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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1 오래된 일기의 정취 (18)
좋은 삶/새알심2009. 1. 11. 12:10

블로그이웃 토마토새댁님의 아들이 블로그를 시작했다길래 가 보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명석이가 -- 이 친구 이름이 나와 똑같다^^--  참 성숙해 보인다.  문장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의젓하기가 거의 중학생 수준이다.

'내가 나를 알아보는 장소'라는 카테고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나'에 대한 관심과 성찰이 모든 삶의 기본인 것을 생각할 때, 벌써 독립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작은 일에서도 자신의 기질을 발견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부쩍부쩍 성장해 나갈 것이다.

생각난 김에 아들애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쓴 일기장을 들쳐 보았다. 학교에서 반강제로 시켜서 쓴 일기이지만, 이제 와서 보니 이보다 더 귀할 수가 없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그 자체가 세월인 오래된 공책들, 우리 가족사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기록들... 아날로그적 정취가 가슴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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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때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TV프로그램을 보고 쓴 일기, 이 일기에 담임선생님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하는 댓글을 적어 주셨다. 어린 아이가 너무 비판적이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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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5학년 때 쓴 일기. 많이 서툴지만 산문시같은 느낌이 든다.
초월과 비범의 상징인 새가 '아무 생각도 마음도 없이 오직 살기 위해 먹이를 먹고 있는' 데 대한 연민이 담겨있고, 그런 새의 모습과 인간이 오버랩되고 있다면 내가 너무  앞서 가는 걸까.^^

"언제나 나는 날고 싶었다."
아들이 언제까지나 이처럼 비약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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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요렇게 감칠맛나는 기록도 있다. 6학년 화이트데이에 같은 반 여학생에게 사탕을 준 일. ㅎㅎ 1997년 시골 면단위 학교에서 처음으로 화이트데이를 챙긴 사건이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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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때 일기. 채변을 하면서 비위약한 내가 '윽, 윽' 거렸다는 거지. ㅎㅎ 덕분에 나도 그 옛날로 날아가 본다.

아이들의 옛날 일기장을 훑다 보면,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은 일이 많다.  살짝 잊고 있던 일을 일기가 생생하게 살려 주는 것이다. 나도 묵은 일기에서 중요한 선택의 단초를 발견한 일이 있다. 기록은 기억을 보존하고 보완함으로써 완성시켜 준다.

나도 요즘 컴퓨터로 일기를 쓴다.  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어, 어쩌다 엽서라도 쓸라치면 글씨가 낯설고 안써질 정도이다. 요즘 아이들은 아예 손글씨로 쓰는 일기장의 정취를 모른다고 생각하니, 변해가는 세태에 아련한 그리움과 어이없음이 겹쳐진다.
디지털 시대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이미지와 음향과 댓글까지 멀티풀하게 기록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아쉬움을 달래야 하려나?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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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옛날로 돌아가보신다구요?
    전 까마득해뵈는 미래를 여행하는 기분입니다.
    똥오줌이라도 가릴 줄 알면 참 편하겠다 싶습니다...
    ㅎ..ㅎ..ㅎ..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 지, 역시 웃어야겠죠?
    ㅎㅎㅎ

    2009.01.11 12: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지나고 나면 그 시절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절정시기의 하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우.
      '겨으니'가 볼일 본 쉬통은 즉각즉각 비우면?
      아니 그랬다면 '데자뷰' 의 빛 좋은 사진은 잡을 수가 없었겠지요? ^^

      2009.01.11 20:25 [ ADDR : EDIT/ DEL ]
  2. 자녀분의 일기를 간직하고 계시네요. 저는 아직 어린데도 일기장들이 어디 가있는지 모르겠어요. 늦기 전에 잘 간직해놔야 겠습니다.

    저는 요즘 일기장에 일기를 씁니다. 디지탈의 장점이 자꾸 머리속에 떠오르지만 아날로그의 감성을 버릴 수는 없어서요 ^^

    2009.01.12 16: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저야 외곽에 사니까 자주 흙을 밟고 살지만,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전혀 흙을 밟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것에
      가끔 진저리가 쳐질 때가 있는데요 ^^
      손글씨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저부터도 글씨 못 쓰겠던데, 쉐아르님이 대단하시네요. ^^

      2009.01.12 23:25 [ ADDR : EDIT/ DEL ]
  3. 우앙, 미탄님의 본명을 알아버렸습니다...!? ㅎㅎ
    안그래도 명석이가 블로그를 한단 이야기를 토댁언니 글을 통해 보고서 참...후훗, 하고 있었더랬지 말입니다.
    예전 미탄님 아드님의 일기를 보면서.. 제 기억이야기는 어디에 적어놨나 주섬주섬 찾아봐야지 하고 있습니다.
    이제 블로그가 일기장이(?) 되어버렸지만, 말이죠...^^

    2009.01.13 19: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내게도 블로그가 일기장이 되었지만, 한번씩은 하도 매만져서 종이끝이 나풀거리는 오래된 일기장과 손글씨가 그리워진다지요~~

      2009.01.14 08:13 [ ADDR : EDIT/ DEL ]
  4. 미탄 언냐 정말 감사해요.
    이렇듯 따듯하게 봐 주셔서...
    아직 글도 생각도 정리되지 않아 솔직 그 자체이기에 어른의 시선으로 보시기에 언짢은 일이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예쁘게 봐 주세요.
    이 애미 보기에는 해나가는 그 것으로도 대견스럽긴 하지만 잘 이어나갈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주신 책들은 잘 받았답니다.
    어제 녀석이 포스팅을 하더라구요..ㅎㅎ
    사진도 찍어 넣고 뭐라고 쓰기도 하고...ㅎㅎ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09.01.14 09:10 [ ADDR : EDIT/ DEL : REPLY ]
    • 의젓하기만 하던데 언짢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
      장남은 장남답고,
      둘째는 둘째답고,
      막내는 막내답고,
      보기 좋기만 하네요. ^^

      2009.01.14 20:24 신고 [ ADDR : EDIT/ DEL ]
  5. 화이트데이 일기가 참 좋네요~ ///^ܫ^/// 아릿한 추억도 떠오르고...
    모아놨던 연습장들을 이사할 때 짐 줄인다고 싹 버린 적이 있는데, 그때 일기장도 같이 버렸죠.
    워낙에 허접 문장력이라 다시 보지 않을 것 같아서 망설이지 않고 버리긴 했지만...
    자녀분의 일기를 보고있으니 좀 후회가 되네요. -ܫ- ;;;

    2009.01.14 19:1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정말 그렇지요?
      신00 라고 시골학교에서 눈에 확 띄는 여학생이었어요. 운동회 때 구령대 위에 올라가서 전체 학생 체조를 지도하는... 그럭저럭 아들애도 자꾸 추억이 쌓이는 나이가 되어 가네요.

      해바라기C님, 요즘 쓰는 일기는 버리지 마세요.
      또 예전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다시 복원하는 작업을 하셔도 좋구요. 얼마나 애틋한 에피소드가 되살아나는지, 또 내가 반복하는 행위의 패턴이 드러나는지 몰라요. 일기는 가장 좋은 자기계발서요, 아이디어의 보물창고로 보이니까요. /// -ܫ- ;;; <----- 얘 너무 이뻐요.

      2009.01.15 07:45 [ ADDR : EDIT/ DEL ]
  6. 주홍락

    이게 정말 내가 쓴 일기란 말야?
    몇개는 전에도 봤지만 몇개는 거의 일기 쓴뒤로 처음 보는걸.
    짧게나마 얼마 안남은 군생활을 기록하고 있는데 ...
    끝을 향해 힘겹게 버티고 있지. 하루마다 알고싶지 않은 것들을 알아가며.

    2009.01.14 19:1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끝이라고 어영부영 한 달 이상을 허비하고ㅡ, 또 사회나와서 시작이라고 또 적응하는 데 두 어 달 걸리면 시간이 너무 아깝지.

      왜 시험공부할 때도 준비하느라 시간 왕창 쓰는 애 있잖아. 그런 식이 되지 않게 늘 자문해봐.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내게 도움이 되고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인가?"

      2009.01.15 07:44 [ ADDR : EDIT/ DEL ]
  7. 미탄님~!!!
    덕분에 어린 블로그 친구 한 분 얻고 갑니다..
    어일 적 일기와 연애편지 ..지금보면 얼굴이 화끈거리지요^^
    행복한 오후 보내세요~^^*

    2009.01.15 13: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예, 저는 특히 똑같은 잘못을 반복해서 저지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제일 민망했답니다.
      덕분에 '아! 내가 이렇구나'하고 깨닫기도 했지만요.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2009.01.15 19:43 [ ADDR : EDIT/ DEL ]
  8. 1997년은 제가 대학교에 입학한 해입니다. 그 해 시골 면단위 '그' 학교에서는 그런 중대하고도 애틋한 사건이 벌어졌었군요-^^
    1997년이, 제가 스무살이던 그 해가 벌써 이렇게 아련하게 그리워해야하는 시절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 해 초등학생이던 소년이 어느새 군대를 다녀온 청년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정말로..^^. 휴.

    2009.01.16 19: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야말로
      Time Oh Good Good Time, Where did you go?
      가 되는 거지요.

      2009.01.17 09:48 [ ADDR : EDIT/ DEL ]
  9. ㅋㅋ 이거 되게 재밌는데요?
    저도 초등학교때 쓴 여러권의 일기장이 있는데 결혼하면서 모두 두고와 당장 꺼내 볼 수 없는게 아쉽네요. 언젠가 한번 온 식구가 모여 형의 25년된 일기장을 꺼내 본적이 있었는데, 다들 훌쩍 그시절로 날아간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정기적으로 한번씩 해야할 행사일 듯^^

    2009.01.21 06:2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불과 몇 년 있으면 아이가 경빈씨 일기를 보게 될 테니
      참 세월이 빠르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지요?
      근데 아이 모습하고 육아일기를 보관하는 블로그는
      따로 있는지?

      2009.01.21 10:10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