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발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0.05 <63호> 삶은 점점 확장되는 것이다 (4)
  2. 2008.08.11 <43호> '중년의 위기'의 정체 (2)
 

모든 사람의 생애는 한 권의 성장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을 때 중간에 이야기를 멈추게 되니까요. 우리가 중년 이후의 삶에 대해 막막해지는 것은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로드맵이 없기 때문인데요. 가만히 살펴보면 역할모델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에릭 에릭슨은 성인발달이 쇠퇴가 아니라 진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밝힌 최초의 사회과학자입니다. 그는 50년에 걸쳐 50명의 건강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연구한 결과, 나이가 들수록 성인들의 사회적 지평이 넓어진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체성, 친밀감, 생산성, 통합의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구요.


‘정체성’과 ‘친밀감’은 워낙 중요하고 널리 강조되는 개념이구요, ‘생산성’은 헌신적으로 다음 세대를 지도할 만한 능력을 갖추는 것을 말하고, ‘통합’이란 세상의 이치와 영적인 통찰력에 도달하는 경험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세상에 나는 오직 나 하나뿐이며, 한번 태어나 한번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통합으로, 에릭슨의 부연설명이 자못 비장합니다.


 “마지막 기력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지혜는 남아 있다. 지혜는 우리로 하여금 죽음 앞에서 생명에 대해 초연해질 수 있게 한다. 육체적 정신적 기능은 쇠퇴되어 가더라도, 지혜를 통해 꾸준히 통합적인 경험을 배우고 성취해 나갈 수 있다”

나의 발달단계를 이 네 가지에 비춰보는 것도 유용할 듯 싶습니다.


그가 말하는 성인발달이 정해진 법칙대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잔다르크는 20대에 생산성을 갖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위대한 의학자인 윌리엄 오슬러는 40세에 결혼하면서 비로소 친밀감의 과제를 성취했고, 베토벤은 음악가로서 훌륭히 소명을 다했지만 그 누구와도 친밀감을 나누지 못했습니다.


성인발달의 개념에서 보면, 노화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은 과장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노화에 따른 뇌 세포 감소량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적어서, 어디까지나 적절한 가지치기 정도라고 하니 말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반응속도나 기억력, 숫자 감각, 정확성을 관장하는 유동 지능은 쇠퇴할지 몰라도, 비교 구분, 논리적 추론, 어휘력에 해당하는 결정 지능은 오히려 상승한다고 합니다.


성숙한 성인은 승화, 유머, 이타주의 같이 성숙한 방어기제를 익힐 수도 있습니다. 젊을 때는 주로 개인적인 것을 소망하던 사람들도, 점차 가족과 공동체 나아가 인류 전체로 관심을 확대하게 되는 거지요.


젊었을 때 뛰어난 창조성을 발휘했던 수많은 70대를 면담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이를 증명합니다.

“그들의 관심사는 보다 폭넓은 문제로 심화되었다. 그들은 정치, 인류 복지, 환경, 때로는 우주의 미래에 대해서까지 깊은 관심을 보였다”

30대에 훌륭한 육아 지침서를 집필했던 소아과 전문의 벤자민 스포크가 70대에 접어들어서는 세계 평화를 위해 일했고, 90대에는 영성에 대한 글을 쓴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요.


적절한 목표를 갖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성급한 쇠퇴를 각오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나이들 수록 쓸 만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즐겁게 삶을 향유하고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임마뉴엘 칸트가 57세에 처음으로 철학에 관한 저서를 썼고, 윌 듀랜트는 83세에 역사 부분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90세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했듯이 말입니다.


파블로 카잘스가 91세의 나이에도 매일같이 꾸준히 첼로 연습을 하자 그의 제자 중 한 사람이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왜 계속 연습을 하시는 겁니까?”


이에 대한 파블로 카잘스의 대답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도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라네”




참고도서: 조지 베일런트, 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 - 하버드대학 성인 발달 연구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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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비꽃

    에릭슨..칸트..듀란트..라이트..
    좋은 삶의 예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네요. 정보도 고맙구요.
    워낙 잘쓰시지만 요즘은 부쩍 필력이 느껴지네요.

    파블로 카잘스의 말이 가장 와닿기에, 이렇게 말해도 될까요?^^

    "미탄님의 글은 요즘도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는 거 같아!"

    2008.10.05 17:38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와~~ 제비꽃님이 부활했다!!! ^^
      필력은 모르겠구요,
      그 중 낮아지고 진지해진 것은 분명하지요.

      똑같은 말을 91세에도 해 주세요. ^^

      2008.10.05 20:50 [ ADDR : EDIT/ DEL ]
  2. 안녕하세요 미탄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유레카라고 합니다.
    미탄님 블로그에는 좋은 글이 참 많군요.
    저번에도 글을 퍼간적이 있는데 이글도 좀 퍼가겠습니다. 괜찮죠? ^^

    2009.01.01 12:47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럼요, 이렇게 서로 알아 나가는 과정이 소중하지요.
      퍼간다고 말씀해 주시니 그것도 고맙구요.
      새해맞이 스킨 바꾸기 좀 하고 놀러 갈게요. ^^

      2009.01.01 14:22 신고 [ ADDR : EDIT/ DEL ]

‘중년’ 하면 곧바로 ‘위기’라는 말이 따라올 정도로 ‘중년의 위기’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중년이 그처럼 위기의 시기로 불리우는 이유는 일대 전환기이기 때문인데요, 똑같은 전환기인 사춘기에는 주변에서 모두 이해하고 한 수 접어주면서, 중년의 위기는 백안시하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중년의 위기 역시 성인의 성장발달의 일환이지 일탈의 핑계가 아닌데도 말이죠. 


성인발달에 대해 장기적인 연구를 수행한 대니얼 레빈슨에 의하면, 중년에는 인생후반을 향하는 단계에서 여러 가지 심리학적 문제에 봉착한다고 하네요.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지게 되는데요, 조금 길지만 워낙 근본적이고 중요한 질문들로 보여서 인용해봅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무엇을 해왔는가 가족, 친구. 일. 지역사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실제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주었는가. 자기 자신 그리고 주위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중심이 되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그 가치관이 생활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 자신의 가장 뛰어난 재능은 무엇인가. 그 재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젊은 시절의 꿈 중에서 무엇을 이루었는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가. 현재 자신의 욕망이나 가치관과 재능을 병립시키면서 살고 있는가. 현재의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가.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가지고 살고 있는가. 외부세계에서 어느 정도나 효과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현재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장래를 위해 더 나은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가.


중년에는 이처럼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여 자신을 재평가하려는 노력이 대두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이제껏 지니고 살아왔던 정체성이나 페르소나가 흔들리게 되고, 그같은 총체적 혼란을 가리켜 쉽게 ‘중년의 위기’라고 부르게 된 것 같습니다. 자기 안의 이런 문제들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사람은 역동적이고 확장된 자아상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쇠퇴와 파괴의 내리막길을 걷게 되겠지요.


구체적으로 레빈슨이 중년의 과제로 제시하는 것은 다음의 네 가지 측면입니다. 이 네 가지 양극성을 어떻게 잘 균형잡고 통합하느냐에 따라서, 한 개인의 중년이 위기인지 아니면 기회인지가 정해질듯 하니, 자신의 통합정도를 한 번 채점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네 가지 과제는 젊음/노쇠, 파괴/창조, 애착/분리, 여성성/남성성의 통합입니다.



* 참고도서
대니얼 레빈슨, 남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 이대 출판부 1996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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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자

    한명석님, 실로 오랜만에 방문했습니다.
    여전히 포스팅이 활발하시고,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쓰시고 깊어지셨네요.
    작년에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아직까지 완전히 새로운 균형을 찾지는 못했지만
    나이 마흔이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출발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단순해서 넘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좀 예민한지라...ㅎㅎ
    이전에는 저는 단순히 통과의례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라.
    전환과 변곡을 통해 거듭나라.
    진짜 너의 인생을 살아라.

    그런 메시지를 던져주는 시기가 이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사부님처럼 지리산에서 한달 정도 처박혀 있다 오고 싶은데
    밥에 매여서
    일상의 변혁을 시도하는게 좀 버겁네요.

    명석님, 책쓰는 건 잘 진행되나요?
    부디 잘 꿰셔서 좋은 책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럼 가끔 놀러오겠습니다.^^

    2008.08.18 13:3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안그래도 아침에 옹박에게 댓글 단 것 보고,
      장난칠까 하다 말았는데 통했나 보네요.
      분명히 맞는 말이고 동의하지만
      나는 죽으라는 말이냐고... ㅠ.ㅜ

      책 생각만 하며 사는 건 아닌데,
      달리 하는 일이 없고 또 성과가 안 나와주니까
      꼭 똥차되는 기분이네요. ^^

      원래 느긋해서 달자님처럼 달도 안 채우고
      쑤욱 애를 뽑아내는 집중력도 없고,
      그건 농담이고
      정말 성실한 독종다운 쾌거였어요.

      생각이 여전히 많군요.
      하긴 마흔이 정상적인 도약의 마지막 데드라인이긴 해요.
      달자님이라면 충분히 해낼 것 같은데?

      2008.08.18 15:3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