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석의 writingsutra2010. 12. 6. 12:52

어제 호랑이 공저모임이 있었다. 늘 공저모임에서 배우는 것이 많지만 어제는 특히 역동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토론을 거듭하여 이견을 좁히고 중지를 모아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박진감이 있었다.


호랑이는 ‘1인기업가의 마케팅’에 대한 공저를 가리키는 별칭이다. 그동안 핵심인원들의 노고로 도출된 것들을 비롯해서 마케팅 툴을 확정짓는 자리였다. 제일 먼저 선생님께서 스쳐가는 아이디어를 붙잡았다. “한선생이 하는 프로그램 같은 것은 마케팅이 될 수 없을까?”


그러자 여기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프로그램이라는 용어자체가 지식산업에 국한되므로 포괄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곧바로 해결되었다. 제조업에서는 미니전시회나 제품사용회 등을 통해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 프로그램은 마케팅이기 보다는 필살기 자체라는 의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에서 실행으로 넘어가는 지점에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는 축이 있었다. 나는 후자였다. 상대가 말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내 생각을 놓칠 수가 없었다.


올해 내 프로그램을 돌려보지 않았다면 이런 확신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싶어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을 두려워한다.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그저 꿈으로만 간직하거나 지레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일에 대한 철학과 방향이 확실하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면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최고다.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있고, 그것을 보완함으로써 계속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사실인 것이다. 나를 어떻게 시장에 알릴 것인가? 고객과의 직접 소통 경로 즉 핫라인을 개통하라!


설왕설래가 계속되던 중 희석씨가 ‘체험마케팅’이라는 용어를 내놓았다. 오오오오!!! 모두가 그 용어의 적확성에 환호하였다. ‘체험마케팅’은 그동안 나왔던 ‘맛뵈기’니 ‘시연테스트’니 하는 용어들을 세련되게 규합하며, 토론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프로그램이 필살기라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상대측의 의견이 와 닿았나 보다.  나역시 내 주장에서 필살기의 요소를 배제한 절묘함에 감탄하였다. 백프로 독창은 아니지만 하나의 개념이 탄생하는 순간을 목도한 기분이었다. ‘제안 --> 논의 --> 통합과 정리’의 과정이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꿈틀거리며 내 안으로 들어왔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전에 없던 개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짜릿했다. 선생님께서는 이 책이 출간된 후 프로그램화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 보자고 하셨다. 책과 프로그램이 함께 간다! 이런 노하우가 쌓이면 공저 한 건에 1인기업가가 한 명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저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다.


그동안 당최 재주도 없고 취미도 없는 내가 갑갑했는데, 요렇게 재미있는 것이 있을 줄이야! 앞으로 내 취미는 공저다, 그렇게 맘먹었다. 멀지않아 내 특기도 공저가 되기를 갈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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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06 14:52 [ ADDR : EDIT/ DEL : REPLY ]

좋은 삶/새알심2010. 6. 1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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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변경연 연구원 몇 명이 출판사 고즈윈 대표님을 모시고 간담회를 가졌다. 식사를 하면서 연구원들이 출간에 대한 평소의 궁금증과 각자의 기획안에 대해 질문하면 대표님이 답변하는 편안한 자리였다.  고즈윈 자회사인 ‘문학의 숲’에서 법정스님의 근간을 제일 많이 출간한 터라, 그야말로 종이가 없어 인쇄를 못 할 정도의 활황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신데 시간을 내 주신 고세규대표님께 감사드린다. 식사를 못 하실 정도로 경청하시며 한 마디라도 더 조언해 주시려고 애쓰시는 순한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순해 보이는 분이 능력까지 갖춘 것을 보면 나는 참 좋다.^^ 고대표님의 말씀 중에서 몇 가지를 옮겨 본다.


편하고 가볍게 접근하라. 초보저자들 경우 세상에서 제일 참신하고 나만이 쓸 수 있는 내용으로 책을 가득 채우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책은 딱 다섯 명의 독자밖에 읽지 못하거나, ‘이 生’에서 기회를 잡지 못할 수도 있다.  경륜 있는 저자들도 심오한 학술서 한 권 썼으면 그 다음 서너 권은 대중적으로 쓰기도 한다.


독한 것만 살려라. 추리고 또 추려서 압축하라.  류시화 씨 경우 다 만들었다가도 뒤집기를 반복한다. 1,2년 있다 다시 보고 아닌가보다 하고 또 뒤집는다. 편집자들은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하고 어리둥절하지만, 류시화 씨와 몇 번 일해 본 디자이너들은 ‘아직 9번 밖에 안 틀었다’고 말할 정도이다.


작년에 고즈윈에서 20여 종의 책을 출간했는데 그 중 17권은, 편집자가 이런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획을 잡아서 거기에 적합한 저자를 찾은 경우이고, 3권이  투고작품이었다. 이제껏 투고된 작품 중에 기억나는 것은 ‘다니엘학습법’이다.  기획이 하도 좋아 다른 곳에 빼앗길까봐 신속하게 움직였다.


제목의 위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편집자들 끼리 제목만 보고 판매부수를 추측해 볼 정도이다. 요즘 생각난 아이디어 중에 ‘천국의 실험’이라는 것이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혁신적인 실험들, 필리핀 교도소의 댄스강습처럼 의표를 찌르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북돋워주는 실험적 사례를 모아보는 것, 쓸 수 있는 분은 아무나 쓰시라.^^


고즈윈에서는 투고된 원고에 대해 잘 된 원고냐, 미흡한가 이분법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 원고를 다른 방향으로 살릴 수 있나를 따져 본다. 그러니 끝까지 혼자 고민하지 말고 미리미리 의논해주기 바란다. 언제고 투고 환영하며 투고된 원고에 대해서는 성심껏 피드백을 하고 있다. 투고할 때 초고 전체를 보내면 검토하기 더 어려우니, 제목과 목차, 서문, 두 개 정도의 샘플 글, 원고의 포인트를 정리한 글 정도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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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10. 5. 31. 12:23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는 제게 친정같은 곳이지요.
변경연과의 만남은  제게 터닝포인트가 되어 주었고, 구선생님은 역할모델이 되어 주신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엄청난데요, 갈수록 우리의 인연이 촘촘해질 것 같습니다.

전에는 구선생님께서 연구소를 일컬어 '간이주막'이라고 하셨지요. 삶이라는 여정에 잠시 들렀다 가는,
조촐한 위안과 휴식이 있는 곳이 떠오르지요?

최근 들어 선생님께서는 '간이주막의 시대는 갔다. 이제 연구소는 1인기업들의 항공모함'이라고 천명하셨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사는 1인기업'을 배출하고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연구소!

'간이주막'도 좋았지만 '항공모함'은 더 좋습니다.^^
마침 제가 '저술과 강의를 하며 먹고 사는 1인기업'을 꿈꾸기 시작한 시기와 딱 맞물렸으니
흥미진진할 밖에요.

어떤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적이고 실험적인 선생님의 행보는 갈수록 빠르고 힘이 더해지는데요,
여기에 발맞추어 연구원들의 실험도 뒤따라서,
요즘 변경연은 그야말로 설설 끓고 있습니다.

변경연의 최근 실험 중  변경 웹진을 소개합니다.
벌써 네 번째인데요, 모르긴해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작업일 텐데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웹진소개는 이 곳을 보시구요
http://www.bhgoo.com/zbxe/289687#4

웹진에서 주도하는 '100일 습관만들기' 일명 단군프로젝트도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zbxe/dan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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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02.jpg

Change2010_201006.pdf  <== 여기를 클릭하시면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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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의 writingsutra2010. 5. 5. 14:55
 

연구소에서 두 건의 공저에 참여하고 있다. 이름 하여 사자와 호랑이. 비유의 달인이신 선생님께서 붙인 별명 덕분에 친근하고 부르기 좋고 선명한 프로젝트이다. 선생님께서는 인생의 전반기를 ‘낙타의 시대’라 이름 지으셨다. 등짐을 가득 지고 끝없는 사막을 걸어야 하는 낙타처럼, 책임과 의무를 가득 진 시기이다. 대상이 무리를 지어 가듯, 이때는 조직의 구성원으로 살 수 있으면 좋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조직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많은 직장인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는 1인기업을 꿈꾼다. 호랑이처럼 의연하게 자신의 이름 석 자 만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어떻게 세상에 알릴 것인가?  또한 호랑이라고 해서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서적으로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삶을 나누는 동지가 필요하다. 어떻게 사자의 무리를 얻을 것인가? 이 두 개의 과제를 연구하고 싶은 사람은 모여라! 2009년 9월 2일의 일이었다.


공지를 보자마자 득달같이 두 개의 프로젝트에 모두 지원했다. 첫 책의 원고를 탈고하여 출판사에 넘긴 시점이었는데, 저술과 강의를 하면서 먹고 살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한 맞춤기회 같았다. 나는 공저 작업 자체에도 흥미가 있었다.  오래도록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내는 사이를 꿈꿔왔기 때문이다. 나는 이상하게도 사춘기 시절부터 정서적인 지지를 나누는 일에 비중을 두지 않았다.  흔히 ‘여자들은 화장실도 같이 간다’고 회자되는 식의 우정에 서툴렀다. 나이가 한참 들고 난 후에도, 아줌마들의 전매특허로 여겨지는 ‘수다’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아직도 시급하고 구체적인 용건 없이 만나거나 통화를 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오죽하면 스스로를 ‘관계치’라고 불렀으랴.


이런 내가 꿈꾸는 인간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지식을 공동생산하는 사이’에 대한 것이다. 만화 ‘신의 물방울’의 저자 아기 다다시가 한 사람이 아니라 남매의 필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정말 부러웠다. 저널리스트 출신 누나 기바야시 유코다와, 네 살 아래인 편집기자 출신 동생 기바야시 신, ‘신의 물방울’은 우리 나라에서 150만 부가 팔렸다.


작곡가 김희갑, 작사가 양인자 부부도 있다.  그들이 만든 노래는 주옥같은 가사와, 그 가사에 딱 어울리는 곡조로 해서 완벽한 시너지효과를 이루었다. ‘진정 난 몰랐네’, ‘킬리만자로의 표범’, ‘사랑의 미로’, ‘그 겨울의 찻집’과 ‘타타타’ ‘립스틱 짙게 바르고’ 등 그들은 정말 많은 히트곡을 함께 만들었다. 아내가 가사를 써 놓으면 남편이 곡을 붙이는데 어쩌면 그 곡이 아내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한 것이어서 번번이 놀랐다고 양인자 씨는 말한다.


남매라는 혈연, 부부라는 귀한 인연에 더하여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세계를 공유하고 의미 있는 창조물을 공동생산해낼 수 있는 관계는 최고의 소통을 맛본 사람들이 아닐까.  아무리 좋은 사이라도 계속 가꾸고 키우지 않으면 시들기 쉬운데, 가장 소중한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면 늘 새롭고 긴장된 가운데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일이 반드시 예술적인 창조물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GE의 잭 웰치는, 두 번째 부인인 제인에게 골프를 가르쳐 준 후 비로소 제인이 진정한 파트너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만한 소통이 가능한 부부에 대한 꿈은 일찌감치 접었지만, 공동의 관심사가 있고 서로의 성장을 자극하는 우정에 대한 꿈을 놓지는 않았었다. 그것이 내게는 ‘공저를 쓰는 사이’로 축약되는 셈이다.

그렇게 공저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우선 ‘사자’를 중심으로 말해 보자면 2009년 10월 31일 1박2일의 기획회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 달에 한번 씩 만났다. 제일 처음 사자의 무리 즉 ‘창조적 소수’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대강의 챕터를 잡았다.  초반에는 잠시 막막했다.  연구원 8명이 제각기 생각하고 온 그림이 달랐다. 기질과 경험의 차이도 커 보였다. 선생님께서 각자 바람직한 ‘사자’ 그룹을 사례연구하자는 말씀으로 돌파구를 열어 주셨다. 그리고는 진행에 속도가 붙었다. 인터뷰할 사례를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질의할 질문들을 다듬었다. 인터뷰한 내용을 발표하고, 이것들을 챕터별로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의논했다.

그 모든 과정에 대한 연구원들의 참여는 대단했다. 한 번 모였다 하면 최소한 대여섯 시간을 토론한다. 소요시간이 길다 보니 늘 주말에 모였는데, 나는 백수였지만 대다수 직장인들이 황금 같은 주말을 할애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관두겠다거나 하며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거기에는 물론 선생님이라는 구심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모든 논의의 맥을 짚어주고 새로운 지향점과 연결함으로써 공저의 형상을 만들어 가셨다. 선생님 자신도 처음부터 확고한 구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토의를 거치면서, 섬광처럼 스쳐가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해가는 과정을 즐기시는 것 같았다. 선생님께서는 어느 연구원보다도 성실하셨으며, 논지를 정리하고 연결하는 안목은 갈수록 예리해졌다. 그동안 숱한 공저를 이런 강도로 지휘하셨을 생각을 하니,  연구원제도에서 가장 많이 성장하는 사람이 선생님 본인인 것은 당연하다. 그 한결같은 열정과 성실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효율로 따지면 공저 작업의 생산성은 아주 낮다. 사자, 호랑이와 함께 구상한 ‘필살기’에 대한 책을 선생님 혼자 쓰셔서 3월 18일자로 나온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혼자 일하셨으면 훨씬 많은 아웃풋이 가능했을 시간을 연구원들과의 공저에 쓰신 것이다. 우리들 연구원들도 마찬가지다. 8명이 참여했으니 한 사람이 써야 할 원고는 A4 15장에 불과하다. 그것을 위해 10개월에 걸쳐 10번의 회의를 하다니,-마무리하자면 그 정도 걸릴 것 같다- 공저 작업의 핵심은 효율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지난 4월 30일에 2박3일로 저술여행을 다녀왔다. 서산군 운산면 백년고택의 풍광은 꿈같았다. 지금껏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많은 민들레를 보았다. 품격 있는 기와집의 대들보와 마루는 두툼하게 믿음직스러웠고, 방들은 아기자기하게 작았다. 남자연구원들이 서툰 솜씨로 불을 때주느라 애썼다. 근처에 사시는 한 연구원의 어머니께서 오색나물비빔밥과 쑥절편을 날라 오셨다. 이 프로젝트를 하는 멤버도 아닌데 어머니까지 동원하여 열과 성의를 다 하는 그 연구원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사는구나 싶었다.  선생님께서는 여행 중에 해산물을 잘 사 주신다. 첫 번째 기획단계에 간 평창의 펜션에서는 주문진까지 가서 회를 떠 오셨다. 이번에는 서산 장에서 게를 5킬로그램이나 사 오셨다. 제 철을 맞은 게는 알이 꽉 차 있었고 속살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이렇게 그림 같은 풍광 속에서 맛있는 것 먹으며 오직 글만 쓰자고 하신다.

몇 가지 현안이 얽혀 있어 백 프로 몰입하지 못했다. 어떤 일상과 문제를 두고 갔든 다 잊어버리고, 별천지처럼 아름다운 풍광 속에 빠져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된다. 관계에 소홀한 나의 고질병도 참 오래도 간다. 그래도 내가 많이 변한 것을 느낀다. 내가 치명적으로 약한 ‘수다’의 가치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머릿속에 어떤 고매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라도, 담소하는 자리에서는 재치가 생명이다. 살짝 억울한 태클이 들어오더라도 여유 있게 받아치는 사람이 승자다. 이제 겨우 재치 있는 대화, 왁자하게 웃고 떠드는 자리의 진가를 알 것 같다. 사람들은 웃음 섞인 대화를 통해 생활의 독소를 뺀다.

꿈만 꾸던 ‘지식의 공동생산’에 대해서도 조금은 감을 잡았다. 스쳐지나가는 아이템을 붙잡는 능력, “00하고 놀 사람 여기 붙어라!” 소리쳤을 때 기꺼이 호응해줄 커뮤니티의 존재, 지루할 정도로 긴 과정에 지치지 않는 뚝심,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수용하고 해결하는 힘,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기는 유희정신! 내가 이런 것들을 얼추 갖추었을 때 비로소 내가 꿈꾸는 관계도 성큼 다가오리라. 아니 그런 관계가 아득히 먼 것이 아니라, 지금 사자프로젝트를 하는 팀을 그런 존재로 만들 수도 있으리라. 중요한 것은 상대보다도 나의 마음일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 공저의 진정한 목표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관계 안에서만 비로소 사람이라는 인식, 함께 있음으로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있다는 느낌, 공헌력을 키우기 위해 나를 더욱 확장시키고 싶다는 각오를 하게 된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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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09. 11. 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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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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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변경연에서 두 건의 공저가 진행 중인데요,
    호랑이는 '1인기업'에 대한 것이고,
    사자는 '창조적 소수'에 대한 것입니다.

    구선생님께서는 따로 '개인의 필살기'에 대한 작업도 진행중이신데요,
    '필살기 '를 연마하여 '1인기업'으로 서고,
    뜻을 같이하는 '창조적 소수'와 공동창조작업을 통해 스스로 즐기고
    사회에 공헌한다~~
    일련의 그림이 그려지지요?

    그 중에서 '사자' 미팅 장면입니다.
    음악과 와인을 탐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슴다.^^

    2009.11.22 12: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좋은 삶/새알심2009. 3. 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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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티엄'이라고 하는 잡지에 '우정의 정원을 거닐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습니다. 오스티엄은 매호마다 주제를 달리 해서 심도있게 파고드는 새로운 컨셉의 잡지입니다. 첫 호의 주제는 '결혼'이었고, 두 번 째 책의 주제가 '우정'이었지요.  블로그이웃인 잡지사 팀장님으로부터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우정에 대한 원고를 청탁받았습니다.

변경연의 연구원제도는 참으로 귀하고 소중합니다. 올해 5기가 출범했는데 3차 면접까지 이어지는 경쟁이 어찌나 치열한지 옆에서 보기에도 졸밋거릴 정도입니다. 연구원 출신 저자들의 책이 속속 출간되고 있고, 출판관계자들을 초대하여 기획안을 발표하는 book -fair가 정착됨에 따라 독특한 저술가집단으로 자리잡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습니다. 학습사회, 지식사회를 선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변경연의 진면목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변경연이 보기 드문 '우정의 정원'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구소장님의 철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소장님의 지론은 '사람'입니다. 그 누구도 사람이 그리울 때만 연구소로 오라고 하십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그 다음이라는 것입니다.

"내 앞에 한 사람이 없으면 온 우주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주 하시는 말씀처럼, 사람 하나하나의 독특함을 알아봐주시고 말 걸어주시는 소장님 덕분에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인, 전문직이거나 비정규직인, 20대의 휴학생부터 60대의 역학자까지 모든 사람이 저마다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비교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오직 '자기로서' 살기를 독려하여 '최선의 나'가 되고자 하는 열병을 퍼뜨립니다.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방사선처럼 주위로 퍼져 나가 많은 사람들이 리틀구본형이 되기를 갈망합니다.

저역시  변경연을 만나 멋모르는 유아독존의 시기를 마감하고 조용히 항복하였습니다. ^^  혼자 속단하여 좋은 사람만 좋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구는 all or nothing의 고질병을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마음 속의 기호와 욕구를 상대에게 투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상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아할 수 있을 때, 나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겠지요. 그때는 '나로서' 존재해도 편안할 꺼구요.

변경연은 계속 진화하고 있고, 우정의 실험이 어디까지 지속될 지 아무도 모릅니다. 은근히 조급증이 있는 제가 하루속히 마음이 편안해져서 좀 더 여유있게 '우정의 정원'의 향기를  만끽하기를 고대합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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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교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오직 '자기로서 살기'를 독려한다.
    정말 대단하세요.. 직접 연을 맺진 않았지만 저도 그런 마음으로 제가 만나는 사람들을 대하고, 무엇보다 저를 대하며 살고 싶어집니다.
    든든하고 아름다운 우정의 정원.. 미탄님이 계셔서 더욱 멋진 곳 같습니다.^^

    2009.03.31 21: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어떤 사람을 마음깊이 인정하고 존중한다 해도 '신봉'한다거나 그런 태도는 좋아하지 않아요. 수명은 연장되고, 공간은 확장된 변화무쌍한 현대사회에서 친인척보다도 커뮤니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고 있구나, 아~~ 이런 형태는 정말 바람직하고 부럽다. 어떤 요인이 어떻게 작용했을까? 하고 지켜보고 있는 거지요.
      똑순맘이 일구어낸 훈훈한 블로그가족들도 이미 서로 위무하고 자극하는 성장지향 커뮤니티 인 것 같아요^^

      2009.04.02 09:15 [ ADDR : EDIT/ DEL ]
  2. 오스티엄, 저도 참 좋아하는 잡지인데 여기에 기고를 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잡지에 좋아하는 이웃 분이 글을 쓰셨다고 하니, 색다르면서도 기분이 좋네요.
    말씀처럼 변경연이 저술가 집단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도와주는 구본형 소장님은 어떤 분인지 참 궁금합니다. 괜시리 두근두근해지기도 하네요. 여러 글에서 소장님의 면모를 접했지만, 직접 뵙는 것만 못하겠지요. 사람마다의 '다움'을 인정해주고 빛나게끔 돕는 소장님. 저도 기회를 만들어 찾아뵈어야 겠습니다. 저 자신도 쪼매 '격려'받고 싶네요. ^^;

    2009.04.02 22: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어떤 사람을 신봉하는 것은 아니구요, 구소장님께서 자기자신을 실험도구로 삼아 멈춤없이 계속 나아가는 모습에서 많은 자극을 받지요. 우선 지장보리님, 변경연 사이트의 글들을 자주 읽어보시기를 권할게요.

      2009.04.04 11:00 [ ADDR : EDIT/ DEL ]

변경연에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의외로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틈새화한 것 같습니다. 참가자들은 풍광 좋은 펜션에서 2박3일간 합숙하며 자신의 강점과 비전을 연결시키는 작업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때 단식을 합니다. 단식은 무심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쐐기를 박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상징입니다. 단식을 통해 내 몸에 변화에 대한 열망을 기억시킴으로써 나를 찾아가는 여행에 치열함을 더합니다. 


연구원 출신 박승오는 대학생들의 비전찾기 프로그램에서 '칠천 원의 행복’을 시도했습니다. 하루의 식사를 칠천 원 안에서 해결해보자는 것인데,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우선 아주 조금 먹고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행복의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많이 갖지 않았어도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마 그들은 먹는다는 행위의 원초적인 즐거움까지 재발견하지 않았을까요?


박승오의 글 바로가기 http://www.bhgoo.com/zbxe/130622


나는 ‘칠천 원의 행복’을 접하며 무릎을 쳤습니다.  단식의 창조적 변용이 신선했습니다. 대학생들에게는 단식보다 ‘칠천 원의 행복’이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그 젊은 친구들은 연예프로에라도 출연하듯 신나게 미션을 완수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단식이든 ‘칠천 원의 행복’이든 중요한 것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무언가를 행한다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합니다. 우선 생각이 달라지고 생활이 달라져야 합니다.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중요한 출발이지만, 생각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아무 곳에도 없습니다. 생각이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곳은 구체적인 삶의 현장이니까요.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머리일지 몰라도, 변화를 완성시키는 것은 몸입니다. 나는 산책을 통해 몸으로 익힌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산책에 맛을 들인지 2년 되었는데, 이제 몸에 산책의 맛이 각인된 것을 느낍니다. 팔을 요란하게 흔들며 파워워킹을 합니다. 운동강도를 높일 생각에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합니다. 걷다보면 심란하거나 초라한 생각은 사라지고, 씩씩하고 넓어지는 쪽으로 생각의 가닥이 잡힙니다.


‘나는 왜 이렇게 성과를 내는 데 더디지?’ 하는 생각에 우울했다면, ‘이렇게 더딘 이유가 무엇이지?’로 생각의 초점이 바뀌는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생각만 바뀌어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겠지요. 더딘 이유를 찾아내서 습관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습관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몸을 변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달라진 가치를 몸으로 기억하는 것입니다. 생각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몸으로 익힌 것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정희진이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명료하게 정리했듯, '의식화는 변절이나 전향이 가능하지만 변태는 형태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의식화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는 변절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슬슬 몸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을 때 맑은 님이 한 발 앞서 보여주는 실험들이 참 소중합니다.  그는 춤을 배우며 정말 많은 것을 깨닫습니다. 머리로만 살려고 했기 때문에 삶의 구심점이 없고 복잡한 느낌 뿐이었다는 것, 행동은 생각을 단순하게 하고 강력하게 해 준다는 것, 성장과 변화는 속도가 아주 느리기 때문에 근력운동을 하듯 매일 시간을 두고 쌓아야 한다는 것!

맑은 님의 글 바로 가기 http://www.bhgoo.com/zbxe/50211    

                              http://www.bhgoo.com/zbxe/50234
                              http://www.bhgoo.com/zbxe/50146


 

그는 춤을 통해 나쁜 일을 곱씹는 버릇과 기분 나쁜 일때문에 영향 받는 일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상처를 무시하고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이 귀한 법칙을 깨달은 거지요. 뱃살을 다이어트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요 복근운동이야말로 기초에 기초를 다지는 일이라고 합니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한데 근육에 힘이 쌓이면서 이 모든 것을 깨닫게 된 모양입니다. 마침내 그가 토해내는 일성은 무사의 그것처럼 결연하고 매섭습니다. 무사가 매일 칼을 휘두르듯, 반복적인 훈련에서 얻은 기량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몸에서 나온 것입니다. 몸에 대해서 배워나가다 보니 learn by body, 몸이 영혼을 치유한다는 것도 알게 되고 body heals soul. 몸이 정신을 만든다는 것도 알게 된 것이지요. body makes soul.


세상이 악惡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약弱하다'

'내가 강하면, 세상은 선하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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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앨리스

    머리를 많이 쓰는 일에는 운동이 정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겨울잠 자는 계절이라(ㅎㅎ) 아무것도 안하고 있네요^^ 이럴 수록 더 박차를 가해야 하는데 퇴근 후에는 그냥 쉬고만싶어져요. 맑은님 글은 저도 읽고 감명을 받았었는데, 이곳에서 또 보니 인상적입니다. 금요일이라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점심먹고 와서 놀러왔어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참, 칸트도 산책을 좋아했다지요?

    2008.11.28 13:07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사람이 여러 번 바뀌는 것 같아요.
      나도 5분을 걷지 않던 사람이었거든요.
      요즘은 이틀만 걷기를 안해도 좀이 쑤시지요.
      열린 마음으로 나와 사람과 세상을 받아 들이면서
      어디까지 변화해 갈 지 끝모를 물결에 몸을 싣고 싶군요.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나는 내가 커서 무엇이 될지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한참 젊은 앨리스님은 더욱 말할 것도 없겠지요.^^

      2008.11.28 21:13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