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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3 게으름을 후려치는 회초리 (10)
좋은 삶/새알심2008. 11. 23. 09:10



우리 동네에 과일행상을 다니시는 할아버지이십니다. 리어카에 서너 종류의 과일을 담아갖고 다니시는데, 아주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십니다. 아마 그 날 받은 과일을 다 팔기 전에는 집에 돌아가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밤 10시에도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 적이 있으니까요.


‘사과 사요~~’ 트럭행상들의 빠르고 쇳가루 섞인 목소리 틈에서 할아버지의 청아한 목소리는 높이 날아와 내 귀에 꽂힙니다. 녹음된 소리 같지 않게 맑고 선명합니다. 어두워진 다음에 듣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아픕니다. 칠십을 훌쩍 넘어 보이는 나이에도 하루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저리 애쓰고 계시는구나. 조금만 가닥이 안 잡혀도 하루의 목표를 접고 마는, 아니 애초에 하루의 목표량 자체가 엄격하지 않은 내가 돌아 보입니다.


전화기를 발명한 벨이 전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특허신청했을 때, 벨보다 딱 두 시간 늦게 온 사람이 있었다고 하지요. 그 사람의 아이디어는 벨의 전화기와 거의 유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딱 두 시간 때문에 역사는 벨의 이름만을 기록합니다.


나의 느긋함은 맞대결을 피하려는 자기회피는 아닐까, 누구보다 출발이 늦었으면서도 여유를 갖고 있다는 것은 덕목이 아닐지도 몰라. 내가 원래 의욕은 있는데 마무리하는 뒷심이 약하잖아. 두려운 마음으로 시간을 쪼개어 살지 않으면 정말 나는 아무런 기회도 얻지 못할지도 몰라.


올해에 39일이 남았군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여전히 아주 적은 수확과 아주 긴 몽상으로 보낼 것인가 깊이 고심해봐야겠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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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퀴리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벌써 누군가를 끌어당기는 글 한편으로 하루를 여셨군요.

    안녕하세요. 좋은하루 열어주시어 감사드리구요...

    좀처럼 휴일에도 늦잠을 허용않는 엄마덕분?에 늦잠의 달콤함을 몰라 투덜거리던 식구

    들. 오늘은 룰/을 깨고 늘어져 있더랬지요.

    기숙사있는 여고를 지원했다 라인에 걸려 비틀거리는 딸애를 위해 쵸콜릿이라도 사줘

    야지,또 다른 하루를 열자!

    .....며 어제 달아주신 댓글, 넘 좋아 실실 마구 마구 웃고 싶어서요.^^

    사람이 곧 자산이란 말을 새록새록 실감합니다. 그재주가 `꽝`인것도ㅠㅠ

    블로근.. 아직 공부?!중이랍니다.

    맛난 점심 드세요!!!!!!

    2008.11.23 11:22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푸른'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참 좋습니다.
      퀴리는 퀴리부인 밖에 아는 것이 없어서요,
      무슨 뜻일까요?

      블로그 공부 너무 많이 하시지 말고 ^^
      걍 오픈하세요.
      해 나가면서 배우는 것이 최고잖아요.
      그래야 나도 푸른퀴리님 블로그에 가서
      "으샤으샤"
      기분좋은 추임새 넣어드릴 수 있지 않겠어요?
      점심, 아직 안 먹었는데 무얼 좀
      먹어볼까요? ^^

      2008.11.23 15:49 [ ADDR : EDIT/ DEL ]
  2. 제가 사는 동네에도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토스트를 파시던 할머니가 계셨었는데....
    제가 그 할머니를 보게되는 건 대부분 술먹고 첫차타고 집에가는 길이었다는...-0-
    누구는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이른 아침 행상을 나오고,
    누구는 고난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일 뿐,
    다 같은 족속이다라며 자위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게으름을 채찍으로 후려치는 누군가가 필요한 계절이 다가왔네요...ㅎㅎ

    저녁도 맛난 걸로 드세용~~~^^

    2008.11.23 14: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 할머니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행위가 가능한 종족<?>임을
      드러내는 것 같은데요? ^^

      저 점심 저녁 둘 다 맛있게 먹다가는 큰 일 날 종족이거든요. ^^

      2008.11.23 15:55 [ ADDR : EDIT/ DEL ]
  3. 푸른퀴리

    이런.. 한참 숨어있다 까꿍^^ 하렸는데 께임하던 아이가 선심 쓰네요.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가 보고픈맘, 고맙게도 따뜻한 날씨 착한하늘이 달래주었어요.
    그래서 걍 점심은 건너뛰었지요. 그래도 되는 종족이걸랑요~~~ 오~ 놀라워라!!! 푸른 + (마리) 퀴리 (부인)= 푸른퀴리 를 알아내시다니&#$@!*&
    음~~블로그를 오해하셨군요. 엄마! 타자 좀 연습해, 연습 연습해,그것 안 들키려구요^^^^초짜라서요.


    당분간 미탄님의 글에 더 풍덩 빠져다녀도 될까요?
    에궁, 저녁찬은 또 뭘하나~~~~

    2008.11.23 18:47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도무지 자기를 위해 산다는 영역이 없는 어머니가 늘 마음에 걸려 있어요. 너무 베풀고 돌보아서 오히려 숨이 막히는 어머니... 어찌 보면 그 모습이 어머니의 자아이겠지만요. 어머니를 볼 때마다 나는 어떻게? 가 절로 떠오른다니까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함께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블로그 준비 많이 하시고 ^^, 또 자주 뵈요. 자주 오시면 제가 더 고맙지요.

      2008.11.24 06:59 [ ADDR : EDIT/ DEL ]
  4. 여기서 아침의 시작은 해뜸과 같이 시작합니다.
    해가 일찍 뜨는 여름에는 언제 나왔는지, 아침은 묵고 나오셨는지
    토댁네 집 주위는벌써 시끌벅적하답니다.'
    참외하우스는 오전부터 뜨거워 들어갈 수 없으니 새벽과늦은 오후 잠깐 일을 하십니다.잠 많은 토댁이 그소리에 잠을 깨 허둥댑니다.'으미 부끄러버라~~~ㅋㅋ
    새벽은 아직 조용하지만 곳곳에서 벌써 깨어 삶을 시작합니다.
    혹자는 삶을 전쟁같다 하는데
    제 삶은 어이 전쟁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 치열하지도 비참하지도않으니...
    힘든 여정의 나날이지만 전쟁 같고 싶진 않아요..

    늘 웃으시는 하루히루 되세요~~언냐~~~~~

    2008.11.23 21: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럼요, 전쟁이 아닌 축제처럼 살아야겠지요.
      나는 진심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즐기며 사는 역량이
      돈보다 중요하다고 믿어요.
      토댁님에게서도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열정과 낙천주의가 느껴져요. 이미 충분히 즐기며 살고 계시구요.

      또 하루가 밝았네요.
      우리 오늘도 의미있고 신나게 살아요~~

      2008.11.24 07:06 [ ADDR : EDIT/ DEL ]
  5. 39일뒤면 이 아이와 살아가는 두번째 해가 시작되겠군요..
    어떤 날들이 될지 궁금합니다. ^^
    제 삶에 대해서는.. 음.. 큰사건들 많았던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 좀 더 치열하게, 좀 더 단단하게.. 좀 덜 게으르게 살아야겠다
    생각하게 됩니다.

    미탄님의 올해 수확이 결코 빈약하진 않으실거라 믿으며... 늘 건강하셔요.

    2008.11.24 16: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똑순이도 그렇고 똑순맘도 그렇고 제3자가 보기에는 알토란처럼 단단해 보여요. ^^
      조금도 게을러 보이지도 않구요.
      나는 진짜 게을러요~~ ^^

      2008.11.24 18:43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