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3.17 먹거나 쓰거나 (7)
  2. 2008.05.16 <11호> 스트레스는 나의 힘 (2)
좋은 삶/새알심2009. 3. 17. 08:18

아들은 아침 6시 40분에 학교에 간다. 급행전철을 타면 13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조금 일찍 나간다. 일러서 입맛이 없으니까 토스트에 과일을 싸 가지고 간다. 물론 제 스스로 한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내가 싸 준다. 저번에는 새벽 두 시에 김밥을 싸 놓은 적도 있다. 아들의 아침밥이 너무 부실한가 싶어서 조금 켕겼기 때문이다. 친정어머니께 미숫가루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주먹밥을 비롯해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보려고 한다.


아들의 인기척에 눈을 뜨지 않으면 7시 반 경에 일어난다. 딸과 나는 마음 내키는대로 밥을 먹거나 빵을 먹는다. 어제는 빵이었는데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 아들이 제과점이 아닌 마트에서 커다란 식빵을 사 왔는데 기대이상이었다. 너무 부드러운 제과점 식빵에 비해 쫀득쫀득하고 탄력있는 맛이 최고였다. 살짝 구워서 잘게 잘라 샐러드에 넣어 보았더니 이것이 또 히트였다. 식빵 조각이 끝까지 쫀득한 맛을 살려주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샐러드에 바나나와 평소에 넣지 않던 시금치, 버섯을 넣은 것도 괜찮았다.  별 것 아닌 조리법이라도 새로운 것을 궁리해서 성공하면 기분이 좋다.


‘욕망의 힘’이라는 책에서 ‘요리’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해 놓은 것이 기억이 난다. 기질별, 연대별, 아이템별로 부부 간의 감정기류의 흐름을 분석하는 내용이었다. 요리는 몇 가지 안 되는 재료를 가지고 무궁무진한 메뉴를 개발할 수 있는 분야로서, 부부가 요리에 공동관심이 있으면 탄력있는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요즘 그 말을 새록새록 새기고 있다. 대학생인 두 아이가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 우리의 대화가 날로 촘촘해지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 내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아들이 부치미를 해 먹었던 모양이다. 귀찮아서 김치를 송송 썰지 않고 그대로 넣었고, 밀가루가 적게 들어갔던 모양이다. 게다가 처음 해 보는 것이니 잘 뒤집어졌을 리가 없다. 다음날 아침, 딸이 일러 바치느라고 여념이 없다. 자기가 그 부치미를 어디선가 본 것 같아서 곰곰 생각해 보니 ‘풀’을 닮았더라나.^^


그래서 내가 부치미를 해 주기로 했다. 이번에는 부추와 감자와 당근을 넣었다.  아들이 옆에 와서 한 번에 뒤집는 모습을 보고 햐~~ 감탄을 해 준다. 나도 오랜만에 해 보는 것이라 너무 묽은가 싶어, 중간에 밀가루를 더 넣어 보았다. 아들은 조금 묽은 것이 낫다고 하고, 나는 조금 된 반죽이 입맛에 맞았다. 늦게 들어온 딸에게는 뒤늦게 오징어 생각이 나서, 오징어를 잘게 썰어 넣어서 부쳐 주었다. 


먹거리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즐겨 장을 봐 오는 편이라, 마트에 가는 애들에게 와인 한 병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아들놈이 내가 부탁한 것을 사지 않고, 이것저것 끼워팔기 하는 것을 사 왔다. 맙소사! 와인 한 병에 작은 위스키 한 병, 커다란 양초, 넥타이를 끼워서 커다란 상자로 포장을 해 놓은 것에 혹한 것이다.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마셔 보았더니 내 취향보다 훨씬 순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밍밍하고 심심하다. 그런데 아들의 태도가 볼 만하다. 아들은 인터넷을 뒤져 이 와인에 대한 평가를 찾아보고, 책꽂이에서 이원복의 와인만화책까지 갖다 놓고 품종 공부를 했다. 햐! 그런 식으로 하면 금방 상식이 늘겠는 걸!

나는 주로 집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두 세 시간 집중하고 있으면 눈이 피곤하고 진력이 난다. 그러면 기분을 전환시켜 주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먹는 것 밖에 없다. 가끔 음악 생각이 나서 시도해 보지만 워낙 아는 것이 없어서 곧 시들해지고, 요즘은 산책도 덜 땡긴다. 그러니 세 끼니의 사이사이에 군것질도 꽤 많이 한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니까, 먹는 것이 충분히 기분전환이 되고, 그러니 갈수록 더 먹게 된다.


결국 요즘 나의 하루는 ‘쓰거나 먹거나’인 셈이다. 그런데 글이 안 써질수록 식탐은 더 늘어나니 큰일이다. 어제는 내가 하루 동안 먹은 것과 쓴 것을 기록해 보니 한숨이 나왔다. 먹은 것은 산더미 같은데, 쓴 것은 쥐오줌 만했던 것이다.^^ 일정한 분량을 써야만 원하는대로 먹는다든지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먹는 것이 잠깐이라도 심기일전을 가져다주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일단 화이팅이십니다!!! +_+
    그래도 꾸준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계시잖아요~
    저도 엄마가 해주는 부침개가 땡기는데요..-_-;; 뭐..집에 가는일이 워낙 드물으니..미안할 따름이랍니다.

    황사가 심해졌는데, 감기 조심하시고요~

    2009.03.17 13: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이 식탐에는 사실 많은 비밀이 숨어있는 것 같아요. 내가 무슨 일을 하거나 어떤 사람을 접할 때에도 늘 all or nothing의 과도함을 보이거든요. 이런 과도함에서 많은 중독성 행위들이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약간의 식탐과 약간의 충동구매에서 멈춰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지요. ^^ 명이님. 봄은 안 타나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기 바래요~~

      2009.03.18 14:24 [ ADDR : EDIT/ DEL ]
    • 글쎄 말이죠. 봄을 타고 있나봅니다.
      평소같으면 별거 아닐것들에 서운해지고, 부쩍 외롭다고 느껴지고..(이게 가을에 느껴야 하는 감정인거 같은데..-_-)
      암튼 요새 그렇답니다.
      쉴새없이 몰려드는 일도 그렇겠고요...ㅠ_ㅠ
      그래도, 미탄님 댓글에 기분이 활짝입니다.
      훗...^^ 오늘 좋은 하루 되고 계시죵?

      2009.03.18 15:16 신고 [ ADDR : EDIT/ DEL ]
  2. 앨리스

    저는 요즘 '먹는 것'을 좀 적당히 해 보려고 합니다. 늘 배가 불러있는 상태이다 보니까 오후 근무시에는 항상 소화가 안됐거든요 ㅋㅋ 제 식탐도 만만치 않아서요^^ 사실 간식탐이 더 많아요. 온갖 빵과 단것들을 매일 가까이 하고 살거든요. 이것도 자제를 좀 해보려구요^^
    한선생님 글은 언제나 꾸밈이 없고, 그래서 솔직한 느낌과 작위적이지 않고, 편안해요. 책을 내시면 꼭 대박을 예감합니다(뭐..'대박=좋은 책'은 아니지만요 ㅋㅋ). 기다리고 있을께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09.03.27 15:5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깜짝이야! 내 버릇을 정확하게 집어놓은 말에 찔끔했네요.
      "늘 00 0000 상태"~~ ^^

      모든 생물체 중에서 인간만이 과식을 한다, 심지어 돼지도 과식을 않고 적정량만 먹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일지요?

      사실확인은 할 수 없어도 믿어지기도 하는 것이, 인간만이 심리적인 동물이니까요. 시장기나 생존본능 이외의 이유로 먹는 것을 탐할 동물은 인간 밖에 없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건강으로든 미용으로든 관리여부에 따라 10년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무심한 버릇에 쐐기를 박을 결심이 필요한 시점이랍니다. 탤런트 김명민이 10키로 감량하고 10년은 젊어 보이는 것을 보고 확! 오는 것이 있기는 했는데요^^

      2009.03.27 23:21 [ ADDR : EDIT/ DEL ]
  3. 요리로 부부 간의 감정기류를 분석한다..라. 궁금하기도 하고, 흥미로운 부분이군요.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감정을 사로잡을 수 있을런지.. ^^;

    2009.04.02 22: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 ㅎ 서로에 대해 별로 알지 못하면서 다 안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그 정답은 '부부'라지요.^^ 결혼생활이 좀 지나면 돈얘기, 애들얘기 말고는 할 말이 없어지는 수가 많아요. 그럴 때 공통관심사인 요리가 있다면, 훨씬 일상적이고 촘촘한 대화가 가능해서 연결감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거지요.

      2009.04.04 11:02 [ ADDR : EDIT/ DEL ]

요가에 활 동작이 있지 않습니까?  엎드린 상태에서 두 손을 뒤로 하여 발목을 잡고 상체와 다리를 드는 자세이지요. 활 동작을 취하면, 팔과 배와 넓적다리를 포함해 모든 근육이  땡기고, 상체가 부들부들 떨립니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휴식 자세를 취하는데요. 왼 쪽 뺨을 바닥에 대고, 오른 쪽 팔다리는 90도 정도 꺾은 채로, 왼 쪽 팔다리는 편하게 늘어뜨린 채로 전신을 편하게 바닥에 붙입니다. 저는 이 자세가 세상에서 제일 편안합니다.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납작한 도마뱀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어린 파충류처럼 작고 유연해져서 지구에 달라붙어 있는듯, 껴안은듯 마냥 좋습니다. ^^

인위적인 스트레칭을 마치고 편안하게 첫 숨을 토하는 순간은 감격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래 이것이 호흡이야,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그러다가 깨달았습니다. 평소에 쓰지않는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스트레스를 주었기 때문에, 이 날아갈듯한 자유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런 느낌이 들자 전보다 더 열심히 스트레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천천히 좀 더 끝까지 목을 돌리고, 호흡을 참으면 잠시 후에 좀 더 충만한 휴식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긴장이 있어 이완의 맛을 알 수 있고, 스트레스가 있어 평화의 의미가 깊어진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침 딸애가 알바하는 곳에서 부딪친 문제 때문에 팔팔 뜁니다. 교대해줘야 하는 매니저가 3일이나 한 시간씩 늦게 왔다고 합니다. 아이는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그 문제에 감정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문제제기하고, 자신이 추가근무한 3시간을 면제받고 싶다고 합니다. 따지고 지적해서 시정되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더라, 오히려 문제를 문제삼지 않고 매니저의 마음을 편하게 해줌으로써 네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라고 말해주었습니만 흔쾌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제 생각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설령 옳다고 해도 딸애가 겪을 만큼 겪은 뒤에야 깨달으리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단지 딸애의 스트레스를 포함해서 세상의 모든 문제가 삶의 일부인 것을 알 것 같습니다. 아무런 장애나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오히려 인간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일부 해외스타들이 제 무덤을 파는 행각을 보십시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신을 훈련하며 성장해나갑니다. 스트레스가 있어 하루에 리듬이 생깁니다. 문제없는 삶은 없습니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제비꽃

    제 사촌여동생의 말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언니, 빚은 나의 힘이야. 빚을 갚느라 여기까지 왔어. 내 스승이야."

    2008.05.21 00:4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흐흠~~ 인생의 맛을 아는 사람이로군요. ^^

      2008.05.21 07:4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