 저는 차마 글쓰기를 전업으로 삼을 용기는 못낼 것 같습니다. 좋아하긴 하지만... 그것만 해서 먹고살 용기가 안나네요.

    그래도 꾸역꾸역 써야한다는 것에는 동감합니다. "글쓰기는 기능이다"... 그게 다는 아니겠지만, 정말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2008.05.02 04: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투잡스를 넘어 멀티잡스의 시대인데다가, 수명이 정말 길어져서요. 그 긴 시절을 주체적으로 창의적으로 살아내기 위해서는 '나'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졌잖아요. '나'를 곧추세우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도구로 '글쓰기'만 한 것이 없구요.

      혼자 생각하던 것을 대가의 목소리로 확인하는 재미가 아찔했답니다. ^^

      -----
      재미있게 쓰는 작가들은 대개 스스로 재미를 느끼려 하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작가의 핵심이라고 해도 좋다. 나는 글쓰기를 스스로에게 재미있는 삶과 지속적인 교육을 주는 수단으로 삼아왔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알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주제에 대해 쓴다면 자신이 느끼는 즐거움이 글에 묻어날 것이다. 배움은 일종의 강장제다. -218쪽

      2008.05.02 04:59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