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드에이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1.24 초겨울에 핀 개나리 (4)
  2. 2008.06.28 <30호> 쉰,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7)
좋은 삶/새알심2008. 11. 24. 19:04





 


목화는 두 번 꽃이 핀다


꽃은

단 한 번 핀다는데

꽃시절이  험해서

채 피지 못한 꽃들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꽃잎 떨군 자리에

아프게 익어 다시 피는

목화는 

한 생에 두 번 꽃이 핀다네


봄날 피는 꽃만이 꽃이랴

눈부신 꽃만이 꽃이랴


꽃시절 다 바치고 다시 한 번

앙상히 말라가는 온몸으로

남은 생을 다 바쳐 피워가는 꽃

패배를 패배시킨 투혼의 꽃

슬프도록 환한 목화꽃이여


이 목숨의 꽃 바쳐

세상이 따뜻하다면

그대 마음도 하얀 솜꽃처럼

깨끗하고 포근하다면

나 기꺼이 밭둑에 쓰러지겠네

앙상한 뼈마디로 메말라가며

순결한 솜꽃 피워 바치겠네


춥고 가난한 날의

그대 따스하라


-박 노해-




수원화성 나의 산책로에 개나리가 피었네요. 포도를 닮은 야생열매와 함께 찍어보았습니다. 몇 년 전 대구에 갔다가 한 겨울에 핀 개나리를 보고 신기했던 적이 있는데, 중부지방에서도 양지바른 곳에서는 더러 피나 보군요.

초겨울에 핀 개나리와 겹치는 시 한 편 올립니다. 나는 어려서 외가에서 목화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작고 단단한 씨앗이 들었을 뿐 완제품 솜이 열리는 것이 신기해서 한참 들여다 본 기억이 나네요. 엄지손가락만한 봉우리가 활짝 피어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목화를 매달고 있는 줄기와 가지가 유독 새카맣게 말라 있었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 때 내가 보았던 솜꽃은 두 번 째 핀 것이었을까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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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퀴리

    저도 목화솜 꽃 본 적 있어요!
    목화는 두 번 꽃이 핀다,
    2막,
    서드에이지,
    요즘 화두와 맞아드네요. "블로그에 눈뜨게 해주시니 이 아니 감사한가"
    놀러오는 재미가 훈훈해요. 이겨울에.

    따끈한 오후되세요!!!!!-

    2008.11.25 14:2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무언가를 '매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훈련이 되겠어요? 블로그가 좋은 점은 그것인 것 같아요.
      걍 사진이나 여행 블로그 하시는 분들도 글이 팍팍 달라지는 것을 느끼거든요.

      에고~~ 따끈하긴 따끈한데 이마가 따끈하네요. ^^
      감기기운이 있나봐요.

      2008.11.25 18:14 [ ADDR : EDIT/ DEL ]
  2. '춥고 가난한 날의 그대 따스하라' 는 마지막 귀절의 여운이 참 깁니다...
    때론 식물들처럼 자기 소명을 온전히 수행하고
    한 생 마감하는 존재가 없는것 같이 생각되기도해요.
    이 겨울 입 다떨구고 서있는 나무들보며 저를 돌아봅니다.

    미탄님, 감기 조심하세요~!

    2008.11.26 17: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똑순맘의 댓글을 읽다가 문득 '식물적인 유형'이 있다는 생각이 스치네요.
      구소장님도 '식물적인 방식을 가진 사람은 직접 나를 내세우기보다 꽃처럼 향기로워서 남들이 나를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는 지론이구요,

      미술평론가 박영택인가도 자신이 식물적인 인간이라고 말한 것 같아요.

      똑순맘이나 내게도 그 비슷한 느낌이 있네요. ^^

      2008.11.27 07:18 [ ADDR : EDIT/ DEL ]

 

최영미는 1994년에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썼습니다. 이 시집은 청춘과 사회운동, 사랑과 혁명 같은 이질적 요소를 도시적 감수성으로 노래했다고 해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여자들은 나이 서른을 가장 힘겹게 보낸다고 합니다. 20대로 대변되는 ‘젊음’이 사라지는 것을 두렵게 생각하기 때문일텐데요, 지나고 생각하면 하품이 나올 정도로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서른 뿐만 아니라 마흔도, 쉰도 충분히 젊은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나이에 대한 편견만 버릴 수 있다면, 인생의 어느 순간도 절정이요 황금기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우리사회에는 막강한 ‘나이에 대한 테러’가 있습니다. 엊그제도 어떤 미혼여성이 “서른 여섯이나 먹었어요”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 ‘쉰이나 먹은’ 사람은 아무 것도 시도해서는 안되는 것인지요?  남은 몇 십 년을 어떻게 죽은듯이 지낼 수 있는지요?


나이에 대한 이런 통념 때문에 우리의 문화가 조로早老 한다고 생각합니다. ‘쉰의 출발’, ‘쉰의 감수성’에 대한 책과 노래가 나와야 하는거지요. 61년생인 최영미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지속적인 삶의 보고서를 써야 하는거지요.


미국의 안나 메리 모제스는 75세에 화가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들을 본대로 그린 촌부의 그림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습니다. 그녀는 1961년에 명성을 간직한 채 101세의 나이로 편안하게 눈을 감았습니다. 몇 년 전 중국 소설의 대가 진융은 81세의 나이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학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육아에서 벗어나고 세상에 대한 레퍼런스가 쌓인 중년이야말로, 새로운 전성기의 출발이 아닐지요. 생의 기미를 아는 중년이후에 진짜 잔치가 시작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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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비꽃

    물론이지요, 미탄님. 그때가 언제든 지금이 축제라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그 순간이 전성기일 것 같아요. 글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어요. (예로 등장하는 인물이 주로 외국사람인데) 우리나라에서 쉰이든 여든이든 출발한 중년의 예화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좋은 책감이 될 것 같아요.

    2008.06.28 18:4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좋은 제안이세요. 그런데 중년의 도약에 대한 자료 자체가 많지를 않네요. 내가 파악할 수 있는 책은 거의 읽었는데도 손에 짚이는 것은 없고... ㅠ.ㅜ

      2008.06.28 21:49 [ ADDR : EDIT/ DEL ]
  2. 범.

    잘 지내시죠? 들르긴 자주 합니다만 차분하게 댓글을 적기가 어렵네요.^^
    화가 가운데 황진현 씨는 올해 팔순입니다만 쉰 넘어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회사 다닐 적에 미국 출장 가서 3년 동안 매일 4시간씩 그림 그렸답니다.
    얼마 전에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초대전도 했지요..
    어제 점심 먹으면서 식당의 조선일보 들쳐보니 탤런트 강석우도 그림을 그린다네요.
    작년에 개인전도 했다는데, 4년 전부터 하루 4시간씩 꼬박꼬박 그림을 그린답니다.

    2008.07.02 08:55 [ ADDR : EDIT/ DEL : REPLY ]
    • 내가 자료조사에 참 약해요.
      근데 자료조사를 포함해서 '취재'가 글쓰기의 기본인 것을 조금 알 것도 같고...
      '호랑이'님은 '취재' 부분에 많이 훈련되어서 좋겠어요. ^^

      2008.07.02 11:34 신고 [ ADDR : EDIT/ DEL ]
    • 미탄

      범씨 블로그에 댓글이 안 달리네요.
      "귀하는 차단되었으므로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휴유~~ 거 참 살벌하네요.
      근데 저번에 말 나왔던
      소도시 산책 기획 건은 어떻게 되어가는지요?
      범씨와 어울려보이던데?

      2008.07.02 11:55 [ ADDR : EDIT/ DEL ]
  3. 또 한분 계시네요. 김훈 작가는 마흔 여섯에 첫 문학작품을 발표했습니다. 또 다른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 생각나면 여기 와서 적어놓을게요 ^^

    2008.07.04 06: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렇군요! 정말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지요. ^^
      이제 책을 넘어서, 신문잡지로 자료원을 넓혀나가야 할 것 같아요. 인용할 생각만 했지, 내 주장을 위해 직접취재를 한다는 것은 아직 훈련이 안되어서요. ㅠ.ㅜ

      2008.07.04 08:56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