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내 안에 해답이 있다'에 해당되는 글 25건

  1. 2016.08.03 소년 - 한 정신분석가의 성장기
  2. 2012.05.21 김두식, 욕망해도 괜찮아
  3. 2010.07.28 마크툽! - 연금술사 (4)
  4. 2010.07.09 내 안에 신화^^ (2)
  5. 2009.08.30 마음의 구조-6개의 원형 (8)
  6. 2009.02.19 나는 날마다 좋아지고 있다 (10)
  7. 2008.09.12 나는 학생이다 <3>
  8. 2008.09.11 나는 학생이다 <2>
  9. 2008.09.11 나는 학생이다 <1> (10)
  10. 2008.08.02 셀프코칭의 자습서-행복한 이기주의자 (2)

이승욱, 소년 - 한 정신분석가의 성장기, 열린책들, 2016


열 살 무렵 외가에서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비가 오는데 아무도 없어서 심심해진 저는 마루에 엎드려 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었지요. ‘미음’ 자 집이 감싸고 있는 둥근 안마당에 둥글게 빗자국이 패이는 것을 보고 있는데 돌연 사위가 조용해지더니, 이상한 적막감이 들었습니다. 섬칫 놀랄 정도로 완벽한 고요함은 마치 다른 차원의 시간으로 들어선 듯 괴이한 느낌마저 들었고, 저는 그 순간 절대고독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천지사방에 나 혼자 있는 듯한 기분, 그리고 산다는 것이 이런 고독한 일이라는 예감이 든 거지요.

이승욱은 이처럼 강렬한 감각적 경험을 “원체험”이라고 합니다.  자기 자신을 충분히 느끼고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감각을 소중히 여겨야 하므로, 자신의 감각의 고향인 원체험이 소중하다고 합니다.

“원체험”이라는 용어에 접하는 순간, 당연히 나의 원체험으로 그 비오던 날의 장면을 꼽았습니다.  평범하지만 다복한 가정에서 성장하던 어린 아이가 느닷없이 맛보았던 절대고독은 이제 와 생각하니 상당히 암시적이네요. 집착이 없어 재물이나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나 언제 어떤 장면에서도 결코 놓지 못하는 관찰자적인 시선...처럼 나의 중요한 기질에 대한 단서가 거기 들어 있었던 거지요.

 

정신분석가인 이승욱은 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성장기 <소년>을 썼습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는 잔잔한 시선만으로도 인상적인데, 거기에 자신의 체험을 연결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더하니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책이네요. 누나 따라서 다섯 살에 입학한 어린 나이에 담임에게서 받은 정서적 폭력 때문에 12년이나 공부 못 하는 아이로 살았다는 대목에서는 내 일처럼 분개하게 됩니다.

 

“아, 내가 학교에 와서 열심히 하면 선생님이 화를 내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지요. 이처럼 외부 여건에 따라 철석같은 믿음을 갖게 된 것을 “비합리적 신념”이라고 하는데, 이런 비합리적 신념이 이후의 삶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게 된다구요. 저자는 나중에 정신분석가가 거쳐야 하는 자기분석을 하면서 이 때의 경험을 떠올리고, 가능하면 그 선생을 만나 똑같이 갚아주고 싶은 분노에 휩싸였다고 하네요. 자기가 형성되지 않고, 자기를 지킬 수 없었던 시기에 일방적으로 당한 경험에 오랫동안 휘둘린 것이 너무 슬프고 원망스러웠을 것이 이해가 갑니다. 나역시 아무 것도 모르고 성격만 급했던 초보엄마, 초보교사 시절에 상대방에게 “비합리적 신념”을 심어주었을까봐 아찔한 마음이 됩니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생물학적 부모가 주지 못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사회적 부모에게서 찾아 먹으라고, 미안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기도하게 됩니다.

 

저자는 자애로운 아버지에게서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자신은 임종하지 못했지만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 목소리라도 한 번 더 듣고 싶어서 큰누이가 “아버지, 빨리 집에 가요. 빨리 나아서 집에 가요”라고 말했을 때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아버지가 “우리집은 함경북도 단천군 단천읍 동호리...”라고 웅얼거렸다는 말을 전해 듣습니다. 남한에서 50년을 사셨지만 한 번도 마음에서 지우지 못했던 이북의 가족에게로 마지막 순간에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저자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드리려고 합니다. 아버지의 고향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아버지의 고향 이야기를 담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울면서 읽었습니다. 평생을 그리움과 죄책감 안에서 살아가면서도 아버지 역할을 다 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한을 대신 풀어주는 아들의 모습에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대답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아서요. 

 

저자는 또 “내 부모가 아니어도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합니다. 그럼으로써 부모와의 사이에 거리가 생겨 숨통을 틔울 수 있다구요. 이 질문 앞에서 와락 두려워집니다. 선선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내 부모의 인성이나 처세를 인정하면서도 요즘 친정엄마에 대해 복잡한 이율배반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생동안 책임을 다 하고 선하게 산 엄마마저 그런 대우를 받는데, 나처럼 자기본위인 사람에게 자녀가 어떤 생각을 품을지, 생각만 해도 두렵습니다.  산다는 것이 정말 간단하지가 않구나 싶으면서, 좀 더 조심하고, 좀 더 용서하되 다른 사람 마음에 못 박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저자의 진솔하고 촘촘한 시선에 촉발되어 나도 내 인생의 장면을 좀 더 발굴해 놓고 싶어집니다. 앨범을 훑으며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 보기도 하고,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든 결정적 장면이 무엇일지 궁금해 기억을 뒤지고 또 뒤져 봅니다. 생각보다 기억이 많지 않아 좌절하기도 합니다. 지난날을 다 잊어버렸듯이 지금 이 순간도 잊혀지고 말 것이 너무 가슴아프네요. 그런 뜻에서 지금 소년기를 지나는 아들을 위해  회고록을 쓸 수 있는 아버지가 대단해 보입니다. 이런 선물을 받은 아들이, 할아버지의 망향가를 대신 불러 줄 아버지만 못하지는 않겠지요?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조용한 자부심이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피어나는 위대한 선물 앞에 나도 모르게 벙긋 미소가 지어집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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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식, 욕망해도 괜찮아, 창비, 2012


나도 분명 영화 ‘색.계’를 보았건만 탕 웨이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라면, ‘색.계’라는 키워드 하나로 책 한 권을 쓴 저자와의 차이는 얼마나 큰 것일까? 저자는 이 영화를 전체로 다섯번, 부분으로는 스무번쯤 보았다고 한다. 안그래도 모범생 기질에 법학자라는 직업까지 겹쳐 철저하게 규범-계戒-의 세계에서 살아 온 저자가 사십대 중반을 넘어가며 문득 삶이 무료하다 느꼈고, 새로운 글쓰기를 통해 반란을 일으키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꺼내든 테마는 욕망, 바로 색色의 세계인 것.


친일 정보기관장 량 차오웨이는 철저하게 자신만 지키고 살아온 고독한 戒의 남자였다. 이를 유혹하는 탕 웨이는 낭만적인 色의 여자, 하지만 량 차오웨이가 탕 웨이를 만나 일탈에 빠져드는 色의 남자가 되었다면, 탕 웨이는 반역자를 처단하기 위해 나선 戒의 여자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탕 웨이가 자신이 맡은 정부 역할에 빠져들게 되면서 색과 계의 경계는 온통 엉망이 되어 버린다.


이 정도만 읽어도 규범과 욕망이 얼마나 가깝게 섞여 있으며 칼같이 구분하기가 어려운지를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이 두 가지 사이에 엄격한 철조망을 쳐 놓고, 어쩌다 욕망에 빠져든 사람에게 돌팔매를 던진다. 여기에 등장한 사례는 신정아 사건의 변양균씨. 권력, 학벌, 스캔들...대중이 혹할 만한 요소를 다 갖춘 만큼 이 사건은 세간을 뒤흔들었지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았을 때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중년 남성이 얼마나 되는가고 저자는 묻는다. 적어도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한다. 이 책에서 보여준 성장환경이나 기질, 고백의 수준으로 보아 그가 변양균씨에게 동조할만한 일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겨우 사진에 빠져 카메라를 사 들이는 수준의 욕망이지만, 그 두 가지의 욕망이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오히려 저자는 변씨 같은 사람을 용기있다고 평한다. 그 정도로 중년 남성이라면 누구나 제 때 분출하지 못한 욕망을 찍어 누르고 있다는 얘기이다.

중년 남성의 내면에 남아 있는 소년은 ‘지랄총량의 법칙’으로 알려진 ‘지랄’이기도 하고, ‘에너지’이기도 하며, ‘청춘’이기도 하고, 프로이트가 말하는 ‘id'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색色, 즉 욕망의 영역에 속한 힘이죠.... 심지어 상대방을 고르는 기준도 색보다는 계에 속한 것들입니다. ...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하고 누린 다음에야 어른이 되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지랄이라는 실탄을 거의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는 것... 일탈하는 아저씨와 사냥꾼이 된 아저씨는 정반대에 선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쌍둥이, 욕망을 배출하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 계의 사람들이지만 숨겨진 색의 농도만큼 더 맹렬하게 돌을 던진다는 점에서 사실은 색의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4001”이 나오기 전부터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이론을 설명할 때마다 신정아씨 사건을 예로 들어 왔다고 한다.  ‘형사정책 강의’와 희생양 이론, 그리고 신정아 사건의 연결이 신기하기만 하다.  소설을 제외하고 이렇게 솔직하게 혼외 사랑을(결코 정사가 아니다) 묘사한 글은 흔치 않다며 “4001”을 사랑에 빠진 중년 남성의 심리를 정교하게 묘사한 논픽션이라 칭할 땐, 저자의 인문학적 감수성과 솔직함이 고마울 정도였다.  똑같이 억눌린 욕망에서 나온 행태라면 치정의 불구덩이에 빠져 본 사람과 옆에서 구경만 하며 비난하는 사람 중에 누가 더 진짜 삶을 살았다고 할 것인가. 한 법학자의 글을 통한 色이 우리 사회의 이중성과 위선을 한 꺼풀 벗겨 내기를 바란다.


 ‘색.계’를 설명하기 편해서 신정아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투명할 정도로 냉정한 분석력이다. 한번은 학생들 사이에 김두식교수가 엘리뜨주의자라는 소문이 번졌다고 한다. 명문대 출신의 학생만을 편애한다는 것, 여기에 대한 저자의 반격은?


저는요, 여러분을 사랑하지 않거든요, 그렇게까지는, 결코!


고3때 갑자기 성적이 떨어져  교사들의 숱한 질책을 들었을 때부터 이 분석능력은 발휘되어 왔다. 무릎이 꺾일만한 좌절을 느끼기도 했지만 순간 그의 머리에 “이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고 대답은 “아니오!”였다.  잠시 교사의 역할에 충실하여 한마디씩 거들고 있을 뿐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세상에서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꼽아봐야 열 손가락을 채우기도 어렵다, 그 차가운 진실을 받아 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해 진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 배우는 방법이고 혼자 서는 길의 출발점이며 심리적인 어른이 되는 지표이다. 이성교제로 혼란스러운 학생들에게도 이렇게 냉철한 잣대를 들이대니 그에게 가면 커플이 깨진다는 말까지 나왔단다.


결혼 전에 천번쯤은 자위행위를 하면서 오르가즘을 느껴본 남성이 단지 여성과의 성기결합 경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동정’을 자랑하며 파트너 여성의 성경험을 단죄하는 게 말이 되는가?


이 단락을 옮길까 말까  망설여지는 것을 보니 교수요 변호사요 기독교도이며, 그 이전에 철저한 戒의 남자인 그가 이 책을 쓴 것이 얼마나 용기있는 일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우선 블로그에 연재한 후에 책으로 펴내자고 출판사와 얘기된 것을 번복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이 책은 지극히 모범적인 법학자가 가만히 경계를 넘어 간 시도이다. 가장 안전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위험할 수도 있는 글쓰기의 위력을 그를 통해 다시 확인한다.


글을 쓰면서 매일 조금씩 더 자유로워졌고, 매주 조금씩 더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글쓰기가 주는 치유의 효과를 경험한 것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너는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이 책을 조용히 건네며 “이게 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책이 나온 후 그는 달라졌다. 6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막강한 쇄신능력인가. 글 참 맛깔나게 잘 쓴다. 은근히 신경쓰이는 가족의 경험까지 들춰가며, 써머싯 몸의 장편掌篇소설 ‘사자 가죽’에 빗대어 쓴, 상류층과 중산층의 묘한 심리적 역학관계는 꼼꼼하게 해부해 가며 연구해 보고 싶을 정도이다. 나는 아무래도 그를 무조건 지지하는 5프로 안에 들어선 것 같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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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문학동네, 2001 

열 살을 갓 넘긴 어느 날  방학이라 외가에 가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모두 어디에 갔는지 집에는 나뿐이었다. 심심해서 마루에 누워 뒹굴다가 문득 안마당을 바라보았다. 둥근 초가지붕에서 빗방울이 떨어져 톡톡 튕겨나가며 작은 홈을 파고 있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아주 적막한 기분이 들었다. 문득 사방이 고요해지며 차원이 다른 시간으로 들어선 것 같은 한없는 쓸쓸함, 그것은 내가 처음으로 느낀 절대고독의 순간이었다.

어릴 때 방학이면 늘 외가에 가서 놀았다. 그 때의 풍경들이 내 안에 많이 저장되어 있다. 공동우물에서 주전자로 먹을 물을 길어오는 것은 내 몫이었다.  언제나 아지매들이 모여 푸성귀를 씻거나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우물에 다녀오는 일을 나는 즐겼다. 외숙모가 오일장에 내다 팔기 위해 깻잎을 정리하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우리들이 죽 둘러 앉아 깻잎을 열 장씩 모아 놓으면, 외숙모가 깻잎 끄트머리에 실을 서너 바퀴 감아 마루 틈에 거꾸로 꽂아놓은 면도칼에 슬쩍 갖다 대던 날렵한 손길. 이때의 경험들이 나를 이루는 초석이 되었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다. 분꽃이나 과꽃처럼 오래 된 꽃들을 보면 마냥 좋은데 그것들이 외가 장독대 앞에 피어 있었던 것을 떠올리는 순간이다.

살아온 것을 가만히 돌아보면, 우연이라고 여겼던 선택과 경로 사이에 가느다란 금이 보인다. 어려서 외가에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는 대학에 들어가 농촌활동에 매료되었다. 서민가정에서 자랐는데도 농촌의 과도한 노동과 문화적으로 소외된 환경은 경악이었다. 나는 농민과 깊이 연결된 것을 느끼고 오랜 세월 농촌에 머물러 살았다. 초등학교 시절 깊이 빠져 읽었던 동화책은 또 어떤가. 누구나 읽었을 동화책들에 나는 완전히 동화되었던 것 같다. ‘소공녀’를 읽으며 자존심을 배우고, ‘알프스의 소녀’를 읽으며 자연과의 친화를 부러워하고, ‘빨간머리 앤’에서 풋사랑을 알았다. 주인공이 조심스럽게 ‘비밀의 화원’에 숨어 들어갈 때 내 가슴도 덩달아 쫄밋거렸다. 나는 동화책에서 자유롭고 독특한 삶에 대한 동경을 배웠고, 이것은 내 기질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때의 경험은 결국 몇 십 년을 뛰어 넘어 작가에 도전하게 만든다. 어느 책에선가, 돈의 중요성을 알게 하기 위해 신은 돈이 아주 많게 하거나 아주 적게 하신다는 얘기를 읽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정치산자에 가까운 내 경제관념이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조금씩 단련되고 있었던 것이다. 신이시여! 제 버릇 하나를 고치시기 위해 그토록 많은 장치와 곡절이 필요했나이까?

내가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만 간 것은 동화책에서 얻은 모험과 성장에 대한 지향 때문이다. 실로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아직도 지치지 않고 새로운 장을 열어젖힐 수 있는 것도 그 기질 덕분이다. 그 많은 우여곡절을 통해 단련되어 조금은 지혜로워졌으니, 내 인생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나 하나를 사람 만들기 위해 등장해 준 것이 아닌가? 삶의 변화를 간절히 바랄 때마다 나타나 준 계기는 또 어떤가?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행운의 모습을 하고 있든, 금방이라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 같은 총체적인 위기이든 그것들은 모두 나를 나답게 하는 누군가의 시나리오였다. 마치 누가 써 준 것 같은 대본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이 번 생에 타고난 ‘나’라는 신화를 완성하기 위해 고용된 용병일 뿐이다. 기꺼이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길은 열리게 되어 있다! 이것을 깨닫고 나니 한없이 마음이 편안해 진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지만 나는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었다. 워낙 유명하니까 서 너 번을 읽으려고 뒤척이다 말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비로소 이 책과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한 양치기의 이야기이다. 갖은 우연과 모험을 겪지만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마크툽! 아랍어로 ‘그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미 씌어 있는 말’ 이라는 의미란다. 신은 우리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살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우리가 온 마음을 다해 무언가를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워낙 단순하고 상징적이기 때문에 황당하기도 하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모험에의 험난한 길로 이끌기 위해 ‘초심자의 행운’을 주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용기와 끈기를 가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가혹한 시련이 내려진다는 부분, 연금술이란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그것을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간다는 것, 그러니 우리 삶과 역사가 다 같이 신의 커다란 손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믿고, 신이 준비해놓은 표지를 따라갈 것!


여기에서 말하는 ‘신’은 어느 종교에 국한된 신은 아닐 것이다. 힘써 구하는 손길에 대답하는 만유의 손길 같은 것, 우주라고 해도 좋겠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생명이라는 크나큰 잔치에 애써 참여한다면 그 갈구가 외면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마크툽!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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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과상상

    외가에서의 경험이 아주 좋은 토대가 되셨군요.
    저는 시골 경험이 없지만 너른 평상이나 마루, 장독대 같은 것만 보면 제게 저런 추억이 있다고 상상하곤 합니다. 엄마 아버지의 추억이나 친구의 추억, 소설이나 사진을 바탕으로 상상하다가 저에게 정말로 저런 순간이 있었다고 믿을 정도로 저런 느낌을 좋아합니다.
    미탄님이 부럽습니다 ^^
    연금술사에 대한 첫인상도 비슷합니다. 베스트셀러를 경계(?)하는 성격 때문에 비판적인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지만, 읽을 수록 느끼는 것은 '상징이 많긴 하지만 실제로 이건 우리들의 이야기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미탄님이 말하는 '절대고독' 속에서 함께 사막을 헤매는 느낌도 받았구요. 연금술사 발간 이후 시크릿, 꿈꾸는 다락방 같은 피그말리온 효과를 이야기하는 책들도 많이 나오고 김연아, 박지성 같은 자신의 신화를 이룬 사람들도 많이 나온 것 같네요.
    덕분에 오랜 만에 동화들을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조셉캡벨의 신화의 힘도 읽어야겠네요!
    비가 많이 오는데 여름 건강히 잘 보내십시요. ^^

    2010.07.28 11:2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시골에 대한 주위의 경험을 정말 겪은 것처럼 생각하신다니 자연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십니다.^^

      고즈윈에서 나온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이라는 책은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480가지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 중에 어린 시절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 그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 주고 싶은가? 하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저는 저 장면을 떠올리고
      "내가 너무 에돌아 왔구나. 내가 원하는 것은 너처럼 자연 속에서 고독과 영적 탐구를 벗하여 사는 것임을" 하고 확인할 수 있었지요.

      동화를 읽고 싶다는 말씀이 참 순수하게 들립니다.
      신화의 힘 강추함다!^^

      2010.07.28 23:56 [ ADDR : EDIT/ DEL ]
    • 전구

      사과상상님의 댓글에서는 상상이 가능하게 하는 소재들을 찾는 법을 배우고 미탄님의 글에서는 제 어린 시절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보는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두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2010.07.30 11:08 [ ADDR : EDIT/ DEL ]
    • 미탄

      보는 대로 흡수하는, 학습의욕이 강한 분 같으세요.
      도움이 되었다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2010.08.02 14:56 [ ADDR : EDIT/ DEL ]

조셉 캠벨, 빌 모이어스 대담, 신화의 힘, 이끌리오, 2002

 

좋은 경기를 보면 감격에 겨워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난다. 그리스전에서 박지성이 공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병아리를 나꿔채는 솔개의 형상이었다. 무언가 될 것 같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 누구의 추격도 허용하지 않으며 자로 잰 듯 직선으로 공을 몰아넣을 때 나는 전율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박주영의 프리킥도 감동적이었다. 부드럽게 휘어지며 골키퍼의 면전에서 튀어오르는 공의 궤적은 도화지에 그린 선처럼 우아했다. 자신의 두 손을 맞잡고 흔드는 박주영의 감격은 순식간에 보는 이들에게 전염된다. 종전의 자책골로 해서 심적 부담이 컸을 그의 만회가 고마워 우리도 덩달아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치게 된다.

전쟁이 사라진 현대의 영웅은 단연코 스포츠 스타이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는 게임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용호상박, 실력이 비등한 맞수끼리 팽팽한 접전을 보여줄 때, 출중한 기량을 가진 선수가 멋진 플레이를 보여줄 때 우리가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욕구를 그들이 대리만족시켜 주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감히 그 열쇠를 ‘신화’에서 본다.

한 생명이 태어날 때, 아기는 이미 인간이라는 종에 내재된 속성을 갖고 태어난다. 같은 기관, 같은 본능, 같은 충동, 같은 갈등, 같은 공포를 가졌기에 언제 어디에 살든 기본적으로 같은 인간의 마음! 이것이 우리의 표면적인 삶을 지탱해주는 무의식이며, ‘은유’라는 가면을 쓰고 ‘이야기’로 구전되어 신화가 되었다. 그래서 전 세계의 민담과 설화는 모두 똑같다. 하나의 대본을 가지고 지역상황에 맞춰 각색한 것처럼 표현만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신화는 누구를 위한 것이겠는가?  인간이 삶에 대해 갖는 모든 기대와 의미, 의문과 경험이 모두 그 안에 농축되어 있지 않겠는가?

조셉 캠벨은 열 살 무렵 지리적으로 뚝 떨어진 지역의 민담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이후 84세로 영면할 때까지 철학, 역사, 예술, 종교, 문화인류학 같은 주변학문을 망라하여 신화를 연구한 그의 생애 자체가 신화가 되었거니와, 그의 이야기를 간추려보면 이렇다. 우선 ‘금기’가 있다. “사과를 따 먹지 마라”거나, “주변에서 놀되 북쪽으로는 가지 마라”는 것들. 물론 이 금기는 지켜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자기 삶에 입문하게 된다.  ‘삶이라고 하는 것은 금제에 불복하는 순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길을 떠난 주인공은 갖은 역경에 시달린다. 이 어려움은 이 사람이 정말 영웅인지 아닌지, 이 사람이 과연 이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누군가 예비해놓은 관문이다. 드디어 난관과 시험을 통과하여 살아 돌아오는 사람은 영웅이 되어 귀향한다.

캠벨은 모든 신화는 메타포-은유라고 한다. 모험 중에 만나는 용은 ‘자아에 속박된 자기’이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의구심과 두려움, 불안과 게으름이 가장 큰 적이라는 것. 그러니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인 셈이다. 나의 한계를 무릅쓰고 자기다운 삶을 쟁취할 때 우리 모두 영웅이 되는 것이다. 프로메테우스나 예수처럼 세상을 구하는 이들만이 영웅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구하는 자도 영웅이다. 우리 자신을 구하면 세상도 구원되기 때문이다. 생명력이 있는 인간의 영향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세계를 구원한다.

영웅이 찾아 헤매는 것은 ‘살아있음의 경험’이다. 그는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낯선 상황에 자신을 던져 넣은 것이다. 삶의 미궁을 거치며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천복’안에서 머무는 삶이다. 물론 어떤 것이 천복이라고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천상의 춤을 추는 듯한 지복을 누리는 사람에게서 뻗쳐 나오는 아름다움이 있을 뿐이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그들이 도달한 어떤 경지 앞에 우리는 열광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 자신의 잠재력을 구현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지금 이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존재이다. 우리의 삶은 지금 우리가 여기에 살고 있으면서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깊고 넓다.’ 신화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삶은 대부분 규격화되어 있다. 사람들은 모험보다는 안전을, 천복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택하여 살아간다. 의외의 상황에 자신을 던져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잠재력에 대해 끝내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이제 모험과 의외성이 남아 있는 영역은 스포츠로 대폭 축소되었다. 우리는 스포츠스타에게서 모험에의 충동을 대리만족하는 것은 아닐까. 그저 영웅을 보는 것만으로 신화적 DNA를 달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아직 '나의 신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고 나도  내 그라운드에서 박지성, 박주영이 되기를 갈망한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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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생명력이 있는 인간의 영향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세계를 구원한다.' 너무 와닿네요.. 한 명 한 명이 생명력을 되찾을 때, 우린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삶을 살고 있구나.. 라고 느끼게 될까요?

    2010.07.12 13:18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그럼요, 박지성 박주영처럼 순한 독종들이 온 국민을 살 맛나게 해 주고, 그들처럼 열심히 살고 싶게 하고, 각자 자기 그라운드의 주인공이 되고 싶게 하는 것처럼요.
      최근에 돌아가신 법정스님, 장영희교수님을 봐도 그렇구요.
      조셉 캠벨이나 릴케처럼 좋은 책을 남겨서 두고두고 후학들에게 상상력을 주는 것을 보세요!
      그러니 우리도 있는 힘을 다 해 생명을 불사르자구요.^^

      2010.07.12 20:22 [ ADDR : EDIT/ DEL ]

 

캐롤 피어슨, 내 안엔 6개의 얼굴이 숨어 있다, 사이 2007


마음이라는 단어가 있다. 내 안에 있되 나를 넘어서며, 나를 주도하고 흔들며, 때로 변덕맞기도 해서 종잡을 수가 없는 것. 하지만 마음이란 것을 그처럼 난해하고 추상적인 것으로 치부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마음의 유형과 구조를 알 수 있다면 진정한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사랑이라는 단어가 그런 것처럼.


이 책은 바로 그 ‘마음’의 근본 구조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융의 원형 이론을 차용해 고아, 방랑자, 전사, 이타주의자, 순수주의자, 마법사의 원형을 살펴보고 있다.  융에 의하면 원형이란 ‘인간의 정신에 깊이 뿌리 박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강력하게 남아 있는 일정한 양식’을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원형의 이야기는 많지만 이 여섯 가지 만큼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다고 한다.


여섯 가지 원형 중에서 ‘고아’에 접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고아 원형은 마치 엄마 없는 아이처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배신당하고 짓밟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온 몸으로 고통을 받아들이며, 삶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에 때로 자신에게 행해지는 학대까지 감수한다. 대학동창 중에 고아 원형을 강하게 표출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성장했으면서도 늘 외로워하고 불안해했다. 굴욕적일 정도로  다른 사람의 관심에 매달리는 그녀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가 없으니 자연히 마음을 열 수도 없었고 한번은 내가 실수를 한 적도 있다. 내 느낌을 직설적으로 말해 버린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한 짓이 부끄러워 가슴이 내려앉았다. 고아원형은 내가 가장 적게 가진 성향이지만, 앞날은 모르는 것이다. 좀 더 나이가 들고도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내가 고아원형에 점령당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요즘도 가끔 심리적인 불안에 빠질 때면 그런 태도를 갖곤 하지 않는가. 내 안에도 있는 요소를 누군가 더 많이 지녔다고 해서 경시하는 것은 도저히 어른스럽지 못한 짓이었다.


20대의 나는 완연한 방랑자 유형이었다. 방랑자 유형은 자신을 탑이나 동굴에 갇힌 포로라고 느낀다. 사회적 역할과 제도, 가족, 기존의 관습 및 조직 체계가 자신을 가두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다. 또 타인과의 너무 큰 친밀감은 오히려 위협으로 느낀다. 지금의 나는 순수주의자적인 원형과 이타주의자적인 원형을 기본으로 하고 전사원형도 가지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을 아울러 마법사 원형을 지향한다.  참고로 전사유형은 옳고 그른 것이 분명하며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을 무엇보다 수치스러운 일로 여긴다.  다른 이들에 비해 더 경쟁적으로 자신이 ‘최고’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는 강박관념에 싸여 있다.


마법사 원형은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앉아 다른 사람들만 탓하지 않는다. 마법사 원형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능하다. 감상이나 낭만에 빠지지 않고 주위 환경을 변화시키려면 언제고 자기 자신부터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기본적인 세계관은 순수주의자와 같지만, 더 많은 힘을 갖고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타인들도 변화를 일으키도록 촉구하며 자극한다.


그런데 마법사 원형은 중년이 되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평소의 내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또 하나의 이론적 근거에 접하니 기분이 좋았다. 중년은 완전히 새로운 인생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크나큰 전환기이다. 이 시기에는 체험과 자기성찰이 맞물려 전격적인 변화와 성장이 일어난다. 마법사 원형이 자아의 연금술- 먼저 자신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행하니 어지 그렇지 않으랴.


원형이론은 우리 모두가 근본적으로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앞서 얘기한 동창처럼 우리 주위에서 어떤 원형이 활동하게 되면 우리는 그 원형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라는 초대장을 받는 셈이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억압을 받는다면 우리는 고아의 원형을 상대해야 한다. 삶이란 결국 사람들과 함께 경험을 나누는 것이 아니던가.


거만함을 떨쳐버리고 우리 모두가 공동체를 이루는 일부이며, 따라서 다른 사람들과 서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가 가진 다양한 재능과 목소리를 공유할 수 있다. 당신은 나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나는 당신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성장해 나가는 방식이자, 우리 시대에 주어진 거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태도가 거만함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좋고 싫은 사람이 너무 분명하여 좋은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쏟아 붓고, 싫은 사람과는 상종조차 하지 않는 내 습관이 그저 취향의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좋은 것이 지나치게 분명하다는 것은 싫은 것에 대한 경멸이 숨어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껏 내 눈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눈 아래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무런 근거없이, 나보다 훨씬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말이다. 내가 적절하게 도움받았듯이, 원형이론의 메시지는 “모든 사람의 내면 여행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중에서 가장 훌륭한 원형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원형 모두를 조화시키고 균형을 잡는 일이 더 중요하다. 원형들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한 원형 속에서 심리적 딜레마가 발생했을 때 다른 원형의 도움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 성취하는 데만 몰두하느라 다른 사람을 도울 마음이 없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당신은 능력 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도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한다 해도 정서적인 친밀감이 없이는 사람들이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데면데면하게 대하는 습관,  좋고 싫은 것을 너무 가리는 경향, 관계증진을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 전무하다는 것...  관계에 있어서는 고아라도 된 듯 한심하게 느껴지는 나를 저자는 계속해서 쪼아댄다.


우리는 개인으로서도 약속의 땅에 들어설 수는 있지만 혼자서 이런 의식 상태를 유지하기는 힘들다. 그 경험을 오랜 시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행은 나 개인의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고아원형에서 제일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고, 더욱 자신감있게 마법사 원형을 키워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런 원형들이 있다는 개념만 알고 있어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모든 생각의 근저에 여러 원형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그 속에 내재한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즉 더 이상 한 가지 관점에 빠지지 않게 되면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방식이 효과가 없을 때 사고 모형을 바꾸어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 한 가지 원형의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으면 오늘날  이 거대한 세상의 문제를 도저히 풀 수가 없다.


모처럼 좋은 책을 발견했다. 이론은 물론이요 관점이나 문체가 어찌나 합리적이고 매력적인지 모른다. 도처에 외워두고 싶은 아포리즘이 즐비하다. 그 중 가장 멋진 아포리즘 하나를 그대에게 선물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둥글다.
모서리가 없는 만큼 발을 헛디뎌 떨어질 일도 없다.
용기를 내라.



* 빨간 글씨는 본문에서 인용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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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지막 문구가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오랜만에 댓글로 인사를 다네요. 잘지내시죠? ^^

    2009.08.31 13: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정말 그렇지요?
      어떻게든 용기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사람에게는
      그런 증거만 보이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잖아요.
      이렇게 잊지않고 간간히 찾아주어 고마워요.^^

      2009.08.31 22:20 [ ADDR : EDIT/ DEL ]
  2. 뷰티오키드

    미탄님
    윗글은 자꾸 반복해서 읽게 되네요.
    아직 미탄님을 직접 뵌적이 없어서 글들로만 느껴지는 제겐
    미탄님이 압도적 카리스마를 지닌 거인같은 선동가(^^)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확신에 차있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용감한
    여전사~ 그래서 미탄님이 평소에 가슴 철렁해 하시는 반성부분에서조차
    저는 긴장과 흥분을 풀지 못할 때가 있답니다.
    저 우습죠?^^
    압도적 매혹과 더불어 오는 저 자신의 작아짐을 경험한다고나 할까요.
    그냥 저의 넋두리 였어요~

    2009.09.01 16:39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단순하고 열정적인 편이라,
      내가 믿는 것에 대해서는 자기확신이 강해서
      강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관계에 있어서는 거의 정글에서 자란
      모글리 수준이랍니다.^^
      앞으로 조금씩 훈련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뷰오님도 도와주시기 바라구요.

      막, 정모에 나오시라는 댓글을 쓰고 오는 길인데 반가워요.
      훈련도 거의 끝나가고 하니 한 발 앞세워 참석하셔도 좋을듯 싶어요.
      시간되는 분들과 함께 편하게 오시기를!

      2009.09.01 21:33 [ ADDR : EDIT/ DEL ]
  3. 전 무슨 원형에 속할까 생각하며 읽어보니, 각 나이때마다 다른 원형을 가지고 살았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리고 최근 보육원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데, '고아원형'을 읽다보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원형과 실체가 일치하는 말을 하는 건 아닐테지만 말입니다.
    손 잘 씻고 다니시죠? ^^(요즘 하도 많이 듣는 말이라..=0)

    2009.09.03 13:3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신종플루에 어울리는 신종 인삿말이로군요.^^
      잘 지내지요?
      위 책이 다 좋은데, 주변 인물들의 원형을 생각하다보니
      6개 갖고는 택도 없더라구요.
      무언가 대폭 빠진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거의 도인에 가까운 삶의 방식을 보여 주어서
      인상적이었어요.

      보육원에 봉사하러 가시는군요?

      2009.09.03 15:12 [ ADDR : EDIT/ DEL ]
  4. 둥근 세상.. 앞으로 힘차게 한 발씩 내딛어야 하는데,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오늘도 열심히 걷기는 했습니다.
    느리지만 천천히.. 함께 앞으로 나가자고 마음다잡아 봅니다.
    너무 오랫만에 들렸어요.
    가을 초입인데, 뜨거웠던 지난 여름 어떻게 보내셨나.. 궁금했습니다.
    가을에도.. 건승하세요!^^

    2009.09.04 22: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똑순이와 산책을 자주 하는군요!
      똑순네 자주 들리지는 않지만, 가끔 생각하면 믿음직스러워요.^^

      구본형선생님의 공지글 한 개를 소개할게요.
      http://www.bhgoo.com/zbxe/r_community/202499

      공저에 대한 아이템이 떠오르면
      00하고 놀 사람 여기 붙어라~~
      하는 식으로 공지를 하세요.

      그렇게 스스로 즐기고 후학들에게 기회를 주고,
      지적 생산물을 창조해 내고,
      그럼으로써 세상에 내 존재를 알리고,
      독자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돈도 벌고! ^^

      나도 이렇게 살고 싶어요.
      역할모델이 있으니, 좀처럼 좌절하지 않게 되고
      꾸준히 걸어가게 돼요.

      어쩐지 똑순맘도 관심있어할 라이프스타일 같아서
      소개해 보았어요.

      아이와 함께 맘껏 행복한 가을되기를!

      2009.09.05 12:03 [ ADDR : EDIT/ DEL ]

 

샥티 거웨인, 나는 날마다 좋아지고 있다. 나무심는 사람 2004


샥티 거웨인을 만나다!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 혹은 마냥 따라가고 싶은 정신적 지주를 한 사람 더 만난 기분입니다. 그러고보니 제 친구는 전부 책 속에 있군요.^^  오래 전에 “그렇다고 생각하면 진짜 그렇게 된다”를 읽었지요. 시각화, 이미지트레이닝에 대한 그 책도 나쁘지 않았는데, 오늘 읽은 “나는 날마다 좋아지고 있다”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하고, 기분이 좋고 제 소신도 좀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우주의 채널이며, 우리는 각자 자신의 직관을 따라감으로써 우주와 연결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안에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좋았습니다. 여성은 남성에게 기대하는 남성성을 자신의 안에서 찾아야 하며, 남성은 자기 안의 여성성을 인정함으로써 자유로워지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될 때 이성애니 동성애니 하는 인위적인 카테고리도 사라지고 옹근 전인으로서의 만남도 가능하리라는 거지요.


북리뷰는 못썼구요, 마음에 와 닿은 구절 약간 옮겨 봅니다. 얼굴없는 미인<?> 사진이 버티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서요. ^^


우리의 물질세계가 궁극의 실재가 아님을 철저히 깨닫고 실존의 참 본질을 발견하고자 눈을 내면으로 돌리기 시작하는 시점, 이 때 우리는 정서적으로는 밑바닥에 굴러 떨어졌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뚜껑문을 통과한 것이다. 짙은 어둠을 통과해야만 밝은 빛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내 생애에 발생하는 모든 것이 나의 반영이요 나의 창조물임을 인정한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내 안에 있는 온갖 성격과 느낌을 되비춰 보여준다.


내 눈에 들어온 반영들 때문에 결코 나를 탓하거나 주눅 들게 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것이란 없음을 나는 안다. 모든 것이 나를 깨달음으로 이끌어가는 선물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배우기 위해 여기 있다.


나는 내 인생을 매력이 넘치고 모험으로 가득 찬 한 편의 영화로 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만일 영화가 문제를 드러내고 혼란에 빠지거나 시련에 부닥치면 내면으로 들어가 어디에서 내가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했는지를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문제는 곧 메시지이다.


당신이 당신을 판단하고 심판하면 남들이 당신을 판단하고 심판할 것이다.

당신이 당신에게 상처를 입히면 남들이 당신에게 상처를 입힐 것이다.

당신이 당신에게 거짓을 말하면 남들이 당신에게 거짓을 망할 것이다.

당신이 당신에게 무책임하면 남들이 당신에게 무책임할 것이다.

당신이 당신의 느낌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 느낌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면 남들이 당신을 사랑할 것이다.

당신이 당신을 신뢰하면 남들이 당신을 신뢰할 것이다.

당신이 당신에게 정직하면 남들이 당신에게 정직할 것이다.

당신이 당신에게 부드럽고 자비롭게 대하면 남들이 당신을 자비롭게 대할 것이다.

당신이 당신과 즐겁게 지내면 남들이 당신을 즐겁게 할 것이다.

당신이 당신을 인정하면 남들이 당신을 인정할 것이다.


직관을 따르고 있다는 증거는 삶의 생동성이다.


참으로 남을 돕는 유일한 길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다. 참된 인간관계는 나 자신과 맺는 관계이다. 다른 관계들은 모두가 이 관계를 비추는 거울에 지나지 않는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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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인과의 관계가 불편하거나 짜증이 날 때 자기 자신과 삐그덕 거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마지막 구절을 읽으면서 해봅니다. 자신과 친해지기! 저의 근심과 초조함의 근본은 그 관계맺기에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2009.02.19 10: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예, 정말로 끝 구절에 공감 지대로입니다.^^ 근데 자기 자신과의 관계맺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비단 수진님에 국한되지는 않으리라 봐요. 우선 나도 그렇고 내 아이들도 그런 것으로 보아서 남녀노소를 불문한다고 보여요.
      내 문제가 인간공통의 문제라고 인식되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일~게 보고 껴안게 되던데요, 저는.^^

      2009.02.20 10:35 [ ADDR : EDIT/ DEL ]
  2. 저도 날마다 좋아지고 싶습니다.
    항상 문제는 저한테 있는거겠죠. 아직은 부족하고 갈길이 먼 중생입니다. 헤헤~

    미탄님, 오랜만에 글 반가워요~ 후훗~^*^

    2009.02.19 18: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요즘은 온통 관심이 '나'로 집중되네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처럼 이 세상에 모든 관계와 삶과 생각을 이끌고 구성하는 것이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생각에서요.
      '중년예찬'에 이어 나의 다음 주제가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이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자기답게 사는 길 뿐이다, 거기에서 에너지가 나오는 거구요. 명이님이 하나의 사례로 보여주는 것처럼요.^^

      2009.02.20 10:40 [ ADDR : EDIT/ DEL ]
  3. 가끔은 그 거울을 깨버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직관을 따라 행동하는 것이 무서울 때도 있구요.^^
    무언가 따라갈 롤모델이 있으면, 큰 형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하지요.
    나 다움을 타인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기도 합니다.
    결국은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바둥거린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담...이었습니다. =ㅅ=

    맛깔스런 일상을 즐기시는 미탄님이 부러운 1인이~~~~^^

    2009.02.20 20:49 [ ADDR : EDIT/ DEL : REPLY ]
    • 왜 나다움을 남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데요? ^^
      이 나이가 되어서도 난 아직도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긴 다르구나... 생각하지요. 그럴 때 내 서툼과 다름을 완화해서 그들에게 다가갈 생각이 안 들어요. 정말 가는 데까지 가 보자,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가끔 외로울 때 이런 책을 만나면 한결 위안이 되지요. 그래, 내가 아주 이상한 사람은 아닐 거야. 좀 더 투철하게 나답지 못했을 뿐. 햅메이커님에게도 이 책이 잘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직관'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소개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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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합리적인 마음은 컴퓨터와 같아서 내장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논리적 결론을 빈틈없이 계산해낸다. 그러나 그것은 입력된 정보만으로 계산을 한다는 제한이 있다.
      반면에 직관적인 마음은 무한한 정보에 닿아있는 것 같다. 그것은 우주의 마음, 곧 지식과 지혜의 깊은 저장고에 들어갈 수 있는 듯이 보인다. 비록 그 메시지들이 한 번에 아주 조금씩 전달되기는 해도 차례로 따르는 방법을 배우기만 한다면 우리는 필요한 행동을 제때에 하게 될 것이다.

      느껴지는 느낌을 신뢰하고 그대로 움직이라 만일 그것이 진짜 당신의 직관이라면 당신은 더욱 큰 힘과 활력을 느끼게 되고 더 많은 기회가 당신 앞에 열릴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당신 안에 있는 에고의 소리를 따른 것이다. 돌아가서 다시 직관에게 물으라.

      직관을 따르고 있다는 증거는 삶의 생동성이다.

      처음에는 직관을 따르면 따를수록 더 많은 것이 당신한테서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직장 친구들 자동차가 갑자기 서버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이상 당신한테 맞지 않는 낡은 것들을 벗어던지고 빠르게 바뀌고 있는 중이다. 떠나보내지 않으면 당신이 그 안에 갇힐 것이다.

      순간순간 직관에 따르면 새로운 틀들이 자리 잡는 것을 보게 되리라. 일이 쉽게 힘들지 않게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사물들이 제자리를 잡고 문들이 기적처럼 활짝 열릴 것이다. 당신은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언제나 놀라운 시간을 경험하고 말 그대로 우주가 당신을 통해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마침내 당신은 창조적인 채널로 존재하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삶이란 우리 속에서 흐르는 에너지를 따라 흐르는 것이다. 죽음이란 이 생명에너지를 거역하거나 틀어막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모든 순간마다 삶이냐 죽음이냐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나는 순간순간 삶을 선택하고 있다.

      2009.02.21 10:26 신고 [ ADDR : EDIT/ DEL ]
    • 아직은 저에게 직관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경험에 의거한 개인의 직관이 온전히 제 것이냐라는 의심도 합니다. 순간의 선택을 함은 온전히 저의 몫이 겠지만 그 기준이 되는 직관이 온전히 저의 것이냐라는 의구심을 갖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얽혀 사는 사회에서 단독자의 단위를 개인으로 한정한다는 것이 가끔은 버겹기도 합니다. 나의 직관이 누군가에게 어떤 상처를 줄지도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허락을 받고자 함이 아닌 인정을 받고자 함이 아닌 함께 하고자 함이라고 지금은 변명하겠습니다. ^^ 뭐, 내년은 또 다르고 5년, 10년 후에는 또 다른 변명을 준비해놓도록 하겠습니다. ^^
      맛깔스런 주말 즐기시길 바랍니다. ^&^

      2009.02.22 14:35 신고 [ ADDR : EDIT/ DEL ]
    • 미탄

      ㅎㅎ 어쩐지 햅메이커님이 편하게 느껴져서 장난스럽게 말한 거에요. 세대와 성별을 넘어 일단의 동질감을 느꼈다면 그역시 직관의 작용이었겠지요.^^

      우리의 기질은 유전자 안에 어느 정도 새겨져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하지 마라~~는 말이 옳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쇼핑이든 진로선택이든 사랑이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지지나 관심보다는 끝내 내 마음과 욕구, 자존심이 중요한 기질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조차 감수해야겠다는 결론이에요.

      그대신 더욱 직관을 따라감으로써 '이렇게 살아도 될뿐더러 아주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거지요.

      아이들이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가 아주 촘촘해서 좋아요. 먹는 것에 대해 집중이 이루어질까봐 좋으면서도 불안해요.^^

      2009.02.23 07:10 [ ADDR : EDIT/ DEL ]
    • 하하 저도 웬지 미탄님이 편해서 자꾸 길게 말하게 되는군요. ㅎㅎ 아마 미탄님에게 말하며 한편으로 제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구요. 아마 제 경우에도 불투명하고 미약한 직관이라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부모님과 늘 함께 식사를 했던 유년시절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비록 부모님이 원했던 길을 가게 되진 않았지만요..^^ ㅎㅎ

      2009.02.23 15:51 신고 [ ADDR : EDIT/ DEL ]
  4. 우리가 개별적인 라디오채널이라면 직관은 주파수 대역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직관을 우주공간에 쏘아올리는 그런.. '그렇다고 생각하면 진짜 그렇게 된다'를 오래전에 읽었는데, 최근 '시크릿'이나 '꿈의 시각화..'등의 책을 접하고, 이것이 비밀 아닌 비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 '시크릿'은 읽지 않았는데, DVD 영상물이 참 재미있더군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저자가 등장한 프로그램도 흥미롭습니다. 안보셨으면 추천드리고 싶네요. 네이버 동영상으로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2009.04.02 21: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왕멍, 나는 학생이다, 들녘 2004


이 책은 세상에 널린 가벼운 책이 아니다.  한 줄 한 줄 인생을 연소하여 짜낸 기름으로 써내려 간 것이다.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배운 것을 후대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사랑이다.


인생에 대한 것이라면 뭐든지, 울타리에 핀 백일홍부터 뒷동산의 구릉을 지나 광할한 벌판을 넘어 산맥까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것은 배움에서 나온 것이다. 어느 문제에 봉착하든지 그것을 또 하나의 배움의 계기로 삼으며, 모든 일에 자문하고 문제를 제기한 학습의 결과일 것이다.


배울 수 있는 사람은 공허하거나 퇴폐적이거나 무의미하지 않다. 오감을 열어 늘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발견하고 감성과 지혜를 존중하며 생활과 실천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문명을 아끼며 받들기 때문에 그의 삶은 계속해서 확장된다.


배우는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장악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친구가 배반하고 성과가 모독받고 확실한 실수를 저지른 역경에서도 천 길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더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바라봄으로써 전환의 계기를 파악해 희망을 키우고 기회를 잡아 실패를 성공으로 이끈다.


그래서 배움을 열망하는 학생은 피로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며 사람이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왕멍처럼 흥망성쇠를 다 겪은 칠십의 나이에도 새로운 목표를 가질 수 있다.


그러니 최고의 도락이며 도전인 이 좋은 것을 왜 하지 않으랴. 배움을 통해 환한 빛줄기가 당신의 주변을 밝혀주고 뚜렷한 길이 당신 앞에 열려 사방팔방에서 바람이 불어오며 봄비가 만물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열두 궁전이 환하게 열려 이제 그 어디로도 다 갈 수 있게 된다는데! 


나도 학생의 자질은 타고 났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부터 좀 더 본격적으로 배움을 계획하고 조직할 생각이 든다. 나는 학생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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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멍, 나는 학생이다, 들녘 2004

이 책은 왕멍의 인생론이다. 평생에 걸쳐 배운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을 망라해 놓았다.  ‘결과를 내놓는 것이 최선이다’ ‘당신의 세계를 많이 만들어라’ ‘유희는 인류의 천성’ ‘무상과 유상’ 그의 소주제와 문장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고리타분한 사문이나 고매한 관념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숨결이다. 덕분에 우리는 아주 시시콜콜하면서도 품격 있는 인생론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 왕멍은 생활에 발을 딛고 생활너머를 바라보게 해 주는 좋은 철학교사이다.


두려움에 대한 그의 풀이를 보라. 천방지축 과잉 낙관주의에 빠져 있다가 요즘 처음으로 두려움을 알게 된 내게 주는 맞춤강의이다. 그의 어조는 구구절절 옳으면서도 격조가 있어 정곡을 찌르면서도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러니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감탄하며 승복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 나의 행태를 이처럼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랍다.


두려움이란 바로 마음을 제약하는 것이다. 즉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 하고 또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또한 세상에는 자기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며 세상에는 자기의 욕망 말고도 다른 사람의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며 자기의 방향과는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즉 세상의 상황은 당신의 일방적인 생각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매사에 심사숙고하게 되고 여러 의견을 경청하게 되고 충분히 여유롭게 자신을 조절하게 된다. 두려움이란 인간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아주 미미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두려움은 또한 자기의 지식이 부족한 것을 아는 것이며 아직도 너무 많은 블랙박스가 자기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그러므로 당신은 언제 어느 때나 독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며 유아독존의 아집을 부리지 않으며 자기 무덤을 파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처지에 처하든 갖춰야 할 미덕으로 그가 소개하는 것들은 모조리 금과옥조이다. 머리맡에 붙여놓고 아침저녁으로 쳐다보며 내면화해야 할 인생수칙들이다. '달관 또는 대범함'에 해당되는 조항들을 인용해보자면 이런 것들이다. 


1. 불쾌한 것은 모조리 잊는다.

2. 자그마한 좌절은 괘념치 않는다.

3. 좌절을 통해 더 총명해진다.

4. 언제나 희망을 보고 가능성을 발견한다.

5. 자기에게는 많은 친구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오늘 없다면 내일은 있을 것이다.

6. 내게 반대했던 사람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오늘 당신을 못살게 군 사람도 내일은 반드시 변화가 있을 것임을 믿는다.

7. 시간을 믿는다. 시간은 선량함에 유리하다. 시간은 지혜와 광명에 유리한 것이며, 음모나 어두움에는 불리하다.

8. 아무리 큰 파도가 몰아쳐도 자기를 잘 조절하여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9. 어떤 어려움도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오늘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내일 반드시 해결한다. 시간은 하나의 방법이며 역사에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재난도 역사 앞에서는 깨알만큼 작은 것이다.

10. 언제나 한 가지 해결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믿는다. 선택의 가능성, 가능성의 가능성을 믿는다. 그러나 때로는 흐지브지하게 될 가능성도 믿는다. 언제나 자유롭게 생각한다.

11. 얼마든지 의의가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한숨을 쉬면서 탄식하거나 남을 원망하면서 고통을 반추하고 분규에 말려들 시간은 없다.

12. 좌절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여기에서 좌절당하지 않으면 저기에서 좌절당한다. 그러나 득실은 대체로 평형을 이룬다. 여기에서 잃지 않으면 저기에서 잃게 된다. 여기에서는 잃었지만 저기에서는 얻게 되고, 여기에서 얻게 되면 저기에서 잃게 된다. 이곳의 좌절은 저곳에서의 더 큰 위험을 방비하도록 깨우친다. 중국 속담에 ‘재물을 잃게 되면 재앙을 피한다’는 말이 있다. 작은 병을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 큰 병을 예방한다. 이곳의 작은 상실은 저곳의 큰 소득을 준비하는 것이다. 저곳의 상실은 또 이곳의 소득을 준비하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도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끈질기게 추구하되, 흐지브지하게 될 가능성 조차 열어놓는다. 얼핏 생각하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고도의 유연함이라고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가능성을 믿되 언제든지 그 믿음에서조차 자유로울 수 있는 유연함.


역경과 좌절에 대한 접근도 참 마음에 든다. 아무리 큰 재난도 역사 앞에서는 깨알만큼 작다거나 , 여기에서 잃지 않으면 저기에서 잃게 된다는 사고방식은, 우리를 의연하게 한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과장된 두려움에 빠지지 않게 한다.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면 문제에 함몰되지 않게 된다.


이런 미덕을 갖춘 사람은 큰 경지와 작은 기쁨을 지니게 된다. 큰 경지란 철저한 낙관주의와 초탈로 무장하고 무슨 일을 함에 있어 거슬림이 없는 경지를 말한다. 작은 기쁨이란 작은 일도 거절하지 않고 인생의 기쁨을 만끽한다는 뜻이다. 궁극적 목표와 원대한 이상이 구체적이고 소소한 생활과 상충되지 않는다. 보통 사람도 없고 위대한 사람도 없으며, 작은 일을 행하는 데에도 큰 일을 도모하는 듯한 조심성이 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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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멍, 나는 학생이다, 들녘 2004


평범한 생활인이라 해도 평생을 살아온 사람에게서는 귀담아들을 만한 것이 있을 것이다. 체험을 통해 깨우치는 일말의 진리가 있기 때문이다.  평생을 남다른 경험과 훈련 속에 살아온 사람에게는 인생이라는 한 권의 책이 정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것을 왕멍에게서 본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영화와 역경을 문학적 단련으로 일관한 사람답게, 그의 책에는 정련된 인생철학이 가득하다.


왕멍은 14세에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였으며 청년작가로 승승장구하던 중에 필화사건으로 16년 간 신장에서 유배생활을 하였다. 1979년에 복권하여 작가협회를 종횡하며 문화부 장관, 부주석 자리까지 역임하는 등 극단의 영욕을 몸으로 겪었다.  100편이 넘는 중,단편을 비롯하여 수필, 시, 평론, 르포 등을 발표한 전설적인 작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열정적이고 풍운아적인 삶을 살았다면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정리하여 후대에 건네고 싶어지지 않을까. 왕멍이 4년에 걸쳐 저술한 이 책은 한 인간이 평생에 걸쳐 깨달은 인생교본이다. 흔치않은 인생체험과 뛰어난 문학적 성찰을 피륙으로 엮은 인생담론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생활과 학문과 역경, 노년과 교우, 초탈 같은 인생의 모든 면에 대한 하나의 경지를 만날 수 있다.


왕멍이 삶에서 가장 경계한 것은 용속 庸俗이다. 용속이란 아무런 도전과 이상과 모험이 없는, 사고와 일탈마저도 없는, ‘죽은 물고기의 눈처럼 무미건조한’ 삶이다. 오랫동안 배우자와 함께 살면서 그 흔한 스캔들 하나 없다.  음식과 거처가 일정하고 알코올 중독에 걸리지도 않았고 마약을 복용하지도 않았다. 차 사고도 없었고 암에도 걸리지 않았다.  모범적이지는 않았지만 죄를 짓지도 않았다. 고위급 관직에 앉아보지 못했고 큰 부자도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걸인으로 전락하거나 액운을 당해 어디로 몸을 피해본 적도 없다. 무궁화 다섯 개 초호화 고급 호텔에 묵어보지 못했지만 풍찬 노숙도 하지 않았다. 사기당한 일도 없다. 멋진 연애를 해 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음험한 바람에 휘말리지도 않았다. 이것이 용속이다.


누구보다 용속을 싫어하면서도 별 도리없이 용속에 갇혀 있는 나는 이 부분이 너무 재미있었다. 용속에 저항했으되 별다른 지평을 발견하지 못한 나를 노장이 격려하는 것 같았다. 기나긴 파노라마를 겪고도 아직 발랄한 노작가가 귀엽게 다가 왔다. 왕멍은 계속해서 ‘생존’에 머무는 삶을 ‘쪼고’ 있다. ^^ 취미도 없고 배우지도 않으며 신체 단련도 하지 않고 미술전도 관람하지 않으며 유머가 없는 삶에 대해 왕멍은 최고의 펀치를 날린다.


나는 악인이 될지언정 아무런 취미도 없는 남자는 안 되겠다.


용속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왕멍이 이야기한 것은 취미, 자연, 예술, 창작이지만 그 본질을 꿰뚫는 것은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왕멍의 목소리는 수다스러울 정도로 들떠있다.


학습은 나의 뼈<구조>이며 나의 살<재료>이다. 학습은 나의 정신이며, 추구이며, 사명이며, 분투이다. 학습은 나의 쾌락이며, 게임이며 지적 체조이다. 학습은 나의 기둥이자 영원히 차지할 수 없는 교두보이다. 학습은 나에게 불패의 자리를 지키게 해주는 든든한 원군이다.

학습은 총칼의 위협에서도 나를 견강堅强하게 한다. 누군가 내 몸을 위협하거나 억압할 수는 있지만, 내가 눈을 감고 묵상에 들어가 당시를 읊고 송사를 외우고 영국의 14행시를 암송하는 것을 제한할 수는 없다. 사색과 추억, 분석과 관찰을 막을 수 없다.


배움이 있었기에 16년간의 유배생활 중에도 비관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미치거나 의기소침해지거나 타락하지 않을 수 있었던 왕멍의 학습예찬이다. 배움은 그에게 초탈을 가르쳐주고, 외부 세계와 교류하게 해 주며, 역경에 처할수록 더욱 높은 곳에 올라 멀리 전망하게끔 해주었다. 배움을 통해 지혜와 광명을 얻었기에, 그는 맑고 밝은 인생항해를 할 수 있었다. 이에 왕멍은 ‘나는 학생이다’라고 선언한다. 그의 생에서 배움처럼 중요한 것이 없고, 배움만큼 꾸준히 한 것이 없으며, 배움처럼 많은 것을 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감히 왕멍의 흉내를 내고 싶다.  배움의 맛과 멋과 효능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배움은 평생을 두고 퍼먹어도 마르지 않는 샘이요, 영원한 지혜의 원천이다. 나는 배울 수 있어서 언제 어디서도 심심하지 않다. 늘 할 일이 있다. 호프집에 가면 서비스 하는 자세를 배우고, 제과점에 가면 케잌을 작품처럼 만들어놓은 장인정신을 배우고, 그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존방식과 장점에 대해 배운다. 나는 생활에서도 배우고 책에서도 배운다. 배움은 범속한 내가 용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만일 내가 생에 대한 약간의 관조와 여유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배움의 덕분이다. 생의 어떤 국면에서도 “울지 말고 웃지 말고 이해해야 한다”는 자세를 익힌 덕분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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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고 보면 온전히 버려지는 시간이란 없다는 말, 맞습니다..
    이런 건 어떨까요.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2008.09.11 20: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채플린의 그 말에 절대 공감해요.
      한바탕 난장이기도 하구요.

      2008.09.11 23:53 신고 [ ADDR : EDIT/ DEL ]
  2. 번호가 붙은 걸 보니 '시리즈 리뷰'인 모양입니다. 두근두근~^^
    전 최소 '용속'은 벗어날 수 있을 것같군요. 왕멍의 책과 미탄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사고와 일탈로 얼룩진 제 '과거'(!)가 처음으로 뿌듯해집니다.^^

    2008.09.11 20: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용속에서 벗어남을 축하드려요! ^^
      한없이 자유롭게 사통오달하는 학습의 세계까지 고고!
      근데 그 말씀은 사실인지요? ^^

      2008.09.11 23:52 신고 [ ADDR : EDIT/ DEL ]
  3. 미탄님의 생각에 동감!!
    그래서 전 비어있느 제가 참 좋습니다.
    마구마구 넣을수 있으니 말이예요..ㅎㅎ

    좋은 책들이 너무 많아 챙겨 읽기가 넘 벅차요.
    언젠가는 꼭 한번 챙겨서 읽어 볼께요.
    근데 님의 책 이야기가 핵심을 잘 짚어 주신 것 같아 아마 뒤로 미룰 듯 합니다.ㅋㅋ

    2008.09.11 21: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직 아이들에게 손이 많이 갈 시기이고
      농사 일에 어르신까지 계시던데
      개인시간이 잘 안 나시지요?
      미흡한 글, 칭찬해주어서 고맙습니다.

      2008.09.11 23:55 신고 [ ADDR : EDIT/ DEL ]
  4. "학습은 나의 뼈<구조>이며 나의 살<재료>이다" 너무 멋진데요. 이 글만 읽어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 유배생활을 학습으로 극복했다는 것에서는 빅터 프랭클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좋은 책 소개를 보면 항상 그렇지만, 이 책은 정말 구해서 읽어야겠습니다.

    음... 저는 스캔들도 없고, 알콜중독도 없고, 큰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걸인도 아닙니다. 빚보증 잘못 서서 고생한 적은 있지만, 큰 사기를 당한 적도 없습니다. 그럼 저는 '용속'일까요? 뭔가 사고하나 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

    2008.09.12 01: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하하, 쉐아르님은 열심히 배우고 계시잖아요.
      용속이라고 표현해서 그렇지 어느 정도 도전을 가미해준다면, 저 상태야말로 성공과 합리의 초상 아니겠어요? ^^
      용속에 도달하지도 못한 사람이 용속을 폄하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용속은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지 부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2008.09.12 07:55 신고 [ ADDR : EDIT/ DEL ]
  5.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저의 키워드 중 하나가 배움, 학습 이거든요. ^^

    2008.09.17 19:4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가벼운 실용서에 지칠 때 가만히 기댈 수 있는, 뒷산처럼 듬직한 책이랍니다. ^^

      2008.09.18 01:58 [ ADDR : EDIT/ DEL ]

웨인 다이어, 행복한 이기주의자, 21세기북스 2006


이 책이 참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몇 번을 스쳐지나가면서도  읽지 않은 것은, 나는 이미 ‘행복한 이기주의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어쩌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첫째,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던 사실들을 ‘확실하게’ 복습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비교적 저자의 주장을 실현하고 있는 편이다. 타고난 성격에 독서력으로 보강이 된 것 같은데, 오죽하면 ‘진정한 개인주의자’라는 평을 들었을 정도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내가 체득하고 있는 관점이라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저자의 철학은 깊이가 있고, 문장은 명료했다. 내 안에 들어온 문장을 몇 개 소개한다.



감정은 단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정서가 아니다. 감정은 선택 의지가 들어있는 반응이다.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으면 제 무덤을 스스로 파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택하지 않게 된다.

내가 내 생각을 통제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하는가?

배우자가? 직장 상사가? 아니면 어머니가? 만에 하나 그들이 당신의 생각을 통제한다면 그들이야말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행복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상태다. 그 증거는 어린아이들에게서 꾸밈없이 드러난다.


살아 있는 꽃과 죽은 꽃은 어떻게 구별하는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이다. 생명의 유일한 증거는 성장이다!


성장을 동기로 삼는다는 것은 내가 인생의 모든 현재의 순간들을 직접 지휘한다는 의미다. 지휘를 한다는 것은 내가 나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나는 그때 그때 대처에 급급하거나 세상을 그저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선택하는 사람이다.


나를 외부의 힘에 내맡기는 사람은 결코 자기실현을 구할 수 없다.

제대로 잘 살아가는 사람이란, 인생의 문제란 문제는 모두 제거하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기 마음의 심지를 자신의 외부에서 내부로 돌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기분이 좋건 안 좋건, 그 기분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떠맡는 사람이다.



요즘 비즈니스로나 개인적으로 ‘코치’ 개념이 부상하고 있는데, 코칭의 궁극적인 목표는 셀프-코칭일 것이다. 더 이상 코치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의 감정과 선택을 들여다보고, 배움을 이끌어내어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 이 책은 셀프-코칭의 자습서가 될 수 있는 책이다. 나도 라이프코치를 직업화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접근할 때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둘째, ‘행복한 이기주의자’로서 자신의 삶을 주도하게 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건강한 자존감을 기본으로 자신의 기질과 강점을 발견하고, 인생을 헌신할 목표를 발견하여 꾸준히 나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의 본무대가 될 것이다.


삶을 전체로 조망하지 못하여 어영부영 시간을 허비하다가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지 2년 정도 되었다. 시간은 갈수록 빨리 흐르는데, 나는 별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사실 말뿐이지 전략적으로 시간관리, 목표관리를 하고 있지도 못하다. 가다 못가도 그것이 인생이리라... 짐작은 하고 있지만, 때로 의기소침해지는 기분을 이 책의 인용구절 하나에서 위로받는다. 살아갈 인생을 가졌다면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이다. 가슴벅차게 살자. ^^


있는 힘껏 살아라.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살아갈 인생이 있는 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인생을 가졌거늘 도대체 무엇을 더 ‘가지려 하는가?’... 잃게 되어 있는 것은 잃는 법이다. 이 점을 명심하라..... 아직 운이 좋아 인생을 더 살아갈 수 있다면 모든 순간이 기회다.... 살아라!


-- 헨리 제임스 소설, 사절들 The ambassadors  1903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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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코칭에 관심이 있어서, 한달전쯤에 짧은 교육을 다녀왔었는데 강사가 이런말을 하더군요. '코치가 되려는 사람은 많은데, 코칭을 받으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점이 코치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다' 공감이 가더군요...ㅎ

    열흘간 휴가를 보냈습니다. 아무런 공부도 하기가 싫어서 여행간셈 치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래봤자 애업고 놀았지만.ㅋ
    그리고 나서 오늘 아침부터 다시 뭔가를 써보려 하니 잘 안잡히네요. 그래서 여기서 한시간째 놀고 있습니다. 뭐 좀 건져갈거 없나...싶어서.

    2008.08.26 06:07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여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이라는 책은 성인발달에 관한 독보적인 연구인 것 같아요. 나의 삶을 객관적으로 보고, 전체적인 흐름을 짚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요.

      한 개인의 삶에서 '스승'이 있느냐를 중요한 변수로 다루고 있어서 인상적이었어요. '남자가 겪는~~'에서는 좀 더 자주 나오구요. 나는 이 부분에서 스승겸 친구로서 코치의 시장성을 확인했지요.

      징후는 징후고, 시장이 확산되는 속도도 있을꺼고, 현황은 짐작이 가네요.

      나는 요즘 내가 책쓰기를 너무 엄숙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지요. 경빈씨도 생활의 모든 것, 가령 육아일기도 세세하게 기록해두면 좋을 것 같아요.^^

      2008.08.26 07:30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