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놀이2009. 11. 12. 09:31
 한경애,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그린비 2007


 

신과 ‘함께’ 자연과 ‘함께’ 혹은 이웃과 ‘함께’ 논다는 것이 중요하다. 놀이는 언제나 ‘관계 만들기’ 이기 때문이다. 놀이는 친구들과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새로운 관계를 조성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에이, 혼자서도 잘 논다고? 컴퓨터나 만화책만 있으면? 그야 물론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결코 혼자 노는 게 아니란 것이다. 1인용 게임을 하고 있을 때조차 가장 즐거운 때는 바로 게임과 나 사이의 파장이 일치하는 순간, 나와 게임이 합체한 듯 느껴지는 그 순간이 아닌가. 음악마니아나 애니메이션 광처럼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에게 놀이는 바로 무언가 나 아닌 것과 공감하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한경애의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에서는 저자의 필체가 보이는듯하다. 요즘은 손글씨 구경할 일이 별로 없지만 글씨에서도 얼추 그 사람을 볼 수 있지 않았든가! 활달하고 성격 급하여 빠른 속도로 써 갈기지만, 필체 자체가 독특한 형상을 갖추어 아주 멋스러운 사람! 이건 부럽다는 얘기이다.


책 한 권의 원고를 끝내보니 책이 좀 더 다가온다. 내 원고의 맹점인 ‘인용과다, 관념성, 설익은 소신’이 아프게 다가오면서, 이것들로부터 자유로운 저자가 더욱 돋보인다. 내가 주로 책에서 배우는 유형이기도 하지만, 내 속에서 우러난 이야기가 빈약해서 자주 짜깁기를 한 것에 비해, 저자는 세상에 대고 하고 싶은 말을 자신의 언어로 힘차게 쏟아내고 있었다. 곳곳에서 촌철살인격의 인용과 사례가 그런 저자를 호위하고 있었다.

수유너머에서 공저 한 권을 쓴 다음의 첫 책으로 보이는데 어찌나 글빨 말빨 에너지빨이 좋은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자신의 생활과 철학이 고스란히 투여된 책이어서 그럴 것이다. 한경애는 책 앞날개에 소개된 관심사만 보아도 ‘놀이의 달인’으로 보인다.
수유너머, 진보넷, 대추리 스콰터들, 이주노동자, 자전거로 미래를 달리는 발바리들로도 모자라 밴드를 만들고 싶다는 숙원을 위해 얼마 전부터 베이스 기타를 연습하고 있단다. 그 관심의 다양성과 활동성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책의 전반에 걸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깨달은 것을 전해 주고 싶다는 애정이 넘쳐난다. 중학교 교사답게 청소년을 염두에 둔듯 군데군데 말 놓아가며 반복 학습시켜 가며 참 재미있게 썼다. 인간들의 놀이본능이 어떻게 억압되어 왔는지 그 역사와, 상업주의의 억압을 뚫고 날아오른 참을 수 없는 ‘즐거움’들의 사례가 모두 재미있었지만 위 구절에서 가슴이 철렁했다.


놀이는 언제나 ‘관계 만들기’ 이다.


인정한다. 이젠 혼자놀기에 능하다는 말도 쓰지 말아야겠다. 언제나 나를 가슴떨리게 한 것은 무엇인가 그 대상과의 합일이었음을 인정해야겠다. 위 구절은 내 관계전선을 순식간에 업그레이드시켜 주었다. 저자가 고맙고 우리가 책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종족이라는 것이 고맙다. 내 마음에 들어온 구절을 몇 개 더 소개한다.

 


아메리카 인디언인 아코타족에게는 전투조차 놀이이다. 그들에게 대지는 신이 우리에게 빌려준 것일 뿐 누구의 소유도 아니니 영토를 소유하기 위한 전쟁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삶 그 자체를 신이 준 선물로 여기는 인디언들에게 전쟁은 호연지기를 키우기 위한 놀이이다. 적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가가 아닌 얼마만큼 위험을 무릅썼는가가 명예의 기준이 되고 포로는 융숭한 대접을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간다.


“영국 국기에 검은 색은 없으니 깜둥이들은 꺼져!”

훌리건들이 부르는 응원가의 일부이다. 중략. 유색인종 선수들에게 오물을 던지고 칼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그들. 우리는 어째서 놀이마저 전쟁으로 만드는 것일까?


어느샌가 노는 것이 소비와 동의어가 되어 버렸다. 축제에서부터 여행까지 모든 것이 상품인 이 세계에서 우리는 돈 없이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지 못한다. 신용카드야말로 플레이어 라이센스라고 말하는 소비자본주의의 당당함.


그리스어와 라틴어에는 노동을 정의하는 단어가 거의 없다. 노동이라는 말은 오직 ‘여가가 없는’이라는 뜻의 단어 askholia/negotium으로만 표현된다. 이 언어들에서 삶의 중심은 노동이 아니라 놀이인 것이다.


즐거움만이 우리를 놀게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놀기 위해선 아주 중요한 능력이 필요하다. 기차에서 무작정 내리기 위해서 창 밖에 펼쳐진 풍경이 아름답다는 걸 발견해야 하듯이. 세상과 놀기 위해서 우리는 견고해 보이는 이 세계에서 무수한 차이들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어딜 가도 거기가 거기같이 느껴진다면 아무 데도 갈 필요가 없지 않겠어?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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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에 방영된 SBS스페셜 ‘매력DNA'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보았다. 제작진은 5명의 대학생을 모집하여 특정장소를 찾아가는 간단한 미션을 맡긴다. 그리고 첫 번 째 길찾기가 끝난 후 멤버들 간에 매력순위를 투표하게 하고는, 그 결과를 당사자들에게 거꾸로 알려준다. 적극적이고 재치 있는 태도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에게 꼴찌를 했다고 하고, 반대로 제일 낮은 표를 받은 사람에게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두 번 째 길찾기를 하게 한다.


두 번 째 길찾기를 하는 참가자들의 태도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제일 매력있다는 말을 들은 참가자는 훨씬 적극적이고 유머러스한 태도로 길찾기를 주도하여 ‘정말로’ 매력있는 사람이 되었다. 반면에 처음에 매력적인 태도를 보였던 사람은 뒷전에 서서 사태를 관망하는 쪽을 택했다. 이 간단한 실험은 자기이미지가 어떻게 태도의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안정적인 자기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매사에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


소극적이거나 자신감이 없고 부정적인 자기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안에 갇혀 있다. 자기가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전전긍긍하느라 자연스럽게 자신의 장점을 표출하지 못한다. 사소한 실수를 확대해석하여 과도하게 힘들어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의 세계로 들어서지 못한다. 그러니 건강한 관계를 맺기 어렵고, 발전적인 기회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사례와 경험이 누적되면 인생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인생이 성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인생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삶의 기본은 자기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관계는 내가 나와 맺고 있는 관계를 드러낼 뿐이다.


키스 하라리와 아일린 도냐휴 로빈슨이 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에는 강력하고 안정된 핵심 자기감을 찾아가는 데 대한 팁이 많이 나와 있다. 저자들은 우선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타인이 나를 보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것을 권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를 통합할 수 있다면, 나에 대해 더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친밀감과 유대감을 크게 발달시킬 수 있다.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타인의 입장에 서봄으로써, 우리를 언짢게 하는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베풀 수 있게 해 준다.


저자들은 ‘진정한 나’는 내적 자기 이미지와 외적 자기 이미지의 중간쯤에 있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내 성격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한다. 당신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소망과 두려움, 감정과 집착을 가장 잘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연인과 친구는 당신의 내면에 숨겨진 사실도 알고 있고,  당신이 다른 사람과 교류할 때 나타내는 표현과 행동도 보고 있다. 이 두 가지 관점을 결합한 것이 당신의 개인적인  의견보다 훨씬 공정하고 완벽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타인이 나를 보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라. 그럼으로써 우선 자신에 대해 알라. 그리고 계속해서 최선의 방식으로 주변 상황에 적응해 나가라.  ‘나, 마이크로 코스모스’에 의하면 뇌의 신경세포는 거의 평생 동안 새로 생겨난다고 한다. 그 결과 성격도 언제고 변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운명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이 될 지 각자 자유롭게 정해야 한다. 이제 문제는 더 이상 “나는 누구인가” 가 아니라, “나는 누가 될 수 있는가”이다. 성격심리학자인 고든 올포트 역시 성격을 고정된 특질들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성장하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be가 아닌  becoming이다.


내적 이미지와 외적 이미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상적인 자기 이미지이다. 온갖 장애물을 극복하고 성공에 도달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거기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이렇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을 창조하여, 그 이미지에 부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상적인 자아를 생생하게 떠올리는 사람은 이상적인 자기와 현재의 자기 사이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성공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그대, 자신이 원하는 삶의 주인이 되고 싶다면,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자기이미지부터 구축하라. 여기에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이 나온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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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

    공감이 갑니다. 그리고 위에서 칭찬을 들은 대학생의 경우처럼, 자기이미지를 새롭게 만드는데도 어떤 계기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미 부정적인 자기이미지가 고착화되어 있다면 첫번째 틀을 깨기가 어려우니까요..^^;

    2009.09.21 01:1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초록님, 반갑습니다.
      닉네임이 참 좋아요.
      저도 산책을 할 때마다 이 세상에 초록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생각하거든요.^^

      말씀하신 '계기'와 '기질'은 그야말로 닭과 알의 관계인 것 같아요. '계기'가 바람직한 토대가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보이거든요.
      실제로 자신감 부족한 사람들이 환경 순서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계기'는 내 마음대로 안되지만
      '기질'은 내 노력과 훈련으로 통제할 수 있다~~
      그래서 외부에서 주어지는 계기보다
      내적으로 배우고 깨닫고 변화시키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중에 제일 좋은 방법은 책읽기라고 생각하구요.

      자기이미지가 튼실하지 못하면 사랑이-최고의 계기-
      찾아와도 강박적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제 주된 관심사라 말이 길어졌네요.
      자주 놀러오세요~~

      2009.09.21 09:07 [ ADDR : EDIT/ DEL ]
  2. 얼마만에 틀었는지 모를 티비에서 이 장면 봤었어요!
    흥미로운 실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미탄님이 포스팅해주시니 반갑네요~. +_+ /

    다른사람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주변 사람에게 내가 어떻냐고 물어봐도 대답에 곤란해하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어떻냐니;;;라는 반응이랄까요. ^^
    그냥 딱 하고 떠오르는 걸 말해달라고해도 딱히 없나보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저도 누군가 그렇게 물으면 혹시나 내가 한 말에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을까해서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딱히 어떠하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도 하더라구요. 관찰력과 표현력 부족일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누군가를 어떤 말로 표현해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역시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강한 호기심이 생기는군요~!

    2009.09.22 11: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관찰력과 표현력 그리고 개방성의 문제인 것은
      분명해 보이네요.^^

      맞아요.
      의외로 사람들이 막연한 느낌은 있는데
      그것을 말로 정리하는 것 특히
      그것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을 힘들어 하더라구요.

      조금 방법을 궁리해 본다면,
      주관식 질문이 아니라
      객관식 질문을 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어떠니? 하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워한다면
      1번이 나은지 2번이 나은지는 물어볼 수 있겠지요.

      그조차 물어보기가 뭣하다면
      나 혼자 태도를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민감하게
      '느껴' 보는 수 밖에 없겠지요.

      생각하면 사람이란, 관계란,
      얼마나 단순한지요.
      그저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여주면
      모든 것이 ok라고 생각해요.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가
      내 그릇의 정도인 거지요.
      연륜의 힘도 크구요.

      그러면서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의 반응을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것이 없이 좌지우지 되는 것도 위험하다 싶네요.

      ㅎㅎ 나이만 많지
      나도 관계지능이 떨어지는 터라
      이제 시작인데요.

      꾸준히 포스팅할 터이니,
      자주 놀러오삼~~

      2009.09.21 12:51 [ ADDR : EDIT/ DEL ]
  3. 뷰티오키드

    미탄님~ 흥미로운 글이네요.
    미탄님의 이상적인 자기 이미지는 어떤걸까 궁금해져요^^
    꼭 답을 달아주시라는 예긴 아니고^^ 마니마니 궁금하다는 저의 간절한 바램일 뿐이고!!^^

    2009.09.22 16:4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평범에 꽂히다' 이런 발언으로 미루어볼 때
      뷰오님이야말로 내면의 갈등과 혼란이 없지
      않을 것 같은데요? ^^

      2009.09.23 07:59 [ ADDR : EDIT/ DEL ]
  4. 뷰티오키드

    이상적인 자기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미탄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도 저의 '이상적인 자기 이미지'를
    생각해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미탄님의 이상적인 자기이미지는 어떤 걸까
    궁금해졌었더랬죠.

    2009.09.23 21:29 [ ADDR : EDIT/ DEL : REPLY ]
    • 예~~ 뷰오님.
      꼼꼼하게 읽어주어서 고마워요.
      저번에 뷰오님이 '평범하기로' 작정했다는 말이
      떠올라서 추리해 본 거에요.^^
      이상적인 자기이미지를 포함해서
      자기이미지에 대한 생각이 많으신 것이 아닌가 하구요~~

      2009.09.24 00:01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09. 1. 2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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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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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탄님의 만화다~! @ܫ@ - !!
    그림판에서 노신다는 말씀이 만화를 그리고 계셨다는 말이었군요. 그 어려운 마우스신공을...

    고등학교 처음 들어가서 마음이 불안할 때, 제 짝이 됬던 친구가 첫인상이 좋지 않았어요. 많이 불량해 보였거든요.
    처음 인사할 때 저의 그런 속내를 눈치를 챘었나봐요. 표정관리를 잘 못하는 편이라...
    한동안 서로 대화 없이 지내다가 어떤 계기로 이런 저런 대화를 하게 됬는데, 첫 인상과는 반대로 전혀 불량하지도 않고 참 좋은 녀석이더라구요. 그 후론 계속 친하게 잘지냈구요.
    그때 그일 이후론 사람을 첫 인상으로 평가하는 행동은 하지 않게 되었죠.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많이들 말하는데, 첫인상으로 사람을 규정해버리는 것도 일종의 폭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계속 사는게 어려워지지만 마음이라도 조금 더 느긋해져야 할 것 같아요. 뭐든 빨리 빨리 결론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그렇게 되는 것 같기도하고...

    아~ 이런 깊이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
    좋은 만화 잘봤습니다~~!

    설 연휴 인사 트랙백 걸고 가요. ^ܫ^ /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2009.01.24 15: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좀 더 나이가 들면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거나,
      내 취향이 아닌 사람과는 아예 상종을 하지않는 기류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같은 모임이라고 해도 내 사람만 챙기는 거지요.
      정기적으로 얼굴을 보는 사람들 중에도 서로서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들의 모습이
      갑자기 서글퍼졌다고 할까요?

      신기하게도 위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도 뭐 잘 한 것 없잖아?
      하고 반성하는 기분이 들면서
      나부터라도 조금이라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겠다
      싶어지더라구요.
      역시 생각도 곱씹고 볼 일이에요.
      표현도 하고 볼 일이구요.

      마음편하고 만족스러운 연휴 보내기 바래요~~

      2009.01.24 21:14 [ ADDR : EDIT/ DEL ]
  2. 오늘 도서관을 갔는데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가 없지 뭐야염..흑흑..
    그래서 인간관계론 빌려 왔지요..책신청을 해야 할 까봐요.^^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2009.01.24 18: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엇! 그렇게 서운할 데가! ㅜ.ㅜ
      토댁님의 명절은 누구보다 바쁘고 풍성할 것 같아요.
      눈이 많이 내리네요.
      운전조심 뱃살조심 스트레스 조심하시고 ^^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한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2009.01.24 21:17 [ ADDR : EDIT/ DEL ]
  3. 직접 그리신건가요? 이런 재주도 가시고 계시는 줄 몰랐습니다.

    요즘은 첫인상을 안좋게 준 것 같애도 그냥 그런가 합니다. 계속 볼 사람이라면 제 원래 모습을 보여줄테고... 그래도 계속 안좋은 인상만 준다면 그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ㅡ.ㅡ

    2009.01.24 19: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이렇게 단순한 작업도 창조에 들어가는지,
      기분전환이 되어서 신기하네요.

      서로 알아볼 생각도 하기 전에 취향과 편견에 따라
      자리매김되고, 두 번 다시 소통과 시선이 만날 일이
      없는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좀 답답하고 아쉽게
      느껴졌어요. 사실 그 차이라는 것이 별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2009.01.24 21:21 [ ADDR : EDIT/ DEL ]
  4. 우리는 서로 완벽히 죽은 사람이야.를 보고는 잠깐 생각에 잠겼습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서로 연락하지 않은지 1년이 넘은 숱한 전화번호 말입니다.
    그것 또한 죽은 전화번호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가끔씩 정리하기는 합니다만, 그 중에서도 살려달라고 외치는 번호가 있겠지요?
    설이고 하니.. 그 핑계삼아 안부전화 한번 해보아야 겠습니다.

    2009.01.27 17: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지장보리님의 댓글 중
      "살려달라고 외치는 번호" 라는 글귀가 애틋하네요.^^
      아직 '죽이기에는' 서운한 어떤 인연,
      그러나 별 수 없이 스쳐 지나가야 하는
      인연들이 떠올라서요.

      2009.01.28 08:12 [ ADDR : EDIT/ DEL ]

 나는 참 재주가 없는 사람입니다. 진짜 음치에 기계치에 길치입니다. 노래방에서 내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다양한 평가는 요기에 나와 있습니다. ^^  일을 관두면서 차를 없앤 것이 세상 편할 정도로 기계가 부담스럽습니다. 지금도 딸애가 그렇게 권하는 자전거와 친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공간감각도 평균이하입니다.


그런데 요즘 내가 잘하는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를 보살피는 일’입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정서적인 안정감을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을 때에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나는 살아있다!’ 고 되뇌어 봅니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그것 하나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살아있는 것처럼 살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합니다. 죽으면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을 테니까요. 나는 살아있다! 이 한 마디로 어지간한 우울이나 슬럼프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어느새 나의 만트라-mantra, 眞言-가 된 것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내가 ‘나’를 만난 것은 내 뜻이 아니요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지만, 나와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내 인생의 주체이자 의미요,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늘 나를 보살피고 나를 위로하고,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읽고 쓰는 것에 지칠 때면, 이미 성공한 작가로서 원고청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나는 유능한 작가인데 오늘따라 글이 안 풀린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섣불리 지치지 않고 멈추지도 않고 내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고 계절과 시간을 느끼는 것이 작가의 본업이라고 생각하며 산책을 하곤 합니다.


늘 내게 무엇을 해줄까를 생각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숲을 느끼며 천천히 걷는 일, 산책을 마치고 좋아하는 빵집에 앉아 몽상을 즐기는 일, 혼자 음식점에 가서 처음 먹어보는 메뉴 시키기, 대중탕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는 일 등...  별 것 아닌 일일지라도 나를 보살피는 마음으로  의미를 담뿍 담아 행합니다.


이처럼 나를 보살피며 살다보니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 신경쓰기보다, 다른 사람에게로 관심의 초점이 이동된 것입니다. 이제는 나를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습니다. 무조건 나를 발산하기보다, 나의 체험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고, 다른 사람이 성장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곧 나의 기쁨이요 성장인 것을 알겠습니다. 아마 나를 찾고 나니, 더 이상 나에게 집중할 필요가 없어졌나 봅니다.


앨리스 D. 도마는 ‘자기보살핌’의 최종목표가 나의 이미지와 소명을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의 소명을 완수하고 나의 운명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자기보살핌의 극치라는 거지요. 그 말에 공감하면서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자기보살핌’의 목표는 사람을 더욱 더 뜨겁게 껴안는 일이기도 합니다. 나를 세운 다음에는 나를 버려라! 가 되는 거지요. 오랫동안 내 안에 갇혀있던 사람답게 이제는 사람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 생각으로 넘쳐납니다. 사람들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웃음과 성장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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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겸씨

    우연히 지나가다 들렸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분 같으네요~ 자기 보살핌,,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필요한 키워드 인거 같습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 남도 챙길 수 있는 거겠죠 ^^

    2008.11.21 11:2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예, 동감입니다.
      조금도 자기를 보살필 줄 모르고 자녀들에게 헌신적인 유형이 더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던걸요.
      무플의 썰렁함에서 구제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08.11.21 15:28 [ ADDR : EDIT/ DEL ]

무슨 책을 읽다가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라는 구절을 읽었네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이 세상에 드라마만큼 사랑이 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절대절명의 사랑을 만난다 해도 그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독립성이 살짝 넘치는 ^^ 나는, 사랑을 해도 내가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사랑받는 것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갈망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을 너무 기뻐하는 사람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인생의 성공은 관계의 성공인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들하고 접속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갈수록 시간은 빠르고, 더 이상 삶을 관망해서는 안되겠다는 절박함에서지요. 블로그이웃들과의 모임도 가능하겠지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굳이 구분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광주지역 블로거들이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듯이요.


광주전남 블로거모임후기 http://bloggertip.com/?page=20

사람에게로 먼저 다가가겠다는 마음을 먹으니,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큰 덕목인지를 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내가 먼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물론 노력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마음이 우러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지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귀하디귀한 선물입니다. 그러니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 앞에서 크게 기뻐하던 사람들이 옳았던 겁니다.


그러나 누군가 좋고 나쁘다는 것을 뛰어넘는 것도 하나의 훈련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판단 안에 갇혀 있어서인지,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군요. 마음속으로 이럴 것이다 판단하는 순간 누군가의 진솔한 속내와 만날 가능성은 희박해집니다. 판단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가만히 한 인간을 느껴보라.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걸어보지 않은 한, 섣불리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올 가을, 나는 사람에 관해 장애물 하나를 넘은 기분입니다. 관계에 관한 한 거의 유아적인 자기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대뽀 전략을 쓰려고 합니다. 내가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저 무방비로 들이대는 것입니다. ^^

어쩌면 이런 태도가 관계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것보다 건강할 것 같습니다. ‘소울메이트’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데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려고 애쓰라.  완전한 친밀함에 대한 환상보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낭만적인 사랑만이 전부가 아니라, 사랑은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수만큼이나 주위에 많은 거지요. 우리가 더 많은 사랑을 원한다면, 우리의 삶과 사랑에 빠져야 합니다.

  

  

** 두꺼운 글씨는 '인생수업'에서 인용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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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비꽃

    정경연의 '음악퀼트'제안 정말 좋더군요.
    모임이 결성되면 저도 동참합니다.
    오늘도 새로운 '무대뽀 전략'을 기대하고 응원하며...^^

    2008.11.06 12:2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모임을 구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올레님의 ^^ 조각보클럽도 겹쳐지던걸요. 너무 글이 길어질까봐 쓰지는 않았지만요. 정말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미래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올라요. 모두 적극적으로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모의테스트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모임이 결정된 것도 아니고, 첫 주자에게 너무 많은 시선이 쏠려있어 본인이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 댓글로 힘을 실어주는 등 수면 위로 나오시지요? ^^

      2008.11.06 14:00 [ ADDR : EDIT/ DEL ]
  2. 먼저 좋아하기,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 사랑에 대한 환상보다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좋아함을) 실천하기...
    제가 마음에 새겨두어야할 얘기들이네요.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키우며.. 연애하던 때와는 다른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서보니
    관계도 넓어지고, 만남의 질도 변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참 힘들게 느껴졌어요.
    그동안 생각하던 '사랑'이란 단어에 혼란이 오더군요.
    어떤게 사랑일까.. 기존의 생각에 매여 있지말고 새롭게 정의해가야겠다.. 생각하긴 했답니다.
    여전히 힘들지만.. 미탄님 글 읽으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잘 해나갈 수 있을것 같다..는 자신도 조금은 들구요. 휴..

    2008.11.19 11: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관계에 있어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은 지나치게 밀착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나는 심지어 스무 살 딸애하고도 너무 가까워지면 꼭 마찰이 생기던걸요. ^^
      여자들이 더 관계지향적이라고 하거든요. 모든 것을 공유하고 모든 것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가 쉬운데요.
      적절한 거리를 수용하고 유지할 수 있는 자신감과 매력, 융통성과 기술이 중요할 듯 싶어요.
      ㅎㅎ 나는 순 이론이라우. ^^

      2008.11.19 22:03 [ ADDR : EDIT/ DEL ]

 요즘은 거울을 볼 때마다 충격을 받습니다. 나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거울만 보면 가슴이 철렁철렁 합니다. 눈꺼풀이 내려앉아 눈이 점점 작아지고 있고, 볼이 늘어져 내 얼굴 같지가 않고 이상하게 낯설어 보입니다. 머리숱이 없어져 정수리가 훤해 보일 때면 거의 공포가 밀려 옵니다. 내가 늙는구나!  말로만 듣던 노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나와 거울 속의 모습이 일치가 되지 않습니다. 내 나이가 지역정보신문의 구인광고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을 발견하거나, 주변의 퉁명스러운 아줌마 대접에 접할 때면 전신에 힘이 빠집니다. 이렇게 퇴물이 되어가는 거구나. 아직 제대로 살아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아졌는데 살아볼 기회를 차단당한 것 처럼 억울합니다. 무슨 기운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고, 내가 생각하는 나와 거울 속에 보이는 나 중에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정말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심하면 돌겠구나 위기의식이 몰려왔습니다. 그 때 친구들이 생각났습니다. 젊은 날 내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호기를 가지고 농촌에 드나들었으며, 소읍에서나마 내노라 하는 학원의 원장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이 필요했습니다. 무슨 일을 해도 참 익숙하게 잘한다며 감탄해주고, 언젠가 일 낼 것이라고 알아봐 주는 시선이 그리웠습니다. 내 지난날을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 앞에서는 내 정체성을 의심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나의 잠재력과 개성을 믿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후반생을 역동적으로 살아내는 것이 덜 힘겨울 것 같은 거지요. 맙소사! 내가 나다운 것을 인정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니! 나로서는 정말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전에 읽은 인용구절 하나가 뒷통수를 쳤습니다.


알렉시스 토크빌은 ‘미국 민주주의’에서 ‘조상을 잊고 동료를 무시함으로써 개인을 영원히 홀로 남겨두어 결국 자기 마음의 고독 속에 가둬버리게 될 것이며... 독자적인 삶을 얻을 수는 있으나 그것은 죽음보다 더 나쁜 삶이며... 개인을 홀로 남겨둠으로써 다수의 영향력 앞에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고 경고했다


이제껏 내가 ‘독자적’이라고 생각했던 삶이 죽음보다 더 나쁘다구? 가슴이 철렁하며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인정할 수 없는 사람에게 무심했을 뿐이지 무시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특정한 것만 좋아하는 데에는 다른 것에 대한 경멸이 숨어있었던 거지요.  나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내게 손 내미는 사람들조차 거부했습니다. 잘못 살았다! 뭔가 삶의 진수를 놓치고 산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요즘 서서히 자기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사람을 판단하는 버릇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심을 갖는 것이 나의 과제입니다. 내 마음에 들면 어떻고 또 안 들면 어떻단 말인가.  누군가와 공감을 나눈다는 것은 내 기호보다 중요합니다. 기호를 뒤집어라. 기호에서 벗어나 사람에게 다가가라. 사람 그 자체를 좋아하려고 애쓰라.

이제 나는 경험에 의해 승복합니다. 아무도 이 세상 어딘가에 속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위대하고 강한 사람은 없습니다. 어딘가에 속한다는 귀속감은 단지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따뜻한 감정 차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생사의 문제입니다. 좋은 친구를 두는 것은 단순히 영혼에 좋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습니다. 우울증을 예방해주고 면역체계도 강화시켜 주며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게 해 주니까요.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춰주고 스트레스와 호르몬을 정상수준으로 유지시켜준다니 굉장하지 않습니까. 좋은 관계는 목숨까지 구해주는 것입니다.  사람을 멀리 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사람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섬이 아닙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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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느 책 챕터 서문에 '수학과 영어를 공부하듯 인간관계도 공부해야 한다'라고 쓰인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능한 친구들에 비하면 전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가 필요한 사람 같아요. 특히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가는데 대해선 말이죠. 사람은 섬이 아니다. '어바웃 어 보이'란 영화에서 들은 말이라 더욱 가슴 깊이 박히네요^^

    2008.10.27 13:17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이 귀절이 그 영화에 나오나요? 저는 어디선가 책에서 본 것 같아요. 가끔은 아예 내 것이 된 듯한 표현의 처리에 대해 생각하지요. 일일이 출처를 달기도 그렇고, 또 아예 잊어버린 것도 있어서요.

      '공동육아'의 교육목표가 '관계'인 것을 보고 그 혜안에 놀랐습니다. 유아들에게 자기 또래와 어른, 자연과의 관계맺기 위주로 교육과정이 짜인다는 거지요.

      우리 어른들도 공동육아를 벤치마킹해서 공동관심협동조합... 그런 것 해 보면 참 좋겠어요. 목표는 '관계연습'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기'와 '지식의 공동생산'!

      2008.10.27 21:38 신고 [ ADDR : EDIT/ DEL ]


요즘 딸과의 관계정립이 한창입니다. 성년이 된 딸을 대하는 것이 어릴 때의 딸을 대하는 것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요. 모녀 사이라고 해도 크고 작은 갈등이 쉴새없이 일어납니다. 가령 나는 길치인데 딸애는 공간감각이 뛰어납니다. 같이 길을 나서면 내가 딸을 졸졸 따라 다녀야 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편하게 따라 다니는데, 살짝 아니꼬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틀리기도 일쑤입니다. ^^


딸이 리포트를 쓸 때는 상황이 역전됩니다. 분위기가 좋을 때는 편하게 도움을 요청해 옵니다. 엊그제는 말도 안되게 어려운 ‘노동복지’ 같은 책을 읽어야 했습니다. 담당교수가 쓴 책이라는데 어찌나 난삽한지 내가 읽어도 ‘요해’가 안됩니다. 심지어 한 문장이 일곱 줄에 달하는 것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딸애가 과제를 직접 하는 것이 조금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내가 읽고 대충 간추려 주었더니 딸이 감격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난기류가 흐를 때는 딸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낑낑대며 저 혼자 해결합니다.


이 정도는 애교어린 상황인데 라이프스타일이 부딪칠 때는 제법 강도 높은 긴장이 발생합니다. 딸애는 스스로 ‘치사할 정도로' 돈 계산이 빠르다고 말하는 현실파이고, 반면에 나는 현실감각이 대폭 떨어지는 낭만파이니, 가히 ‘적과의 동침’ 수준입니다. ^^


딸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남이라면 가차없이 멀리 했을 정도의 ‘차이’를 수용하고, 서로 이해하며 끝내 ‘함께’ 하는 훈련을 하고 있으니까요. 긴장이 첨예할 때는 슬쩍 밀어 놓고 냉각기를 가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운한 마음이 가시고 서로의 입장에 역지사지가 가능합니다. 그러면서 좀 더 상대를 배려하게 되고, 대화의 수준이 깊어집니다.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각자 독립된 개체로서 자기의 방을 갖고, 상대의 영역을 보듬을 따름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다 비슷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소한 차이 때문에 사람 내치지 않기, 서둘지 않고 나를 드러내기,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작은 실수는 신속하게 잊어버리기... 나는 딸과의 관계를 통해 톡톡히 관계연습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딸에게 “ 나 이렇게 사람 깊이 사귀는 것 니가 처음이야” 했더니 박장대소합니다. 딸과 내가 친밀감을 나누는 연습을 통해 좀 더 넓은 세상에서도 좋은 관계로 나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데 치유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우리는 중요한 발견을 한다. 그것은 바로 친밀한 관계는 허울이 판치는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신성한 곳, 우리가 있는 그대로 우리 자신일 수 있는 곳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우리의 진실을 말하고 우리 내면의 갈등을 나누고 우리 자신의 허점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이런 종류의 가면 벗기는 두 영혼이 만나 서로에게 더 깊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신성한 행위다.

- 존 웰우드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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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귀한 글 잘 보았습니다. 일상적인 관계로부터 무수히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가꾸어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져보게 되네요.. ^^

    2008.10.02 09:38 [ ADDR : EDIT/ DEL : REPLY ]
    • 예, 살아볼수록 중요한 것이 '관계'같습니다. 늘 성실하고 겸손하신 buckshot님의 자세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2008.10.02 21:36 신고 [ ADDR : EDIT/ DEL ]

 

앤드류 매튜스 글 그림, 관계의 달인 - 인생의 99%는 관계가 만든다. 북라인 2008


인생의 행복은 삶의 태도에 달려 있다.
 

이 책의 머리말 첫 줄을 읽으며 캬아~~  하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이제껏 살아온 내 경험에 비추어 이 말은 사실이다. 인생의 행복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 일과 목표, 실패와 고통 같은 것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 태도라는 말은 가치관이나 철학과도 비슷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치관이나 철학보다도 태도라는 말이 훨씬 실제적이다. 머리 속에 얼마나 복잡하고 체계 잡힌 철학이 들었는지 몰라도 세상에 드러나는 것은 그 사람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에  ‘삶의 태도’ 말고도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있다고 한다. 바로 ‘사람들’이 그것이다. 이 말을 들으며 나는 가슴 속이 아리다. 내가 정말 늦게 깨달은 만고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좋은 줄을 몰랐던 탓에 인생의 기쁨을 많이 놓쳤을 뿐 아니라 성장기회도 놓쳤다. 독립적인 삶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사람은 관계 안에서 살아야 한다. 이제껏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봐도 그 대답은 자명하다. 아이들이 크면서 말 배울 때, 내 말을 잘 받아주는 친구와 한 잔 할 때,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동호회와 함께 할 때 나는 행복했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삶의 목표가 우정이라고 했던 연암을 닮고 싶어진다.


이 책은 그토록 중요한 관계에 대한 책이다. 원제는 Making Friends 이지만 딱히 친구 사이가 아닌 모든 인간관계에 통용되는 책이다. 친구는 물론 부모와 자식, 부부,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처럼 사람사이를 결정하는 원칙은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놀랍도록 단순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간단하고 쉬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오랜 세월 관계의 바깥에 머물러 온 내 눈으로 볼 때 이 책은 모두 옳다!


다른 사람들도 당신만큼 두려워하고 있다

사랑은 살아서 성장하는 존재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홀로 설 수 있는 사람만이 함께 설 수 있다

아무도 당신만 바라보지 않는다

달콤한 인생은 더불어 사는 인생이다

솔직해지면 문제도 단순해진다

당신의 행동을 일일이 설명하지 마라

사람들에게 ‘네가 틀렸다’고 말하지 마라

예절이 친구를 만든다


눈에 띄는 목차를 옮겨 본 것이다. 명백한 사실 아닌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행하지는 못하는 사실로 꽉 차 있지 않은가? 


한 고독한 여인이 레오 버스카글리아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 남편이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 집 개한테 바로 그렇게 대하니까.”


우리도 언제고 이런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나는 대학생이 된 아이들을 대할 때 자주 혼란스럽다. 어떻게 엄마역할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확신이 안 선다. 그래서 가끔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주저할 때도 있다. 내가 아이들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이 확대된다면, 나 역시 아이들 대신 애완견에게서 사랑의 결핍을 해소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딸을 껴안으며 이렇게 말해 주었다.


“사람과 사람이 껴안을 때는 핏 속에 헤모글로빈이 증가한대. 헤모글로빈은 온 몸에 산소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니 정말 중요하지. 그러니 우리 자주 껴안으면서 살자. 만일 서로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게 되면, 그걸 저지하는 암호를 정하자. 헤모글로빈! 이라고 말하는 거야”


바로 이 책에서 배운 것이다. 딸은 일부러 ‘헤모로빈!’ 이라고 잘 못 말하며 한 번 더 웃겨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일방적으로 관계 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관계에 함몰되지 않는 주체성에 대해 누차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너무나 쉬운 문체로 어려운 관계의 비밀을 파헤친다. 가령 남편의 폭력을 용인하는 것은 아내라고 말한다. 나의 중심을 가지고 단호하게 경고하고, 그 경고대로 행동한다면 계속해서 아내를 무시할 남편은 없다. 그런데 남편의 폭력을 용인하는 아내는, 모든 핑계를 남편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자신이 무언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개척하는 위험을 피하는 대신 남편의 폭력 속에 숨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자신의 태도로써 자기가 받는 대접을 결정한다.


이 책은 놀라울 정도로 쉽고 간단하다. 그런데 중요한 말을 다 하고 있다. 책 전체를 통해 거의 인용을 하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 아래의 구절들을 읽어보라. 좋은 삶을 가져오는 원칙은 그렇게 어려울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네 살짜리 아이에게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제 서른 다섯의 다 큰 어른이 되었다면 스스로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나 본연의 모습을 갖추어야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지성과 재치로 상대방을 압도해야 할 필요는 없다. 공통점을 찾아내거나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인간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상대방이 누구든 쉽게 대화를 할 수 있다.


말은 행동의 대용물이 될 수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행동도 말의 대용물이 될 수 없다.



인생은 자신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원하는 대로 살면 된다. 자신의 인생 전체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무례하게 굴어서도 안 되지만,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는 사업과 같다. 아무런 변화 없이 정체해 있는 게 아니라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지는 것이다. 관계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그것은 당신이 살아가면서 아무것도 깨닫는 바가 없음을 의미한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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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비꽃

    오랜만예요. 미탄님.
    그 넘의 '관계' 때문에 행복하기도 하고,
    상처도 받는 저같은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네요.
    우리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하는 실수 중에
    '관계'에 가하는 해가 가장 치명적인 것 같아요.
    그건 인간살이가 서로 연걸린 관계에 다름아니기에.
    어떤 인간도 홀로 서서 아무에게 선함도 해악도 주지 않는다면 그건 죽음이겠죠.
    마지막 인용문에 끄덕입니다.
    올해 많은 '관계의 재산'을 놓거나, 잃어버리면서 받은 아픔이 있었는데,
    그게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이겠거니 싶습니다.
    아무 갈등없는 좋은 벗이 많았다는 것이나,
    갈등을 가질 벗이 없었다는 것이나 '사업'에 있어서는 정체 그 자체로군요.^^

    2008.09.04 11:41 [ ADDR : EDIT/ DEL : REPLY ]
    • 어이쿠! 제비꽃님의 댓글이 이 책보다 더 내공이 쌓인 것 같은데요. 이 두 문장 너무 좋아요!

      어떤 인간도 홀로 서서 아무에게 선함도 해악도 주지 않는다면 그건 죽음이겠죠.


      아무 갈등없는 좋은 벗이 많았다는 것이나,
      갈등을 가질 벗이 없었다는 것이나 '사업'에 있어서는 정체 그 자체로군요.^^

      2008.09.04 11:56 신고 [ ADDR : EDIT/ DEL ]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조촐한 창업강좌를 듣고 있는 중입니다. 여성경제인협회에서 주관하고 중소기업청에서 후원하는 건데요, 강의내용이 기대 이상으로 전문적이라 흐뭇합니다. 홍보가 잘 안되었는지 정원 30명에 훨씬 못미치는 16명이 수강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수강생들의 면모가 눈에 쏙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독보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남들은 두루뭉술한 중년으로 봐버리는 못된 버릇 탓이지요. ^^


그런데 웬걸요. 강의가 진행되면서 속내를 알고나니, 저마다 치열한 승부근성을 가지고 삶을 헤쳐나온 전사들이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세상에 대한 레퍼런스가 제일 취약한 책상물림에 불과했지요. 어떤 분은 공기업에서 23년을 근무한 뒤로 자영업을 위해, 보육교사, 종이접기 강사, 유아교육과 졸업, 사회복지사를 거쳐 요양사 자격증을 취득한 분도 있었으니까요.


정혜신은, 세상사람은 모두 저마다 대단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아무도 대단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만 여명에 가까운 상담자의 내면을 들여다본 정신과의사가 하는 말이라 그런지, 일반적인 감회보다 무게가 실립니다. 모든 사람이 대단하다는 것은, 개체로서의 아무개가 갖고 있는 개별성에 대한 존중이라고 이해가 됩니다. 아무도 대단하지 않다는 것은, 지위와 명예의 고하에 상관없이 사람의 속성이 같다는 것이 아닐까 싶구요. 가령 인정욕구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지요.


조셉 켐벨도 ‘보통 사람은 없다’는 말을 함으로써, 내 고질적인 버릇에 쐐기를 박습니다. 내가 가진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못된 버릇입니다. 늘 냉정한 관찰자의 시선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소통을 차단했지요.  내 기준을 통과하는 사람에게는 과도한 의미를 집중하기도 했구요.


지난 날의 모든 선택이 이 버릇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계’란 그처럼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치명적인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주변을 봅니다. 사람에 대한 시각이 달라짐으로 해서, 내 삶 자체가 아주 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래저래 지금부터의 삶이 진짜입니다. ^^


모이어스 : 진정한 예술가는 , 조이스의 이른바 만물의 ‘광휘’를 , 그 자체가 가진 진리의 드러냄으로 인식하고 해석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런 희한한 재능이 보통 사람에게는 없지 않습니까?

켐벨 : 나는 보통 사람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 자체도 믿지 않아요. 사람은 다 삶의 경험에서 기쁨을 느끼는 나름의 방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마땅히 그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계발하고, 그것과 사귀어야 합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보통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거북해지곤 하는데, 그 까닭은 내가 보통 사람, 보통 여자, 보통 아이 같은 걸 도무지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 '신화의 힘' 에서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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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득 한선생님은 어떻게 자료를 모아두셨다가 꺼내어 쓰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저의 방식으로는 이렇게 다양하면서도 자주 인용을 사용하기가 어렵거든요. 저의 방식이라봤자 연구원들이 다 하는 책읽고 발췌하기 정도인데, 애써 적어놓아도 기억이 나지 않으면 깊숙히 묻혀버리기 일쑵니다. 한수 가르쳐 주시죠 ㅋ

    2008.07.20 13:36 [ ADDR : EDIT/ DEL : REPLY ]
    • 음? 경빈씨가 '한 정리'할 것 같은 생각인데 아니라구? ^^ 나야말로 초보적인데?
      세컨드라이프, 실천력, 기획사례... 소제목으로 폴더 만들어놓고 비슷하다 싶은 것 갖다 놓는 식...
      심심할 때마다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지들끼리 연결되는 시점이 있긴 해요. ^^

      2008.07.20 17:19 신고 [ ADDR : EDIT/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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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군대 간 아들이 여자친구 주려고 만든 보석함입니다. 군대에서 만든 것을 휴가나와서 마무리 작업을 하는 모습입니다. 옆구리 쿡쿡 찔러서 내 것도 하나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는 아들을 보며, 감개가 무량합니다.


“나는 내가 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끝났다는 것을. 이제 난 그의 인생을 지켜보기만 할 뿐, 이제부터는 삶이 그를 다듬어 나갈 차례였어.”, ‘중년의 위기를 맞은 로미오와 줄리엣’  저자의 표현이 참 정확합니다.


역사적으로 부모와 자녀가 이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적은 없습니다. 1900년 경에는 두 세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20년 정도에 불과했는데, 오늘날 남성은 50년, 여성은 55년으로 늘어났습니다. 이 중에서 부모 대 아이로 있는 것은 20년에 불과합니다. 성인 대 성인으로 지내야 하는 시간이 훨씬 깁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새로운 관계를 맺지 못하면, 만만치 않은 갈등이 빚어질 염려가 있습니다.


성인이 된 자녀들의 세계는 계속해서 확장됩니다. 반면에 부모의 세계는 점점 축소됩니다. 부모와 자녀가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역전됩니다. 그런데도 품 안의 자식 취급을 하면, 점점 물정모르는 ‘꼰대’가 되어갈 뿐입니다. 어떻게 새로운 관계를 맺을 것인가, 그것은 내게도 커다란 숙제입니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자녀를 놓아주자, 부모 노릇은 60세가 되기 전에 끝내자, 그 자리에서 다시 고민해보자는 것 하나 말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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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비꽃

    많이 공감되는 글입니다. 자식은 슬하에 있을 때 기쁨을 누린 것이 전부라는 말처럼.
    무릎에 앉히고 사랑해주던 그 시기는 얼마나 짧은지요. 아이를 늦도록 업어주던 것은 그 기쁨을 연장하고 싶은 저의 마음이었죠.
    자녀와 분리된 인생 2막을 시작하려면 우리 나이 40정도부터 자신을 위한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성년이 되어 독립할 때, 잘 떠나보내려면 나의 놀이나 일이 확실해야 서로 부담없이 분리가 될 것 같아요.

    2008.05.21 00:5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우리 부모님 세대가 무조건적인 헌신으로 해서 짜증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인정과 회귀는 보장받았잖아요. 우리 세대 특히 나처럼 자기중심적인 엄마의 정체성에 고민이 많아요. 아~~ 이 부분에도 직업적인 틈새가 있을 수 있겠어요. ^^

      2008.05.21 07:4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