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날 잘게 부숴지는 이슬비를 맞으며 산책길에 나섰다.
걷기에 거의 중독이 된 것 같다.
요즘의 내게 수원화성이 없었더라면,
아니 이 세상에 초록이 없었더라면 어쩔 뻔 했을까.
숲에서 뿜어져나오는 청량한 기운을 호흡하며
걷는 것도 좋은데,
핸폰 사진으로 되돌아보는 색감은 보너스다.
싱아에 단풍이 들어 제법 가을분위기가 난다.
오래된 돌담과 새로 복원한 성벽이 사이좋게 나이들어가는 길을 헤치며
늘 보는 소나무와 풀꽃 만으로도 고마운데,
오늘은 뜻하지 않게 들짐승을 보았다.
저, 첫사진에 저 놈!
내가 시력이 안 좋긴 해도 분명 개가 아니었다.
너구리라기엔 제법 컸는데,
얼굴에는 너구리같은 무늬가 있었다.
이렇게 얕은 야산에 저런 동물이 있다니
너무 신기하고 신이 났다.
그래도 그 날 산책의 압권은 이 공간이었다.
성신사라고 하는 절의 복원공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었는데,
그 옆에 조성된 작은 쉼터가 내 맘에 꼭 들었다.
커다란 느티나무 몇 그루가 그늘을 만들고 있고,
구절초나 쑥부쟁이 같은 꽃이 아무렇게나 어울어져 있는 이런 공간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차와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즐기는 모습이 마구 피어 올랐다.
아! 딱 요만한 공간을 갖고 싶다!
한 번 태어나서 이만한 호사는 누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단순하고 낭만적인 나는
우연히 부딪치는 부러움을 먹고 산다.^^
순간적인 부러움이 뇌에 각인되면서,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생각이 꽂히는 것이다.
새로 사 온 새끼고양이 돌보느라 이틀 농땡이쳤는데
다시 내일부터 마음을 추스려야겠다.
걷기는 참 좋다.
한 번 나가면 한 가지는 꼭 배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학교를 왔더니 짬이 납니다.
2009.09.25 12:58 [ ADDR : EDIT/ DEL : REPLY ]점심시간이에요. 언니는 식사하셨나요?
걷기 좋아하는 언니랑 언제 수원성 같이 걸어보고 싶어요~~
예~~ 언제 기회가 있겠지요.^^
2009.09.26 08:27 [ ADDR : EDIT/ DEL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를.
사람이 꼭 누려야할 행복중에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건축물을 마주하고 그속을 산책하는 행복이 있는것 같아요.
2009.09.30 14: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갖지 못하고 산다면 삶이 얼마나 각박할까요....
마음에 위안받을 나무 한그루, 골목길 가로등 하나는.. 아무리 가난한 이들의 어깨위에라도
서있어주기를 바라게 됩니다.
음... 똑순맘도 그런 생각을 하는 군요.
2009.10.05 14:55 [ ADDR : EDIT/ DEL ]나는 10대 풍광을 적어 보다가 깜짝 놀랐지요.
공간에 대한 것이 절반에 해당하는 거에요.^^
집구경도 좋아하고,
건축에도 관심이 많답니다.
공간을 누리며 살 정도의 여유는 있어야 할 텐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