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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4 <62호> 나는 내 인생의 전문가 (2)


짧은 시간에 전체를 꿰뚫는 사람을 천재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도 체험을 통해 천천히 배울 수는 있습니다. 긴 인생을 통해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은 그만큼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삶에는 반드시 직접체험으로 배워야 할 부분이 있으니까요. 내게 일어난 일을 통해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그 일은 무의미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나는 늘 나를 들여다봅니다. 어떤 일을 맞이하여 내 마음에 일어나는 반향을 들여다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분석해보면 반드시 원인이 있고, 그 일을 불러온 나의 기질이 있습니다. 아!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고 깨닫고 나면 그 일은 잊어버립니다. 계속해서 지나간 일에 붙들려 있지 않아도 됩니다. 그대신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앞뒤를 따져 깊이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됩니다.


아예 맘먹고 이제껏 살아온 것을 훑어볼 때도 있습니다. 미스토리를 쓰면 아주 좋습니다. 글로 쓰다 보면 생각지도 않던 기억이 꼬리를 물고 나타납니다. 사소한 습관이나 기호가 오랜 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과꽃이나 백일홍 같은 옛날 꽃을 보면 가슴이 환해질 정도로 반가운데, 어릴 적 외가 장독대 앞에 피어있던 꽃이었다는 기억을 떠올리는 식입니다.


유년시절 나의 뼈대와 살이 되어준 것은 세  가지입니다. 아버지의 사랑과 외가에서의 자연친화적 경험, 그리고 동화책입니다. 그로 해서 나의 자존감과 정서적 안정감 그리고 창의성의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이십 대에는 농민에게 강한 일체감을 느껴 농사꾼과 결혼까지 하였지만, 지역활동에 진력하지 못했습니다. 인간에 대한 연민은 있지만 ‘사회적’이기 보다 ‘개인적’인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육아기간은 정신없이 빨리 지나갔습니다. 살면서 그 중 바쁘고도 행복한 절정시기입니다. 그리고 마흔, 돌이켜보면 40대가 참 재미있습니다.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거든요. 창업을 하고 술을 배웠으며, 폐업을 하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습니다. 멋모르고 ‘중년의 위기’를 관통한 셈입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나’를 찾아왔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하기보다 혼자 일해야 더 만족스러운 성과가 나온다는 것, 의례적인 좁은 울타리에 갇혀서는 숨쉴 수 없다는 것, 삶의 본질을 찾아 끝없는 탐구를 계속하리라는 것!


수많은 실수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삶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수가 없었으면 내 삶도 없었을 테니까요. 다른 대안이 없다면 열 번을 망설이는 것 보다는 한 번 저지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체험이 생기고 하나의 옵션이 지워지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뒷심 없이 크게 창업해본 경험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어도 확실하게 배운 것이 있습니다. 창업이나 ‘커다란 것’에 대한 환상이 사라진 것입니다.  될 일은 반드시 되게 되어 있다, 섣부른 투자를 하거나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작아도 실속 있는 일이 최고이며 구색 맞춘 하드웨어는 허깨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요?  어떤 경험도 의미 없는 것은 없습니다.


나는 내 인생의 전문가입니다. 나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나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나 멘토의 조언도 나와 맞아 떨어져야 힘이 됩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에 부딪칠 때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내가 반복해서 저지르는 일 속에 내가 들어 있으니, 살아온 과정을 곰곰히 들여다보면 나의 기질과 강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강점은 살려주고 단점은 보완해 나가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내게 필요한 책과 멘토를 찾아 자기화하면 도움이 되겠지요. 이렇게 삶을 통해 배운 것은 그야말로 알짜배기 내 것입니다. 굽이굽이 길어진 인생을 따라 최선의 나를 찾아가는 일이 매혹적이지 않은가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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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게 배우고 갑니다. 공감 100%입니다. 제가 그동안 생각해 온 주제인데 멋지게 잘 풀어주신 것 같습니다. 포스트 제목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

    2008.10.04 13:52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이번에는 buckshot님이 너무 높이 띄워주셨네요. ^^ 말씀 감사합니다.

      2008.10.04 19:1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