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서지희  http://www.bhgoo.com/zbxe/r_community/131869

며칠 전에 출간기념회가 있었습니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이하 변경연- 연구원들의 책이 두 권이나 또 나왔거든요. 강미영의 ‘혼자 놀기’와 오병곤, 홍승완의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강미영은 첫 번 째 책이고 오병곤 홍승완은 벌써 세 권째인가 봅니다. 저자들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을 건넵니다.


변경연의 연구원제도는 1년간 50권의 책을 읽고 50편의 컬럼을 쓰는 과정입니다. 매 주 온라인으로 북리뷰와 컬럼 한 편 씩을 올리고, 매달 한 번씩 오프라인 수업을 갖습니다. 연구원 2년 차에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씩 써야 졸업이 됩니다. 저는 2006년에 2기 연구원 활동을 했지만 아직 내 책을 못 냈으니 졸업을 하지 못한 셈입니다.


오늘은 변경연의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구요, 연구소의 따뜻한 분위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변화경영전문가로서 우리나라 1인기업의 대표주자인 구본형소장님은 글과 삶이 일치하는 분입니다. 저명한 분을 많이 접해 보지 않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얼마나 드문 일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소장님의 지론은 ‘사람’입니다. 그 누구도 사람이 그립고 사람을 찾을 때만 연구소로 오라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그 다음이라는 거지요. 이 때의 ‘사람’은 추상적인 인본주의가 아니라 일상에서 살아있는 구체적인 사람입니다.


“내 앞에 한 사람이 없으면 온 우주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주 하시는 말씀처럼, 소장님은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에 정성을 다 하십니다. 일률적인 성공기준을 세워 놓고 이래야 한다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답게 사는 길을 함께 찾자고 합니다. 자기답게 사는 것만이 인생의 성공이라는 거지요. 사람 하나하나의 개성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람 자체를 좋아하니 변경연 안에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전문직이든 비정규직이든, 20대의 휴학생이든 60대의 역학자든 모두 저마다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흔치않은 경험을 한 저 역시 구소장님의 수혜를 받았습니다.  연구원활동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한선생은 많이 읽고 또 쓰는 과정을 즐기니까 좋은 책을 쓸 수 있을 거야”

소장님께서는 나의 산만하고 나약한 강점에 불을 붙여주셨고, 나는 조용히 타올랐습니다.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물을 못 내 놓았지만,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으니까요.


변경연과의 만남은 내게 여러 모로 전환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로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장님의 라이프스타일은 관계에 대해 냉소적이고 서툰 나를 항복시켰습니다. 사람에게로 다가가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상명대 입구의 북카페 ‘마루’는 변경연의 아지트입니다. 아기자기한 뜰이 있는 전망좋은 이층집인지라 꼭 아는 집처럼 편안합니다. 열 댓 평 되어보이는 거실에 스무 명이 조금 넘는 숫자가 모였습니다. 첫 책을 낸 강미영이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랜 꿈을 이루었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기쁘고 기쁘고  또 기쁘다는 말이 이해가 갑니다.



     사진: 서지희  http://www.bhgoo.com/zbxe/r_community/131869

기쁘기는 몇 번 째 책을 내는 홍승완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에 적은 소장님께 드리는 헌사를 읽는데 “사부님, 저 여기까지 왔어요.” 하는 대목에서 코끝이 찡해집니다. 그가 눈물이 많은 것을 아는 사람들이 “울지 마, 울지 마” 하며 박수를 쳐 줍니다. 변경연의 핵심일꾼인 오병곤은 베테랑답게 그저 웃을 뿐입니다.



  사진: 서지희  http://www.bhgoo.com/zbxe/r_community/131869


새로 나온 두 권의 책을 나란히 쥐고 덕담을 하는 소장님의 얼굴이 환하게 빛납니다. 다른 사람을 앞세우고 성장하게 도와주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일임이 증명되는 순간입니다. 연구원제도를 통해 가장 많이 행복해지고 가장 많이 큰 사람은 소장님 자신입니다.


좌중의 흥이 도드라져 누군가 노래를 시작합니다. 장난기 넘치는 재주꾼 J입니다.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의 후렴구를 수없이 되풀이하는 그의 창법이 재미있어 손벽을 치며 즐거워합니다. J의 노래가 끝나자 키 큰 K가 술병을 턱 잡더니 마이크 삼아 노래를 시작합니다.

“J오빠가 노래 부르는 것을 보니 누구라도 노래할 수 있겠어요!”


다음 번 출간의 주인공이 될 B의 노래 뒤에 변경연의 카수 O가 ‘행복의 나라로’를 부릅니다.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노래 중의 하나인지라 나도 소리높여 따라 합니다.

“웃고 울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주. 나도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내가 신명에 취한 것이 재미있는지 소장님께서 내 빈 잔에 술을 따라 주십니다.


“이번에는 제가 받겠습니다.”

재능세공사 L이 주방 앞에 놓인 컴퓨터에서 가사를 찾아 놓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멋진 옷으로 성장한 S가 L의 손을 꼭 잡고 '님은 먼 곳에'를 부릅니다. 아름다운 길 연구가 K의 노래 뒤에 M이 그 바톤을 이어 받자 O가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노래를 부릅니다. 주거니 받거니 반주도 없이 이어지는 노래의 행렬이 물결처럼 자연스럽습니다.


천상 학자풍인 J가 원래는 노래를 잘 하는데 요즘 애기 보느라고 노래가 잘 생각나지 않나 봅니다. ^^ 머뭇거리는 그에게 사람들이 추임새를 넣습니다.

“노래를 못하면 책을 못 써요, 아, 미운 사람~~”

누군가 짖궂게 물고 늘어집니다.

“책을 써도 출간이 안되요, 출간을 해도 판매가 안되요, 판매를 해도 반품이 되요, 아, 미운 사람~~”


농담도 ‘책쓰기’라는 목표에 맞추어서 터져 나오는 공간,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공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들이 누구인가. 오누이같고 형제같이 스스럼없는 사람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의 역할모델이 되고 동반자가 되는, 애인보다 더 끔찍한 사제지간과 동료들, 이 날 함께 했던 누군가 말했듯이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게 만드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수없이 드나들었어도 ‘마루’가 그렇게 편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아마 갈수록 더 편해지겠지요.


아! 참 좋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데, 소장님의 ‘나의 가치관과 철학이 통하는 작은 세상이 없이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씀이 또렷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세상에 접해 보니 ‘나의 세상’을 갖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거세집니다. 이 세상에 내 세상도 하나 있어야겠습니다.

 

“이 세상에 내 세상도 하나 있어야겠다. 내 세상만 가질 수 있다면 구원을 받아도 좋고 지옥에 떨어져도 좋다.”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신화의 힘'에서 재인용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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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퀴리

    지금, 새벽이라 목이잠겨서가 아니라 노래를 못해 정말 못해
    때때로 한심하답니다. 음치, 울엄마닮아 음치!
    노래방엘 가면 딸은 `와, 짝짝 가수왕입니다~~~`하는데.. 흑흑흑!

    감기기운있으시다며 새벽에 글올리셨네요.
    `꿈``나의 세상`이 있으면 어떤 노후도 감사할거란 확신?에 내세상만들기에
    힘써얄텐데.. 불을 땡겨주시니..

    힘찬 목요일 보낼랍니다.^^ 미탄님이 바로 옆에 계시는 것 같네요.
    감기란 놈 멀~리 보내세요.
    환한 하루 맞으시구요!!!!!!!

    2008.11.26 06:42 [ ADDR : EDIT/ DEL : REPLY ]
  2. 푸른퀴리

    앗, 오늘 수요일이다.
    힘찬 수요일 되시구요,
    더 힘찬^^ 목요일 오라해야겟어요.

    2008.11.26 08:4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저도 음치인데요, 노래를 못하면 춤 추면 되지요. ^^
      어제 저녁 내내 뒹굴거리며 쉬었네요.
      내 손으로 TV를 켠 것이 몇 달 만인지 모르겠네요.
      도저히 볼 것이 없어 5분 만에 껐지만요.

      그리고 일어나 위의 글을 썼어요.
      마음에 드는 글 한 편을 쓰고나니 훨씬 편안해진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답니다.

      푸른퀴리님도 힘찬 수요일 되세요~~

      2008.11.26 08:53 [ ADDR : EDIT/ DEL ]
  3. 서리풀

    오호호! 연구원 모임은 늘 즐겁죠?

    저는 2년 만에 합류하게 되어 더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지요. 쌤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저희 연구원들은 오누이같고, 형제같이 스스럼없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의 역할모델이 되고 동반자가 되는, 애인보다 더 끔찍한 사제지간과 동료들이지요. 개인적으로 바쁜일이 있어 떠나있는 동안 그 따스함이 너무나도 그리웠습니다. 모임은 무엇보다도 현실로 돌아왔을때 저에게 늘 펄떡이게하는 자극을 전달해 주는 것 같아요.

    처음으로 선생님 블로그에 글을 남기네요. 한 글 한 글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가 어느새 80호가 되었네요. 앞으로 100호, 1000호까지 고고씽 할 수 있도록 자주 방문할께요. 축하드립니다.

    2008.11.26 11:32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2년이라는 키워드만 갖고 누구인지 알아차려야겠네~~ 서리풀은 또 무슨 뜻인지? ^^

      역할모델과 커뮤니티의 위력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것 같아. 여기에 '니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지지할 것이다'의 지기 한 명만 있으면 완벽한 풀세트겠지.

      오랫만에 보아서 정말 반가웠어. 네버엔딩 노래도 너무 재미있었고. ^^

      2008.11.26 13:29 신고 [ ADDR : EDIT/ DEL ]
  4. 미탄언냐~~~^^
    토댁인 나만의 세상은 고사하고
    나만의 시간이란 것을 함 가져봤으면...합니다.
    시간들이 보여 세상이되는 것일까여,아니 세상 속에서 나만의 시간이 생기는 것일까여?.
    기쁘고 즐거운 글을보고 난 웬 센치...ㅎㅎ

    아름다운 밤되세용..

    2008.11.26 23: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이론, 이론~~ ^^
      토댁님이 관통하고 있는 시기가 그런 시기랍니다.
      나도 다 거쳐 왔거든요. ^^

      블로깅 하고 있는 순간은 토댁님만의 시간이잖아요.
      아직 아이들에게 손이 많이 갈 때지만
      엄마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영역을 서서히
      준비해 나갈 때이긴 하지요.
      그 과정에서 블로그가 큰 힘이 되어줄 것 같은데요?

      2008.11.27 07:22 [ ADDR : EDIT/ DEL ]
  5. 제비꽃

    아름다운 모임,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시선의 글이네요.
    읽으면서, 남의 모임이지만 그 장소에 있는 듯 기분좋아집니다.
    '사람이 살아있는' 모임...
    그렇게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 일치하는 모임은 흔치 않으니까요.

    근데...그림의 떡이네. 나랑 소통하고 일치해야지. 뭐. 칭~ ^^
    우리 모임에서도 저런 풍경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그날 대학원 종강모임하고도 겹쳐서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2008.11.27 00:3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당근 이 쪽으로 와야죠. ^^
      맞아요,
      그처럼 구체적인 모델이 있으니까
      어떻게 가야 한다는 방향이 생기네요.
      내가 몸 담고 있는 모임이든,
      언제고 갖게 될 내 세상이든 말이지요.

      2008.11.27 07:24 [ ADDR : EDIT/ DEL ]
  6. 미탄님의 이렇게나 멋진 블로그를 이제서야 발견하다니..^^ 그날 너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셔서 아쉬웠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온라인으로라도 소통할 채널이 생기니 좋네요.. 종종 놀러 오겠습니다.. 제 블로그도 놀러오시고 링크도 좀 걸어주세요..^^ 재능세공가.. 재능때밀이에 이어서 독창적인 변주로군요..ㅋㅋ

    2008.12.01 11:5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앗! 재능세공사였군요. 수정하겠습니다.
      재능때밀이? 그것 실화인가요? ^^
      블로그가 소통과 연결을 위한 최적의 도구임이 다시 한 번 증명되는군요. 반갑습니다.

      2008.12.01 20:56 [ ADDR : EDIT/ DEL ]
  7. IT쪽에서 웹 2.0 시대의 가상현실세계로 Second Life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생의 후반전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자신의 분신과 같은 아바타를 이용해서 3D 인터넷 환경에서 실생활처럼 생활한다는 건데요. (http://dailydream.tistory.com/329 )
    그런 세계를 Metaverse라고 불러요. 우리 우주가 유일한 Universe라면 그런 가상 세계가 많이 있어서 Metaverse라는 거죠. 그런데, 굳이 인터넷을 통해 가상현실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이 우주에서 각자가 자기만의 세상을 가지게 되니 이게 바로 Metaverse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설명이 매끄럽진 않지만 문득 연관되어 드는 생각이라 적어봅니다. ^^

    2008.12.02 12:07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걸 게임이라고 해야 하나 Second Life 에 대해서는 들어보았구요, 그래서 내 연재물을 이름지을 때 잠시 망서렸답니다.
      구세대인 나로서는 그런 것 접하면 조금 섬찟하지요. 자꾸 사회와 고립되는 것을 부추기는 것 같아서요.

      2008.12.02 18:16 [ ADDR : EDIT/ DEL ]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느라 3시간을 머물렀습니다. 그동안 6명의 손님이 다녀갔는데, 놀랍게도 모두 단골이었습니다. 미용실주인은 작은 체구에 전형적인 또순이로 보이는 인상인데,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참 편안해보였습니다. 운전면허를 반납했다느니, 와이프랑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느니 하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 머리를 만져주면서  속이야기를 들어주는 직업은 수요가 꾸준히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6명 중에 4명이 남자였습니다.

이번에는 치과에 갔습니다. 여의사는 나를 아기다루듯 합니다.

“바람나가요. 좀 시립니다. 딱 다섯 셀 동안만 할게요. 하나, 두울...”

하는 식입니다. 조근조근 낮은 목소리로 설명도 자세히 해 줍니다. 젊은 의사의 조치를 도와주는 손길에서 관록이 묻어납니다. 나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데 몇 십 년동안 다른 사람의 입을 들여다보면서 지겹지도 않을까, 보통사람의 치아고장이 거기에서 거기일테니, 아주 한정된 기능을 가지고 전문가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닐까.... 벼라별 생각이 다 듭니다.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살고 있나 살펴보는 중입니다. 나이들어서 깨닫는 것이 참 많지만, 그중에 최고는 ‘일의 발견’입니다. 일은 나의 정체성이고, 존재의 구현이며, 소일거리이며 품위유지의 원천입니다. ^^ 일할 수 있는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을 때는 일의 중요성을 모르고 지겨워만 하다가, 이제 와서 일의 절대성을 깨닫는 것 역시 인생의 묘미일듯 합니다.

구본형님은 일을 네가지로 분류합니다.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 : Project

중요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일 : Hobby

중요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 일 : Challenge

중요하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 : Junk

그는 Project 에 50% 이상의 비중을 두고 전심전력하라고 조언합니다. 기질적 특성이 받쳐주는 분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반드시 기회를 맞게 된다는거지요.  Challenge 에 30% 정도,  Hobby 에 20% 정도 할애해서 꾸준히 관리하면 블루오션을 포착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나의 자산과 가능성, 나의 기질과 꿈을 총망라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입니다. 작든 크든 저 미용실 주인이나 치과의사처럼 고객에게 혜택을 주고 인정받는 나의 시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 하고싶은 일 하면서 먹고살기, Project로 나아가는 대장정! 그것이 삶인 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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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roject로 나아가기. 제게도 화두입니다.^^
    전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비슷한 분류가 기억나요.1-좋아하고 잘하는 일, 2-좋아하지만 못하는 일, 3-싫어하지만 잘하는 일, 4-싫어하고 못하는 일, 이렇게요.
    1은 없어서 괴롭고 2는 너무 많아 괴롭고 3은 씁쓸하고, 4는 뭐 생각조차 안하게 되더군요.^^

    2008.07.16 19:2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인문학적 성찰, 디지털 리트러시, 경영마인드' 정도를 내걸고 뭉치는 기회를 창출하는 것도 괜찮을듯 싶은데요? 팀블로그, 온라인비즈니스, 제3의 공간 공유...

      '연결에 기회가 있다'지 않아요?
      또 성공하는 사람들의 최대 특징은 실행력이라고도 하고...

      류한석님 표현대로,
      철학과 전략이 맞다면 움직이면서 생각하는 것도 괜찮을듯 한데 당최 비빌 둔덕이 없네요. ㅠ.ㅜ

      2008.07.17 06:38 [ ADDR : EDIT/ DEL ]

 

언젠가 나는 내가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준 좋은 선물입니다.

그동안 나는 나를 포함하여 평범한 사람들의 초라함이 싫었어요. 그리고 잘난 사람들의 오만도 싫었지요. 그러니 갈 곳이 나 밖에 없었습니다. 나를 데리고 여러 실험을 하다 보니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만한 사람에게는 그 뒤의 외로움이 있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 뒤에 위대함에 대한 꿈이 있다는 것이지요. 사람의 불완전함이 귀여워졌어요. 그래서 나를 받아들이게 되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요.


묵은 노트를 뒤적이다 메모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구본형님의 글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출처가 없군요. 문체로 보아 홈페이지에 가볍게 쓴 글을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1인기업의 선두주자, 저술가요 강연가 구본형,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의 위대한 점은 ‘자기로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는 뛰어난 재주가 없어도 자신이 타고난 기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럼으로써 그는 보통사람들의 로망이요 역할모델이 됩니다.


특히 능란한 사회생활보다 읽고 쓰고 느끼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의 삶을 집중탐구할만 합니다. 무릇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처럼 살아야 한다고 그가 자신있게 말하고 있으니까요.


구본형, 그의 실험은 ‘사람’에서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변화경영연구소에 모이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개별성을 인정받음으로써, 자신의 삶을 일구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어제의 나’와 경쟁하고, 추상적인 성공이 아닌, ‘어제보다 아름다운 하루’를 기획합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을 따라 무한경쟁에 지쳤던 사람들이, 타고난 기질에 따라 직업을 창조하고 성공을 재정의합니다.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신나면, 외모까지 10년씩 젊어지고 예뻐집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구본형의 노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사람을 비교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그저 있는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최선의 나’가 되도록 독려합니다. 오직 ‘사람’ 그 자체가 목표인 삶을 보여줍니다.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방사선처럼 주위로 퍼져나가고, 그는 갈수록 아름다워집니다. 이 모두가 불완전한 인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사랑없이 위대한 인격을 갖춘 사람은 없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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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제에서는 살짝 비껴났지만 "세상은 '훌륭하게 사는 사람들'과 '훌륭하지 않게 사는 사람들' 둘로만 나뉘는 게 아니다. 아마도 숫자로는 가장 많은 또 하나의 사람들, '훌륭하게 살 수 없는(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예수는 바로 그들의 처지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했으며 전망했다."라던 김규항님의 글이 생각납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정말 중요하다 생각되는 날들입니다.

    2008.05.20 02: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저는 정말 혼자 노느라고 너무 세상 물정을 모르지요. 발전도 못했구요. 그대신 '나다움'을 고수할 수는 있었지만요. 지금부터라도 사람에게 다가서려고 하는데, 제 기질로는 온라인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

      2008.05.20 07:31 [ ADDR : EDIT/ DEL ]

좋은 삶/펌글창고2008. 4. 4. 10:28
2007 년 음력 초하루를 나의 50대 10 대 풍광을 다시 조율하는 시간으로 썼다. 조금씩 다듬어 가는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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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년의 회고“ (2005-2015),
2007년 음력정월 초하루 version

직업과 일상 그리고 나
2015년에 돌아 본 10년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꽃은 하루 밤 사이에 피고 버드나무는 하루 밤 사이에 푸르러 진다.

종일토록 봄을 찾아 나섰지만
봄은 보이지 않고
신발이 다 닳도록
고개마루 구름 사이를 휘돌았다네.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매화를 휘어잡고 향기 맡으니
봄이 가지 끝에 머문 지 이미 오래 되었네.

- 어느 선승의 노래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 날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위대한 순간을 목격하고 싶다. 나는 그들이 꽃으로 피어날 때 그 자리에 있고 싶다. 이것이 내 직업이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통쾌하고 아름다운 풍광이다.


내가 생각하는 직업관 :

일은 하늘이 내게 준 것이다. 일을 통해 긴 삶이 그 본연의 구체적 모습을 발현한다. 직업은 타고난 나를 활용하는 것이며, 평생 애써 나를 꽃피우는 것이다. 인생을 낭비한 자, 그들이 가장 게으르고 비겁한 사람들이다. 가장 나다운 일을 찾아 그 일을 즐기리라.

그 일을 내 일인지 알 수 있는 두 가지 기준 :

*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어야 한다.
*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직업인으로서의 나의 차별성

변화경영전문가
- 작가/ 여행가/강연가/새로운 삶의 운동가/컨설턴트

“하늘에 있는 용의 고기가 좋기는 하지만 범부는 먹을 수 없다. 땅 위의 돼지고기는 용의 고기처럼 고귀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먹을 수 있다. 용의 고기와 같아서 심오하기는 하지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없다면 먹을 수 없으니 배만 고플 뿐이다. 그러나 돼지고기처럼 소박하고 쉬우면 생활 속에서 실현될 수 있으니 배가 부르고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소동파의 변형)

실천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나 시장의 천박함까지 내려오지는 마라. 바닥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곳에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닥을 딛고 일어나 변형하여 하늘을 날기 위함이다. ‘고귀하기가 왕족과 같고 수수하기가 초민과 같다’는 뜻을 그런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내면적 자산 (기질/재능/경험...)

- 인문학적 감수성 (모순을 품고 살 수 있는 정신적 균형)
- 이론을 만들고 체계화하는 능력
- 느낀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다.
- IBM에서 16년 동안 변화 경영의 실무를 총괄했다

10 Great Sceneries in My Fifties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 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라는 내 비전은 빛나는 꽃을 피워냈다. 신은 내가 궁핍하지 않게 먹고 살고 충분히 즐길 만큼 벌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 이상의 돈을 위해 나를 소모하지 않았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자기관리의 원칙이었고 자제였다.

내 쉰 살 10년은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나는 내 마음대로 내 삶을 그려보았고 실천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루를 보냈다. 그것은 소풍이었고, 탐구였고, 열정이었고 또한 휴식이었다. 나는 햇빛이 몸 안으로 퍼져가는 것을 느꼈다. 몸이 이완되어 가는 서운함과 함께 인생의 맛도 깊어졌다.



1. 모두 10권의 책을 썼다. 그 중 첫 4권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코리아니티 경영 : 한국의 문화적 강점 경영 ( 2005. 12)
공익을 경영하라 : 무역협회 경영혁신 사례 연구 (2006. 2)
사람에게서 구하라 : 가장 자기다운 리더십을 찾아서 (2007. 2)
아름다운 혁명 : 세계의 공익조직들의 혁신 사례연구, 연구원 공저 (2007. 5)

그리고 나머지들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변화의 방정식
내 꽃도 한 번을 피리라
레인보우 파티 - 직장인을 위한 행복학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 지려는 사람들을 돕습니다
(나 -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2 )

이 중의 몇 권은 영어와 일어 그리고 중국어로 번역되었다. 이 중에 한권은 내가 직접 영어로 번역했다.

그리고 한 권은 시집이다. 나는 한국사 100 장면에 대한 거대한 서사시를 써내려갔다. 바닷가 변화 경영연구소는 이 작품의 산실이 되었다. 나는 매년 조금씩 썼다. 단군신화에서부터 한반도의 통일까지 가장 아름답고 슬프며 치욕적이고 웅혼한 역사적 풍광을 펄펄뛰는 언어로 잡아 보았다. 이 서사시가 완성되고 나는 떠났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 중에서 일부가 50대 10년 사이에 만들어 졌다. 시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생을 시처럼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2. ‘ 내 꿈의 첫 페이지’ 프로그램을 통해 한해 30명, 전부 300명의 사람들을 도와주었다. 그들은 한때 모두 ‘자신의 지금에 지치고 분노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절실하게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 적극적인 사람들’이었다. 나는 이들을 ‘창조적 부적응자’라고 불렀다. 지금은 모두 자신들의 특별한 길을 가고 있다. 나는 이들을 만나고 이들의 인생을 듣고 이들의 인생을 기록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 나는 이들이 주변에서 중심으로 자신들의 행로를 잡아가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그것이 내 커다란 기쁨이었다. 그들은 모두 자기 가지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꽃을 피워냈다. 도움을 주겠다고 시작한 일이 결국 내 기쁨으로 되돌아 왔다.

우리는 늘 함께 만났다. 우리는 서로 상대의 꿈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결혼식에서, 누군가의 개업식에서, 꿈 하나를 이룰 때 그 축하의 현장에서 우리는 서로 만났다. 누군가 그 꿈 하나를 이루어 갈 때, 꿈과 현실 사이의 다리도 한 층씩 쌓여져 갔다.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조언자였고, 지지자였다.

나이를 먹어 가며 바라는 것은 진정한 명예였다. 모르는 사람들의 칭송- 그것은 풍선같은 것이다. 곧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나를 잘 아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한 칭송은 가치 있는 것이다. 만일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내가 좋은 사람이고, 자신들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주었고, 그래서 나처럼 살고 싶어 한다면, 내 삶은 괜찮은 것일 것이다.


3. 나는 한 해에 한번 씩 10번의 매우 특별한 세계여행을 즐겼다. 내가 기획했고 내가 의도 한 여행을 만들었고 여기에 기꺼이 참여하는 사람들과 가장 멋진 방식으로 세계를 쏘다녔다.

말타고 7월에 들꽃 가득한 몽골을 여행한 것은 아주 즐거웠다.

터키에서 보낸 보름 역시 기억에 남는다.

독일, 헝가리, 체코,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를 아내와 함께 돌아 다녔다.

아주 추운 겨울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고 자작나무 숲을 달리다 남부의 따스한
곳에서 쉬는 것도 좋았다.

고대 지중해 시대를 돌아보는 로마 카르타고 그리스 트로이 미네타 페니키아등의 회람도 좋았다.

실크로드의 횡단 역시 나쁘지 않았다.

삼국지의 격전지와 매혹적인 풍광을 둘러보았다. 촉의 성도를 둘러보고 즐겼다.

안데스 산맥을 따라 태평양을 굽어보며 칠레의 북에서 남으로 종단한 것 역시
아름다웠다.

4. 한 해에 120회씩 모두 1200 회의 강연을 마쳤다. 그 동안 10만명의 사람들에게 강연을 했고, 그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자신들만의 언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려 했다. 또한 1000 개의 기고를 했다. 이를 위해 천 권의 책을 읽었고, 300 편의 영화를 보았다. 이 독서와 관람은 책을 쓰고 생각하고 나의 언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내 강연은 실천적이었다. 내가 직접 맛보고 혀로 핥아 본 것들에 대한 보고서였고, 그것을 기초로 우리의 문화적 환경과 특수성에 잘 맞는 모델을 전하고 싶었다. 나는 문화적 상이성을 가진 시시한 미국 모델이 범람하여 과장과 왜곡을 만들고 이내 쓸모없어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라는 물결과 ‘한국적 특수성의 보편화‘라는 물결이 만나 아주 괜찮은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것에 10년의 초점을 맞추었다.

5. 변화경영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를 한 해에 10명을 모아 수련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2년 안에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하여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선정기준은 자신에 대한 역사를 기술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자신과 세상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지금 자신에 대한 강한 분노와 창조적 증오를 가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지금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이것이 유일한 자격 요건이다.

나는 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확실한 근거는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실험하고, 맛을 보고, 정리하여, 일반화시킬 수 있는 이론과 모델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믿음이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을 이해하고 나서 비로소 변화 경영에 대하여 힘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유산을 활용하여 진정한 자신이 되는 것’ - 이것이 변화 경영의 요체다. 나는 그들이 먼저 자신에 집중하기를 바랐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그러나 사람을 얻기 위해 내 시간을 조금 더 많이 썼다. 마흔살 10년이 나를 위해 투자한 시간이라면 50대 10년은 더불어 사는 시절이고 싶었다. 그 방법을 찾아보았다. 언제나 주장하는 바와 같이 변화경영 전문가라는 본업을 통해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문요한이 첫 번째 책을 냈다. 2007년 2월일이다. 그의 첫 책의이름은 ‘굿바이 게으름’이다’.
오병곤이 두 번째 책을 냈다. ‘대한민국개발자 희망보고서’ 역시 구정이 지나고 곧 나왔다.
홍승완/오세나가 나와 함께 책을 내었다. 2007년 2월 초고를 완성하여 출판사에 넘겼고, 5월 출간되었다.
2기 연구원 한명석이 탈고하여 원고를 몇 군데 출판사에 넘겨 두었다.

6. 50대 10년 동안 나는 내 몸을 더 잘 돌보았다. 가장 훌륭한 건강 상태를 유지했다. 아마 평생 동안 이 시기처럼 건강과 육체에 마음을 쏟은 일은 없었다. 1 년에 4번 정도는 가벼운 단식을 했다. 단식은 늘 내가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탐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우리는 아주 조금만 먹고도 살 수 있다는 것, 이 세상에 내가 그토록 먹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들이 천지에 널려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나는 매일 조금씩 운동을 했다. 허리 운동을 했고 가슴 운동을 했다. 배를 집어넣고 복근을 늘이고 가슴의 근육을 키웠다. 일주일에 적어도 3번은 산에 올랐다. 거울을 보고 내 몸이 여전히, 어느 때 보다도 아름답다는 것을 즐기곤 했다. 육체의 아름다움, 나는 이것이 현세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몸만들기와 함께 고급영어를 마스터했다. 우선 모든 관심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로 잡아 보았다.

7. 우리는 행복하게 지냈다. 아내에게 드디어 멋진 허리가 생겼다. 우리는 어디를 가든 같이 다녔다. 좋은 친구였다. 강연여행을 다녔고, 함께 먹으로 다녔고, 함께 산에 갔다. 달이 뜨면 달빛 아래서 한잔 했다. 종종 좋은 공연을 보러 갔고, 영화도 매월 2 편 정도는 같이 보았다. 종종 다투기도 했지만 10 분도 안 돼 다시 웃고 떠들었다. 그녀는 늘 좋은 조언자였다. 그녀에게는 탐욕이 없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시간이고, 여유고 사랑이다.

아이들은 모두 자기들의 길을 갔다. 큰 아이는 바라는 대로 약간 세속적인 탐닉을 즐기며 화려하게 산다. 바쁘다고 징징거리지만 , 스스로 밝고 또 다른 사람을 밝게 해주는 좋은 의사로 잘 살고 있다. 작은 아이 역시 저답게 제 길을 가고 있다. 글을 잘 쓰고 이미 두 권의 책을 냈다. 이 아이는 세상에 대한 애정이 많다. 꿈도 많다. 스스로 조금 괴롭히며 살고 있지만 바로 그 통증을 느끼는 것이 그 아이가 타고난 천성이며 좋은 점이다.
8. 나는 10만명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그들은 로열티가 특별히 강한 간이역 방문객들이었다. 강한 친밀감과 애정과 책임을 공유하는 지지자들이었다.

* ‘레인보우 파티’ 라는 공공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 회원들에게 일주일에 4번 정도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편지지를 도안했다. ‘ 정숙해 보이지만 한번 얼른 안아 보고 싶은 여인’ 같은 편지지를 만들어 달라 했다. 승완과 요한 그리고 용규가 스타팅 컬럼니스트로 등장했다.


9. 바다가 찬란하게 비치는 곳에 ‘변화 경영연구소’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꿈을 꾸고, 자신을 찾고, 쉬고, 돌아갔다. 이곳은 현실 속의 꿈이었고, 꿈 속의 현실이었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자신을 얽매고 있던 현실적 조건이라는 사슬을 끊어냈다. 그들에게 유일한 현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질과 재능과 경험과 비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10. 나는 한 달간 그곳에 있었다.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언제나 해가 뜨기 전에 깨었고 해가 진 다음에 자리에 들었다. 나는 하루 종일 바다를 바라보았다. 해변에 앉아 바다가 시간에 따라 변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곳에 올 때 작은 가방을 하나 들고 왔다. 그 속에는 두 개의 속옷이 들어 있었고 긴 팔 남방이 두 개 들어 있었고 바지가 두 개 들어 있었고, 두개의 양말이 들어 있었다. 치약이 하나 칫솔이 하나. 그리고 노트북이 있었다. 방을 구하는 데 쓰고 난 다음 내 지갑 속에는 천 원짜리 27장과 만 원짜리 4장이 들어 있었다. 나는 하루에 천원으로 살았고 토요일만 만원을 썼다. 토요일에는 소주를 한 병을 샀고, 쌀과 반찬을 조금 샀다. 내 방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 요 하나와 작은 베게 하나와 얇은 이불 하나, 그리고 작은 앉은뱅이 밥상 겸 책상이 하나 있다. 이것이 전부다.

바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이다. 특히 이곳 바다는 오랫동안 보아 둔 곳이었다. 긴 백사장이 있고 그 한 쪽 끝에는 내가 늘 올라 가 멀리 수평선을 바라 볼 수 있는 작은 누각이 있다. 나는 저녁이면 대청처럼 그곳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날이 저물어 가는 것을 음미했다. 저녁은 그 특유의 평화로움으로 지고 있었다. 해안의 다른 한 쪽 끝에는 꽤 신기한 모양을 갖춘 바위들이 늘어서 있어 그곳에 앉으면 파도가 부서져 흩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간혹 바위에 부딪혀 솟구 친 파도의 포말이 내 발끝까지 쳐 오르면 나는 얼른 몸을 움직여 피하곤 했다. 그건 내가 키우던 개와 놀던 몸놀림과 비슷했다. 나는 한 달 동안 바다와 파도와 바람과 장난을 치곤했다.

간혹 강한 바람과 비가 몰아쳤다. 파도가 높게 몰아쳐 웅장한 소리를 질러대면, 나는 웃통을 벗고, 바다로 나갔다.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의 포스터처럼 나는 쏟아지는 비 속에 두 팔을 벌리고 흰 백사장에 서 있었다. 원없이 폭우를 맞는 것은 오랫동안 내가 바랐던 장면이었다. 폭우 속에서 나는 눈을 뜨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 장울 들을 보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눈을 뜰 수 없다. 이내 빗소리와 파도 소리와 온몸에 느껴지는 빗방울 속에서 나는 돌연 바닷가 모래밭에서 불현듯 솟아 오른 나무처럼 두 팔을 벌리고 서있다. 비가 내리면 내 영혼이 쑥쑥 자라리라.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나면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리라. 그런 기대는 늘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비가 그치고 나는 동쪽으로 난 창문을 열어 젖혔다. 싱싱한 바람이 불어 들고 나는 밥을 차렸다. 밥 반공기와 김치 한 사발 그리고 아침에 내가 소금을 조금 넣고 끓인 배추국이 전부다. 그동안 너무도 많이 먹었다. 나는 바닷가에서 아주 소박한 한 달을 지냈다.


나는 내 아이들이 태어날 때 아내와 함께 상의하여 아이들 이름에 모두 ‘바다 해(海)’자를 넣어 두었었다. 이제 나 역시 바다에서 다시 태어나고, 세 번 째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이때부터 또 하나의 이름, 일해(日海)라는 호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른다는 뜻이다. 매일 바다에서 뜨는 해를 본다는 뜻이며, 매일 바다로 지는 해를 본다는 것이다. 환갑이 넘어 하루하루 새로운 생명을 얻은 듯이 살기 위해서였다.

2014년 가을은 이렇게 지나갔다.



2005/2006년 지금까지의 개인사의 한 장면

첫 번째 방법은 ‘내 꿈의 첫 페이지’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꿈을 찾아 주는 것이었다. 내가 알아낸 것은 우리의 불행의 더 많은 부분은 꿈을 이루지 못해서가 아니라 꿈조차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알지 못했다. 그것은 희미한 것이었고 사라져 가는 것이었고 이루지 못하는 것이었고 맞출 수 없는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 했다. 그 한 조각을 가지고는 전체를 그려보기조차 어려운 작은 편린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여행을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꼽지만, 그것이 어찌 인생을 전부 건 프로젝트가 될 수 있겠는가 ? 나는 삶을 송두리 째 바치게 하는 일생 일대의 꿈을 찾아 그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들은 그것을 찾아 떠났다. 어떤 이는 회귀했고, 어떤 이는 방황했고 어떤 이는 자신의 길로 들어섰다. 결과와 성과가 어떻든 그것은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두 번째 방법은 변화 경영의 영역으로 테두리 지울 만한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계획되었다. 매년 10 명의 지원자를 선정했다. 일 년간 일주일에 한번 on-line 으로 만나고 한 달에 한 번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났다. 일년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전 과정은 무료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무료가 아니다. 나는 ‘지식의 물물교환’이라는 방식을 시도해 보았다. 돈을 거래의 단위로 쓰지 않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거래의 단위로 사용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그들을 지도했고, 그들은 그들의 배움과 숙제를 내 홈페이지에 올려 다른 사람들도 그들의 학업을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나는 이 개념을 좋아한다. 돈이 모든 것인 사회에서 나는 옛날 방식의 따뜻한 대안을 찾고자 했다. 훈장이 가르치고, 아이들은 형편에 맞게 쌀 한말, 팥 두되, 콩 반말을 수업료로 내는 것이 농경사회에서의 보상 방식이었다면, 지식 사회에서의 거래 방식은 지식의 물물교환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치의 차이는 내가 훨씬 덜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훨씬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일 이 사람들 속에서 훌륭한 변화경영전문가가 나타난다면 나는 충분하게 보상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 의도였다.

연구원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나는 일반적인 자격 조건을 따지지 않았다. 학벌도 전공도 나이도 성별도 따지지 않았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20 페이지의 ‘자기 이야기’을 써 보내면 되었다. 가장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고 찾아 온 15 명 정도에게 우선적 기회는 돌아간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자’ - 나는 이 직선적 열정을 좋아한다. 그리고 가장 탁월 자 5명을 고른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내용을 검토하여 10명 내외를 추린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다. 배움이 어렵거나, 숙제가 많거나, 결석이 잦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 분야와 적성과 재능이 잘 연결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일을 찾는 것이 좋다. 나는 10년 동안 100명의 제자를 키우려고 했지만 50 명으로 만족해야했다. 50명은 모두 수료 과정을 포함하여 2년 이내에 자신의 전공에 관한 책 한 권 씩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졸업 자격증이었다.

연구원들이 3년 차가 되면 그때는 모두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한 권의 저서를 가지고 있는 ‘1집 연구원’들이 된다. 나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들과 함께 보다 깊이 있는 연구에 들어 갈 수 있다. 10년이 지나면 어떤 연구원들을 이미 여러 권의 저서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자신의 관련 분야에서 그 일을 직업으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것이다.

* 2005년 이후 한 해에 30-40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꿈의 첫 페이지를 꾸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그들이 일상의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흘 동안의 불연속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자궁 속의 시간 같은 것이었다. 아주 적게 먹었고, 담배를 끊었고, 체중을 줄였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자신의 강점을 집중적으로 찾게 했고, 그것을 직업과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도록 도와주었다. 그들 모두에게 새로운 10년이 펼쳐졌고 만들어 졌다. 한 달 안에 해야 할 일과 6개월 안에 해야할 일이 짜여졌다. 말 그대로 변화는 그들의 일상에서 실천되었다.


** 2월 4일에서 2월 16일 까지 음력설 휴가를 끼고 우리는 새해의 자연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은 아름다웠다. 책과 상상 속에 있던 곳들이 이 지구상에 실존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그 동안 우리가 꿈꾸는 인생이 어째서 이루워 질 수 없는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렇게 쉽게 체념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생각한 것이 존재하고 상상한 것들이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어째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삶 대신 그렇게 쉽게 대중의 삶 속에 나의 삶을 던져 넣었는지 알 수 없었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는 거대한 물이 강물처럼 일렁이고, 꽃은 수도 없이 피어있고, 그곳 사람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말로 사랑하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들 역시 현실에 갇혀 살긴 하겠지만, 이렇게 이곳에 와 그들은 보고 즐기는 우리는 빛나는 비행기를 타고 현실너머로 날아온 것 아닐까 ? 우리는 이곳에 오기 위해 물론 약간의 노력을 했다. 돈을 헐어 썼고, 휴가를 냈다. 그 노력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이곳에 와서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의 일부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호사와 사치라기 보다는 ’내 삶을 내가 경영한다는 믿음과 번 것을 배분하는 우선 순위의 문제‘였다. 우리는 돈 보다 내 시간의 일부를 내 마음대로 배정할 수 있다는 자유를 선택했고, 이 선택이 우리를 잠시 이렇게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게 해 주었다.

* 더 많은 회원들에게 일주일에 4번 정도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편지지를 도안했다. ‘ 정숙해 보이지만 한번 얼른 안아 보고 싶은 여인’ 같은 편지지를 만들어 달라 했다. 승완과 요한 그리고 용규가 스타팅 컬럼니스트로 등장했다. 2007년에는 병곤과 명석이 2기 컬럼리스트로 합류했다.

* 각 단계별 ‘나를 탄생시키는 프로젝트’ 의 기본 개념을 정립했다.

인생은 유유한 강물이다. 그것은 수많은 변천과 사연을 담고 흐른다. 작은 계곡의 졸졸거리는 샘물로부터 시작하여, 아홉 계곡의 급한 물살이 힘차게 모여 커다란 계류로 흐르다 천길 낭떠러지를 내려 떨어지고, 이윽고 거대한 강이 되어 눈부신 모습으로 바다로 빠져드는 그 유유한 강물이 바로 우리다.

강물의 여정을 우리의 인생과 겹쳐보면 그 유사성에 놀라곤 한다. 10대는 뜻을 세우는 시기이며, 20대는 준비하는 시절이다. 30대는 성취의 시절이고, 40 대는 전환의 시대다. 50 대는 자적(自適)의 10년이고, 60대는 베품의 시절이고 아마 70대는 비움의 시기일 것이다. 이 중에서 사회와 가장 치열하게 만나는 접점이 바로 서른부터 시작하여 쉰으로 끝나는 30년이 아닐까 한다. 계류가 모여 수량이 불고 천애의 협곡에서 몸부림치고 이윽고 유장한 평화로움으로 흐른다.

서른 살 10년은 성취에 몰두해야할 시기다. 이때 이루어 낸 것이 없으면 그 다음 마흔 살 10년은 통째로 흔들려 그 허망함을 견디기 어렵다. 서른 살 10년의 긴 세월을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다. 그러나 그 선택이 무엇이든 반드시 하나의 성취를 이루어야 한다. 즉, 다음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 지금까지의 인생 중에서 당신이 가장 자랑할 만한 성취는 무엇입니까 ? ” 따라서 이때의 10 년은 성취를 위해 모든 에너지가 결집되어야 한다. 돈도 명예도 보장되지 않는 인생의 한 때를 바닥에서 박박기며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연상하면 좋다. 어두움은 늘 위대하고 비옥한 토양이다. 한 시인의 표현을 빌면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들끓게 하였던 것들, 끝없는 벼랑으로 내몰고 갔던 것들, 신성과 욕망과 내달림과 쓰러짐과 그리움의 불면들......” 이런 것들이 바로 30 대를 만드는 힘들이다.

마흔 살 10년은 모름지기 인생의 가장 중요한 혁명의 시기다. 이때 전환하지 못하면 피기 전에 시든 꽃처럼 시시한 인생을 살게 된다. 사람들은 이때를 후반전의 인생을 위한 인터미션, 혹은 2막이라고 부를 지 모른다. 어림없는 말이다. 실력이 모자라면 후반전의 경기는 또 한 번의 비웃음에 불과하다. 1막에서 시시한 엑스트라가 2막에서 돌연 위대한 주인공으로 돌변하는 연극을 본적이 없다. 다른 사람의 각본으로 다른 사람의 연출에 따라 미리 정해진 배역을 맡은 배우는 꼭두각시일 뿐이다. 인생은 연극이 아니다. 인생은 진짜다. 마흔 살은 지금까지의 연극을 끝내고 진짜 내 인생을 사는 것이다. 스스로 대본을 쓰고, 스스로 연출하고, 스스로 배우가 되는 진짜 이야기, 이것이 마흔 살 이야기다. 이때 10년의 상징은 죽음과 재생이다. 거대한 낭떠러지가 큰 강을 만든다. 낙엽은 나무가 겨울을 나기 위한 아름다운 죽음의 의식이다. 죽어야 다시 하나의 나이테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봄에 꽃을 피울 수 있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마흔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가을이 아니라 겨울과 또 다른 봄이다. 내가 보고 겪은 바로는 이 때 그 치열함이란 생사를 가르는 비장함이다. 역시 같은 시인의 표현을 빌면, “구비구비 흘러온 길도 어느 한 구비에서 끝난다. 폭포, 여기까지 흘러온 것들이 그 질긴 숨의 끈을 한꺼번에 탁 놓아 버린다. 다시 네게 묻는다. 너도 이렇게 수직의 정신으로 내리 꽂힐 수 있느냐. 내리꽂힌 그 삶이 깊은 물을 이루며 흐르므로, 고이지 않고 비워내므로 껴안을 수 있는 것이냐. ” 이것이 마흔 살 10년의 정신이다. 죽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쉰 살이 되면 자신의 인생을 미소를 머금고 지켜가면 된다. 커다란 강이 오후의 황홀한 햇빛 속을 눈부신 자태로 유유히 흘러가는 그 장관을 연상하면 좋다. 그 안에 수없이 많은 고기떼를 품고 흐르는 커다란 관용의 강물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자신의 하루에 대하여, 자신이 이루어 낸 크고 작은 멋진 일들에 대하여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시절이다. 역시 시인은 이렇게 표현한다.
“그리하여 거기 은빛 비늘의 물고기떼, 비바람을 몰고 오던 구름과 시린 별과 달과 크고 작은 이끼들 산 그늘 마저 담아내는 것이냐 .....”

인생을 강물처럼 살 수 있다면 좋다. 인생을 시처럼 살 수 있다면 좋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우리를 지루한 일상과 반복되는 무기력 속에 가두어 두는가 ? 도대체 우리가 인생을 시처럼 살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

자기경영이란 평범한 개인이 자신을 비범함의 자리, 위대한 자리로 스스로 이끄는 리더십 이다. 타인을 위한 리더십이기 이전에 먼저 자신을 이끄는 리더십(self-leadership)이다. 자신을 탄생시킬 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 자신이 되어 스스로 빛날 수 있다. 이 때 그 사람은 자신의 시(詩)속에 등장하는 그 유일하고 특별한 별이 된다.



# 주 : 인용한 시는 박남준 시인의 ‘ 나무, 폭포, 그리고 숲’에서,‘ 중의 일부다.


( 각 10년의 시기를 철학, 꿈과 비전, 시간, 투자, 자신에 대한 신뢰, 장기적 목표, 에너지라는 7가지 측면에서 바라보고, 그 키워드를 행동지침으로 만들어 보았다 )

30대 10년 동안 해야 할 7가지 일

1. 철학사를 뒤적여 가장 매력적인 철학자 한 ‘분’을 골라라. 그 ‘분’에 관한 책 두 권을 정독하여 그 ‘놈’으로 만들어라. 철학은 땅으로 내려와야하고, 좋은 스승은 반드시 좋 은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함께 할 수 있다.
(철학과 윤리)

2. 회사 명함 말고, 3년 뒤의 개인 명함을 만들어라. 우리는 이것을 꿈의 명함이라 부른 다. 서른이 끝나기 전에 이 꿈을 성취하라. (꿈과 비전)

3. 일주일에 두 번은 4시간만 자라. 그리하여 그대의 ‘뼈가 아직 부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라 (시간)

4. 차 하나를 사서 적어도 5년 전에는 바꾸지 마라. 10년을 쓸 수 있다면 더 좋다. 똥차가 바로 지금의 당신이다. 투자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늘어나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이 다. ( 투자 )

5. 주식 3 가지를 골라 계속 관심을 가지고 분석하고 예측해 보라. 돈을 걸든 걸지 않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예측에 대한 신뢰도를 높히기 위한 연습이라는 점이다. (자신에 대한 신뢰)

6. 10년 뒤에 살 집을 모색해 두어라. 실제로 돌아다니며 적어도 50 군데의 동네와 200 개의 집을 가보고 두 세 군데를 찍어 두라. 바라는 것을 얻는 것은 적극적인 기다림 이다. ( 구체적인 장기적 목표)

7. 취미 하나를 가져라. 유행과 관계없이 가장 자기다운 취미 하나를 골라 일주일에 두 번 은 즐기도록 하라 ( 활력을 얻는 소스)


40대에 해야 할 7가지 일

1. 자신의 철학을 가다듬어라. 차용한 철학으로는 낭떠러지를 뛰어내려 자신의 길을 갈 수 없다.

2. 사표를 써라. 직장에서 중역이 되든 나와서 창업을 하든 일단 사표는 써야한다. 떠남 이 목표일 때가 있다. 이때가 그때다. 떠나지 못하면 모욕을 당할 것이다. 조직의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하라.

3. 하루의 시간을 완전히 개편하라. 새벽에 일어나고 일찍 자라. 일주일이면 새벽에 일어 나도록 바이오 클록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습관이 되려면 반드시 일찍 자야한다. .

4. 하루에 두 시간은 자신의 전문성을 위해 투자하라. R & D 없이 어제보다 나아질 것이 라고 생각하면 그건 이상한 논리다.

5. 가장 아름다운 가정 하나를 만들어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되라.
아내와 남편에게 가장 매력적인 애인이 되라. 밖에서 성공하고 안에서 실패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가정을 얻는 것 보다 좋은 투자는 없다.

6. 오래 동안 마음에 그리던 집을 사라. 거기서 깨어나고 생각하고 즐기고 잠드는 아름다 운 공간을 가족에게 선물하라.

7. 취미 속에서 평생직업의 힌트와 싹을 키워라.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만이 ‘good to great'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끊임없는 실험과 학습이 이 시기의 키워드다.



50대에 해야 할 일 7가지

1. 자신의 철학을 이웃과 조직에 나누어 줘라. 철학이란 삶과 세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다.


2. 나의 인생에 감동한 세 명에서 다섯 명의 후배를 만들어라. 실천과 모범이야말로 강력한 설득력이다.

3.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로부터 시작하라. 만일 저녁에도 그 일을 하지 못했다면 그 일을 마치고 자라. 최고의 수면제다.

4. 하루에 한 번 작은 즐거운 일 하나를 만들어 내라. 언제 어디서나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있게 마련이다. 편지, 꽃, 전화, 만남, 선물, 이 메일 등등. 이 방법을 터득하면. 자신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 하나를 얻은 것이다.

5. 일주일에 1번은 꼭 산에 가라. 이 날은 꼭 아내와 진한 사랑를 나누는 것이 좋다. 한국 에 태어난 혜택은 산을 통해 자연을 만나고 그 정기를 받는 것이다.

6. 자신의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라. 인생이 다 지난 다음에 쓰면 뭘 하겠는가 ? 쓰다보면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반성이 따르고, 더 좋은 일이 발견될 것이다. 50살은 바로 그런 일들을 찾아 빠짐없이 유유히 즐기는 때다.

7. 한 달에 한번은 가장 좋을 때 한국의 산하를 구석구석 뒤지고, 1년에 한 번은 다른 나 라를 돌아보고, 매일 30분 이상씩 천천히 걷는 거리의 산책을 즐겨라. 인생은 길과 거 리에 수많은 교훈을 남겨 둔다.


세상에서의 마지막 강연

사람에게는 주어진 길이 있다. 그 길을 모른다고 하지 마라. 절실하게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늘이 왜 그 길을 찾기 힘들게 해 놓았는지 생각해 보라. 사람은 날 때 이미 만들어 진 것이다. 다만 그것은 불완전하여 살며 스스로를 완성해 가지 않으면 안된다. 스스로를 창조해 가는 것은 우리의 임무이다. 주어진 길만 찾지 말고 그 길이 끝난 곳에서 새 길을 만들어 가라는 뜻이다.

모두 52권의 책을 썼다. 12권을 썼을 때 나는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강연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내 책에 담아야 할 미래의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서였다. 이 세상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지구의 아름다움과 가지가지 삶의 풍광을 즐겼다. 또한 200백의 연구원들과 천명의 꿈 벗들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이 자리에 와 있는 여러분들이다. 여러분들은 내 동지였고, 내 제자였고, 내 자식들이었다. 그리고 내 기쁨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책을 보았고 내가 하는 말을 들었고, 나를 만났다. 그들은 나를 좋아했다. 스스로 삶의 한 부분을 바꾸어 자신의 집을 짓는 기둥으로 삼았다. 그리고 나는 가족들을 사랑했고 그들의 사랑을 받았다. 내가 없었다면 내 가족이 없었을 것이고, 내 아내와 내 자식들이 없었다면 나 또한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한 개인으로서 내 성공의 구체적인 모습이었다.

나는 가난한 유년을 보냈다. 그러나 그것이 가난인지 몰랐다. 가난한 청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가난이 나를 속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꿈을 꾸었지만 그 꿈은 이루어 지지 않았고 20년 동안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으로 보냈다. 마흔 셋에 나는 인생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경영전문가로서 작가로서 강연가로서 성공했다. 나도 내 꽃을 피워 내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좋아했다. 이것이 가장 큰 자랑이다.

내가 나를 좋아 한 첫 번째 까닭은 조화로운 균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며, 자연히 세속의 지혜를 얻었다. 세속의 지혜는 돈과 권력과 지식의 힘으로 적당히 그 끈을 당기고 풀어주며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정치적 행동이 현명하다고 말해 주었다. 그것이 경영의 지혜인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그 세속의 지혜를 거부하고 인간의 진지하고 순수한 마음만을 믿고 그 마음의 음성에 따라 행동하려고 했다. 사무사(思無邪) , 이것이 바로 시인의 마음이다. 사람에게 길을 묻는 마음이 경영이라면 하늘에게 그 길을 묻는 마음은 바로 시인 것이다. 때때로 이 둘이 일치하여 한 사람으로서 내게 주어진 하늘의 뜻을 ‘바로 지금 여기’에 구현하게 되었을 때, 이 땅 위에서 내게 주어진 소명을 마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경영의 시인으로서의 내 역할과 소명을 다하고 싶었다. 그것을 위해 이제 하늘이 허락한 나의 모든 것을 소진했다. 아주 작은 소임이었지만 내게는 늘 벅찬 일이었다. 그러나 여러 분이 있어서 더없이 즐거운 것이었다. 주어진 모든 것을 다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 지 모른다. 족함을 알았으니 이제 무덤의 한 구석으로 물러가도 아쉬운 것이 없다.

내가 나를 좋아하는 데 성공한 두 번째 까닭은 나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나는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질투심이 강하고 마음이 좁은 사람이다. 그러나 정이 많고 글을 잘 쓰고 여러 개를 연결하여 체계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 능하다. 이 기질과 재능들은 서로 도와주었다. 소심하지 않으면 어떻게 정이 많을 수 있으며, 마음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없다면 어떻게 사람의 마음으로 무찔러 들어가는 글을 쓸 수 있었겠는가 ? 마음이 호탕하고 외향적이어서 늘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며 모두 좋다좋다 하면 언제 틈을 내어 책을 즐기고 골똘히 생각을 하고 글을 써 나갈 수 있었겠는가 ? 질투심이 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어제 보다 나아질 수 있었겠는가 ? 그러므로 약점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또 강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니 애써 좋은 쪽으로 계발하고 닦아나가야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신을 가다듬어 세상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 보다 커다란 성공은 없다.

세상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경영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해 일하도록 하는 것이 경영이다. 경영은 그러므로 나를 위하여 세상의 것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세상을 위해 나를 바치는 것이 있다. 나를 그 사람의 기쁨이 되게 하고 그들의 성공을 위해 쓰고, 나를 덜어 그들에게 퍼주는 것, 이것이 바로 시의 정신이다. 나는 이것을 다하려고 했다. 그래서 경영학의 시인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내 묘비에 ‘경영의 시인’이라 적어라. 경영과 시, 이 어울리지 않는 짝을 연결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었다.

즐거운 여행이었고 힘써 산 일생이었고 떠나게 되어 서운한 이별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다. 그대들의 삶을 힘껏 살아라.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인생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 때때로 모험을 즐겨라.

“ 꽃이 만발하여 꺾을 만하면 그때 그 꽃을 따야 한다. 꽃이 지기를 기다려 부질없이 빈 가지를 꺾지 마라. 그대의 사랑이 다 지고 나서 그때 통곡하지 마라.”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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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본형소장님은 늘 말씀하신다.
    내향적인 사람이 성공하려면 자신처럼 살아야 한다고.
    나는 그 부분에 진심으로 승복한다.
    세상의 기준을 따라가느라 나를 배반하지 않고,
    지나치게 경쟁지향적이지 않으면서,
    오직 '나다움'으로 승부하여 성공한 사람...

    그래서 구소장님의 방법론에는 전체적인 큰크림과
    시시콜콜한 디테일이 전부 들어있다.
    그냥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2008.04.04 10: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앨리스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이전에 읽은 글인데 다시 읽으니 또 새롭네요. '나는 나를 좋아했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30대에 해야할 일도 많은 참고가 되네요. 요즘 회사 일과 관련해서 다시한번 변화를 시도할까 고심중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 탓에 너무 자주 저지르는 것이 저한테는 오히려 문제이네요^^ 또 들릴께요. 명석님의 개인적인 글을 자주 접할 수 없어 요즘은 많이 안타깝습니다.

    2008.04.04 15:5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앨리스님이 잘 보았어요.
      aging이 갖고 있는 저 복잡미묘한 갈등과 위축감을 드러내야 진솔한 글이 될터인데, '나'를 전면적으로 드러내기가 망설여지네요. 더우기 익명의 방문객을 상대로? ^^ 좀 더 집약된 관심과 목표를 가진 팀블로그나 카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덕목이지만요, 앨리스님. 확실하게 '내 것'을 쌓아가면서 변화를 주도하기를. 살아보니<!> 성공한 사람들은 참 겁이 많더라구요. 돌다리도 두드리는 식의 변화를 시도하는거죠. '작은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거지요.
      내게도 있는 기질이라 동질감에서 드리는 충언인 것을 알아주리라 믿어요.

      2008.04.04 17:16 [ ADDR : EDIT/ DEL ]

 

내 인생의 후반부에 대한 구상은 ‘창조’와 ‘커뮤니티’로 축약된다. 이는 ‘혼자 놀기’와 ‘함께 놀기’라고 바꾸어 말해도 좋을 듯하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 삶에 실망할수는 있어도 너무 심각해지지는 말아라. 인생은 한 바탕 놀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잘 노는 사람들이 잘 사는 사람들이다. ‘창조’는 ‘자기표현’이다. 나는 자기표현을 위해 글을 쓰고, 블로깅을 하며, 그림이나 춤에도 관심이 있다. ^^  자기표현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다. 꾸준히 훈련하여 기량을 키우고, 의미있는 성과물이 나오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이제 좋은 커뮤니티에 대한 탐색을 시작한다. 자료가 많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지만,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겠다.


나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통해 좋은 커뮤니티가 무엇인지를 알았다. 사람마다 관심분야에 따라 다양한 커뮤니티를 택하겠지만, 좋은 커뮤니티를 이루는 요건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연구소에서 추려낸 좋은 커뮤니티의 요건을 적어본다.

좋은 커뮤니티가 되려면 우선 구성원의 자기실현을 돕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무의식중에 늘 나아지기를 원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소모적인 여흥에는 한계가 있다.  프로그램은 조금도 심오하거나 복잡할 필요가 없다. 프로그램의 제안자와 참가자간에, 선배와 후배 간에 진실된 방향성이 있으면 충분하다.

 연구소에서는 1년간의 자기학습을 통해 2년차에 자신의 책을 출간하는 목표를 골간으로 한다.  단순할 정도로 명쾌한 이 목표를 위해서도 해마다 몇 십명의 지원자가 몰린다. 1차 서류심사는 스무 페이지의 ‘나의 이야기’이다. 그 정도 분량을 꾸려낼 수 있는 기본적인 성찰능력을 본다고 할까. 그 다음 최종심사는 몇 주에 걸친 인턴기간이다. 약 한 달간 지원자들은 한 주에 한 권의 필독서를 읽고, 리뷰와 함께 그 책에서 건진 주제를 가지고 한 편의 컬럼을 써야 한다.

그런데 그 책들이라는 것이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한 철학, 경영서로 꽤 두껍고 딱딱하다. 책깨나 읽어왔다는 사람들도 재미가 없어서 ‘구토가 날 지경’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그렇게 어려운 책을 소화하기도 버거운데, 주제 하나를 채택하여 컬럼을 쓴다?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이론을 펼쳐놓느라 어깨에 힘이 바싹 들어가고, 마치 덜익은 밥처럼 문장이 서걱거린다. 대부분 직장인인지라 주말을 다 바치고도 모자라 밤을 새우기가 일쑤이다. 맘에 드는 문장 하나를 얻기위해 동네를 몇 바퀴 돌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기 안에 이런 열정이 남아있는 것을 감탄하고 무한한 몰입과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그런데 지원자들은 결코 다른 지원자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바로 ‘어제의 나’와 경쟁을 한다.  따라서 현재 도달한 수준보다도 얼마나 변화에 절실한가가 당락기준이 되기도 한다.


2007년 제 3기 연구원의 커리큘럼은 아래와 같다. 더러 얇은 시집이나 가독성이 높은 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어려운 사회과학 서적이다. 직장과 병행하며 1주일에 한 권 이런 책을 읽으려면, 거의 여유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 책에서 읽은 주제를 어떻게 일상생활과 연결시켜 글감을 찾을까 끊임없이 궁리해야 한다. 그런 후에 또 쓰기연습. 연구원들은 이렇게 1년간 읽고 쓰는 훈련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훌쩍 크게 된다. 이제 어지간한 책은 조금도 겁나지 않는다. 뚝딱 읽고 리뷰 한 편, 컬럼 한 편을 써 낼 수 있게 된다. 연구근육이 강화된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좁혀온 자신의 관심사를 확정짓고, 자신의 책을 갖기 위한 싸움에 돌입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2007년 2월부터 연구원 출신 저자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연구소에서는 누군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수업을 하지 않는다. 연구원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통해 스스로 커 나가며, 평생 혼자 갈 수 있는 훈련을 하게 된다. 자기목표가 뚜렷한 사람들의 자기학습을 통해 자기실현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실현 프로그램은 어렵거나 대단할 필요는 없지만, 자체적으로 완결적이며 지속적일 필요가 있다. 연구소의 ‘매년 책 한 권씩 출간하기’ 처럼 분명하고 지속적인 성장목표가 필요하다.


연구소가 뛰어난 점은 단지 지적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람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이는 구본형의 철학에서 시작되어 일거수일투족에서 완성되는 알짜배기 생활원칙이다. 어떤 목표, 어떤 활동도 그 이전에 사람이 먼저라는 것. 이 때의 사람중심이란 추상적인 인본주의가 아니라, 바로 눈 앞에 서 있는 구체적인 인간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절대로 타인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구본형의 생활철학은 그대로 연구원들에게 전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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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연구원 몽골연수 중, by 김도윤

그 결과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연구소에 포진하게 되었다. 어떨 때는 인종전시장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령과 경험, 관심과 기질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다. 특이한 것은, 지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이 제각기, 개방적이거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 제각기, 20대의 휴학생과 환갑의 역학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존귀함을 증명받으며 제 목소리를 내고있다는 사실이다. 적지않은 나이에 흔치않은 경험을 한 나역시 이 곳에서 부딪치고 깨지며 나의 고질적인 습관을 버릴 수 있었다. 사람을 평가하고 분류하고 좋은 사람만 좋아하는 버릇을 놓고 비로소 사람을 있는 그대로 껴안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전적으로 개인 구본형의 라이프스타일 덕분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재료로 실험하며, 그 결과를 프로그램화한다.  시처럼 살고싶다는 신조를 조용히 전파한다. 요컨대 종이 위에는 아름다운 싯귀를 쓰고, 거리에 침을 뱉는 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는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줌으로써 나를 항복시켰다.


이렇게 해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커뮤니티란, 자기실현을 위한 방향성과 관계맺기의 훈련이 되는 시공간이다.


관련 글 바로가기 2008/01/29 - [좋은 삶/잘 노는 사람들] - 구본형, 그의 메시지 2006.12.20

 

■ 2007년 연구원 커리큘럼 ■

3월 - 시작하는 달

에릭 홉스봄, 미완의 시대

구본형, 코리아니티 경영

조안, B, 시울라, 일의 발견

알랜, B, 치넨,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4 월 - 무엇이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가 ?


저자들에 대한 서치를 단단히 할 것. 적어도 2 페이지 이상 준비할 것.

책방에서 아래 저자의 책 중 본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책을 골라 읽고 정리할 것.


제레미 리프킨의 책 한 권

엘빈 토플러의 책 한 권

페이스 팝콘의 책 한 권

자크 아탈리의 책 한 권


5월- 지나간 것의 의미 : 묶어 매는가 ? 아니면 찾게 해 주는가 ?


‘역사란 무엇인가’, E.H.카, (길현모 역 - 역자가 중요함)

‘가자, 아메리카로’, 리오 휴버만

‘역사속의 영웅들’, 윌 듀란트

‘한국사 신론’, 이기백


6월 - 그들은 누구일까 ?


'난중일기‘, 이순신

‘백범일지’, 김구

(나머지 세 권 미정: 추사, 다산, 처칠, 일연, 루즈벨트, 간디등 고려 혹은 하워드 가드너의 책들 중 )


7 월 - 나는 누구일까 ?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마커스 버킹엄등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폴 티저외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

(나머지 한 주) * 20 페이지의 개인사를 50 페이지의 개인사로 만들 것


8월- 경영자를 만나다


‘위대한 승리’, 잭 웰치

‘영적인 비즈니스’, 아니타 로딕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혹은 ‘영혼이 있는 승부' , 안철수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 , 칼리 피오리나


9월 - 경영학의 세계


피터 드러커의 책 한 권

톰 피터스의 책 한 권

찰스 핸디의 책 한 권

짐 콜린스의 책 한 권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 구본형


10 월 생각 - 삶을 비추는 빛 1


‘니체, 천개의 눈, 천개의 길’, 고병권

‘호모 루덴스’ J. 호이징하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집 한 권 혹은 신동엽의 시집 한 권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조셉 갬벨


11 월 생각 - 삶을 비추는 빛 2


‘강의’, 신영복

‘관자’, 관중

‘동방 견문록’ 마르코 폴로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장파


12월 문화를 찾아서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컬처 코드’ 클로테르 라파이유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아르놀트 하우저

( 4권중 각자의 취향에 맞는 시대 1권 선택)

‘금빛 기쁨의 기억’, 강영희

(나머지 한 주 ; 내가 생각하는 Coreanity 10 가지와 이를 증명하는 사례)



2008년 1월 - 나는 무슨 책을 쓸 것인가 ? (1)


Off-line 과제물 ‘나의 관심사, 책의 주제’ , 주제들과 관련된 3개의 꼭지글


'뼈 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 각자가 고른 관심영역 좋은 책 3권


2월 - 나는 무슨 책을 쓸 것인가 ? (2)


‘사람에게서 구하라’ - 구본형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연결)

Off-line 과제물 ‘나의 책 서문과 목차, 그리고 4 개의 꼭지글


* 각자가 고른 관심영역 책 3 권



3월- 나는 무슨 책을 쓸 것인가 ? (3)


Off-line 과제물 ‘ 나의 책 서문 수정, 목차 수정, 그리고 다시 4개의 꼭지글’



* 각자가 고른 관심 영역 책 4권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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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펌글창고2008. 2. 7. 13:50


"인간은 춤추는 별을 낳기 위해 자신 속에 혼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中



눈이 내립니다. 건물 사이로 바람이 휘몰아쳐 눈이 창 밖에서 춤을 춥니다. 하얀 눈과 바람이 한데 어울려 벌이는 춤의 향연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릴 적의 기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아마 대여섯 살 때쯤인가 봅니다. 미술 학원이었습니다. 저는 비 내리는 풍경을 그렸죠. 밑그림을 그리고, 비를 뿌렸습니다. 신나게 사방으로 마구 흩날리는 빗방울이었죠. 제 그림을 보고 한 선생님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야, 비는 바람이 부는 대로 한 방향으로 내리는 것이란다…"

이렇게 사소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것을 보면 어린 마음에 제법 충격이었나 봅니다. 그 때 아마 제 안의 어린 아이가 상처를 입었겠죠. 이후의 저는 제가 모르는 어른들의 규칙을 찾아내기 바빴습니다. 마음대로 그림을 즐기기 보단, 더 옳은 방법을 찾는데 골몰했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지루해졌습니다.

이제 돌이켜보니, 세상에 옳은 길은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이 있을 뿐입니다. 눈이 저렇게 휘몰아치듯 흩날리는데, 비라고 해서 사방으로 흩뿌리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또 설령 한 방향으로만 내린다 해도 그게 뭐 그리 대수입니까?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 속에서, 수많은 규칙들과 제약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건 하지 말고, 저것도 하지 마라!' 그러나 그 속에는 당신의 길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대학 가서, 대기업에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들, 딸 낳고, 집을 사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매뉴얼 인생은 이제 더 이상 모범답안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저는 답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한가지 진실만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따르세요. 당신의 심장이 들려주는 뜨거운 소리를 따르세요." 그것만이 옳은 길입니다. 당신의 유일한 길입니다. 마음껏 춤을 추세요. 신나게 빗방울을 뿌려 보세요. 당신은 이 세상에 주어진 단 하나의 당신을 살아낼 자격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의 오롯한 영혼만이 당신의 반짝이는 별입니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마음을 나누는 편지 중에서, by 김도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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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에 ‘5천만의 꿈, 5천만의 역사’라는 꼭지가 있다. 구본형은 그 꼭지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아름다운 개인사 한 장면씩을 사진첩처럼 모아두려고 합니다. 그리고 또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아름다운 꿈 한 장면씩을 역시 모아두려고 합니다.
이 장면들이 모두 모이면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미시적 현세사이고 미시적 비전이 아닐까요?
여기에 다음과 같이 당신의 역사의 한 장면, 꿈의 한 조각을 남겨놓으세요. 첫째, 당신의 생애 중 지금 생각해도 아름다운 장면 하나를 남겨놓으세요. 가장 아름다울 필요는 없습니다.그러나 그 순간이 있어 당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믿게하는 그런 환한 이야기 하나 들려주세요. 둘째, 앞으로 당신에게 찾아올 아름다운 장면을 하나만 미리 알려주세요. 아마 당신의 꿈들 중 하나겠지요. 그래요, 아주 아름다운 꿈 하나 적어주세요.”


이 짧은 글에는 개인 구본형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가 많이 숨어있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꿈’이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적극 권장되지만, 대학생만 되어도 사용하지 않게 되는 이 단어를 구본형은 성인들을 위해 살려내었다.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직장인이 많다는 것에 주목하고, 생긴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꿈’이라 지칭하였다. 변화경영연구소에는 2박3일간 합숙하면서 내면의 꿈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다. ‘내 꿈의 첫페이지’라고 부른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은 꿈벗이라는 이름으로 기별로 혹은 전체적으로 커뮤니티를 유지한다. 최근에는 ‘꿈벗재단’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성인이 되면서 폐기처분되는 단어인 ‘꿈’을 직업화했다는 사실이?
변화경영연구소를 찾는 사람들은 전적으로 구본형의 저서를 보고 모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당히 동질적이다. 경쟁적이고 물질적인 사회생활보다는, 이상적인 경향을 갖고 있어서 창조적 소수자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이 많다. 심한 경우 미운 오리새끼나 아웃사이더로 외곽에 존재하던 사람들이 모였으니 서로 알아보는 기쁨은 말할 것이 없다.
아파트와 재테크와 명예퇴직이라는 단어가 점령한 사회에서 전쟁처럼 살다가, 꿈을 이야기하는 이 곳에 오면 청정지역처럼 공기가 순해진다. 그들은 마치 대학신입생처럼 꿈과 인생을 이야기한다. 비슷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한없는 위안을 받는다. 이 곳에서 느끼는 일체감을 한 젊은이가 잘 표현했다. 꿈벗 전체동문회를 마친 다음날 출근해서 직장동료와 나눈 대화이다.
“은혜 많이 받았어?”
“교회모임 아니었는데?”
“그래? 난 하도 좋아하길래 신흥종교인줄 알았지.”


그 다음에는 ‘장면’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띈다. 구본형은 ‘하루’에 독특한 지위를 부여한다.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조차 벼르고만 있지, 막상 출발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데서 기인하는 것일까. ‘바로,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자만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인생을 잘 살려고 벼르지 말고, 오늘 하루를 제대로 시작하라. 그러다보면 인생을 잘 살게 된다는 얘기이다. 이처럼 ‘하루’와 ‘지금’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종종 ‘장면’의 포착으로 나타난다. 연구원에게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을 그려보라는 과제를 주는 식이다. 이런 방법은 시각화 visualization와도 관련이 있다. 내가 가장 원하는 상태를 머리 속에 그려봄으로써 자극을 받고, 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게 된다. ‘장면’과 ‘하루’가 모이면 ‘일상’이 된다. 구본형은 일상예찬가이다.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은 하루를 잘 경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의 일기를 묶어 펴낸 책의 제목은 “일상의 황홀” 을유문화사 2004 이다.


‘이야기’라는 단어도 아주 중요하다. 그는 자신을 스토리셀러로 인식하고 있는 것같다. 우리들에게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라고 역설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함으로써, 역사 속에 묻혀가는 이름없는 대중이기를 거부하라고 강변한다. 기록하라. 기록함으로써, 나의 문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라. ‘나의 이야기 Me Story'는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한 기록이다. 지난 일에 대해 쓰다보면, 해보지 못한 일들이 부각된다. 이 때 아직 남아 있는 시간에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구본형은 40대의 10년을 “구본형의 변화이야기”휴머니스트 2004 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앞으로도 10년에 한권씩 Me Story를 펴내겠다고 한다.


‘꿈’, ‘하루’, ‘기록’ 같은 메시지는 그대로 날아와 내 가슴에 박혔다. 나는 기꺼이 그의 전언을 내면화하고, 그의 방법론을 따라해 볼 생각이다. “저자가 직접 실험해 보지 않은 자기계발론은 사기다” 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이 직접 실천해 본 방법만을 이론화하고 프로그램화했다. 그래서 실천으로 증명된 그의 방법론은 힘이 있고 신뢰가 간다. 언행일치-그의 가장 큰 덕목이다. 그로 인해 구본형은 그냥 저술가가 아니라 역할모델로 거듭난다. 교육이 별 것인가. 나 닮아라, 나 닮아라 하고 향기와 흡입력을 발산하는 역할모델이 아닌가. 젊은 연구원들은 구본형을 사부라고 부른다. 나는 나이차이가 별로 안나서 ‘소장님’이라는 공식적인 호칭으로 부르지만, 구본형은 師父 맞다. 역할모델이 사라진 척박한 시대에 스승이 될 수 있는 분이다.


그의 컬럼을 통해 인상적이었으며, 그의 일상을 통해 생활로 구현되는 몇몇 메시지를 좀 더 정리해 보았다. 그의 메시지는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내 안의 나’를 일깨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나를 읽는 행위라더니, 사람을 만나는 일도 그와 같은 셈이다.

그의 메시지 중에 내가 가장 서툰 부분은 ‘사람’에 대한 부분이다. 그에게는 하루를 살아가는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원칙 중의 원칙인 셈이다. 그것은 사람이 살고 있었는지의 여부이다. 자신의 마음이 사람이 떠난 빈 집이 되지 않도록 늘 경계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연구소에 모이는 사람들의 동기가 오로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어야 한다고 갈파한다. 어떤 의미있는 활동도 그 다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란 두루뭉실하고 추상적인 이름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연구원 미팅에서 그가 인사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그냥 ‘안녕하세요’라고 전체적인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눈을 맞추고 관심을 표명하는 방식이다. 옷의 색깔을 언급하기도 하고, ‘뭔가 달라졌는데 그게 뭐지?’ 하며 알아채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방식이요 tip이 될 수 있다. 마케팅의 영역에서 보면 관념적인 고객이 아니라, 내 앞에 내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첫 번 째 책을 쓰면서 이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많은 독자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헤매고 있는 知己를 그리는 것이다. 나도 그대와 똑같은 어려움과 방황을 거쳐왔지. 그러나 나의 삶은 소중하기 때문에 나답게 사는 방법을 찾아냈어. 사실 나답게 살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살 수 있다는 것인지 상상도 할 수 없잖아. 나와 같은 길을 가자. 나의 師友가 되어줘. 나는 혼자서도 갈 수 있지만, 그러나 그대가 있었으면 해. 구본형은 사람을 구체적이고 특수한 개인으로 대하는 방식을 데레사수녀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이 불세출의 수녀님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마음에 품고 살았고, 실천에 옮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사람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번에 단 한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만일 내가 그 사람 하나를 붙잡지 않았다면 난 4만 2천명을 붙잡지 못했을 뿐이다.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


이렇게 ‘단 하나의 사람’을 만나서 최선의 자아를 이끌어내는 방식은 다름아닌 ‘인정해주는 것’이다.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인정에 목말라 한다. 하지만 이처럼 명백한 진실을 알고 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구본형은 그것을 알고 행한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다. 칭찬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다.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말라. 그러나 아무 때나 칭찬하지 말라. 남발하면 가치가 떨어진다.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방식의 칭찬이 둘을 가깝게 해 준다.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일을 만나게 되면, 감탄의 눈빛으로 한 번 봐 줘라. 그 눈빛이 천 마디 말보다 위력적이다. 칭찬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고마움을 감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칭찬의 방식을 몇 개 가지고 있는 사람은 훌륭한 처세술을 가진 사람이다. ”


“우리가 스스로를 평가할 때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로 평가한다. 그러나 남을 평가할 때는 ‘그가(그녀가) 어떤 일을 했는가’로 평가한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남을 평가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통해 자신을 평가한다. 따라서 남에게 인정을 받고 싶으면 무엇을 이루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누군가를 가까이 하고 싶다면 그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물어주고 믿어 주는 것이 좋다.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박수갈채다. 그 한 사람이 되어준다면 최고의 동료라 할 수 있다.”


구본형의 생활철학에는 유머와 시도 있다. 모든 성숙한 인격들이 강조해마지 않는 유머 - 빅터 프랭클과 고든 리빙스턴처럼 역경을 견뎌낸 사람들조차 유머를 강조했다. 삶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알면 역설적으로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유머는 고난에서 나온다. 삶의 깊은 체험에서 나온다. 삶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힘써 배워 써먹어야 하는 생활철학이다. 구본형역시 웃음이 깨달음인 것을 알고 있었다. 또 그는 ‘시처럼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에 관한 설명을 직접 들어보자.


“내게 ‘시처럼’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표현의 비약과 함축이다. 일일이 시시콜콜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듣고, 때로는 침묵조차 좋은 언어가 될 수 있다면 그 관계는 매력적이다. 마음의 흐름, 눈빛, 이심전심의 비언어적 언어가 가능하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나는 어떤 경우 이런 삶이 가능하고, 그런 관계가 가능한 인물들이 내 삶 속에 등장하게 될 것을 꿈꿔왔다.


‘시처럼’이라는 말의 다른 하나의 의미는 생각과 상상이 현실과 같은 비중으로 삶 속으로 접근해 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녀와의 사랑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그녀에 대한 사랑은 커다란 그리움으로 실재하기도 한다. 상상 또한 아름다운 실재라는 점에서 그리고 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지금은 시가 사라져 가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시인의 삶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는 곧 세상의 빛나는 언어로 부활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왜냐하면 기계들은 비약과 함축과 침묵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즐길 수 없다. 시처럼 인간적인 것은 없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빛나는 교신인지도 모른다. ”


2004년에 구본형은 몽골로 말타기 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기를 시로 남겼다. 아주 재미있는 내용이다. 유머와 시를 결합시킨 셈이다. 나는 낄낄대며 이 여행기를 읽었다. 내게 유머감각이 없다는 것이 서운했다. 우선 다른 사람의 유머에 크게 웃으면서 연습해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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