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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4 초겨울에 핀 개나리 (4)
좋은 삶/새알심2008. 11. 24. 19:04





 


목화는 두 번 꽃이 핀다


꽃은

단 한 번 핀다는데

꽃시절이  험해서

채 피지 못한 꽃들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꽃잎 떨군 자리에

아프게 익어 다시 피는

목화는 

한 생에 두 번 꽃이 핀다네


봄날 피는 꽃만이 꽃이랴

눈부신 꽃만이 꽃이랴


꽃시절 다 바치고 다시 한 번

앙상히 말라가는 온몸으로

남은 생을 다 바쳐 피워가는 꽃

패배를 패배시킨 투혼의 꽃

슬프도록 환한 목화꽃이여


이 목숨의 꽃 바쳐

세상이 따뜻하다면

그대 마음도 하얀 솜꽃처럼

깨끗하고 포근하다면

나 기꺼이 밭둑에 쓰러지겠네

앙상한 뼈마디로 메말라가며

순결한 솜꽃 피워 바치겠네


춥고 가난한 날의

그대 따스하라


-박 노해-




수원화성 나의 산책로에 개나리가 피었네요. 포도를 닮은 야생열매와 함께 찍어보았습니다. 몇 년 전 대구에 갔다가 한 겨울에 핀 개나리를 보고 신기했던 적이 있는데, 중부지방에서도 양지바른 곳에서는 더러 피나 보군요.

초겨울에 핀 개나리와 겹치는 시 한 편 올립니다. 나는 어려서 외가에서 목화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작고 단단한 씨앗이 들었을 뿐 완제품 솜이 열리는 것이 신기해서 한참 들여다 본 기억이 나네요. 엄지손가락만한 봉우리가 활짝 피어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목화를 매달고 있는 줄기와 가지가 유독 새카맣게 말라 있었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 때 내가 보았던 솜꽃은 두 번 째 핀 것이었을까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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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퀴리

    저도 목화솜 꽃 본 적 있어요!
    목화는 두 번 꽃이 핀다,
    2막,
    서드에이지,
    요즘 화두와 맞아드네요. "블로그에 눈뜨게 해주시니 이 아니 감사한가"
    놀러오는 재미가 훈훈해요. 이겨울에.

    따끈한 오후되세요!!!!!-

    2008.11.25 14:2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무언가를 '매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훈련이 되겠어요? 블로그가 좋은 점은 그것인 것 같아요.
      걍 사진이나 여행 블로그 하시는 분들도 글이 팍팍 달라지는 것을 느끼거든요.

      에고~~ 따끈하긴 따끈한데 이마가 따끈하네요. ^^
      감기기운이 있나봐요.

      2008.11.25 18:14 [ ADDR : EDIT/ DEL ]
  2. '춥고 가난한 날의 그대 따스하라' 는 마지막 귀절의 여운이 참 깁니다...
    때론 식물들처럼 자기 소명을 온전히 수행하고
    한 생 마감하는 존재가 없는것 같이 생각되기도해요.
    이 겨울 입 다떨구고 서있는 나무들보며 저를 돌아봅니다.

    미탄님, 감기 조심하세요~!

    2008.11.26 17: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똑순맘의 댓글을 읽다가 문득 '식물적인 유형'이 있다는 생각이 스치네요.
      구소장님도 '식물적인 방식을 가진 사람은 직접 나를 내세우기보다 꽃처럼 향기로워서 남들이 나를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는 지론이구요,

      미술평론가 박영택인가도 자신이 식물적인 인간이라고 말한 것 같아요.

      똑순맘이나 내게도 그 비슷한 느낌이 있네요. ^^

      2008.11.27 07:18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