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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2 블로그순례 18 - 어느 프리랜서의 감성 http://thekian.net/
 

써핑을 하고 있었다. '외계인 마틴'님의 표현에 의하면 - http://diarix.tistory.com/349-, ‘생산’은 열심히 하는데, 통 ‘영업’을 않고 있는 나의 블로깅을 반성하면서. 무차별로 돌아다니다가 내 감성을 건드리는 단서를 발견하면, 그 때부터 집중적으로 포스트를 뒤져보는 방식이다.

처음 ‘책으로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바라본다’에 눈길이 머물렀다. 나도 좋아하는 책인데, 나는 전혀 기억도 못하는 대목을 클로즈업해 놓은 것이 신기했고, 그의 해석에서 번져나오는 진지함이 나를 당겼다.


이왕주, ‘쾌락의 옹호’


2> “플라톤의 이데아는 전혀 난해한 개념이 아니다. 증거는 그 말의 족보에 있는데 그것은 원래 ‘바라본다’라는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의 일상어였다. 이 말에는 싸움에 이기기 위한 병법적 의미는 전혀 깃들여 있지 않다. 대신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를 판정하는 눈을 위한 풍부한 암시가 스며 있다.”

=> TV가 하나의 대상이 된 요즘, TV를 바라보는 행위는 TV를 보고 있는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이 TV를 보고 있는 나를 보는 또 다른 나의 존재는 저 플라톤이 말하는 진짜와 가짜를 판정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준다.

출판편집자와 대중문화평론을 겸하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이다. 주로 영화와 TV프로그램을 다루나보다. ‘네모난 세상’이라는 카테고리에 373개, ‘책으로 세상보기’에 5개, ‘낯선 곳으로’에 8개, ‘와인으로 읽는 세상’에 4개, ‘생활의 신비’에 12개의 포스트가 있다. 이 배치를 보면서 든 생각. 영화와 TV를 거의 안 보는 편이라 별로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는 편이지만, 포스트가 적고 가벼운 카테고리에 먼저 클릭하게 되더라는 것. 어쩌다 내 블로그에 오는 방문객도 마찬가지 심정일텐데, 내 블로그는 아무래도 너무 진지해. ㅜ.ㅠ   

과연 여행과 와인, 일상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글쓴이가 보이기 때문일까, 별 신경을 쓰지않으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일까. 후다닥 읽고 나니 서운하다. 글이 좀 더 많아도 좋을 뻔했다. 이 블로거는 혹시라도 영상평론에 지치면 여행기나 와인에 대한 글을 써도 어울릴 것 같다.  나는 그가 권하는 여행코스와 와인을 섭렵하고 싶어진다.

http://thekian.net/entry/산사-없는- 것으로-정의되는-그곳이-그립다




방으로 돌아오자 오롯이 방 하나만 객을 맞는다. 그 방은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 방에는 TV가 없고, 냉장고가 없고, 컴퓨터가 없고, 세탁기가 없고, 침대도 없고... 그렇게 없는 것 투성이인 그 방이 주는 편안함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그제야 이 산사의 어둠이, 선 스님들의 소리 없는 도량이, 이 방이 주는 비움이 무슨 뜻인 줄 알 것 같다. 적적하다 싶으면 가만히 문고리를 밀어 저 어둠 속에 빛나는 별과 대화를 나누면 그뿐이다. 불을 끄자 어둠을 타고 객은 산사와 산과 계곡과 하나가 되며 결국 꿈과 하나가 된다.


‘Two Hands Angel's Share’ 와인에 대한 포스트도 아주 좋다. 브랜드 자체에 스토리가 있기도 하지만, 편안한 그의 해설이 한 몫 한다.

http://thekian.net/entry/ 두-손을-맞잡는-와인




‘Two Hands’는 최고의 쉬라즈를 꿈꾸는 와인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1999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그 두 손은 Michael Twelftree와 Richard Minch입니다. 마이클은 건설업을 했으나 와인에 대한 지식과 계약에 능했고, 리차드는 마케팅 기술과 비즈니스에 능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해서 맞잡은 두 손은 커다란 성공으로 이어졌는데요,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2004년 이 와이너리를 “남반구에서 최고로 훌륭한 포도주상”이라고 했다죠.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란 오크통 속에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양이 줄어드는데 이 증발된 술을 말합니다. 천사가 마신 술값까지 계산해야 되니 와인 가격은 비싸지겠죠.

와인 이름 외우는 데는 젬병이지만, 이 와인은 그대로 내 머리에 각인되었다. 정말 누군가와
무엇이든<!> 협력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최고로 어울리는 와인이다.


‘생활의 단상’에서는 ‘야구장생각’이 마음에 들어온다. 재미없는 야구대신 야구장을 의미있게 읽어내는 그의 시선이 소중하다.

http://thekian.net/entry/야구장생각

공은 때리면 날아가고 바닥에 닿으면 튀어 오른다.

던지는 방향으로 곧바로 흔들림도 없이 날아간다.

방해물이 생기면 그 부딪친만큼의 힘으로 되튀어나간다.

아마도 그 양복쟁이는 그 공의 가벼움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그 공을 바라보며

이제는 상사의 어떤 지청구에도 물먹은 솜처럼

부담없이 받아들이는 자신의 몸 속에서도

그런 가벼움이 있었다는 걸 떠올렸을 거다.

야구장에서 흥겨워하는 양복쟁이를 보며 떠올리는 생각이 짠하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예민한 감성이 아니면 읽어낼 수 없는 풍경이다. 하긴 그는 인사동의 먹빛 돌바닥이 건네는 말도 알아듣는다. ^^

“뭘 그리 복잡하게 시간에 쫓겨다니는가. 잠시 놀다 가면 안되겠는가.”

‘네모난 세상’의 포스트를 많이 읽지는 않았다. 들어본 프로그램 위주로 골라서 10편 정도 읽었다.  그래도 ‘싱글맘’에 대한 분석이나, ‘무한도전 경주편’에서, 이 블로거의 균형잡힌 시각과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http://thekian.net/entry/‘무한도 전-경주편’그-형식실험의-가치

http://thekian.net/entry/왜-드라마-속-싱글맘들은-연애중일까


그 외에도 이 블로거가 보여주는 자기성찰이나, 옆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은 뛰어난 데가 있다. 아이가 호칭을 바꿔부르는 사소한 말실수에서 의미를 이끌어내는 것도 좋고,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하게 된 뒤, 출근하는 아내와 입장이 역전된 것을 이해하는 것도 좋다. 몸에 밴 의미중심, 스토리텔링, 역지사지의 합리성이 보기좋다. 그것이 대중문화평론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이 블로거가 매력있는 이유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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