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에미는 괜찮다, 삶이 보이는 창, 2012


‘엄마프로젝트’ 때문에 엄마에 대한 책을 닥치는대로 읽고 있다. 어제오늘 원로 소설가 김주영의 ‘잘가요 엄마’, 국민시인 김용택의 ‘김용택의 어머니’, 그리고 40대 후반에 단편소설로 등단했다는 이경희의 ‘에미는 괜찮다’ 세 권을 읽었다. 결과는 ‘에미는 괜찮다’의 압승! 자전적 기미가 강한 소설 ‘잘가요 엄마’는 초반의 긴장을 끝까지 가져가는 데 실패했다. 재가한 어머니가 평생 ‘나’에게 쏟은 죄책감 섞인 사랑을 모른 척하는 초로의 화자에게는 마음이 움직였지만, 소설 전체를 어머니에게 할애하기에는 어머니와의 뒤엉킴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쌩뚱맞게 정태와의 우정 이야기가 너무 길었고, 후반에는 그저 그런 성장소설이 되고 말았다. ‘김용택의 어머니’는 너무 곱고 밀도가 약했다. 전문사진가가 1년이나 따라붙어 어머니의 사계를 기록한 사진은 첫눈에는 선명했지만 다시 보니 너무 기획된 티가 강했다. “꽃도 사람이 있어야 꽃이다”처럼 눈이 번쩍 뜨이는 구절은 적고, “할머니는 박물관이요 자연이다”처럼 당연한 구절이 많았다.


거기에 비하면 ‘에미는 괜찮다’는 어머니와의 통화내용을 받아 적는다는, 지극히 단순한 형식 속에 한 사람의 생애를 넘어 한 시대를 담아내고 있었다. 충남 당진 외딴집에서 혼자 농사를 짓는 팔순의 ‘최시남여사’의 삶을 통해  마지막 어머니상을 또렷이 보여주고, 사라져가는 농촌공동체의 모습까지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또렷한 주제를 가지고 일목요연하게 통화를 하지는 않았을 터이니, 그 때 그 때 뒤섞이는 내용을 저자가 다시 여쭤가며 재구성했을 것이다.


그러니 태반이 저자의 내공일 수도 있는데, 저자의 흔적은 아무데도 없고 오직 어머니의 육성만이 생생하다. 그만큼 모든 얘기가 군더더기라곤 없이 정곡을 찌르며, 시퍼렇게 살아 움직인다. 어머니에게 한없는 애정을 가진 딸이 어머니의 눈이 되고 마음이 되어 어머니의 삶을 바라보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뒷날개에 소개된 책들을 보니 이 출판사의 신조가 ‘묵묵히 그저 제 할 일 하며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날것 그대로의 서사’를 펴내는 것인가 보다. 치매 걸린 어머니를 모시며 농사짓는 이야기를 비롯해서 다른 책들도 땡긴다. 비교적 신생출판사인데  고마운 마음이 우러날 정도로 출간방향이 진지하고 깔끔하다.


이 책의 목차에서도 그 깔끔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1장 니 아배가 그립다

2장 내 새끼들이 최고여

3장 에미도 알 만큼은 안다

4장 나두 그런 시절이 있었다

5장 외롭지 않은 것이 워디 있겄냐

6장 영정사진 찍으러 간다


절도있게 나뉜 챕터에 실린  ‘물난리’, ‘용돈’, ‘누렁이’, ‘아파트’ 같은 꼭지글들은 그 제목만큼이나 심상한 내용이지만, 한 치의 과장이 없이도 가슴이 찡했으며, 한 구절도 그냥 지나칠 것이 없을 정도로 영글어 있었다. 그저 단편적인 일상 이야기를 하는데도 그것들을 연결해 보니, 자식을 끔찍이 사랑하면서도 자식 곁이 아닌 땅을 지킬 때 가장 행복한 여성농민이요, 경제적으로 독립해 있으니 자존감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당당하기 그지없는 여성노인의 모델이 손에 잡힌다. 더불어 최시남여사의 가족이나 이웃이 사회학적 연구의 샘플로 봐도 좋을 정도로 소상하면서도 객관적으로 그려져 있으니 귀하고 감동적인 자료가 아닐 수 없다. 갖은 궁리를 다 한 소설적 플롯이나 세련된 기획력이 없이도 이만한 가치와 감동을 줄 수 있다니 이것이 리얼리티의 힘이리라.


시종일관 짧고 담담하게 서술되었지만, 한 줄 한 줄이 삶이고 깨달음이었다. 오직 한 생을 바쳐서만 얻을 수 있는 압축된 깨달음에 특유의 올곧음이 섞여 나이듦에 대한 해법 하나를 얻었다. “부부라는 건 정두 아니구 자식두 아니란다. 세월이지......” 에서는 부부뿐만 아니라 관계라는 것의 비밀을 알 것 같았고, “저는 지 가정이 있구 나는 갈 길이 따로 있으니, 부모 자식두 같은 둥지서 비비구 살 때뿐인겨”에서는 결코 쉽지 않을 초연함을 보았다.


억척맞게 일만 하는 부인과 선비기질이 있는 남편이 평생 해로하고, 한 쪽을 앞서 보낸 다음에도 두고두고 그리워하는 모습도 애틋했다. 남의 집에 품앗이를 가서는 허리 필 적마다 아무리 논바닥을 둘러봐도 니 아배가 보이지 않더라는 술회에서 눈물이 불쑥 솟구쳤다. 남편이 중풍맞은 직후 겁이 나서 잠시 큰아들네로 합쳤다가,  며느리 눈치 보느라 배곯는 것을 보고(뒷처리가 문제였을 테니) 강단있게 다시 시골로 돌아가는 장면에서도 그랬다. 이렇게 심신이 건강하면 늙었다고 해도 문제보다는 깨달음이 더 많으리라. 생각하면 육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냈으며, 남편을 중풍으로 십 년 전에 먼저 보냈으며, 팔순에도 근면성실한 여성농민이 어디 한둘이랴. 그 중에 오직 최시남씨 만이 자신의 역사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첫 책쓰기를 갈망하는 우리들에게도 소중한 전범이 되어 준다. 우리 모두는이제껏 숱한 경험을 하며 살아왔다. 딸이나 엄마, 프로그래머나 공무원, 낭만파나 현실주의자, 성격 급한 사람이나 느려터진 사람의 외피를 입고 몇 십 년을 살아 왔다. 우리의 모든 경험이 컨텐츠로 거듭날 수 있다. 그저 질박한 경험만으로도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고, 나와 다른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해의 폭을 넓혀주며, 후대에는 이 시대의 표상이 될 수 있다. 다만 하나, 나의 경험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각이 필요하다. 이 책이 어머니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기되 적절한 갈래로 나누어 인상을 강하게 해 주는 아이디어 하나로 탄생했듯이, 우리의 경험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각도를 찾는 일이 급선무다. 이것을 찾으면 그대도 그대의 역사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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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2.06.21 22:56 [ ADDR : EDIT/ DEL : REPLY ]
    •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블로그에 할애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어 방문은 못해도
      가끔 생각한답니다.

      정신없이 바쁠 텐데 잊지 않고 소식 전해줘서 고마워요.
      건강 챙기고 다시 씩씩한 일상의 주인이 되기 바래요.
      지금은 일상이 전부인 때!

      2012.06.24 00:09 신고 [ ADDR : EDIT/ DEL ]

 

고윤희, 연애잔혹사, M&K 2007. 12

영화 ‘연애의 목적’의 시나리오 작가인 고윤희의 연애분석서, 처음 이 주제로 책을기획했을 때 두 달이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2년이 걸렸단다. 구성이 재미있다. ‘해피엔드’, ‘번지점프를 하다’처럼 널리 알려진 영화 열두 편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되, 영화보다는 저자의 취재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책을 쓰기위해 천 명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책이 아주 탄탄하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아주 재미있기도 하다. 작심하고 연애문제를 까발기는 감각적인 문체가 일품인데, 그 밑에 저자의 최상주의자의 면모가 느껴진다. ‘연상연하커플의 속사정’, ‘들이댐의 기술’, ‘그 놈의 COOL'... 이런 식의 편안한 표현이지만 지독한 자료조사에서만 나올 수 있는 중량감이 뿌듯하다.


그리하여 이 책은 사랑, 연애, 남과 여, 결혼... 등에 대한 아주 솔직하고 실제적이면서도, 중심철학이 단단한 안내서가 되었다. 좀처럼 책으로 전수되지 않으며 사석에서도 귀동냥하기 어려웠던, 그러면서도 누구에게나 필요한 연애학이다. 본격적인 것은 직접 읽어보시기 바라며 약간의 본문을 인용한다.


사랑에 올인해서 다쳐본 사람들은 의외로 사랑에 대한 환타지가 없다. 뭐가 됐든 막장까지 가보면 의외로 덤덤해지고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완전히 던질 줄 모르는 사람들이 사랑에 대한 환타지가 많다. 이들은 드라마 영화 소설을 통해 자신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간접체험하며 환타지만 키워서 실제 연애에서는 병신짓을 하고 만다. 한 번의 미친 연애는 상대방을 사람 그 자체로 보게 하는 마음의 눈을 만들어준다. 그런 찐한 연애를 한 번도 못해본 사람이라면 그가 뛰어난 사회적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감정적으로 어린애일 가능성이 높다.


스토커가 되어버리는 것은 자기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혼계약서가 있다고 해서 남편이 자기 소유물인양 남편의 핸폰 비밀번호를 캔다거나 위치 추적을 한다거나 밤낮으로 전화를 울려서 사회생활까지 침범하는 여자도 모두 스토커다.

죽도록 사랑해도 내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나이가 들고 여자라는 걸 절감하며 살다보니 엄마의 인생에 울화통이 터지는 순간이 많아진다. 엄마의 희생에 고마움보다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엄마의 모습은 빚쟁이가 엄청난 부채장부를 들고 버티고 선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이걸 어떻게 갚아야 하지? 돈으로도 갚을 수 없고, 시간으로도 갚을 수 없는데?

나는 절대 자식에게 부채장부를 쥐어주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지 나를 가장 사랑하는 내 멋대로 멋쟁이 쿨한 엄마가 되어야지. 엄마가 70이 되기 전에 성형수술을 하고 멋진 남자와 세계 일주를 하며 마지막으로 생애 최고의 찐한 연애를 즐겼으면 바란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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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09.03.04 18:28 [ ADDR : EDIT/ DEL : REPLY ]
    • 비밀댓글 쓰시려고 달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경쓰실 일이 많으셨나 보네요.
      너무 재주가 많은 분들이 생각이 너무 많기도 하지요.
      고려하고 염두에 두어야 할 변수와 경우의 수가 대폭 늘어날 테니까요. 때로 단순함도 무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가지치기를 잘 하고 핵심에 올인하는 힘은 있거든요. 제 이야기입니다요.^^

      모쪼록 자신을 배반하지 않는, 희열에 찬 결정 내리시기 바라구요, '온기와 생기' 라는 표현 고맙습니다. 잘 마음에 품고 가지요.

      2009.03.05 09:23 신고 [ ADDR : EDIT/ DEL ]
  2. 보다보니... 제 마음이 그러하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데요.
    몇번의 오랜 연애끝에 연애, 사랑에는 그닥 환상이 없는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더랬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여전히..물질적인 눈에보이는 그런 풍족함보다는 본질적인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바라는게 없는데도 왜 이렇게 시달리는게 많은지, 내가 바라는게 없어서 상대가 나한테 바라는게 많아지는건지.
    (그런거 있잖아요. 넌 일을 잘해서 돈을 잘 버는 여자였으면 좋겠어. 전 천상 조신하고 참한 와이프가 되어줬으면 좋겠어..등등.. 말하지 않으면 알아서 할것들인데,
    굳이 말해서 산통 다깨는..-_-;;; )

    철부지여서 그런지, 부모의 유산이 빵빵한 남자나, 잘 나가는 직업을 가진 남자, 수려하고 화려한 남자보다는..그냥 진실된 사람이 좋아요.
    그저 마음이라도 절 위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그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요즘 듭니다. 조건 좋은 사람이야 많겠지만요..^^
    다름을 이해하고, 상대방을 응원하는 일이 어려운건가..하는 생각도 들고.

    새장속에 같힌 제모습이 싫어서, 뚫고 나왔으니..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보고 있어요.^^
    잘 지내시죵?

    2009.03.06 18: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관계'에 대해 글을 쓸 것이 있어서 사랑에 대한 책을 몇 권 읽고 있는데요, 지고지순한 사랑지상주의에서 냉정한 사회학적인 고찰까지 참 어지럽네요.^^

      그래도 나는 후자에 마음이 끌려요. 전자가 환상이고 기대치라면, 후자는 적어도 현상에 기반하고 있으니까요.

      고윤희의 표현에 따르면, 요즘 결혼식장에 가 보면 신랑신부가 고심해서 아슬아슬하게 협상한 티가 역력하다는 세태에서, 명이님의 순수함을 응원하고 싶어지네요. 사랑을 믿되 맹신하지는 않으면서 스스로 사랑을 완성시켜갈 자세가 되어 있다면,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후회하지는 않겠지요.

      명이님, 새장 속에서 나와 창공의 자유를 선택한 것만으로도 이미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있는 힘껏, 맘껏 날아보기 바래요. 화이팅!! ^^

      2009.03.07 08:38 [ ADDR : EDIT/ DEL ]
  3. 부채장부 들고 답답하게 버티고선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제 인생을 후회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설혹 사회적으로 아무 것도 성취하지 못하거나, 그 무엇이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아이가 내게 어떤 부채감을 느낄만큼
    나를 소진시키고, 마모시키고, 고갈시키는 삶을 살진 않아야겠어요.
    하루하루 정신과 삶이 더 깊어지고, 풍요로와지기를 바라게됩니다.

    미탄님, 잘 계신가요? 집필은 잘 되시구요?
    뜸한 포스팅속에 밀도있게 집중하고, 정진하고 계신 모습이 보이는듯 합니다.
    그런 단절과 집중이 참 부럽습니다.

    2009.03.07 15: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날마다 도서관에 가기는 하는데, 당최 나오는 게 없네요. ㅠ.ㅠ 이미 썼던 것을 고쳐 쓰고 보강하는 것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새 글" 쓰고 싶어요!! ^^

      똑순맘은 잘 할 거에요. 글로만 접해 보아도 온유하고 성실하고 시각이 넓고 마음이 따뜻한데다 재능까지 있으니까요. 나처럼 엄벙덤벙 단세포로 살아도 고쳐 살아볼 시간이 확보된 시대이기도 하구요.

      절대육아기간을 몇 년으로 잡는지, 그 기간과 그 이후의 큰 그림을 그리고 한 방향으로 매진하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러니 우선 바라볼 곳이 필요하겠지요. Design First!

      지금은 절대절명의 관계이지만, 아이들과도 적절한 분리가 필요한 시점이 오겠지요. 어떤 관계에서든지 애착과 분리의 균형 만큼 어렵고 중요한 것이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나는 여전히 '독립성'에 이끌리네요. 막 읽은 책의 이런 구절 같은 것에. 편안한 주말~~

      " 개인화는 소비자 의식과 자기확신의 혼합물이다. 이러한 자기확신은 삶의 만병통치약이 되어 개인적 해결책을 찾아내고 불확실성에 대해 대처하고 또 의심스러운 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비일관성을 수용하고 그것을 유쾌한 시니시즘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아주 풍부해질 수도 있다. 이리하여 마치 수천 명의 카프카적 인물들이 되살아오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
      울리히 벡 - 사랑은 지독한 혼란 -

      2009.03.08 09:55 [ ADDR : EDIT/ DEL ]
  4.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서평만으로도 구입해보고픈 충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연애에 대한 개인적인 말인들 누구나 못하겠습니까.. 연애비법(?)류의 책을 안 사보는 이유인데, 그럼에도 수많은 이들의 사례를 인터뷰하여 얻은 탄탄한 자료에 기초했다는 점이 끌리는군요. 아무래도 연애에 목마른 시점이라서 그런지.. 이런 리뷰에 확 땡깁니다. ^^
    저자의 최상주의자인 면모를 잡아내시는 미탄님의 혜안에 감복할 따름입니다. 하하

    2009.04.02 22: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닉네임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노회해서인지^^ 미혼이라는 것이 어리둥절하네요. 이 책은 진지함이나 감각면에서 읽어보실 만합니다.

      2009.04.04 11:04 [ ADDR : EDIT/ DEL ]
  5. 맙소사.. 노회라구요~ 문득 닉네임을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진지하게(!) 듭니다.

    2009.04.04 22: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결혼한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 셰릴 자비스, 여성신문사 2004


저자는 아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스물 하나에 결혼해서 28년을 함께 살았어도 아직도 남편을 보면 가슴이 뛴다고 한다. 이 책의 후기에 저자가 남편에게 바치는 감사의 글을 읽으며 가슴이 알싸해졌다. 이토록 아내의 꿈을 믿어주고,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아내를 지지하며, 아내의 전적인 신뢰를 받는 남편이란 거의 환상적이지 않은가!


“내 남편 짐, 이 책이 사람들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어주고, 또 그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 끝도 없는 원고를 읽어주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시간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디어와 산책과 식사를 제공하고, 효과적인 시간 배정표를 만들어주면서 내 삶을 노출시키는 일이 결국 그의 삶을 노출하는 것임에도 단 한번의 불평도 하지 않은 사람, 오히려 자기 삶에서 부끄러웠던 순간들을 말해 주면서 책 속에 넣으라고 한 사람, 집중력을 흩뜨리지 않고 책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 책을 세상에 내보내면서 한없이 불안한 나를 지켜봐 준 사람.”


그런데, 이토록 사랑하는 남편과 가정이라 해도 때로 떠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이름 하여 결혼안식년! ‘나는 남편을 그리워할 필요가 있었다’는 저자의 행복한 투정이지만, 결혼생활에 하나의 변화모델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완벽하게 자율적이고 가정적인 남편과 함께 사는 저자의 투정은 이런 것이다. 아, 그 전에 남편은 이런 사람이다. 저자가 결혼 직후 그가 아끼는 테니스 셔츠를 망가뜨린 이후 주욱 집안의 세탁을 도맡아 했다. 19년 동안 학교 학부모 회의에 빠진 적이 없으며, 12년 동안 아이들 야구팀 후원을 도맡아 했다. 그는 자기 차는 물론 저자의 차까지 세차에 주유까지 완벽하게 관리한다. 그는 백수가 아니고 저술과 강의를 하는 심리학자이다.


하지만 배우자 한 쪽이 어떤 측면을 완벽하게 수행하면 할수록 다른 배우자는 그 측면에 관한 한 백치가 되어 간다. 저자 역시 자신이 셀프주유 조차 해 본 적이 없으며, 당연히 셀프주유를 겁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신경질적으로 소리 지른다.


“지금부터 내 차는 내가 관리할 거예요!”


대략 2년에 한 번씩은 이렇게 소리를 지르며 살아왔다고 하니, 거의 염장지르는 수준 아닌가! ^^  완벽한 가정의 모델 속에서 살고 있어도, 저자는 여자가 홀로 서야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40, 50, 60의 나이에 자기 인생을 개혁시킬 수 있고 또 개혁시켜야만 하는 세상에서, 평생 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결혼을 유지하기란 점점 도전에 가까운 일이 되어간다.


자기 배우자가 연인도 되고 좋은 친구도 되고 함께 아이를 키우는 파트너겸 여가생활의 동반자 및 정신적인 지지자 역할까지 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하나의 관계 속에 너무 큰 심리적 부담감을 안겨준다. 기혼자의 절반이 이혼하는 상황에서 결혼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요구인 것 같다.”


결혼에 새로운 내러티브narrative가 필요하다! 저자의 중간결론은 ‘결혼안식년’이다. 단 한번이라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없이 지속적으로 쏟아부었던 것과 똑같은 에너지와 시간과 돈과 보살핌을 자기 자신에게 쏟아 보자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독립성과 창조력을 깨닫고 거듭나자는 것이다.


저자는 결혼 기간 중에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있는 55명의 여자들을 인터뷰했다. 몇 세기 전의 사례가 인용되기도 한다. 그 중에 가장 감동적인 사례는 이것이다.


클레어 페제스는 5차례에 걸쳐 에스키모인과 생활한 경험을 그림을 그리고 글로 써서 “노아택의 사람들”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28년 후에 고전으로 인정받아, 에스키모 고등학생들에게 교재로 채택되었다.


“페어뱅크스로 돌아와 나는 석 달 동안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고 체중이 4,5킬로그램이나 빠졌다. 그림 그리기는 성스런 행위가 되었다. 나는 목적이 있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저 환경이 내 나날을 마음대로 조종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길을 나 스스로 선택하게 되었다. 나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가지고 등장했고 예술적으로 새롭게 탄생했으며 나만의 목소리를 찾았다. 내 안에 막혀 있던 온갖 불길이 화염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단 한 번의 머뭇거림도 없이 확신에 차서 그림을 그렸다.”


모든 사례가 이렇게 극적인 것은 아니다. 겨우 두 달 간 집을 떠나 있겠다는 말을 꺼내기 위해 여자들이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얼마나 시시콜콜한 일까지 다 준비해놓고 떠나는지가 다 나와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아주 구체적으로 생활과 밀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허하거나 관념적인 대목이 한 군데도 없다. 가령 떠나고자 마음먹었을 때 몰려오는 두려움은 이렇게 세 가지이다. 외도에 대한 두려움, 좋은 엄마 콤플렉스, 안전함에 대한 환상! 각각 소주제에 걸쳐 제목보다 더 실제적이고 심층적인 사례와 심리묘사가 출중하다.


그 모든 두려움을 극복하고 드디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결심한 이후의 절차에 대해서도 섬세하기 그지없다. “안식휴가를 떠나기 위한 의식, 빈 자리로 인한 부담 덜어 주기” 처럼 실제적인 팁은 물론이고, “‘떠나기 적당한 때’란 없다”로 끝까지 남아있는 두려움을 떨쳐버리라고 용기를 주는 식이다.


이처럼 결혼안식년을 갖고 돌아온 주부가 얻는 것은 많다. 헤어져 있는 동안 의외의 독립성을 깨달음으로써 의외의 의존성을 깨달은 남편과 행복한 균형에 도달한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성숙함으로써 주변 사람들까지 풍요롭게 만든 것이다. 이 여행이 빌미가 되어 헤어지게 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때의 헤어짐은 역경이 아니라 성장이다. 모든 성장은 변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여행을 통해 많은 여자들이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나고 보니 쉰 살이더라~~ 하는 말이 성립하는 것은, 중년에 이르면 여성의 주체성과 창조성에 대한 욕구가 극대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융의 말처럼, 우리는 인생의 오후에도 인생의 아침 시간표를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 이제 더 이상 뭔가 외부적인 일이 일어나 우리의 삶을 바꿔주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  우리 자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며 자신의 실현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만 한다.

여성도 다른 사람에게 가치 있는 존재가 되어주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구해야 한다. 내가 한 사람으로서 온전하지 않다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이제까지 여자는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찔끔찔끔 흘려주느라, 주전자 가장자리까지 물이 가득찰 수 있는 시간과 고요와 평화를 허락받지 못했다. 이제 당신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찾아 떠날 때이다. 당신이 진정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라. 떠나기 좋은 때란 없다. 당신의 마음에 절실함이 가득찼을 때, 기회가 손짓할 때 그 때가 적기이다. 갖가지 장애물이 당신을 가로막을 때에는 저자의 아들이 쓴 편지를 직접 받은 것처럼 내면화하라. 책은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


“엄마 내 걱정은 하실 필요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은 그냥 엄마 자신만을 걱정하시면 됩니다. 엄마는 엄마의 미래를 계획하는 설계사이고, 지금 막 엄마의 꿈을 살기 시작했으니까요. 이 시간은 엄마가 벌은 것이고, 또 받아 마땅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제 인생에 영원히 큰 자국을 남길 결정을 막 실천에 옮기려 할 때 친한 친구가 저한 테 해준 충고를 전해드리려고 해요.

끝까지 가세요. 엄마. 엄마가 해야만 하고, 할 필요가 있고, 하고 싶고, 하기를 희망하는 것을 모두 해 버리세요. 어떤 욕망도 채우지 못한 채 마음 속에 남겨두지 마세요. 이건 어머니의 시간이니까요. 엄마 사랑해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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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퀴리

    온전히 자기자신을 홀로 세우는 것!
    그것이, 이제 더욱 길어지고 있는 인생을 살아내는 최선의 길인텐데요...
    절실함이 가득, 기회가 손짓하는 걸 지나친 적이 있다는 후회..
    하지만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게일 맥미킨의 얘기를 떠올려 봅니다.
    오늘도 환~한 하루 되세요.

    2009.01.13 10:27 [ ADDR : EDIT/ DEL : REPLY ]
    • 이 책에도 73세가 된 지금까지 25권의 책을 펴낸 현역 교육상담가가 나오는데요,
      그녀 역시 40대초 까지만 해도 그다지 독립적이지도 창조적이지도 않았다네요.

      혼자 있고 싶어하는 남편의 순례여행에 충격을 받고
      자신도 혼자 여행을 떠남으로써 숨겨진 자아를 찾는 거지요.
      요즘 읽는 책들이 마구 아우성치면서 내게 뭔가를 들려주려 애쓰는 것 같아요.
      여기에 푸른 퀴리님의 진솔한 댓글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화음같군요. ^^

      2009.01.13 12:00 신고 [ ADDR : EDIT/ DEL ]
  2. 저도, 저희어머니가 홀로 시간을 가지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 종종 하는데...!!
    마음만큼 그러지 못해서 참 죄송하답니다.
    아직 저는 어머니도, 아내도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 떠안고 가야할 짐(?)을 탓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자유로워 지는게 가장이겠지요???

    혼자있는 자유로움에, 함께있던 행복감이 배가 될수 있다면, 꼭 해볼만한 모험인듯 합니다.
    미탄님, 날이 추운데..감기 조심하시고욤!!!

    2009.01.13 19: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블로깅에 대한 명이님의 창의적 돌파력을 볼 때, 명이님은 어느 상황에 놓인다 해도, '내 식으로' 상황을 돌파해 나갈 것 같아요. 나이가 얼마이든 우리 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으로 보이는 '바로 그것!'을 가졌으니, 다 가진 셈이지요.

      2009.01.14 08:16 [ ADDR : EDIT/ DEL ]
  3. 제비꽃

    '깨어나고 보니 쉰 살이더라~~ '
    ㅎㅎㅎ 아직 깨어났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제 얘기 같네요.^^

    모두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산다는 명제가 떠오릅니다.
    자상한 남편, 엄마에게 지지를 다 하는 아들, 자신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늦으막한 이 책 저자, 모두 자신을 위한 항해를 하는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사람들.
    저자의 가족이 특별한 것 같지만, 사실 그냥 기본에 충실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요.
    너무 상식에 벗어 난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가족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겠지요.
    진짜 특별한 건, 이 이야기를 책에 담아서 세상에 내보낸 저자의 용기와 실제적 노력이 와 닿네요. 안주할 수 있는 환경에서도 머물러 고여있지 않았던 그녀, 자신의 주관적 삶을 담은 미스토리를 객관화시켜서 책으로 낳았다는 것, 그것은 영웅을 낳은 산모와 비교하고 싶네요.......에고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

    2009.01.14 02:52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정상이 너무 희귀해져서 귀한 환상이 되었다는 말에 동감해요. 그래도 참 부럽습디다. ^^

      깨어나 보니 쉰 살인 것은 제비꽃님과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자들 대다수가 그렇다고 하네요. 민화나 신화의 상징성을 풀어내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연구결과인 거지요. 100년 동안 '잠'으로 상징되는 모색과 웅크림과 순종과 체험을 통해, 이제 중년이 주는 담대함과 절실함으로 진짜 인생을 설계할 때가 되었다는 비유가 나는 참 좋던데요.

      2009.01.14 08:26 [ ADDR : EDIT/ DEL ]
  4. 28년을 함께 살았어도 아직도 남편~~
    이건 저자보다...남편이 대단하단 생각을 해 봅니다..
    제가 남자라서?? ㅎㅎㅎ...
    저도 옆지기에게 여행을 보내주는 남편이 되어야 겠어요

    2009.01.16 16: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3개월간 저술여행을 떠난 저자가,
      남편에게 다니러 오라고 말하자,
      "당신이 어렵게 떠난 여행인데, 내가 방문하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며 남편이 방문하질 않더라구요.
      정말 부러운 부부상이었어요.

      2009.01.17 09:03 [ ADDR : EDIT/ DEL ]
  5. 음. 이것도 참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어제 신랑과 둘이 '언제쯤 똑순이를 어린이집에 보낼까'를 의논했어요.
    그 기한을 정해놓는 것이 직장을 다니지 않고있는 저에게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똑순이를 온전히 제가 돌보는 기간동안.. 아이에게도 충실하고, 또 그 이후의 제 일을 준비하는데도 맘과 시간을 잘 써야겠다.. 다시 한번 맘을 다잡았는데-
    과연 잘 될까요?^^
    잘 해야만 하겠지요!
    우리 똑순이도 저자의 아들같이 멋진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

    2009.01.16 20: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주위에 두 돌된 남자아기가 있어서 자주 보는데요.
      자기 주관이 생겨서 고집을 피우는 모습,
      하루가 다르게 말문이 터지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두 돌만 되어도 믿을만한 어린이집에
      한 나절씩 보내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고 봐요.
      조금 늦추어서 30개월이나, 36개월이 되면
      더 마음이 놓이구요.
      시간도 더 늘릴 수도 있구요.
      아직 어린 애를 엄마 자기실현 하겠다고 일찍 떼어놓는
      것이 아닌가 죄책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엄마가 줄 수 있는 것은 언제고 주는 것이니까,
      또래집단과 교사 등 '다른 세상'에 접하게 하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봐요.

      앞날을 큰 그림으로 그리고 계획해 보는 것이,
      오늘을 더 의미있게 할테니,
      잘 생각하신 것 같아요. ^^

      2009.01.17 09:14 [ ADDR : EDIT/ DEL ]

 게일 맥미킨, 창조적인 여성들의 12가지 성공비결, 시그마북스 2007


때로 삶은 아주 구태의연해 보인다.  이제 더 이상 마음이 뛰는 일은 없으며 아침에 벌떡 일어날 일도 없다. 내가 삶에서 맛볼 것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참 재미없다. 모든 것이 익숙하고 모든 것이 낡았으며 모든 것이 지나간다. 한 때 나를 사로잡았던 열정이 사라졌을 때, 그것은 새롭게 다가올 열정까지 미리 빛바래게 만든다.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외모는 거의 공포를 준다. 사람들은 내 안의 호기심과 발랄함을 보지 않고, 나이 들어가는 어른 대접만 한다. 나는 여전히 독특함을 사랑하고 모험에 혹하는 '젊은이'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계속해서 한 박자 제쳐놓는 노땅 대접을 받으면 어리둥절하다. 이 어리둥절함은 곤혹스러움을 지나 상처가 되고, 다시 나를 규정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들여 나조차 내 안의 뜨거움을 믿지 못하게 될 때, 그 때부터 늙기 시작하는 것이리라.


그나마 나는 아주 씩씩한 편이다. 나의 씩씩함은 세 가지 기질에서 나온다. 첫째, 마음이 가는 것에 몰입할 수 있는 기질이다. 이 ‘단순한 열정’은 타고난 것이겠지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마음을 치고 들어오는 구절 하나이든, 수없이 밑줄을 그어댄 책 한 권이든, 닮고 싶은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든, 무엇엔가 열중하는 순간 나는 커진다. 그 대상을 받아들여 내면화하면서 나의 영토가 넓어진다.


둘째, 나는 자기중심적이다. 어려서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으로부터, 성장해서는 남을 돌보아야 하는 역할로부터 자유로웠다. 언제고 나는 스스로 생각해서 내 길을 선택했다. 그래서 늘 나의 선택은 ‘황당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낯선 것이었지만, 자기중심성 역시 소중한 자산이다. 오랜 세월 자기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도록 요구받다 보면,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심하면 ‘자기’라는 것이 없어진다.


셋째, 나는 생각하는 동물이다. ^^  달리 말하면 ‘의미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늘 내게 일어난 일의 의미를 짚어 본다. 무언가 미심쩍은 기분이 들면 계속 파고들어 그 기분의 뿌리를 찾아내는 식이다. 이런 습관이 들다보니, 어지간한 시행착오에서도 교훈을 찾아낼 수 있다. 실패에 족쇄 잡히지 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많은 여자들이 자기 재능을 확신하지 못하거나 잡다한 대소사에 묶여 ‘자기위주’로 생활하지 못함으로써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또 어느 정도의 성찰습관을 가지고 있다 해도 나 역시 강력한 출발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삶을 설계하고 성취할 수 있다. 내면에 강요된 ‘보조자의식’과 ‘패배의식’을 일소하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따라가면 말이다. 창조성의 변덕을 견디고, 불확실한 것을 버티면서, 지지집단과 함께라면 말이다.


이 책은 진심으로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창조적인 여성이 되기 위한 관문’은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잠들어있는 창조성을 깨워라.

두려워말고 도전하라.

행동으로 구체화하라.


언뜻 보면 너무 당연한 명제들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당연한 명제들을 재기발랄하고 생생한 사례로 가득 채웠다. 그래서 저자의 강령은 당연히 ‘좋은 말’에 그치지 않고, 내 안에 잠자고 있는 꿈을 흔들어 깨울 만큼 강력하다. 몇 년에 걸쳐 창조적인 여성 수 십 명을 인터뷰하여, 핵심요소를 끌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장력도 아주 좋아서 저자의 속삭임이 마치 세례받는 것처럼 나를 적신다.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당신의 직관을 따라가라’이다.


모든 일은 이끌림으로부터 시작된다. 창조적인 영감은 자석 같은 힘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참으로 유혹적이고, 매력적이며, 순식간에 넋을 잃게 만든다. 그게 생각이든, 의견이든, 예감이든, 변덕이든, 견해든, 직관이든, 감각이든, 혹은 감정이든 간에 한번 떠오른 영감은 우리의 창조적인 자아를 이끌어내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 그것이 설령 변덕으로 끝난다 해도 이끌림을 따라 가지 않는다면, 무엇을 따라갈 수 있단 말인가?  충동을 사랑하고 직관을 붙들어라.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면 포기하지 마라. 이 책은 자기 안의 열정을 발견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원칙은 이끌림을 따라가는 것이다.


매혹은 우리를 헌신적이고 자극적으로 만들어주는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다. 개인적인 열정을 따르고 필요한 모험을 감수하면 반드시 발전할 것이다.


자, 이제 내가 원하는 삶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치자. 그 길을 가는 데 장애물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내 안의 두려움이나 게으름일 수도 있고, 잘못된 결혼일 수도 있다. 이 책에 나오는 한 가지 사례는 그 장애물이 무엇이든 그것을 떨쳐버려야 하는 이유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메릴린 벨트롭은 첫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갈등의 순간에 혼자서 메인 주에 있는 커다란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최대의 절경을 보았고, 인생을 전환시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이 황홀경을 더욱더 만끽할 수 있는 삶을 살 테다.

이처럼 진정 광활한 관계와 에너지, 그리고 독립적인 삶을!”


이것이야말로 자기 삶을 사는 사람의 기본이 아닌가. 무엇이든 나를 축소시키고, 침묵하게 하고, 시들게 하는 것은 잘라버려라. 나를 계속해서 확장시키고 활기차게 하고 성장시키는 것에 접하라.


누구보다 창조적인 삶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과의 만남은 거의 감격스러웠지만, 그 중 제일 고마운 것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하나는 ‘창조성의 주기 버티기’ 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창조성이 변덕맞게 출렁이며, 그것을 이렇게 버틴다지 않는가.

묵힌 땅 위에 누워 휴식을 취하면서 힘을 재분배하고 뿌리를 내릴 새로운 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적당한 때가 되면 다음 할 일이 떠올라줄 것이니까요.


두울, 장애물은 장벽이 아니라 이정표이다. 패배는 일시적인 상황일 뿐이다. 그러나 포기가 그 상황을 영원한 것으로 만든다.


상징적인 이야기가 아니에요. 무척 현실적인 이야깁니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고 더 행복할 수 있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될 거에요. 장애물은 진정 방향을 가리켜주는 존재라는 것만 인지하면 말입니다.


셋, ‘매혹에 사로잡혀 삶의 진화를 이루어낸’ 사례들은, 실제로 그 사람을 만난 것처럼 생생한 자극을 주었다. 저자가 인터뷰한 많은 사람들이 창조적인 워크샵을 하고 있고, 그 성과를 책으로 쓰고 있었다. 모두 제목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다. 네이밍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모조리 부럽고 훔쳐오고 싶은 것들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삶을 사는 방법’,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우리가 미치도록 바라는 것’, ‘천사와 씨름하기, 위대한 글쓰기를 향한 영혼의 여행’.... 같은 책제목들과, 집중 전문가, 창조성 전문가, 관계형성 전문가, 성공 팀... 같은 워크샵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주 작은 틈새라도 사업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 혹은 하고 싶다는 열망을 다시 확인했다.


오랜만에 흥겨운 절정경험을 준 이 책의 끝 구절은 이것이다.


창조성은 실천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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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기중심성과 창조지향, 얼떨결에 남들하는대로 하는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등등 미탄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와 미탄님의 성향이 비슷한데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반가움을 느낍니다. 좋은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01.10 18:16 [ ADDR : EDIT/ DEL : REPLY ]
    • 예, 정말 그렇네요. ^^ 자주 오셔서 진솔한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2009.01.10 22:16 신고 [ ADDR : EDIT/ DEL ]
  2. 아이 돌보는 짬짬이 미탄님 블로그 열어놓고 읽습니다.
    이끌림.. 매혹.. 정말로 가슴뛰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새롭게 마음 다잡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게 됩니다.
    분주하고 번다한 마음때문에 자주 댓글 못달고 있는 요즘입니다만
    열심히 써주시는 고마운 글들(꼭 저를 위해 써주시는것같다는 착각이 들만큼 좋아요^^;), 꼭꼭 챙겨 잘 읽는답니다.
    감사해요.. 좋은 일요일 보내세요. ^^

    2009.01.11 08:32 [ ADDR : EDIT/ DEL : REPLY ]
    • 음?
      분주한 줄은 알지만 번다하기도 한가요? ^^
      토댁님 아들 블로그에 갔다가, 아들의 옛 일기를 포스팅하면서, 똑순이 생각도 했네요.
      세 점을 연결해 보면,
      똑순이와 똑순맘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이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나는 오래도록 혼자 고립되어, 전체를 본다거나 길게 보는 훈련을 못 한 것 같아요.
      요즘에서야 비교적 그게 되는데요~~
      똑순맘처럼 명민한 분은 블로그만 잘 활용해도 깨닫는 것이 많을 것 같아요~~

      2009.01.11 12:37 신고 [ ADDR : EDIT/ DEL ]
  3. 창조성,도전,실천....자꾸 자꾸 생각해서 창조성을 깨우고 도전하고 실천하고...
    제 삶이 가야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언젠 미탄언냐와 밤새워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즐건 하루 되세요^

    2009.01.11 08: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토댁님처럼 활기차고 외향적인 분들은, 이미 삶 자체가 도전이고 실천으로 보여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가치관과 삶을 일치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건강함이 느껴져요!

      2009.01.11 12:42 신고 [ ADDR : EDIT/ DEL ]
  4. 푸른퀴리

    미탄님.
    요즘 애들 말로 "님 좀 쨩인 듯".....^^(새로운 스킨 넘 밝고 좋아요. 이제사 인사?! )
    이른 봄 온 듯, 화사~~하고. 일취월장, 부럽, 부럽!
    대단하십니다.
    매일매일, 꾸역꾸역, 군말없이, 손으로(몸으로) 쓴다-노동을 즐긴다!-의 진수를 보여주시
    는군요.

    나를 보라. `습관의 힘`을..... 기얻어 갑니다. 두주먹 불.끈. 쥐고 , 홧팅~~!!!!! ㄱ.ㅅ.ㄱ.ㅅ.
    창조성은 실천이다.<윽, ㅠㅠ>
    오늘도, 좋은하루^^ 여세요.

    2009.01.11 09:56 [ ADDR : EDIT/ DEL : REPLY ]
    • 푸른 퀴리님의 추임새, 감사합니다.
      책 속에서 한 줄 짜리 문장이라도, 평소에 내가 느끼던 고충을 발견할 때의 기분은,
      정말 눈 앞이 환해지는 기분이에요.

      지극히 평범한 명제를 가지고 책 한 권을 쓴 이 저자도 글쎄,
      자신이 책으로 쓸 만한 아무 것도 지니고 있지 못한 것 같아서 괴로웠다네요!

      이 책 강추합니다!

      2009.01.11 12:46 신고 [ ADDR : EDIT/ DEL ]

 사랑하는 내 딸들아,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주디 세인들린, 나라원 2004


창조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창조적인 글을 모방하라. 독창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아온 당신은 조금 어리둥절하겠지만, 독창성이나 개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엇이 독창성이고 무엇이 개성인지 먼저 알아두어야 한다. 정말 독창적이고 개성있다고 생각하는 글을 찾아서, 꼭 빼닮도록 흉내를 내는 것으로 비로소 그 세계를 알고, 언어세계의 가능성을 체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에서 한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진심으로 믿어진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아무 것도 받아들이지 않은 허허벌판같은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자기답게 살고 싶은 사람들은 정말 자기답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접해보아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부모를 보며, 먹고 산다는 것의 지엄함과 고달픔을 배운다. 동시에 부모님과는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 다른 삶’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없고서는, 강력한 변화를 추동해내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정말 자기답게 사는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면, 자극과 감화를 받아 지속적인 의욕을 충전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역할모델의 힘이다. 물론 그 역할모델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다. 자기로서 사는 삶의 향기를 맡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는 멈추지 않고 흐를 것이다.


주변에서 역할모델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행운아다. 그렇지 못할 때에는 책 속의 인물도 괜찮다. 모든 면에서 성이 차는 사람이 어디 그리 많으랴. 단 한 가지라도 감탄스럽거나 부러운 인물을 자주 접하다보면,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 삶에 대한 주체성과 주도성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사랑하는 내 딸들아,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다소 촌스러운 제목의 이 책의 원제는 'Beauty fades, dumb is forever.'라고 한다.  아름다움은 곧 사라진다, 하지만 어리석음은 영원히 남는다.


저자인 주디 세인들린은 뉴욕 가정법원 판사출신으로 TV 법정쇼 ‘Judge Judy'를 주재하며 유명인사가 된 인물이다. 1999년 57세에 이 책을 썼고, 2004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제목이며 표지가 조금 구닥다리같아 보이지만, ‘진짜 성공한 삶’을 엿보기에는 충분하다. 특히 책 전반에 걸쳐 여성의 주체성에 대한 강조가 넘쳐난다.



1. 자신에게 정직하라

2. 지배하기 위한 섹스

3. 사랑도 진실을 막을 수 없다

4. 룰을 익힌 뒤 게임에 임하라

5. 자신을 위해 살아라

6. 황소를 춤추도록 할 수는 없다

7. 실패자는 인격자가 될 수 없다

8. 그냥 두어도 잘 자란다

9.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10.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당신도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10개의 소제목 중, 6장 남자와 여자 간의 기질적 차이에 대한 부분을 빼고는 모조리 ‘독립한 여자’에 관한 내용이다. 2장은 섹스에 대한 여자의 환상을 질타하는 내용이고, 7장과 8장은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한 여자가 자녀를 키우기도 잘하고, 놓아줄 때를 알고 있다는 내용이다. 저자의 결론은 이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삶과 관계가 있는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미혼여성에게는 ‘누군가 너를 사랑하기 전에는 너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사별한 여성에게는 부부라는 팀을 이루기 위해 상자에 넣어 두었던 꿈을 꺼내 다시 몰두할 것을 권한다.


"당신이 20대건 60대건, 혹은 독신이건 결혼했건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타인들은 주인공인 당신을 도와주는 조연일 뿐이다. 건전한 정신, 긍정적인 사고, 그리고 개인적 성취감과 자존심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좀 더 나은 배우자, 친구, 어머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이 아니라 최고가 되어 당신을 좌절시키려는 환경을 극복하고 당신 자신의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 있게 삶을 개척하라는 것이다."


성공한 유명인사의 책이다 보니, 저자의 생활 위주로 쓰여져서 아주 쉽고 일상적이다. 진지하고 무겁기보다 경쾌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녀가 단호하고 강력하고 유머러스한 생활철학을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는 증거는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저자는 153센치미터의 단신이라고 한다. 우리 관점으로 보아도 작은 키인데, 서구인의 체형에 비춰볼 때 적잖은 핸디캡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녀는 ‘TV에서보다 아주 작으시군요’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난 키가 커요. 하지만 실물로는 작다는 인상을 주나 보군요."
 

이 대단한 자신감이 정말 멋지지 않은가?  그야말로 ‘작은 거인’에 값하는 자부심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이런 것이다.


저자는 12년 만에 첫 번 째 결혼을 청산하고, 지금의 남편과 재혼했다. 그리고 다시 이혼했다가 1년 후에 재결합한다. 남편과의 갈등이 자신의 지나친 기대 때문이었던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재결합을 하는 의식을 치루는 자리에서, 누군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제리를 받아들이겠냐’고 물었다. 저자는 냉정하게 그의 말을 자르고 이렇게 말한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그를 받아들여요. 그게 아니면 차라리 제리를 잊겠어요.”


사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배우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언제나 여자의 몫이었다. 저자의 남편역시 화장실의 휴지 한 번을 갈아 끼우지 않는다. 자신의 취미인 보트 수리하는 일까지 아내에게 맡긴다. 자녀나 손주들에게 기분좋게 베푸는 역할만을 맡고, 정리정돈 같은 악역은 모조리 아내에게로 미룬다. 이혼이라는 시험을 거치며 재결합을 하게 된 마당에는, 그런 허울좋은 일방성을 단호하게 거부하겠다는 의지가 아니었을까. 나는 그녀의 말이 너무 마음에 든다.


화장실의 휴지 보충하기, 온 가족이 모인 후 뒷일 배분하기, 직장에서의 처신 등 시시콜콜한 부분에서 저자의 재치있는 대응이 유쾌하다. 아주 쉽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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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미탄언냐의 포스팅은 저를 위한 것이얌!! 이라면서 감동하고 있답니다..ㅎㅎ
    올해 이 토댁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꼭 필요한 말씀과 책이십니다.
    당장은 못 하더라도 올해 안에 이 책들을 꼭 읽어보겠습니다.
    며칠전 큰 아들이 티스토리 블러그를 하나 열었습니다. 초청장보내달라기에...
    열면서 매일 쓰더군요. 하긴 달랑 3개의 포스트지만....
    은근히 그 녀석의 생각과 표현 방법을 보고 싶어졌어요.
    우리 가족의 넘 생생 리얼 삶이 그대로 표현될 것을 생각하면 좀 걱정은 됩니다.
    부끄럽기도하구요.
    하지만, 이 애미가 부끄러운 것에 앞서 그 아이의시선과 생각으로 비춰지는 우리를 보고싶어집니다. 아~~~그래도 걱정은 되는군여...아이의 눈에 비춰질 제 삶의 방식이...

    오늘도 좋은 날되세요~~~

    2009.01.06 23: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내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다니, 내가 더 감사해요.^^

      아이들이 대학에 딱 들어가니까 정말 성인이 된 것 맞습디다.
      자신의 잣대를 가지고 슬슬
      내 라이프스타일을 비판하는 거지요.
      그래서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친족^^과도
      싸워야 한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니까요.

      아직은 멀었어요. 그러나 세월이 빠른 것도 사실이구요.^^

      2009.01.07 07:27 [ ADDR : EDIT/ DEL ]
  2. 제비꽃

    미탄님, 연말연시를 분주히 지내고 이제 컬럼들을 읽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꾸우~벅)

    이 리뷰만으로도 이 책에, 인생에서 '있을 건 다 있다'에 동의합니다.
    목차를 읽으니, 이 분도 여러모로 심도있는 경험들을 많이 했을 거라는 추측을,
    그리고 이분의 남편은 이런 글을 이해하거나 쓸 만한 사람이 아닐 거라는 추측을...^^
    홀로 추는 춤을 오래도록 해 왔을 저자의 외로움과 가슴저밈이 왜 느껴지는지.
    결국 이 책을 쓰기 위해, 그 많은 경험들이 필요했을까요?
    결론은 명백하네요.
    "당신은 당신의 삶과 관계가 있는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2009.01.07 01:1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삶에 있을 건 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자유의 맛과 귀함도 알고, 그러고도 한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것같은 갈급함이 있는 시점, 바로 지금이 제대로 한 번 살아볼 때라는 거지요.

      ㅎㅎ 제비꽃님의 추측이 다 맞았는데, 위 저자의 남푠은 자상함이나 가사일 분배 등에서는 보통남자와 똑같지만,

      저자의 성공으로 해서 더 쫄아들지는 않고, 그걸 유머로 활용할 줄 아는 자신감을 보여주더라구요.
      책의 후반에, 이제 저자가 더 이상 요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내 저녁은 어디 있소?" 하는 남푠의 말에
      "길 건너에"
      하는 부분이 너무 부러웠어요.

      길 거너 피자집 혹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에.

      2009.01.07 07:54 [ ADDR : EDIT/ DEL ]
  3. 위에 제비꽃님처럼 "당신은 당신의 삶과 관계가 있는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부분이 인상깊어요. 당연한 것 같아 보이지만 쉽게 볼 수 없는 모습~. 멋지다는! +_+ /
    언제나 미탄님의 리뷰에 자극과 의욕을 얻어가요~. >_< /

    2009.01.07 09: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정말 허수룩한 외양에 비해 여자의 삶에 대해 짚을 것 다 짚어주는 느낌이었어요.

      "멋지다"는 느낌을 자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것이 모여 나의 길을 가는 기준과 에너지를 주는 원천이 될 것 같아요.

      2009.01.07 14:02 [ ADDR : EDIT/ DEL ]
  4. 웅, 저도 꼭 봐야 할 책이군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같이 살려고 하는게 맞겠죠?
    여자라면 이정도는 해줘야 하는거 아냐? 이런 희생을 강요당할때마다 불끈 성질나던 기분이 막 떠오르기도..ㅎㅎ
    좋은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보단, 이젠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어, 날 더 행복하게 해줄 그런 사람을 만나야겠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좋아도, 같이 있어 행복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더라고요.. 후훗, 말에 어패가 있나? 암튼..그랬답니다. ㅎㅎ

    미탄님, 벌써 1월이 일주일이 갔어요. ㅎㅎ 어떻게, 오늘 하루는 행복하고 계신가요???

    2009.01.07 11:3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좋아도 같이 있어 행복하지 않은 경우라니,
      공연히 내가 아까운데요~~ ^^

      젊은 날에는 이해 못하고 결벽증에 잘라버린 인연을 평생 동안 후회하는 경우도 보았거든요.
      이주향교수처럼.
      그 분의 상대는 소위 말하는 '양다리'였대요.
      여자가 발끈 하고 거의 파렴치로 몰아붙였을 것은
      환한 이치이지요. 그 때 남자가 한 말을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깨닫는거지요.
      "그 쪽도 인연인데 무우자르듯 할 수 없었어"

      2009.01.07 14:07 [ ADDR : EDIT/ DEL ]
  5. 남편으로서 제 아내가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하게 만드는 서평입니다. 매일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를 위해 그리고 아이를 위해 수고하는 아내를 보며, '아내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 꿈을 가족을 위해 변형하고 희생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경제를 책임지다 보니 저한테 아내가 맞추게 되지만, 그래도 아내의 꿈을 위해 내가 무엇이라도 해주기를 원합니다.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한편 이런 책을 볼 때마다 여성들이 필요이상으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그건 남자로서 바라보는 일방적인 시각이겠지요. 여자가 되보기 전에는 ^^ 알 수 없는 것이 있을테니까요.

    2009.01.08 02: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주 성공적인 중산층의 주부들도
      이만하면 되었다 싶다가도 간헐적으로 찾아드는 공허와 허기를 주체못할 때가 있는데요,
      그 이유는 '자기자신'이 아니라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할바꾸기'가 최고라고 봅니다.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한다든지 해서 서로 역할을 바꿔보면
      좀 더 이해가 깊어지리라고 생각해요.

      2009.01.08 12:10 [ ADDR : EDIT/ DEL ]
  6. 비밀댓글입니다

    2009.01.08 13:22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이름이 참 이뻐요!
      다음 주 초에 보내고 문자 넣을게요.
      좋은 제안이에요.
      종종 방문해서 창의적인 교류를 시작해 보지요! ^^

      2009.01.09 09:45 [ ADDR : EDIT/ DEL ]
  7. 이쁜 것들은 사라진다. 바보들이여 영원하라!!! ㅋㅋ
    무한도전 멤버들의 좌우명으로 들리는 이유는..^^
    제가 빌려온 책을 아내가 읽다가 웃기에 이유를 물으니.
    남편이 아내에게 "밥 먹자." 하니 아내가 그랬답니다.
    "며칠 전에도 먹었잖아."

    2009.01.09 22: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누가 쓴 책에 그런 대화가 나올까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에서는 박현욱 정도 밖에 떠오르지가 않네요.^^

      2009.01.10 08:59 [ ADDR : EDIT/ DEL ]

 

날마다 조금씩 못된 여자가 되는 법, 우테 에어하르트, 북하우스 2000


“여자들은 어디서든지 그리고 언제든지 지나치게 남을 배려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무언가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부탁을 한다.”


“여성들은 관계가 지속되려면 혹은 직장에서 제대로 지내려면 자신이 요구하는 바를 오로지 귀엽고 상냥하게 제시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도예강좌를 찾아다니면서 그곳에서 자신을 발견한다고 믿는 여성들도 자신의 장애는 보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이 인생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자문하는 대신 점토를 주무른다.”


만약 당신이 이 부분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건 어떤가?


“나는 성공에 이르는 확실한 길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확실하게 실패에 이르는 길은 알고 있다. 모든 이의 마음을 만족시키려고 하면 된다.”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그래야 할 의무가 없을 때는 부탁한다.

어떤 것을 바랄 때는 부탁한다.

그러나

당신에게 마땅히 그런 자격이 있을 때는 요구한다

당신이 어떤 것을 절대적으로 원할 때는 요구한다.“


“설득력을 키워라. ‘나는 원한다’는 것이 그러기 위한 내적인 열쇠다. 부탁을 하거나 요구한 것이 성취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 자신과 당신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신념을 가지고 강력하고 확신에 찬 자세로 내면에서 우러나와 ‘나는 원한다’고 하는 것이 최고의 전제조건이다.”


“많은 여자들의 경우, 싸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에게 중요한 문제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위장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쯤이면 ‘못된 여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못된 여자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느냐보다 자기 자신의 일을 이루어가는 것에서 기준을 찾는 여자입니다. 생의 기쁨을 느끼고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여자, 못된 여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불친절하지 않습니다. 못된 여자는 우선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지요.”


 
저자의 세미나에서는, 여성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좀더 분명하게 인식하고, 명확하게 표현하고, 우물쭈물하지 않고 “노”라고 말하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나처럼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세미나까지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같은 아웃사이더가 아니고, 사회의 운행법칙을 수용하여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이 책을 번역한 신교춘이 그런 심경을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


“역자의 말’ 의 자판을 두드리는 동안 무심코 ‘약자’라고 쓰게 되었다. 무심코라고? 아니었을 것이다. 무심코 그런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실수는 더더욱 아니었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놀랍게 확인하게 되는 이런 불쾌한 진실, 그렇다. 종종 깊은 진실은 방심한 순간에, 사회에서 인정하는 미덕만을 보여주려던 이제까지의 나의 노력을 무시하며 크게 모습을 나타내 쓴웃음을 웃게 한다. 이 순간 나의 깊은 진실은 내가 약자라는 것이다!


나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나를 비겁하게 하는 강자는, 내 마음 깊은 속에 질긴 덫을 놓은 사회라고 하는 거대한 조직이다. 그러나 내가 진짜 약자인 이유는, 사실은 나 스스로 비열하고 나약하고 무기력한 약자의 역을 떠맡고, 자신감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사회가 규정해놓은 ‘착한 여자’의 역할을 거부하고, 나의 꿈과 욕구를  따라가면 ‘못된 여자, 못된 아내, 못된 엄마’라고 불리울 수도 있다. 여성성과 모성신화는 너무 오래되고 너무 강력해서 그것이 ‘덫’이라고 말하기도 두려울 정도였다.  아무리 똑똑한 여자라도 가장 못난 남자가 누리는 자유를 포기해야 했으며, 오랜 시간 주어진 역할을 감내하다보니, 독자적인 개인으로서 가져야 할  기능들이 쇠퇴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런 당연한 독자성을 확인시켜주는 책이다. 잘못된 겸손과 무력감과 가상적인 두려움에서 벗어나 나를 긍정하고,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자는 부추김이다. 그동안 사회적인 보조자로서 살아오느라 내면화한 잘못된 행동기제들을 하나하나 교정해주기도 한다. 저자의 지적이 어찌나 실제적인지 모조리 알짜배기 조언이다. 가령 이런 부분. 


여성은 ‘상호주의’에 취약하다. 오랫동안 남을 돌보아야 하는 역할을 배정받은 탓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당신도 상대방에게 대가를 요구하라.

직장 동료들 사이, 이웃과 아이들과 배우자와의 사이 등 모든 생활영역에 걸쳐서,  상호주의는 정당한 것이다. 공정한 거래를 하라.


많은 여자들이 자기 의견에 상대방이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하지 않으면 그만 물러나고 만다. 가령 남편이 당신의 휴가계획에 동의하기를 바란다고 치자. 그가 “글쎄 나야 뭐”하고 중얼거리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가 당신 계획에 대해 찬양을 하거나 기뻐하지 않아도 된다. 진력나도록 긴 설명을 덧붙여 일을 그르치지 말라. 반만 긍정해도 충분하다


 

내게 덧씌워진 역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내가 젊어서도 이렇게 무력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억울할 때, 내가 가진 재능에 확신이 없을 때, 생의 기쁨이 결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읽어보면 좋겠다. 못된 여자가 된다는 것은, 나를 긍정하고 나의 느낌과 감정을 제일 선두에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결론은 인생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일을 매일 하라는 것이다. 이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면 성공하고 싶은 의욕은 자동적으로 생겨나게 마련이라고 하면서.


"단 막강하게 흘러넘치는 기쁨들을 찾지 말라. 그런 것들은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조금밖에 얻지 못하게 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수많은 작은 것들이다. 작은 즐거움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좋은 느낌을 갖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원천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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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쿠 깜짝이야...
    화들짝 놀라 잘못 왔나 다시 봤네요..^^
    너무 새로와요..
    잘 보내고 계시죠?
    내일은 어떤ㄴ즐거움을 느낄까를 생각하는 것에 더 즐겁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2009.01.04 01: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나도 아직 낯설어요. 다른 집 같지요?
      토댁님 오늘 어째 찌부드 하다더니,
      나도 그렇네요.

      그래도 누구 말처럼
      "전문가란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은 날에도 하는 사람이다."
      마음만은 전문가처럼 걸어 가려구요.

      2009.01.04 08:23 [ ADDR : EDIT/ DEL ]
  2. 제비꽃

    새해의 포스팅은 새롭네요. 주로 여자 얘기?
    저도 님도 여자임을 다시 인식합니다. 현실에 둔감한 저를 다시 돌려 놓네요.
    역자의 말을 읽으니, 아! 깜짝. 제 선배네요.
    잠자리 안경을 쓴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기억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살던 고장에 와서 함께 차를 마셨던 그녀.
    그녀는 이제 강자가 되었을까? 독일에 있을 그녀가 보고 싶습니다.

    2009.01.07 01:2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와우! 짧지만 역자의 글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반갑네요.
      내가 주체성이 지나치다보니 ^^ 내 글에도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들이 쓴 책을 집중적으로 훑어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2009.01.07 07:14 [ ADDR : EDIT/ DEL ]


 BJ 갤러거, 내 인생을 바꾼 여자들만의 티타임, 삼진기획 2004


몇 년 전에 도정일, 최재천의 ‘대담’을 읽고난 뒤 조금 이상한 감정이 든 적이 있다. 문제의 발단은 도정일의 방대한 지식이었다. 그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인문학은 물론이요, 생물학에서조차 최재천보다 더 박식해 보였다. 나는 끝없는 그의 지식과 썰에 놀라서, 도대체 한 인간이 왜 이토록 방대한 지식을 보유<?>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바디샵의 창시자인 아니타 로딕의 전기를 읽으며 의문이 풀린 적이 있다. 나는 좋은 지식보다 좋은 삶을 더 지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천재적인 지식인보다, 우직할 정도로 저돌적인 행동력에 더 매료되었던 것이다. 물론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을 제시할 정도의 지식은 필요하다.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탐구심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식의 양과 필요를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삶이다.


요즘 실용서에 질려서인지 근본적인 공부 - 철학을 위시한 인문학에 쏠린다.  안그래도 약한 뿌리를 서로서로 인용하느라 바쁜 실용서는 임시땜방용 밖에 안된다. 삶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철학은 인문학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공부의 한계를 정하는 것은 언제나 나의 삶이 될 것이다. 나를 지혜롭게 하고 내 삶에 방향성을 주는 공부!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공부! 나를 크게 하고 텅 비게 해서 다른 사람을 뜨겁게 껴안게 하는 공부가 아니라면, 나는 곧 질리고 말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내가 쓰고 싶은 책도  우리네 삶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만드는 책이다. 얄팍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으면서 읽는 이의 마음을 파고드는 책, 요컨대 진정성이 있는 책이다. 당연히 그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너무 이론적이거나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삶의 현장을 담고 있어 한 가닥 깨달음을 주는 책! 이 책은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그 범주에 들어가는 책이다.


저자는 LA 타임즈에서 근무한 바 있는 경영 컨설턴트라고 한다. 책날개에는 그녀가 고객서비스, 영업, 동기유발, 대화술, 리더십 전문가라고 나와 있지만 이 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 여자들에게 주는 편지처럼 편안하다. 직업적인 측면보다는 개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가족, 친구, 과거와의 화해, 육체의 아름다움, 일, 결혼과 성공에 대한 모든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경험과 친구들의 경험을 아울러 조근조근 일러주는 말들이,  귓전에 대고 속삭이는 것처럼 친근감이 있다. 삶의 체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책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지혜로운 선배와 티타임을 가진 것처럼 생생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다.


저자는 아들의 여자친구들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그녀들이 상처받은 작은 영혼이었든, 거칠어 보일 정도로 독립적이었든, 위압적인 면이 있는 페미니스트이든 저자는 그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성장기에 우리는 부모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지만 상처도 피할 수 없다. 그로 인한 반사와 확인에 대한 갈망 때문에 어린 시절에 받지 못했던 것을 이성에게서 찾으려고 애쓰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 남자에게서 완벽한 어버이의 사랑을 찾고자 하는 미신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인가! " 하는 놀라운 깨달음을 이끌어낸다.  존재할 수 없는 완벽한 사랑에 대한 미신을 놓은 자리에, 인생에 대한 거침없는 향유가 시작된다.


저자는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국면에서 의미를 이끌어낸다. 까다롭고 비판적인 출판 에이전시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자 친구가 이런 말을 해 준다.


“아이린은 네 엄마가 아냐. 그리고 이건 비즈니스야. 아이린은 너를 사랑할 필요가 없어. 아이린의 일은 단지 네 원고를 팔 수 있도록 틀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너를 치켜세우면서 훌륭하다고 말해 주기만을 바란다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보렴. 아니면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든가.”


저자는 한 번 배운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확대하고 응용해서 자기화하는 데 선수이다. 친구의 적절한 조언 이후로 그녀는 모든 부류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으며 거의 충돌하지 않는다고 한다. 완고하고 까다롭고 귀찮고 심지어 무례하고 불쾌한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가능할지 몰라도 나도 이 부분을 실험해 보고 싶어진다. 내 기준에 맞지 않다 뿐이지 그들은 그들 자신의 모습에 충실한 것이다. 감정과 기호를 뛰어넘어 대화의 내용만 직시할 수 있을까?


삶의 기미를 아는 여자는 무서울 것이 없다. ^^  어느 정도의 독립성과 적극성만 갖춘다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여자는 나이 들수록 강해지고 여유로워지고 인생을 즐길 수 있다. 많은 것을 거치며 심신을 단련해왔고, 나를 보살피고 남을 보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란 정면돌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의 여유는 절대 살아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내 삶 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삶도 내 것처럼 느끼고 수용하면서 여자는 무한대로 커진다. 경험에서 깨달음을 이끌어내면서 여자는 갈수록 지혜로워진다. 이 책의 저자도 생생한 표본이 되어 준다. 저자가 툭툭 건네는 말마다 깊은 내공이 우러나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 중의 몇 가지만 소개한다.



누구도 나와 똑같을 수는 없다.

때론 나 자신도 내가 되기 힘들 때가 있다.


환경이 사람의 성격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환경은 사람의 성격을 드러낼 뿐이다. 실망과 불행은 우리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나게 한다. 투쟁과 고통은 우리의 육체적 감성적 정신적 역량을 시험한다. 우리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극복하면서 인간으로서 성숙한다.


때로는 어둠이 나를 삼키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이야



‘나는 정리를 못해’

‘나는 주의가 산만해’

‘나는 충동적이야’

라고 말하고 싶을 때마다 ‘지금까지는...’이라는 말을 붙여보라.

그럼으로써 분명한 차이를 느끼게 된다.

과거라는 폭정에서 자유로워지고 변화라는 가능성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게 된다.

과거는 과거로 지키고 과거가 내 미래를 규정짓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내 선택에 대해 비난받을 수도 있지만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나의 유일한 한계는 나의 창의성, 상상력, 그리고 열정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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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환경이 사람의 성격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환경은 사람의 성격을 드러낼 뿐이다.

    우와. 이 구절 정말 맞아!라면서 무릎을 치게 만들어주네요~.
    그리고 미탄님 덕분에 또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한권이 늘었어요~. 흐흣.
    (앗, 인터넷서점에서 찾아보니 절판인 책이네요.;;)

    2008.12.29 15: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도서관에서 필 받는대로 뽑아 보는 책이라 그래요.
      수진님 생활권 안에 있는 도서관 하나 잡아서
      친하게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나하고는 궁합이 맞지만,
      수진님에게도 필이 오는지 체크해 볼 수도 있고,
      도서관 책 슬슬 보다가 꼭 갖고 싶은 책만
      소장하는 것도 괜찮겠더라구요.

      좋은 귀절이 많아요.
      수진님께 이 귀절을 선물로 드릴게요.

      "살아가면서 사랑을 주지 않은 순간
      힘을 사용하지 않은 순간,
      또한 이기적으로 몸을 사려 행복을 놓치는 순간 등이
      바로 우리가 인생을 낭비하는 순간들..."

      2008.12.29 19:59 [ ADDR : EDIT/ DEL ]
  2. 비밀댓글입니다

    2008.12.30 01:20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오늘 하루 더 마음에 담아 둘 수 있도록 책 속의 구절 몇 개 더 소개해 드릴게요.
      ---------------------

      잃기 전까지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지금 더 사랑하여라,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는 결국 잃게 될 테니까.


      살아남는다는 것은 계속해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부처는 자신의 아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집을 떠났다
      나는 어디로도 가고 싶지 않다. 나는 누구도 남겨두고 떠나고 싶지 않다.
      행복은 바로 이곳, 지금 이 순간, 이 세상, 이 방 안에 있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나이기 때문에 가장 행복하다.

      2008.12.30 08:25 신고 [ ADDR : EDIT/ DEL ]
  3. "삶이란 정면돌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의 여유는 절대 살아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고 공감이 가는 말이긴 한데 이런 절박함 보다는 "널널함"을 갖고 싶으니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군요.
    좋은 글 보고 갑니다.

    2008.12.30 20: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나우리님, 꼼꼼하게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배수의 진을 치고나면 절박함 속에서도 여유가 배어나오지 않을까요? ^^

      2008.12.30 23:54 [ ADDR : EDIT/ DEL ]
  4. 비밀댓글입니다

    2008.12.31 00:39 [ ADDR : EDIT/ DEL : REPLY ]
    • 새해에 가시적인 성과를 못 내면
      지치게 될까봐 미리 걱정이네요. ^^
      진도나가는 것 있으면 알려 드릴게요.
      편안한 마음으로 신년 맞이하시기 바래요.

      2008.12.31 01:44 신고 [ ADDR : EDIT/ DEL ]

김동선, 대한민국 30대 여자들에게, 시공사 2007

이젠 어떤 모임엘 가든 제일 연장자인 경우가 많다. 가령 어느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그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대표보다 나이가 많다.  단순하고 천진하기까지 한지라 나이 때문에 심하게 위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사람을 판단하고 기대치를 설정하는 핵심기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민망해진다.


처음에는 나이만 보고 나를 노땅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었다. 그리고 나잇값을 과도하게 주문하는 무언의 압력에도 반발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래 살다 보니<!> 젊은 사람들보다 직간접적인 경험이 많은 것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30대는 물론이고 40대 조차 어려 보이기 시작했다. 아! 나잇값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나잇값을 못하는 것이 잘못이로구나,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말할 자격’이 문제였다. 나이는 먹었으되 사회적인 성취가 전무했다. 인생체험과 독서력이 맞물려 나름대로 깨달은 것이 없지 않으나, 이것을 펼쳐놓을 곳이 없었다. 사람은 언어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일구어낸 성취와 삶으로 말한다. 가령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초급자에게 좋은 책을 써서 시장의 인정을 받은 작가의 존재는 최고의 교과서가 아니겠는가.


어떻게 말할 자격을 갖출 것인가. 보통 사람도 자신의 책을 가짐으로써 전문성과 경력을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또 작은 틈새프로그램이라도 수행한 횟수가 경력이 될 수도 있다. 새해에는 이 두 가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김동선은 30대 여자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 그녀는 기자생활을 하며 29세에 첫 아이를 낳았다. 휴직을 하고 거의 2년간 육아에만 매달렸다. 친정과 시댁이 모두 멀고 남편도 도와줄 처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자기실현의 욕구가 강한 여성이 2년간 사회에서 고립되어 맘마, 잼잼, 까꿍 만을 말하는 시기는 고달팠다. 그것은 육아의 보람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2년 뒤 신문사로 복귀했을 때 성인들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을 정도이니 말이다.


큰 아이가 여섯 살이 되었을 때 둘째를 갖게 되었다. 아이가 둘 있는 30대 여자에게는 좀 더 한가하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직업이 필요했다. 그녀는 직업전환 준비에 돌입한다. 출산 후 3일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영어 문제집을 보았다. 둘째에게 모유를 먹이느라 도서관에서 자료조사를 하다가 허겁지겁 달려오면, 무명천으로 감싼 앞가슴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고 했다.


둘째가 두 돌 되었을 무렵, 그녀는 일본 국제대학원에서 1년간 연구할 기회를 얻는다. 장학금까지 딸린 좋은 기회였다. 우선 큰 아이만 데리고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2학기에는 세 돌이 안 된 둘째까지 합류했다. 유아원에 다닌다고 해도 손이 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작은 아이는 “조금만 더 읽고”하며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저자의 팔을 잡아끌며 함께 놀아달라고 칭얼댔다. 참다못해 책을 집어던지고 소리를 질러 버리고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 엄마, 어떤 남자도 이런 유학생활을 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지극히 담담하게 말한다. 운명을 원하는 방법으로 이끌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어려움도 이겨내야만 했다고.


이 책은 저자가 마흔 두 살에 쓰여 졌다. 이제 그녀는 강의와 저술을 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고 한다. 직장생활과 절대육아기간, 직업의 전환까지 이루어낸 혹독한 30대가 지난 것이다. 그녀는 30대 여성들에게 말한다. 인생을 1년 안에 축약해 넣었을 때, 30대는 6월에 해당하는 싱그러운 계절이니 맘껏 살아보라고. 너무 겁내지 말고 엄마의 바다로 뛰어 들고, 내가 원하는 성공을 위해 올인 하라고.


개인으로서의 주체성 확립이나 성공론, 노후대비에 대한 책의 내용이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또 문체가 지나치게 간결해서 건조할 정도이다. 이처럼 간결하고 분석적인 문체라면 좀 더 많은 자료와 풍성한 비전을 제시했어도 좋을 뻔했다. 그래도 저자는 충분히 말할 자격이 있다. 내 인생을 가질 수 있다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다고.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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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하는 운명으로 이끌기 위해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30대는 6월이니 마음껏 살아라...... 제가 여자는 아니지만, 가슴에 시리도록 맺히는 말이네요. 사람이라는 것이 늘 눈앞에 존재하는 공포에 두려움을 느끼니까요..ㅎㅎ
    날이 쌀쌀하내요. 맛있는 저녁 드셨는지요? ^^

    2008.12.23 21:47 [ ADDR : EDIT/ DEL : REPLY ]
    • 나는 정말이지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한 일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스트레스 받으니까 뭐 먹고 싶네요. ^^

      2008.12.24 01:26 신고 [ ADDR : EDIT/ DEL ]
  2. 아... 저자가 정말 대단하네요..
    제가 너무 지금의 안온함에 머무르고 있는게 아닐까.. 마음이 좀 무겁습니다.
    하고싶은 일들을 아무 계획없이 그저 미뤄둔채.. 아이가 주는 행복과 피곤과 소소한 일상들에 마냥 젖어있는것 같아요.
    흠... 새해에는 정말 조금더 마음을 가다듬고, 조금씩이라도 제 꿈을 향해 전진하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2008.12.26 12:33 [ ADDR : EDIT/ DEL : REPLY ]
    • 혼자서는 의구심이나 슬럼프에 빠질 때가 많은데요,
      내가 원하는 삶을 이미 멋지게 살고 있는 역할모델을 가까이에서 보면, 절대로 잊어버리지도 포기하게 되지도 않더라구요. ^^
      선의의 자극과 경쟁을 같이 하는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이구요.

      어차피 똑순이 키우면서도 책 읽고 글쓰는 것을 멈추지는 않을 거잖아요. 그렇다면 좀 더 집약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코스를 가져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한 번 권한 바 있는 bhgoo.com의 연구원 과정은 온라인 중심이라 똑순맘의 상황에 잘 맞지 싶어요.

      2008.12.26 18:06 신고 [ ADDR : EDIT/ DEL ]

김효선, 당당하고 진실하게 여자의 이름으로 성공하라, 푸른 숲 2003


조직생활 경험이 없어서 남들 사는 것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얘기를 쓰다 보니 글쓰기도 한계에 부딪친 느낌이 든다. 안되겠다 싶어 여자의 사회생활에 대한 책을 읽어볼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무엇에 대해 고민하고 사는지, 어떤 조언들이 나와 있는지 궁금해졌다.


도서관에서 무심히 빼어든 이 책은 월척이었다. 몇 년 전에 나온 책인데도 조금도 세월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문체와 단호한 조언이 돋보인다. 단 제목은 저게 뭐꼬? ^^


이 책은 직장생활에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회사 내의 파워게임에 눈뜨기 시작한 중간관리자 급에 아주 유효한 책이다. 사회학과 여성학을 공부하고, 여성신문사에서 일했으며, 2002년 여성부의 사이버 멘토링 사업을 수행했다는 저자의 경험과 철학이 빼어나다. 조직의 생리를 꿰뚫지 못하는 여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오랜 경험에서 나온 성찰은 실용서의 범주를 넘는다. 가령 이런 부분이다.


여자들의 사회 생활에는 몇 단계의 교과서가 있다. 초급자는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를 그대로 들고 있다. 이들은 겸손과 헌신, 정의와 도덕 같은 보편적 진리와 합치되지 않는 현실을 못마땅해 하고 불평하고 회피한다.


중급자는 학교 때 배운 교과서가 사회생활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현장에서 발행된 새로운 교과서를 펼친 사람들이다. 새 교과서에는 상황적, 실리적, 경쟁적 지식과 파워게임에 대처하는 능력과 융통성이 실려있다. 이런 현장 교과서는 비공식적인 인간관계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로 전수되고 소통되는 까닭에 학습할 곳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마지막 고급 교과서는 다시 초급과 일맥상통하는 논지를 가진다. 초급은 중급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고급은 같은 얘기를 해도 중급과 연관되는 설득 구조를 갖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교과서는 고급 교과서이다. 중급은 돈을 벌고 파워 게임에서 승리하는 법을 알 수는 있지만 총체적인 인생에서 성공하고 신뢰와 존경을 주고받는 법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관계맺는 습관에 대한 지적도 인상적이다. 여자들은 인간관계를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맺는 습관이 있다. 마음에 쏙 드는 소수의 사람하고만 모든 것을 공유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습관이 있으면 조직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지 못한다. 보물 창고에 들어갔는데 보물을 알아보는 눈이 없어서 구리 몇 조각 집어오는 사람처럼 실속 없는 것이 여자들의 짝궁 의식이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을 움직이는 네트워크 속의 구성원으로서 사람을 만나고, 사회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협력자로서 만날 줄 알아야 한다.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되 반드시 남을 도우면서 만나라. 도울 수 있는 것도 기회이므로 남을 도울 수 있을 때 확실하게 돕자.


이 책에는 남녀 구분 없이 모두 알아야 할 기본도 있고, 특히 여자가 알아야할 소중한 팁도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것은 실력은 기본이라는 것, 실험 모험 경험의 세 가지 험을 사랑하기, 영업력에 대한 강조 등이 있다. 후자에는 부하직원에게 일 시키는 기술, 적절하게 화 내기, 상대방에게 나의 파워를 확인시키기 등이 있다.


이런 내용들을 어찌나 간곡하고도 박력있게 써내려갔는지, 맞아! 맞아! 감탄하며 읽었다. 조직생활 경험이 전무한 내가 보기에도 이렇게 재미있고 유용하니, 현장에서 일일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배워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처럼 반갑지 않을까?


여성을 받아들이고 키워줄 생각이 없는 조직에서는 지체없이 떠나라, 야만의 집에서 문화의 집을 짓겠다는 것은 무모한 시도다. 하극상은 단 1초도 참지 마라! 여성들이 권력 감성이 낮기 때문에 과민한 젠더 센서티비티를 표출한다. 커피와 생존을 바꾸지 말라.

 나는 저자의 강력한 자신감에 반했다.


자신이 다른 여자들이 알지 못하는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아무에게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저자의 현주소가 알고 싶어질 정도였다. 과연 저자의 결론도 나의 평소 생각과 부합했다.


성공과 리더십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삶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어떨 때 행복한가?’ 이 질문은 쉽지 않다.  전면적인 자기 탐구 작업이 필요하다. 저마다 자신의 독특함에 기초하여 자유롭게 성공을 정의하고, 주도성을 가지고 그 고지를 탈환하기! 이것이 좋은 삶이 아니든가? 그래서 이 책은 흔한 성공론이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한 좋은 책이 되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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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생각해보니 진정 '나는 어떨 때 행복한지' 명확하지 않군요.
    '좋은 삶'이라... 어렵습니다. ^^
    근데 커피와 생존을 바꾸지 말라는 말은 무슨 뜻인지요. 사실 이게 궁금해서 댓글 남깁니다. ^^*
    맛있는 주말 저녁되시길 바랍니다.

    2008.12.20 03: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조 위에 걸려있는 저희 공저를 읽어보시면,
      나의 행복과 좋은 삶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에요. ///^ܫ^///

      여직원과 커피! 하면 떠오르는 상황이 없다니
      역시 남자 맞군요. ^^
      커피심부름으로 상징되는 사소하고도 엄연하고 열불나는 남녀차별적인 현실 때문에 섣불리 회사를 박차고 나오지 말라는 거지요.

      사소한 것을 뛰어넘어 살아남아야 그때부터 게임이든 성공이든 시작될 테니까요.
      저자는 선후배 여직원들의 질시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커피를 타다주는 쪽을 택했다네요. 그랬더니 나중에 남자후배직원들이 커피를 타가지고 오더래요.

      사소한 것과 일할 현장을 맞바꾸지 말고, 본질적인 권력감성을 키워라~~ 이런 얘기지요.

      2008.12.20 09:09 [ ADDR : EDIT/ DEL ]
    • 아하..^^ 제주위에는 무서운 누님들만 계셔서 ㅎㅎ
      가끔은 여성의 성공 전술이 너무 남성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일정 성공을 거둔 여성분들이 얘기할 때 살짝 거부감이 드는 면도 있습니다. '권력'이라는 말이 주는 거부감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0=
      연말이라 시내가 너무나도 복잡하더군요.
      잦은 술자리에도 끼니 거르지 마시길...^^

      2008.12.20 14:12 신고 [ ADDR : EDIT/ DEL ]
  2. 유레카

    정말 좋은 글 입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고 제 홈페이지에 좀 퍼가겠습니다.

    2008.12.23 11:59 [ ADDR : EDIT/ DEL : REPLY ]
    • 거의 인용한 내용이고, 제 생각은 얼마 되지 않는 글이라 , 이 책을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군요.

      2008.12.24 01:20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