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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3 거리에서의 말.말.말 (13)
좋은 삶/새알심2008. 11.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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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난 언제까지 여자랑 같이 영화를 봐야 하는걸까?”

“그것도 여자형제랑”


-- 신촌 메가박스에서 뒤에서 들려온 말 --


“아무개는 집을 판대, 팔아서 다 쓰고 죽는대”

“..... ”


-- 산책로에서 어느 부부가 나누는 말 --


“엄마... 저 위에 가면... , 저 위에 가며언... 음, 저 위에 도착하면...

음... 뭐가 있어?”


-- 등산길에서 한 꼬맹이가 한 말 --


“한 번 하고 싶습니닷!”


-- 거리에서 커플 중 남자애가 소리친 말 --



최근에 거리에서 들은 말들이다. 이상하게 서로 연결되면서 그냥 묻어버리기엔 아까워서 기록해 본다. 영화관 뒷 좌석에서 들려온 목소리, 차마 돌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 경쾌한 푸념에 웃음이 큭! 터져나왔다. 몇 살 터울이길래  그렇게 친한지, 살다보면 남자보다 자매가 더 좋을 때도 있을꺼구만. ^^


등산복 차림을 한  부부 중 여자가 한 말이다. 50대 후반 정도로 보인다. 그들이 아는 누군가의 결정을 지지한다. 모든 것을 자식에게 베풀고, 도대체 자신을 위해서는 돈 만원도 쓸 줄 모르는 친정엄마가 떠오른다. 아들을 애인처럼 대하고, 딸들과 말섞고 싶어 애타는 엄마에게는 ‘나’라는 영역이 없다. 엄마가 다녀가고 나면 언제나 내 마음에 죄책감이 남는다.


2주 전인가, 광교산에 올라가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길이 좁다보니 거의 집회에 참여하려는 사람들 처럼 몰려가는 형국이었다. 다섯 살이나 되었을까 아주 작은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가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데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지 아이는 자꾸 말을 멈추었다. 무슨 말이 나오려나 일부러 걸음을 늦추며 아이의 말을 들어보았다. 과연!  아이다운 천진한 물음이었다. 무작정 위로만 올라가고있는 애벌레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아이 같았다. 아이가 ‘도착’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놀라웠다. 엄마가 책을 많이 읽어주는 아이인가 보다.


어제 치과에 가는데 앞에 한 커플이 거의 붙어서 걸어가고 있었다. 유독 가랑가랑해 보이는 몸매와 허술한 차림에서 이상하게 결핍이 느껴졌다. 아주 앳되 보이기도 하고. 느릿느릿 운동화를 끌며 걷는 그 애들을 스쳐 빨리 지나가는데 남자아이가 소리치는 말이 들렸다.  드라마에서 ‘나는 아무개를 사랑합니다!’ 공개선언 하듯이 결연하고 높은 음성이었다.


한 줄의 문장에서 스토리를 느낄 정도로 오래 산 탓일까, 사람이 점점 친근하게 느껴지는 탓일까, 한 문장만 듣고도 ‘60초 소설’을 쓴 아무개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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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코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습니다.^^

    2008.11.13 08:0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저는 당최 주변머리가 없어서 블코에도 가 본 적이 없네요. 제 rss 구독자가 몇 명인지도 모른다는... ㅠ.ㅜ

      2008.11.13 10:26 [ ADDR : EDIT/ DEL ]
  2. "일본 사람들은 라면을 사랑하나봐"
    대학로 골목길에서 어떤 아가씨가 지나가면서 한 말이였는데 정말 의외이지 않냐는 듯한 그 말투가 어쩐지 웃음이 나와서 같이 가던 동행과 똑같이 따라하면서 웃었어요. 동행이 "우리나라 사람만 하겠어?"라고 했고 제가 "서로 종류는 다르지만 말이지."하고 답했지요.

    2008.11.13 09: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전해들어도 그 아가씨의 4차원적인 말투가 느껴지는듯하네요. 이렇게 스쳐가는 말이 정겹게 들리는 날은, 어느 정도의 여유와 평화가 있는 날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하구요.

      2008.11.13 10:30 [ ADDR : EDIT/ DEL ]
  3. 말 잘 못하는 저 왔어요^^
    건강하시죠?

    방금 저 책 세 권이상 엮어 문장 만들기를 해 보았어요.
    미탄님께서도 한 번 해 보실래요.

    inuit님(inuit.co.kr)께서 제안하신 건데 재미도 있고 새로움이 느껴지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08.11.13 23: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새댁님 덕분에 오늘 아침 포스팅 한 번 더 하네요.
      걍 넘어갈려구 그랬거든요. ^^

      2008.11.14 10:10 신고 [ ADDR : EDIT/ DEL ]
  4. 길에서 언뜻 귀에 들어오는 한마디가 정말 '살아있는' 얘기처럼 오래 남는 경우가 있지요. 문득 예전 경험 생각나서 초면에, 실례아닐까... 걱정하면서 트랙백 하나 걸어봅니다.
    글속의 어머니.. 많이 찡합니다. 저는 어떤 엄마가 될까.. 이제 겨우 갓난아이 하나 낳아놓고 할 걱정이 아닌 것도 같지만..
    '내 삶'이 있는 엄마가 되고싶다는 생각, 요즘 많이 하거든요.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2008.11.14 16: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실례라니요, 아는 척을 안해주셔야 실례지요. ^^
      아!
      정말 좋은 시절을 관통하고 계시는군요.
      부러버라~~

      2008.11.15 08:18 [ ADDR : EDIT/ DEL ]
    • ㅎㅎ 그런거지요?
      정말 '좋은 시절을 관통하고' 있는 거겠지요?
      때때로 '참 행복하다' 절감하면서도
      실은 얼마나 자주, 쉽게 힘들어하는지 몰라요...
      다시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미탄님의 이 날들도 아름다운 날들.. 이실거예요, 그죠?)

      2008.11.15 11:05 신고 [ ADDR : EDIT/ DEL ]
  5. ㅎㅎ 엉겹결에 대충 스토리가 나오는군요 ㅋ

    2008.11.16 1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렇지요? 말 한 마디에 그 사람의 인생과 상황이 묻어나네요.

      2008.11.16 22:11 [ ADDR : EDIT/ DEL ]
  6. 몇년전 버스에서 친구끼리 한말
    한 아가씨가 친구에게 "요즘은 지방도 살만하더라 대구 갔는데 그런대로 괜찮더라구."
    다른 아가씨의 대답 "시골도 괜찮아 포천정도 살면 살만 하겠더라."
    이소리를 들을때 어찌나 황당하던지... ;;;
    진짜 시골에 살다보니 가끔 이 아가씨들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2008.11.17 01: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하하, 나도 그 기분 알 것 같네요.
      지방과 시골이 받고 있는 대접이 고스란히 나타나네요.
      제 경우에는 반대로 2년 전에 대도시로 올라올 때,
      "내가 대도시에서 살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거든요.
      의외로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거 있지요.
      아마, 농촌에 20여년 살다보니 내심 변화가 필요했었나봐요.

      2008.11.17 07:35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