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0.09 <67호> 단순한 삶 (4)
  2. 2008.06.01 존재의 시간 (2)
 

전에 충동구매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옷이든 가구든 마음에 드는 것은 무조건 사고 보았지요.  그런데 충동구매의 효용은 무언가를 구입하는 그 순간 뿐입니다. 순간적인 만족감이 지나고 나면 내가 무엇을 구입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수가 많았지요. 꼭 필요해서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 활용하지도 못했구요.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지 2년이 넘었습니다. 당연히 넉넉하지 못하지만 의외의 성과가 있군요.  본질적인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인생을 총점검하는 서드 에이지에 시간이 많아진 덕분일까요? 돈과 시간, 행복 같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충동구매가 정서적 불안이나 낮아진 자존감을 보상하려는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남보다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갖고 싶은 것은 상대적 필요이고, 비교 대상과 상관없이 정말 필요한 것은 절대적 필요라고 하는데요,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절대적 필요라는 것이 얼마나 될 것 같으세요?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무엇이 진짜 필요한 것이고, 무엇이 단지 갖고 싶어 하는 필요 이상의 것인지 구분할 수 있으신지요?


린다 콕번이라고 하는 사람은 반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살아보기를 실험합니다.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심정이 아주 설득력 있습니다.


서로를 위해서는 물론 자신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시간도 없었다. 마음의 평화도 없고 돈도 없고 무엇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들었다. 소비에 의존한 채 반복되는 삶은 그냥 싫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도밍 후에즈라고 하는 사람은 ‘월급의 노예에서 벗어나기 위한 9가지 단계’라는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그역시 위의 린다 콕번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과 돈을 맞바꾸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우려에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월급의 절반이 도로 월급을 타기 위해 쓰인다고 하네요. 출퇴근에 드는 교통비나 기름 값, 자동차 수리비, 회사에 입고 가는 옷, 점심값과 외식비용, 휴가비,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유흥비까지 빼고 나면 실질급여는 과연 얼마나 될까 질문을 던집니다. 나머지 실질급여조차 상대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느라 쓰고 있다면, 뭔가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 된 것이 아닐까요.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정말 시간이 많습니다. 그야말로 단독자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내 삶을 새롭게 꾸려나가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시기에 단순한 삶을 받아들이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삶을 중요한 목적으로 집중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모두 가지치기, 열정과 욕망에 질서와 방향 제시하기, 삶의 한 축에서 절제함으로써 다른 축에서 풍부함을 누릴 수 있는 리듬감을 갖고 싶습니다.


무엇을 소유하기 위해 삶을 허비하기 보다, 삶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려야겠습니다.

우선 다음 사항들을 참고해서 내 스타일과 상황에 맞게 다듬어 나가려고 합니다.

최대한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삶의 조건을 주도하고 삶을 향유하기!
남은 인생 최대의 프로젝트입니다. ^^


산책, 음악 감상, 식사, 야영 등을 함께 하며 가족이나 친구와 시간 보내기

다방면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신체 감성 지적 영적 가능성 열기

세상과의 유대감 갖기, 가난한 이들을 잊지 않기

소비 수준을 낮추고 돈 많이 드는 휴가 삼가기

식사는 간단하게 가공 식품은 적게 먹기

자신의 삶에서 외부의 혼란과 잡음을 줄이기

기본적인 기술, 목공 배관 제품수리 정원손질 공작을 익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늘리기

생활의 규모를 줄이고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 함께 사는 사회 만들기

사회 활동과 봉사 활동 참여하기

산림 보호,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보호, 악덕기업 불매 운동 등 가치있는 일에 참여하기

이동 방법 바꾸기, 대중교통이나 카풀, 소형차, 근무지 근처로 이사, 자전거나 도보



붉은 글씨는 '앨리슨 헤인스, 시간 돈 행복, 용오름 2008' 에서 인용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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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드-리드 벅샷님 링크타고 왔습니다. 좋은글이 수두룩 하네요. ^^ 자주와야겠습니다.

    2008.10.10 00: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오늘 아침에 일용할 포스트 꺼리가 없었는데, 블로그순례를 쓰게 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

      2008.10.10 09:48 신고 [ ADDR : EDIT/ DEL ]
  2. 미탄님..^^
    흐린 가을 하늘때문인지 몸은 무겁지만
    맘이 진정되는 것 같아 글들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머리에 쏙 들어옵니다.
    가지치기와 질서와 방향제시...
    토마토도 잘 크게 도와주려면 옆순을 잘라주어야 하거든요.
    우리네도 마찬가지네요..^^
    그리고 해야할 일 중 중요한 일 순위를 정하는것도 제겐 어렵습니다.
    한꺼번에 갑짜기 벌어지는 일들이 많을때는 막 헤매다 결국 실수를 하고
    후회를 하고...^^;;

    다시 한 번 주신 글을 읽으며 잘 정리를 해 볼꼐요.^^

    가을하늘은 흐리지만
    행복한 하루 되세요~~~약속!!! ^^

    2008.10.10 0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블로그를 자주 돌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 어디를 가나 토마토새댁님이 다녀간 흔적이 있어서 살짝 놀랐네요.
      정말 부지런하세요!
      그 부지런함이 우리네 일상에 활력을 주고 즐거움을 주고 발전을 주는 기본에너지인 것을 믿습니다!!! ^^

      2008.10.10 09:50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6. 1. 00:34
사용자 삽입 이미지


79년, 대학졸업을 하기도 전에 농활다니던 지역으로 살러 갔습니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의 한 동네였지요.
딱 18호 밖에 안 되는 작은 동네를 맑은 강줄기가 휘감고 흐르고 있었고, 강가에는 제법 모래사장까지 있는 풍광수려한 곳이었습니다. 강에는 열목어가 아주 많아서 잡아서 매운탕을 끓여먹곤 했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보호어종이더라구요. 논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산간지대여서 옥수수를 재료로 한 음식이 참 많았습니다. 점심은 의례 옥수수였고, 옥수수로 떡도 하고 묵도 쑤었습니다.

이 곳에서 나는 동네머슴이었습니다.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열여덟 집 어느 곳이나 가서 농사일을 거들었고, 아무 집이나 가서 얻어먹었습니다. 경제협동 및 의식화교육에 주민들과 함께 참여하기도 하고, 동네 특산물인 고추와 마늘을 서울로 직송하여 판매를 알선하기도 했지요. 위 사진은 그 이익금의 일부로 짓던 마을회관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짬만 나면 동네 아이들과 싸돌아다녔습니다. 어제 일처럼 기억이 선명한데, 위 사진 속 아이들도 어느새 청년기를 벗어나고 있겠군요. 땔감을 하러 가는 아이들을 따라가기도 했지요.  중학교를 마치고 대도시 공장으로 떠나기 전에  집에 있던 아이들은. 땔감을 가득 해 얹은 지게를 산에서 밀어내리기도 했습니다. 지겟길로 신나게 미끄러지던 지게 위에 아이들이 타고 있었던 것도 같기도 합니다. 그 애들은 개발되지 않은 동굴로 나를 안내하기도 했지요.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을 후랫쉬를 비쳐가며 탐사<?>했습니다. 천장에 커텐처럼 화려하게 드리워져 있던 종유석이 기억납니다.

가격이 맞지않아 팔지 못하고 허옇게 얼어붙었던 고랭지배추도 생각납니다. 산등성이에 기일게 돌아가던 밭고랑의 선과, 허연 배추의 행렬이 아름다웠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고 했더니, 동네 아이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요.
"예쁜 것도 쌨네요."

사진작가 윤광준은 어느 모임에서 '존재의 시간'이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시간을 '물리적인 시간'이라고 한다면, 자기 존재를 형성하고 의미를 부각시키는 시간을 '존재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는거지요.
이 존재의 시간이 인간의 질적 행복을 결정하는 거구요. 그렇다면 미탄면에서의 1년은 내 존재의 시간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화처럼 순수하고 낭만적이며 열정이 살아있던 시간들은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몸뻬에 검은 고무신을 신고, 농촌에 뼈를 묻으리라 결심했던 한 때의 내 모습이 저기 있습니다. 광우병 관련 촛불시위에 한 번도 동참하지 못한, 생활에 쩐 소시민의 모습이 여기 있습니다. 정말 민망한 노릇입니다. 어디에 있든 그저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할텐데 과도기가 너무 길군요. 아!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 온 몸으로 전율이 퍼져갑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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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비꽃

    그랬었군요. 사진도 생동감있고 그때의 미탄님 삶도 아름답습니다.
    그 풍경들을 잘 그려내는 기억과 관찰력도요.
    ㅎㅎ "예쁜 것도 쌨네요." ^^

    2008.06.02 01:42 [ ADDR : EDIT/ DEL : REPLY ]
    • 지난 날의 사진을 매개로 '존재의 시간'을 정리해보려고 앨범을 뒤졌어요. 사진이 많이 없어졌기도 하고, 너무 쓸만한 것이 없어서 놀랐답니다.

      2008.06.02 07:5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