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책2008. 4. 21. 09:31
브리키테 히로니무스, 중년의 위기를 맞은 로미오와 줄리엣, 나무생각 2006

1. 타이틀

타이틀에 접했을 때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고, 읽어보고 싶다는 '유혹'을 한다면 좋은 네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다 저자와 책의 품위까지 전달할 수 있다면 최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책이 품위를 가질수도 없고 가질 필요도 없으므로 통과!

이 책은 '중년의 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결시켜 놓았다. 그럼으로써 중년에 도달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와, 낭만적 사랑과 젊음에 대한 기억까지 환기시키는 효과를 유발하였다. 결과적으로 아주 좋은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2. 목차

1부 모순과 조화 사이에서

여름의 댄스
가을의 탱고
겨울의 재즈
크리스마스 트럼펫

2부 전복기

나는 할 수 있어!
알 수 없는 깊은 슬픔
혼돈
나는 원한다!
새로운 시작의 길
동경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싱글이 되는 건 쉽지 않은 일
위로해줄 사람 아무도 없네
"사랑을 하는 사람만이 비상할 수 있다"

3부 변화로 나아가는 사랑

갱년기는 놀랍다
갱년기는 사다리를 오르는 것
죽음의 그림자
도착?

목차도 괜찮은 편이다. 그다지 크지않고 두껍지 않고, 무거워보이지않는 내용에 걸맞는
목차와 소제목이라는 점에서 합격!
너무 심혈을 기울이지 않고도 편안하면서도 읽고싶은 마음이 드는 소제목들이다.
목차와 구성은 본문과 일치해야 한다!
-- 위에 써놓은 소제목은 전부가 아니고 일부이다.--

3. 내용과 구성

이 책은 소제목이 시작될 때마다 저자의 일기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중년의 위기를 관통한 자신의 경험을 편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책을 처음으로 쓰는 저자에게 아주 부담없는 구성이 아닐까.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 이야기가 독자에게 어떤 유익을 주느냐가 문제인데, 이 저자의 경우 그 점에서 성공했다. 중년을 맞이하여 권태를 이기다못한 저자가 남편과 멀어지고 별거를 반복, 그러나 자신의 홀로서기와 남편의 외도를 겪으며 진정한 사랑을 회복하게 되는 내용이 비슷한 시기에 처한 독자에게 간접경험, 대리만족을 주고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각별하게 마음에 들어온 부분

권태기를 극복하고 남편과의 진정한 결합으로 진입한 저자는, 자신의 일에서도 혁신을 시도한다. 성공적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것을 접고, '중년기의 삶' 워크샵 강사로 나서는 것. 놀랍게도 그녀는 스위스 출신의 작가가 쓴 관련도서 한 권을 읽고 이 모든 일을 결정한다. 자신이 혹독한 중년을 넘기면서 깨달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로써 저자는 중년이 사춘기 못지않은 격랑의 시기라는 것, 그 모순과 도전의 시기를 도약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조건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새로운 부부 관계를 만들어나간 것 만으로도 멋진 성장이지만, '일'까지 완성함으로써 이 책은 훌륭한 성장사례가 된다.

5. 응용

나의 경험, 내가 살아온 이야기가 어떻게 독자와 만날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
위 글은 '한나' 라는 친구에게 쓰는 편지글 형식이라, 더욱 쓰기도 좋았겠고 읽기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처음으로 책을 쓰는 사람에게는 편지글 형식도 좋은 지원군이 될 수 있겠다.
긴 분량을 쓰기에도 부담없고 익숙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형식의 책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세월이 젊음에게 주는 형식으로 종종 있었다.
나도 땡긴다.
철없는 엄마와 현실파인 딸이 새롭게 적응해나가며 둘 다 성장해가는 과정을 기술한다면, 일단 참 쓰기 편하겠다. ^^  그리고 편하게 써야 길게 쓸 수 있고, 진솔한 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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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책2008. 4. 12. 11:09
다카하시 겐이치로,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웅진 지식하우스 2008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상세보기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작가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지금까지 꽁꽁 숨겨왔던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비법을 풀어놓았다. 무게만 잡는 무미건조한 창작 이론서가 아니다. 마치 어린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쉬운 문장에 톡톡 튀는 상상력과 익살을 섞어,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글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쉽고 유쾌한 일인지 증명해 보인다. 초등학생도 소설을 쓸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대중적


우연히  정반대의 느낌을 주는 책을 나란히 읽었다. 송숙희의 '당신의 책을 가져라'가 기획력과 실용성을 일깨워 '세상'에 맞춰나가는 책이라면, 이 책은  '글'이란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캐물으며 '나'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책이다. 소설작법의 범주에 들어가는 책이지만, '소설'이 아닌 모든 '글', 나아가 '글'이 아닌 '인생'으로 바꿔 읽어도 될 만큼 저자의 공력이 만만치 않다.

우선 '글'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생각하는 글이란, '여기가 아닌 어딘가, 저 너머에 가고 싶다'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에서 기인한다.  태평스럽게 웃으며 잘 살고 있는 절대다수가 틀린 건 아닌가 하는 고독한 의심을 전제하고 있기도 하다.
 
으음, 나는 이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실속있고 야무지게 내 몫을 챙겨가며 살지 못하고, 모든 것을 낯설게 보며 모든 것에 질문하는 나를 위한 구원 아닌가. 그러나 '저 너머'에 가고자 하는 욕구는 있되, 치열하지 못했다.
엊그제 총선 개표방송을 보는데, 20대에 학교나 동아리에서 안면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젊은 날 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현주소는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 현실과 이상이라는 이름으로 방사선처럼 분사되었던 우리의 길들... 고시를 보고 유학을 가고, 운동권에 있더라도 자기관리와 내 몫 챙기기에 치열했던 사람들이 지금 그 자리에 남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은 사람은 늘 질문하고 늘 떠났으되, 지독하게 살지 못했다. 치열함...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삶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최대한 서둘러야만 한다

해가 저물기 전에
첫 눈이 오기 전에

밤하늘의 보잘것 없는 별들에게는 그처럼 관대하기만 하던 세월이
그들에게 빈 손을 불쑥 내밀었다가는
그것마저 아깝다는 듯이 금세 거두어들이고 만다
한 발자국 가까이 두 발자국 가까이

인생이란 아무리 긴 듯해도 언제나 짧은 법
거기에 뭔가를 덧붙이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법

-- 비스와바 쉼보르스까, 조상들의 짧은 생애 --



사람마다 가고싶은 곳은 다 다르다. 모든 사람은 제각기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누군가 글쓰는 방법 같은 것을 가르쳐줄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저자는 글쓰기에 대해 몇 마디를 슬쩍 흘리고 있다. 자신의 길을 찾아 걷고 걷고 또 걷다가 마지막에 오로지 혼자서 더듬더듬 가 닿은 길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거다.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는 이렇다.

붙잡는다, 공을 받아들인다.
논다, 천진하게.
흉내낸다, 아기처럼.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쓰십시오,
다만 아주 조금 즐거운 거짓말을 넣어서.

날아오는 수많은 공- 내게 오는 모든 자극과 동기? - 중에서 나의 연인을 찾아라. 좋아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것을 찾아라. 내가 하고싶은 말,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논다'와 '흉내낸다'는 부분은 아름다운 노하우로 내 안에 들어와 박혔다.

소설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고 "너를 꼭 안아줄게!"라는 등의 말은 행여 하지도 말고 그냥 함께 놀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소설은 불신이나 불안이나 의심을 버리고 당신의 품 안으로 뛰어 들어올 테니까요.

인간이 무언가를 할 때는 그것이 중요한 문제일수록, 이건 정말 중요하다, 꼭 해야 한다, 내 모든 것을 걸고! 라는 식으로 강한 의욕을 보이면 보일수록
소설도 <만일 소설 쓰기를 원한다면>
시도 <시쓰기를 원한다면>
여자도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
꿈도 <수많은 꿈도>
돈이나 지위도<이건 잘은 모르겠지만>
당신에게서 도망쳐 버립니다. 그러니 당신은 우선 소설과 그냥 함께 놀아줄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세상의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정색을 하고 대단한 각오를 하거나, 학문이나 관찰보다도 '놀이'가 유효하다는 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놀기 위해서는, 상대와의 의기투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상대의 기호를 알아차리고, 상대의 세계에 들어가 즐기는 일이니, 상대의 마음을 얻기 쉬울 수 밖에.


뭔가를 좀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흉내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뭔가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 서서히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완전한 오류가 아닐까요.
우선 맨처음에 꼭 빼닮도록 흉내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기가 무언가를 먼저 생각한 다음에 말을 할까요? 아니지요. 아기는 우선 말부터 입에 올립니다.
몇 번이고 입에 올리는 사이에 그 말과 엄마에게서 혹은 바깥세계에서 배워온 말의 의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입니다.

내가 다자이 오사무 씨의 여고생을 고스란히 흉내냈더니 어느날 문득 내 속에 다자이 오사무 씨의 '여고생다운 생각'이 꿈틀거렸습니다. 물론 그것이 정말로 여고생다운 생각인지 어떤지는 나도 모릅니다. 단지 지극히 독특하고 재미있는 생각이 내 속에서 마치 내가 생각한 것처럼 생겨난 것입니다.

독창성이나 개성을 중시하라고 배워온 당신은 무언가 불안하겠지요. 하지만 독창성이나 개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엇이 독창성이고 무엇이 개성인지 먼저 알아두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두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흉내내어보는 것, 흉내내는 것으로 그 세계를 더 깊이 아는 것, 그렇게 해서 수많은 언어의 세계를 아는 것, 나아가 그것을 통해 그 이외 언어세계의 가능성을 체감하는 것, 그것이 필요합니다.


전에 어떤 문인들이 '모델작가' '모델북'을 이야기하던 것이 생각난다. 송숙희가 베껴쓰기를 강조하던 것도 확실하게 반복학습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의 모델작가와 모델북을 찾아야 하겠구나. 최근 출판사와의 미팅에서 나의 기획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기획이 너무 평이하거나 화두를 던져주지 못한다, 시니어세대가 떠오르는 독자층이긴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 틈에 또 그만큼 눈이 밝아졌다. 내 기획안은 다분히 산만하고 평이했다. 혼이 들어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책이 출간되어야 한다는 필연성이 없었다. 첫번 째 독자인 출판기획자를 유혹하는 힘이 약했다. 내가 가진 자산 중에서, 내가 도달하고 싶은 '저 너머' 중에서,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은 어떤 것일까 근본적인 탐구가 필요하다.

그 후에 고즈윈에서 나온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이라는 책을 보았다.
저자의 자서전을 기반으로 하되, 일반인이 자서전을 쓰도록 도와주는 480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아하~~ 이런 것이 기획이로구나.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한 수 배운 느낌이었다.

좋아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공을  받아안고, 아기처럼 천진하게 놀 것이다. 필받으면 정신없이 노는데는 자신있으니까, 그것을 찾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기꺼이 흉내낼 것이다.  깊이 읽고 다 읽고 베껴 쓰고,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 생각해볼 것이다. 벌써부터 발가락이 움찔거린다. 아주 조금 즐거운 거짓말을 섞어서, 나의 이야기를 쓰는 희열을 맛보고 싶어서.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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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근 읽고 있는 책 중에 트렌드인 비즈니스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에 보면 직업훈련 주식회사라는게 있더라구요.
    성공의 핵심요소가 훈련생들에게 진짜 직장이너럼 행동하라고 요구한 것이래요.
    트레이닝 주식회사의 훈련생들은 일주일에 5일, 하루 6시간씩 직장인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한다고 해요.

    그래서 결과를 보면...85%정도가 수료 후 곧바로 취직에 성공한다고 하는군요.
    글을 읽다보니 갑자기 생각났어요 ^_^*

    2008.04.13 09: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독창성과 개성이 강조되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창의성 교육을 찾아볼 길없는 우리 현실에서,

      의외로 제대로 된 모방효과 훈련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대로 모방한다면, 거기에서 '진정한 내 것'도 나온다는 얘기죠.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닮고 싶은 역할모델이 많아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내게 들어온 모든 경험을 융합하여 비로소 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2008.04.13 10:39 [ ADDR : EDIT/ DEL ]
  2. 요즘 미탄님으로 부터 너무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삽십평생 살아오면서 글쓰기는 저에게 큰 숙제 처럼 남아 있는데, 끝없이 펼쳐진 사막가운데 오아이시스를 만나 한 모금 씩 떠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은지라..^^ 많이 먹고 체력 좀 키워야 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 드립니다.

    2008.04.14 09:5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어이쿠! 도움이 되었다니, 내가 더 기쁘네요. ^^
      메아리가 없으면, 아무리 자기만족에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가끔 허전하잖아요. 맥빠지고.
      그러니 공감하는 내용 있으면 부지런히 피드백 부탁해요.
      나의 '발가벗은 힘'을 '인생 후반전을 떠오르게 하는 글쓰기'로 정한 만큼, 부지런히 포스팅 할테니까요. ^^

      2008.04.14 11:13 [ ADDR : EDIT/ DEL ]

좋은 책/책2008. 4. 11. 01:30
송숙희, 당신의 책을 가져라, 국일미디어 2007

당신의 책을 가져라 상세보기
송숙희 지음 | 국일미디어 펴냄
?당신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개인의 브랜드가 점점 중요해지게 되면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경험을 포장하여 책을 내는 것처럼 효과 있는 일도 드물 것이다.

이 책은 아주 실용적이다. '돈이 되는 글쓰기'를 강조해 온 저자의 책답다. 보통사람이 첫번째 책쓰기를 하는데 필요한 정보로 가득차 있다.  이처럼 거두절미하고 정보로 꽉 채운 책은 처음이다. 보통 도입이나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혹은 읽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서, 이야기를 느슨하게 풀어쓰다가 적절하게 정보를 배합하는데,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정보'이다. 이런 식의 책쓰기는 이제껏 내가 글쓰는 방식과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정보를 위한 글쓰기를 고려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늘 '감동'과 '깨달음'에 대한 것이었고, 심지어 '정보'와 '인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쓰는 것이 '나의 언어'로 쓰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다. 이 책은 나의 무지를 정곡으로 깨뜨려 주었다. '감동' 못지 않게 '정보'도 중요하다는 것, '정보'의 집대성으로도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나의 언어'와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우선 빠른 속도로 훑어보았다.  다시 단계별로 꼼꼼하게 뜯어보며 생활화 할 수 있는 팁을 정리해봐야 겠다. 요컨대 이 책은 책값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1장 '당신도 베스트셀러작가가 될 수 있다' 에서는 책을 쓰기위해 기본적으로 마음을 열고 사물을 볼 것, 책을 써서 좋은 점, 책쓰기로 삶을 집중할 것을 권한다. 삶에 있어 진동추를 어느 방향으로 기울일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최고의 경력을 쌓고 많은 돈을 벌기로 결정했다면 여유를 가질만한 시간이 없다고 한탄해선 안된다. 반대로 인생에서 여유를 갖기로 결정했다면 남들이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한탄해서도 안된다. 그 많은 선택지 가운데,나의 삶을 책쓰는 생활로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2장 '당신의 책, 이렇게 기획하라' 에서는 나만의 이야기 찾기, 이야기를 디자인하기, 읽고 싶어 몸살 나게 하는 목차 만들기, 출간계획서 쓰기 등 세부적인 기획단계가 펼쳐진다. 정보와 자료를 모으고 선별하여 활용하는 지침이며, 아이디어를 숙성시켜 필터링, 컨셉팅 하는 과정이 마치 눈앞에서 실무회의하는 것처럼 세세하게 펼쳐져있다.

특허청에서 발표한 발명지침을 그대로 나만의 이야기 찾기에 응용한 부분이 흥미롭다.
-더해보아라,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완벽에의 충동',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빼 보아라, '말 잘하는 요령'보다 '맞선에서 말 잘 하는 요령'
-모양을 바꿔 보아라
-반대로 해 보아라, '영어공부 절대 하지 마라'
-용도나 재료를 바꿔보아라, '돈이 되는 글쓰기'도 기존의 인식을 거스른 기획
-남의 아이디어를 빌려라,'스티브잡스의 창조카리스마'
-불편한 점을 고쳐 보아라

3장 '당신의 책, 이렇게 써라' 에서는 글쓰기의 방법, 슬럼프 극복에 이어 출판사 접촉방법 등이 나와있다.
'독자를 유혹하는 제목 붙이기 요령'에서는 이 책 특유의 실용성이 빛난다.
-무슨 책인지 단번에 알게 하라
-왜 이 책을 사야 하는지 이유를 제시하라
-보장하고 위협하라
-거부할 수없는 조건을 제안하라
-내용에 따라 제목 다는 기술을 달리 하라 , 즉 컨셉에서 뽑거나 내용, 유명인, 저자, 독자, 사회적인 이슈에서 뽑는 방법이 있다.
-부제로 제목에 힘을 실어주라

4장 '당신의 책, 이렇게 마케팅하라' 에서는 저자로서 좀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앞장서는 방법에 대해 나와있다. 온라인 마케팅과 출판사를 유혹하는 원고 포장법 뒤에, '책이 나온 후 당신에게 벌어지는 일들'까지 나와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당신의 삶이 지금부터 다시 시작된단다. 사보 같은 곳에서 원고를 청탁해 오고, 기업이나 단체에서 강의를 부탁해오고... 그러나 저자는 첫 책을 내고 난 후 공명심에 들떠 자기복제하지말고, 자신의 주제에 대해 더욱 부단하게 공부할 것을 강조한다. 책의 내용을 복기하면서 잘못 된 것은 바로잡고, 보강이 필요한 것은 보강하라~~ 여기에서 저자의 프로정신이 빛난다.

풍부한 정보와 간결한 문체로 일관하던 책에, 비로소 슬쩍 속내를 비치고 있는 에필로그가 인상적이다. 본문에서 워낙 개인적 감정을 찾아볼 길이 없던 차라 저자의 인간적인 술회가 더욱 가슴을 파고드는지도 모른다.

책을 쓰는 내내 신나고 재미있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내내 고통스러웠다 해도 거짓말일 게다. 책을 쓰는 내내 조울의 고개를 넘나든 건 확실하다. 어느 아침엔 책을 다 쓰기만하면 수십만 권 후다닥 팔릴 것처럼 자신감에 차 방방 뜨다가, 다음날 아침엔 문장 하나 말끔히 쓸 줄 모르는 내가 무슨 책을 쓴다고 깝죽대냐며 징징거렸다.

그러는 내내 썼다. 쓰다 지치면 쉬었다 쓰고, 문장이 막히면 돌아가고 모르면 훌쩍 건너뛰어 계속 썼다. 꾸역꾸역 썼더니 마침내 이렇게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집중할 수 있음에 행복했다. 수험생처럼 일하며 책을 쓰며, 그 외 것에는 관심두지 않고 살아온 그 심플했던 두어 달이 벌써 그립다.

그렇다. 이십 년 정도 '돈이 되는 글쓰기'를 해 온 저자도 책을 쓰며 이렇게 힘들었다지 않는가. 하물며 처음으로 책을 쓰는 사람이 좌절과 무력감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자괴감을 확대하여 섣불리 포기하지 말고, '꾸역꾸역' 쓸 일이다. 수험생처럼 오직 책쓰는 일에만 집중할 일이다. 그 몰입의 순간이야말로, 책쓰는 삶을 선택한 사람에게 최상의 순간이 아닌가.

내가 하고싶어 몸살나는 이야기를 한 번 뽑아보자. 그저 썼다는 만족감에서 그칠 일이 아니므로, 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보자.  두루뭉술한 능력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이니, 내가 가진 자산과 관심에 집중하여, 트랜드에 예의주시하며 정보를 모으고, 글을 쓰며 차곡차곡 전문성을 쌓아나가자. 10년인들 못 가겠는가. 안하면 뭐하고 살껀데? ^^

이같은 노력으로 확보된 핵심역량을 서울대 윤석철교수는 '발가벗은 힘 naked strength' 이라고 불렀다. 개인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참나무처럼 발가벗은 힘! 그저 잘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분야의 다른 사람에 비해 탁월하게 우월한 능력, 그 어떤 배경의 도움없이도 당신을 살아남게 하는 능력, 이 발가벗은 힘은 지위나 상황이 부여한 것이 아니라 본래적인 것이며, 우리를 지속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니  10년 걸려서라도 길러 마땅한 힘이다. 오늘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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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탄님의 서평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트랙백을 남깁니다. 정리를 잘해주셔서 책을 다시 읽은 느낍입니다 ^^

    2008.04.11 03: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어젯밤에 졸려서 아침에 일어나서 다듬어야지~~ 하면서도 일단 올려놓고 보는 제 스타일이 우스웠습니다. '최상주의자'의 반대편에 있는 모습.
      쉐아르님 덕분에 이 책이 상당히 많이 읽혔다는 것, 그만큼 블로거들이 책쓰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 같은 책에 대한 리뷰를 여러 편 읽다보니, 각 블로거들의 글 색깔도 도드라져 기대하지 않은 재미도 있었답니다! ^^

      2008.04.11 09:30 신고 [ ADDR : EDIT/ DEL ]
  2. 쉐아르님 덕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글 읽는 취향이 비슷할듯 합니다. ^^
    트랙백 두개 걸었습니다.

    2008.07.14 23: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어서오세요. inuit님.
      안그래도 쉐아르님이나 산나님 블로그에서 뵐 때마다,
      꼭 아는 분을 모른 척하고 있는듯 껄러지근<?>했는데,
      먼저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8.07.15 10:02 [ ADDR : EDIT/ DEL ]
    • 말씀이 참 재밌으셔요.
      제삼자 블로그에서 아는 사람 모르는척 한다는.
      종종 들러서 좋은 말씀 듣고 배우겠습니다.

      2008.07.15 22:34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책/책2007. 12. 15. 17:06
 

한근태, 잠들기 전 10분이 나의 내일을 결정한다. 랜덤하우스중앙, 2005


■ 이 책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은 저자가 SERI. CEO에서 책을 소개한 강좌를 모아놓은 책이다. 책 한 권을 두 장 분량, 6분 정도 얘깃거리로 축약한 60편이 글이 실려있다. 3년 이상 그 일을 하면서 저자는 책을 요약하는 고통과 쾌감을 실컷 맛보았다고 한다. 좋은 책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아는 나로서는, 저자가 3년에 걸쳐 발굴한 도서목록을 보고, 창고가 가득 찬 것처럼 뿌듯하다.

게다가 저자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나의 강점찾기에서부터 시작해서, 대인관계, 경영의 기본, 전설적인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나가는데,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가 조용하게 뿜어져나온다. 경영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내용이 그득하다. 경영에 문외한인 나도 경영의 세계를 엿보고 동기유발이 될 정도였다.

규모가 크든 작든 경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필히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품격있는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자기학습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 저자에게서 조용한 리더십을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드넓은 경영의 세계에 입문하게 될 것이다.
고도로 축약되고 엄선된 60편의 글이 모두 보석처럼 빛나지만, 각별하게 내 안에 들어온 내용을 옮겨 보았다.  소제목이 책제목이다.


■ 내 안에 들어 온 내용들


- 칼과 칼집

누구나 성공을 원한다. 성공의 2가지 조건을 재능과 원만한 대인관계라고 한다면, 재능을 칼에 비유할 수 있다. 칼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칼집이 필요하다. 칼집에는 겸손, 균형, 부드러움, 끊임없는 학습이 들어가며, 칼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제어 장치이다.

하수일수록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딱딱하다. 대가일수록 움직임이 부드럽다. 춤을 추듯 부드럽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폭발력이 있다. 스포츠는 물론 자기 관리, 대인관계, 일을 처리하는 것 모두 마찬가지이다.

스포츠든 경영이든 일정 경지에 올라가면 거기서부터는 단순한 기교 싸움이 아니고 두뇌와 체력, 감성적 자기 통제 능력의 대결이다. 일정 수준의 성공, 한 상품의 우연한 대박 등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행운이다. 하지만 그것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인적인 인격이 반드시 필요하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이 사람이 사람을 날카롭게 벼린다.


-잭 웰치를 움직인 세 개의 원

이 책은 도형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이다. 모든 과정을 도해로 생각함으로써 사고를 넓히고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생산성을 높이라는 것. 왜 도형커뮤니케이션인가.

첫째, 전달력이 커진다.

미 공군에서 '전달 형식과 기억의 양과의 관계‘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전달 형식에 따라 명령이 어떻게 기억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말로만 지시하는 경우, 도표로만 지시하는 경우, 도표와 말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로 나뉘어 실험을 한 것.

그 결과 말로만 하는 경우는 40퍼센트, 도표로만 하는 경우 70퍼센트, 그 둘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 90퍼센트가 정확하게 이해했고 기억도 오래 갔다고 한다. 말로만 정보를 받을 경우 전달 받는 과정에서 60퍼센트를 잊어버린다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왔다.

둘째, 도형을 이용한 사고를 하면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려면 우선 나무를 보는 대신 숲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키워드를 찾아내는 것이다. 도해를 의식하면 키워드를 훨씬 더 쉽게 찾아낼 수 있다. 평소에도 설명을 듣거나 책을 읽을 때 의식적으로 키워드를 찾는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키워드를 찾은 다음에는 원과 화살표를 이용해 상호 관계를 살펴본다. 주종 관계인지 독립 관계인지, 연속성인지 불연속성인지, 추측인지 아닌지, 대립 관계인지 쌍방향 관계인지, 문제점인지 문제점으로 인한 현상인지 등을 살펴보다 보면 부분적인 것들의 상호 관계를 파악하고 전체적인 매커니즘을 알 수 있다.


셋째, 도형을 이용해 생각하면 사고력이 증진되고, 실수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도형으로 사업을 구상하는 대표적인 예는 일본 세콤의 창업자인 이이다 전 회장.

“도형을 이용하면 우선 순위를 알 수 있고, 사건과 사건 사이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제를 파악할 수 있고, 해결책을 찾는 경우도 있다. 도형을 그리는 것은 또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잭 트라우트, 비즈니스 전략

전략은 생존이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객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선택의 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지나친 자극에 대해 무관심으로 자신을 방어하려는 성향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선택 산업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선택받기 위해서는 초점이 명확해야 한다.

다른 회사 제품을 제쳐 두고 당신 회사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략은 인식이다. 이 물건이 어떠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물건이 고객의 마음 속에 어떻게 인지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단순해야 한다. 복잡하면 헷갈리고 아예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

인지의 최고 단계는 하나의 용어가 일반화하는 것이다. 복사기 제조회사 이름인 제록스는 복사를 의미, 배송 업체 이름인 페덱스는 야간 배송을 의미. 스카치테이프는 셀로판 접착 테이프의 보통 명사가 되었다.

브랜드 네임을 일반 용어로 인식시킬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수는 없다.


-창의와 혁신의 핵심전략

혁신적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어야 할까?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문제 해결이나 고객 만족의 기회를 얻기 위한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연구의 산물이다. 선도적인 이용자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자동차 브레이크의 경우, 트럭 운전자, 레이싱 팀, 군항공 장비 생산 업체 등이 선도적 이용자이다. 관련 제품을 가장 먼저, 많이, 가혹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점을 훤히 꿰뚫고 있다. 이들에게서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을 관찰하는 것도 좋다. 할리 데이비슨은 할리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의 모임인 ‘Harley Owners Groups' 행사에 엔지니어, 마케팅 직원, 심지어 사회인류학자까지 파견한다. 오토바이의 개조, 문제 대처 방법 등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이를 상품 개발에 반영하기 위해서이다.

기술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의 시장 가치를 인식하는 일이다. 마프코니는 라디오를 발명한 뒤 항만과 배 사이의 무선 통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 이를 통해 1912년 타이타닉 호 침몰시 700명이나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음악이나 오락을 위한 최초의 무선 송신이 이루어지면서 오락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송 매체로서의 잠재력을 알게되었다. 학회나 과학 집단의 신속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생각했던 인터넷의 폭발력도 마찬가지이다.


-꿈을 볶는 커피집 비미남경 이야기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스턴트 커피 시장 점유율이 원두커피보다 높은 나라이다.

인스턴트 커피의 첫 시험 무대가 한국전쟁이었다.

이대앞의 작은 커피집 ‘비미남경’의 슬로건은 ‘느낌을 녹여 만든 커피’이다.

그에 걸맞은 메뉴판을 보자,

‘순수한 처녀림의 비밀을 닮은 파푸아뉴기니 내추럴’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영혼이 담긴 케냐AA’

‘화가 고흐가 사랑했던 에멘 마타리’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사연을 마신다는 느낌을 준다

이곳에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커피 한 잔을 시켜도 거기에 담긴 사연을 설명하고 어떻게 끓여야 맛이 좋은지 그것을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까지 설명을 해 준다.


이곳은 커피를 팔기보다는 지식을 판다. 오전에는 가게에서 커피에 대한 유료교육 실시, 잡지에 커피에 관한 글을 싣는다. ‘커피앤티’라는 잡지에 ‘이 달의 커피’라는 제목의 컬럼을 싣고 있으며 ‘월간 커피’에 한국 최초의 커피 만화를 연재 중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업이 이루어져. 또한 틈새시장을 공략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AMC, 리앤펑 등 외국인 회사에 원두커피를 직접 공급하기도 한다.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고객에게 전염시켜라, 당신이 가진 자부심과 열정이 진짜라면 그것은 애써 표현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사업을 움직이는 두 바퀴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보통의 커피집은 하드웨어만 파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비미남경은 커피라는 하드웨어에 전문성, 스토리, 역사, 교육 등 소프트웨어를 더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비미남경 이야기는 내게 최고의 영감을 주었다. 내가 선택한 아이템에 쏟아지는 뜨거운 열정, 아이템 하나를 둘러싼 다각적인 시도들, 그로 해서 형성되는 이야기, 이윽고 완성되는 작은 왕국...  나는 어떤 아이템에 나의 전부를 걸 수 있을까.  나의 꿈을 향해 가는 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행운이다. 작으면서도 열정적이고 문화적 파급력이 큰 사업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파십시오.

열정이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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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탄

    검색을 해 보니, 커피집 '비미남경'은 책의 저자인 이동진씨에게서 주인이 한 번 바뀌었다가, 아예 문을 닫은 지 한 두 달이 된 것 같다. '비미남경'의 철학과 아이디어에서 받은 영감이 어디로 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많이 서운하다. 의미를 더욱 의미있게 하는 것은 '현존'이기 때문이다.

    2007.12.16 11:37 [ ADDR : EDIT/ DEL : REPLY ]

좋은 책/책2007. 12. 1. 15:49
 심산의 마운틴오딧세이, 풀빛, 2002

등산이라고 부를만한 산행을 해 본 것은 딱 한 번 뿐이다. 광천에 있는 오서산, 정상까지 3시간 정도 걸렸다. 그 유일한 경험에서도 사람들이 산에 가는 이유를 알 것같긴 했다. 제법 가파른 길을 헉헉 대고 올라간 끝에 눈 앞에 펼쳐지는 ‘세상’에 나는 환호했다. 야트막한 산이 중첩되며 골짜기마다 마을을 품고 있었고, 논밭과 나무들과 저수지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모두 내 발 아래 있었다.


“여기는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

모두가 발 아래 있다!”


산악시인 장호의 싯귀이자, 고상돈 대원이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무선교신한 구절을 온 몸으로 이해한 셈이다. 그러나 그뿐 등산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마운틴 오딧세이’를 펼쳐들었다.


처음부터 봉우리 이름과 등산용어, 등반가의 이름은 겅중겅중 뛰어가며 읽었다. 어차피 모르는 것에 신경쓰다 호흡을 놓치고 재미를 잃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걱정은 기우였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여전히 등산장비 하나도 변변히 모르지만,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산악문학 22편을 소개한 글의 길이가 적당하거니와, 심산의 박진감있는 문체도 한 몫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산에 미친 사람들의 미친 스토리가 읽는 사람들을 빨아들인다.


자신의 이름을 따온 봉우리에 묻힌 ‘난다 데비’의  이야기는 서막에 불과했다. 존재를 찾는 여행이라도 좋고, 모험도 좋고 방랑도 자유도 다 좋지만, 평범한 생활인이 보기에는 ‘미쳤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극한체험을 글로 읽는 것만으로도 진저리가 쳐진다.


5대륙 최고봉을 최초로 오르고도 모자라, 개썰매를 타고 북극횡단에 나선 오척단신의 일본인 탐험가 우에모라 나오미, 영하 52도의 살인적인 추위, 쩍쩍 갈라지는 빙원, 백곰의 습격, 끝없는 고독과의 싸움... 이쯤되면 ‘모험’은 그의 생존방식이다. ‘모험’에 의지해서만 연명할 수 있는 체질도 있는 모양이다. 1984년 2월 13일, 세계최초의 매킨리 동계 단독 등반 성공이라는 기록은 남고, 그는 소식이 끊긴다. 43세.


그런가하면 아이거북벽에 도전하다 숨진 두 친구를 대신하여 기어이 북벽에 오르는 정광식도 인상적이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회사 책상을 깨끗이 치우고, 이를 갈면서 아이거에 갈 것을 맹세한 끝에 그는 드디어 정상에 선다. 그리고 조그만 얼음구덩이를 파고 친구의 사진을 묻는다.  비교적 낮은 해발고도<3970m>에도 불구하고 숱한 생명들을 앗아가 ‘클라이머들의 공동묘지’라고 불리우는 아이거북벽, 바위벽이 부스러져 폭탄처럼 퍼붓고 벼락이 하켄을 때리는 눈보라 속에 갑옷처럼 빳빳하게 언 옷을 입고 북벽을 오르는 장면에서 할 말을 잃는다. 순해보이는 그의 얼굴 어디에 그런 오기와 근성이 들었을까. 때로 삶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1985년 5월, 페루 안데스의 시울라 그란데 서벽의 초등에 성공한 조 심슨과 사이먼 예이츠. 하산하던 그들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의 극한장면에 부딪치게 된다. 자일에 매달린 조는 다리가 부러졌고 확보를 보고있는 사이먼의 눈구덩이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그들은 이렇게 2시간을 버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런 상태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

사이먼은 친구의 자일을 자른다. 매달린 조는 자일 끝에 매달린 사이먼의 시체를 확보 삼아 크레바스를 빠져나가는 상상을 한다. 누가 누구를 탓하랴. 우리는 그들로 해서 인간심리라는 구덩이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조는 두 팔과 한쪽 다리를 버둥거리며 3일 밤낮동안 빙하를 기어 19kg을 소모하는 초인적인 사투를 벌인 끝에 베이스캠프로 살아돌아온다. 결국은 사이먼의 선택이 둘을 살린 셈이다.


이 책은, 그 어느 것에도 죽을만한 오기로 덤벼든 적 없는 지리멸렬한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러고도 그저 클라이밍에서 그쳤다면, 워낙 등산과 관계가 먼 내게 금방 잊혀졌을 것이다. 책의 끝부분에 배치된 '클라이밍과 비즈니스', 나는 이로 해서 내 안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자기초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산사나이들 역시 산에 묻히지 못한 이상, 언젠가는 평지에서 새로운 정상을 찾아야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누구에게나 안나푸르나는 있다.


스포츠 클라이밍의 슈테판 글로바츠와 영업전문 컨설턴트 카이 페르지히가 함께 쓴,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는 위대한 등반가에게 배우는 9가지 마케팅 원칙이다. 글로바츠가 자신의 등반경험을 토로하면 곧바로 다음 장章에서 카르지히의 마케팅 강의가 이어진다.

이들은 ‘확실한 아이덴티티, 분명한 목표, 계속적인 동기부여’라는 자질이 클라이머와 사업가에게 동시에 요구된다는 데 동의한다.


“봉우리에 오르고자 하는 의욕과 어려운 암벽을 등반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 험난한 곳을 인지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능력, 탐험을 위해 갖추어야 할 준비의 필요성, 대원들과의 어려운 인간관계...” 가 어찌 등반과 사업에만 필수적이랴. 살아가는데 그것없이는 아무 곳에도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쓰디쓴 나이... '재능을 환전換錢하라' 이 책은 내게 이 문장으로 남았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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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년 이맘때, 1학년 2학기때 프레쉬맨세미나로 '서울 근교 등산 코스의이해' 과목을 들었었어요. 학교 뒷산(진짜 좋아요~ㅋㅋ), 북한산도 가고..그랬었는데
    기초 체력이 없어서 초반엔 좀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참 재미있었어요.
    올라갈땐 힘들었지만. 진짜 그 위에서 아래를 바라볼때 느낌이란!..

    구름의 그림자가 보이던 그날이 아직도 안잊혀 지네요...ㅎ
    이 글을 보니까 그때가 생각나서

    2007.12.01 19:29 [ ADDR : EDIT/ DEL : REPLY ]
    • '서울 근교 등산 코스의이해' ^^
      정말 환상적인 과목이네. 언젠가 그런 과목이 있었지~~ 하며 그리움에 목메는 시절이 온다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젊음을 맘껏 향유하기 위하여 오늘 하루도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한 일을 찾기를!

      2007.12.02 10:26 신고 [ ADDR : EDIT/ DEL ]
  2. 저는 아직도 책장에만 꽂혀져 있는데.
    조만간 한번 펼쳐들어봐야겠습니다. ^^

    우리도 언제 한번 등산 같이 하면 좋으련만.
    서울 와서는 통 산을 못 올라봤어요...
    그렇다고 제주에서 부지런히 다녔던건 아니지만. ;;;

    어쨌튼 마음이 꿈틀합니다....

    2007.12.03 22:20 [ ADDR : EDIT/ DEL : REPLY ]
    • 북리뷰를 위주로 하는 블로그 조금 돌아다녀보니, 내 수준이 그다지 빠지지는 않겠더라구. ^^ 어쨌든 꾸준히 해야되겠다 싶은데, 너무 댓글이 없으니, 꼭 유령 상대로 장사하는<?> 기분이 들어서 묘하네.

      2007.12.04 11:01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책/책2007. 11. 14. 12:34
 정혜윤, 침대와 책, 웅진지식하우스, 2007


당신이 관심을 갖고 있고 언젠가 뻗어나가고 싶은 분야에서, 이미 일가를 이룬 고수를 발견했을 때 당신의 기분은 어떨 것 같은가요? 나는 아주 상쾌했습니다. 아,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난 정말 멀었구나, 기분좋게 항복했습니다.


CBS라디오의 정혜윤PD가 쓴 ‘침대와 책’ 얘기입니다. 2층으로 통하는 계단 밑 공간에서 동화는 물론 농민신문까지 읽어치우던 아이가, ‘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공산당 선언’과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던 앳된 날을 거쳐, 부장님께 된통 깨지는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그녀는 삶의 모든 국면에서 책의 위로를 받습니다.


내 옆의 남자들이 매력 없고 한심해 보이는 날에는, 남자들이 예뻐죽겠는 책을 찾아 읽는 식입니다. ‘개선문’이나 ‘빅 피시’나 ‘장미의 이름’이 거기에 해당된다네요. 세월은 가고, 헛되이 나이 들어가거나 늙어간다고 느낄 때는 보르헤스를 읽습니다. 보르헤스, 평생에 걸쳐 서서히 시력을 잃어 55세 즈음에는 완전히 실명하게 된 그가 말합니다.


“이제 그토록 사랑했던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을 잃어버렸으니 다른 것을 만들어야 해. 난 미래를 만들어야 해. 내가 정말로 잃어버린 가시적인 세상을 이어받을 미래 말이야.”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 특히 나쁜 일이 장기적으로 글로 변한다, 왜냐하면 행복은 다른 것으로 변환될 필요가 없으니까”라고 말해주는 보르헤스 앞에서, 사소한 우울은 한낱 응석이 되고 말겠지요.


이 모든 책을 그녀는, 사방에 책을 쌓아놓기 좋게 주문제작한 침대에 누워서 봅니다. 그래서 그런가 유독 그녀는 책과 책 속의 인물을 사랑합니다. ‘새로운 이상한 나라의 현대적 앨리스’가 되어 얼마든지 책 속으로 들어가 돌아다닙니다. 저자와 주인공과 거의 정을 통하는 수준입니다. 이처럼 솔직하고 감성적이고 앙큼하고 유혹적인 독서기는 처음 보았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입니다.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갖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댕길 수 없습니다.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지요.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되겠습니다만, 그녀의 독서기를 보노라니, 책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비트겐슈타인의 통찰과,

‘나의 사랑은 결코 대체되지 않는다.’ 뒤라스의 열정과,

‘우리는 그 무엇이긴 하지만 전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파스칼의 동지의식과,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담대함을 줄 수 있는 대상이 그리 흔하겠습니까?

책과 만나 나의 불꽃을 일으키는 일에 더욱 정진해야겠습니다. 언젠가는 내가 누군가의 가슴에 불꽃을 일으켜줄 수 있도록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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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승범/가을 다 가기 전에...

    저 역시 책에서 많은 가르침과 교훈을 받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몸을 굴려 체득한 삶의 지혜를 듣노라면
    제 생각의 그릇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몸도 마음도 바쁘게 굴려야할 것 같습니다.
    며칠 안남았네요... 허허허허

    2007.11.15 10:4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나 혼자 굴리긴 힘이 좀 부칠 것 같고
      인디3기 한 번 모이면 함께 굴려줄게요. ^^
      근데 뭐가 며칠 안 남았다는 소릴까?
      올해가?

      2007.11.15 12:26 [ ADDR : EDIT/ DEL ]

좋은 책/책2007. 11. 8. 09:06
이주향, 치유하는 책읽기, 북섬 2007

 

오랜만에 수원대 철학과 이주향교수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녀의 책,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 “그래도 나는 가볍게 살고 싶다”를 읽은 것이 어언 6-8년 전의 일이다. 그 책들에서 느꼈던 재기발랄함이 사라지고, 쓸쓸하기까지 한 성찰로 채워지기에 충분한 세월인지도 모른다.


우습게도 내게 이주향교수는 한 가지 에피소드로 각인되어 있다.  연인이 소위 말하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젊은 날, 그녀는 젊은이다운 결벽증으로 단호하게 연인을 잘라낸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날, 그녀는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그쪽도 인연인데 무자르듯 할 수 없었어”


연인의 변명이 그저 변명이 아니라, 사람살이의 한 단면인 것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조금만 성숙했더라면, ‘양다리’가 파렴치한 행위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의 복합성과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드러낸 일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가차없이 사랑을 잘라내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하는 회한이 짙게 묻어났다. 소장파 철학교수가 드러내는 개인적인 회한을 나는 충분히 이해했다. 그녀가 안쓰럽고, 세월이 흘러야만 알게되는 인생의 비밀이 비정했다. 그런데 이주향은 이번 책에서도 지나간 사랑에 대한 추억으로 글을 시작하고 있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건강한 분노로 자신을 불사르는 것이 주류이던 그 시절, 마치 이상한 나라에서 여행 온 어린 왕자 같던 그와의 한 순간이 생을 온통 지배했노라고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맙소사. 나는 내맘대로 두 장면에 나오는 사람이 동일인일거라고 생각해버린다. 철학을 공부하는, 이 진중하고 섬세한 감성에게 ‘마음’이 그다지 여러 개였을거라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문에서 조카들에 대한 사랑이 절절한 것으로 보아, 그녀는 독신일거라고 또 내맘대로 생각해버린다. 단 한 번의 사랑으로 지나가버린 청춘, 자신은 한 번도 젊었던 적이 없는 것같다고 술회하는 이주향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학문이었겠지.


이 책은 그녀가 감명깊게 읽은 책들을, 변화, 사랑, 가족, 고통, 삶, 자연, 지혜, 영혼이라는 소제목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인생에서 부딪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망라하고 있는 것아닌가.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지금 허우적대고 있는 어떤 문제도 누군가 겪어내고 피터지는 고뇌 끝에 해답을 내놓은 것일수 있다. 나의 문제에 정확하게 부응하는 책을 만나면, 내 마음은 희열로 가득찬다. 저자와 교감을 나누며, 나의 의식은 고양되어 확장된다. 그 문제에 관한 한 치유된 것이다.


나도 책에서 얻는 것이 많은 편이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어도, 내 스타일에 맞는 책을 만나면 깊이 몰입한다. 그런데 감동없는 박식함보다 ‘깊은 교감’이 더 유익하다는 것을 요즘에 깨달았다. 감동은 깨달음과 연결되어 나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 ‘내 인생의 책들’이라는 제목으로 북리뷰 모음집을 쓰고싶은데, 이주향의 책을 먼저 발견한 셈이다. 전문가들만 이런 책을 쓰란 법은 없겠지. 일반 독자의 눈으로 찾아낸 책들을 가지고, 거꾸로 전문가들에게 메시지를 보낼수도 있으리라.


이 책에는 ‘오셀로’, ‘달라이 라마 하버드대 강의’, ‘오만과 편견’, ‘니체’, ‘칭기즈칸’ 같이 널리 알려진 책도 소개되어 있고, 처음 보는 책들도 있다. 책 한 권당 세 쪽의 소개글이 다소 짧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주향의 향기로 덧씌운 책을 소개받기에는 충분하다. 평소에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새롭게 무찔러준다. 이 책에서 내가 새롭게 확인한 것들이 그대에게도 다가가기 바란다.




금강경 반야심경....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면서도 자식들에게 죽음을 가르쳐 준 것입니다. 언젠가는 나도 죽는다는 걸, 그리고 그 ‘언젠가’는 그리 먼 시간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말입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외, 인생수업...
“삶에는 굴곡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그냥 옆에 있어줄 수는 있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을 두고 본다면 그것이 가장 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요?”


“황홀하지 않으면 새벽을 본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기에도 짧은 인생,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지금 그것을 챙겨 보십시오.”


파울로 코엘료, 11분...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이다.”


박범신, 비우니 향기롭다...
“나는 내 가슴 속 폐허 때문에 이곳에 왔다”


안셀름 그륀, 아래로부터의 영성
“앓아본 경험이 있는 의사만이 다른 사람의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아픔이 없으면 걷잡을 수 없이 오만해지고 교만해지고 강퍅해집니다. 남의 아픔과도 교감할 수 없는 겁니다.
---- 충분히 슬퍼하되 슬픔을 강물처럼 흘려보낼 줄 알아야 하고, 맘껏 기뻐하되 기쁨을 구름처럼 흘려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카렌 암스트롱, 마음의 진보
“모든 종교는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공감은 값싼 동정도 아니고 슬픈 연민도 아닙니다. 공감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고, 함께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감은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능력이 심하게 훼손되어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자신만의 정원에 고립된 채 지냈던 시절을 고백하며 흐느껴 울던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안셀름 그륀, 삶의 기술
“자신의 감정을 일로 꽉 채운 사람은 친구의 감정을 나눌 수 없습니다. 더 나눌 것이 없는 사람은 누구의 친구도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의 가난과 마주하는 사람만이 우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친구가 있는 사람은 시련과 위기 앞에서 그것을 극복할 힘을 얻습니다. 위기상황에서 충직하게 그의 편에 서주는 친구는 그 자체가 힘이므로. 그의 편에 서서 그의 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친구 사이는 영혼의 편지를 쓸 수 있는 사이입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친구는 공명共鳴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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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며칠 전에 다 읽고 글 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관계로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완성했어요.
    글이 산만해서 그런 것인데 어쩔 수 있나요.
    아직 제가 거기까지인걸요..^^
    이 책 검색해 보다가 미탄님 알게 되었으니 트랙백으로 연결해봅니다. ^^
    트랙백 재밌어요. ^^

    2008.02.28 21: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모험가님 덕분에 전에 쓴 리뷰를 찬찬히 읽어보고, 차분한 마음에 젖는 시간을 가졌네요.
      나도 최근에 트랙백 처음 해보았는데, 재미있더라구요.
      우리 모두가 손에 손 잡고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어요.
      블로그 시작하기를 참 잘한 것 같아요. ^^

      2008.02.29 09:15 [ ADDR : EDIT/ DEL ]

좋은 책/책2007. 11. 8. 09:01
표정훈, 탐서주의자의 책, 마음산책

@ 지은이-표정훈

-초등학교 2학년 때 계몽사에서 펴낸 <컬러학습대백과>를 친구 집에서 보는 순간 반해, 부모님께 무던히도 조른 끝에 청계천 헌책방에서 구입하다. ‘아홉 살 인생’ 최고의 날.

-중학 1학년 때 신기철, 신용철 편찬 <새 우리말 큰사전>을 탐독하다. 어떤 단어의 뜻풀이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를 찾아보고, 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로 옮겨가는 파도타기를 즐기다.

-대학교 졸업 무렵, 잡지사에 취직해 있던 어느 후배의 원고 청탁으로 플라톤에 관해 짧은 글을 쓰고 난생 처음 원고료를 받다.

-고대 중국의 전략가 吳起의 삶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원고를 들고 출판사 문을 두드렸으나, 퇴짜.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 엉성하다는 생각이 들어 원고지 1,000매 넘는 분량을 쓰레기통에 버리다.

-서양 철학자의 삶과 생각을 가상 전기 형식으로 쓴 원고를 가지고 두 번 째 출판사 방문, 역시 뼈아픈 지적을 받고 후퇴. 그 원고는 남아 있다.

-이번에는 번역, 두 번 째 접촉한 출판사에서 출판되었음.

-이후 우연한 기회에 모 신문에 짧은 칼럼을 연재하게 되면서 전방위 매문가의 길로 들어서다. 글을 제조해서 납기일에 납품하고 돈을 받는 일종의 글 제조업자가 되다. 편집자의 기획의도와 독자의 필요에 부응한다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이 글 제조업자의 윤리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후 출판평론가, 도서평론가, 출판칼럼니스트, 번역가, 저술가, 작가 등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직함을 사용하다가, 지금은 번역. 저술가 하나로 통폐합 하는 중.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매문가賣文家’로 규정한다.

-저서로 <나의 천년>,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하룻밤에 읽는 동양사상>이 있고,
번역서로 <고대 문명의 환경사>,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 등 10여 권이 있다.



@ 책을 읽고 난 후

최근에 신문에서 출판칼럼니스트라는 꼬리표를 단 표정훈, 한미화를 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출판평론가로 한기호가 있기는 하지만, 내 머리로는 그런 직함을 가진 사람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거 참, 완전 독점이구만.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얼마나 더 있겠어, 한 분야를 불과 몇 명이 독식하고 있다니, 하는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지난 22-24일, 홍대 앞 거리에서 열린 ‘와우 북 페스티벌’에 국내의 기라성같은 출판사가 총 결집해서 도서의 난전을 펴놓았다. 나는 그 곳에서 딱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었는데, 바로 표정훈의 ‘탐서주의자의 책’이었다. 개별출판사의 천막마다 쌓인 책의 거리를 지나다 보니, 우리나라의 지적 수준을 한 눈에 보는 기분이 들었지만, 막상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집어드는 순간 손끝으로 땡겨오는 어떤 기운이 있었다. 기꺼이 책값을 지불하고 읽어보고, 내 책을 만들리라는 예감... 그것을 표정훈은 “어떤 책 한 권과 처음 만나는 육감의 순간”이라고 표현해 놓았다. 158쪽


이 책은 저자 표정훈의 책에 대한 잡문을 모아놓은 책이다. 책에 대한 자신의 이력,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회, 책이 있는 영화, 책에 관한 유명 에피소드... 등을 썼는데, 단편적인 잡문이라도 한 권을 읽고 나니, 표정훈이라고 하는 개인의 모습이 진솔하게 드러난다.


이미 중1 때, 큰사전의 바다에서 파도타기를 즐길 정도로 우리 말에 푹 빠져있던 그, 청소년기에는 야구장이나 동시상영관에 갈 때조차 책을 들고 가 읽을 정도로, 책과 하나였던 그, “해도나 나침반 없이 그저 부지런히 노를 젓다가 우연히 닿은 항구에서 열심히 품을 팔고 식량과 식수를 비축한 뒤 다시 항해하는 삶, 다만 돈과 시간과 열의와 능력이 닿는다면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고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한가롭게 사는 것을 꿈꾸어왔던 그”는 얼추 그의 꿈을 이룬 것같다. 98쪽


그가 진정 즐기는 것은 이것이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홀로 빠져들 수 있는 세계, 나도 없고 책도 없고, 다만 한 줄 한 줄마다 나와 책 사이에 이루어지는 어떤 내밀한 묘합妙合의 순간만이 어어지는 충일한 시간.


그렇게 만나는 책들은 때로 푼크툼punctum으로 때로 스투디움studium으로 다가온다. 이 용어는 롤랑 바르트가 ‘카메라 루시다’에서 사용한 것인데, 푼크툼은 점 혹은 뾰족한 물체에 찔려 발생한 부상, 상처, 작은 반점 등을 뜻한다. 바르트는 하나의 사진에서 화살처럼 나에게 꽂혀오는 강렬함, 우연성에 바탕을 둔 사진 자체의 이미지를 뜻하는 말로 사용한다. 사진 한 장이 화살이 되어 나를 찌르고 상흔을 남기는 것이다. 다분히 축적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스투디움에 비해, 푼크툼은 좀처럼 분석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해하거나 개념화하거나 명확하게 기술하거나 하는 것이 힘들다.


책을 통해 배우는 사람들에게도, 푼크툼으로 다가오는 책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투디움만 되어도 소중한 만남이다. 그러나 이도저도 못되는 책들이 태반인 베스트셀러 목록 앞에서는 어리둥절하다. 누구 말마따나 베스트셀러는, 평소에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까지 집어들게 만드는 책이라서 그런가?


운명의 책 한 권을 만나기 위해서는 우연적 계기의 연속이 필연의 느낌으로까지 다가온다고 했다. 오늘 내가 이 책 한 권과 만나기 위해 빅뱅 이후 억겁의 세월에 걸쳐 우주가 쉼없이 운행되어오지 않았을까 하는 우주적 착각.


책과 마주치는 기쁨은 사람과 마주칠 때의 기쁨과 똑같다. 독서의 기쁨은 해후의 기쁨이다. 그것은 단순한 외적인 필연성이 아니라 오히려 내적인 필연성이다. 이리하여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해후했고, 괴테와 실러도 해후했다. 일생 이런 해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결국 아무것도 안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는 그런 해후를 경험할 수 있을까? 스스로 구해야 한다. 구하는 것이 없는 자는 마주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가령 마주친다 해도 그것임을 모르고 지나칠 것이다.
-미키 기요시 ‘독서론’- 표정훈 책 122쪽


나는 솔직하고 수선스럽지 않은 표정훈의 문체와 관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기질과 강점대로 밀고 나가되 결국 자기 분야에서 자리를 굳힌 그의 라이프스타일도 부러웠다. 모든 ‘앞서 걸어간 자’들이 얘기하듯 표정훈역시, “쓰는 놈한테는 못 당한다.”고 하는 원칙을 상기시켜 주었다.


“뮤즈를 기다리지 말라.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날마다 아홉 시부터 정오까지, 또는 일곱 시부터 세 시까지 반드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뮤즈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되면 뮤즈는 조만간 우리 앞에 나타나 시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마술을 펼치기 시작할 것이다.”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표정훈 책 236쪽


글이나 책에 대해 엄숙주의가 아닌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나는 지금 매문을 하고 있다.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벌어 역시 다른 사람들의 노동의 결과를 돈을 주고 구입하여 살아가야 하는 오늘날에 매문을 한다는 건, 부끄러울 것도 없으며 그렇다고 자랑할 것도 없는 노동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글 시장에서 팔릴 만한 상품을 내놓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내맡기는 일은 신성할 것까지야 없지만 천하지도 않다. 글 시장에서도 ‘파느냐 굶느냐’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39쪽


이 부분에서는 김 훈을 떠올리게 한다. 김 훈의 산문집을 다시 훑어보면, 한 꼭지 쓸만한 재료를 발견할 수 있을 것같은 예감이 든다. 또한 이 책에 인용된 부분 중에 모네의 <수련>을 주제로 하는 바슐라르의 미술론이 너무 아름다워서 모네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다. 이처럼 내게 좋은 책이란, 내 상상력과 탐구심을 촉발시켜주는 책이다. 그래서 표정훈의 이 책은 내게 좋은 책이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꿈꿀 권리’ 중에 모네에 관한 글로 마무리하자.


“수련은 여름꽃이다. 그것은 여름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이 깊은 정원사는 그 꽃이 연못에 피는 것을 보고서 오렌지나무를 온실에서 내놓는다. 그리고 9월이 되어 수련이 지면, 그것은 춥고 긴 겨울을 알리는 전조가 된다. 클로드 모네처럼 물가의 아름다움을 거두어 충분한 저장을 해두고, 강가에 피는 꽃들의 짧고 격렬한 역사를 말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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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책2007. 10. 14. 08:47
아주 오래 전에 읽었는데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책들이 있습니다. 내게는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이 그 중의 하나입니다. 이 책은 내게, ‘얏! 하고 비약할 수 있는 힘’이라는 구절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누렇게 변하기 시작한 책을 펼쳐, 밑줄 그어놓은 부분을 다시 읽어봅니다. 놀랍게도, 요즘의 내 심정과 정확하게 부합합니다.


“창조하는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다.”
“창조하려면 먼저 배워야 한다.”


“열심히 공부해도 결국 잊어버리게 되는 것을 왜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그것은 지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 공부하는 과정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지혜라는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배우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 그러므로 많이 배우고 많이 잊어버리고, 다시 많이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지혜에는 넓이가 있고, 깊이가 있고, 힘이 있다. 지혜의 힘이란 결단력을 말한다. 결단할 수 있는 힘, 어느 순간에 얏! 하고 비약할 수 있는 힘, 이러한 지혜의 힘은 인생과는 직접 관계가 없어 보이는 공부하는 가운데서 키워지는 것이다.”


인생의 하프타임을 맞아, 글쟁이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보기에는 백수같이 보이지만, 하루 종일 생각하고 느끼고 읽고 쓰고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일입니다. 좋은 책과 좋은 필자를 발견하는 일이 최대의 기쁨입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습니다. 전에 써놓은 “나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봅니다. 상투성보다 본질을, 축적보다 발산을 추구하며 살다보니, 손에 잡힌 것이 없습니다. 내세울만한 성취 하나 없이 저물어가는 오후는, 거의 바닥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바닥에서 나를 곧추세운 것은, 책이라는 오래된 취미 하나입니다.


10년 전에 읽으며 밑줄 그어놓은 부분을 운명처럼 확인하며, 내가 읽은 책 한 권, 한 권이 모두 내 안으로 들어와 지금의 나를 이루었구나, 시행착오로 점철된 세월역시 내 안으로 흘러 들어왔겠구나, 또 하나 깨달았습니다. 너무 지리멸렬하게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한 자책감이 엷어지는 순간입니다. 지금의 나는, 내가 만난 모든 만남의 총화입니다. 따라서 지금 내딛는 발걸음과 ,지금 쓰는 편지 한 편에도 나의 모든 체험이 실려있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동기유발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면, 그대가 살아온 날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바랍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몰입하여, 남다른 기쁨을 주던 일을 찾아보세요. 그 일 속에 당신을 당신답게 하는 요소가 숨어있을 것입니다. 있는 힘을 다 해 그 일을 후벼파세요. 파다보면 샘물이 솟고, 샘물과 샘물 사이에 지류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당장은 쓸모없을지도 모르는 공부를 하는 가운데, 당신을 ‘얏! 하고 비약하게 만드는 힘’이 비축될 것입니다. 다시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이야기합니다.


“어려움이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이때야말로 깊이 생각하는 힘이 요구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을 때, 혹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깊은 사고력뿐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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