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9. 1. 24. 09:18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미탄님의 만화다~! @ܫ@ - !!
    그림판에서 노신다는 말씀이 만화를 그리고 계셨다는 말이었군요. 그 어려운 마우스신공을...

    고등학교 처음 들어가서 마음이 불안할 때, 제 짝이 됬던 친구가 첫인상이 좋지 않았어요. 많이 불량해 보였거든요.
    처음 인사할 때 저의 그런 속내를 눈치를 챘었나봐요. 표정관리를 잘 못하는 편이라...
    한동안 서로 대화 없이 지내다가 어떤 계기로 이런 저런 대화를 하게 됬는데, 첫 인상과는 반대로 전혀 불량하지도 않고 참 좋은 녀석이더라구요. 그 후론 계속 친하게 잘지냈구요.
    그때 그일 이후론 사람을 첫 인상으로 평가하는 행동은 하지 않게 되었죠.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많이들 말하는데, 첫인상으로 사람을 규정해버리는 것도 일종의 폭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계속 사는게 어려워지지만 마음이라도 조금 더 느긋해져야 할 것 같아요. 뭐든 빨리 빨리 결론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그렇게 되는 것 같기도하고...

    아~ 이런 깊이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
    좋은 만화 잘봤습니다~~!

    설 연휴 인사 트랙백 걸고 가요. ^ܫ^ /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2009.01.24 15: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좀 더 나이가 들면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거나,
      내 취향이 아닌 사람과는 아예 상종을 하지않는 기류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같은 모임이라고 해도 내 사람만 챙기는 거지요.
      정기적으로 얼굴을 보는 사람들 중에도 서로서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들의 모습이
      갑자기 서글퍼졌다고 할까요?

      신기하게도 위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도 뭐 잘 한 것 없잖아?
      하고 반성하는 기분이 들면서
      나부터라도 조금이라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겠다
      싶어지더라구요.
      역시 생각도 곱씹고 볼 일이에요.
      표현도 하고 볼 일이구요.

      마음편하고 만족스러운 연휴 보내기 바래요~~

      2009.01.24 21:14 [ ADDR : EDIT/ DEL ]
  2. 오늘 도서관을 갔는데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가 없지 뭐야염..흑흑..
    그래서 인간관계론 빌려 왔지요..책신청을 해야 할 까봐요.^^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2009.01.24 18: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엇! 그렇게 서운할 데가! ㅜ.ㅜ
      토댁님의 명절은 누구보다 바쁘고 풍성할 것 같아요.
      눈이 많이 내리네요.
      운전조심 뱃살조심 스트레스 조심하시고 ^^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한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2009.01.24 21:17 [ ADDR : EDIT/ DEL ]
  3. 직접 그리신건가요? 이런 재주도 가시고 계시는 줄 몰랐습니다.

    요즘은 첫인상을 안좋게 준 것 같애도 그냥 그런가 합니다. 계속 볼 사람이라면 제 원래 모습을 보여줄테고... 그래도 계속 안좋은 인상만 준다면 그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ㅡ.ㅡ

    2009.01.24 19: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이렇게 단순한 작업도 창조에 들어가는지,
      기분전환이 되어서 신기하네요.

      서로 알아볼 생각도 하기 전에 취향과 편견에 따라
      자리매김되고, 두 번 다시 소통과 시선이 만날 일이
      없는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좀 답답하고 아쉽게
      느껴졌어요. 사실 그 차이라는 것이 별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2009.01.24 21:21 [ ADDR : EDIT/ DEL ]
  4. 우리는 서로 완벽히 죽은 사람이야.를 보고는 잠깐 생각에 잠겼습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서로 연락하지 않은지 1년이 넘은 숱한 전화번호 말입니다.
    그것 또한 죽은 전화번호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가끔씩 정리하기는 합니다만, 그 중에서도 살려달라고 외치는 번호가 있겠지요?
    설이고 하니.. 그 핑계삼아 안부전화 한번 해보아야 겠습니다.

    2009.01.27 17: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지장보리님의 댓글 중
      "살려달라고 외치는 번호" 라는 글귀가 애틋하네요.^^
      아직 '죽이기에는' 서운한 어떤 인연,
      그러나 별 수 없이 스쳐 지나가야 하는
      인연들이 떠올라서요.

      2009.01.28 08:12 [ ADDR : EDIT/ DEL ]

     사진: 서지희  http://www.bhgoo.com/zbxe/r_community/131869

며칠 전에 출간기념회가 있었습니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이하 변경연- 연구원들의 책이 두 권이나 또 나왔거든요. 강미영의 ‘혼자 놀기’와 오병곤, 홍승완의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강미영은 첫 번 째 책이고 오병곤 홍승완은 벌써 세 권째인가 봅니다. 저자들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을 건넵니다.


변경연의 연구원제도는 1년간 50권의 책을 읽고 50편의 컬럼을 쓰는 과정입니다. 매 주 온라인으로 북리뷰와 컬럼 한 편 씩을 올리고, 매달 한 번씩 오프라인 수업을 갖습니다. 연구원 2년 차에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씩 써야 졸업이 됩니다. 저는 2006년에 2기 연구원 활동을 했지만 아직 내 책을 못 냈으니 졸업을 하지 못한 셈입니다.


오늘은 변경연의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구요, 연구소의 따뜻한 분위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변화경영전문가로서 우리나라 1인기업의 대표주자인 구본형소장님은 글과 삶이 일치하는 분입니다. 저명한 분을 많이 접해 보지 않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얼마나 드문 일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소장님의 지론은 ‘사람’입니다. 그 누구도 사람이 그립고 사람을 찾을 때만 연구소로 오라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그 다음이라는 거지요. 이 때의 ‘사람’은 추상적인 인본주의가 아니라 일상에서 살아있는 구체적인 사람입니다.


“내 앞에 한 사람이 없으면 온 우주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주 하시는 말씀처럼, 소장님은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에 정성을 다 하십니다. 일률적인 성공기준을 세워 놓고 이래야 한다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답게 사는 길을 함께 찾자고 합니다. 자기답게 사는 것만이 인생의 성공이라는 거지요. 사람 하나하나의 개성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람 자체를 좋아하니 변경연 안에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전문직이든 비정규직이든, 20대의 휴학생이든 60대의 역학자든 모두 저마다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흔치않은 경험을 한 저 역시 구소장님의 수혜를 받았습니다.  연구원활동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한선생은 많이 읽고 또 쓰는 과정을 즐기니까 좋은 책을 쓸 수 있을 거야”

소장님께서는 나의 산만하고 나약한 강점에 불을 붙여주셨고, 나는 조용히 타올랐습니다.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물을 못 내 놓았지만,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으니까요.


변경연과의 만남은 내게 여러 모로 전환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로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장님의 라이프스타일은 관계에 대해 냉소적이고 서툰 나를 항복시켰습니다. 사람에게로 다가가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상명대 입구의 북카페 ‘마루’는 변경연의 아지트입니다. 아기자기한 뜰이 있는 전망좋은 이층집인지라 꼭 아는 집처럼 편안합니다. 열 댓 평 되어보이는 거실에 스무 명이 조금 넘는 숫자가 모였습니다. 첫 책을 낸 강미영이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랜 꿈을 이루었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기쁘고 기쁘고  또 기쁘다는 말이 이해가 갑니다.



     사진: 서지희  http://www.bhgoo.com/zbxe/r_community/131869

기쁘기는 몇 번 째 책을 내는 홍승완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에 적은 소장님께 드리는 헌사를 읽는데 “사부님, 저 여기까지 왔어요.” 하는 대목에서 코끝이 찡해집니다. 그가 눈물이 많은 것을 아는 사람들이 “울지 마, 울지 마” 하며 박수를 쳐 줍니다. 변경연의 핵심일꾼인 오병곤은 베테랑답게 그저 웃을 뿐입니다.



  사진: 서지희  http://www.bhgoo.com/zbxe/r_community/131869


새로 나온 두 권의 책을 나란히 쥐고 덕담을 하는 소장님의 얼굴이 환하게 빛납니다. 다른 사람을 앞세우고 성장하게 도와주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일임이 증명되는 순간입니다. 연구원제도를 통해 가장 많이 행복해지고 가장 많이 큰 사람은 소장님 자신입니다.


좌중의 흥이 도드라져 누군가 노래를 시작합니다. 장난기 넘치는 재주꾼 J입니다.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의 후렴구를 수없이 되풀이하는 그의 창법이 재미있어 손벽을 치며 즐거워합니다. J의 노래가 끝나자 키 큰 K가 술병을 턱 잡더니 마이크 삼아 노래를 시작합니다.

“J오빠가 노래 부르는 것을 보니 누구라도 노래할 수 있겠어요!”


다음 번 출간의 주인공이 될 B의 노래 뒤에 변경연의 카수 O가 ‘행복의 나라로’를 부릅니다.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노래 중의 하나인지라 나도 소리높여 따라 합니다.

“웃고 울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주. 나도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내가 신명에 취한 것이 재미있는지 소장님께서 내 빈 잔에 술을 따라 주십니다.


“이번에는 제가 받겠습니다.”

재능세공사 L이 주방 앞에 놓인 컴퓨터에서 가사를 찾아 놓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멋진 옷으로 성장한 S가 L의 손을 꼭 잡고 '님은 먼 곳에'를 부릅니다. 아름다운 길 연구가 K의 노래 뒤에 M이 그 바톤을 이어 받자 O가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노래를 부릅니다. 주거니 받거니 반주도 없이 이어지는 노래의 행렬이 물결처럼 자연스럽습니다.


천상 학자풍인 J가 원래는 노래를 잘 하는데 요즘 애기 보느라고 노래가 잘 생각나지 않나 봅니다. ^^ 머뭇거리는 그에게 사람들이 추임새를 넣습니다.

“노래를 못하면 책을 못 써요, 아, 미운 사람~~”

누군가 짖궂게 물고 늘어집니다.

“책을 써도 출간이 안되요, 출간을 해도 판매가 안되요, 판매를 해도 반품이 되요, 아, 미운 사람~~”


농담도 ‘책쓰기’라는 목표에 맞추어서 터져 나오는 공간,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공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들이 누구인가. 오누이같고 형제같이 스스럼없는 사람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의 역할모델이 되고 동반자가 되는, 애인보다 더 끔찍한 사제지간과 동료들, 이 날 함께 했던 누군가 말했듯이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게 만드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수없이 드나들었어도 ‘마루’가 그렇게 편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아마 갈수록 더 편해지겠지요.


아! 참 좋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데, 소장님의 ‘나의 가치관과 철학이 통하는 작은 세상이 없이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씀이 또렷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세상에 접해 보니 ‘나의 세상’을 갖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거세집니다. 이 세상에 내 세상도 하나 있어야겠습니다.

 

“이 세상에 내 세상도 하나 있어야겠다. 내 세상만 가질 수 있다면 구원을 받아도 좋고 지옥에 떨어져도 좋다.”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신화의 힘'에서 재인용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푸른퀴리

    지금, 새벽이라 목이잠겨서가 아니라 노래를 못해 정말 못해
    때때로 한심하답니다. 음치, 울엄마닮아 음치!
    노래방엘 가면 딸은 `와, 짝짝 가수왕입니다~~~`하는데.. 흑흑흑!

    감기기운있으시다며 새벽에 글올리셨네요.
    `꿈``나의 세상`이 있으면 어떤 노후도 감사할거란 확신?에 내세상만들기에
    힘써얄텐데.. 불을 땡겨주시니..

    힘찬 목요일 보낼랍니다.^^ 미탄님이 바로 옆에 계시는 것 같네요.
    감기란 놈 멀~리 보내세요.
    환한 하루 맞으시구요!!!!!!!

    2008.11.26 06:42 [ ADDR : EDIT/ DEL : REPLY ]
  2. 푸른퀴리

    앗, 오늘 수요일이다.
    힘찬 수요일 되시구요,
    더 힘찬^^ 목요일 오라해야겟어요.

    2008.11.26 08:4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저도 음치인데요, 노래를 못하면 춤 추면 되지요. ^^
      어제 저녁 내내 뒹굴거리며 쉬었네요.
      내 손으로 TV를 켠 것이 몇 달 만인지 모르겠네요.
      도저히 볼 것이 없어 5분 만에 껐지만요.

      그리고 일어나 위의 글을 썼어요.
      마음에 드는 글 한 편을 쓰고나니 훨씬 편안해진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답니다.

      푸른퀴리님도 힘찬 수요일 되세요~~

      2008.11.26 08:53 [ ADDR : EDIT/ DEL ]
  3. 서리풀

    오호호! 연구원 모임은 늘 즐겁죠?

    저는 2년 만에 합류하게 되어 더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지요. 쌤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저희 연구원들은 오누이같고, 형제같이 스스럼없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의 역할모델이 되고 동반자가 되는, 애인보다 더 끔찍한 사제지간과 동료들이지요. 개인적으로 바쁜일이 있어 떠나있는 동안 그 따스함이 너무나도 그리웠습니다. 모임은 무엇보다도 현실로 돌아왔을때 저에게 늘 펄떡이게하는 자극을 전달해 주는 것 같아요.

    처음으로 선생님 블로그에 글을 남기네요. 한 글 한 글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가 어느새 80호가 되었네요. 앞으로 100호, 1000호까지 고고씽 할 수 있도록 자주 방문할께요. 축하드립니다.

    2008.11.26 11:32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2년이라는 키워드만 갖고 누구인지 알아차려야겠네~~ 서리풀은 또 무슨 뜻인지? ^^

      역할모델과 커뮤니티의 위력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것 같아. 여기에 '니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지지할 것이다'의 지기 한 명만 있으면 완벽한 풀세트겠지.

      오랫만에 보아서 정말 반가웠어. 네버엔딩 노래도 너무 재미있었고. ^^

      2008.11.26 13:29 신고 [ ADDR : EDIT/ DEL ]
  4. 미탄언냐~~~^^
    토댁인 나만의 세상은 고사하고
    나만의 시간이란 것을 함 가져봤으면...합니다.
    시간들이 보여 세상이되는 것일까여,아니 세상 속에서 나만의 시간이 생기는 것일까여?.
    기쁘고 즐거운 글을보고 난 웬 센치...ㅎㅎ

    아름다운 밤되세용..

    2008.11.26 23: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이론, 이론~~ ^^
      토댁님이 관통하고 있는 시기가 그런 시기랍니다.
      나도 다 거쳐 왔거든요. ^^

      블로깅 하고 있는 순간은 토댁님만의 시간이잖아요.
      아직 아이들에게 손이 많이 갈 때지만
      엄마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영역을 서서히
      준비해 나갈 때이긴 하지요.
      그 과정에서 블로그가 큰 힘이 되어줄 것 같은데요?

      2008.11.27 07:22 [ ADDR : EDIT/ DEL ]
  5. 제비꽃

    아름다운 모임,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시선의 글이네요.
    읽으면서, 남의 모임이지만 그 장소에 있는 듯 기분좋아집니다.
    '사람이 살아있는' 모임...
    그렇게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 일치하는 모임은 흔치 않으니까요.

    근데...그림의 떡이네. 나랑 소통하고 일치해야지. 뭐. 칭~ ^^
    우리 모임에서도 저런 풍경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그날 대학원 종강모임하고도 겹쳐서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2008.11.27 00:3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당근 이 쪽으로 와야죠. ^^
      맞아요,
      그처럼 구체적인 모델이 있으니까
      어떻게 가야 한다는 방향이 생기네요.
      내가 몸 담고 있는 모임이든,
      언제고 갖게 될 내 세상이든 말이지요.

      2008.11.27 07:24 [ ADDR : EDIT/ DEL ]
  6. 미탄님의 이렇게나 멋진 블로그를 이제서야 발견하다니..^^ 그날 너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셔서 아쉬웠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온라인으로라도 소통할 채널이 생기니 좋네요.. 종종 놀러 오겠습니다.. 제 블로그도 놀러오시고 링크도 좀 걸어주세요..^^ 재능세공가.. 재능때밀이에 이어서 독창적인 변주로군요..ㅋㅋ

    2008.12.01 11:5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앗! 재능세공사였군요. 수정하겠습니다.
      재능때밀이? 그것 실화인가요? ^^
      블로그가 소통과 연결을 위한 최적의 도구임이 다시 한 번 증명되는군요. 반갑습니다.

      2008.12.01 20:56 [ ADDR : EDIT/ DEL ]
  7. IT쪽에서 웹 2.0 시대의 가상현실세계로 Second Life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생의 후반전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자신의 분신과 같은 아바타를 이용해서 3D 인터넷 환경에서 실생활처럼 생활한다는 건데요. (http://dailydream.tistory.com/329 )
    그런 세계를 Metaverse라고 불러요. 우리 우주가 유일한 Universe라면 그런 가상 세계가 많이 있어서 Metaverse라는 거죠. 그런데, 굳이 인터넷을 통해 가상현실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이 우주에서 각자가 자기만의 세상을 가지게 되니 이게 바로 Metaverse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설명이 매끄럽진 않지만 문득 연관되어 드는 생각이라 적어봅니다. ^^

    2008.12.02 12:07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걸 게임이라고 해야 하나 Second Life 에 대해서는 들어보았구요, 그래서 내 연재물을 이름지을 때 잠시 망서렸답니다.
      구세대인 나로서는 그런 것 접하면 조금 섬찟하지요. 자꾸 사회와 고립되는 것을 부추기는 것 같아서요.

      2008.12.02 18:16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11. 13. 08:00

[##_Jukebox|nk1.mp3|비틀즈-let_it_be--mp3.mp3|autoplay=0 visible=1|_##]


“아, 난 언제까지 여자랑 같이 영화를 봐야 하는걸까?”

“그것도 여자형제랑”


-- 신촌 메가박스에서 뒤에서 들려온 말 --


“아무개는 집을 판대, 팔아서 다 쓰고 죽는대”

“..... ”


-- 산책로에서 어느 부부가 나누는 말 --


“엄마... 저 위에 가면... , 저 위에 가며언... 음, 저 위에 도착하면...

음... 뭐가 있어?”


-- 등산길에서 한 꼬맹이가 한 말 --


“한 번 하고 싶습니닷!”


-- 거리에서 커플 중 남자애가 소리친 말 --



최근에 거리에서 들은 말들이다. 이상하게 서로 연결되면서 그냥 묻어버리기엔 아까워서 기록해 본다. 영화관 뒷 좌석에서 들려온 목소리, 차마 돌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 경쾌한 푸념에 웃음이 큭! 터져나왔다. 몇 살 터울이길래  그렇게 친한지, 살다보면 남자보다 자매가 더 좋을 때도 있을꺼구만. ^^


등산복 차림을 한  부부 중 여자가 한 말이다. 50대 후반 정도로 보인다. 그들이 아는 누군가의 결정을 지지한다. 모든 것을 자식에게 베풀고, 도대체 자신을 위해서는 돈 만원도 쓸 줄 모르는 친정엄마가 떠오른다. 아들을 애인처럼 대하고, 딸들과 말섞고 싶어 애타는 엄마에게는 ‘나’라는 영역이 없다. 엄마가 다녀가고 나면 언제나 내 마음에 죄책감이 남는다.


2주 전인가, 광교산에 올라가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길이 좁다보니 거의 집회에 참여하려는 사람들 처럼 몰려가는 형국이었다. 다섯 살이나 되었을까 아주 작은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가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데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지 아이는 자꾸 말을 멈추었다. 무슨 말이 나오려나 일부러 걸음을 늦추며 아이의 말을 들어보았다. 과연!  아이다운 천진한 물음이었다. 무작정 위로만 올라가고있는 애벌레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아이 같았다. 아이가 ‘도착’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놀라웠다. 엄마가 책을 많이 읽어주는 아이인가 보다.


어제 치과에 가는데 앞에 한 커플이 거의 붙어서 걸어가고 있었다. 유독 가랑가랑해 보이는 몸매와 허술한 차림에서 이상하게 결핍이 느껴졌다. 아주 앳되 보이기도 하고. 느릿느릿 운동화를 끌며 걷는 그 애들을 스쳐 빨리 지나가는데 남자아이가 소리치는 말이 들렸다.  드라마에서 ‘나는 아무개를 사랑합니다!’ 공개선언 하듯이 결연하고 높은 음성이었다.


한 줄의 문장에서 스토리를 느낄 정도로 오래 산 탓일까, 사람이 점점 친근하게 느껴지는 탓일까, 한 문장만 듣고도 ‘60초 소설’을 쓴 아무개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블코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습니다.^^

    2008.11.13 08:0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저는 당최 주변머리가 없어서 블코에도 가 본 적이 없네요. 제 rss 구독자가 몇 명인지도 모른다는... ㅠ.ㅜ

      2008.11.13 10:26 [ ADDR : EDIT/ DEL ]
  2. "일본 사람들은 라면을 사랑하나봐"
    대학로 골목길에서 어떤 아가씨가 지나가면서 한 말이였는데 정말 의외이지 않냐는 듯한 그 말투가 어쩐지 웃음이 나와서 같이 가던 동행과 똑같이 따라하면서 웃었어요. 동행이 "우리나라 사람만 하겠어?"라고 했고 제가 "서로 종류는 다르지만 말이지."하고 답했지요.

    2008.11.13 09: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전해들어도 그 아가씨의 4차원적인 말투가 느껴지는듯하네요. 이렇게 스쳐가는 말이 정겹게 들리는 날은, 어느 정도의 여유와 평화가 있는 날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하구요.

      2008.11.13 10:30 [ ADDR : EDIT/ DEL ]
  3. 말 잘 못하는 저 왔어요^^
    건강하시죠?

    방금 저 책 세 권이상 엮어 문장 만들기를 해 보았어요.
    미탄님께서도 한 번 해 보실래요.

    inuit님(inuit.co.kr)께서 제안하신 건데 재미도 있고 새로움이 느껴지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08.11.13 23: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새댁님 덕분에 오늘 아침 포스팅 한 번 더 하네요.
      걍 넘어갈려구 그랬거든요. ^^

      2008.11.14 10:10 신고 [ ADDR : EDIT/ DEL ]
  4. 길에서 언뜻 귀에 들어오는 한마디가 정말 '살아있는' 얘기처럼 오래 남는 경우가 있지요. 문득 예전 경험 생각나서 초면에, 실례아닐까... 걱정하면서 트랙백 하나 걸어봅니다.
    글속의 어머니.. 많이 찡합니다. 저는 어떤 엄마가 될까.. 이제 겨우 갓난아이 하나 낳아놓고 할 걱정이 아닌 것도 같지만..
    '내 삶'이 있는 엄마가 되고싶다는 생각, 요즘 많이 하거든요.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2008.11.14 16: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실례라니요, 아는 척을 안해주셔야 실례지요. ^^
      아!
      정말 좋은 시절을 관통하고 계시는군요.
      부러버라~~

      2008.11.15 08:18 [ ADDR : EDIT/ DEL ]
    • ㅎㅎ 그런거지요?
      정말 '좋은 시절을 관통하고' 있는 거겠지요?
      때때로 '참 행복하다' 절감하면서도
      실은 얼마나 자주, 쉽게 힘들어하는지 몰라요...
      다시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미탄님의 이 날들도 아름다운 날들.. 이실거예요, 그죠?)

      2008.11.15 11:05 신고 [ ADDR : EDIT/ DEL ]
  5. ㅎㅎ 엉겹결에 대충 스토리가 나오는군요 ㅋ

    2008.11.16 1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렇지요? 말 한 마디에 그 사람의 인생과 상황이 묻어나네요.

      2008.11.16 22:11 [ ADDR : EDIT/ DEL ]
  6. 몇년전 버스에서 친구끼리 한말
    한 아가씨가 친구에게 "요즘은 지방도 살만하더라 대구 갔는데 그런대로 괜찮더라구."
    다른 아가씨의 대답 "시골도 괜찮아 포천정도 살면 살만 하겠더라."
    이소리를 들을때 어찌나 황당하던지... ;;;
    진짜 시골에 살다보니 가끔 이 아가씨들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2008.11.17 01: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나도 그 기분 알 것 같네요.
      지방과 시골이 받고 있는 대접이 고스란히 나타나네요.
      제 경우에는 반대로 2년 전에 대도시로 올라올 때,
      "내가 대도시에서 살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거든요.
      의외로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거 있지요.
      아마, 농촌에 20여년 살다보니 내심 변화가 필요했었나봐요.

      2008.11.17 07:35 [ ADDR : EDIT/ DEL ]

무슨 책을 읽다가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라는 구절을 읽었네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이 세상에 드라마만큼 사랑이 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절대절명의 사랑을 만난다 해도 그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독립성이 살짝 넘치는 ^^ 나는, 사랑을 해도 내가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사랑받는 것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갈망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을 너무 기뻐하는 사람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인생의 성공은 관계의 성공인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들하고 접속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갈수록 시간은 빠르고, 더 이상 삶을 관망해서는 안되겠다는 절박함에서지요. 블로그이웃들과의 모임도 가능하겠지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굳이 구분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광주지역 블로거들이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듯이요.


광주전남 블로거모임후기 http://bloggertip.com/?page=20

사람에게로 먼저 다가가겠다는 마음을 먹으니,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큰 덕목인지를 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내가 먼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물론 노력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마음이 우러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지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귀하디귀한 선물입니다. 그러니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 앞에서 크게 기뻐하던 사람들이 옳았던 겁니다.


그러나 누군가 좋고 나쁘다는 것을 뛰어넘는 것도 하나의 훈련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판단 안에 갇혀 있어서인지,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군요. 마음속으로 이럴 것이다 판단하는 순간 누군가의 진솔한 속내와 만날 가능성은 희박해집니다. 판단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가만히 한 인간을 느껴보라.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걸어보지 않은 한, 섣불리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올 가을, 나는 사람에 관해 장애물 하나를 넘은 기분입니다. 관계에 관한 한 거의 유아적인 자기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대뽀 전략을 쓰려고 합니다. 내가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저 무방비로 들이대는 것입니다. ^^

어쩌면 이런 태도가 관계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것보다 건강할 것 같습니다. ‘소울메이트’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데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려고 애쓰라.  완전한 친밀함에 대한 환상보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낭만적인 사랑만이 전부가 아니라, 사랑은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수만큼이나 주위에 많은 거지요. 우리가 더 많은 사랑을 원한다면, 우리의 삶과 사랑에 빠져야 합니다.

  

  

** 두꺼운 글씨는 '인생수업'에서 인용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제비꽃

    정경연의 '음악퀼트'제안 정말 좋더군요.
    모임이 결성되면 저도 동참합니다.
    오늘도 새로운 '무대뽀 전략'을 기대하고 응원하며...^^

    2008.11.06 12:2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모임을 구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올레님의 ^^ 조각보클럽도 겹쳐지던걸요. 너무 글이 길어질까봐 쓰지는 않았지만요. 정말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미래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올라요. 모두 적극적으로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모의테스트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모임이 결정된 것도 아니고, 첫 주자에게 너무 많은 시선이 쏠려있어 본인이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 댓글로 힘을 실어주는 등 수면 위로 나오시지요? ^^

      2008.11.06 14:00 [ ADDR : EDIT/ DEL ]
  2. 먼저 좋아하기,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 사랑에 대한 환상보다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좋아함을) 실천하기...
    제가 마음에 새겨두어야할 얘기들이네요.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키우며.. 연애하던 때와는 다른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서보니
    관계도 넓어지고, 만남의 질도 변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참 힘들게 느껴졌어요.
    그동안 생각하던 '사랑'이란 단어에 혼란이 오더군요.
    어떤게 사랑일까.. 기존의 생각에 매여 있지말고 새롭게 정의해가야겠다.. 생각하긴 했답니다.
    여전히 힘들지만.. 미탄님 글 읽으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잘 해나갈 수 있을것 같다..는 자신도 조금은 들구요. 휴..

    2008.11.19 11: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관계에 있어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은 지나치게 밀착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나는 심지어 스무 살 딸애하고도 너무 가까워지면 꼭 마찰이 생기던걸요. ^^
      여자들이 더 관계지향적이라고 하거든요. 모든 것을 공유하고 모든 것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가 쉬운데요.
      적절한 거리를 수용하고 유지할 수 있는 자신감과 매력, 융통성과 기술이 중요할 듯 싶어요.
      ㅎㅎ 나는 순 이론이라우. ^^

      2008.11.19 22:03 [ ADDR : EDIT/ DEL ]

 요즘은 거울을 볼 때마다 충격을 받습니다. 나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거울만 보면 가슴이 철렁철렁 합니다. 눈꺼풀이 내려앉아 눈이 점점 작아지고 있고, 볼이 늘어져 내 얼굴 같지가 않고 이상하게 낯설어 보입니다. 머리숱이 없어져 정수리가 훤해 보일 때면 거의 공포가 밀려 옵니다. 내가 늙는구나!  말로만 듣던 노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나와 거울 속의 모습이 일치가 되지 않습니다. 내 나이가 지역정보신문의 구인광고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을 발견하거나, 주변의 퉁명스러운 아줌마 대접에 접할 때면 전신에 힘이 빠집니다. 이렇게 퇴물이 되어가는 거구나. 아직 제대로 살아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아졌는데 살아볼 기회를 차단당한 것 처럼 억울합니다. 무슨 기운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고, 내가 생각하는 나와 거울 속에 보이는 나 중에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정말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심하면 돌겠구나 위기의식이 몰려왔습니다. 그 때 친구들이 생각났습니다. 젊은 날 내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호기를 가지고 농촌에 드나들었으며, 소읍에서나마 내노라 하는 학원의 원장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이 필요했습니다. 무슨 일을 해도 참 익숙하게 잘한다며 감탄해주고, 언젠가 일 낼 것이라고 알아봐 주는 시선이 그리웠습니다. 내 지난날을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 앞에서는 내 정체성을 의심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나의 잠재력과 개성을 믿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후반생을 역동적으로 살아내는 것이 덜 힘겨울 것 같은 거지요. 맙소사! 내가 나다운 것을 인정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니! 나로서는 정말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전에 읽은 인용구절 하나가 뒷통수를 쳤습니다.


알렉시스 토크빌은 ‘미국 민주주의’에서 ‘조상을 잊고 동료를 무시함으로써 개인을 영원히 홀로 남겨두어 결국 자기 마음의 고독 속에 가둬버리게 될 것이며... 독자적인 삶을 얻을 수는 있으나 그것은 죽음보다 더 나쁜 삶이며... 개인을 홀로 남겨둠으로써 다수의 영향력 앞에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고 경고했다


이제껏 내가 ‘독자적’이라고 생각했던 삶이 죽음보다 더 나쁘다구? 가슴이 철렁하며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인정할 수 없는 사람에게 무심했을 뿐이지 무시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특정한 것만 좋아하는 데에는 다른 것에 대한 경멸이 숨어있었던 거지요.  나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내게 손 내미는 사람들조차 거부했습니다. 잘못 살았다! 뭔가 삶의 진수를 놓치고 산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요즘 서서히 자기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사람을 판단하는 버릇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심을 갖는 것이 나의 과제입니다. 내 마음에 들면 어떻고 또 안 들면 어떻단 말인가.  누군가와 공감을 나눈다는 것은 내 기호보다 중요합니다. 기호를 뒤집어라. 기호에서 벗어나 사람에게 다가가라. 사람 그 자체를 좋아하려고 애쓰라.

이제 나는 경험에 의해 승복합니다. 아무도 이 세상 어딘가에 속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위대하고 강한 사람은 없습니다. 어딘가에 속한다는 귀속감은 단지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따뜻한 감정 차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생사의 문제입니다. 좋은 친구를 두는 것은 단순히 영혼에 좋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습니다. 우울증을 예방해주고 면역체계도 강화시켜 주며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게 해 주니까요.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춰주고 스트레스와 호르몬을 정상수준으로 유지시켜준다니 굉장하지 않습니까. 좋은 관계는 목숨까지 구해주는 것입니다.  사람을 멀리 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사람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섬이 아닙니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어느 책 챕터 서문에 '수학과 영어를 공부하듯 인간관계도 공부해야 한다'라고 쓰인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능한 친구들에 비하면 전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가 필요한 사람 같아요. 특히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가는데 대해선 말이죠. 사람은 섬이 아니다. '어바웃 어 보이'란 영화에서 들은 말이라 더욱 가슴 깊이 박히네요^^

    2008.10.27 13:17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이 귀절이 그 영화에 나오나요? 저는 어디선가 책에서 본 것 같아요. 가끔은 아예 내 것이 된 듯한 표현의 처리에 대해 생각하지요. 일일이 출처를 달기도 그렇고, 또 아예 잊어버린 것도 있어서요.

      '공동육아'의 교육목표가 '관계'인 것을 보고 그 혜안에 놀랐습니다. 유아들에게 자기 또래와 어른, 자연과의 관계맺기 위주로 교육과정이 짜인다는 거지요.

      우리 어른들도 공동육아를 벤치마킹해서 공동관심협동조합... 그런 것 해 보면 참 좋겠어요. 목표는 '관계연습'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기'와 '지식의 공동생산'!

      2008.10.27 21:38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5. 21. 08:40
중요한 일을 처리할 것이 있어 살던 곳에 내려왔습니다. 내게는 시급하고 중요하기 그지 없지만, 남들에게는 그럴 리가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시골 친구들이 내 일처럼 고심하여 의논상대가 되어 주었습니다. 밥 사 주고, 차 사 주고, 재워주고, 무엇보다도 시간과 관심을 내어 주었습니다. 생업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이렇게 남의 일에 신경 써 주는 사람들은 처음 보았습니다.

아, 조금은 민망합니다. 나는 까칠하고 재수없을 정도로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거든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거부하는 데 선수였고, 가고 싶지 않은 자리 제끼기 일쑤였고, 대소사도 챙길 줄모르는, 관계지능이 젬병인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면서도 내가 갖고 있는 로망 중에, 이심전심의 소울메이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TV 드라마에서 '선배...' 하며 술주정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부러워했으니까요. 남의 고충을 들어줄 자세도 되어있지 않으면서요.

어제오늘, 사람에게로 성큼 다가 간 것 같습니다. 대학동창을 세 명이나<!> 거부함으로써 상처를 준 일이 늘 걸렸는데, 그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심삼일이 될 지 어떨지, 오늘의 깨달음을 간간히 보고해야 하겠군요. ^^
Posted by 미탄
TAG 사람, , 친구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언젠가 나는 내가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준 좋은 선물입니다.

그동안 나는 나를 포함하여 평범한 사람들의 초라함이 싫었어요. 그리고 잘난 사람들의 오만도 싫었지요. 그러니 갈 곳이 나 밖에 없었습니다. 나를 데리고 여러 실험을 하다 보니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만한 사람에게는 그 뒤의 외로움이 있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 뒤에 위대함에 대한 꿈이 있다는 것이지요. 사람의 불완전함이 귀여워졌어요. 그래서 나를 받아들이게 되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요.


묵은 노트를 뒤적이다 메모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구본형님의 글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출처가 없군요. 문체로 보아 홈페이지에 가볍게 쓴 글을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1인기업의 선두주자, 저술가요 강연가 구본형,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의 위대한 점은 ‘자기로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는 뛰어난 재주가 없어도 자신이 타고난 기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럼으로써 그는 보통사람들의 로망이요 역할모델이 됩니다.


특히 능란한 사회생활보다 읽고 쓰고 느끼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의 삶을 집중탐구할만 합니다. 무릇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처럼 살아야 한다고 그가 자신있게 말하고 있으니까요.


구본형, 그의 실험은 ‘사람’에서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변화경영연구소에 모이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개별성을 인정받음으로써, 자신의 삶을 일구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어제의 나’와 경쟁하고, 추상적인 성공이 아닌, ‘어제보다 아름다운 하루’를 기획합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을 따라 무한경쟁에 지쳤던 사람들이, 타고난 기질에 따라 직업을 창조하고 성공을 재정의합니다.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신나면, 외모까지 10년씩 젊어지고 예뻐집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구본형의 노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사람을 비교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그저 있는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최선의 나’가 되도록 독려합니다. 오직 ‘사람’ 그 자체가 목표인 삶을 보여줍니다.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방사선처럼 주위로 퍼져나가고, 그는 갈수록 아름다워집니다. 이 모두가 불완전한 인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사랑없이 위대한 인격을 갖춘 사람은 없습니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주제에서는 살짝 비껴났지만 "세상은 '훌륭하게 사는 사람들'과 '훌륭하지 않게 사는 사람들' 둘로만 나뉘는 게 아니다. 아마도 숫자로는 가장 많은 또 하나의 사람들, '훌륭하게 살 수 없는(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예수는 바로 그들의 처지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했으며 전망했다."라던 김규항님의 글이 생각납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정말 중요하다 생각되는 날들입니다.

    2008.05.20 02: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저는 정말 혼자 노느라고 너무 세상 물정을 모르지요. 발전도 못했구요. 그대신 '나다움'을 고수할 수는 있었지만요. 지금부터라도 사람에게 다가서려고 하는데, 제 기질로는 온라인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

      2008.05.20 07:31 [ ADDR : EDIT/ DEL ]

좋은 삶/미탄통신2008. 4. 19. 15:33

스무 살 딸아이는 유머감각이 뛰어납니다. 어찌나 웃기는지  배꼽이 빠집니다. 너는 유머감각 있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하면, 아이는 시무룩해집니다. 대답인즉, 엄마 앞에서만 웃긴다는 것입니다. 가끔 블로그에서 언급했지만, 딸과 나는 정반대의 기질을 가졌습니다. 내가 낭만적인 책상물림이라면, 딸은 전형적인 현실파입니다. 그런데도 사람을 불편해하는 성향만은 닮은 것 같습니다.

스무 살에 이미 나의 경제감각을 능가하는 딸에게 다른 것은 전수할 것이 없고, '관계'에 대해서는 해 줄 말이 있겠구나~~ 싶습니다. 철없는 엄마와 현실적인 신세대 딸이 알콩달콩 좌충우돌 새롭게 적응해가는 과정도 기록해놓을만하겠다 싶었구요.

anyway~~ ^^
경험에 의하면 사람이 불편한 것은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지나치게 나를 의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나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나의 언행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계속 신경이 쓰이고, 어쩌다 발언했을 때 기대한 만큼 지지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면 기분이 급속도로 다운되는 마음작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온통 나에게로 쏠리는 관심을 슬쩍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 봅니다. 내가 그 사람의 근황에 대해 알고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내 경우 놀랍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가진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대방도 나에 대해서 인간적인 관심과 호의를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은'  서로에게 '길들기' 이전 단계인데, 그저 무심하고 의례적인 대화에 상처를 입거나 불편해 할 이유가 없는 거지요.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경쓰지 말아라,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들도 나처럼 온통 자기 걱정만 하고 있다! ^^

그 다음에는 내 마음 속에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기호를 뒤집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참 민망하고 켕기는데요. 참 오래도록 내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고 멀리해 왔거든요. 자기변명을 하자면, 세속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 것은 아니다~~  나의 잣대라고 해봤자 자기 세계가 있느냐, 감수성이 발달했느냐, 자기 언어를 가지고 있느냐 뭐 이런 추상적인 기준이었다고 말하고 싶지요.

어쨌든 이 판단하는 버릇 때문에 나의 인간관계와 인생경험은 형편없이 축소되었습니다. 결국 나만 손해지요. 요즘 어떤 책에서 "한 가지만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데에는 다른 것들에 대한 경멸이 숨어있다"는 구절을 읽고 다시 한 번 반성했습니다. 기호를 뒤집어라, 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소통하는 연습을 한다면, 그로써 훨씬 풍부하고 재미있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부분에 땡기는 분은 요 책에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구요, 사람을 빼고는 삶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하루 바삐 사람을 불편해하는 요인을 제거하고, 사람에게로 나아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일먼저 나 자신하고 딸에게 하는 말인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이지요. ^^

2007/11/12 - [좋은 책/인생의 필수품, 낙천주의와 유머] -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Posted by 미탄
TAG 관계, 사람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저는 혼자만의 세상이 있고, 사람들과의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람들과 떨어져 있더라도 전혀 외롭다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는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요즘은 특히 더요. ^^

    2008.04.19 20:1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혼자놀기의 원조이니까 그럴수도 있겠네.
      철이 안 드는 사람들의 특징이 기본적으로 '자기보살핌'을 잘하거든. 그러니 현실감각 좀 떨어지는 건 감수해야지 뭐. ㅜㅜ

      2008.04.19 23:47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