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스티클리츠가 화가 조지아 오키프를 찍은 사진들입니다. 그는 조지아 오키프보다 23세의 연상으로 이혼을 하고 그녀와 결합합니다. 그는 그녀의 몸과 피부의 촉감, 광대뼈 그리고 아름답고 긴 손을 계속해서 사진으로 탐구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스티클리츠가 사진으로 그녀를 애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피사체에 대한 완벽한 몰입이 절로 느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이 결코 직접적인 사랑에 뒤지지 않겠구나, 사진은 또 하나의 눈, 또 하나의 손, 또 하나의 마음이로구나, 예술가란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뒤를 이었습니다.


1918년 2월 6일 화가 클림트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클림트를 숭배하던 쉴레는 클림트의 마지막 침상에서 홀쭉하게 마른 그의 얼굴을 드로잉합니다. 화가는 우상의 죽음을 눈물로 애도하지 않습니다. 그가 가진 도구로 추모합니다. 쉴레의 드로잉은 죽어가는 클림트에게나 살아남은 쉴레에게 둘도 없는 교감과 추앙의 행위가 아닐는지요.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는 땡땡이 작가로 유명합니다. 그녀는 화폭과 벽면은 물론 사람의 몸과 공간, 가능한 모든 것을 땡땡이로 채웁니다. 땡땡이라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그녀의 열정 앞에 관객은 새로운 세계를 안내받습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그녀는, 70이 넘은 지금도 병원 옆 작업실에서 일합니다. 만약 땡땡이 작업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벌써 자살했을 거라고 합니다.

그녀의 작업 비디오를 보니 어이없음과 놀라움을 넘어 경악스럽기도 하고, 인간의 생명력과 집중력에 처연해지기도 합니다. 그녀의 작업 하나 하나가 살아남고자 하는 안간힘으로 느껴집니다. 모든 사람의 표현이 그처럼 절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모든 사람의 표현이 모두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쿠사마 비디오 링크


뛰어난 걸작이 아니요,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하더라도 표현하는 행위 자체가 즐거움입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를 가진 사람은 자신 만의 세계를 갖고 있습니다. 현실세계를 보완하고 치유하는 또 하나의 세상 말입니다. ‘기쁠 때나 슬플때나’의 만화작가 린 존스턴은 아이를 더 낳고 싶었을 때, 자신의 연재만화 주인공 가족 중에 여자 아이를 하나 더 등장시켰다고 하네요.


어떤 사소한 행위에도 몰입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정서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나를 표현하는 일은 소일거리요, 취미요, 문화의 토대가 됩니다.  표현은 세상에 대고 손을 내미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조지아 오키프가 스티클리츠의 사진에서 자기자신을 새롭게 발견했듯이, 표현은 가장 강력한 결속의 도구이니까요. 도심과 변방의 구분이 없어진 유비쿼터스 시대에, 표현은 나의 주소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취미와 관심사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문화의 시대가 될테니까요. 당신은 당신을 표현하며 살고 있는지요?  당신을 표현하는 도구는 무엇인지요?




사진 출처 - 브리타 벵케, 사막에 핀 꽃 조지아 오키프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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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던지신 질문에 답을 못 하는 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사람일까요?
    아직도 찾아헤매고 잇으니....
    가끔 제가 살고 있는 것인지 살아지고 있는 것인가를 구분 못 할때가 있습니다.
    에공..^^;;

    2008.09.30 09: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살고 있는 것인지, 살아지고 있는 것인지 구분을 못한다고 하시는 것은, 이미 토마토새댁님의 마음 안에 그 두 가지에 대한 명확한 분별과 지향이 있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

      2008.09.30 23:12 [ ADDR : EDIT/ DEL ]

 

한 사람이 필요한 세계는 하나가 아니다. 당신은 자기 일이 있어야 하고 가정이 있어야 한다. 당신이 독신을 선택했다면 그에 맞는 사생활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취미가 있어야 한다. 한 방면의 특기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독서하고 수집하고 소장하며 기록하는 습관이 있어야 한다. 마땅히 자기만의 꿈과 환상과 내면세계가 있어야 한다.

-- 왕멍, 나는 학생이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블로깅에 심취한 이후로 무엇을 보든 포스팅과 연결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거리를 지나다가 간판에서 송혜교의 사진을 찍는 식입니다. 평소의 이미지와 조금 다르게 연출된 송혜교의 사진을 보자마자 언제고 써 먹을 데가 있을 것 같아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이렇게 찍어놓은 사진과 글을 매치시키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전에는 글부터 쓰고 글에 사진을 끼워 맞추는 식이었는데, 요즘은 사진부터 잡아놓고 글을 쓰기도 합니다. 사진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거지요. 조지아 오키프에 관한 포스트를 쓸 때, 사진을 먼저 골라놓고 글을 갖다 맞추는 재미가 최고였습니다. 써 놓은 글을 박스로 잡아 해당 사진 옆에 척척 갖다 놓는데, 아주 특이한 기분을 맛보았습니다.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공작을 하는 듯한 재미, 글쓰기가 거의 도구적인 혹은 신체적인 재미까지 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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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판에서 컷을 몇 개 그려보았습니다. 유치찬란한 수준이지만 가끔 글에 어울리는 컷을 배치해도 재미있겠다 싶습니다. 컷을 그리겠다고 생각하니 따라 그려보면 좋을 그림이 눈에 띕니다. 강동허브공원 입구에 있는 벽화 타일도 유심히 보게 됩니다.






낮에 엄마 집에서 눈에 익은 양은냄비를 보았습니다. 그 냄비가 무척 오래된 것 같다고 여쭤보니, 놀랍게도 오십 년이 넘었다는 대답이었습니다. 한 쪽 손잡이가 떨어졌을 뿐 아직도 짱짱한 그 냄비는 참깨 볶는데 적격입니다. 언제고 그 냄비에 대한 이야기가 엮어질 것 같아 사진을 찍어온다는 것이 그만 깜박 잊어 버렸군요.


이처럼 블로깅 하나에서도 수많은 가지치기가 생깁니다. 사진과 그림이 점점 다가오고 있거니와 좀 더 많은 기회와 경험과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관심쏟는 것이 있는  사람의 생활은 탄력 있어지고, 시간을 활용하며 일상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무언가 할 일이 있어야 합니다.

왕멍은 16년간 유배생활을 할 때 창작을 금지 당했습니다. 작가에게 창작을 하지 말라는 것은 최고의 극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왕멍은 신세한탄을 일삼으며 좌절하지 않고 위그르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그 세월 동안 자살하거나 미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위그르 언어 포스트닥터 과정까지 거쳤지. 준비 2년, 대학 5년, 석사 3년, 박사 과정 3년 그리고 포스트닥터 3년이면 딱 16년이니까 말이야” 라고 대답합니다.


왕멍은 계속해서 말합니다. 한 두 가지 취미가 있어 자기의 세계가 몇 개쯤 있게 되면 당신은 영원히 즐거운 왕자가 될 것이며 불패의 위치에 서게 된다구요 정력을 집중하지만 한 나무에만 매달리지 않는 비결을 실제 생활에서 모색해야 한다구요.

 

길어진 인생에서는 더욱 다양한 세계에 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살면서 고비에 처했을 때 다른 세계에 의지하여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새롭게 일어설 근거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전력투구하되 한 가지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양한 세계를 만들어라.  이로써 길이 막히면 돌아가고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체화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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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육아협동조합’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요? 학부모가 출자금을 모아 어린이집 터전을 마련하고, 교육내용과 교사채용 등 중요한 사항을 직접 결정하는 곳입니다. 1994년에 처음 시작되어 70여 곳이 운영 중이라고 하는데요, 참여를 원하는 학부모는 기존의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몇몇이 모여 새로 협동조합을 구성하면 됩니다. 50만원 정도의 가입비가 있으며, 200-700만 정도의 출자금을 모아  어린이집 장소를 마련하고, 출자금은 탈퇴시에 돌려받는다고 합니다.


갈수록 대형화, 학습위주, 몰개성화, 경쟁위주로 흘러가는 교육풍토에 반기를 들고 모인 학부모들인 만큼, 공동육아에서는 감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것이 최고의 목표입니다. 오감을 키우고, 자연과 사람과 관계맺기 연습을 하는 것이 최대의 커리큘럼이므로, 공동육아의 생활방식에는 상당히 신선한 시도가 많습니다.


어린이집의 이름부터 상식이 터져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반딧불이 어린이집, 꿈틀꿈틀 어린이집, 하늘땅 어린이집, 열리는, 굴렁쇠, 한 발 먼저, 씽씽 등.  뿐만 아니라 이 곳에서는 원생들을 ‘덩실’, ‘옹골이’같이 독특한 이름으로 부르고, 교사에게도 ‘풀냄새’, ‘아침’, ‘바람돌이’, ‘물길’같은 별명으로 부른다네요. 어떻게 이렇게 뜻깊고 아름다운 우리 말을 잘 찾아냈는지 감동스러울 정도입니다.


공동육아의 최대목표는 ‘관계맺기’입니다. 자연과 또래와 어른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표현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상생의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능력을 꼬맹이 시절부터 훈련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일방적으로 정해진 교육과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흥미가 연결되는 주제를 탐구합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주체성을 키우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합니다. 들살이-야영에서 주운 도토리로 묵을 쑤고, 목화를 심고, 황토염색을 하고, 움집만들기에 참여합니다. 인위적으로 강요된 예절보다 자연스러운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어른에게도 존대어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유아교육에까지 파고든 과다경쟁의 선험학습 속에서 양산되는 로봇같은 아이들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건강한 인간을 키우는 이들의 시도가 참으로 소중합니다.


저는 서드에이지가 공동육아를 벤치마킹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육아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자립적인 협동으로 물적 정신적 교육공간을 창조했듯이, 우리도 협동을 통해 삶의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거지요. 일정금액을 출자하여 평생학습을 주도하는 공간을 창조해보면 어떨까요?   진취적인 학부모가 그들의 자녀를 위해 해 준 일을, 우리가 스스로를 위해 해준다면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정기적인 독서토론과 세미나를 통해 공동관심사를 탐구하고, 홈페이지와 책을 통해 성과물을 창조하는 겁니다. 새로워진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용어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격려하는 네트웍을 구성하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중년에도 도전할만한 과제가 있고,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이 문화를 창조하는 일이고,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면 살아있는 한 우리는 현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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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년’이라는 단어가 참 싫습니다. ‘유년’이나 ‘청소년’이 특정한 연령대를 가감없이 보여주는데 비해, ‘중년’이라는 용어에는 개성없고 몰염치한 아저씨 아줌마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년’이라는 용어대신 쓸 수 있는 말을 찾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가끔 ‘서드에이지’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중년’만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글의 맛이 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어쨌든 중년에는 이렇게 살아라~~ 하는 문화적 지침이 없습니다. 이 시기에는 아무도 새롭게 시작하거나 도전할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중년에는 적극적으로 성취해야 할 가치가 없고, 따라가야 할 역할모델이 없습니다. 정진웅은 이것을 문화적 각본이 사라졌다고 표현합니다. 사회가 문화적 지침을 줄 수 없다면 개인이 만들 수 밖에 없다고도 하구요.


‘문화’라는 말이 조금 거창한가요? 나는 문화란, 사람이 존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주, 사고방식, 관계맺는 방식, 심지어 죽음의 방식을 포함해서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측면은,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무엇을 하며 놀 것인가’의 세 가지입니다.


나의 삶의 조건을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 삶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능력은 곧 자기 형성의 능력이며 동시에 자기 긍정의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을 때, 그 때부터 노화가 시작되고 뒷방늙은이로 전락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서둘러 ‘Second Life'라는 타이틀을 걸고 레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영부영 하다가는 순식간에 남이 만들어준 삶의 조건에 맞춰 살아가게 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껴서이지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길어진 인생을 향유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싶습니다. 내 문화는 내가 만들고 싶습니다.

참고도서- 정진웅, 노년의 문화인류학 , 한울아카데미 2006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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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미 만들고 계시지요 ^^;;

    2008.05.20 02: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오늘 아침 쉐아르님의 '댓글샤워'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표현입니다. 감사합니다. ^^

      2008.05.20 07:37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