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다시 시작하고 싶은 당신에게'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09.05.19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13)
  2. 2008.04.17 길어진 인생을 사는 기술 (5)
  3. 2008.04.08 세월이 젊음에게
  4. 2007.12.09 승자의 심리학 (4)
  5. 2007.11.12 해인으로 가는 길
  6. 2007.11.08 잠수복과 나비
  7. 2007.11.08 인생의 급소를 찌르다
  8. 2007.11.08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9. 2007.10.14 삶에 지친 그대에게
  10. 2007.10.14 인생수업
 김희경,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푸른숲, 2009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풍광에 대한 소개와 그것과 맞닥뜨려 일어난 감흥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이 책은 여전히 여행기이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 아무리 먼 곳을 가든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인 것을 생각할 때 그렇다. 이 책은 34일간 800km의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거듭 곱씹게 되는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내가 ‘그녀의 책’이 아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블로그이웃으로 자주 접하던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책 같았다. 이지적이고 자의식 강한 전문직 여성이 아닌, 수시로 흔들리고 망설이고 외로움 타는 보통 여자가 거기 있었다.  누군가 이 책만을 달랑 읽은 독자라면 저자를 코스모스처럼 유약한 ‘천상 여자’인 줄 알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에필로그만 평소의 그녀 같다-  하지만 그녀는 대한민국 상위 1%만이 접할 수 있는 엘리트코스를 거친, 까칠한 차장급 기자이다.  자동차로 캘리포니아를 횡단하는가 하면 한때 마라톤을 했을 정도의 활동성도 지녔다. 한 사람의 내면에 이처럼 이질적인 요소가 공존할 수도 있는 거구나. 어느 쪽이 좀 더 그녀의 본질일까. 어떻게 이처럼 이질적인 요소들을 통합해내면서 살고 있을까. 


저자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벌거벗고 서 있는 것처럼 자신을 모두 드러낸 듯하다고 했지만, 그런 느낌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유능한 여성도 때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친근감을 느꼈을 뿐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펼쳐놓는 내면에 아는 척을 하기가 망설여졌다. 정말 그렇단 말이야? 해답을 알면서 그냥 한 번 해 보는 말은 아닐까.


그런 내 심정을 불식시킨 것은 이 부분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비유 중에, 1달란트를 그냥 가지고 있던 사람에 대해 안셀름 그륀 신부가  “그가 두려운 나머지 자신의 삶을 파묻었다”고 해석했다는 부분, 이런 문장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의 절실함이 내 마음으로 파고 들었다.  비로소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쓸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들까지 통제하려는 성향이 강할수록, 일이 자기 뜻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일수록,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며 일이 잘못 되면 오래 후회하는 완벽주의자들일수록 막연한 불안에 시달리는 겁쟁이들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갖고 싶은 용기는 매사를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는 강박을 버리고 삶에서 우연의 여지를 열어두는 태도였다. 예기치 않은 일에 더 많은 여지를 허용하면서 살아가기, 실수를 저지르거나 일이 잘못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 그래도 어디까지 한번 가보겠다고 하는 마음, 내가 갖고 싶은 용기는 그런 거였다. 카미노에서도 그런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


저자가 자신에 대해 거듭 힘들어 하는 부분이 여기에 잘 드러나 있다고 보인다.  거칠게 말해서 ‘고뇌하는 수재’와 ‘단순한 열정’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우연히 나는 ‘단순한 열정’을 타고났다. 그래서 이 쪽에 속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금은 대변할 수 있다. 전자에 속한 사람들이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자기검열에 시달리며 조심조심 많은 것을 이루었을 때, 후자에 속한 사람들은 마음이 가는 대로 저지르느라, 시간과 물자를 허비하며 다분히 변덕스럽다. 이런 상태를 용납할 수 있을 것인가? 타고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하지 마라. 유전자가 어느 정도는 나를 규정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생긴 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되, 너무 힘들지 않을 정도로 나를 다듬는 일, 세월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한 일이다. 아픈 경험을 통해 떠올리게 된 그 기준처럼 말이다.


결국 남은 기준은 하나밖에 없다. 죽음을 상담자로 삼는 거였다. 내가 죽음을 앞둔 시점이라면 지금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는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대, 선택의 결과, 성취에 대한 세상의 평가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선택 이후 펼쳐질 미래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더라도 당장 그 일을 하는 게 중요했다.


장영희교수님이 가시고, 정승혜대표가 갔다. 겨우 이름만 아는 사람들이라도 죽음 앞에서 나는 숙연해진다.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갔는지 저자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결핍과 실수만 바라보는 자책의 눈길을 거두라는 충고였다.  내가 스스로를 더 이상 문제 삼지만 않는다면 이미 나는 내가 원하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이걸로 충분한지’ 묻지 말고 오늘의 나, 오늘 가진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받아들이기, ‘이미 충분한’ 내 운명으로 남을 위해 사소한 순간 하나라도 아름답게 만들기, 한번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순례길에 연주를 하고 싶어서 키타를 메고 다니는 젊은이, 생일을 맞은 친구를 찾아 산티아고까지 오는 소꿉친구들, 침대에 누워 죽기를 기다리느니 길 위에서 죽는 것이 낫다고 하는 남아공에서 온 할머니들, 걷지 못하는 친구를 들것에 싣고 걷는 6명의 친구들... 사소한듯 결코 사소하지 않은 그 순간들이 바로 ‘살아있음의 경험’이 아니고 무엇이랴.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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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꼭 읽어 보고 싶습니다.
    주문 클릭하러 쌩~~~하고 갑니당..히힣

    언냐 감기조심하세요!!

    2009.05.19 23: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예~~ 토댁님도 1인 몇 역을 하는 분이 아프시면 안되겠지요! ^^

      2009.05.20 01:01 신고 [ ADDR : EDIT/ DEL ]
  2. 비밀댓글입니다

    2009.05.20 00:00 [ ADDR : EDIT/ DEL : REPLY ]
    • 비밀댓글입니다

      2009.05.20 15:55 [ ADDR : EDIT/ DEL ]
    • 복합도 아니고 어느 한 쪽의 손을 들다니, 정말 의외입니다. 너무 독단적인 글이 아닌가 해서 은근히 신경이 쓰였는데, 우려였던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그럼 용기를 내어 온라인 서점에도 리뷰를 올릴까요? ^^

      2009.05.20 20:00 신고 [ ADDR : EDIT/ DEL ]
  3. 참.. 미탄님의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뚫어보는듯 합니다. ^^

    2009.05.20 00:55 [ ADDR : EDIT/ DEL : REPLY ]
    • 너무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제맘대로 쓰는 글이라 민망할 따름입니다. 깊은 우정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이누잇님의 리뷰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2009.05.20 01:14 신고 [ ADDR : EDIT/ DEL ]
  4. 주위 분들의 리뷰로 도저히 읽지 않고는 못배기도록 만드네요 ^^
    저도 곧 책을 펼쳐봐야겠습니다.

    2009.05.20 16: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 리뷰는 순전히 제 느낌 위주라서, 책에 대한 소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위 글도 고치고 싶은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그냥 넘어 가렵니다.^^

      2009.05.20 20:07 신고 [ ADDR : EDIT/ DEL ]
  5. 오랜만에 미탄님의 글에 댓글을 남깁니다^^ 글이 담백합니다. 딱 떠오르는 느낌이 담백이에요. 저는 산티아고 길을 직접 걷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던데 블로그 이웃 중에서 제가 첫 타자로 떠나버릴까요. :) 아직 학생이니 충분히 가능합니다만...

    2009.05.20 23: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읽는 사람을 고려하기보다 늘 내 느낌이 우선인 내 글이 읽는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반응해주어서 고마워요. 우연히 이어서 서명숙의 산티아고에 대한 글을 읽고 있는데, 거기에서 비롯된 제주올레도 참 소중하게 다가오네요.
      상징성이 자꾸 쌓이니까 산티아고의 의미도 더욱 깊어지구요, 잘 지내지요?

      2009.05.21 11:24 [ ADDR : EDIT/ DEL ]
  6. 저도 오랜만에 댓글을 남깁니다. 전에 블로깅을 안하신다는 글을 읽은 이후 정말 안하고 계시는 줄 알았답니다 ㅡ.ㅡ

    산나님이 참 좋아하시겠습니다. 이렇게 멋진 서평을 써주시다니... 제가 책을 낸다면 이런 서평이 달릴 정도로 가치있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2009.05.21 06:52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블로그에 전혀 신경을 못 쓰는 것이 맞아요. 개인적인 글창고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블로그 이웃 분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잠수 들어간 것이 마음에 걸리던 차에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바쁘시겠지만 일상에 파묻히지 마시고, 늘 꿈을 따라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이웃이 있다고 믿고 있구요.^^

      2009.05.21 11:29 [ ADDR : EDIT/ DEL ]

 

슈테판 볼만, 길어진 인생을 사는 기술, 웅진지식하우스 200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점에서 이 책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평소의 내 관심을 그대로 드러낸 제목이었다.

시류에 영합하는 ‘기술’이라는 단어가 거슬리긴 하지만,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독자의 눈길을 붙잡는데 성공한 네이밍이다. 어떻게 이렇게 제목을 잘 뽑아내는지 대단하다. --독어라서 원제를 확인할수는 없었다.-- 비록 제목 하나라도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에 대해 머리가 조아려진다.

책을 읽어보니 제목 뿐 아니라 컨셉도 평소의 내 생각과 똑같다. 수명연장시대에 대한 책 중에서 독일인이 쓴 “고령사회2018”이 돋보였던 생각이 나서 친근감이 더해진다.

모두 알다시피 인생이 아주 길어졌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관습화된 시간표 외에는 구체적인 인생행로에 대해 별로 제시해주는 것이 없다. 그래서 개개인은 삶의 단계 사이사이를 자신의 힘과 결정으로 극복해나가야 한다. 인생 단계의 과도기가 통과의례적으로 주어지던 이전에 비해, 오늘날에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고, 책임지는 것이 대세다. 동시에 전에 엄격하게 준수되었던 사회적, 연령적 수준 차는 의미를 상실하였다.”


누군가 이것을 ‘문화적 각본이 사라졌다’고 멋들어지게 표현했었다. 수명은 길어지고, 세계는 넓어졌으며, 자극과 선택의 기회는 무한대로 넓어졌다.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회가 아무런 문화적 지침을 주지 못한다면, 개인이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밖에 없다. 길어진 인생을 살아가는 기술은 ‘나의 문화를 만들어라’가 되는 셈이다.


저자는 ‘개인문화’를 가진 인물로 괴테, 벤자민 프랭클린, 피카소 세 사람을 제시한다.

82년의 생애 내내 모든 관습을 거부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했던 괴테, 그는 ‘파우스트’와 ‘빌헬름 마이스터를 노년에 완성했다. 그리고 죽기 전해에 ‘시와 진실’, ‘에커만과의 대화’를 저술했다. 잠이 오지 않는 긴 밤을 모호하고 대략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고 다음 날 할 일을 정확히 숙고했다고 76세의 괴테는 적었다.


“아침에 시작할 수 있고 가능한 한 시행할 것들을 말이다. 그렇게 나는 더 많은 일을 하고, 다시 내일이, 영원히 내일이 있다고 믿거나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날들에 게을리 했던 일들을 할당받은 날들에 꼼꼼하게 완수한다.”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 세대가 개인문화를 완성할 수 있는 열쇠가 여기에 숨어있다. 현존하는 가능성 중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을 선별하여, ‘할당받은 날’에 본질적으로 집중할 것. 정확한 일을 정확하게 하라.


프랭클린은 괴테못지 않게 다양하고 의욕적인 삶을 살았다. 공무원이자 외교관, 법률가이자 박애주의자, 학자이자 발명가요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인쇄업자와 출판가... 그는 실로 읽어내려가기에도 숨찬 인생을 꽉 차게 살았다. 계몽주의 시대에는 그런 삶이 소수에게만 허락된 것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모두가 그런 병렬적 삶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가지 커리어, 한 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기에는 인생이 너무 변화무쌍하고 너무 길어졌다. 첫 번째 커리어와 동시에 두 번째 커리어를 계획적으로 개발해나가다가, 때가 되면 원래의 커리어를 교대해주라. 두 번째 커리어는 공익단체나 프리랜서, 자영업자처럼 다양하다.

그리고 창조와 열정의 화신 피카소, 그는 노년에 들어 더욱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다. 90세에 수백 개의 스케치와 200개 이상의 회화를 완성했으며, 생의 마지막 6개월 동안 147점의 소묘와 회화를 완성하는 엄청난 생산성을 발휘했다.

“내가 죽으면 회화는 어떻게 하지?”

그는 점점 줄어드는 시간의 공포를 작업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뛰어넘고자 한 것 같다.

그림의 완성도보다는 먼저 것과 뉘앙스만 다른 그림을 시리즈로 작업하는 식으로 그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커다란 붓으로 작업을 하고 캔버스 전체를 메우지 않았으며, 붓 자국과 물감이 뭉친 곳이 종종 처리되지 않고 남았다. 그렇게 속도를 높여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끓어오르는 창작열로 죽음에의 공포를 이겨내고자 한 그의 의지는, 자유롭고 즉흥적인 새로운 회화기법을 창조했으며, 피카소 사후 ‘신야수파’에 의해 열광적으로 수용되었다. 결과적으로 피카소는 마지막 붓질까지 회화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였다.


걸출한 위인들의 생애는 우리에게 자극도 주지만 위화감도 준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아닌, 조금 노력하면 따라갈 수 있는 역할모델이 필요하다. 수명연장은 분명히 시작된 트랜드이고, 더욱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나이들기’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나의 주된 관심사가 있다. 나의 삶을 실험재료로 살아가고 기록하며, 따라하고 싶은 삶을 발굴하고 연대하는 일, 무엇보다 그 과정을 춤추듯 즐기며 가는 일, 그것이 나의  삶이다. 


결국 길어진 수명을 살아가는 기술은, 새롭게 헌신할 수 있는 목표를 찾는 일로 축약할 수 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 해 그 길을 가는 것.  찾는 것도 중요하고 헌신은 더욱 중요하다. 좋은 뜻을 퍼뜨리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인정받고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19세기 철도 재벌 릴런드 스탠퍼드는 캘리포니아에 대학을 설립하고자 할 당시 하버드 대학교 학장이었던 찰스 엘리엇을 찾아가 아주 좋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언을 구했다.
엘리엇은 "2000만 달러"라고 대답했다. 스탠퍼드는 "그것쯤은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엘리엇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엘리엇은 물끄러미 하버드 캠퍼스의 아주 오래된 플라타너스를 바라보더니,
"그리고 100년이라는 세월"이라고 덧붙였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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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종윤

    거진 20년쯤 전에 배운 독일어를 더듬어 보건데...

    Die Kunst des Langen Lebens는

    직역하자면 '긴 삶의 예술'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완전히 희미한 기억에만 의존한 것이므로 틀릴 여지가 다분하지만 Kunst는 예술, Langen은 영어의 Long, Leben은 Life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점점 줄어드는 시간의 공포를 작업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뛰어넘고자 한'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감은 가네요. 제목과 컨셉은 비슷하지만 손이 닿을만한 거리로 압축하면 한선생님만의 스타일로 차별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2008.04.17 16:4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품격까지 기대할수는 없어도, 비교적 눈에 쏙 들어오는 타이틀이라 원제가 궁금했는데, 고마워요.
      원제를 그대로 옮기되, 요즘 인기단어인 '기술'만 넣어주었군요.

      제목과 컨셉이 같지만, 철렁하기보다 반가운 심정이 더 앞섰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기분이랄까,

      특히 '개인문화'가 강조된 부분도 반가웠고...

      전에는 머리만으로 공감해서 "문화를 만들 수 있다면 내가 시대이다"를 남발하곤 했는데, 요즘은 자기문화를 가지려면 얼마나 투철하고 치열해야 하는지 조금 알 것같아서 쉽게 말도 못한다우. ^^

      2008.04.17 17:48 [ ADDR : EDIT/ DEL ]
  2. 저 역시 탄복했습니다.
    책 만드는 일을 비교적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제목 하나를 뽑기 위해서 이 하나쯤 빠지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 삶의 무대는 확장되었는데 그 빈 곳을 채울 삶의 지혜를 채우는 일에는 아직도 무심한 것 같아요. 기껏해야 재테크 정도라고나 할까?
    기본적인 커리어 외에도 '자신만'의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한 세상이 되었는데 우리는 아직도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버거운 듯 합니다.
    최근에 아내의 추천으로 '강남아빠 따라잡기'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너무 트랜디하고 가벼워보이는 제목 때문에 손사래를 쳤었는데 내용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책 속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강남아빠들은 제가 서른을 넘기며 느끼고 깨달았던 지혜들을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더군요. 등골이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가르치는 것'에 앞서는 것이 제가 '먼저 살아가며 깨달아 알고 실천하는 것'이겠지요.
    어쩌면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삶이 조금 무거워지고 어려워진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책 추천 깊이 감사드려요~

    2008.04.17 22:42 [ ADDR : EDIT/ DEL : REPLY ]
    • 저역시 '강남00 따라잡기' 이런 제목의 책은 본 적이 없는데, 내용이 좋았다니 다행이군요.
      그런데 서른 넘은 직장인이 겨우 깨닫는 것을 성장기의 자녀에게 가르쳐주면, 그 아이들은 진짜 사회에 나와서는 무엇을 배우고 느끼며 살아갈지, 모든 것을 부모가 해주고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세태가 두렵네요. ^^

      2008.04.18 00:06 신고 [ ADDR : EDIT/ DEL ]
  3. ㅎㅎ 그러네요.
    그렇게도 볼 수 있군요^^

    2008.04.18 15: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구본형, 세월이 젊음에게, 청림출판사 2008


세월이 젊음에게 상세보기
구본형 지음 | 청림출판 펴냄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빛나는 별이 되고 싶은 젊음들을 위한 인생처세서! 『세월이 젊음에게』는 두려움 가득한 도전과 새로운 시작을 눈앞에 둔 찬란한 젊음들에게 띄우는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의 인생 편지이다. 그 동안 사람의 변화하는 힘을 믿고 응원하였던 저자가 이번에는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특별한 조언을 내 놓는다. 잔소리쟁이 '아버지'의 이름으로 우리를 찾아와 인생의 지혜를 선사한다. '


이 책은 첫 출근하는 딸에게 주는 아버지 구본형의 편지이다.

그러나 아주 젊은 사람들은 그의 글을 고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무서운 것 없고 세상을 다 가질 것 같은 젊은이의 혈기로는, 아마 그의 진가를 알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아주 팽팽하지는 않고 살짝 맛이 간 젊음 ^^ 이제 어느정도 밥벌이의 어려움을 알게 된 연배, 업무보다 사내 인간관계가 더 어렵다는 회사생활과 나답게 산다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 직장생활 8년차 정도라면 그의 글이 사정없이 날아와 박힐 것 같다.


그 이유는 구본형의 글이 물정모르는 자신감보다, 세상을 두려워하는 조심스러움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세상의 법칙과 조화를 이루되 나다움을 잃지않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그는 용기를 강조하기보다, 인생을 두려워할 것을 주문한다. 우리의 행복이 아주 작은 것들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극한 마음을 다해 지켜내지 않으면 그것들이 쉽게 깨지고 만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낙관이란 자신에게 좋은 운명이 다가올 것을 믿는 일이지만, 대책없는 낙관은 비관보다 더 나쁘다고 말한다. 대책없는 낙관은 상황을 보는 감각을 잃게 만들어 불행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책은 1장 일, 2장 나, 3장 관계에 걸쳐 ‘진중한 세월’만이 해 줄 수 있는 조언들로 가득하다. 어쩌면 밥의 진지함이 얼마나 지독하길래  ‘일’을 ‘나’보다도 더 먼저 놓았구나.


이 책은 화려하지 않으나 사람의 마음을 잡아당긴다. 쉽게 읽히나 얄팍하지 않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산 20년, 변화경영전문가와 저술가로 거듭난 뒤의 10년, 그리고 갈수록 농익고 향기로워지는 ‘경영의 시인’으로서 그의 체험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재료로 삼아 실험한 것이 아니면, 입 밖에 내지않는 진중함이 귀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어른과 스승이 사라진 척박한 시대에, 진정한 역할모델로 자리매김하는 그의 이번 책이 모조리 금과옥조이지만, 내 마음을 친 것은 ‘태도가 곧 일이다.’라는 구절이었다.

태도는 곧 일일 뿐 아니라, 태도가 곧 인생인 것을 살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태도가 곧 일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수는 없다. 행복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고마워하는 자세로 정성을 다 하는데서 시작한다. 이런 사람들은 직업적 행복에 이르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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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친닝, 승자의 심리학, 씨앗을 뿌리는 사람, 2005


이 책은 중국인이 쓴 자기계발서이다.  1911년에 발행된 이종오의 “후흑학”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고 한다.


남으로부터 자신의 의지를 숨길 때 그것을 두껍다 -厚- 하고

남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때 그것을 검다 - 黑 - 한다. 


이종오가 정의한 후흑厚黑의 개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강력한 관점이 참신하다. 한자용어가 조금 낯설고, 번역도 그다지 매끄럽지 않은 것 같지만, 참고 읽다보면 조금은 색다른 조언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중국인의 기질일까. 우직함과 간교함을 자유롭게 휘둘것을 권하는 우뭉스러움. 


저자는 후흑厚黑의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로널드 레이건과 지미 카터를 예로 든다. 레이건은 얼굴 두꺼운 사람의 전형이었다. 보좌관들은 그가 복잡한 문제에 대해 언제 어디서 말실수할지를 몰라 늘 긴장했다고 한다. 사실 그는 현안에 대해 어이없을 정도로 무지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레이건은 온갖 정책과 문제를 깡그리 모른다 해도 기죽지 않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자신만만한 답변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었다.

국민들은 레이건의 얼굴 두꺼운 자긍심에 전염되었다.


반면에 전임대통령인 지미 카터는 과중한 책임감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중요한 문제를 놓고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고 고민을 되풀이했다. 국민들은 그의 고민을 무능함으로 해석했다. 그의 불안감을 대중에게 퍼뜨린 나머지 무력한 절망을 초래한 것이다. 지미 카터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지적인 인물이었지만, 성공적인 대통령은 못되었다.

두꺼운 얼굴은 방패이다. 세상은 자기 자신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얼굴 두꺼운 사람은 남들에게도 그런 확신을 전달한다. 다른 사람들도 어느새 그를 성공할 사람으로 보게 되고 이미 성공한 사람처럼 대접한다.


검은 마음은 창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 세상의 판단기준을 뛰어넘어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는 초연함, 물러날 때와 돌격할 때를 가늠하는 판단력이 그에 해당된다.


미국 역사에서 후흑을 가장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는 인물은 링컨이다. 그는 21세 때 사업이 망했다. 22세 때는 시의원 선거에 떨어졌고, 24세 때는 또 사업이 망했다. 26세 때는 연인이 죽었고 그 때문에 거의 사람이 망가질 뻔했다. 그리고 27세 때 신경쇠약에 걸렸다. 34세 때는 하원의원 선거에 떨어졌으며 2년 뒤 또 떨어졌다. 45세 때는 상원의원 선거에 떨어졌다. 그리고 2년 뒤에는 부통령이 되려 했던 소망이 좌절되었다. 52세가 되었을 때, 그는 미국의 16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소심하고 비관적이고 음울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상류 사회의 모임에서는 편하지 못했고, 그의 에티켓은 수준 이하라고 평가되는 일이 많았다. 링컨의 일생은 자신이 별볼일없는 사람이라는 강박관념에 대한 투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링컨은 가난과 불편과 모욕에 시달리며 가축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22세에 아버지의 집을 떠나온 뒤로 링컨은 두 번 다시 아버지를 만나지 않았다. 자신의 결혼식 때 아버지를 초대하지 않았고,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다. 남북전쟁시에는 전쟁이 무자비해질수록 그 역시 무자비해져, 계엄령을 발포, 군법회의에 민간인을 회부, 배심원없는 재판을 받게 하는 등 잔혹한 전쟁의 법칙을 따랐다. 


저자는 이러한 링컨의 선택을 냉혹이 아니라 자기 운명에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고 한다.  그의 아버지가 준 환경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사람을 키우는 환경이 아니었다. 21년간 자기 의무를 다하고, 링컨 부자는 서로에게 아무 빚이 없었다. 작은 연민을 버리고 전쟁이라는 큰 목표에 집중한 것은 그대로 후흑의 발현이다.



이 책에 나오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은 ‘다르마’이다. 다르마란 산스크리트어로 생명을 지지하는 것, 세계를 유지하는 힘을 뜻하는데, 저자는 그것을 ‘어떤 조건에서도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가령 전사의 다르마는 적들을 무찌르는 것이고, 의사의 다르마는 인명을 살리는 것이다. 설령 그가 적이라 해도.


다르마는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있든 합당한 역할을 알려준다. 모든 상황에 알맞은 의무를 알고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 그것을 행함으로써, 우리는 후흑을 실행하게 된다.

다르마라는 개념은 살짝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아주 의미심장하다. 한 사람의 인생으로 따지면 지복을 찾는 것이요, 생활의 단면에서 살펴보면 효율성과 현명함을 담보하는 핵심이다. 만일 우리가 다르마를 찾는 일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면, 성인이 말하는 成佛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먹을 때는 먹고 잘 때는 자고 일할 때는 일하라는 바로 그 경지.

어디 있든지 거기 있음을 명확하게 하라 -- 간디


이 책은 승자가 되는 비결로서 후흑의 실행지침으로 가득차 있다. 누군가 평한 것처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손자병법의 진수를 융합해놓은 것이 사실인지 판단할 식견은 없지만, 일독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내게 다가온 것들을 나열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인내의 놀라운 힘, 우리에게 걸맞은 인생은 결코 우리에게서 도망치지 않는다. 인내는 최고의 미덕이다. 조급하게 살지 마라

-- 일의 신성한 속성, 일은 인간의 가장 심오한 자기표현이다. 우리는 일을 통해 사회의 공동선과 인류의 진화에 기여한다. 일이야말로 자기표현과 자기 보존의 욕구에 핵심적인 부분을 이룬다.


네 일은 네 일을 찾는 것이며

전심전력으로 그 일을 하는 것이다. - 석가모니


-- 사는 게 버겁다면 타인의 삶인 양 살아라. 자신이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상상하라. 자기 문제는 어렵지만 다른 사람의 문제를 푸는 데는 비교적 쉽고 편하지 않던가?

다른 누군가의 위기라고 생각하면 확고한 답안을 얻고 자유와 평안을 누릴 수 있다. 아무 비판도 두려울 게 없고 어떤 실패도 괴로울 게 없어진다. 보통의 기회라면 잡지 못할 기회도 과감히 잡을 수 있다.


-- 가장 심오한 지식은 직접 체험에 의해서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 말로만 이해해서는 그 심오함을 깨우치기에 미흡하다. 운명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경험이 필수적이다. 암울한 시기를 헤치며 인내하는 힘을 기르지 못한다면 밝아오는 여명을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두려움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너무 안온한 삶을 살았다는 뜻이며 고난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단련할 기회를 가져보지 못햇다는 뜻이다. 그런 삶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무의미하다. 나는 무의미하게 사느니 고민과 공포 속에서 살겠다.


-- 자기 이익을 지켜라, 뭔가 당했다는 느낌이 들면 대체로 이미 당한 것이다. 우리는 언제라도 교활하고 잔인한 자들에게 맞서 자신의 이익을 지킬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정의롭고 고상한 사람이 되려면 자기 방어의 기술에 통달할 필요가 있다. 완전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완전한 전사이기도 하다.


-- 자기 자신에 근거해서 성공하라. 남들과의 관계에서 성공하는 법을 배우기에 앞서 익혀야 할 한가지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요소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육체에 근거해서 성공하는 법이다. 강건한 정신은 강건한 육체에 뒤따른다. 힌두교는 최고의 다르마가 자기 몸을 돌보는 데 있다고 본다. 그것은 정신적인 추구조차 앞선다. 육체가 없으면 물질세계에서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다. 간단히 말해서 성공하는 인생의 근거는 육체적 건강이다. 운동과 식단 조절을 통해 명쾌한 정신 역시 가능해진다.


-- 도약하라. 나의 노력을 폄훼하는 소인배들에게 맞서 하찮은 밀고 당기기를 하며 기운빼지 말라. 무지한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그들에게 뭔가를 확신시키려고 하지 마라. 그 대신 바로 윗선으로 뛰어올라 권위 있는 승인을 얻어 내라. 그리고 강하고 현명한 사람들과 제휴하라


-- 피라니아가 상어를 이기는 법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것이다.

이 때의 호랑이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의 비전을 공유하고 우리의 목표를 도울 의향이 있는 강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 상호 이익을 위해 힘을 빌려줄 용의가 있는 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없다면,  비전과 관점을 공유하는 조직이나 단체, 남들과 힘을 합침으로써 우리는 호랑이의 위세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호랑이는 일에 관련된 재능이다. 아이작 스턴이 바이올린을 켤 줄 몰랐다면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작 스턴이 아니었을 것이다. 바이올린의 대가로서의 능력 덕분에 그의 이름이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전문 분야가 무엇이든 능력에 따라 호랑이가 될 수 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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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로 자기계발서를 쓰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모델로 할때는 아무래도 자기 편한 것만 뽑아서 하는 것 같아요
    레이건과 지미카터를 예로 들었는데...
    한 지도자가 제어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 있죠
    시대적 흐름이 먼저인지 아니면 개인의 역량이 먼저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카터시절에는 제2차 석유 파동이 일어나서 이래저래 고생이 많았다고 하죠.
    그 자리에 레이건이 있었다면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지는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2007.12.09 15: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 바이러스님. 어려운 문제군요. 그러나 저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시대적인 조건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도자의 결단력과 자신감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대조건이 가치중립적으로 저혼자 굴러가지는 않는다는거지요.

      2007.12.09 16:36 [ ADDR : EDIT/ DEL ]
  2. 해피바이러스

    쩝...카터가 그렇게 결단력이 없는 사람이었을까요-.-
    제 앞가림도 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대 합중국의 대통령도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있겠군요.
    하긴 제가 아는 대단한 사람도 알고 보니 참 단점이 많다는 걸 보면...충분히 그럴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2007.12.11 14:11 [ ADDR : EDIT/ DEL : REPLY ]
    • 카터는 대통령보다는 학자나 사회활동가에 더 어울린다는 평을 받는 것 같아요. 은퇴 후에 집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의 중심에 서서 많은 찬사를 받았지요.

      오죽하면 카터가 처음부터 '전 대통령'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유머도 있잖아요. ^^

      2007.12.11 15:52 신고 [ ADDR : EDIT/ DEL ]

도종환, 海印으로 가는 길, 문학동네 2006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샀다는 이유만으로 공연히 흘겨보기도 한다. 대중적인 인기가 있다는 이유로 밀쳐두고 있던 시인 도종환의 시집을 처음으로 사 보았다. 
 
도종환의 시를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얼마전 어디에선가 그의 시 ‘가구’를 접하면서였다. 부부가 서로를 ‘가구’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첫 부인을 병으로 떠나보내면서 절절한 아픔을 노래했던 ‘접시꽃 당신’이 떠올랐다. 재혼 후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인간사의 변화가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가구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
놓여 있다. 장롱이 그러듯이
오래 묵은 습관들을 담은 채
각자 어두워질 때까지 앉아 일을 하곤 한다
어쩌다 내가 아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내의 몸에서는 삐이걱 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아내의 몸속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잊어버리고
돌아나온다 그러면 아내는 다시
아래위가 꼭 맞는 서랍이 되어 닫힌다
아내가 내 몸의 여닫이문을
먼저 열어보는 일은 없다
나는 늘 머쓱해진 채 아내를 건너다보다
돌아앉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아내의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

 

 
습관의 힘으로 떠밀려가는 오래된 부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보통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시인은 시를 쓴다. 첫부인과의 사별, 오랜 전교조활동, 재혼... 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시인에게 이번에는 병이 찾아왔다. 자세한 병명은 알 수 없어도 도종환은 충북 보은 법주리 산에서 만 3년간 혼자 투병생활을 했다고 한다. 
 
시인의 이전 시들에 대해서는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연륜과 투병의 영향이겠지. 시인의 시선은 한없이 쓸쓸하고 따뜻하고 깨달음으로 가득차있다.  ‘어디 종일 저 혼자 있던 빈 방이 나를 좀 들어오도록 허락해주기를’ 갈망하는가 하면, ‘순간 순간을 나누어 마시며/웃음이 번져가는 사람 하나/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 고 가만히 속내를 풀어놓는다.
가을을 맞이한 사람으로서 낙조를 보며 ‘스러져가는 몸이 빚어내는/ 선연한 열망’을 보기도 하나, 시인이 산에서 얻은 것은 많은 것 같다. 
 
제 몸을 지키기 위해 두릅나무처럼/ 살 하나하나 가시가 되어 치열하지도 못하고/ 물푸레나무처럼 적요하지도 못한’ 자신을 반성하는가 하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타는 낙엽송과, 순식간에 작열해버리고 마는 소나무와, 잉걸불이 되어 한밤중까지 환한 참나무 장작을 구분할 줄 알게 된 것이다.
 
시인의 깨달음은 급기야 자신의 병이 축복인 것을 알아차리기에 이른다.
‘한 시대가 다 참혹하였거늘
거인같은, 바위같은 편견과 어리석음과 탐욕의
방파제에서 맞서다 목숨을 잃은 이가 헤아릴 수 없거늘
이렇게 작게라도 물결치며 살아있는 게
복 아니고 무엇이랴
육신에 병이 조금 들었다고 어이 불행이랴 말하랴
내게 오는 건 통증조차도 축복이다 ’ 

 
산에서의 생활을 통해 스스로 신비주의에 빠지게 될까봐 경계할 정도로, 거덜났던 심신을 깨끗하게 씻기운 시인은 이제 세상에 나가더라도, 전처럼 과욕을 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자기가 가진 가장 소중한 재산인 시를 세상에 내어놓겠다고도 한다. 이 시집의 인세를 제 집에 들여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가을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가을에 한 번 읽어봄직한 시집이다. 절망에 굴복하지 않고, 희망조차 경계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경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벚나무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
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
호들갑떨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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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도미니크 보비, 잠수복과 나비, 동문선, 1997


불의의 사고로, 당신이 전신마비라는 불행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상황에 대처할 것인가. 여기 뇌졸중으로 전신마비에 처했으면서도, 우리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새롭게 인간성의 경험을 확장시킨 사람이 있다.


장 도미니크 보비, 그는 잡지 ‘엘르’의 편집장으로 일하던 44세에 뇌졸중으로 꼼짝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그역시 ‘뇌간’이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 날 이후, 뇌와 말단 신경을 이어주는 통로인 ‘뇌간’이 고장남으로써 환자가 내부로부터 감금당한 상태, locked-in syndrome이 15개월간 지속된다. 오직 왼쪽 눈꺼풀의 감각만 남아있을뿐 TV조차 켤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그는 잠수복을 입은 것처럼 갇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운이 좋아서 조금이라도 잠수복이 헐겁게 여겨지면, 그의 정신은 나비처럼 자유롭게 유영한다.


책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답게, 쉽게 들뜨는 상상력을 타고난 사람답게, 그는 감각을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음식을 조리하고 맛볼 수 있다. 기억이야말로 감각의 무궁무진한 보고이다. 계절의 변화를 철저하게 고려하여 가장 좋은 재료를 엄선하여, 품질보증서가 붙은 포도주를 곁들여, 기억 속의 성찬을 즐기는 그. 초기에는 결핍감 때문에 폭식을 했지만, 이제는 농가에서 직접 만든 소시지 한 줄로 만족한다는 그. 8개월간 먹은 것이라고는 레몬을 탄 물 몇 방울과 요구르트 반 숟가락이 전부일뿐, 필요한 열량은 위를 통해 직접 투여되는 처지의 그가 발굴해낸 놀이여.


TV를 켜는 것은 고도의 전략 문제라고 한다. 까딱하면 서너 시간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아 채널을 바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눈부신 석양의 빛줄기가 정확하게 침대 머리맡에 와닿는 시간, 세상이 끝나기 전까지는 간호사가 와 주겠지... 50센티미터 앞에 앉아있는 10살된 아들의 숱많은 머리털 한 번 쓸어줄 수 없는 기분을 무어라 표현할 지 울부짖는 그. 극악무도한? 불공평한? 더러운? 끔찍한?


E S A R I N T U L O M D P C F B V H G J Q Z Y X K W
얼핏 보기에 무질서해 보이는 이 글자행렬은, 불어에서 사용되는 빈도에 따라 철자를 배치한 그의 알파벳표이다. 그는 이 알파벳표를 보고 원하는 글자에서 눈을 깜박인다. 이 기호체계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라고 한다. 크로스워드나 스크래블 애호가들은 적응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여자들이 쉽게 익숙해진다.


이렇게 낱말 하나를 전하기 위해 하나 남은 눈꺼풀을 수없이 움직이는 방법으로, 우리는 이 책을 갖게 되었다. 콧등의 파리조차 쫓지 못하는 지금 생각하면 일상은 기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면도하기, 옷입기, 코코아 마시기는 물론, 늘씬한 갈색 머리 여인과 함께 잠을 자고 일어났으면서도 그것이 행복인지도 모르고 툴툴거리며 일어났던 날들. 그 날들에 대한 현기증나는 기억과, 잠수복 속에 갇힌 믿지못할 상황을 놀랍게도 그는 유머로 갈무리한다.


고도로 뛰어난 언어감각과 상상력으로 무장한 자신만의 우주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운명을 바꿔놓은 불운을 농담으로 돌릴 수밖에 없을 때, 우리는 유머가 통곡보다 더 깊은 슬픔임을 알게 된다.
세 명의 간호보조사가 자신을 침대에 누이는 동작이, 자동차의 트렁크에 방금 살해한 훼방꾼의 시체를 억지로 쑤셔넣는 추리영화 속의 갱 같다고 말하는 그. ‘식물인간’이라는 세간의 호칭에 저항하기 위하여, 자신의 지적 잠재력이 시금치나 당근의 지적 능력보다 월등하게 우수함을 증명하기 위해 책을 쓴다는 그.  오, 하느님!


편지이며 일기이며 유서인 그의 책을 평소 습관대로 빨리 읽어내려가는 것이 너무 죄스러웠다. 늘 하던대로, 책을 읽으며 어떻게 리뷰를 쓸까 궁리하는 것이 민망했다. 멀쩡한 몸을 가지고도 탁하고 무겁게 살아가는 우리들, 내 영혼의 나비는 아직도 꼬치에서 웅크리고 나올 생각을 않는데, 그는 잠수복에서 빠져나와 훨훨 날아갔다. 우리에게 살아있음이 기적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조차 기적인 것을 가르쳐주고.


“열쇠로 가득찬 이 세상에 내 잠수복을 열어줄 열쇠는 없는 것일까? 종점 없는 지하철 노선은 없을까? 나의 자유를 되찾아줄 막강한 화폐는 없을까? 다른 곳에서 구해 보아야겠다. 나는 그 곳으로 간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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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기어리 지음 강주헌 역, 인생의 급소를 찌르다 , 갤리온 2006


이 책은 한 아포리즘광이 쓴, 아포리즘에 대한 역사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아포리즘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전에는 이리저리 인용되며 떠도는, 아포리즘을 조금 경시했다고나 할까. 진득하게 책을 읽지 않고도 짧은 경구를 내세우는 태도가 가볍게 여겨지기도 했고, 널리 알려진 경구를 다시 인용하는 글은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포리즘에는 내가 알던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시중에 떠돌아 흔해진 것은 아포리즘의 탓이 아니라, 대중의 유행병 탓이다. 아포리즘은 노자, 부처, 공자, 예수를 포함한 모든 현자가 애용한 문학적 서사요, 교육수단으로 가장 역사깊은 수사방식이다. 따라서 읽는 사람의 눈높이에 따라 해석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삶 전체 혹은 두꺼운 책 한 권과 필적할만한 깊이가 있는 아포리즘이 무궁무진했던 것이다.


사랑이 커지지 않는 순간부터 사랑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지으려면 허물어야 한다.


그냥 즐겨라! 당신이 무엇을 바꿀 수 있겠는가!


인생의 단면이나마 한 줄로 압축하려면 어지간한 체험과 성찰이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같은 세상을 살면서 개인에 따라 벌어지는 이 편차!
누군가에게는 “그만 생각하라! 행동하라”가 금과옥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생각하라! 그리고 행동하라!”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다음과 같이 신랄한 유머로 쓴웃음을 웃게 만들기도 한다. 짧은 기도가 하늘에 닿는다고, 아포리즘은 당연히 간결하지만 단지 간결한 것만 갖고는 안되고, 패러독스와 순간적인 뒤집기를 통해서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등: <명사>역경에 처한 당신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줄 수 있는 친구의 뒷부분


진리의 횃불을 높이 들고 군중의 틈을 걷다보면
누군가의 수염을 태우게 마련이다.


신을 믿어라. 하지만 낙타는 꼭 매두도록 하라.




복잡하고 어려운 사상이나 시대풍조를 한 줄의 아포리즘으로 일갈한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은 개인사에 대한 성찰보다 놀랍도록 이지적이다. 완전히 대상의 속성을 파악해야만 나올 수 있는 단정적인 정의 - 너무 예리하고 신랄해서 위압적이기까지 한 이 경구들은 내게 아포리즘의 매력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그렇지, 묘비명!  나의 인생을 관통하면서도 살짝 비틀어 울면서 웃게 만드는 경구 한 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눈사태가 났는데 눈송이가 책임감을 느끼겠는가!    - 집단주의


폭도들은 하나의 큰 입으로 떠들어대고,
1천 개의 작은 입으로 먹는다.  - 공산당


이제 창조자는 없다. 판매원만이 있을 뿐이다.  - 소비중심의 현대사회


이 책에는 아포리즘을 즐겨 생산한, 수많은 철학자와 문인이 소개되어 있다. 간략하고 빠르게 소개된 그 많은 현인들의 삶에 대해 읽다보니, 인생이 참 객관적이고 심상하게 보인다.
어느새 모든 것을 아포리즘으로 축약하는 버릇이 들어서일까. 인생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스타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부담없이 하루에 5분씩 펼쳐보아도, 인생을 보는 간결하나 핵심적인 시선 한 가지 - 즉 아포리즘을 선사하는 좋은 책이다.


우리가 열망하는 것의 가치가 곧 우리의 몸값이다.


우리는 다름아닌 우리의 생각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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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리빙스턴, 너무 일찍 나이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리더스북 2005

넘쳐나는 자기계발서 중에서 깊이가 남다른 책을 발견했다. 이 깊이와 절실함은 저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어온 데서 비롯된 것 같다.

서른 네 살, 레지던트 수련의로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있던 때, 저자는 자신이 입양아였음을 우연히 알게된다. 이미 어머니는 돌아가신 뒤였고, 아버지와의 힘든 대화로 얻어낸 실마리를 가지고 그는 친어머니를 찾아낸다. 미혼모였던 그녀는 입양기관에 아기를 맡긴 후 스스로 결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독신으로 지내고 있었다. 이미 사망한 생부를 사진으로 접하며, 저자는 생부를 사랑할수는 없겠지만 평화를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용서한 것이다.

저자의 시련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13개월 차이로 두 아들을 잃은 것이다. 큰 아들은 스물 두 살에 조울증으로 자살하였으며, 막내아들은 불과 여섯 살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하였다. 그 때부터 저자는 슬픔과 함께 살아갈수밖에 없었다. 이런 극심한 고통이 저자를 신중하고 지혜로우며 따뜻한 사람으로 깊어지게 했다.

“슬픔보다 나에게 익숙한 주제는 없습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내 삶의 주제였습니다. 나는 슬픔에 관한 책을 쓰면서 슬픔을 우회해서 가는 길을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습니다. 슬픔을 똑바로 통과해서 가는 길밖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절망에 빠졌고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어떠한 말로도 위로를 받지 못했지만, 결국 말로 삶의 의미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절망 속에서 아직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결국 말이 있어 그 과정을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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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사랑이 죽음을 이겨낼 수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추억과 헌신을 통해서입니다. 추억과 헌신이 함께 한다면, 우리의 마음이 깊숙이 파이는 일이 생긴다 해도 다시 충만해질 것이고,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156-8쪽

저자는 극심한 불행의 늪을 건너온 사람답지 않게 의연하고, 낙관적인 인생관을 피력하고 있다. 30가지 주제로 쓰여진 글이 모두 주옥같다. 직업적인 전문성에, 인간에 대한 연민이 더해져 지극하고 극진하다. 번역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끄러운 문체도 돋보인다.

젊은 고든 리빙스턴은 참된 용기를 아는 사람이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을 때, 악마적인 전의를 다지는 연대장의 기도에 항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군대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저자가 진짜임을 가려낼 수 있었다. 세상에 널려있는 그 숱한 선언적이고 계몽적인 자기계발서와 다르다! 오직 시련 속에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처연한 경지... 나는 몸가짐을 다시 하고 정색을 한 채로 계속 읽어내려갔다.

‘비상한 용기없이는 불행의 늪을 건널 수 없다.’
‘가장 견고한 감옥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나에게 일어난 일의 대부분은 나에게 책임이 있다.’
‘열 번의 변명을 하느니 한 번의 모험을 하는 것이 낫다.’
‘세상에 실망할수는 있지만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다.’

참된 용기를 가진 한 인간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인간에게 갖게된 애정과 지혜를, 저자는 간곡하게 우리에게 말해준다.

“누구나 살면서 시련을 겪습니다. 하지만 시련에 대처하는 방식은 각기 다릅니다. 두려움으로 도망가는 사람도 있을테고, 가슴속에 쌓아둔 채 묵묵히 견디는 사람도 있을테고, 적극적으로 상황을 변화시켜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는 나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또한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회피하면 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의 폭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그 두려움의 실체를 직시하고, 두려움에 굴복당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져야만 합니다. 결국 행복해지는 것도 불행해지는 것도 나의 의지가 결정해줍니다.” 227쪽


이것이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저자가 연구와 사색과 고통을 거치며 평생걸려 도달한 산봉우리를, 독자는 순식간에 올라갈 수 있다. 당사자는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것을 통탄하지만, 독자는 그 회한마저 내 것으로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성숙한 영혼들이 도달하는 지점은 비슷하다. 고든 리빙스턴 역시 빅터 프랭클이 한 말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기꺼이 그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간곡한 전언을 내면화한다. 내가 너무 늦지않게 깨달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좋은 저자들이 책을 쓰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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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알렉스 파타코스, 의미있게 산다는 것



이런저런 일이 꼬이고 힘들 때, 당신은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나는 나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랩니다.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를 순전히 그런 의도로 구입했었지요. ‘구미 유학생 간첩사건’에 연루되어 13년 2개월을 복역한 이.


책갈피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었지요. 몇 년 전 우리 학원에 다니던 여자아이가 교통사고로 죽은 일이 있는데, 우연히 그 아이의 사진이 있는 거예요. 크리스마스 행사를 준비하느라 교회에 다녀오던 길이었지요. 정말 미안하게도 나는 힘들 때마다 그애의 사진을 들여다보곤 했답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도 모두 살아있으니까 겪는 일이구나, 이렇게 어린 나이에 더 이상 살 수 없는 아이도 있는데... 시적으로 말하자면 ‘산 자만이 걸치는 옷’인 셈이지요.


그런데 오늘 빅터 프랭클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제껏 내가 어렵다고 징징댄 것이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흠뻑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빅터 프랭클, 1942년 9월 나치스에게 체포되어 3년 동안 강제수용소에서 생활한 정신의학자, 맞습니다. 암울한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부모형제와 아내를 모두 잃고도, 참혹한 환경에 대응하는 인간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에 주목하여 평생을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의미를 밝히는 일에 헌신한 사람.


프랭클은 말합니다. 삶은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하는 결정의 산물이라고. 수용소같은 극단상황에서도, 남을 위해 빵 한 조각을 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얘기지요.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 우리의 반응을 선택하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달려 있다.


우리가 항상 인식을 하지 못하지만, 의미는 언제 어디서나 현재의 모든 순간에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할 일은, 일상생활과 일에서 의미에 눈을 뜨고 발견하는 것이겠지요.
실패 좀 하면 어떻습니까, 인생은 성공만큼이나 실패로 점철될 수 있어요. 하지만 실패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야만 실패가 유용한 유산이 되겠지요.


무슨 일이건 인간관계건 끝장났다고 생각이 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과정을 소중히 한다면 끝은 새로운 시작이 될 겁니다. 우리가 의미를 찾으려는 의식을 놓지 않았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무한한 성취감을 경험하게 될꺼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라 해도 거기로부터 또 다시 의미있는 목표가 생긴다는 거지요.

결국 프랭클이 말하는 것은 이겁니다.
삶은 우리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의미가 있다.


그래도 유독 삶이 자기에게만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메아리 얘기를 더 해 드릴게요.
아들과 아버지가 산길을 걷고 있다가 아들이 넘어져서 비명을 지릅니다. “아야야야야”
놀랍게도 산 속 어딘가에서 따라 합니다. “아야야야야”
아이가 신기해서 다시 외칩니다.
“난 널 존경한다!” “난 널 존경한다!”
“겁쟁이” “겁쟁이”
아버지가 웃으면서 말합니다.


“아들아, 잘 들어봐라
사람들은 이것을 메아리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것이 인생이다. 이것은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모든 것을 돌려준다. 우리의 삶은 단지 우리가 하는 행동의 반영이다. 만일 네가 세상에서 좀더 사랑을 원한다면 네 마음 속에 더많은 사랑을 만들어라. 만일 너의 팀이 좀더 잘하기를 바라면 네 자신이 더 잘하려고 노력해라. 이 관계는 인생의 모든 부문에 적용된다. 인생은 우리가 준 모든 것을 돌려준다. 우리의 인생은 우연이 아니다. 인생은 우리의 반영이다.”


빅터 프랭클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직접 읽어도 좋지만, 저는 프랭클의 사상을 자기계발서에 접목한 알렉스 파타코스의 <의미있게 산다는 것>이 더 좋군요. 어쩌면 한 줄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읽는 사람을 너무 힘들게 하지 않는, 이만한 두께의 이만한 호소력을 가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랭클이 인간성을 구분하는 특성으로 유머감각을 꼽았다고 하는데, 유머에 대해 파타코스가 기술해 놓은 부분은 정말 아름다워요.


자신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은 모든 진지한 상황에서 간장을 완화해준다. 진지한 업무 상황에서는 어는 정도의 유머가 필요하다. 유머는 다른 사람들에게나 우리 자신에게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유머는 위대한 선물이다. 그리고 우리의 일에 유머를 가져가는 것도 역시 선물이다. 유머는 훌륭한 평형장치다. CEO를 덜 무시무시하게, 택시 운전사를 더 친절하게 만든다. 비극이 닥치면 깊은 슬픔에 빠지지만 슬픔을 극복한 후에는 쾌활해진다. 삶이 얼마나 지독한지 알면 배우 잭 니콜슨이 말했듯이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진정한 쾌활함은 가식적이지 않다. 그것은 세상의 무게나 날씨와 상관없이 현재를 경험하는 한 가지 방식이다. 쾌활함은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
실제로 적절한 유머는 그 무엇보다 빨리 우리 스스로 자초한 불행한 기분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자신의 처지에 거리를 두고 볼 때 문제점을 축소하지 않고 넘어설 수 있다. 우리 자신을 고통과 분리해서 보고 느끼고 이해한다.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극복한다.


유머는 자기보전을 위한 투쟁에서 또 다른 정신적 무기였다
자기이탈과 부정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이탈은 의도적이고 행동 지향적이다. 상황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맺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반면에 부정은 경험과 경험이 줄 수 있는 장점에서 우리를 분리시킨다. 우리 자신의 경험을 부정하면 다른 사람들의 경험도 부정하게 된다. 부정은 연결을 끊어 놓는다. 반면 자기이탈은 연결과 학습과 성장으로 이어진다.


책에서 읽은 것에 그치지 않고 맘먹고 유머를 연습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안하겠어요? 또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의미를 찾는 습관도 노력해야겠어요.
결국 알고 보면 모든 상황이 의미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내가 책에 몰입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책 읽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데가 있어서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살짝 지쳐있는 당신도 이 책을 읽고 ‘의미를 찾는 훈련’을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혹시 나와 달리 감동이 조금 덜하더라도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오늘 읽은 것들이 씨앗이 되어 당신의 안에 있다가 다음 번에는 좀 더 확실한 만남이 가능할테니까요.


확신은 그 출발이고, 기쁨은 그 일부이며, 사랑은 그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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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류시화 역 <인생수업>



나는 누구인가
나의 직업, 나의 재산, 나의 가족, 나의 상황은
내가 아니라고 하네
상황은 존재가 아니라고 하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죽음 앞에 선 뒤에는 맞닥뜨리게 되는 이 질문,
그러나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죽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하네


사랑과 관계와 놀이와 두려움.... 에 관하여
때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그러나 자주 잃어 버리는 것들에 대하여
이 책은 이야기하네
죽음 앞에 선 자의 결곡하고 절실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네
맞아
안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은 다르고
느낀다는 것과 실행한다는 것은 다르지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완전한 삶은 네 자신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세상은 이대로 충분하다
우리는 행복해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그 순간 속에, 그 자리에 존재하라
두려움은 죽음을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삶을 가로막는다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는 삶을 누리고, 놀이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것도 일평생동안
시간이란 누리기 위해 있는 것이다
개인의 삶이 건강, 일, 연애 생활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삶은 당신이 여러 상황에서 얼마큼의 사랑, 자비, 유머, 인내를 실천하는가에
달려있다

모두 알고 있다고 말하지 마
인생에서 내가 모르는 것은 없다고 말하지 마
더 이상 가슴설렐 일은 없다고 말하지 마
아무도 내 가슴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하지 마
거듭 말하지만
안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은 다르고
느낀다는 것과 실행한다는 것은 다르지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하나만 봐도 얼마나 어려운데?
이 책에 기가 막힌 예화가 나오지
히피 옷을 입고 다니는 아들이 있었어
완벽주의자 엄마는 그걸 용납을 못하고 애를 먹고 있지
갈등이 심했겠지
그러나 어느날 삶과 작별하는 연습을 하다 깨닫지
만일 내일 아들이 죽는다면,
그 애가 그토록 사랑하던 지저분한 티셔츠를 입혀서 묻을 것이다
결국 나는
아들이 죽고 나서야 그 애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겠구나~~
이런거지
상대방을 바꾸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환상이 제거된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는거지


더 중요한 일도 있지
우리는 낭만적인 사랑을 너무 과장해 왔어
상대방이 우리의 삶을 바로잡아 줄 것이라 믿기도 하고,
관계는 우리의 삶을 치유해 줄 수 없고, 치유해 주지도 않아
우리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뿐이야
우리가 관계를 맺을 시기가 되면 특별한 누군가 나타나지
그러나 이미 당신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야
완전한 사람이야
결혼을 했든, 독신이든, 해답은 낭만적 사랑에 있지 않는거지
당신은, 당신의 삶과 사랑에 빠져야 하는거야


삶이라고 하는 길고 낯선 여행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발견하지
나는 진정 누구인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분노와 눈물과 두려움을 밀치고 나아가는 용기는 어디에?
신비한 것은
우리는 이미 행복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네
동화처럼 완벽한 삶은 아니더라도,
의미들로 가슴을 가득 채우는 진정한 삶을 살 수가 있다네


살고, 사랑하고, 웃으며, 배우라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는거야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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