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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6 고고70 - 젊음, 딴따라 그리고 역사 (4)
좋은 삶/새알심2008. 10. 6. 14:59



조승우는 참 차가워 보인다. 머리가 좋을 것 같고 연기를 잘하고 또 노래도 잘하지만 따뜻해 보이지는 않는다.
173cm, 배우로서는 단신에 가까운 날렵한 몸매에서 끼와 멋이 좔좔 흐른다. 그는 뮤지컬 흥행의 보증수표이기도 하다. 그를 보면 '타고 났다'거나 '프로'라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매혹... 이런 사람들은 부와 명예라는 후광이 주어지지 않아도 대중의 시선을 끄는 일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처음부터 조승우를 내정하고 대본을 썼다든가. 조승우를 위한, 조승우에 의한 영화라고 봐도 틀림이 없다.  한번쯤 그의 뮤지컬을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던 나로서는 그의 노래와 매력을 실컷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70년대에 대한 영화가 아닌가.  영화를 보는 내내 각별한 흥취와 감회에 젖어 들었다. '대연각 호텔'의 화재, '고고장', '장발단속' 같은 굵직한 표적부터 나팔바지와 춤동작까지 그 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당시의 춤 패턴을 알아보기 위해 제작진이 가수 인순이를 만났다고 한다. 
"그 때는 딱 두 동작 가지고 밤 새웠어요." 
인순이가 대답했듯이 그 시절의 춤은 정말 단순했다.  내 춤은 아직도 그 때 입력된 동작에서 나아질 줄을 모른다.  조승우와 데블스 멤버들이 익숙한 발놀림을 할 때, 반가움에 빙긋이 웃음이 나왔다.




그밖에도 영화는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시대상을 드러내고 있다.  불과 35년 전에 그룹페스티벌의 상품이 곰표 밀가루 한 푸대였다는 것이 믿어지는가.  공연장에 쓰여진 '루우푸로 확실하게 피임하자'는 문구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통금과 장발단속으로도 모자라 퇴폐풍조 단속이라는 명목으로 연예계 종사자들을 잡아다 족치는 장면들, 열 명만 모여있어도 긴급조치 위반이 되던, 그리하여 고고장에 최류탄을 던져넣는,  그 무지하고  촌스러운 행태에서 지나간 시절을 본다.

고고장에는 가 보았지만, 그 곳이 한 시대의 문화적 초상이 되는 줄은 몰랐다. 대연각 호텔의 화재장면을 기억하지만 그 곳이 데블스의 역사와 그렇게 맞물리는지는 몰랐다. 
1년이나 똑같은 노래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에  반발하느라 상규-조승우분-는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  위 사진은 죽은 동료의 고향 집에 다녀오다 그 동안의 갈등이 증폭되어 데블스를 깨자고 말하며 돌아서는 장면.




흩어진 멤버들은 제각기 비참한 신세가 된다. 도박판에서 악기까지 날리는가 하면, 술자리에 불려다니는 악단으로 전락한다. 그 와중에 상규는 곡을 쓴다. 산산히 흩어진 그들을 다시 묶어 주는 것은 정부의 단속이다.

학생들은 아무리 맞아도 불지 않는데,  매 한 대에 한 사람씩 부는 걸 보면 우리는 별 수없는 딴따라라는 자조 속에, 그들은 진짜 딴따라로 거듭난다. 음악을 하고 젊음을 구가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했던 시대, 미친듯 포효하는 그들을 보며 공연히 눈물이 새어 나왔다. 무엇에든 혼을 다 해 자신을 던지는 사람들을 보면 자주 그런다.



경북 왜관 기지촌에서의 발아, 밀가루 음식으로 연명하는 옥탑방 시절, 화려한 비상과 해체, 외부적인 제약에도 꺾이지 않는 음악에 대한 열정, 데블스에게는 스토리가 있다. 대중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 어쩌면 대중이 요구하는 취향, 요즘말로 트랜드를 선도하는 지향성도 있었을 것이다. 이로써 데블스는 전설이 된다.  우리 나라 '로큰롤 1세대'라는 역사가 된다. 


비슷한 시절을 살아낸 한 밴드의 이야기가  역사가 되는 것을 보면서, 불현듯 마음이 바빠졌다. 지금도, 내가 멍청하게 영화관에서 눈물이나 찍고 있는 이 시간에도 누군가 역사를 새로 쓰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느 분야가 되었든 열정과 실력을 갖추고 문화사조를 리드하며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들! 




그리하여 무심하게 조승우의 매력으로 시작한 영화는 내 꼬라지를 돌아보는 심각함으로 남았다. 훗날 내 삶이 단 한 줄의 기록으로라도 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시작해야 한단 말인가.

오늘 안에 해결될 질문이 아니니 일단 이 포스트는 끝내고 보자.
늘씬한 몸매와 현란한 털기 춤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준 신민아의 사진으로.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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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홍락

    오 고고70.
    재미있을것 같더만.

    요즘 자주 들어와 보고 있어요.

    2008.10.06 20:25 [ ADDR : EDIT/ DEL : REPLY ]
  2. 조승우를 위한 영화임이 분명하지만, 차승우나 신민아도 꽤 매력적으로 그려진 영화라 조화가 잘 되었던 영화인것 같습니다. :)

    2008.10.09 10:23 [ ADDR : EDIT/ DEL : REPLY ]
    • 최 호감독이 조승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은가 봅니다. 감독과 감독 자신의 페르소나라고 볼수도 있는 배우의 관계! 그또한 귀한 관계인 것 같군요.
      차승우는 뮤지션인가 보네요?
      그렇다면 연기도 훌륭했고, 헤어스타일도 좋았습니다.
      신민아도 심하게 매력적이었지요. ^^

      2008.10.09 12:1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