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관능적인 꽃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조지아 오키프<1887-1986>를 아시지요? 그녀는 독특한 작품세계 뿐만 아니라 뉴멕시코 사막에서 독립적이고 전설적인 삶을 개척한 여성으로 유명한데요,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의 긴 생애가 그녀의 신화를 완성시켜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의 반 세기에 걸쳐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으며 시력이 약해진 77세 이후에는 흙으로 작업을 하고 96세까지 세계여행을 다니고, 98세에 생을 마감했으니 말입니다. 위의 사진은 90세 때의 사진입니다. 90세에 저만큼 꼿꼿하고 강인하면서도 우아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녀의 그림들은 아주 독창적입니다. 커다랗게 확대된 꽃그림들은 성적인 의미를 지닌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녀 자신은 그런 의미를 거부했다고 하는데요, 20세기 미국의 사회 분위기와 프로이트의 최신 이론에 매료되어 있던 뉴욕 대중 덕분에 그녀는 아주 유명해집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칼라’- 실제 제목은 ‘붉은 바탕의 한 송이 백합’부분-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멕시코 미술가가 ‘우리의 백합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그린 캐리커처입니다. 자기 세계에 심취해있는 고집스러운 예술가의 이미지가 드러나 있어 참 보기 좋습니다.


그녀는 거의 벌과 나비와 같은 접사시점에서 꽃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처럼 그녀가 선택한 표현방식이 세상의 흐름과 맞아떨어져 유명해집니다만, 그녀는 그런 세상에 곡학아세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더욱 키워 나갑니다.

나는 혼자이며 전적으로 자유롭다. 알려지지 않은 나만의 것을 표현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서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폴 스트랜드라고 하는 사진가의 작품인데요,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기존의 형태가 추상적 구성으로 전환되는 동시에, 관능적인 선이 살아납니다. 오키프 자신이 스트랜드와 일치감을 느껴 편지까지 썼다고 하는데요, 나역시 이 사진을 보면서 그녀의 꽃그림들을 이해했습니다. 벌과 나비에게 꽃처럼 관능적인 것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표현방식이 세상의 흐름과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예술’이 됩니다. 전에 잠시 유화를 그릴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예술이 되다 말면 쓰레기다” 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예술과 쓰레기를 구분짓는 시대 사조 혹은 대중의 위력에 다시 한 번 놀랍니다. 그런 면에서 오키프는 행운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키프는 사진가 스티클리츠와 30년간 영육의 일체를 맛본 것 같습니다. 23세 연상의 스티클리츠는 이혼을 하고 그녀와 결합합니다. 그는 그녀의 몸과 피부의 촉감, 광대뼈 그리고 아름답고 긴 손을 계속해서 사진으로 탐구했고, 오키프는 스티글리츠의 사진에서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녀가 그리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구요. 


“우린 어떤 일에 대해서든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몇 년의 세월을 일주일에 압축했다. 지금껏 이런 경험은 없었다.” -- 스티클리츠

“그를 인간적으로 사랑하긴 했지만 그와의 관계를 유지시켜준 것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 오키프


30세때 뉴멕시코의 깊은 협곡과 울창한 산을 처음 본 후 곧바로 매혹된 오키프는,  

나는 곧 그곳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이후 줄곧 그곳으로 돌아가는 여정 가운데 있었다 고 합니다. 그 여정은 62세에 끝납니다. 그녀는 62세인 1949년에 뉴멕시코로 이주하여 여름은 고스트 랜치에서 겨울은 아비키우에서 보내게 됩니다. 커다란 작업실 창문으로 차마 강이 보이고, 그녀가 탐닉했던 얼마 안 되는 사치품의 하나인 수많은 고전 음반집이 있었던 벽돌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여생을 마칩니다.  그곳은 오키프의 내면 풍경과 일치하는 곳이었습니다.  어두운 메사로 이루어진 붉은 모래언덕은 그녀의 강인한 자화상을 완성해 줍니다.


77세에 그린 마지막 그림은 자신의 그림 중에서 가장 큰 그림이기도 했습니다. 가로 7미터에 세로 2.5미터의 구름 위의 하늘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화가는 고스트 랜치의 차고를 작업실로 개조하여 매일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작업했다고 합니다. 이 열정적이고 강인한 예술가는 98세에 타계하여 그녀의 바람대로 그토록 사랑했던 고스트 랜치 근처에 뿌려집니다.


자신의 독특한 형태 언어에 천착한 50년 세월, 1세기에 가까운 독자적인 삶에서 삶의 원형을 봅니다. 그토록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한 가지 작업에 몰입할 수 있었던 열정, 자신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전시회 기획에 직접 관여할 수 있었던 행운이 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보통 사람들도 그녀의 삶에서 하나의 지향점은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소유가 아닌 존재, 표현과 창조에 대한 몰입,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걸출한 개성, 자신의 삶을 아낌없이 연소하는 열정으로 그녀의 삶은 신화가 됩니다. 그저 연명하는 것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원형이 됩니다. 사후에도 아시아의 변방에 사는 나에게까지 영감을 주어, 언제고 뉴멕시코의 산타페이에서 그녀의 자취를 찾아보고 싶게 만듬으로써, 유한한 인간의 생을 가지고 무한에 도전합니다.



** 참고도서 , 브리타 벵케, 사막에 핀 꽃 조지아 오키프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미탄님.^^

    저 잘 보내고 왔어요.
    동서랑 재미있게 보내고 1박 2일이 어찌나 아쉽던지요.

    동서랑 전 항상 "자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자유롭고 싶고 당당하고 싶고....

    아직 알아가야할 것이 참 많고 느껴야 할 것이 참 많네요.
    내가 자진 나를 표현하는 것!!
    그것이 어떤 방법이든, 어느분야에서든 진정 아름다울 수 있기를..

    2008.09.15 10: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동서라는 관계가 자칫 미묘하기 쉬운데,
      깊은 이야기를 나누신다니 참 보기 좋네요.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토마토새댁님에게서 느껴지는
      건강한 적극성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뭐. ^^

      2008.09.15 23:35 [ ADDR : EDIT/ DEL ]
  2. 조지아 오키프. 그림 쪽은 문외한이어서 처음 들어본 이름입니다.
    그래도 순식간에 기억하게 되네요.
    요즘 '소진'이란 단어가 자꾸 머리속에 맴도네요.
    소진 혹은 완전연소.

    2008.09.17 06: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녀의 확대된 꽃그림을 보면 아마 본 적이 있을 거에요.
      화가에게 의도가 있든 없든, 시대적 기호와 맞아 떨어진다는 것의 엄청난 의미를 생각하게 하네요. 사실은 그조차도 아주 실력이 없이는 어렵지만요.

      2008.09.17 07:49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8. 10. 10:21

산나님이 최근 포스트 http://bookino.net/246 에서 이런 말을 했네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낱낱이 아는 상태에서 자기자신을 좋아할 수 있을까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가 어떤 인간인지는 아는 경우와, 나 자신을 좋아하지만 내가 어떤 인간인지는 모르는 경우 중에서 어떤 쪽이 더 나쁜 것 같냐는,  질문을 인용한 끝이었지요.

그 책을 읽지 않았지만, 그 질문을 한 인물도 상당히 특이합니다.
우선 자기 자신을 안다는 자기도취가 코끝에 걸려 있는데다가,
어느 쪽이 더 좋으냐고 묻지않고, 더 나쁘냐고 물은 것도 그렇구요.
자신을 좋아하지만 자신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 자기 자식들에 대해 은근한 조롱이 깔려있으니 말이죠.

어쨌든 내 흥미를 끈 것은 저 질문입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낱낱이 아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좋아할 수 있을까요?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체험에 의해 속속들이 드러난 나의 못된 성격, 빈약한 자원, 그 많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구요?

나의 단점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장점에 주목하는 겁니다.

가령 나의 경우, 한정치산자에 가까운 경제관념에다가 승부근성이라고는 약에 쓰려도 없습니다.
내 발등을 찍는 시행착오 속에 세월을 얼추 허비했습니다.
게다가 관계지능이 아주 떨어져서, 세상 사람을 모두 낯설어하는 이상한 습관이 있지요. ㅠ.ㅜ

열거하기에도 숨찰 정도로 단점이 많은 반면에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그것은 '마음이 가는대로 살 수 있는 능력'입니다.
세상의 잣대나 세상사람의 의견에 아랑곳없이,
나는 내가 필받으면 그냥 갑니다. ^^
아무리 커다란 현안에 짓눌려 있어도, 뭉게구름에 감탄할 수 있고
나만 납득할 수 있으면, 아무리 엉뚱해보이는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살아보니, 이런 기질이 행복한 인생의 요점이던걸요?

'열정' 혹은 '영원한 철부지'의 속성,
이 하나 만으로도 나는 나를 좋아합니다. ^^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어느 쪽이 더 나쁘냐는 질문에 저도 '참 특이하군' 생각했어요.^^
    불행한 사람은 세상의 불쾌한 특징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같아요.
    그나저나 '장점'을 명쾌하게 정리하실 수 있는 게 부럽고 멋집니다. 단점을 꼽자면 100개도 넘게 들이대지만 장점은 하나도 못대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거든요.

    2008.08.10 15: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 더위에, 안그래도 원고쓰느라 땀빼고 있을 산나님에게 자꾸 치대는 것 같아서 망설이다 올린 포스트인데, 시원하게 받아주어서 고맙습니다. ^^

      2008.08.11 00:06 신고 [ ADDR : EDIT/ DEL ]

괴테는 다섯 자녀를 두었는데 하나는 사산을 하고, 셋은 생후 몇 주를 넘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장남 아우구스트 역시, 너무나 큰 아버지의 그늘에서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마흔넘어 세상을 떠났다구요. 아내조차 41세에 세상을 떠나고 보니, 괴테는 유독 자신에게만 긴 인생이 허락된 것을 우연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괴테는, 오래 사는 사람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끊임없는 시도와 결과, 수정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이 어디에 적합한 사람인지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삶을 통해 삶을 배운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려면 긴 인생이 전제되어야 하겠지요.


1832년 82세로 사망하기까지 괴테는 실로 다양하고 풍성한 긴 인생을 살았습니다. 74세에 19세의 아가씨를 사랑한 정열은 둘째 치더라도, 그는 작가이며 장관, 화가, 수집가, 자연 연구가, 연극 감독으로 살았습니다. 이 역할들은 시간적인 순서로뿐만 아니라 동시적으로도 일어났으니, 그는 멀티태스킹의 원조인 셈입니다.


프랭클린도 괴테못지 않게 다양하고 의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공무원이자 외교관, 법률가이자 박애주의자, 학자이자 발명가요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인쇄업자와 출판가... 그는 실로 읽어내려가기에도 숨찬 인생을 꽉 차게 살았습니다. 그역시 1790년 84세 말년까지 지칠줄 모르는 지식욕을 과시했습니다.


2,3백년 전에는 극소수에게만 그런 다채로운 인생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대다수가 그처럼 병렬적인 인생을 사는 것이 가능합니다. 40년간 교사생활을 한 뒤에 더욱 확장된 삶을 즐기고 있는 황안나님을 보세요! 다른 커리어, 다른 정체성을 발굴하여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졌습니다. 젊은 날의 열정을 조금만 유지한다면요.


-- 황안나님의 멋진 3막! ^^ --

★ 65세, 블로그 시작, 현재 하루 평균 2천 5백 명이 찾는 인기 블로그

★ 65세,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800킬로미터를 23일에 걸쳐 종단

★ 65세, 게임에 살짝 중독된 듯 보였으나 몇몇 게임을 정복한 뒤 다행히 털고 나옴

★ 66세, 첫 책 “내 나이가 어때서?” 출간

66세, 전국의 크고 작은 강연장에서 인생 강의 시작

67세, ‘우리 땅 걷기 모임’에서 안내 도반 시작

67세, 동해부터 남해, 서해에 이르는 해안선 4천 킬로미터, 100여 일에 걸쳐 일주

68세, 자전거 배움

68세, 처음으로 야구장에 가서 목청 높여 응원함

68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킬로미터 도보 순례

★ 69세, 26시간 동안 100킬로미터 걷는 울트라 대회 참가하여 46등으로 완주

두 번 째 책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 출간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황안나씨를 세상에 알린 첫 인터뷰를 제가 썼는데, 반가운 마음에 트랙백 겁니다.^^

    2008.07.29 11: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 그러셨군요.
      감회가 새롭겠어요.

      황안나님에게 '걷기'가 그랬던 것처럼
      책이라고 하는 성과물로 연결되고,
      지속적으로 활동과 삶을 확장시키는,
      '바로 그것!'을 정말 찾고 싶어요! ^^

      2008.07.29 14:43 [ ADDR : EDIT/ DEL ]
    • 흠...제가 보기엔 미탄님이 '바로 그것'을 이미 갖고 계신 것같은데...아닌가요?

      2008.07.31 01:01 신고 [ ADDR : EDIT/ DEL ]
    • 미탄

      별 것도 아닌 이론으로 '선언적'인 글을 쓰는 것이 켕기고 재미가 없어서요, 도보로 국토종단! 처럼 단순하고도 명확하고 힘찬 실행 혹은 성취가 있었으면 하고 있지요.

      2008.07.31 17:26 [ ADDR : EDIT/ DEL ]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생에 정면으로 도전하라. 좋건 싫건 삶을 정면으로 마주봐야 한다. 인생이란 게 등뒤에서 몰래 기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삶을 보다 잘 다룰 수 있게 된다. 인생과 정면대결 하라. 그러면 승자가 될 수 있다.

- 윌러드 스콧 편저, ‘즐겁게 나이드는 법’에서 --


나는 혼자 하는 일은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과 같이 하는 일에는 참 서툽니다. 특히 갈등을 해소하거나 협상하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회피하기 일쑤입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하는 것 을 싫어하다보니, 주로 앓느니 죽는 쪽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손해보기 딱 좋은 성격이지요.

요즘 그렇게 묵혀온 문제 하나에 부딪쳐보고, 하나 또 배웠습니다. 도대체 몇 년을 두고 고심한 것이 이해가 안될 정도로 심상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두려움’이란 얼마나 어리석고 근거없는 것인지요.


이 깨달음은 다른 측면으로도 번져갑니다. 오래된 구상을 구체화시켜보자는 결심이 그것입니다. 서드 에이지가 주체가 되어 평생교육을 주도하는 공간에 대한 꿈입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카페+평생교육이 되겠지만, 그 의미는 자못 큽니다. 미증유의 고령사회를 맞이하는 출사표요, 연령차별주의를 거부하는 도전장이요, 나이듦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입니다.


의미는 있겠지만 번번이 수익모델에서 막히던 것을 과감하게 돌파해 보기로 했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 몇 명만 모여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비록 결심단계이지만, 조금이라도 뜻을 알리고 동참을 권유하는 입장에서 자꾸만 소문을 내려고 합니다. 어차피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공격이 방어라는 말처럼, 인생을 두려움 속에서 방어하면서 살면 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전속력으로 부딪치며 사는 것이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훨씬 안전하기도 한 거지요. 마이클 조던도, 자신이 부상을 잘 입지 않는 이유는 절대로 속도를 줄여서 경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꽃은 붉어야 제 맛이고, 삶은 역동적으로 도전하면서 살아야 제 맛입니다. 열정과 도전이 있는 곳에 기회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좋은 삶/미탄통신2007. 12. 18. 22:22
 

당신에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푸욱 빠져서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그 일을 하며 밤을 새우기도 하고, 그 일이 하고 싶어 아침에 눈이 번쩍 뜨이는 일, 보수를 주지 않아도 기꺼이 몰입하며, 누가 하지 말라고 윽박질러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의 원천... 잠시 넘어지거나 낙담하다가도 다시 그 일로 해서 일어날 수 있는 일.


내게는 그것이 책읽기입니다. 읽을 것이 귀하던 어린 시절, 옆집의 동화책을 빌려보기 위해 그 집 아이의 비위를 맞추려 들었던 생각이 나는군요. 그 시절에 읽었던 책들이 내 감수성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소공녀’의 자존심, ‘알프스 소녀’의 낭만, ‘비밀의 화원’의 전원, ‘날아가는 교실’의 상상력, ‘빨간머리 앤’의 로맨스...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군요.


책 속의 그 많은 자유로운 영혼들을 가까이 함으로써, 나는 외롭지 않았고, 진보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해 해답을 주었습니다. 책 속에서 즐거움과 깨달음과 감동이 나왔습니다. 이제 밥만 나오면 됩니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그래서 오랜 시간 반복하다 보니 조금은 잘 할 수 있게 된 일을 밥벌이로 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삶 전체가 놀이가 되는거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과 연결시키기 위한 혼다 켄의 조언은 아주 유용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좋아하는 일을 쓴다.

좋아하는 일을 남에게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상품으로 삼는다.

좋아하는 일을 판다.

좋아하는 일을 확장시킨다.

좋아하는 일을 가르친다.

좋아하는 일을 조합한다.

좋아하는 일을 감독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책에서 얻는 것이 많았던 권윤구는 스스로 명명한 ‘북코치’라는 직업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권 읽기, 하루에 리뷰 한 편 쓰기를 꾸준히 하여 리뷰가 천 편이 다 되어 갑니다. 꾸준히 하다보니 직업의 기회가 생기더랍니다.  나도 ‘읽기와 쓰기’를 특정한 세대나 활동, 행위와 상징과 연결시킬 수 있을까 눈을 부릅뜹니다. 늘 염두에 두고 있으면, 우연이나 단서를 놓치지 않고, 실마리로 잡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작아도 의미있고 문화적 파급력이 큰 틈새를 벼락같이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파십시오.

열정이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Posted by 미탄
TAG 열정

댓글을 달아 주세요

 

빌리 파시니, 욕망의 힘, 에코리브르


‘욕망’이라는 단어처럼 불온한 취급을 받는 단어가 또 있을까. 지인 하나가 글을 쓸 때면 무조건 ‘욕망’ 앞에 ‘불온한’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웃은 일이 있다. 나는 ‘욕망’이라는 단어에서 삶의 역동성과 생명력을 읽는다. 이제껏 황당할 정도로 일을 벌리며 살아온 나는, 평탄한 삶에서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지루함을 읽기 때문이다. 욕망이 없이는 삶도 없다.


한세상 살아낸 지금은 그렇다. 내가 나로서 살 수밖에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은 자기의 기질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겠다.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는 한도 내에서라면, 누구나 생긴대로 살아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면서 사람의 기질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양식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최고의 책이었다. 모녀관계, 연인관계, 부부관계의 기저에 흐르는 ‘다름’과 ‘욕망’의 지도를 볼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이론적이되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되 품위가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가장 흥미로운 것은 ‘남과 여’에 관한 대목이다. 이 책에는 남녀간의 미묘한 차이, 연령에 따른 부부관계의 추이, 부부 간의 소통과 함정 등이 다루어져 있다. 여자들은 사랑할 때 지나치게 사랑한다. 남자들이 과장된 성행위를 통해서 한계를 넘어선다면, 여자들은 감정적 영역에서 과잉의 상태에 놓인다. 나는 여자들이 이 부분을 잘 이해하고 반응한다면 불필요한 감정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가령 남자와의 감정적 일치에 대한 기대치를 줄인다든지, 남자들의 성적 욕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젊은 날의 부부는 강한 육체적 친밀감을 기반으로 통합되어 있다. 그러나 40대 정도가 되면, 나름의 자율성을 확립해야 관계가 유지된다. 제각기 다른 취향을 인정하고 서로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상호이해를 증진할 수 있는 시기이다. 나는 이 부분을 ‘적절한 거리’로 이해했다. 노년이 되면 부부는 다시 젊은 날처럼 새로운 친밀감의 욕구를 느끼게 된다. 건강과 고독에 대한 염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부가 연령별로 적절하게 변화하고 순응할 수 있다면, 보다 탄력있는 일상생활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 본다.


부부 간에는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문제가 된다. 친밀감이 결핍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되지만, 과도한 친밀감 역시 욕망 충족에 커다란 위험요소가 되는 것이다. 결국은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자치공간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연인 간에 에로티시즘이 어떤 경로를 통해 움직이는지 하는 문제도 재미있었다. 여자는 촉감에 민감하다, 남자는 시선에 더 비중을 둔다. 목소리는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난 관능적 기관이다. 대화의 내용보다도 음색, 톤, 끊어지는 호흡이 더 중요하다. 음식을 즐기는 연인은 언제나 얘깃거리가 풍부하여, 서로에 대해 굳이 욕망이 아닌 호기심이라도 날마다 새롭게 가질 수 있다. 수도승처럼 입고다니지 않는 한, 옷은 틀림없이 욕망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민망했던 것은, 자신의 열정을 제어할 줄 모르는 성향에 대한 분석이었다. ^^ 사람과의 만남이란 어떤 경우에도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상대와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단계에서는 능숙한 처신을 보여주지만, 완만한 시간의 흐름이 필요한 순간에는 정말 미숙한 면모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연애도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지나치게 앞서나가거나, 항상 직설적으로 자기표현을 하는 것은 역효과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은 언제나 달아나는 것에 이끌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 줄곧 곁에 있다는 사실은 이미 감정의 포화상태를 의미한다.


사람의 심리를 읽는 것은 재미있다. 이것이 글쓰기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관계증진에 도움이 될 지 아직은 모르겠다. 좋은 것을 따라가는 ‘욕망’은 또 다시 새로운 욕망의 가지치기를 해 줄 것이다. 나는 단지 내 마음을 따라간다. 나는 욕망의 힘을 믿는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제목을 보고 살짝 놀라셨나요? ^^ 시인 김선우의 산문집 제목입니다. 주로 외국 시에 붙여쓴 사랑론인데요, 이 제목은 파블로 네루다의 시에서 따왔군요.


맹랑한 자의식, 화려한 언어, 균형잡힌 사회의식을 두루 갖춘 김선우의 세 번째 산문집입니다. 첫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에서 ‘몸의 언어’로 새 지평을 연 저자가 마음먹고 사랑에 포문을 열었군요.


그녀는 단언합니다. 호모 파베르, 호모 루덴스, 호모 사피엔스 등 인간을 정의하는 숱한 학명들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호모 에로스라구요.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존재라는 거지요. 그게 전부라는 겁니다.


어차피 삶은 한바탕 난장이요, 내가 인지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긴 숨이니 상처받을까봐 두려워 움츠리지 말고 맘껏 사랑하라고 권합니다. 어디서도 구걸해본 일 없는 이들이 사랑을 구걸하게 되고, 어디서도 복종해보지 않은 이들이 스스로 그대의 종이 되겠노라 뜨거운 입술로 노래하게 하는 놀라운 힘- ‘정상적인 사람에게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주목의 상태’야말로 삶의 중심이라는거지요.


그러면서 김선우는 세상의 모든 사랑, 사랑의 단계와 오고감에 대해 언급하는데요, 가꾸고 변화시키지 못하면 사랑은 퇴색되고야 만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습니다. 더 이상 키워나가지 못하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들기 시작하는거지요. 사랑이 퇴색하여 더 이상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지 않을 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둔 감옥을 열어주라고 하네요. 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가여울 뿐, 이별은 괜찮다고 하면서요. 내가 성숙하는 만큼 성숙한 관계가 새로 다가올 것이니까요.


김선우의 연애는 한 이성과의 관계로 좁혀지지 않습니다. 사랑의 힘이 그 모든 세계의 상처들로 자신을 확장시키고, 자신을 끝없이 창조시키지 못한다면, 그 사랑은 동굴로 처박히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칼 마르크스와 체 게바라를 사랑하고, 니체를 읽을 때마다 짜릿한 관음의 쾌감을 느끼며, 달라이 라마에게서 에로스를 느낀다는 김선우, 이 여름에 그녀의 열정을 훔쳐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휴가 떠나는 가방에 한 권 찔러넣으면 아주 어울릴 것같은 책입니다.



생텍쥐뻬리, “사랑이란 나의 안내로 그대가 그대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

Posted by 미탄
TAG 열정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