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푸른숲, 2009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풍광에 대한 소개와 그것과 맞닥뜨려 일어난 감흥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이 책은 여전히 여행기이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 아무리 먼 곳을 가든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인 것을 생각할 때 그렇다. 이 책은 34일간 800km의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거듭 곱씹게 되는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내가 ‘그녀의 책’이 아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블로그이웃으로 자주 접하던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책 같았다. 이지적이고 자의식 강한 전문직 여성이 아닌, 수시로 흔들리고 망설이고 외로움 타는 보통 여자가 거기 있었다.  누군가 이 책만을 달랑 읽은 독자라면 저자를 코스모스처럼 유약한 ‘천상 여자’인 줄 알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에필로그만 평소의 그녀 같다-  하지만 그녀는 대한민국 상위 1%만이 접할 수 있는 엘리트코스를 거친, 까칠한 차장급 기자이다.  자동차로 캘리포니아를 횡단하는가 하면 한때 마라톤을 했을 정도의 활동성도 지녔다. 한 사람의 내면에 이처럼 이질적인 요소가 공존할 수도 있는 거구나. 어느 쪽이 좀 더 그녀의 본질일까. 어떻게 이처럼 이질적인 요소들을 통합해내면서 살고 있을까. 


저자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벌거벗고 서 있는 것처럼 자신을 모두 드러낸 듯하다고 했지만, 그런 느낌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유능한 여성도 때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친근감을 느꼈을 뿐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펼쳐놓는 내면에 아는 척을 하기가 망설여졌다. 정말 그렇단 말이야? 해답을 알면서 그냥 한 번 해 보는 말은 아닐까.


그런 내 심정을 불식시킨 것은 이 부분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비유 중에, 1달란트를 그냥 가지고 있던 사람에 대해 안셀름 그륀 신부가  “그가 두려운 나머지 자신의 삶을 파묻었다”고 해석했다는 부분, 이런 문장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의 절실함이 내 마음으로 파고 들었다.  비로소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쓸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들까지 통제하려는 성향이 강할수록, 일이 자기 뜻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일수록,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며 일이 잘못 되면 오래 후회하는 완벽주의자들일수록 막연한 불안에 시달리는 겁쟁이들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갖고 싶은 용기는 매사를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는 강박을 버리고 삶에서 우연의 여지를 열어두는 태도였다. 예기치 않은 일에 더 많은 여지를 허용하면서 살아가기, 실수를 저지르거나 일이 잘못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 그래도 어디까지 한번 가보겠다고 하는 마음, 내가 갖고 싶은 용기는 그런 거였다. 카미노에서도 그런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


저자가 자신에 대해 거듭 힘들어 하는 부분이 여기에 잘 드러나 있다고 보인다.  거칠게 말해서 ‘고뇌하는 수재’와 ‘단순한 열정’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우연히 나는 ‘단순한 열정’을 타고났다. 그래서 이 쪽에 속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금은 대변할 수 있다. 전자에 속한 사람들이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자기검열에 시달리며 조심조심 많은 것을 이루었을 때, 후자에 속한 사람들은 마음이 가는 대로 저지르느라, 시간과 물자를 허비하며 다분히 변덕스럽다. 이런 상태를 용납할 수 있을 것인가? 타고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하지 마라. 유전자가 어느 정도는 나를 규정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생긴 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되, 너무 힘들지 않을 정도로 나를 다듬는 일, 세월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한 일이다. 아픈 경험을 통해 떠올리게 된 그 기준처럼 말이다.


결국 남은 기준은 하나밖에 없다. 죽음을 상담자로 삼는 거였다. 내가 죽음을 앞둔 시점이라면 지금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는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대, 선택의 결과, 성취에 대한 세상의 평가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선택 이후 펼쳐질 미래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더라도 당장 그 일을 하는 게 중요했다.


장영희교수님이 가시고, 정승혜대표가 갔다. 겨우 이름만 아는 사람들이라도 죽음 앞에서 나는 숙연해진다.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갔는지 저자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결핍과 실수만 바라보는 자책의 눈길을 거두라는 충고였다.  내가 스스로를 더 이상 문제 삼지만 않는다면 이미 나는 내가 원하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이걸로 충분한지’ 묻지 말고 오늘의 나, 오늘 가진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받아들이기, ‘이미 충분한’ 내 운명으로 남을 위해 사소한 순간 하나라도 아름답게 만들기, 한번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순례길에 연주를 하고 싶어서 키타를 메고 다니는 젊은이, 생일을 맞은 친구를 찾아 산티아고까지 오는 소꿉친구들, 침대에 누워 죽기를 기다리느니 길 위에서 죽는 것이 낫다고 하는 남아공에서 온 할머니들, 걷지 못하는 친구를 들것에 싣고 걷는 6명의 친구들... 사소한듯 결코 사소하지 않은 그 순간들이 바로 ‘살아있음의 경험’이 아니고 무엇이랴.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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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꼭 읽어 보고 싶습니다.
    주문 클릭하러 쌩~~~하고 갑니당..히힣

    언냐 감기조심하세요!!

    2009.05.19 23: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예~~ 토댁님도 1인 몇 역을 하는 분이 아프시면 안되겠지요! ^^

      2009.05.20 01:01 신고 [ ADDR : EDIT/ DEL ]
  2. 비밀댓글입니다

    2009.05.20 00:00 [ ADDR : EDIT/ DEL : REPLY ]
    • 비밀댓글입니다

      2009.05.20 15:55 [ ADDR : EDIT/ DEL ]
    • 복합도 아니고 어느 한 쪽의 손을 들다니, 정말 의외입니다. 너무 독단적인 글이 아닌가 해서 은근히 신경이 쓰였는데, 우려였던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그럼 용기를 내어 온라인 서점에도 리뷰를 올릴까요? ^^

      2009.05.20 20:00 신고 [ ADDR : EDIT/ DEL ]
  3. 참.. 미탄님의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뚫어보는듯 합니다. ^^

    2009.05.20 00:55 [ ADDR : EDIT/ DEL : REPLY ]
    • 너무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제맘대로 쓰는 글이라 민망할 따름입니다. 깊은 우정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이누잇님의 리뷰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2009.05.20 01:14 신고 [ ADDR : EDIT/ DEL ]
  4. 주위 분들의 리뷰로 도저히 읽지 않고는 못배기도록 만드네요 ^^
    저도 곧 책을 펼쳐봐야겠습니다.

    2009.05.20 16: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 리뷰는 순전히 제 느낌 위주라서, 책에 대한 소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위 글도 고치고 싶은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그냥 넘어 가렵니다.^^

      2009.05.20 20:07 신고 [ ADDR : EDIT/ DEL ]
  5. 오랜만에 미탄님의 글에 댓글을 남깁니다^^ 글이 담백합니다. 딱 떠오르는 느낌이 담백이에요. 저는 산티아고 길을 직접 걷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던데 블로그 이웃 중에서 제가 첫 타자로 떠나버릴까요. :) 아직 학생이니 충분히 가능합니다만...

    2009.05.20 23: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읽는 사람을 고려하기보다 늘 내 느낌이 우선인 내 글이 읽는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반응해주어서 고마워요. 우연히 이어서 서명숙의 산티아고에 대한 글을 읽고 있는데, 거기에서 비롯된 제주올레도 참 소중하게 다가오네요.
      상징성이 자꾸 쌓이니까 산티아고의 의미도 더욱 깊어지구요, 잘 지내지요?

      2009.05.21 11:24 [ ADDR : EDIT/ DEL ]
  6. 저도 오랜만에 댓글을 남깁니다. 전에 블로깅을 안하신다는 글을 읽은 이후 정말 안하고 계시는 줄 알았답니다 ㅡ.ㅡ

    산나님이 참 좋아하시겠습니다. 이렇게 멋진 서평을 써주시다니... 제가 책을 낸다면 이런 서평이 달릴 정도로 가치있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2009.05.21 06:52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블로그에 전혀 신경을 못 쓰는 것이 맞아요. 개인적인 글창고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블로그 이웃 분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잠수 들어간 것이 마음에 걸리던 차에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바쁘시겠지만 일상에 파묻히지 마시고, 늘 꿈을 따라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이웃이 있다고 믿고 있구요.^^

      2009.05.21 11:29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9. 1. 2. 17:03


    
       출처:  
나희덕의 시배달

산나님 블로그에서 멋진 시를 보았습니다.
황지우의 '눈보라' 제일 끝 귀절에
"다시 처음부터 걸어 오라"가 가슴을 칩니다.
그래서 이 귀절로 새해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슬픔은 왜 독인가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의 저 남자처럼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아도 시원치않은 처지이지만,

"이제는 괴로워 하는 것도 저속"할 정도로
숱한 회한을 되씹어 왔지만,

문학집배원을 자처하는 나희덕시인이 말하듯,
"돌아보면 눈길 위에 잘못 살아온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혀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눈은 내리고 또 내려 부끄러운 발자국들을 용서하듯이 내려,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허락합니다
'다시 처음부터 걸어오라'고."

아직도
시간을 허비한 죄,
마치 이 곳이 아닌 다른 생이 있는 것처럼
데면데면하게 살아온 죄에 대한
벌을 받으려면 멀었지만,

그래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기운을 가진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인생은 그저 내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면 된다.
일일이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천진한 주도성을 가진 것을  자축하며
다시 처음부터 걸어가겠습니다.

짐승같은 바람소리를 내는 눈보라 속에 서고 싶습니다.
내가 걸어온 발자국마저 지우며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다시 처음부터 걸어오라"는 경구를 내 몸에 새기고 싶습니다.


 

위 시는 나희덕의 시배달로 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메일서비스를 이제야 알았네요.
흥겨운 마음에 딸에게 부탁해서 플래시를 옮겨 보았습니다만,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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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퀴리

    밝아 온 새해, 2009년이여!!
    Happy New Year!! 미탄님의 맘에, 온누리에, 제 맘에, 온누리에.....

    새해, 좋은 시낭독, 더욱 감사해야할 한해 가 예감됩니다.
    떡국, 맛나게 드셨어요?
    (저작권 어려워요, 어려워요, 블로그 블로그..휴..)

    2009.01.02 19:22 [ ADDR : EDIT/ DEL : REPLY ]
  2. 푸른퀴리

    위 뒷부분 온누리에는, 모든이의 맘에 (다 아는것같은 블로그방문하시는 모든 분들께 친한척 하려했는데, 에잇, 이누무 워드실력이여 OTL) 입니다.

    Happy New Year!!! 미탄님의 맘에, 온누리에,제 맘에, 모든이의 맘에..(ㅎㅎㅎㅎㅎㅎㅎㅎ)

    2009.01.02 19:30 [ ADDR : EDIT/ DEL : REPLY ]
    • 예, 신년인사 감사합니다.
      푸른퀴리님도 편안한 신년 첫 주말 맞이하고 계시지요?
      우리 모두 꿈을 향해 차근차근 걸어가는 한 해 되기 바랍니다.
      ㅎㅎ 블로그 언제 알려주실 거에요? ^^

      2009.01.02 23:03 신고 [ ADDR : EDIT/ DEL ]
  3. '올해도 다시 처음부터'란 마음가짐은 훌륭하지만
    일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처음'인 듯한 이 느낌은 좀...^^

    잘 간직하겠습니다.

    2009.01.03 21: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강인선 기자 책에 3년 공부하면 질적인 변환이 온다고 한 부분이 나오잖아요. 난 3년이 되었다는 거~~
      그래도 눈에서 빛이 난다거나 하는 아무 징후도 나타나지 않네요. ^^ 옛사람들 평생 공부한 거 생각하고 따라 가야지요. 아!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 달라진건가봐요.

      2009.01.04 08:20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8. 10. 10:21

산나님이 최근 포스트 http://bookino.net/246 에서 이런 말을 했네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낱낱이 아는 상태에서 자기자신을 좋아할 수 있을까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가 어떤 인간인지는 아는 경우와, 나 자신을 좋아하지만 내가 어떤 인간인지는 모르는 경우 중에서 어떤 쪽이 더 나쁜 것 같냐는,  질문을 인용한 끝이었지요.

그 책을 읽지 않았지만, 그 질문을 한 인물도 상당히 특이합니다.
우선 자기 자신을 안다는 자기도취가 코끝에 걸려 있는데다가,
어느 쪽이 더 좋으냐고 묻지않고, 더 나쁘냐고 물은 것도 그렇구요.
자신을 좋아하지만 자신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 자기 자식들에 대해 은근한 조롱이 깔려있으니 말이죠.

어쨌든 내 흥미를 끈 것은 저 질문입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낱낱이 아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좋아할 수 있을까요?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체험에 의해 속속들이 드러난 나의 못된 성격, 빈약한 자원, 그 많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구요?

나의 단점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장점에 주목하는 겁니다.

가령 나의 경우, 한정치산자에 가까운 경제관념에다가 승부근성이라고는 약에 쓰려도 없습니다.
내 발등을 찍는 시행착오 속에 세월을 얼추 허비했습니다.
게다가 관계지능이 아주 떨어져서, 세상 사람을 모두 낯설어하는 이상한 습관이 있지요. ㅠ.ㅜ

열거하기에도 숨찰 정도로 단점이 많은 반면에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그것은 '마음이 가는대로 살 수 있는 능력'입니다.
세상의 잣대나 세상사람의 의견에 아랑곳없이,
나는 내가 필받으면 그냥 갑니다. ^^
아무리 커다란 현안에 짓눌려 있어도, 뭉게구름에 감탄할 수 있고
나만 납득할 수 있으면, 아무리 엉뚱해보이는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살아보니, 이런 기질이 행복한 인생의 요점이던걸요?

'열정' 혹은 '영원한 철부지'의 속성,
이 하나 만으로도 나는 나를 좋아합니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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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느 쪽이 더 나쁘냐는 질문에 저도 '참 특이하군' 생각했어요.^^
    불행한 사람은 세상의 불쾌한 특징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같아요.
    그나저나 '장점'을 명쾌하게 정리하실 수 있는 게 부럽고 멋집니다. 단점을 꼽자면 100개도 넘게 들이대지만 장점은 하나도 못대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거든요.

    2008.08.10 15: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 더위에, 안그래도 원고쓰느라 땀빼고 있을 산나님에게 자꾸 치대는 것 같아서 망설이다 올린 포스트인데, 시원하게 받아주어서 고맙습니다. ^^

      2008.08.11 00:06 신고 [ ADDR : EDIT/ DEL ]

 

나는 그녀의 블로그와 자꾸만 맞부딪쳤다. 첫 만남은 올해초, 김태우의 ‘미코노미’를 읽고 막 블로그에 눈떴을 때였다. 무차별로 써핑하는 중에 발견한 그녀의 블로그에서 “웹 2.0시대 살아가기”라는 카테고리 이름이 마음에 들어 한동안 빌려 쓰기도 했다. 허락도 받지않고. 또 그녀의 포스트 하나를 퍼다 내 블로그에 고이 모셔두었음을 이제야 알리게 되었다.

“블로그 사용언어 1위는...”

http://mitan.tistory.com/142


그녀의 블로그를 분명하게 알아보게 된 것은 영화 ‘타인의 힘’ 리뷰를 검색했을 때였다.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니고, 정작 볼 때에는 그다지 몰입하지 못한 영화였는데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그래서인지 남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타인의 힘’ 리뷰 중에서 단연 돋보인 것이 이 블로거의 글이었다.


“허, 참. 뭔 글을 이렇게 잘 써?”

순간 나는 리뷰를 검색한 것을 후회했다. 내 글이 엉성하게 보일 정도로 그녀의 글이 훌륭했던 것이다. 몇몇 포스트를 읽다보니 내 시새움은 곧 풀어졌다. 그녀는 ‘꽤 오랫동안 영화를 담당했던 현역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흥행의 재구성” 이라는 책까지 발간한 전문가였으니 말이다. 그럼 그렇지~~  나는 비전문가잖아 ^^


그녀의 ‘타인의 삶’ 리뷰 http://bookino.net/153

나의 리뷰 http://mitan.tistory.com/280


그녀에게 고마워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녀의 리뷰를 통해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를 소개받은 점이다. 내 유일한 자산이 ‘몰입독서’인 만큼, 필받을 수 있는 책을 발견하면 나는 무한대로 행복해지고 커진다. 이 책은 ‘내 인생의 책’ 리스트에 올라있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다가가 하나의 씨앗이 되었다면, 맘껏 행복해져도 되지 않을까.


그녀의 ‘글쓰기 생각쓰기’ 리뷰  http://bookino.net/204

나의 리뷰 http://mitan.tistory.com/292


그녀는 글을 참 잘 쓴다. 지적이면서도 현학적이지 않고, 독특한 품격이 느껴지면서도 술술 읽혀서 좋다. 그녀에게서는 향기가 난다. 이것이 개성이고 문체의 힘이리라.


2007년부터 일을 않고 쉬는 그녀는 여행이 잦다. 페루의 마추픽추, 미국 캘리포니아 종단으로도 모자라 34일간 스페인 산티아고를 걸었다고 한다. 무엇을 찾아 ‘세상의 끝’까지 찾아 가는가. 모르긴 해도 ‘살아있음의 경험’과 ‘나’를 찾는 순례가 아니겠는가. 산티아고에서 돌아와 올린 포스트중, 찰스 핸디의 책에 밑줄그은 대목으로 그녀의 심경을 짐작해본다. 다 옮겨쓰기 꾀나서 조금 줄였다. ^^


프랑스 허미니아 아이바라교수가 성공한 사람 39명을 만나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꾼 방법을 알아보았다. 조사결과, 성공한 사람들은 행동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아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라고 주장한다. 일단 행동하고, 경험하고, 질문하고, 다시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할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정체성이 완성되는 것은 직접 부딪쳐 많은 가능성을 탐험해본 이후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좋은 삶이란 바로 ‘에우다이모니아’에 다름아니었다. 이 복잡한 그리스어는 흔히 행복이라고 번역되지만, 이는 ‘가장 잘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함’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우리는 모든 일을 잘 할 수는 없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하지 마라. 유전자가 어느 정도는 우리를 규정한다.


삶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우리의 주제넘은 안간힘은 또 얼마나 보잘것 없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얼마나 소중한가. 볼테르의 철학소설 ‘캉디드’의 주인공이 한 말처럼,

“내가 하는 일은 중요성을 따지면 너무나 보잘것 없지만, 내가 이 일을 하는 것 자체는 무한히 중요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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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헛~트랙백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과분한 칭찬에 당황스럽고, 위에 쓰신대로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다가가 하나의 씨앗이 되어" 맘껏 행복해지는군요.^^ 미탄님 블로그 글을 읽다가 생각해보니 구본형연구소 연구원게시판에서 미탄님이 본명으로 쓰신 글을 이전에 몇번 읽었던 기억도 납니다.세상이 참 좁아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연재하시는 '세컨드 라이프'가 저도 관심이 많은 주제라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계속 좋은 글 부탁드려요.'신화의 힘'은 저도 무지 좋아하는 책이랍니다.계속 맞아,맞아, 하면서 미탄님 블로그에서 한참 놀다보니 배가 고파지는군요.^^ 밥 먹으러 이만...^^종종 놀러올게요.

    2008.07.02 18: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아,참!저도 컴맹이라 댓글이 안달리는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고, 혹시나 싶어 스팸댓글방지 기능을 없애봤답니다.아마 이젠 괜찮을지도^^

    2008.07.02 18: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기분좋게 받아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낯선 분에게 말을 거는 작업이라, 늘 조심스럽거든요.

      포스트를 '생산'은 해도 '영업'을 않다보니, 놀자고 하는 일이 너무 심심해서요. ^^ 제가 좋아하는 형태의 '영업'이므로 블로그방문기는 계속 쓰려구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블로그를 발견하면, 저도 참 좋아요. 자주 방문할게요. ^^

      2008.07.02 20:36 [ ADDR : EDIT/ DEL ]
  3. 산나님 블로그는 저도 자주 찾아가는 블로그입니다. 인생을 참 멋지게 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한없이 부럽기도 하구요 ^^ 환경은 달라도 미탄님과 통하는게 많은 분 같습니다.

    2008.07.04 06: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블로깅 초기에 쉐아르님 링크 보고 처음 갔을 겁니다. 일면식도 없이, 블로그 만으로도 한 사람의 면모가 느껴진다는 것이 참 신기하네요.

      2008.07.04 08:58 신고 [ ADDR : EDIT/ DEL ]
  4. 미탄님의 이 새로운 방식의 '영업'을 보며 감탄을 했답니다. '가장 한선생님다운 방식이다!!'라고..^^ 조금 더딜지는 모르겠지만 단단하면서도 진실되게 쌓아올라갈 것 같습니다.

    2008.07.20 13:44 [ ADDR : EDIT/ DEL : REPLY ]
  5. 댓글이 좀 띄엄띄엄 달리죠? 주말엔 거의 컴퓨터를 켜놓긴 하되, 실제 쓰는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애가 잠들면 그때야 비로서 이렇게 덤벼들죠.ㅋ

    2008.07.20 13:45 [ ADDR : EDIT/ DEL : REPLY ]
    • 주로 주관적인 관점의 순례기를 써서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되는 측면이 적다~~는 생각을 늘 해요.
      가령, 사진이나 여행, 음식... 등 분야별로 블로그 추천을 하는 식으로 '실용성'을 갖춰야 이 '영업'에서 효도를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 ^^

      2008.07.20 17:1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