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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3 <69호> 낭만적 사랑은 과대평가되었다 (6)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관계지향적’이라고 하네요. 너무 단순한 표현이긴 하지만 ‘남자는 권력을 원하고 여자는 친밀함을 원한다’는 말도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통계를 내 본 것은 아니지만 같은 여자로서의 직감으로요. ^^


동화책부터 시작해서 그 숱한 문학과 대중문화에 ‘낭만적 사랑’이 넘쳐납니다. 재벌 총수건 고시생이건 직업여성이건 일단 사랑에 빠지면 일은 사라지고 사랑만 남습니다. 사랑이 삶을 몽땅 먹어치워 버립니다. 마치 사랑만이 삶의 목표요 전부인 것 같은 사랑공화국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혹시 TV드라마에서와 같은 그런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 보셨는지요?


고윤희는 싱글 남녀 천 명을 인터뷰해서 쓴 책 “연애잔혹사”에서 사랑이 넘쳐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삶의 현장에서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지만 겁이 나거나 다칠까봐 사랑하지 못하는 사랑불능이 오히려 일반적이라는 거지요. 그녀는 사랑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랑의 영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안목과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랑이 그렇게 일반적인 것이 아닌데도 대다수가 사랑에 목을 매고, 사랑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조금 이상한 그림이 아닐까요. 사랑을 여전히 불가항력이 존재하는 환상의 영역에 두는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스콧 펙은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사랑이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정신적인 성장을 위해 자신의 자아를 확대하려는 의지’라고 정의합니다. 이렇게 분명하게 사랑을 정의하고 나면, 낭만적인 사랑만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말만 걸어도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되는 것처럼,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관계에서 위대한 사랑을 실험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벨 훅스가 말했듯이 낭만적인 파트너만을 위해 따로 남겨 두어야 할 특별한 사랑 같은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근대 이전에는 연애라는 감정이 결코 ‘절대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녀간의 사랑보다 더 가슴을 뜨겁게 하는 관계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구요, 충이나 효, 사제 간이나 도반들 사이의 우정과 의리 같은 가치들이 백가쟁명했고, 그것들이 야기하는 열정이 결코 성애보다 못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따라서 연애만이 삶을 떠받치는 지고한 가치가 되었다는 건 연애 이외의 다른 관계들은 다 별 볼일 없어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존재를 걸고 욕망을 투여할 만한 다양한 경로들이 막혔기 때문에, 모든 욕망이 연애라는 단 하나의 ‘홈’으로 몰려 든다는 거지요. 


낭만적 사랑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를 짚어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존재를 걸고 욕망을 투여할 만한 다양한 경로’ 에 접속하는 지름길은 아닐는지요?



붉은 글씨는 고미숙, '나비와 전사'에서 인용
파란 글씨는 벨 훅스, '사랑의 모든 것'에서 인용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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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앨리스

    그 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ㅎㅎㅎ

    2008.10.14 13:4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완전히 졸업했다고 자신할 수 있으세요? ^^
      그렇게 쉽게 떠나지지 않던데요? ㅎㅎ

      2008.10.14 21:45 [ ADDR : EDIT/ DEL ]
  2. 늘, 연애를 할때면 모든걸 쏟아붓는 경향이 있지요. 후회되지 않도록.
    그냥 뭘 할땐 항상 그거에 집중하게 되는것 같아요.^^;
    스치는 인연도, 아주 여러번의 어긋남을 지나쳐 갖게되는 인연이니 소홀하지는 않을테고요.

    무튼, 요새 사람이 좋습니다. ㅎㅎ
    그냥 연애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즐겁고 그러네요. 철이 덜들었나...ㄷㄷ;;

    관계지향적, 공감합니다. 헤헷...ㅎ

    아 미탄님, 저 이벤트 해요 쪼꼴렛,
    오셔서 댓글 한번만 남겨주시면 캄사하겠씁미다~!

    2008.10.14 23: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오전에 토마토새댁님 블로그에서 보고 댓글 달았다우, 딸하고 같이 먹으려고.

      이벤트에 쏟아붓는 열정을 보니 연애할 때는 얼마나 더 열심히 할 지 상상이 가네요. ^^ 보기 좋아요.

      2008.10.14 23:51 [ ADDR : EDIT/ DEL ]
  3. 미탄님.
    제가 오늘은 글을 집중해서 못 읽고 걍 인사만 하고 가요..^^;;
    하우스일이 있어서리..
    밤에 와서 잘 읽어 볼깨요.

    오늘도 좋은 날!!!아시죵?
    야심한 밤에 뵈요~~

    2008.10.16 09: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토마토새댁님이 야심할 때 오신다고 해서, 오늘따라 안 써 지는 글을 기를 쓰고 하나 올렸습니다. ^^

      2008.10.16 22:3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