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10.02 <60호> 관계연습 (2)
  2. 2008.07.30 <41호> 엄마에 대한 어떤 정의
  3. 2008.07.22 엄마, 늙지 마


요즘 딸과의 관계정립이 한창입니다. 성년이 된 딸을 대하는 것이 어릴 때의 딸을 대하는 것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요. 모녀 사이라고 해도 크고 작은 갈등이 쉴새없이 일어납니다. 가령 나는 길치인데 딸애는 공간감각이 뛰어납니다. 같이 길을 나서면 내가 딸을 졸졸 따라 다녀야 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편하게 따라 다니는데, 살짝 아니꼬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틀리기도 일쑤입니다. ^^


딸이 리포트를 쓸 때는 상황이 역전됩니다. 분위기가 좋을 때는 편하게 도움을 요청해 옵니다. 엊그제는 말도 안되게 어려운 ‘노동복지’ 같은 책을 읽어야 했습니다. 담당교수가 쓴 책이라는데 어찌나 난삽한지 내가 읽어도 ‘요해’가 안됩니다. 심지어 한 문장이 일곱 줄에 달하는 것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딸애가 과제를 직접 하는 것이 조금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내가 읽고 대충 간추려 주었더니 딸이 감격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난기류가 흐를 때는 딸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낑낑대며 저 혼자 해결합니다.


이 정도는 애교어린 상황인데 라이프스타일이 부딪칠 때는 제법 강도 높은 긴장이 발생합니다. 딸애는 스스로 ‘치사할 정도로' 돈 계산이 빠르다고 말하는 현실파이고, 반면에 나는 현실감각이 대폭 떨어지는 낭만파이니, 가히 ‘적과의 동침’ 수준입니다. ^^


딸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남이라면 가차없이 멀리 했을 정도의 ‘차이’를 수용하고, 서로 이해하며 끝내 ‘함께’ 하는 훈련을 하고 있으니까요. 긴장이 첨예할 때는 슬쩍 밀어 놓고 냉각기를 가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운한 마음이 가시고 서로의 입장에 역지사지가 가능합니다. 그러면서 좀 더 상대를 배려하게 되고, 대화의 수준이 깊어집니다.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각자 독립된 개체로서 자기의 방을 갖고, 상대의 영역을 보듬을 따름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다 비슷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소한 차이 때문에 사람 내치지 않기, 서둘지 않고 나를 드러내기,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작은 실수는 신속하게 잊어버리기... 나는 딸과의 관계를 통해 톡톡히 관계연습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딸에게 “ 나 이렇게 사람 깊이 사귀는 것 니가 처음이야” 했더니 박장대소합니다. 딸과 내가 친밀감을 나누는 연습을 통해 좀 더 넓은 세상에서도 좋은 관계로 나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데 치유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우리는 중요한 발견을 한다. 그것은 바로 친밀한 관계는 허울이 판치는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신성한 곳, 우리가 있는 그대로 우리 자신일 수 있는 곳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우리의 진실을 말하고 우리 내면의 갈등을 나누고 우리 자신의 허점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이런 종류의 가면 벗기는 두 영혼이 만나 서로에게 더 깊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신성한 행위다.

- 존 웰우드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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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귀한 글 잘 보았습니다. 일상적인 관계로부터 무수히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가꾸어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져보게 되네요.. ^^

    2008.10.02 09:38 [ ADDR : EDIT/ DEL : REPLY ]
    • 예, 살아볼수록 중요한 것이 '관계'같습니다. 늘 성실하고 겸손하신 buckshot님의 자세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2008.10.02 21:36 신고 [ ADDR : EDIT/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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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아이는 놀아달라고 갖은 공작을 다 폅니다.
뭐하고 노느냐구요?
나를 놀려먹고 껴안고 치대고... 놉니다.
셀카놀이 를 하면서는 "엄마 근육이 꼭 비같아" 합니다.
"나 요즘 힘들어. 좀 키워줘" 내가 응수하면 곧바로
"엄마, S라인!" 하고 말을 바꿉니다.
그리고는 내게 슬쩍 안기거나 팔을 베고 눕습니다.
어쩌다 서로의 콧기운이 닿아서 간지럽다싶으면
곧바로 콧기운 싸움으로 진입하여 엎치락뒤치락,
있는 힘을 다 해 인상써 가며 흥~~  흥~~ 거리느라 콧물이 나오고 난리가 납니다. ^^

딸애가 어려서는 별로 궁합이 맞지 않았는데,
아이가 사춘기가 되고 내가 사추기가 된 후 대화의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아이는 현실적이고 몸을 쓰는 스타일이라, 정확하게 나의 반대 지점에 있습니다.
내게 요가와 자전거를 소개하고, 내가 보지못하는 측면을 슬슬 짚어줍니다.
나는 체험과 독서에서 얻은 안목을 가지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 줍니다.

요즘 유행하는 '코칭' 기법이, 상담자가 앞서가는 조언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내면에 들어있는 문제해결능력을 이끌어내주는 것이라면서요?
내가 아이에게 '인생코치'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나는 아이를 위해 희생한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늘 내 감정을 보살피고 내 정서의 안정이 우선입니다.
아이와 내가 일심동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명백하게 독립한 개체이고,
그래서 때로 아이와 나의 의견이 다른 것이 당연하며,
언제고 아이가 나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나를 떠난 아이가 나를 보고싶어 한다면
그것은 의무나 보답차원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와 놀고싶고, 나의 조언이 필요해서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자식에게 올인하고
자식을 통해서만 존재의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나답게 살기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삶에 대한 그치지않는 호기심과 열정을 지닌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책을 보다가 평소의 내 생각과 딱 부합하는 귀절을 발견했습니다.
내게는 무릎을 칠 만큼 와 닿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군요.

어머니는 기대야 할 존재가 아니라
기대는 것을 불필요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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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새알심2008. 7. 2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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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딸아이는 나를 놀리는 재미로 삽니다.
엄마의 영향력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이 아주 재미있나 봅니다.
어릴 때 나에게서 받은 서러움도 갚아줄 겸 말입니다. ^^

아이는 몸으로 하는 일, 그리고 현실적인 감각 면에서 나를 능가합니다.
같이 자전거라도 타고 나갈라치면, 내가 아이에게 걱정을 시킵니다.
엊그제는 마주 오는 트럭이 너무 가까이 오는 바람에 겁이 나서 마음이 흔들린 순간,
그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트럭 바로 옆에 널부러지며, 그야말로 시껍했습니다. ^^
그 일로 아이에게서, 도로에서 자전거 금지령을 받았지요.

아이와 무슨 말을 하는데,
"엄마, 늙지 마" 그러네요.
연로하신 외할머니를 보며 나름대로 '인생의 문제'를 생각했나 봅니다.


012


늙지않을 도리야 없겠지만,
언제까지나 아이와 대화의 맥을 놓지않기 위해 노력할 의사는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이에 일차 변화가 오고 있듯이,
앞으로 몇 번의 변화를 더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 때마다 엄마라는 것을 고집하기 보다, 의논상대가 되는 인생선배가 되고자 애쓰는 것이
수명연장시대에 더 어울릴 것 같으니까요.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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