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작가 이태준의 ‘문장강화’는 1946년도에 출간되었습니다. 그는, 글은 곧 말이라고 합니다. 글쓰기를 할 때는 글이 아니라 말을 짓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라고 합니다. 글을 죽이더라도 먼저 말을 살려 감정을 살려놓는데 주력하라. 글쓰기의 형식보다도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거지요. 그러니 누구에게 할 말인지를 고려할 때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필자의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내용에 앞서 문체라고 합니다. 글의 생명은 개성이기 때문이지요.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는 1976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그역시 좋은 글이란 저자가 드러나는 글이라고 말합니다. 글을 애써 꾸미지말고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화로 편히 나눌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글로 쓰지 말라고 합니다.  글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고 단언합니다.

시대와 공간을 달리한 두 저자의 말이 너무 흡사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의 결론에 대한 신뢰가 두 배로 증폭됩니다.  글은 곧 나 자신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라. 글은 어렵고 유식한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건네는 말이다. 상대를 정해놓고 말하듯이 풀어쓰라. 글의 본질은 저자 자신이다.

나를 드러냄으로써 ‘나’라고 하는 개성을 팔아야 하는 것은 글쓰기에 한정된 일이 아닌것 같습니다. 톰 피터스도 자기브랜드를 갖는다는 것은, “개성이라는 다소 모호하면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본질을 판매한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많은 직업이 엔터테인먼트화하고 있는 요즘, 자신의 매력에 의존해서 살아야 하는 사람은 연예인만이 아닌가 봅니다.

“호기심의 경제, attention economy,는 스타 시스템이다. 당신의 일에 별다른 특징이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광고를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며, 결국 당신은 응분의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다.  
-마이클 골드하버”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주말마다 찾아오는 손님...ㅎㅎ
    처음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글쓰기에 관한 원칙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몰라요. 물론 지금이라 해서 대단히 나아진건 아니지만, 좀 편해졌다가로 해야하나요? 어쨌든 슬슬 제 목소리를 내고 싶어지거든요.

    2008.06.14 07:00 [ ADDR : EDIT/ DEL : REPLY ]
    • 자주 와서 서로서로 '자아의 거울'이 되어주어야, 발전이 있을 것 같아요. 내가 크지 못한 이유는 관계에 약한 때문이라는 생각이에요. 동시에 내가 나다움을 보존하는 요인도 되었으니, 인생이 참 간단하지는 않네요. ^^

      남자들이 자기 속내를 표현하는데 서툴다고 하지요. 나도 아직도 노출수위<?>를 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답니다.^^

      2008.06.14 08:50 신고 [ ADDR : EDIT/ DEL ]

012


나는 20대의 나보다 편안합니다.
세상은 넓고 가능성은 온통 열려있는데, '나'라고 하는 존재는 불명확해서 늘 출렁대던 젊음이 사라졌거든요.
나는 30대의 나보다 만족합니다.
행복은 얼마나 가졌느냐에 달려있지 않고,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느냐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40대의 나보다 지혜롭습니다.
이제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짚어볼 만합니다. 이 세상에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참 오래도록 내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내 생각, 내 관심, 내 기호가 아니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겨우 껍질을 깨고 세상을 내다 봅니다.
'너'의 모습, '그'의 생각, '그녀'의 스타일이 보입니다.
손내밀어 그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주앉아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를 재잘대고 싶기도 합니다.
나는 이제 겨우 '왕재수'에서 사람같아졌습니다. ^^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체험을 가지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도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치닫는 맛, 추락하는 맛을 골고루 알게 되었고,
왜 사람과 어울려살아야 하는지도 알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의 내가 제일 좋습니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비밀댓글입니다

    2008.06.05 12:00 [ ADDR : EDIT/ DEL : REPLY ]
    • 앨범정리하다 발견한 사진으로 이렇게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해본 건데, 딸애도 그러더니,
      용감한건가요? ^^

      누군가의 '평가'라는 것, 참 미묘하고도 이중적이고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너무 마음쓸 수도 없고
      무시할 수도 없고...
      그냥 참고만 하고, "나는 나다!" 하는 마음으로
      털어버리기 바랄게요.

      2008.06.05 22:54 신고 [ ADDR : EDIT/ DEL ]
  2. 제가 아는 미탄님은 사진찍기도 좀처럼 내켜 하시지 않던 분이었는데, 이렇게 밝은 사진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왜 이렇게 기분이 좋죠?

    2008.06.07 08:1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혼자 발산하는 건 잘한다우,
      누군가와 같이 보조맞춰가며 조절해가며 함께 나아가는데 서툰거지 ^^

      2008.06.07 10:12 [ ADDR : EDIT/ DEL ]
  3. @햇살

    어떤이는 자신이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모든 면에서 더 나아졌다라고 느끼는 미탄님의 모습이 좋으네요~
    미탄님은 지금이 "좋을 때"이니깐요~

    2008.06.07 15:52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철들지 않는 사람들이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면은 있지요. 이런 나를 긍정하고 장점을 살리려고 생각한 것도, 한 시절 다 지난 다음의 일이라 문제이지만요. ^^

      2008.06.07 20:36 [ ADDR : EDIT/ DEL ]
  4.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뿌듯한 순간도 많지요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치닫는 맛, 추락하는 맛을 골고루 알게 되었으니까요 (본문 글귀인용^^)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나이를 핑계로 거절당하는 일 이외엔
    저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즐겁습니다.
    아이들은 지들 인생 사는 것이고요. ^^

    어울려 사는 인생에서
    저도 함께 어울린 것인가요?

    제 블로그를 한동안 바빠서 관리를 소홍히 하다가
    미탄님 지난번 트랙백을 타고 넘어왔어요.

    2008.06.09 10:38 [ ADDR : EDIT/ DEL : REPLY ]
    • 젊은이 위주의 세상에서 일할 기회를 박탈당할 때,
      그 때부터 서서히 '나이듦'에 대한 자의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수명 60세 시대의 관습이라고 울화통을 터뜨릴 데도 없고, ㅠ.ㅠ
      여성경제인협회, 중소기업청... 정부 차원에서 창업강좌도 있고,
      소자본이나마 창업대출도 해 주고 하더라구요.
      그간의 경험을 살려서 1인기업이라도 자영업을 하면서 보다 폭넓은 연대작업도 모색하고
      그래야 할 것 같아요.

      2008.06.09 19:03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5. 29. 21:00
어제 심심해서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었습니다.  못보던 드라마들이 지천이었습니다. 잠깐만 보아도 스토리를 대강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는 전문드라마를 표방하고 직업의 세계를 파헤치는 것도 있고, 구태의연한 출생의 비밀과 선악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워낙 심심하기도 했고, 선남선녀 구경하는 재미에 이 쪽 저 쪽 돌려가며 한 회분을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의도하는 것은 알겠는데 전혀 시청자를 빨아들이지 못하는 허황된 몸짓들이 참 기이하게 느껴졌습니다. 대본이 연기자를 몰입시키지 못하고, 연출자가 연기자를 장악하지 못하며, 연기자가 시청자를 잡아당기지 못하는 드라마가 눈 앞에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있을법한 이야기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혼이 들어간 연기로 시청자가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엉성한 구성과 시늉만 내는 연기가 씁슬했습니다.

그 순간 이제껏 내가 살아온 모습이 꼭 그런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가치를 갖지 못했고, 일관되고 긴장된 생활자세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저 부딪치는대로 즉흥적으로 반응하며 세월만 허비했습니다. 생활이 아귀맞는 조각처럼 딱딱 맞춰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푸석거리고 삐걱거리기 일쑤였습니다.

드라마 흉 볼 일이 아니었던 겁니다. 내 삶 자체가 허접하기 그지없는 드라마였으니까요. 맙소사!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이렇게 늦게 배우는 사람이 고쳐 살아도 될 만큼 시간이 남아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드라마라면 연장방영이라도 할텐데 말이지요.
Posted by 미탄
TAG , 인생, 회한

댓글을 달아 주세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입니다.
정말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그대로 생을 마감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난생처음
삶이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람이 그다지 강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일입니다.
그저 스쳐가는 사람이 건네준 짧은 격려와 댓글로도
자존감을 회복하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되는 것을 들여다 봅니다.
그래서 나역시 그저 잠시 뿐이라 해도
누군가에게 진정한 격려를 하게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이 소중한 것을 알게 되는 일입니다.
'나'를 되쏘아주는 '너'가 없이는
나다움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일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일의 의미를 깨닫는 일입니다.
일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나, 마지못해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일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고
외부와 소통하는 통로입니다.
일은 곧 '나'입니다.
Posted by 미탄
TAG , 인생,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 내 최대의 놀이는 블로깅입니다. 블로그에 여러 가지 기능이 있겠지만, 내게는 일상적으로 글을 쓰게끔 독려하는 기능이 가장 큽니다. 여기에 언어와 사고가 비슷한 사람들의 공감이 댓글로 달아진다면 더할 나위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취미를 붙이면서 시도 때도 없이 디카질을 해 두었다가, 나중에 글쓰면서 거기에 적합한 사진을 골라내는 재미도 최고입니다. 글쓸 거리가 생각나고 여기에 어울리는 사진을 찾아냈을 때의 기분은 환희 그 자체입니다. 가슴 한 복판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손끝까지 잔잔한 희열이 퍼져갑니다.


며칠 전 광교산에 산책갔다가 내려오면서, 열무국수를 시켜놓고 앉은 사이에 셀카놀이를 하는 모습입니다. 철없는 모습이 조금 민망하지만 그냥 올리기로 합니다. 블로그는 ‘공개된 일기장’이니까요.


블로그에 심취하기 이전에도 여러 가지에 몰두해보았습니다. 20대의 농활을 비롯해서, 학원사업, 詩, 읽기와 쓰기... 한 가지에 몰입하면 사정없이 빨려드는 스타일입니다. 오죽하면 미쳐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을 정도이니까요.
그런데 이 몰입하는 습관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재능인지를 갈수록 확인하고 있습니다. 칙센트 미하이미하이가 평생을 걸쳐 연구한 ‘Flow'도 그렇지만, 성인발달에 대한 한 권위있는 보고서의 결론도 ‘즐거움’이었습니다.


성공적인 노화의 필수요건은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여유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이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라고 생각한다. 내가 학자연하면서 성공적인 노화라는 용어를 쓸 때마다 늘 즐거움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된다.

-- 조지 베일런트, 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늙게 늙는 법 --


어릴 때는 눈뜨고 있는 시간이 모조리 노는 시간이었지요. 1차 성인기에 엄숙한 사회생활을 하며 생존의 무게에 눌리기도 했지만, 이제 서드에이지에 도달한 우리는, 시간이란 누리기 위해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천천히 음미하며 향유하는 것만이 제대로 사는 일인거지요.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수히 많습니다. 아침에 주식 시세를 체크하는 대신 만화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 웃기는 영화를 보고 튀는 옷을 사는 것, 화려한 색상의 넥타이를 매는 것, 기발한 속옷을 입는 것, 초대에는 가능하면 응하고 마음가는대로 행동하는 것, 무언가 실없는 일을 하는 것, 주말을 자축하는 일 등.

그런데 이 모든 일을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의 원천을 이양한다면, '나'는 없어집니다. 아무리 소중한 사람들이라 해도, ‘나’가 없이는 좋은 관계를 맺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자유와 나의 독립된 세계는 근원적으로 내게서 나와야 합니다.
 
스스로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내 안에 즐거움의 원천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마침 주말이군요. 이 주말에 무언가 즐거운 일 한 가지 꼭 벌리시길 바랍니다. ^^

우리는 삶을 누리고 놀이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그것도 일평생동안.

-- 인생수업 -

Posted by 미탄
TAG , 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앨리스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저로 하여금 바로 댓글을 달고 싶게 하는 글을 써 두셨네요^^ 스스로 즐거움 찾기는 저의 가장 큰 장기인데요 ㅎㅎ 오늘은 소풍 모임이 있어 신나게 놀다 돌아왔는데 너무 지쳤더랬지요. 그런데, 집에 올라오다 보니 어스름 저녁 무렵에 바람도 선선하고, 이어폰으로 들은 음악도 좋고..그런데, 우연히 돌맹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동글동글한 것이 한번 발로 차면 잘 구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그 돌맹이를 굴리면서 집으로 갔지요. 한 참 굴리다 보니까 집 근처, 너무 재미있었어요 ㅎㅎ 자신만의 즐거움을 갖는거 - 언제나 소중한 것이지요.
    미탄님의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08.05.17 22:14 [ ADDR : EDIT/ DEL : REPLY ]
    • 돌멩이 이야기 재미있네요. ^^
      그런 사소한 일상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다 날아가 버리더라구요. 그래서 글과 사진과 음향으로 댓글로 종합판을 기록해 두는는 것이 블로그이구요.
      누군가의 '공개된 일기장'이요, '꿈을 찾아가는 공책'이라는 표현이 너무 정확한 것 같아요.
      나는 기술이 너무 부족해서, 꼭 문맹 같은 기분이 드네요. 컴퓨터 활용능력 강습이라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이 좋은 블로그에 취미 붙여봐요~~~ ^^

      2008.05.17 23:26 신고 [ ADDR : EDIT/ DEL ]
    • 제비꽃

      돌멩이 굴리기 ㅋ 재밌습니다. 언젠가 빈깡통 굴리기 하면서 집에 왔는데, 좀 시끄러운 단점이....

      2008.05.21 00:27 [ ADDR : EDIT/ DEL ]

 

산벚나무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

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

호들갑떨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도종환 --


나는 무슨 일을 시도할 때 언제나 확률이 50프로라고 생각합니다.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러니 매사에 죽을 힘을 다해  매달리는 편이 아니고,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땅이 꺼질듯 절망하지도 않습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아예 의견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말씨름에 목숨거는 사람들 보면 참 신기합니다. ^^  다부지지 못한 내가 한심할 때도 있지요. 한번도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나를 오래도록 데리고 살다보니<!> 나에 맞추어 살만합니다. 이게 나로구나, 욕심은 없어도 마음의 여유는 누리고 살겠구나, 승부근성은 없어도 균형은 잡을만 하겠구나. 치열함만 보완한다면, 오래 걸어가기에는 내 성격이 나을지도 몰라~~  이렇게 되는 거지요.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도 않은’ 것은 산벚나무 뿐 아니라, 시인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도 그렇습니다. ^^  나이들어 좋은 것은 ‘나’를 긍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데이비드 알렌은 그의 책 GTD를 '물과 같은 마음 (Mind like water)'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합니다. 가라데에서 배웠다고 하면서요. 상황의 변화에 대해 조급해하지 않고, 자연스레 반응하며, 이후에는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물'처럼 우리의 마음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지요.

    현실을 직시하되, 희망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008.05.20 02: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제임스 힐먼(James Hillman) 의 ' 변화하고자 열심이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게 내버려두고, 냉정하게 판단하지만 한편으로는 유쾌하게 더불어 사는 것...’ 이라는 자세 혹은 경지와 부합하는 말이네요. 저도 마음을 다해 지향하는 바입니다.

      2008.05.20 07:34 [ ADDR : EDIT/ DEL ]

좋은 책/책2008. 5. 1. 07:53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 돌베개 2007

글쓰기에 대한 책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건가? 이 책은 요즘 내가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던 고민을 일시에 해결해 주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문장으로 적절하기 그지없는 인용으로, 품격과 유머를 가지고 정곡을 찔러대는 통에 전율과 한기가 동시에 흘렀다. 무릇 이런 것이 글일텐데, 그렇다면 그 많은 책들은 왜 그렇게 돌아가고, 폼을 잡고, 말만 많은 것인가.


누구를 위해 쓰는가?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답이 있다. 자신을 위해 쓴다. 엄청난 수의 청중을 머릿속에 그리지 말자. 그런 청중은 없다. 독자들은 모두 서로 다른 사람이다. 편집자들이 어떤 종류의 글을 출판하고 싶어 할지 사람들이 어떤 글을 읽고 싶어 할지는 생각하지 말자. 편집자와 독자는 막상 글을 읽을 때까지 자신들이 무엇을 읽고 싶은지 모른다. 게다가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 -38쪽


‘엄청난 수의 청중이란 없다’ 이 문장을 읽으며 한숨이 나왔다. 대상독자라는 이름으로, 청중의 기호를 잡아채기 위해 애쓰는 우리들에게 한 방 먹이는 표현이 아닌가. 한 가지 관심사에 똑같은 반응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대상독자 같은 것은 없다. 그들조차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있다. 눈앞에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일시적으로 우연히 때로는 아주 변덕맞게 반응할 뿐! 그러니 쇼를 하라! 세상에 없던 쇼를 하라!


나이야 어떻든 글을 쓸 때는 자기 자신이 되자.

대화로 편히 나눌 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글로 쓰지 말자. -40쪽


쳇~~ 다 좋은데 거기서 나이가 왜 나오냐? ^^  나이를 먹으면 뭔가 결정적으로 달라진다는 이 편견은 철옹성처럼 단단하기도 하구나. 그런데 나이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연령차별주의에 부딪칠 때마다 서서히 쫄아들뿐! 나이 때문에 늙는 것이 아니고, 생각 때문에 늙는다.

어쨌든, 대화로 편히 나눌 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글로 쓰지 말랜다. 기가 막힌 표현이다.


글을 애써 꾸미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보면 자신만의 것을 잃고 만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독자들이 금방 알아차리게 마련이다. 독자들은 진실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 지키기 어려운 원칙도 없다. 이 원칙을 따르자면 생리적으로 불가능한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긴장을 푸는 동시에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33쪽


내 속내를 알아주는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때처럼, 나자신이 되는 때는 없겠지.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편히 이야기를 나누듯이 글을 쓰라! 알았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 조금이라도 잘난척 하는 이야기는 한 줄도 쓰지 않겠습니다.


좋은 글쓴이는 글 바로 뒤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나’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나’를 생각하면서 쓰거나, 초고를 일인칭으로 쓴 다음 ‘나’를 빼면 된다. 그러면 비인간적인 문체에 온기가 돌 것이다. -36쪽


변경연에서 메일링 서비스를 해 보니, 독자의 반응이 확연하게 갈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독자는 내가 ‘감성적인 속내’를 드러내는 글에 반응해주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나서 이처럼 명쾌한 해석을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나는 기분이다. 글쓰기의 첫 번 째 원칙으로 껴안고 갈 것이다. 오직 나한테만 말해주듯, 귀에 대고 조목조목 일러주는 윌리엄 진서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궁극적으로 글 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18쪽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글을 통해 제가 전달하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겠네요. 안그래도 제 글에 힘이 들어가 있다 싶었는데... 저도 힘을 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도 이책 보고 싶네요. 객지에 살다보니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원서로 읽어도 이런 느낌이 들런지... 한번 찾아보기는 해야겠습니다.

    2008.05.02 04: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이렇게 간소하면서도 이렇게 명료한 깨달음을 주는 책은 처음이었어요. 강추! 합니다.

      2008.05.02 05:02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4. 26. 08:11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가 막힌 사진이 하나 나왔네요. 저녁 어스름에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인데요, 아주 절묘하게 흔들려서 마치 환영처럼 나왔네요. 이런저런 계획만 무성할 뿐,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요즘의 나를 잘 나타낸 것 같아, 기록해 두기로 합니다.

일을 하지 않은지 18개월이 되었군요. 목표인즉 인디라이터로 살겠다는 것인데, 그게그렇게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글써서 먹고 사는 사람 딱 4명 뿐이라는데요 뭐. ^^

게다가 요즘은 글도 잘 써지지 않습니다.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야 진솔한 글이 될 터인데, 2006년도에 변경연 연구원 활동을 할 때처럼 그렇게 벗어부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   집중적으로 책을 읽으며 지적 환희에 몸떨리던 작년 같지도 않구요.

뭔가 변화가 필요하구나 ~~ 싶습니다. 행복한 글쟁이로 살겠다는 목표를 놓는 것이 아니라, 조금 우회해서 혹은 병행하면서 가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내 안에서 에너지의 자가발전이 가능한 편이지만, 사람과 또 세상과 부딪쳐야 글도 잘 나와줄 것 같구요. 그러고보니 일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이런 저런 구상이 없는 것은 아니나, 돈이 있든지 사람이 있든지 경력이 있든지! ㅜ.ㅜ
게다가 나의 레퍼런스라는 것이 형편없이 취약합니다. 지방에서 초등학생 가르친 경험 밖에 없으니, 도시생활이나 조직생활, 그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무지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제서야 삶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딸애가 휴학을 하고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겠다고 했을 때, 말해 줄 것이 있더라구요.

"열심히 보고 배워.  너의 레퍼런스를 키우는 거야. 니 꿈을 좁혀나가는데도 도움이 되고, 언제고 니 꿈을 실험할 때도 지금의 경험들이 모두 힘이 되어줄거야"

구본형님이 신간 '세월이 젊음에게'에서 딸에게 바닥에서 박박 기어 배우라고 한 것이 이해가 됩니다.
뼈아픈 이해입니다. 젊어서 바닥을 모르면 나이들어 힘들다고 한, 바로 그 케이스거든요, 내가. ^^

또 하루가 밝았군요.
구상 중에서 하나라도 꺼내어 한 발 다가 서는 하루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신대철의 싯귀 하나가 떠오릅니다.


"움직이자.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은 까마귀가 된다"


Posted by 미탄
TAG , 오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지금의 저에게도 자극이 되는 글이네요. 저도 머리속에 생각만 많고 하루 하루 쫓기다 보면 이룬 것도 없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 중에 그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그들에게 이런 조언을 하는 글을 봤습니다.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따로 생계수단을 가지고 있으라구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힘들다는 거지요. 글써서 먹고 사는 네사람도 그 단계를 거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미탄님의 좋은 계획들이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2008.04.29 00: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쉐아르님의 따뜻한 조언, 고맙습니다.
      이처럼 낯모르는 분의 공감과 격려가 도움이 되는 것을 보니, 많이 반성이 됩니다. 아무쪼록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놓고, 공감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2008.04.29 06:12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4. 17. 18:15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야구선수 출신 이호성의 비참한 말로를 보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 지경까지 가게 된 사람의 성격유형을 알 것 같아서입니다. 세상무서운 줄 모르고 일 벌리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지 않으면 못 배기고, 자기 감정만이 제일인 사람이 작은 일에 부주의하여 적을 만들고, 불운까지 중첩될 경우, 스포츠스타의 정점에서 입에 담기도 무서운 범죄자로 추락하기도 하겠구나~~ 스토리가 써졌습니다.

담대함, 추진력, 강한 자기확신, 낙관주의... 는 분명 좋은 덕목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과도하게 남발될 경우 도저히 추스를 수 없는 상황까지 자신을 몰고 가기도 합니다. 차근차근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가기 보다 눈먼 희망에 몸을 맡겨, 불행을 자초하는거지요. 이호성이 극단적인 예를 보여준 것 처럼요.
 
반면에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며 겁이 많은 사람들은 일견 답답해 보이기도 하나, 이런 성향들을 뒤집어보면 아주 좋은 장점으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신중함, 끈기, 안전지향... 처럼 확실한 지원군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내 것'을 차근차근 쌓아놓을테니, 성공에 대한 보증수표를 가진 셈이지요.

저는 자기최면이 강하고 성격이 급한 편이라, 이제껏 엄벙덤벙 일을 저지르며 살아왔습니다.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사업을 벌려 10년을 먹고 살았네요. ^^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  그 때 하늘이 나를 도운 거구나 ~~ 싶습니다. 문제는 하늘이 나를 도와줄 때조차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만의 '발가벗은 힘'을 키우지 못한 거지요.

이제서야 내가 보입니다. 하고싶은 일만 하려고 하고, 사람 사귀는데 서툴고, 여전히 좋고 싫은 것이 너무 많은 사람...  아직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보다 자기표현이 더 중요해서 여전히 철이 들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구제불능의 '자기중심성'에 다시 한 번 시작할 수 있는 열쇠가 숨어있습니다.

좋고싫은 것이 분명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정이 다소 편협하게 보여질수도 있지만, 바로 그 편협함 때문에 나의 꿈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인디라이터로 살고 싶다~~ 는 길 이외에는 달리 살아갈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이지요. ^^   읽고 쓰고, 산책하고 상상하고, 여행하고 관찰하고, 느끼고 창조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으로 하루를 메꿀 수 있는지요? ^^

한 사람이 타고난 별자리에는 굉장한 성공과 굉장한 실패가 함께 들어있다고 합니다. 저는 진심으로 그 말이 믿어집니다. 타고난 나의 성향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발휘할 수 있으며, 그렇게 반복된 선택과 결단이 나의 삶을 결정지어 나가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의 운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별자리가 아니고, '나'인거지요.

철없고 즉흥적이고 현실감각이 떨어지지만 이게 '나'입니다. 나를 힘껏 위해주고 칭찬해주고 안아주어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나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테니까요. ^^


** 위의 제목은 최승호시인의 시집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Posted by 미탄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남의 장점을 흉내내는 삶보다
    느리긴 해도 나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것이 억지삶이 아닌 타고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2008.04.18 15: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동감입니다.
      '나다운' 것을 찾은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입니다.^^
      이제 '나다움'을 직업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각적으로 창의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 연구하고 실험해보면서 나아가면, "하고싶은 일 하면서 먹고 살기" 라는우리의 로망은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

      2008.04.19 00:17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8. 4. 3. 08:16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언제 이렇게 봄꽃이 다 피었지요?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는 어제,
산책나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는 물론,
꽃보다 아름다운 새순이며 벚꽃망울... 모두 볼 수 있는
산책길이 새삼 고마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월이 말을 타고 내빼는 것처럼 빠릅니다.
제대로 춥다는 소리 한 마디 안 해 보았는데, 겨울이 다 갔다는거죠.
제법 바람이 부는 흐린 날씨에 살짝 움추러들긴 했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꽃 덕분에,
'의연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죽은듯 시커먼 가지를 뚫고 어김없이 새싹이 터져나옵니다.
이름모를 잡초도 이 봄에는 아름답기만 합니다.
ㅎㅎ 게다가 저 풀은 아주 어릴 때 소꿉놀이하던 풀입니다.
욕망과 의기소침, 자신감과 좌절, 자랑스러움과 수치심 사이에 오락가락하며
한 시절 살아내고 돌아오기를 기다린 것처럼,
거기 그대로 있는, 유년의 풀 하나를 보며 감회에 젖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람이 불어 벚나무가 흔들립니다.
그래도 저 나무는 벚꽃을 피우고야 말겠지요.
천상의 꽃처럼 화사하게 벚꽃이 만개한 다음,
다시 심술궂은 바람에 우수수 흩날리기는 할 지언정,
 내년 봄에도 또 꽃필 꺼구요.

올해도 어김없이 피어준 봄꽃 덕분에,
세월의 빠름과 의연함에 대해 생각합니다.

내 삶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가져갈 수 있는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투지에 대해, 각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 도종환의 '폐허이후' 에서 --
Posted by 미탄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