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2.06 말에 대한 짧은 느낌 (8)
  2. 2008.11.13 거리에서의 말.말.말 (13)
좋은 삶/새알심2008. 12. 6. 10:20

구본형소장님의 저서 ‘세월이 젊음에게’에 제가 댓 줄 정도 출연합니다.

사람마다 제각기 표현수단이 다르니 그것을 찾아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지의 글에 제가 예시로 나옵니다.


소장님과 별로 나이차이가 나지 않는 연구원이 있는데, 그녀와 말을 하면 쉽게 지루해지지만 그녀의 글을 읽으면 번쩍 정신이 든다는 내용이지요.


사실 이 부분을 읽고 ‘지루하다’는 표현이 아파서 이틀 정도 괴로웠는데요 ^^, 충분히 맞는 말씀이십니다. 제게는 일상적인 말의 영역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용건과 주제가 없는 말은 도무지 어떻게 나누고 이끌어 가는지에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ㅜ.ㅜ


그렇다보니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고 지낼 때도 있습니다. 그것이 하나도 불편할 것은 없는데, 문제는 이럴 때 전화가 오면 침묵모드에서 대화모드로 변환하기가 아주 힘이 듭니다.


그래서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납니다. 모처럼 전화를 했던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일도 있습니다.  언니 글이 너무 좋아서 전화를 했는데 언니가 너무 뜨악했다는 말을 2년 동안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참 서툴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지요.


어제는 가끔 전화를 주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딜 좀 급히 가는 길이었고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습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고 내 상황이 이래서 긴 통화는 못 하겠다고 말하면 될 것을, 내 말만 하고 전화를 끊으려니 아차! 싶습니다.


에고 또 내 말만 했구나~~ 미안해지려는 마음에 이번에는 엉뚱한 말을 발설하고 맙니다. 실수를 만회하려다 또 한 번의 실수를 하고 마는 어리버리함의 극치!


그런데 말에도 종류가 있지 않습니까?  내가 관심있는 주제가 있는 이야기에는 반짝 합니다. 십 수 년 전 대중연설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청중이 아주 많아도 떨거나 위축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직 '일상적인 말'에 취약한 거지요.


주로 혼자 놀다가 슬슬 사람에게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일상의 말에 서툴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좌중의 분위기를 파악하여 조심스럽게 단계적으로 나를 전달하기, 엄마학교의 서형숙님의 지론 중에 “한 마디도 순간적으로 내뱉지 않는다”는 것이 있던데, 그 말도 명심해야겠구요.


나의 주된 표현수단인 글을 발전시키기 위해 더욱 훈련하는 것과는 별개로, 일상적인 말에도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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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본형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 상기 내용에서 짐작되는 분이 있어,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조금 궁금했더랍니다. 오늘 이렇게 밝혀주셨군요. (당시,선생님께서 나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각하면 어쩌나 생각기도 했었구요. / 일전,공저하신 책을 발췌하여 읽은 후부터 왠지 글이 좀더 잘 읽히는 것 같습니다.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져서 그럴까요? / 꿈꾸는 지식코뮌, 내년에는 멋지게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2008.12.06 12:4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파우스트님도 지식의 공동생산에 꽤 이끌리는 것 같던데, 덕담도 좋지만 독서모임이라도 하나 꾸려보지요? ^^

      2008.12.06 19:36 [ ADDR : EDIT/ DEL ]
  2. 제비꽃

    “한 마디도 순간적으로 내뱉지 않는다”...............!

    2008.12.07 09:42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내가 제일 명심해야 할 귀절이지요.
      요즘에는 모임에 가는 전철 안에서 주문을 외운답니다.
      오늘 모임을 온전히 즐기자,
      후회할 일, 사과할 일을 만들지 말자... 구요.

      2008.12.07 11:30 [ ADDR : EDIT/ DEL ]
  3. 신종윤

    한선생님~ 괜찮아요.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추운 날이어서 그랬을 거라고 짐작했어요. 얼마나 기쁘셨으면 그렇게 추운 속에서도 달뜬 목소리로 소식을 전해주셨을까 감사했어요.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마세요.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순간적으로 내뱉지 않는 건... 참 대단한 자기 절제이긴 하지만 상대방도 같이 오그라드는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악의가 담긴게 아니라면 적당히 쏟아낸 말에 사과도 좀 하면서, 그렇게 살면 어떨까요? 말많은 제가 자주 써먹는 방법이랍니다~

    2008.12.08 09:28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종윤의 말이 옳아. 너무 깔끔하고 자로 잰듯한 사람이 인간미가 없는 것이 사실이고.

      너무 조심스러운 사람은 조금 편안해져야겠고,
      나처럼 직설적이고 성격급한데다가 판단기능이 앞서는 사람은 조금 챙겨야 하는 거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원칙은 없다고 봐.

      '내뱉는다'와 '쏟아낸다'의 어감이 다른 것도 있지. 소장님께서 강조하시는 말씀 중의 하나인, 마지막 20%는 솔직해져는 안된다는 그 부분을 얘기한 거야.

      2008.12.08 10:43 [ ADDR : EDIT/ DEL ]
  4. 나빌레라

    ㅎㅎ 선생님이 저보다 좀더 심하신거죠? ㅋㅋ
    전 결혼하고 새댁시절에 시댁 작은어머니들께서 모여
    "쟤는 인사성이 어쩜 저래 없냐"하셨더래요^^
    늘 사람 만나는 일로 사는 사람인데...
    한번은 제가 돌보는 아이 하나가 그래요.
    "샘은 왜 말을안해요?"
    ㅜ.ㅜ
    여전히 어려워요, 저는.

    2008.12.09 10:48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학원할 때 상담을 병적으로 싫어했으니,
      나비님보다 중증인 것이 맞겠네요.

      근데 내가 아닌 것과 타협을 못하는 점이
      이로운 측면도 있더라구요.
      달리 살아가는 방법을 알지 못하므로
      죽으나 사나 '나로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 ^^

      2008.12.09 20:31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11.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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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난 언제까지 여자랑 같이 영화를 봐야 하는걸까?”

“그것도 여자형제랑”


-- 신촌 메가박스에서 뒤에서 들려온 말 --


“아무개는 집을 판대, 팔아서 다 쓰고 죽는대”

“..... ”


-- 산책로에서 어느 부부가 나누는 말 --


“엄마... 저 위에 가면... , 저 위에 가며언... 음, 저 위에 도착하면...

음... 뭐가 있어?”


-- 등산길에서 한 꼬맹이가 한 말 --


“한 번 하고 싶습니닷!”


-- 거리에서 커플 중 남자애가 소리친 말 --



최근에 거리에서 들은 말들이다. 이상하게 서로 연결되면서 그냥 묻어버리기엔 아까워서 기록해 본다. 영화관 뒷 좌석에서 들려온 목소리, 차마 돌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 경쾌한 푸념에 웃음이 큭! 터져나왔다. 몇 살 터울이길래  그렇게 친한지, 살다보면 남자보다 자매가 더 좋을 때도 있을꺼구만. ^^


등산복 차림을 한  부부 중 여자가 한 말이다. 50대 후반 정도로 보인다. 그들이 아는 누군가의 결정을 지지한다. 모든 것을 자식에게 베풀고, 도대체 자신을 위해서는 돈 만원도 쓸 줄 모르는 친정엄마가 떠오른다. 아들을 애인처럼 대하고, 딸들과 말섞고 싶어 애타는 엄마에게는 ‘나’라는 영역이 없다. 엄마가 다녀가고 나면 언제나 내 마음에 죄책감이 남는다.


2주 전인가, 광교산에 올라가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길이 좁다보니 거의 집회에 참여하려는 사람들 처럼 몰려가는 형국이었다. 다섯 살이나 되었을까 아주 작은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가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데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지 아이는 자꾸 말을 멈추었다. 무슨 말이 나오려나 일부러 걸음을 늦추며 아이의 말을 들어보았다. 과연!  아이다운 천진한 물음이었다. 무작정 위로만 올라가고있는 애벌레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아이 같았다. 아이가 ‘도착’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놀라웠다. 엄마가 책을 많이 읽어주는 아이인가 보다.


어제 치과에 가는데 앞에 한 커플이 거의 붙어서 걸어가고 있었다. 유독 가랑가랑해 보이는 몸매와 허술한 차림에서 이상하게 결핍이 느껴졌다. 아주 앳되 보이기도 하고. 느릿느릿 운동화를 끌며 걷는 그 애들을 스쳐 빨리 지나가는데 남자아이가 소리치는 말이 들렸다.  드라마에서 ‘나는 아무개를 사랑합니다!’ 공개선언 하듯이 결연하고 높은 음성이었다.


한 줄의 문장에서 스토리를 느낄 정도로 오래 산 탓일까, 사람이 점점 친근하게 느껴지는 탓일까, 한 문장만 듣고도 ‘60초 소설’을 쓴 아무개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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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코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습니다.^^

    2008.11.13 08:0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저는 당최 주변머리가 없어서 블코에도 가 본 적이 없네요. 제 rss 구독자가 몇 명인지도 모른다는... ㅠ.ㅜ

      2008.11.13 10:26 [ ADDR : EDIT/ DEL ]
  2. "일본 사람들은 라면을 사랑하나봐"
    대학로 골목길에서 어떤 아가씨가 지나가면서 한 말이였는데 정말 의외이지 않냐는 듯한 그 말투가 어쩐지 웃음이 나와서 같이 가던 동행과 똑같이 따라하면서 웃었어요. 동행이 "우리나라 사람만 하겠어?"라고 했고 제가 "서로 종류는 다르지만 말이지."하고 답했지요.

    2008.11.13 09: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전해들어도 그 아가씨의 4차원적인 말투가 느껴지는듯하네요. 이렇게 스쳐가는 말이 정겹게 들리는 날은, 어느 정도의 여유와 평화가 있는 날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하구요.

      2008.11.13 10:30 [ ADDR : EDIT/ DEL ]
  3. 말 잘 못하는 저 왔어요^^
    건강하시죠?

    방금 저 책 세 권이상 엮어 문장 만들기를 해 보았어요.
    미탄님께서도 한 번 해 보실래요.

    inuit님(inuit.co.kr)께서 제안하신 건데 재미도 있고 새로움이 느껴지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08.11.13 23: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새댁님 덕분에 오늘 아침 포스팅 한 번 더 하네요.
      걍 넘어갈려구 그랬거든요. ^^

      2008.11.14 10:10 신고 [ ADDR : EDIT/ DEL ]
  4. 길에서 언뜻 귀에 들어오는 한마디가 정말 '살아있는' 얘기처럼 오래 남는 경우가 있지요. 문득 예전 경험 생각나서 초면에, 실례아닐까... 걱정하면서 트랙백 하나 걸어봅니다.
    글속의 어머니.. 많이 찡합니다. 저는 어떤 엄마가 될까.. 이제 겨우 갓난아이 하나 낳아놓고 할 걱정이 아닌 것도 같지만..
    '내 삶'이 있는 엄마가 되고싶다는 생각, 요즘 많이 하거든요.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2008.11.14 16: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실례라니요, 아는 척을 안해주셔야 실례지요. ^^
      아!
      정말 좋은 시절을 관통하고 계시는군요.
      부러버라~~

      2008.11.15 08:18 [ ADDR : EDIT/ DEL ]
    • ㅎㅎ 그런거지요?
      정말 '좋은 시절을 관통하고' 있는 거겠지요?
      때때로 '참 행복하다' 절감하면서도
      실은 얼마나 자주, 쉽게 힘들어하는지 몰라요...
      다시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미탄님의 이 날들도 아름다운 날들.. 이실거예요, 그죠?)

      2008.11.15 11:05 신고 [ ADDR : EDIT/ DEL ]
  5. ㅎㅎ 엉겹결에 대충 스토리가 나오는군요 ㅋ

    2008.11.16 1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렇지요? 말 한 마디에 그 사람의 인생과 상황이 묻어나네요.

      2008.11.16 22:11 [ ADDR : EDIT/ DEL ]
  6. 몇년전 버스에서 친구끼리 한말
    한 아가씨가 친구에게 "요즘은 지방도 살만하더라 대구 갔는데 그런대로 괜찮더라구."
    다른 아가씨의 대답 "시골도 괜찮아 포천정도 살면 살만 하겠더라."
    이소리를 들을때 어찌나 황당하던지... ;;;
    진짜 시골에 살다보니 가끔 이 아가씨들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2008.11.17 01: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나도 그 기분 알 것 같네요.
      지방과 시골이 받고 있는 대접이 고스란히 나타나네요.
      제 경우에는 반대로 2년 전에 대도시로 올라올 때,
      "내가 대도시에서 살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거든요.
      의외로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거 있지요.
      아마, 농촌에 20여년 살다보니 내심 변화가 필요했었나봐요.

      2008.11.17 07:35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