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12.04 <82호> 지식코뮌을 꿈꾸다 (20)
  2. 2008.10.13 <69호> 낭만적 사랑은 과대평가되었다 (6)
  3. 2008.09.23 <54호> 내 인생의 목적은 우정 (2)

나는 우정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성도 있고 남녀간의 사랑도 있습니다만, 새끼를 사랑하는 것은 짐승도 하는 일이고^^ 사랑은 너무 귀하고 짧고 변덕맞기 때문입니다. 사랑도 안정권에 도달하면 우정을 닮아가지 않나요?


내가 아는 우정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고미숙과 연암 박지원의 우정입니다.

고미숙은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극진한 애정을 가지고 연암을 되살려낸바 있습니다. 그는 연암을 만남으로써 글쓰기와 인생에 커다란 변환을 맞이한 것처럼 보입니다. ‘여행의 스릴과 서스펜스, 거대한 문명적 비전과 심연을 투사하는 시선, 범람하는 유머와 패러독스를 갖춘’ 연암의 글쓰기를 흠모하며 연암이 이룬 ‘우정의 정원’을 오늘에 되살리는 실험을 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공부가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로서의 기능적인 공부 말고, 사람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그런 공부 말입니다. 앎의 기쁨은 커녕 출세를 위한 지식공장으로 전락한 학교 현실에 대한 고미숙의 비판은 신랄합니다.


“먹고 살고 번식하는 것은 뭐 박테리아도 하는 일이 아니냐, 적어도 공부라고 하면 존재 자체가 특별한 단계에 도달하는 과정이어야 하지 않을까.”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는 ‘존재 자체가 특별한 단계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한 책입니다. 책 전반에 걸쳐 공부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내 흥미를 끈 것은 이런 표현입니다.


근기根器란 그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에너지의 분포도 같은 것이다.

그릇 혹은 카리스마라고도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성적이나 학벌이 아니라 바로 이 근기다. 그런데 이것을 제대로 충전할 수 있는 길은 단언컨대 독서밖에 없다.


실제로 공동체 생활을 해보면 학벌이나 지위, 부와 명예 따위가 하등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오로지 몸과 몸이 부딪히면서 일으키는 ‘어울림과 맞섬’이 있을 뿐이라구요. 그리고 그것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거지요. 나는 이 표현이 참 좋습니다. 부와 명예 같은 허울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운에 따라 부침浮沈하는 것이 아니라,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지금, 여기의 삶을 긍정하고 자기의 운명을 적극 탐구하며, 누가 뭐라 하건 거침없이 제 갈 길을 가는 근기根器! 그것이야말로 한 사람을 결정짓는 요체일 것입니다. 이 근기를 키우는 일이 바로 공부라는 거지요.


내가 이토록 귀하게 여기는 우정과 공부를 합하면 지식코뮌이 됩니다. 그러니 고미숙의 문장과 행보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고병권, 이진경과 만나 이룬 ‘수유+너머’라고 하는 실험이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근대 이전에는 배움이라는 것 자체가 코뮌이었다고 합니다. 공부를 한다는 건 스승과 도반, 청정한 도량으로 이루어진 앎의 코뮌으로 진입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조선 후기 지성사의 새로운 장을 연 연암그룹 역시 이런 식의 코뮌이었다. 거기에선 신분도 직업도 나이도 당파도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천하고금의 이치에서 수레와 벽돌의 원리 같은 구체적인 지식에 이르기까지 생사를 넘는 도의 경지와 지금 여기를 사유하는 현실주의가 동시적으로 탐구되었다. 연암의 빛나는 사유는 바로 이 창발적 네트워크의 산물이다.


오늘날 모든 대학은 리모델링에는 성공했지만 스승도 없고 친구도 없이 죽은 지식이 횡행하는 취업대합실에 불과합니다. 사회인은 사회인대로 각박한 현실 속에서 서로 인맥으로만 작용할 뿐 마음을 터놓을 곳이 여의치 않습니다. 친구를 만들 수 없고 소통이 꽉 막힌 데서 오는 무기력감이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이런 세태에 대한 고미숙의 처방은 명확합니다.


공부하라! 혼자 하지 말고 모여서 하라! 지금 당장 동료들을 불러 모아 살아 움직이는 학습망을 조직하라!


스포츠나 음악, 연극이나 댄스 같은 활동은 당연히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하면서 왜 공부는 여럿이 함께 한다는 걸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가. 함께 모여 고전의 명문장들을 암송하고 함께 토론하고 그것으로 다양한 게임과 놀이를 만들어내고 또 그 공부를 바탕으로 또 다른 밴드와 결합하고 이게 바로 지식의 향연이다. 이런 향연을 조직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공부의 최고경지에 도달했다 해도 좋으리라.


나는 고미숙의 선동을 가슴벅차게 받아들입니다. 그동안 살아온 모든 세월과 체험이 힘을 합하여 그것이 옳다고 아우성치기 때문입니다. 새해에는 ‘수유+너머’에도 접속해 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엄두를 못 냈었거든요. 내가 서 있는 삶의 자리에서 ‘살아 움직이는 학습망’을 조직하고 싶습니다. 필요한 건 두려움없는 용기와 지칠 줄 모르는 끈기뿐이요, 노하우는 책과 우정! 이라고 하네요.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요?



** 파란 글씨는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에서 인용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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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nayoo

    아침부터 좋은 글 읽고 좋은 책 소개 받았네요.
    "오로지 몸과 몸이 부딪히면서 일으키는 ‘어울림과 맞섬" 이란 표현을 보며, 바로 이거다! 하는 느낌이 듭니다. 남편이 제게 붙여준 별명이 '관찰자' 거든요. ^^; 어떤 일을 할때나 실천력이 부족한 저에게 도움이 될 책인 것 같아 읽어보려 합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2008.12.04 08:07 [ ADDR : EDIT/ DEL : REPLY ]
    •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아볼수록 '공감'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대화를 하면서도 내 말만 하는 수가 많잖아요.
      마음속으로 이렇겠지~~ 하고 판단하면서요.

      ㅎㅎ lunayoo님은 블로그 안하세요?
      하고 계시면 알려주세요.
      일방통행은 재미없잖아요. ^^

      2008.12.04 09:38 신고 [ ADDR : EDIT/ DEL ]
  2. 푸른퀴리

    `공부가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목표`라는 생각에
    너무나 일치하니 블로그안하면 큰일?!?!날 것 같네요.
    `사람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그런 공부`, 그리고 내세상-일-살아움직이는 생명력있는-을 갖는 것.
    그걸로 올 한해의 열매,결론이다!했거든요.
    지금은 요양원에 편히(?^^흑흑^^?) 계시는 어머닐 생각하며.

    이러~~ㄴ, 깃털처럼 가벼운 댓글,달고 싶았는데.
    좋은글, 쉼없이^^ 올려주세요~~~.

    2008.12.04 08:42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자기'가 전혀 없는 친정어머니 생각 많이 하는데, 여자들의 공통부분에 그것도 있군요.
      나이들어가는 나와 엄마가 오버랩되면 힘들 때가 더러 있어요. 더욱 나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채찍이 되기도 하지요.

      '블로그' 정말 명약이에요.
      어서 시작하셔서 같이 실험해 나갔으면 좋겠네요.
      주말까지 할 일이 있어 며칠 뜸해야 하는데요? ^^

      2008.12.04 09:42 신고 [ ADDR : EDIT/ DEL ]
  3. 저도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구요. 블로깅 자체를 호모 쿵푸스스럽게 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답니다. ^^

    정말 두가지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그 책을 읽고 블로깅이 저에게 훨씬 더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2008.12.04 09:05 [ ADDR : EDIT/ DEL : REPLY ]
    • 예, 블로깅이 엮어내는 코뮌도 무시못할 위력이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잊지않고 찾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블로고스피어! 정말 또 하나의 세계가 맞군요. ^^

      2008.12.04 09:44 신고 [ ADDR : EDIT/ DEL ]
  4. 대학교 때 문학 공부하는 선배를 따라 '동학'이라는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독서량도 부족하고 선배들의 수준을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선배들이 저를 선뜻 받아주셨습니다. 무어라고 하시면서 받아주셨는데 구체적인 문장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저의 고민하는 태도, 진지함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대학원 선배들 위주였기에 수업 도서 읽어가기도 헉헉했습니다. 인문학이다 보니 문학 외 철학, 사회, 경제 등 모든 책들을 지그재그로 읽어 나갔어야 했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아는 게 없을까 많이 좌절^^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그 때는 선배들의 이야기 듣는 것만으로 좋았고 모여서 공부를 한다는 , 그 자체가 좋아 텍스트는 다 못 읽어가도^^;; 모임에는 꼭 참석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그 때 생각이 나네요.
    이 글을 읽으니 함께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는 동학들이 그립네요.

    각자 자신의 삶을 성장 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고 이러함을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것 같습니다. 마음을 더 활짝 열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투정부리기 보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찾아 나서 봐야겠습니다.

    Ps.미탄님 글을 읽으면 언제나 도서 리스트를 업데이트 합니다.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2008.12.04 09:46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봄봄님의 글을 읽으니 그 옛날 동아리에 처음 가던 날의 충격이 떠오르네요. 남의 일을 가지고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을 처음 본 데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지요.

      이 책에도 고미숙이 대학원에서 '당하는' 경험이 생생하게 나오는데요, 그 과정을 통해서 깡촌 출신의 독문학도가 어떻게 실험적인 지식코뮌의 맹주<?>가 되는지 너무 흥미진진해요.

      봄봄님도 고미숙과 '수유+너머'에 포섭당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이 책에 나오는 귀절을 선물로 드릴게요.

      모든 인간은 자신의 능력만큼 신을 만난다. -스피노자

      2008.12.04 09:53 신고 [ ADDR : EDIT/ DEL ]
  5. 우와. 멋져요. +_+
    혼자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걸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기도하고 전혀 생각도 못한 곳으로 뻗어나간 친구의 줄기에서 가지를 쳐가며 생각이 넓혀져가는 그런 경험이 꽤 많아요. 그래서 무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만들어가고 하는 모임에 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글을 보니 역시 멋지다라는 생각이 탁하고 가슴에 들어오네요.

    2008.12.04 09: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수진님의 댓글을 읽으니,
      서로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구나!! 싶어서 기운이 나네요.
      그 틈새에서 무언가 일을 찾고 싶어 하거든요.


      수진님도 고미숙의 책 읽어보시면 많은 은혜<?>를 접하게 되실 것 같은데요? ^^ 지금은 이 책에 나오는 다음 귀절을 드립니다. 웬지 그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

      아무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사랑 따위는 없다. 그러니 운명적 사랑을 하고 싶다면 내가 상대방의 운명을 바꾸어 줄 만한 능력을 가지면 된다. 그리고 그걸 터득하는 길은? 오로지 독서 밖에 없다.

      2008.12.04 09:58 신고 [ ADDR : EDIT/ DEL ]
  6. 푸른퀴리

    오로지,독서!
    일생, 할 놀이인데... 사춘기 딸아이가 어릴땐 독서영재?(ㅋㅋㅋㅋ부모들의 위대한 착각)아닌가 놀래키더니, 지금은 노래부르고 멋내기가 놀이가 되어 살짝 걱정되니!
    `노래부르고 멋내기 블로그`만들기 시켜볼까..
    그런책 읽고 쓰다 제세상 건질줄 누가 알아?
    쿨~~한 엄만 척 하는데....멀리 내다 보라...

    이책, 꼭! 읽어봐야겠어요.강추,하시는듯하네요.

    2008.12.04 11:0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제 딸은 이제 와서
      "왜 나는 책 안 읽혔어!"
      하고 억울한 소리 하네요.

      예, 강추입니다.
      '고미숙' 책은 손길 닿는대로 다 읽어보셔요.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

      2008.12.04 14:40 [ ADDR : EDIT/ DEL ]
  7. 학문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부쩍 느는군요.
    삶의 지향점을 찾고 있는 1인에게도 중요한 문제거리 중 하나랍니다. ^^
    공부도 같이 하고 실천도 같이 하고 지식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으면 참 편리할 거라는 얄팍한 생각도 해봅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1인이기에....^^
    맛있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2008.12.04 13:3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늘 맛있는 인사를 하시는군요. ^^
      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어디 있는데요?
      다부진 구상도 아니면서 자꾸 떠드는 이유가
      뜻이 같은 사람을 만나려고 그러는 것이거든요.

      2008.12.04 14:43 [ ADDR : EDIT/ DEL ]
    • 사회학과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을 무기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하는 듯=0= 수유나 다지원도 비슷한 고민에서 시작하신 분들로 알고 있습니다. 전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구, 또 그러다보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몸에 맞는 스타일이 있다고 봅니다. 미탄님의 경우에도(제가 느낀 미탄님이라면) 반드시 함께할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리라 봅니다. 우선은 머리를 들이밀고 인사하고 얘기하고 함께 밥먹는 것이 ㅎㅎ
      맛있는 저녁은 함께 나누면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

      2008.12.05 17:25 신고 [ ADDR : EDIT/ DEL ]
    • 미탄

      햅메이커님의 '다른 방향'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는군요.
      맞아요.
      수유의 공동식사에서 확인되었듯이 함께 먹는 밥의 중요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겠지요.
      ㅎㅎ 님의 일관성있는 인사가 아주 유쾌하군요.

      2008.12.05 18:38 [ ADDR : EDIT/ DEL ]
  8. 대학 동기들이 몇 해전부터 연말 송년회때 '올해의 책'(나름대로 자신이 선정한)을 가지고 와
    제비뽑기를 해서 다른 동기에게 선물하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참 좋아요..
    우리들이 함께 호흡했던 대학시절의 땅과 공기로부터
    때론 너무 멀리 떠나온 것 같지만,
    지금 발딛고 있는 사회는 너무 다른 세계같지만..
    책을 통해 '올해 나는 이런 생각도 잠시 했구나..' 얘기하다보면
    서로의 현재 삶에 접속하는 우리들의 공동의 창이 자그맣게 뚫리는 것 같아 좋습니다.
    올해는 어떤 책을 들고갈까... 벌써 고민됩니다.

    함께 공부하는 공동체는 가족 안에서 만들어도 참 좋을 것 같다.. 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추운날- 미탄님, 건강하세요~^^

    2008.12.04 16: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와~~ 흔치않은 송년의식이로군요.
      그렇게 의기투합할 수 있는 지기가 있다니 부럽네요.
      너무나 늦된 나는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만들어나가려구요. 한명석의 새로운 인생실험은 쭈욱 계속되니, 앞으로도 좋은 피드백 부탁해요. 우리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요. ^^ 똑순맘과 잘 통할 것 같은 직감이 드네요.

      2008.12.05 16:01 [ ADDR : EDIT/ DEL ]
  9. 읽어야할 좋은 책들이 많으니 넘 좋아요.
    그전엔 서점 가서도 무슨 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는데...^^

    한파가 온대요~~
    미탄언냐는 방한 복 단디 챙겨 입으시고 한파한테는 문 열어주심 안되요~~~ㅎㅎ

    2008.12.04 23: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오늘 바람이 많이 차네요.
      토댁님이야말로 방한복 단디 챙겨 입으시고
      퍼뜩 오늘 분량 해치우시고^^
      따뜻한 휴식의 시간 가지시기 바래요.

      2008.12.05 16:04 [ ADDR : EDIT/ DEL ]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관계지향적’이라고 하네요. 너무 단순한 표현이긴 하지만 ‘남자는 권력을 원하고 여자는 친밀함을 원한다’는 말도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통계를 내 본 것은 아니지만 같은 여자로서의 직감으로요. ^^


동화책부터 시작해서 그 숱한 문학과 대중문화에 ‘낭만적 사랑’이 넘쳐납니다. 재벌 총수건 고시생이건 직업여성이건 일단 사랑에 빠지면 일은 사라지고 사랑만 남습니다. 사랑이 삶을 몽땅 먹어치워 버립니다. 마치 사랑만이 삶의 목표요 전부인 것 같은 사랑공화국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혹시 TV드라마에서와 같은 그런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 보셨는지요?


고윤희는 싱글 남녀 천 명을 인터뷰해서 쓴 책 “연애잔혹사”에서 사랑이 넘쳐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삶의 현장에서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지만 겁이 나거나 다칠까봐 사랑하지 못하는 사랑불능이 오히려 일반적이라는 거지요. 그녀는 사랑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랑의 영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안목과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랑이 그렇게 일반적인 것이 아닌데도 대다수가 사랑에 목을 매고, 사랑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조금 이상한 그림이 아닐까요. 사랑을 여전히 불가항력이 존재하는 환상의 영역에 두는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스콧 펙은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사랑이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정신적인 성장을 위해 자신의 자아를 확대하려는 의지’라고 정의합니다. 이렇게 분명하게 사랑을 정의하고 나면, 낭만적인 사랑만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말만 걸어도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되는 것처럼,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관계에서 위대한 사랑을 실험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벨 훅스가 말했듯이 낭만적인 파트너만을 위해 따로 남겨 두어야 할 특별한 사랑 같은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근대 이전에는 연애라는 감정이 결코 ‘절대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녀간의 사랑보다 더 가슴을 뜨겁게 하는 관계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구요, 충이나 효, 사제 간이나 도반들 사이의 우정과 의리 같은 가치들이 백가쟁명했고, 그것들이 야기하는 열정이 결코 성애보다 못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따라서 연애만이 삶을 떠받치는 지고한 가치가 되었다는 건 연애 이외의 다른 관계들은 다 별 볼일 없어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존재를 걸고 욕망을 투여할 만한 다양한 경로들이 막혔기 때문에, 모든 욕망이 연애라는 단 하나의 ‘홈’으로 몰려 든다는 거지요. 


낭만적 사랑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를 짚어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존재를 걸고 욕망을 투여할 만한 다양한 경로’ 에 접속하는 지름길은 아닐는지요?



붉은 글씨는 고미숙, '나비와 전사'에서 인용
파란 글씨는 벨 훅스, '사랑의 모든 것'에서 인용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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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앨리스

    그 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ㅎㅎㅎ

    2008.10.14 13:4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완전히 졸업했다고 자신할 수 있으세요? ^^
      그렇게 쉽게 떠나지지 않던데요? ㅎㅎ

      2008.10.14 21:45 [ ADDR : EDIT/ DEL ]
  2. 늘, 연애를 할때면 모든걸 쏟아붓는 경향이 있지요. 후회되지 않도록.
    그냥 뭘 할땐 항상 그거에 집중하게 되는것 같아요.^^;
    스치는 인연도, 아주 여러번의 어긋남을 지나쳐 갖게되는 인연이니 소홀하지는 않을테고요.

    무튼, 요새 사람이 좋습니다. ㅎㅎ
    그냥 연애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즐겁고 그러네요. 철이 덜들었나...ㄷㄷ;;

    관계지향적, 공감합니다. 헤헷...ㅎ

    아 미탄님, 저 이벤트 해요 쪼꼴렛,
    오셔서 댓글 한번만 남겨주시면 캄사하겠씁미다~!

    2008.10.14 23: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오전에 토마토새댁님 블로그에서 보고 댓글 달았다우, 딸하고 같이 먹으려고.

      이벤트에 쏟아붓는 열정을 보니 연애할 때는 얼마나 더 열심히 할 지 상상이 가네요. ^^ 보기 좋아요.

      2008.10.14 23:51 [ ADDR : EDIT/ DEL ]
  3. 미탄님.
    제가 오늘은 글을 집중해서 못 읽고 걍 인사만 하고 가요..^^;;
    하우스일이 있어서리..
    밤에 와서 잘 읽어 볼깨요.

    오늘도 좋은 날!!!아시죵?
    야심한 밤에 뵈요~~

    2008.10.16 09: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토마토새댁님이 야심할 때 오신다고 해서, 오늘따라 안 써 지는 글을 기를 쓰고 하나 올렸습니다. ^^

      2008.10.16 22:35 신고 [ ADDR : EDIT/ DEL ]


 

나는 우정에 대해서는 아무 할 말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 믿지 못할 나이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좋아 한 적이 별로 없으니까요. 마치 절대자라도 된 것처럼 예단의 칼날을 휘둘렀습니다. 허허실실 소탈한 사람은 맥이 빠져서 싫었고, 빈틈없이 약은 사람은 잔머리 굴린다고 싫어했습니다. 에너지가 너무 낮은 사람은 나까지 끌고 내려가는 것 같아 별로였고, 몸짓이 큰 사람은 진실 되지 않아 보였고, 소시민의 나약함에도 점수를 주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아무개 내 친구야”라는 말을 하면 참 신기하면서도 부러웠습니다.


이탁오의  “스승이면서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다. 친구이면서 스승이 될 수 없다면, 그 또한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라는 말을 접하고는, 무릎을 쳤습니다. 아, 이거였구나 싶을 정도로 가슴이 싸해지는 걸 보니,  배움과 우정이 일치하는 교우관계에 갈급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관계에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데서 나온 폐단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의미 중심적이다 보니 관계망상에까지 이른 것이 아닐지요.


극과 극은 통하기 때문일까요, 세월이 준 지혜로 사람이 귀한 것을 알게 된 것일까요. 요즘 나는 ‘사람’이 그립습니다.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사람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라는 말이 믿어집니다. 나아가 인생의 목적이 우정이었다는 연암 박지원을 가슴 뜨겁게 추종하고 싶어집니다.


“벗이란 ‘제2의 나’다. 벗이 없다면 대체 누구와 더불어 보는 것을 함께 하며, 누구와 더불어 듣는 것을 함께 하며, 입이 있더라도 누구와 함께 맛보는 것을 같이 하며, 누구와 더불어 냄새맡는 것을 함께 하며, 장차 누구와 더불어 지혜와 깨달음을 나눌 수 있겠는가?

아내는 잃어도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친구는 한 번 잃으면 결코 다시 구할 수 없는 법, 그것은 존재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절대적 비극인 까닭이다.”


연암과 그의 벗들이 가까이 모여 살면서, 고금의 치란과 흥망으로부터 지리, 국방, 천문, 음악을 논하며 함께 뒹굴며 즐긴 때가 있습니다. 연암의 생애에서 가장 빛나는 이 시기를 ‘白塔에서의 淸緣’이라고 하는데요,  백탑은 파고다 공원에 있는 원각사지 10층 석탑을 말합니다. 당시 연암과 벗들이 이 근처에서 주로 살았기 때문에 생긴 명칭입니다. 박제가가 이 그룹에 합류하게 되는 순간을 적은 글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지난 戊子, 己丑년 여름 내 나이 18,9세 나던 해 美仲 박지원 선생이 문장에 뛰어나 당세에 이름이 높다는 소문을 듣고 탑 북쪽으로 선생을 찾아 나섰다. 내가 찾아왔다는 전갈을 들은 선생은 옷을 차려 입고 나와 맞으며 마치 오랜 친구라도 본 듯이 손을 맞잡으셨다. 드디어 지은 글을 전부 꺼내어 읽어보게 하셨다. 이윽고 몸소 쌀을 씻어 다관茶罐에다 밥을 안치시더니 흰 주발에 퍼서 옥소반에 받쳐 내오고 술잔을 들어 나를 위해 祝壽하셨다. 뜻밖의 환대인지라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나는, 이는 천고에나 있을 법한 멋진 일이라 생각하고 글을 지어 환대에 응답하였다.”


가히 우정을 중히 여기는 사람의 행동답습니다. 머리로는 사람이 그립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내가 뜨끔해집니다. 생각이 바뀌었으면 행동이 달라져야 합니다. 내게 손 내미는 사람을 진심으로 품어주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주변 사람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심해야 합니다. “어쩌면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비판의 눈을 버리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진심으로 들어줘야 합니다. 진심어린 경청 만으로도 상대방은 치유되고 힘을 얻습니다.


지금 연결되는 사람들에게 소홀하지 않되 진정한 ‘스승이자 친구’를 찾아 천하를 주유하고 싶어집니다. ^^  언어와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 뒹굴며, 사람과 인생과 공부에 대해 논하고 싶습니다.

‘白塔에서의 淸緣’!~  내 인생의 목표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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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비

    어쩌지요.. 저는 아직도 "관계"와 "우정" 같은 것들에 대해 '치'에 가까운걸요.
    그리고 아직 그런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고
    여전히 사회성 부족 진단을 받고 있는데ㅜ.ㅜ
    여전히 내안의 나, 에만 골몰하느라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고.

    오늘 저녁 문득
    용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를 용서하지 못한 건
    그를 용서하는 나를 용서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았다 나빴다를 쉬지 않고 계속하더니
    급 좋아지고 있답니다^^

    2008.09.24 21:5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직간접적인 체험에 의하면
      사람의 발견은 거의 회귀본능에 가까운 것 같아요.
      대다수의 인간들이 그랬다면
      나비님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지요. ^^

      하지만 어떤 깨달음도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오지 않지요.
      적절한 시기에 좋은 만남에서
      관계훈련을 시작하기를 바래요.

      나는 변경연의 연구원들이 노는 모습에서
      하나의 원형을 발견하곤 합니다.

      2008.09.25 05:5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