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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6 단순하게 사랑하라 1
 

마리온 퀴스텐마허 부부, 단순하게 사랑하라, 갤리온, 2007


멋모르고 살다보니 세월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이제는 어딜 가나 주된 멤버들의 이모뻘이다. 어리둥절하다. 내 나이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젊은 친구들이 점점 어려 보이긴 한다. ‘군인아저씨’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군인’이 애기로 보이는 식이다.


오래 살긴 살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생에도 주기가 있고, 인생의 문제에도 카테고리가 있구나 하는 것이 보이는 순간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 천하를 주유하는 20대, 지금 놓인 곳이 마음에 들지는 않으나 달리 뻗어갈 곳이 없어 하루하루 버티는 30대, 조심스럽게 도약의 길을 선택한 40대... 처럼, 연령과 상황에 따른 문제가 비슷하다는 말이다. 고대 동굴벽화에 ‘요즘 것들’이 버릇없다는 말이 나온다거나, 2000년 전의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사실보다 그 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라는 말을 했다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 맞다.


구체적인 개인을 무시할 생각은 아니나, 거시적으로 보면 인생의 문제를 단순화할 수 있다. 내가 어렴풋이 깨닫게 된 이런 생각을 적용하여, 인생을 풀어쓴 책이 나왔다. 막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거니와, 인생을 얼추 살아낸 체험에 맞추어 볼 때 구구절절이 맞는 얘기만 하고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인생 특히 파트너관계에 관한 훌륭한 지침서이다. 책 한 권에 인생을 모두 담아놓았다. 아주 쉽고 평이하게 읽히지만, 이 ‘쉬움’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심리학을 비롯해서 숱한 학문적 성과와 체험을 녹여 도달한 경지이다. 깊어지지 않고서는 쉬워질 수 없다고 하지 않았든가.


저자부부는 파트너관계 - 사랑에 관한 단계를 다섯단계로 나눈다. 첫째 ‘탑’, 이것은 관계로 나아가기 전의 기본인 ‘자기세계’에 대한 부분이다. ‘에고’와 ‘영혼’과 ‘매력’으로 이루어진 ‘나’라고 하는 개인세계이다.  여기에서 제시하고 있는, 개인이 자신을 위해 준비해야 할 부분은 그야말로 핵심이다. 너무 간단하게 집약되어 있어서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이처럼 단순화할 수 있는 문제에 매달려 그 많은 사람들이 마음아파하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단 말인가.


1. 먼저 당신 자신과 우정을 쌓아라

2. 건강한 유머 감각을 키워라

3. 능숙한 생활인이 돼라

4. 이제 그만 당신 자신과 그를 용서하라



자기자신을 신뢰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타인을 진실하게 사랑할 수 있다. 자기세계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토대요, 기반이다. 하지만 탑에 들어가 살 수는 없다. 당신은 관계의 나라로 나아가야만 한다.


한창 사랑에 빠져있는 둘째 단계를 저자들은 ‘천막’으로 상징하였다. 세우기도 쉽고 허물어지기도 잘 한다는 뜻이란다. ^^  사랑은 에로스, 아가페, 아모르의 세 요소로 이루어져있다. 에로스는 본능에 따라 움직이므로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열정적인 성적 본능은 막강한 에너지인 탓에 수백 년간 수많은 터부로 꽁꽁 묶여 있기도 했다. 사랑에 야생적인 힘이 빠질수는 없으나, 사랑을 오래 지속시키고 싶다면 에로스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모르는 사람을 별로 따지지 않는 에로스와 달리, 독점적이고 배타적이고 가장 개인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사람! 이어야 하는 당신의 운명이다.

아가페란 자신을 버리고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사랑이라는 뜻이다. 사랑이라고 하는 거대 복잡한 현상을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본다면, 당신은 사랑을 단순하게 볼 수 있게 된다.

가령 에로스만 있는 사랑이란? 아모르는 있는데 에로스가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설령 에로스와 아모르가 있다고 해도 아가페가 결여되어 있다면?


예전에는 사랑에 관한 과정이 좀 혹독하긴 했어도 참으로 간단했다. 성적 결합이 평생 함께 사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성적 자유로움이 많은 혼란을 가져왔다. 가령 이런 것. 융이 자신의 경험에 의해 말한 바에 따르면 남성의 정신적 정서적 사춘기는 25세 정도라고 한다. 남성은 아모르와 아가페의 도움을 받아야만 비로소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는데, 에로스가 너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탓에 일련의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관계’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너무나 쉽게 풀어쓰고 있다. 한 줄도 버릴 것이 없다. 사랑의 비중을 분석해보는 테스트, 파트너를 찾아가는 전략, 차근차근 밟아가는 사랑의 단계, 섹스를 즐기는 기술, 사랑의 천막이 무너졌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독자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 잘 알고있는 사람들이 쓴 책이다.


저자 중 남편은 목사이자 칼럼니스트, 방송인이자 캐리커처 작가이고, 아내 쪽은 신학자이자 출판 담당 이사라니, 이해가 간다. 두 사람의 전문성이 인간의 영역을 대부분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월간 상담 잡지 ‘단순하게 살아라’를 펴내고 있다. 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에 단 한 줄도 허투루 쓰인 것이 없다. 그런데도 책값은 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베스트셀러를 예견한 출판사의 자신감이 아닌가 싶다. 이래저래 고수끼리의 만남이다. 거대한 빙산같은 자료를 섭렵하고, 대중적인 문체로 풀어나가는 이런 책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되레 이상한 일일 것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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