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들애가 제대를 합니다. 엊그제 입대한 것 같은데 정말 세월이 빠르군요.
물론 아들의 전역은 축하할 일이지만, 우리 생활에 중대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아들이 대학에 갔을 때는 내가 충청도에 살 때라 서울의 외가에서 2년간 대학에 다니다가
입대했거든요. 그러니 4년 만에 다시 한 집에 살게 된 것이지요.
그동안 딸도 성인기에 진입했습니다. 무조건 엄마의 결정과 권위에 따르던 어린 아이가 아닙니다.
나는 스스로 합리적이고 자유방임형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에게는 나름대로 억압과 차별의 기억이
있는지 치받고 올라오는 기운이 장난이 아닙니다.^^
워낙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내가 아이에게 책잡힐 일도 많이 하구요.
딸과 나의 기질의 차이는 거의 '적과의 동침'수준인데요,
이제 와서 내가 나를 바꿀 수도 없고, 딸애 시집살이를 할 수도 없고해서 깨닫는 바가 많습니다.
성인이 된 자녀들과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해봐야겠습니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모든 것을 수용하며 자녀들과 도무지 '분리'가 되지 않았던 친정엄마 세대와
똑같을 수는 없겠다 싶은데,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관계의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우선 아이들을 독립된 성인으로 대하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기질을 절묘하게 나누어 가졌지만,
분명히 독립적인 개체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의견이 다른 것이 정상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 나에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겠습니다.
또 아이들의 정면 반대에 부딪치더라도 나의 결정을 따라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세상이 점차 넓어지고, 언젠가는 자신의 가정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형편없이 축소된 내 세상에서 아이들이 돌아봐주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더욱 가열차게^^ 내 세계를 키워야겠다는 생각,
애착과 분리의 균형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야겠구나 하는 생각,
이제 절대육아기간은 끝났지만 사회적인 부모로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
무엇보다도 우리가 함께 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 기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어집니다.
우선 재미있는 구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서로 위해주고 위해받는 훈련을 충분히 해 보자는 생각입니다.
무조건 보살피고 희생하는 것만 해 왔을 뿐,
대접받는 것을 배우지 못한 친정엄마를 보면서 느낀 것입니다.
인간관계의 핵심도 give & take 라는 생각이 들구요,
막 자의식이 생겨서 주변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며 모조리 적으로 만들 기세인
딸에게도 필요하고,
누가 위해 준 사람도 없는데 다분히 유아적인 자기중심성을 갖고 있는 아들에게도 필요하고,
전통적인 엄마 자리에 새로운 엄마 상을 놓고 싶어하는 내게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귀족놀이'라고 이름을 붙여 보았는데요,
일 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며 한 사람을 최상으로 모시는^^ 것입니다.
요리를 비롯한 모든 잡무에서 해방시켜주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훈련을 하는 거지요.
내가 받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에게 행하고,
또 적절한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자존감을 키우는 데 유용할 것 같지 않으세요?
그 밖에도 성장한 자녀들과의 생활을 무슨 프로젝트처럼 해 볼 생각입니다.
이 과정을 언제고 책으로 펴 낼 수 있을지 누가 압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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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며칠 전 블로그 이웃이 빌려준 '아프리카초원학교'를 훑어보며 사진과 몇몇 메세지를 빠르게 읽어봤는데 안그래도 제 마음에 아프리카가 담겨졌어요. 저도 지금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은 마음입니다. 따님의 마음에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내일 저희도 동물원에 가볼까봐요.
2011.09.17 21:19 [ ADDR : EDIT/ DEL : REPLY ]ㅎㅎ 이번에도 동물원에 가서
2011.09.18 21:17 [ ADDR : EDIT/ DEL ]서너 살 된 아기천사들만 바라보다 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