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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9 <45호> 실패를 인내하는 힘 (4)
어제 아침에 컴퓨터를 하던 딸애가 놀란 목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엄마, 안재환이 죽었대. 정선희 남편 말이야"

TV를 통해 자주 보는 연예인은 마치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나이에 비해 생각이 많은 딸애는 인생의 문제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 마치 잘 아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접하는 것처럼 비명을 지른 것입니다. 나역시 감정이입이 발달한 편이라 잠시 그들 부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봅니다. 특히 개그우먼 중에서도 남다른 재치를 가진 정선희의 불행에 가슴이 아픕니다. 그녀는 발랄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고, 일어에 능통하여 일어공부에 대한 책을 펴낸 학구파이기도 합니다.

이제 고인이 된 안재환이 거쳐 간 경로와 절망을 섣불리 짐작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혼한 지 1년이 안된 아내를 두고 그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서울대라는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았으니  가정과 사회의 지지를 받을 만큼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또 36세의 나이에 겪으면 얼마나 겪었겠습니까. 절대로 고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인간이 겪은 극심한 절망을 속속들이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과연 그 길 외에 다른 길은 없었을까 안타까울 뿐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업의 실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사업의 실패가 와신상담의 계기가 되어 기어이 성공하게 만드는 추진력이 됩니다. 딱히 사업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모든 과제의 실패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 나뉩니다.  살면서 실패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혹시 있다해도 그 삶의 의미는 대폭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실패하지 않는 성공을 꿈꿀 것이 아니라, 실패를 인내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완벽한 성격이고 수치심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이 실패를 용납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전에 별로 실패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커다란 절망에 빠졌을 때도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 같구요. 그러니 어려서부터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권장하고 실패를 다스리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도없이는 실패도 없을테니까요.

일본 혼다는 실패를 장려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혼다 창업주 혼다 노이치로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립니다.

“실패를 거듭하고 자신에 대한 성찰을 계속하면서 내가 성공에 이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나의 성공이란 99%의 실패에서 나온 1%의 성과입니다.”


심지어 혼다에는 해마다 가장 큰 실패를 한 연구원에게 100만엔 가량의 격려금을 주는 ‘실패왕’ 제도가 있다고 합니다.
사회의 모든 국면에 '빨리빨리'정신이 팽배하고 가시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안재환을 겪으며 우리가 조금씩 변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않는 일이 없도록 창의적인 발상과 모험적인 시도를 적극 권장하는 일, 실패를 용인하고 격려하는 문화,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성찰하며 배움의 계기로 삼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사실 어떤 일이든 내게 일어난 일에서 배움을 얻고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실패란 없는 것이 아닌지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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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울 아들들이 넘어져도 당당히 일어 설 수 있는 힘이 있는 녀석들이 되었으면 하는 기도를 합니다. 부족한 애미라 힘이 듭니다만....저 부터 채워야 될까봐요..텅 비어 있으니 채우긴 쉽겠죠.^^

    잘 지내세요.

    2008.09.09 13: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긍정적이고 발랄한 토마토새댁님의 생활철학과 기운이 아들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을 겁니다. 사진으로 보기에도
      아주 건강하고 힘찬 느낌이 좋던데요. ^^

      2008.09.09 17:37 신고 [ ADDR : EDIT/ DEL ]
  2. @햇살

    어제 오늘 만나는 사람마다 "안재환 자살했대" 라는 말을 합니다.
    요즘은 그렇네요 자살한 이에게 "왜 죽어 그래도 자살까지?"라는 말보다 "많이 힘들었겠다." 그렇게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전엔 자살하는 사람이 원망스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저 그의 힘든 마음을 이해 해주고 싶어요. 그래야 더 편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사채빚,사업실패 인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안재환.
    식당아주머니께서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남편과 아주머니 두분다 숨졌다는 소식.
    췌장암선고 시한부 인생을 죽는다는것을 인정하고도 마지막 강의를 하고 즐겁게 열심히 사는 인생을 선택한 랜디포시.

    오늘 하루 접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 많은 생각을 줬어요~
    그리고, 오늘 만나 이야기 한 언니는 "인생사 열심히도, 그렇다고 기운 없게도 살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씀하셨어요

    2008.09.10 00:3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매일 얼굴을 맞대던 식당아주머니께서 돌아 가셨군요.
      그럴 경우 다시 한 번 죽음을 가까이 느끼게 될 것 같아요.
      산다는 것의 허망함과 두려움도 함께 느끼구요.

      그런데 그런 사고사와 달리 사업 실패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은
      그만한 절망을 모르는 상태에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선의의 피해자에게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무의미하다고 봐요.

      검색에 보니 안의 매니저가 천 정도를 받지 못했는데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답니다.

      그 매니저에게 그 돈이 꼭 필요한 비중이었을 수도 있고
      매니저 외의 다수의 피해자에게도
      안의 선택은 극심한 불행이요 놀랍고 기가 막힌 일이긴 하지만
      조금만치의 해결도 되지 못했다는 거지요.

      내가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잖아요.
      살아야 할 이유가 단 한 가지만 있었어도 그런 선택까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아내에게조차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자존심과 수치심이 발달한 성격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누구든 나와 세상에 대해 끝모를 피곤과 허무를 느낄 수 있다고 봐요.
      더우기 사방팔방 엮인 상태면 더욱 그렇겠지요.
      그 때 조차 포기가 훨씬 쉬운 일이 아닐까요.

      살아서 남아 있는 자산과 조건을 다시 모으고
      선의의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성의를 표시하고
      다시 일어서는 일이 훨씬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봐요.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보던 일이라
      말이 길어졌네요.

      그 언니 분의 말씀이 옳다고 봐요.
      그런 유연성에서 삶의 여유와 끈질김이 나올테니까요. ^^

      2008.09.10 08:5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