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에 해당되는 글 203건

  1. 2011.05.31 내가 으쓱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2)
  2. 2011.05.13 몰. 랐. 다. (4)
  3. 2011.04.28 목수 김진송이 노는 법 (5)
  4. 2011.04.21 홍보용 사진 (5)
  5. 2011.04.21 <라라58호> 글쓰기는 문장력의 문제라기보다 심리적인 문제이다 (2)
  6. 2011.04.12 수원화성 벚꽃 통신 (4)
  7. 2011.04.04 성묘 (6)
  8. 2011.03.25 비로소 사람을 알다 (6)
  9. 2011.03.20 대지진이 내게 남긴 것 (2)
  10. 2011.03.14 딸의 승마수업 (2)
좋은 삶/새알심2011. 5. 31. 23:33


나는 생후 10개월부터 걷기 시작해서 돌날에는 이웃집에 직접 떡을 돌릴 정도로 걸음이 능숙했다고 한다. 얼마나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는지 그 해 여름에 샌달 하나를 다 떨구었을 정도라고. 대여섯 살 무렵 어깨너머로 익혀 언니 교과서를 줄줄 읽었는가 하면 쫑알쫑알 말을 잘해서 동네 사람들에게서 변호사 시키라는 말도  제법 들었다고 한다. 60년대 마포골목 이야기이니 그 수준은 믿을 것이 못 되지만, 내 어린 시절에 대한 엄마의 회고 중에서 그 중 기분좋은 대목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한 번쯤 떠올려보았거나 글로 옮긴 기억이 아니면 빠른 속도로 해체되는 것을 느낀다. 지극히 단편적인 장면만 남고, 내게 정말 그런 날이 있었나 아득하게 느껴진다는 얘기이다. 하긴 세월이 좀 많이 흘렀나. 이농세대인 부모님께서는 평범하지만 별 탈없는 성장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만화에 팔려 엄마의 잔돈을 빼내다가 혼나기도 하고, 전학 간 학교에 적응을 못하여 남동생까지 데리고 한 달이나 땡땡이를 치는 대형사고를 친 초등시절에 비해 중고시절은 조용하고 순탄했다. 성장기와 학창시절을 통털어 기억나는 삽화를 훑어보자면 이런 것들.

-돌사진이 안보여서 대신 백일사진-

중학입시가 있던 시절 그 옛날에도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과외를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에야 학원이 등장하고, 중학생 때까지 이어진 과외에서 약간의 추억이 있기도 한데,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초등학교 5,6학년 때의 일이다.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 과외선생님이었다. 전과목 모의고사를 보았는데 아직 답안지가 도착하지 않았는지 과외선생 임의대로 채점을 해 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도착한 답안지에 의해 국어과목 서너문항에서 내 답안이 정답이었음이 확인되었다. 신사임당이 가족을 그리워하는 대목에 대한 독해 문제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슬쩍 넘어가지 않고 답안을 정정해준 그 과외선생이 꽤나 진솔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고등학교 1학년의 어느 날, 우리 학교는 기독교 학교라서 성경 과목이 따로 있었다. 키가 작고 편안해 보이면서도 만만치않은 인상을 풍기던 교목선생님이 기억난다. 잃어버린 금화에 대한 비유를 설명하시면서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연거푸 내가 대답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 사이에 “오오~~” 하는 작은 일렁임이 느껴지는 순간,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물으셨는데,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아이가 냉큼 “한명석인데요” 하고 나섰다. ‘사0옥’이라는 참 희한한 이름을 가진, 속없이 남의 일에 앞장서기 잘 하는 아이였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니가 쟤 대변인이냐, 소변인이냐” 밉지않게 퉁박을 주어서 와르르 쏟아지던 웃음소리.



다시 장면이 바뀌어 이번에는 대학 2학년의 어느 수업 시간이다. ‘리더십’에 관한 내용을 조사하여 전원이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원고에 코를 박고 읽는 식이었는데, 내 머리에는 내가 쓴 원고의 흐름이 입력되어 있었다. 아이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연설하듯이 발표를 마치자, 젊은 시간강사가 “무언가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해 주었다.


저녁을 준비하고 먹고 치우는 사이사이 ‘내가 자랑스러웠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자 앞서 얘기한 장면들이 슬라이드처럼 스쳐지나가며  ‘주도성, 언어, 주목’이라는 키워드를 몰아 주었다. 내 돌사진을 보면 키가 크고 제법 성숙해 보이는 모습이다. 아직 걷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은 시점에  노숙하게 떡심부름을 다니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싱긋 웃음이 피어난다. 세속적인 잣대로 보면 그다지 부가가치가 높지않은 일이라해도 ‘내’가 한다는 것은 한없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 냈다는 것에 느끼는 한없는 자긍심은 이미 돌쟁이 시절에 싹튼 것이었을까?  내가 칭찬을 들은 것은 언어와 관련된 부분이 많았다.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사석에서 말수가 적은 대신 대외적인 표현에는 욕심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나에게 귀를 기울여주는 다수의 존재, 그들의 주목을 받으며 고양되는 측면이 내게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주도성, 언어, 주목’이 한 컷에 집약된 장면이 있다. 학원을 운영할 때  일 년에 한번씩 원생들의 학습발표회를 했었다. 유치부의 재롱잔치와 초등학생의 영어연극 등을 지역 문화회관에서 가진 것이다. 내 학원운영 실적은 최전성기에서부터 하락세를 거쳐 치욕스런 바닥까지 두루 경험한 편인데, 내가 각별히 기억하는 발표회는 당연히 전성기에 있었던 것이다.  유치부 발표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치부 교사들은 참 신기하다. 남들은 4년제 졸업하고 대학원에 박사까지 해야 겨우 전문가 대우를 받는데 그들은 딱 2년 대학졸업만으로 당당한 전문가가 된다. 5세에서 7세까지 코흘리개들을 데리고 시조창을 하는가하면, 갖은 음악에 맞추어 멋진 율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영어교사들이 가르친 영어뮤지컬까지 더해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다채롭고 화려한 무대였다.


모든 수고는 교사들이 하고 나는 사회를 보는 것에 그쳤지만 그 모든 것은 내가 한 일이었다. 나는 맨 손으로 차린 학원에서 대박을 낸, 잘 나가는 학원의 원장이었다. 그 날 무대 위에서 진행을 하며, 700석이 가득 찬 공간,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와 캠코더를 들고 무대 앞에 삼중사중으로 모여들었던 학부형의 모습을 보던 감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발표회 중에  잠시 몸을 빼내어 일부러 주차장을 둘러 보았다. 꽤 넓은 주차장에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찬 차량의 행렬 또한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다.


무심히 떠올린 생각에서 건져낸 키워드가 신통하다. 앞으로 무슨 일을 시작할 때나 확장시켜 나갈 때 좋은 지침이 될듯하다. 게으르기 짝이 없는데다 이제 에너지까지 딸리는 사람이 끝내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라 소중하기도 하다.  햇볕이 빠르게 사위어 드는 오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초점이 필요하다. 한낮에 비해 온도는 낮아졌을지 몰라도 사방으로 분산시키지 않고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다면 그 열기는 불꽃이 되고도 남으리라. 내가 가장 빛났던 순간을 떠올리는 일은 볼록렌즈 하나 장만하는 일이다. 열 가지 서툰 면이 있더라도 단 한 가지에만 집중해도 사람노릇하며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다. ‘이게 나야!’ 다시 한 번 대면하는 일이다. 역시 오늘도 미스토리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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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씨가 몹시 더워졌어요. 잘 지내셨어요? 미탄님 지난 번 조언 이후로 제 글쓰기가 조금 달라지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도 멀었지만 일기를 쓰고 난 후 불필요한 부분들을 조금씩은 덜어낼 수 있게 되었어요. 조금씩 조금씩 털어내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자랑스러웠던 순간'에 대한 미탄님의 글을 읽고서 저도 이 밤 생각해봅니다. 내 스스로 내게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미탄님처럼 간결하게 그 순간들을 그려낼 수 있다면 제 작은 우주를 채울 저 스스로의 정체성이 조금 더 단단해질 것 같은 생각에 잠시만 더 곰곰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귀한 화두, 역시 고맙습니다. 더운 여름의 시작, 잘 보내셔요~^^

    2011.06.20 00:28 [ ADDR : EDIT/ DEL : REPLY ]
    • 이 더위에 아이와 씨름하느라 수고많지요?
      오늘 새벽에 원고를 넘겼네요.
      후속 절차 밟으려면 한참 시간이 걸리겠고, 또 다음 일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지만 한결 홀가분하네요.
      숨 좀 돌리고, 달라진 글 보러 갈게요!

      2011.06.21 14:14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1. 5. 13. 11:28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애들 아빠가 다녀 갑니다. 누이들이 가져온 음식이 너무 많아서 주체하지 못할 때 애들 생각이 나는지 갖다 놓는 거지요. 그 집 누이들은 대단한 데가 있었지요. 딸 넷이 모두 집안 생각 끔찍이 하는 60년대식 효녀인 거예요. 그렇게 친정과 남동생에게 지극정성인 사람들 처음 봤습니다. 나도 딸이고, 시누이고 고모니까 잘 알지 않겠어요? 새댁시절 딸들이 다녀 가면 비상금 수십 만원이 생기고, 부엌이 가득 차던 생각이 납니다. 수입이 짭잘했지요. 시간은 많이 흘렀어도 그네들은 변하지 않았나 봅니다. 애들 아빠가 가져 온 보따리마다 그들의 모습이 보이네요. 참외와 사과, 딸기가 가득,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올리브유와 참깨, 잡화상 하는 큰 고모네서 왔을 샴푸세트와 과자보따리에 집안이 그들먹해졌습니다.


그 중에 드룹나물은 산에서 채취한 것 같습니다. 보통 우리가  먹는 드룹 순 말고도 이파리까지 딸려 왔거든요. 이파리는 연한데 제법 날카로운 가시가 많습니다. 일일이 손 볼 수 없어 일단 씻어서 삶아 얼려놓았던 한 뭉치가 온 것이지요. 이파리 뿐만 아니라 순에도 가시가 붙어 있어서 일일이 가려야 했습니다. 다 했다 싶어 나름 만족감을 느끼며 고른 나물을 씻는데 웬걸 가시가 또 따끔거릴 때는 와락 화가 났습니다. 그냥 버릴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야생 드룹이 얼마나 귀한 줄 알고, 또 좋아하는 나물이기도 해서 다시 한 번 훑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조금 달라졌구나 싶었지요. 전같으면 고르기 싫어서 밀쳐두었다가 뭉글어져서 버리고 말았을 테니까요.  상추를 씻을 때도 이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상추와 쑥갓은 애들 아빠의 텃밭에서 따온 것인지 어리고 순해 보이긴 하는데 흙이 많이 붙었습니다. 열 번 정도 씻도록 끝까지 새까맣고 까실까실한 흙이 떨어집니다. 흙이 잘 떨어지도록 물을 많이 담은 그릇에 상추를 조금씩 잡고 흔드는 동작이 이전과 확실히 다릅니다.  귀찮아하며 마지못해 놀리는 손동작에 짜증이 섞였던 이전에 비해,  흙은 좀 묻었어도 마트에서 파는 것과 댈 수 없이 깨끗할 야채를 귀하게 여기는 티가 역력합니다.


이건 공으로 생긴 물건을 좋아라 하는 아줌마의 계산속일 수도 있고, 자식들에게 살가운 소리 한 번 못 들으면서도 여전 퍼 나르는 그에 대한 연민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세상살이에 대한 공경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못해  차리는 밥상이 아니라 한 끼 식사를 맛있게 하고 오늘 하루를 힘차게 살아야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지요. 아이들과 맛있는 밥 한 번 먹는 것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를 알게 된 거예요. 단출한 세 식구라도 다 같이 모이는 건 아침 뿐이거든요. 간편한 것만 찾아 삐죽 올려놓던 자취방 식단을 벗어나는 순간입니다. 문득 언젠가 엄마가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 때는 학원 전성기라 하루에 백만 원씩 들어오던 시절인데도 뭐가 그리 불만인지 인상만 쓰고 사는 내게 엄마는 “사람이 만족을 알아야지” 하셨습니다. 바로 그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알게 되었냐구요? 많이 깨져봐야 합니다.^^ 세상 모든 걸 가질 수 있다는 호기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어지간한 걸 가져도 고마운 줄을 모릅니다.  늘 지금 여기가 아닌 곳을 바라보느라  탄탄하게 땅을 딛지 못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대단한 줄 알고 남의 말을 흘려듣기 일쑤였지요. 그러나 세월이 내 한계를 여실히 깨닫게 해 주네요. 시간은 나라는 인간을 3차원 투시경으로 속속들이 볼 수 있게 해 주었고, 이제 호기가 아니라 성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요즘 새로 배운 것 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네요. 자기중심적인데다 근거없는 확신이 강한 나로서는 드문 일입니다. 재미있게도 그건 딸의 데이트가 몰고 온 감정입니다. 딸이 막 첫 데이트를 시작했는데 내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생생하게 보이는 거예요. 엇 뜨거라 싶었지요. 혼자 있는 것을 즐길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혼자 있지 못하면 머리가 뜨거워져 아무 일도 못 하는 사람이지만 막상 홀로 남는 것이 실제상황으로 다가오자 정신이 아뜩해지더라구요. 무엇을 이루기는 커녕 홀로 떨어져 외로움에 쩐 모습이 떠올라 한참동안 애먹었습니다. 지금은 이 두려움을 내가 외면했던 현실감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시간, 한 번의 식사가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를 알게 된 거지요. 불과 몇 달 전보다 또 달라진, 완연히 성숙해 보이는 딸을 보며 오늘 하루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찰나라는 것에 또 숙연해집니다. 그러니 나는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지요. 누군가 책 한 권을 읽고나면 열권 분량의 무식을 확인한다더니, 한 해를 살고 나면 몰랐던 것이 자꾸 튀어나오네요. 전에 나는 내가 몰랐던 것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2007년 말이네요. 그 때는 시간, 돈, 사람을 몰랐던 것에 대해 통탄했지요. 이제는 공경, 만족, 두려움을 몰랐던 것을 확인합니다. 나이든다는 것은 거듭 무지를 확인하여 겸허해지는 일이로군요. 그래서 그 빈 자리에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이요.


전에 쓴 글에서 나는 ‘몰랐다’고 하는 것이 변명이나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답변했지요. 많은 사람이 종종 “몰랐다잖아” 하면서,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은 것보다는 쉽게 넘어가 주지만, ‘몰랐다’는 것이 진정한 면죄부가 되는 순간은, 정말 모르고 살아온 것들을 깨닫고 고치는 시점일 꺼라구요. 무지하게 살아온 세월과 회한을 연료삼아 남은 시간을 아낌없이 불태울 때, ‘모름’은 ‘앎’을 향한 동력이 됩니다. ‘앎’을 넘어 ‘핢’으로 가는 제단이 됩니다. 그러니 삶이란 얼마나 오묘한지요!


이렇게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내가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 그다지 부끄럽지가 않네요. 이것이 또 한 번의 합리화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말 달라져야겠지요. 내일이나 모월 모일이 아닌 지금 당장요. 오늘은 원고작업을 쑥 내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드는 아침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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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끔들르는 사람임다

    미탄님 글 읽고 싶어서 가끔 블러그 들르는데, 오늘 글도 참 좋네요.
    제 삶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11.05.14 10:56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어이쿠! 블로깅 열심히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제 글을 읽어주는 분이 계시다니
      기분좋은데요.^^
      가끔 댓글 달아주시구요,
      블로그 하시면 주소까지 가르쳐 주시면 더 좋구요.

      2011.05.14 21:26 [ ADDR : EDIT/ DEL ]
  2. 전에 그러셨지요. 이제 30개월 되는 아들하고 지내는 생활이 아름다운 시절일거라고요. 얼마 전까지 그렇게는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늘 그 쪼그만 녀석하고 삐걱거리는 저를 보고 참 괴로웠었어요. 그런데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 발걸음에 맞추어 기차놀이도하고 전화놀이도하고 우체통을 들여다보며 길거리를 걸으니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다시 이 마음 이 기분을 잊지 말아야할텐데요. 그게 말이지요. 제가 참 얕아서 잘 잊어버린다는게 문제예요. 문제. ^^:;

    2011.05.23 13:17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지나고 난 뒤에야 그 시절의 진가를 알게 된다는 것이
      인생의 비밀이지요.

      어른들도 같이 계신 것 같고, 주변에 또래 엄마들도
      있는 것 같으니 지혜롭게 시간을 마련해서,
      조금이라도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역설적으로 그 시절의 진가를 충분히 향유하기를 바래요!

      2011.05.24 12:56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1. 4. 28. 16:35


그는 목수다. 전에는 미술평론과 전시기획을 하며 먹물냄새 팍팍 나는 책을 쓴 이력이 있다.  도시, 신화, 현대문명에 대한 책을 쓴 것으로 보아 그의 관심사나 내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 같이 굵직한 행사를 기획했으면 꽤 잘 나갔었던 것 같은데 그는 생계를 위해 목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목수로 돌입한 지 3년 만에 쓴 ‘목수일기’였다. 나도 이 책을 통해 골수 지식인의 수공업적 근성에 눈길이 갔는데,  어제 ‘상상목공소’ 출간기념강연회에서 본 그의 모습은 ‘정말 잘 노는 사람’이었다.
 




그는 제재목이 아닌 천연목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 나무 하나하나와 교감하여 그 안에서 꺼내주기를 바라는 정령과 대화를 나누는 듯 보인다. 이 의자의 이름은 ‘미꾸라지와 물웅덩이 의자’이다. 어느날 온 가족이 뒷골 물웅덩이를 한 시간이나 품어냈는데 달랑 미꾸라지 한 마리 잡은 기억이 이 작품에 스며들었다. 여체를 닮은 나무몸통을 다리로 받친 책상은 ‘야한 책상’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품은 소품을 가지고 전시회를 일곱 번이나 했다니, 13년 전 마흔에 목수가 된 사람치고는 너무나 부지런하지 않은가.


그의 관심사는 소품에서 움직이는 인형으로 옮겨 갔다. 나무 톱니바퀴가 맞물리며 움직이는 그의 인형들은 이 시대의 미친 속도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오래된 세계로 우리를 데려 간다. 삐그덕 삐그덕 손잡이를 돌려 작동되는 나무인형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그의 놀이세계가 심상치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그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 간다.


자신의 인형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잠자는 아이에게 자꾸만 뱀과 해골이 나타난다. 아이는 두려움에 떨다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따진다. 왜 너희는 자꾸 무섭게 나타나는 거니?  날 무섭게 생각하는 건 너야. 난 결코 무서운 존재가 아니란다. 손잡이에 의해 뱀이 소년의 침대로 스며드는 이 인형의 제목은 ‘악몽’이다.






‘책의 바다로 뛰어든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에 뛰어드는 것이다. 아이가 책으로 뛰어들 때 책이 아이를 안아주지만, 아이가 세상으로 뛰어들 때는 홀로 설 수 있다’는 코멘트가 돋보이는 인형은 ‘책의 바다에 빠져들다’.  인형들이 천천히 움직이며 초미니 1인 영화를 만들어냈다.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 영화만드는 프로그램을 썼다는데 안정된 화면과 맛깔난 자막, 세련된 음악이 손색이 없다.


늦게 시작했어도 자신의 세계를 완벽하게 만들어낸 그, 참 잘 논다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등학교를 끝으로 졸업했을 호기심과 조작, 창조성의 단계를 평생 갖고 가는 그가 감탄스러웠다. 그의 창작론은 ‘잘게 저며라’. 살아가는 것을 즐기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기는 똑같은 삶의 틈을 얇게 저민단다. 그러면 시간과 즐거움이 무한하게 늘어난다고. 집 주변에 피어난 꽃을 따서 이파리와, 암술 수술을 분리하여 죽 늘어놓고 스케치를 거듭하여 움직이는 꽃인형을 만드는 과정을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성격급하여 겅중겅중 뛰어가기 일쑤인 나에게 ‘얇게 저미라’는 그의 진언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책벌레 전시회를 준비할 때는 1년 만에 150개를 만들었단다. 아무리 소품이라 해도 2,3일에 하나씩 만들어낸 것. 그걸 어떻게 해냈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그는 대답한다. 벌레의 시각이 되니 쉽더라고. 메뚜기가 되어 보면 집채만한 빗방울이 얼마나 공포스럽겠느냐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에게 상상력은 공감력이다.


IQ가 104로 우둔한 편인 자신이 몇 권의 책을 쓰고 전시회를 할 수 있었던 방법은 오직 하나, 될 때까지 쥐어짜는 것 밖에 없단다. 그러니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글을 쓸 때도 보통 5,60번은 읽고 고친다니 글 안 써진다고 한탄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아니면 말고!’ 하는 정신으로 편하게 갈 때 막혀 있던 것이 툭 터진단다. 두루두루 귀담아 둘 부분이다. 


먹물 출신의 목수, 사연있는 소품과 움직이는 인형, 그 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거기에 그림까지 그리는 김진송, 그에게서는 이야기가 샘솟는다.  삶을 던져 기질을 파고들며 자신의 세계를 얇게 저며갈 때 이야기가 나오는 거고, 이야기에서 밥도 떡도 나온다고 그가 말한다.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실행력으로 결판내는 놀이정신으로 완벽한 자기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그가 나로 하여금 다시 한 번 물어보게 만든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김진송의 움직인형 동영상 보기

http://munhak.com/community/Media_view.asp?brdcode=Mz001&idx=21513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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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타자를 느끼라.' '공감능력'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기' 제가 제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들이네요. 무엇을 할 것인가, 앞으로 내가 남은 인생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하면 재밌게 살 것인가 이런 구체적인 방법과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근본적인 감수성을 철저하게 내것으로 할 수 있다면 살면서 만나는 지엽적인 문제에 대한 답들도, 내가 살게 될 하루하루의 구체적 일상도 더 행복해지겠지 생각해봅니다. 아, 오늘 아침 좋은 화두 고맙습니다.^^

    2011.04.29 12:10 [ ADDR : EDIT/ DEL : REPLY ]
    • 시장을 분석하여 유망직종을 따라가면 맨날 뒤따라가기
      바쁘지만,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의 길을 감으로써 전에
      없던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그 안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여 잘 놀면서 사는 사람을 보면 늘 부러워요.
      아이와 엄마가 함께 감수성과 상상력을 키워나가는
      나날 되기 바래요.
      막 발견한 좋은 사이트 하나 소개함다.

      http://www.brainmedia.co.kr/BrainWorldMedia/ContentView.aspx?fromBoard=personList&menuCd=People&contIdx=6916

      2011.05.01 22:11 신고 [ ADDR : EDIT/ DEL ]
  2. '김진송'이라는 이름에서 목수의 느낌이, 소나무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음... 이 이름이 본명이시라면 목수가 된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닐까 싶을만큼. ^^

    얇게 저미기.. 무심코 흘려보내기 쉬운 평범한 삶의 속살들을 얇게얇게 저며보면 그 안에 참 이야기도 많고, 호흡도 차분해지고.. 왠지 오기같은 것도 생길 것 같아요. 그래... 한번 해보는거지, 살아보는거지,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좀 하면서 사는거지 하고요.
    잘 놀고 잘 사는 분들보면서 용기내봅니다. 그래, 나도 재미있게 살자. 하고싶은 일들 꼼지락꼼지락 해보면서 살자.

    저 아래 미탄님 사진 참 좋아요. 아드님 사진은 미탄님이 찍어주셨지요? 엄마의 시선, 아들의 시선에 모두 감정이 실려있는것 같아서 그 사진도 참 좋았어요. 새로운 강좌도 시작되네요... 5월이 성큼이예요. 늘 응원드립니다~! ^^

    2011.04.30 19: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나도 한 박자 늦게서야 이름이 실명인지 궁금했더랬어요.
      물어볼 걸 다른 것만 질문하고 말았네요.

      위에 소개한 동화작가 작품 찾아보기 바래요.

      겨우 두번 째 책에서 헤매고 있다보니
      저렇게 쌈박한 성공을 거둔 분이 참 새롭게 보이네요.
      적절한 성공이 주는 에너지가 시급하거든요.^^

      커다란 상을 받았기에 좀 더 눈에 띄기는 하지만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낸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네요.

      연수와 연수맘이 그런 멋진 창조의 세계로 나아가기를
      빌어요!

      2011.05.01 22:18 신고 [ ADDR : EDIT/ DEL ]
    • 덕분에 좋은 인터뷰 잘 봤어요, 미탄님. 감사해요. ^^
      사실 저 책(마음의 집)의 수상소식을 듣고 일전에 사려고 찾아봤는데 그때는 언터넷서점에서 살 수가 없더라구요.
      이제는 구해서 연수랑 같이 볼 수있을것 같아 기대됩니다. ^---^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내 안의 이야기와 꿈을 따라가보는 것.. 모두 참 두근두근 기다려지는 일들입니다.
      그런 좋은 일들이 제 삶에서도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우선 제일 바라는 것은 아이와 매일 함께 보내는 일상과, 우리가 나누는 대화들, 서로와 세상을 대하는 마음들 같은 것이 더 깊어지고 예뻐졌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쳇바퀴만 도는듯하고 제 한계같은 것이 느껴져서 '더 이상은 안되는걸까...' 하고 우울해지거나 위축되기도 해요.

      더 좋은 일상을, 오늘과 내일을 창조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미탄님도... 힘내세요! 두번째 책, 아주 잘될꺼라 믿습니다. 세번째 책, 그리고 더 멋진 창작과 생활로 가는 좋은 디딤돌이 되기를... 멀리서 '아자아자!!!' 힘찬 응원 보냅니다.

      2011.05.01 22:45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1. 4. 21. 03:07



 


홍보용 사진이 필요해서 글통삶 정모에 아들을 데리고 갔다. 모임이 시작되기 전에 독사진을 찍으려고 홍대앞을 거닐다. 내가 좋아하는 aA뮤지엄. 메뉴가 간단한 것으로 보아 장사 위주는 아닌 것 같고, 공개도 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차려놓은 지하전시장을 보니 주인의 개성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자체적으로 잡지도 발행. 사진으로 보는 아들이 노숙해서 깜짝 놀라다.








 


상상마당과 거리에서 찍은 사진들, 카메라 프레임을 넘는 얼굴 사이즈를 가진 나로서는 감지덕지일  정도로 잘 나왔다.^^

 


정모에 모인 멤버들, 찍사인 아들보다 적극적으로 이렇게 해 보자, 저렇게 해 보자 포즈를 제안해주는 마음들이 너무 고마워서 가슴이 더워졌다. 내가 이들에게  줄 것이 있다면 있는 대로 퍼주고 싶었다. 늘 사람을 데면데면 대하고 일정 거리 안으로 들여놓을 줄 모르는 버릇이 고쳐지려나 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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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이렇게 미탄님을 뵙네요. 아드님도 훤칠하시고요. 저는 또 아주 먼 미래의 꿈을 꿔봅니다. 이제 30개월 되어가는 아들녀석이 미탄님의 아드님처럼 훌쩍 자랐을 때 함께 젊은 거리를 서로 존중하면서 거닐 수 있는 날을요.^^

    2011.04.21 22:11 [ ADDR : EDIT/ DEL : REPLY ]
    • 이렇게 정면사진을 올리다니, 나도 마이 변했네요.^^
      아들네미 30개월 때가 훨씬 이쁘지요.
      맘껏 사랑하고 맘껏 행복하기를!

      2011.04.22 16:51 신고 [ ADDR : EDIT/ DEL ]
  2. 우와~~
    울 언니 넘 멋져요..^^
    꼭 옆집 언니 같아요..
    아드님도 짱~~~ 멋지곰..ㅎㅎ

    2011.04.24 20:13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옆집 언니 맞지요, 블로그 옆집.^^
      토댁님 알게 된 지도 꽤 오래 되어
      잘 아는 사람 같은 걸요.

      2011.04.25 15:41 [ ADDR : EDIT/ DEL ]
  3. 우와~~
    울 언니 넘 멋져요..^^
    꼭 옆집 언니 같아요..
    아드님도 짱~~~ 멋지곰..ㅎㅎ

    2011.04.24 20:13 [ ADDR : EDIT/ DEL : REPLY ]

좋은 삶/새알심2011. 4. 21. 02:35


글쓰기는 생각이다. 내 생각을 펼쳐놓는 것이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단호하게 믿는 것이 있다면 글쓰기가 어렵지 않다. 조금이라도 글을 써 본 사람들은 한번쯤 전혀 힘들이지 않고도 글이 써진 경험을 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 혹은 아이의 교육문제 무엇이 되었든 우연히 마음에 떠오른 것을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하면 되었던 때,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 글이 자꾸 막히면 내가 지금 쓰려고 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질문을 해 볼 틈도 없이 하고 싶은 말이 술술 쏟아져 나와 내리닫이로 써내려간 글은 편안하다. 글은 쓰는 이의 믿음 안에서 태어나  숨쉬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을 읽을 때 쓴 사람의 기운을 느낀다. 건조한 자료 뒤에 숨어 당위만을 되풀이하고 있는지, 동참할 여지도 주지 않은 채 목청높여 선언하기에 바쁜지, 마음을 다해 자기가 발견한 것을 나눠주고 싶어하는지 다 느낄 수 있다. 그 기운에 먼저 접속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내용도 와 닿지 않는다. 감정이 없으면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글을 쓸 때는 쓰는 사람이 먼저 그 주제에 푹 빠지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이야기를 하든 이론으로 풀어내든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자기를 표현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 본연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험의 가치를 경시하거나 누가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줄까 자신을 갖지 못하여 번듯한 자료를 찾아다니곤 한다. 물론 내 경험을 뒷받침하는 이론도 필요하다. 수많은 사례를 취합하여 모두에게 참고가 될만한 패턴을 찾아낸 것이 이론이므로, 이론은 내 경험을 정당화시켜 준다. 하지만 이론이 경험보다 중요하거나 앞설 수는 없다. 경험에는 무엇보다 소중하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 사람만의 숨결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경험은 이론에 앞선다. 나는 이것을 꿈을 통해 알았다. 두 번 째 책의 원고가 안 풀려 몸부림치던 어느날 꿈을 꾸었다. 누군가 와서 돈을 주고 가길래 갖고 들어왔는데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돈이 옛날 일기로 변하는 것이었다. 성궤를 찾는 비밀문서처럼 오래 되어서 끝이 말려들어간 일기장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나는 이 꿈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곳곳에 경험이 녹아들어간 글은 쉽고 정겹고 편안하다. 글의 서두 만이라도 경험으로 풀면 좋다. 서두는 무조건 쉬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강룡은 ‘경험, 대화, 미디어, 독서, 상상’의 순서대로 글감을 찾자고 한다. 경험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글로 쓰라고 한다. 이쯤 되면 드디어 글쓰기와 삶의 위상이 같아지는 것이니 나도 아주 땅긴다. 조금 심각한 경험이나 깊은 상처를 드러내면 쓰는 사람은 치유되고 읽는 사람은 공감하게 된다.  있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면 얼마나 쓰기 편할까. 내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가치가 있는가는 별도의 문제이지만, 표현하고 난 후의 여파를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있는대로 나를 발산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보통 사람이 표현하지 못하는 깊숙한 내면을 파헤친 그 곳에서 우리가 같은 인간이라는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고백문학의 입지일 텐데, 그만한 고백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도 수시로 자기노출의 수위를 놓고 고민한다. 글쓰기에 대한 문제의 80%는 자기검열이라는 말처럼, 글쓰기는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과 저항과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경험의 중요성을 십분 인정한다해도 포괄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이론의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럴 때에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은 금방 드러난다. 몇 권의 책을 통해 겨우 감만 잡고 쓰는 글과 인접 학문까지 사통오달한 사람이 쓰는 글이 같겠는가. 요즘 철학과 문학에 대한 김용규의 책을 두 어 권 읽었다. 그득한 지식곳간을 풀어내는 순연한 글솜씨에 눈앞이 훤해질 지경이었다. 그는 철학과 신학을 전공했으니 인간의 삶과 사유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이와 너비를 파악했을 것이다. 그처럼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면 어떤 책과 영화가 위치한 지점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고 그 의미를 짚어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식은 확신을 갖게 해 주고, 확신에 찬 목소리는 강력하고 단순해진다. 어떤 것의 구조를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깊어지지 않으면 쉬워질 수 없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처럼 깊은 학문을 연마하기 전에는 아무 글도 쓸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소소한 일상의 문제를 다룰 때에도 내 느낌에 얼마나 솔직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그럴듯한 글감이 아니라 내면에서 용솟음치는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 먼저다. 글줄이 막히면 이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음을 알아채자. 글이 안 써지는 것은 문장력의 문제라기 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 자료수집이 부족해서 확신이 부족하든지, 심경정리가 안 되어서 망설이고 있는 것이니 그 원인을 해결하고 다시 시도하자. 무엇보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그 말을 하자. 내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뜨거운 열정을 놓지 말자. 쓰는 사람이 자기주제에 몰입한 기운이 읽는 사람을 잡아 당긴다. 선수도 집중하지 않는 경기에 환호를 보낼 관객이 어디 있겠는가.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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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험이 워낙 부족한 탓도 있고 글에 대한 고정관념이 커서 100% 순수한 경험이나 상상이 아닌, 간접경험에 의한 글은 보잘것 없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내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뜨거운 열정, 자기 주제에 몰입한 기운!
    미탄님이 한 가지씩 일러 주실 때마다 한 걸음 늦게 쫓아가 봅니다.
    매번 소중한 글, 고맙습니다. 내일 비 온다고 하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ㅅ^

    2011.04.29 15:32 [ ADDR : EDIT/ DEL : REPLY ]
    • 막 yes24에서 소설가 김연수 인터뷰를 보았네요.
      매일 쓰는 사람은 점점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왜냐?
      비관만 가지고는 길게, 매일 써 나갈 수가 없다,
      할 말이 많다는 것은 상황을 돌파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점점 그렇게 나아간다!
      참 좋지요?

      나는 사과소녀님이 매일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2011.05.01 22:23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1. 4. 12. 21:08

 




화요일에 수업이 없는 아들과 짧은 산책을 했다.  내 디카가 고장이 났는데 아들 카메라는 손에 붙질 않아서 부탁했더니 쾌히 따라 나선다.  흠, 햇살이 좋아서인지 오늘 사진 좀 나왔다. 다 마음에 든다.
어느 집 담장 너머로 흐드러진 개나리 차양.








진노랑  개나리가  밝은 햇살에 결코 뒤지지 않겠다는듯 자태를 뽐낸다.  이것이 사진의 맛이겠구나,  이 찬란한 봄날을 한 컷으로 잘라내어 내 블로그에 영구보존해 주는 위력.  꽃은 외따로이 홀로 핀 작은 꽃도 좋고, 이렇게 촘촘하게 흐드러진 덩쿨도 좋다. 빽빽한 개나리 덤불에 일렁이는 햇살이 육안으로 볼 때보다 더 좋다. 가슴이 아릿할 정도로.







 



눈부신 햇살아래 완벽한 목련이  인공적으로 느껴진다. 물에 있어야 할 연꽃이 나무에 얹혀 있듯, 마음은 봄을 껴안지 못하고 서걱댄다.  아무나 가지라고, 다 내주고 있는 햇살과 봄꽃, 천지에 가득찬 이것들은 갖는 사람이 임자인 것을, 스스로 만든 유리벽 안에 갇혀 있는 내가 한심하다. 멍하니 목련을 비현실적인 장면 바라보듯 하다  아차 싶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에 더이상 쳐져있는 것은 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차이 때문에 누군가를 경원하거나 막혀 있는 글발 따위 순식간에 뛰어넘고, 막무가내로 그 고운 자태와 향기에 나를 던져 버리고 싶었다. 슬쩍 다른 측면을 보자 걷잡을 수없이 마음이 풀어진다. 그 정도로 햇살의 위력은 컸다. 나무 아래 퍼질러 앉아 술 한 잔 하면 좋겠다 싶더니,   고만고만한 문제들을 훌쩍 뛰어넘고 싶어졌다.  한 번 그렇게 마음먹자 조금 전까지 미간을 찌푸리게 하던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봄을 껴안아 무한정 커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으로  보는 벚꽃은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지만 수원 화성의 벚꽃은 3,4일 뒤가 피크일 것 같다. 햇볕 바른 곳에 있는 서너 그루만 피었을 뿐 대부분의 꽃망울은 팝콘 옥수수알처럼 작고 단단하다. 자세히 보니  동영상보듯 한 가지에서 다 볼 수 있다. 불량 옥수수 처럼 기척없는 놈, 아가 볼처럼 통통하게 바람을 물고 있는 놈,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이내 제 속을 활짝 펼쳐 보인 놈, 놈, 놈.   




벚꽃의 95프로가 아직은 이런 상태다. 재작년에는 정말 천지가 다 환했는데 작년에는 꽃샘 추위가 좀 세다 싶더니 죽은 가지가 많았나  위용이 한참 못 미쳤다. 올해는 어떠려나.




소풍나온 아이들의 모습은 봄볕에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내 아이들이 어릴 때 모습 그리고 학원을 운영하던 시절 유치부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절로 웃음이 머금어진다.






봄날의 흥취를 어쩌지 못하고 기어이 아들과 술판을 벌이다. ^^  첫모금에는 묵직하더니 안주가 들어가며 묽어지다 다시 중후한 제 맛을 찾는 와인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 단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쓰디쓴 소주에 대랴. 이 봄이 다 가기 전 가까운 교외에라도 나가 모닥불 앞에서 한 잔 하고 싶은데 되려나 모르겠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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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지막 술잔 사진에 아고~ 8개월 임산부 그만 확~~ 술이 땡깁니다. ^^;;;;
    올해는 봄꽃도, 봄도 참 늦게온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부터 시작은 시작인듯.. 버스타고 오가는 길가에 개나리, 목련, 벚꽃들이 참 눈부시게도 터져오르데요.
    사진, 댓글.. 모두 감사히 잘 봤습니다.
    얼굴 직접 뵙지 못해도 마음으로 늘 오래 가르쳐주신 선생님처럼 든든하고 감사하게 느끼고 있어요. 어쩌면 미탄님 뵈러가는 날이 오면, 실제로 제게는 없는, 여고시절의 그리운 은사님 뵈러가는 그런 기분이 들 것 같아요. ^^

    봄이 참 아름답지만, 식물들에게는 참 힘든 계절이라고 하더라구요.
    폭발적인 성장이라는 것이 진통없이 있을 수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여름숲은 봄의 폭풍같은 성장뒤에, 한숨고르며 천천히 휴식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사람에게도 봄이 그래서 쉬운 계절이 아닌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눈부신 봄볕을 한나절만 쬐고와도 얼굴이, 몸이 그 볕의 에너지를 견뎌내느라 힘들어하는게 느껴져요.
    미탄님, 힘내셔요. 분투하는 봄이 끝나고 휴식의 여름이 오면 '참 열심히 살고, 자랐던 봄이었다'고 얘기할 수있었으면 좋겠어요. 건강하세요..!

    2011.04.12 23: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에고, 내가 은사 뻘이 아니라 똑순맘이 더 지혜롭네요.^^
      나이를 의식하게 되면서
      좀 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게 되네요.
      전에 내가 잘 몰랐던 심리적인 영역을 이해하는 기회로
      활용해야지 싶다가, 너무 쉽게 교훈을 이끌어내지 말고
      당할 만큼 당해 보자 싶다가, 어디 한 번 끝을 보자
      싶기도 하구요.

      속깊은 댓글 고마워요.

      2011.04.13 22:12 신고 [ ADDR : EDIT/ DEL ]
  2. 봄날, 이 주체하지 못할 울렁거리는 마음을 29개월 된 꼬맹이와 함께하는 좋은 만남과 나들이로 대신하고 있는데요. 사진을 보니 아,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싶은 마음에 뿌듯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밤에 꽃나들이 다녀온 상쾌함을 선물해주셔서.^_^

    2011.04.16 00:1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29개월된 아가는 천사와 다름없지요.
      엄마에게 잠시도 쉴 틈을 안 주긴 하겠지만요.^^

      봄이 너무 화사해서인지 의외로 봄에 처지는 사람도
      많은 것 같지요?
      우리는 그러지말고^^ 봄의 기운을 팍팍 받아서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끽하며 살아요.

      누가 그러네요.
      "주는 햇살 다 받아라!"

      2011.04.17 07:16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1. 4. 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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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돌아가신지 14년,  새삼스레 아버지의 부재를 슬퍼하는 사람은 없었고, 나는 그것이 서러워 가만히 산소 주변을 돌아보았다. 산소쓸 때 애들아빠가 사다심은 스무 뿌리 철쭉 중에서 댓 그루 남은 것이 거의 관목수준이 되었다. 죽은 사람이야 그렇다쳐도 산 사람도 함께 하지 않는 세월이 철쭉 덤불로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무언가 될 것 같은 기대주가 아니라, 아버지의 총애에 보답하지 못하여 안쓰러운 어이없는 중년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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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아버지 성품 만큼이나 온화하고 따스하여, 사람들은 봄나들이 나온듯 경쾌하게 나무를 베고, 석축공사를 하고, 듬성해진 곳에 잔디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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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산소쓸 때 누군가 합장이 가능하다 하니, "난 안 죽을 거야" 하시던 엄마, 이제 시시각각 늙으신다.  2주만에 한달만에 뵐 때마다 엄마는 속절없이 늙어가신다. 77세, 언니의 시어머니께서 85세에 치매 기운이 있으시다는 것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엄마의 생애는 빠른 속도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세상에, 앞으로 겨우 몇년만 엄마가 온전히 엄마일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막힌 일이다. 나또한 그 길을 고스란히 밟아야 한다니 그건 또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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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안 가지고 가서 사진이 부실하다. 아버지 산소가 좀 내려앉고 잔디가 많이 죽었더라며 이번에 손보는데 오빠가 앞장섰다. 젊어서 '좀 놀았던' 그, 오죽하면 오빠 고등학교 다닐 때 오빠보다 아버지가 더 많이 학교에 갔다는 농담이 전해온다.  받은 것이 있으니 나오는 것이 있구나. 인부들까지 스무 명의 식사 준비를 해 온 큰 올케도 애 많이 썼다. 보쌈에 북어찜에 육개장, 갖가지 나물에 밑반찬이 뷔페가 따로 없다. 한 사람의 수고로 스무 명이 맛있게 먹었다. 나는 전업주부 시절 시골잔치 할 때 이후로는 해 본 적이 없는 일이다.  문득 내 몸을 움직여 여러 사람을 해 먹이고 싶어진다.  내 살을 베어 세상을 먹이는 차원을 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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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에는 날씨가 너무 화창했고, 분위기 또한 그래서 행여 눈물이 나오면 참 어색할 것 같았다. 다행히도 무심한 마음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그렇게 담담했는데 절하느라 이마를 땅에 댔다가 떼는 순간 아버지의 봉분과 눈이 마주쳤다. 석축을 둘러 더욱 오뚝해진 아버지의 봉분 그 아래 아버지, 착실하게 썩어 문드러졌을 광경이 떠오르며 진저리가 쳐졌다. 나또한 언제고 그런 처지가 될 것이라 생각하니 산다는 것이 허망하고 두려워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죽음을 무서워하면서 사는 것처럼 살고 있지 못한 내가 한심해서 눈물이 더해졌다. 돌아가신지 14년 후에도 그들먹하게 모인 자손의 절을 받고 계신 아버지가 대단하게 여겨졌다. 지금처럼 사소하고 지리멸렬하게 살다가는 누가 내 죽음을 슬퍼하고, 누가 내 죽음을 기억해줄 것인가. 지금 당장 달라져야 한다는 각성이 나를 적셨다. 그러니 아버지는 진토가 되어서도 아버지 노릇을 해 주신 셈이다.  나는 비로소 아버지 1주기에 글쓰던 마음으로 돌아가  소주 한 잔을 아버지 산소에 가만히 끼얹었다.


아버지 1주기에


이제 당신의 생신을 지우고

기일을 기억해야 하는데

그 날, 중앙병원 영안실에서

당신의 함자 위에 놓인 故자가

아직도 막막합니다.


“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 먹고싶어”

“아아 내가 니 애비를 굶겨 보냈다”

엄마의 통곡에도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내게 당신의 누이가

새침해져 말했습니다.

“곡해라

딸의 곡소리는 저승길을 밝혀준단다“

아버지

이제 당신께 해 드릴 일이

곡밖에 없을진대

어찌 못 울겠습니까

울고 또 울리다

목을 놓아 울리다

아버지 저승길 밝아지라고


태어나서 한 번 가는 길

그러나 상상이라도 한 번 했더라면,

남당리로 온천으로 열 번만 모셨어도

이리 한스럽진 않으리다.


천원을 달라면 이천원을 주시던 우리 아버지

농활한답시고 근 십년을

수상쩍게 떠돌아도

공부 잘 한 내 둘째딸

뭐가 되도 되겠거니

제 자리 찾겠거니

무조건 믿어주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 영전에

소주 한 잔 올립니다.

아버지

편히 주무세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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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키

    선생님, 이 글 읽고 저 울었어요. 저희 아버지도 언젠가 그렇게 내 곁을 떠나겠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 ㅠㅠ

    2011.04.06 01:1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사람은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듯 행동하다
      결국 한번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다는 말이 가슴을 치는
      시절이네요.
      사고력과 실행력을 두루 갖춘 재키는 여기에서 예외지만요.^^

      2011.04.06 11:54 [ ADDR : EDIT/ DEL ]
  2. 비밀댓글입니다

    2011.04.06 16:06 [ ADDR : EDIT/ DEL : REPLY ]
    • 에고~~ '존경'은 얼굴 뜨거워지는 어휘구요
      차분한 격려에 자세를 바로 하게 되네요
      함께 놀러오세요.
      내가 미리미리 벚꽃 개화 과정을 생중계해야겠군요.^^

      2011.04.06 23:34 신고 [ ADDR : EDIT/ DEL ]
  3. 아, 이런, 어쩌자고 저는 이 화창한 봄날에 이 글을 읽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까. 저는 무섭게도 가끔 아무것도 없이 외로움에 치를 떨며 살고 있는 제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려 봅니다. 그가 죽으면 나는 얼마나 울까. 내 마음은 어떨까. 그렇게 '나'만 생각한 그의 죽음을 떠올려 봅니다. 따뜻하지도 좋은 추억도 제게 많이 남기지 못한 제 아버지이지만 또 그만큼 어려운 세상에 맨주먹으로 굳세게 아버지 노릇했던 그를 저는 아직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나봅니다. 안스럽지만 시간 여유가 있는 오늘도 저는 아버지를 뵈러 가지 않았습니다.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인데, 그것이 얼마나 한이 될지 저는 모르고 있나 봅니다. 아, 이 화창한 봄날 뭔가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2011.04.16 17:05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는 토로에서 살림님의 고운
      마음을 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내게 엄마를 부탁하고 가셨다는 사명감을 느꼈는데
      그조차 세월 앞에 흐릿해질 때가 많지요.
      나는 엄마에게 종종 무심하고 심지어 무례해지면서
      아이들이 내게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늘 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우리네 부모님도
      내가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 지 생각을 불러일으키구요.

      사람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하는지라
      --이타적인 동기조차 자신의 삶을 완성하려는 데서 출발.
      살림님의 '나'만 생각한다는 자각이
      오히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것 같아
      미덥게 느껴지는데요.^^

      2011.04.17 07:09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1. 3. 25. 10:24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입니다.

여기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있듯이

거기 그렇게 생각하는 ‘너’가 있음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모국어를 쓰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저마다 외계인입니다.

같은 어휘를 두고도 각자 떠올리는 이미지가 다르니까요.

그런데 이것이 난감하거나 갑갑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

N개의 중심축이 있는 세상이 경이롭게 다가 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에 일어나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입니다.

땅이 흔들리고 파도가 도시를 집어삼키며,

정치경제의 역학 속에 미사일이 날아가고,

아들이 칠순 아버지를 13층에서 집어던집니다.

무한욕망과 바닥난 인내심이 충돌하고,

인간이 스마트기기에 종속된 것 같은 세상이 꼭 가상현실 같습니다.

그리하여 나이든다는 것은 두려움을 알게 되는 일입니다.

‘아직도 너무 많은 블랙박스가 내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아는 일입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그다지 강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그저 스쳐가는 사람이 건네준 짧은 격려와 댓글로도

자존감을 회복하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되는 것을 들여다 봅니다.

그래서 나 역시 짧은 만남이라 해도

누군가에게 진정한 격려를 하게 됩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이 소중한 것을 알게 되는 일입니다.

'나'를 되쏘아주는 '너'가 없이는

나다움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일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일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입니다.

일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나, 마지못해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일은 나의 정체성이자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고

외부와 소통하는 통로이니 곧 '나' 자신입니다.

청춘이 가고, 사랑이 가고, 믿음은 배신할 수 있어도 일은 남습니다.

성장한 자녀를 떠나보낸 자리에 떡하니 일이 자리잡는 것이 보이네요.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나를 들어 바칠 곳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남은 시간 나의 목표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갖기 위해 애쓰는 것입니다.

나의 삶이란, 나의 혼이 들어있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한없이 단순해지는 것입니다.

경험에 의해 인생사와 인물의 패턴이 보이기 때문이겠지요.

어느 책에서 좋은 삶의 요건을 네 가지로 간추린 것을 보았습니다.

1. 먼저 당신 자신과 우정을 쌓아라

2. 건강한 유머 감각을 키워라

3. 능숙한 생활인이 돼라

4. 이제 그만 당신 자신과 그를 용서하라

또 다른 책에서 권하는 ‘정면돌파 인생매뉴얼’은 이렇습니다.

1.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라

2. 삶의 우선순위를 선택하라

3. 하면 된다, 아니면 말고

4. 당신 삶을 장악하라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삶은 그렇게 단순합니다.

그 중 제일 단순한 원칙은 실행력입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좋은 것을 행하라, 끝까지 행하라.

삶의 길을 묻는 그대에게 남기고 싶은 한 마디입니다.


나이든다는 것은 의연해지는 것입니다.

경험이 좋은 것은 이런 것,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맑은 날이 있으면 비오는 날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것.

삶 그 자체가 목적이니 삶에는 성공도 실패도 없어

될일은 어차피 되게 되어 있으니 조바심내지 말고 쭉 걸어가시게.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그저 하고 또 하시게.


나이든다는 것은

‘나’에게서 ‘우리’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건강한 개인주의도 나쁘지 않았지만

혼자 행복하고 혼자 완성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 늦게서야 이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재수없게 굴었던 사람들,

소 닭 쳐다보듯 했던 사람들,

내 마음 속의 잣대로 이리 재고 저리 쟀던 사람들,

말 조금 통한다고 즉각 오버해서 당황했을 사람들에게 사과합니다.

김만석할아버지가 송이뿐할머니를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그저 '사람' 곁에 있겠습니다.

휘영청 보름달  뜬 바닷가에서 기분좋게 술한잔 했을 때처럼

간듯 만듯 그렇게 '사람'에 취해 보겠습니다.

사람! 신께서 이 삶에 숨겨놓은 보물을 늦게라도 찾아서 감사합니다.


@ 붉은 글씨는 왕멍의 '나는 학생이다'와
   도종환의 시 '산벚나무'에서 가져왔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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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제 그만 당신 자신과 그를 용서하라' 제가 미탄님과 미완성모험가로 만났을 당시 지나왔던 과제였습니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작업이지만 조금씩 저 자신과 '그'를 용서하면 할 수록 삶이 풍요로워지고 제 자신도 자유로워짐을 느낍니다. 아시지요? 제가 미탄님으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을요, 그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계속되는 배움이라는 것을요, 고맙습니다.^^

    2011.03.25 12:5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사랑을 할 때, 사랑이라는 불가사의한 힘이
      대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처럼,
      배움역시 배우는 사람의 겸허함, 눈썰미,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아직 한창 젊은 분이 생각이 참 깊은 것 같네요.^^

      2011.03.26 21:49 [ ADDR : EDIT/ DEL ]
  2. 비밀댓글입니다

    2011.03.30 21:39 [ ADDR : EDIT/ DEL : REPLY ]
    • 취직 축하해요!

      ㅎㅎ 한 단계 발전했는데도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
      짊어지고 있다는 말에 생각나는 시가 있어 찾아봤어요.
      아직 이런 걱정은 이르지만 직장생활 10년 차에 참고하게 읽어보구요,
      자주 놀러와요~



      어떤 일생

      천양희



      부판이라는 벌레가 있다는데 이 벌레는 짐을 지고 다니는 것

      을 좋아한다는데 무엇이든 등에 지려고 한다는데 무거운 짐 때문

      에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 짐을 내려주면 다시 일어나 또 다른

      짐을 진다는데 짐지고 높이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평생 짐

      만 지고 올라간다는데 올라가다 떨어져 죽는다는데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는 병이 있는데 이 병은 시베리아 농

      부들이 걸리는 병이라는데 날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곡괭이를 팽개치고 지평선을 향해 서쪽으로 서쪽

      으로 걸어간다는데 걸어가다 어느 순간 걸음을 뚝, 멈춘다는데 걸

      음을 멈춘 순간 밭고랑에 쓰러져 죽는다는데



      오르다 말고 걸어가다 마는 어떤 일생

      2011.03.31 00:35 신고 [ ADDR : EDIT/ DEL ]
  3. 글을 쭉 읽고.. 마지막 댓글에 써주신 시까지 읽고 그만 마음이 툭. 하고 꺽이는 것 같아요.

    '모두 떠나도 일이 남는다'는 대목에 왠지 눈길이 많이 갔어요.
    일이 있어야겠다, 내 일이.. 내 삶을 들어바칠 일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어야겠다.. 생각하게됩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요즘 글쓰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별스러울 것없는, 아이와 지내는 하루하루의 기록도 그만 몇줄 쓰다가 마음에 통 안 들어서 내려놓고, 내려놓고 합니다.
    아래 책<숨은 마흔찾기>가 그래서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저도 그렇게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1.03.31 00: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지금 똑순맘은 '절대육아' 기간인 걸요.
      앞으로 2,3년은 나 죽었다 하고 ^^
      육아에만 전념해도 좋으리라 생각해요.
      자기실현에의 욕구가 강할수록 이 기간이 쉽지는 않겠지요.
      김동선 저자가 복직한 후 유아어만 쓰다가 성인어를 쓰니
      날아갈 것 같다고 한 것처럼요.
      육아기에 폭넓은 독서와 사색으로 방향설정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두 아이 돌보려면 그조차 쉽지 않을 터이니
      목표설정을 분명하게 하면 불필요한 감정낭비가 줄겠지요.

      2011.03.31 20:55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1. 3. 20. 09:50

꼭 영화같았다. 10미터가 넘는 파도가 사람 사는 세상으로 서서히 밀고 들어왔다. 아이들도 영화 ‘해운대’ 같다고 소리쳤다.  만 명이 실종된 지역이 네 군데,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실종자가 만 삼천명, 피난민이 삼십만을 넘는다고 한다. 3층 건물 꼭대기에 차량이, 커다란 배가 도로에, 수십억짜리 제트기가 진흙에 파묻힌 것이 컴퓨터그래픽 같아서 실감이 나질 않았다. 대롱대롱 전봇대에 매달린 좌변기는 너무 조작적으로 느껴질까봐 영화에서도 펼쳐놓을 것 같지 않은 장면이었다.


워낙 어마어마한 탓인지, 평소에 일본사람들에게 감정이입할 일이 없어서인지 어떤 마음도 솟아나질 않았다. 희생자에 대한 연민과 자연의 위력에 대한 경악, 심지어 방사능 피폭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왜 이렇지 싶었다. 벌써 이렇게 메마르면 글쓰기는 둘째치고 재미없어서 어떻게 사나 위기의식이 몰려올 정도였다. 몇 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잘 못 되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 때는 며칠간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나와서 곤혹스러울 지경으로  감정이 흘러넘쳤던 것이다. 상고출신이라는 변방에서 한 나라의 수장으로 오른 그의 행보를 보며, 견고하기 그지없는 기득권의 성채에 틈새를 낸 영웅을 보듯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었다. 그러나 그의 순수함은 노회한 보수언론에 의해 촌스러움으로 조롱받았고, 뿌리깊은 정치경제의 악습을 쇄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제의 영웅이 거대한 시스템의 희생물이 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나는 그야말로 심리적인 쓰나미에 부딪쳤었다.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세력을 피부로 느껴 두려웠고, 한 때 대통령에까지 올랐으나 끝내 자기 몸을 던져  음험한 기득권에 항거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사내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의 죽음에도 그토록 민감했던 내가 ‘수천 수만의 착한 목숨’ 앞에서 이토록 담담한 것이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지진에 대한 글을 몇 편 찾아 읽어 보았다. 인도주의를 발휘할 것을 호소하는 글이 많았고, 일본인들이 전쟁보다 혹심한 상황에서도 질서를 지키고 사재기가 없다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그런가하면 이번 사태가 하느님을 믿지 않는 부족에 대한 신의 응징이라며, 이런 판국에 포교를 하는 유명한 종교인도 있었다. 종교적 이용은 물론 인간의 겸손함을 강조하는 도덕적 교재로 활용하는 것도 아직은 이르다, 우선은 그들에 대한 충분한 애도와 지원이 먼저라는 정혜신의 글도 읽었다.


그러나 내 메말랐던 감성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계기를 통해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자주 가는 사이트에 어떤 사람이 올린 글 한 편 덕분이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보며 과연 신이 있느냐는 통탄을 하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누구나 함직한 소리로 느껴져 무심히 읽어 내려가고 있었는데 그 글의 마무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선생님은 좋은 밥먹고 좋은 말씀을 잘해주시지만, 신이 존재한다며 가끔은 개밥을 먹고 개소리를 하는 개들처럼 개소리를 하신다.”

나는 이 문장에서 뒤틀릴대로 뒤틀린 한 인간을 보았다. 아무에게도 열려있지 않고 자기 생각에만 빠져있는 편협함이 공격성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그가 어느 정도 문자를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절망스러웠다. 차라리 “개00”라고 욕을 하고 마는 사람은 언제고 자기 생각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뒤틀린 자기를 웅변하고도 남을만한 궤변이 있는 사람은 좀처럼 변할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니고 만천하에 소신을 펼쳐놓는 개인홈페이지에서 한 말에 이런 반응을 보이다니! 나는 진심으로 그가 불쌍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 당연히 놀라고, 두려워하고, 순한 마음으로 애도를 표하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모두 소중해졌다. 비로소 내 심장에  피가 돌기 시작했다.


이번 지진의 여파로 일본열도는 동쪽으로 2.4미터, 우리나라는 동쪽으로 2~5센티미터 이동했다고 한다. 안전하다고 믿고 사는 땅덩어리가 움직인다는 사실은 경악스럽지만, 우리가 거대한 바다 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감격스럽다. 우리는 국경 따위로 나뉠 수 없는 공동운명체요, 아픔에 동참하는 크나큰 사랑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나는 많지않은 금액이나마 일본지원에 힘을 보탰다. ‘우리가 하나’라는 의식은 사회적인 관심도 환기시켜주어 ‘청소노동자’를 특집으로 다룬 ‘한겨레21’이 눈에 콕 박히기도 했다. ‘개인화’나 ‘성장’에 꽂히면서  가파르게 축소되던 사회적 시선이 다시 열리는 기분이었다. 휴식과 평안의 상징인 바다를 공포의 살육자로 탈바꿈시키는 바다밑 지형에 대한 지질학적 관심까지 촉발되었다.


일본열도가 태평양으로부터 한반도로 밀려드는 지진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있던데, 그렇다면 한반도가 명당이라는 안도감에서 멈출 것인가,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위험을 막아준 그들에게 아낌없는 위로와 지원을 보낼 것인가? 이번 사태의 정치경제적 여진은 계속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반사이익만을 챙기는 얍삭한 이웃이 될 것인가, 자연의 경고를 알아듣는, 겸허하되 폭넓은 지구인으로 거듭날 것인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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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 중간에 어떤 분에게 느끼셨다는 연민이 꼭 늘 제 자신에 대한 반성보다 다른 사람들의 티끌을 보고 흥분하는 제게 하시는 말씀같아 뜨끔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지진이 처음 일어났을 때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지내는 제가 남편에게 전해듣고 '그게 뭐'라고 생각한 저의 무심함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바라보며 그렇게 절절했던 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주시는 것 같은 미탄님의 문장에 또 한번 공감하며 읽어내렸습니다. 좋은 문장이란 이런 것이구나 감탄하기도 했지요. 미탄님의 이 글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인류에게 보내진 이 메세지를 그 인류의 한 점인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생각해봅니다.

    2011.03.20 22:39 [ ADDR : EDIT/ DEL : REPLY ]
    • 에궁~ 별 글이 아닌데 과찬의 말에 민망하네요.^^
      글에는 선언적인 요소도 있어서 늘 의식을 앞지르지요.
      적어도 빈 말은 아니었으니,
      보이지않는 곳에서 씨앗으로 움터 언제고 우람한 나무로
      커나가기를 바랄 밖에요.

      2011.03.21 00:08 신고 [ ADDR : EDIT/ DEL ]

좋은 삶/새알심2011. 3. 14.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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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스포츠마니아다. MTB에 심취하더니 그 다음은 수영. 스쿠버다이빙에 대해 야무진 계획으로 들뜨는가 하면 우선 접근가능한 승마 맛을 보겠단다. 단가가 세니 4회의 단기강좌지만 궁합이 맞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있을듯하다. 오늘이 첫 수업인데 승마장이 경기도 화성 저 끝으로 꽤 먼데다  같이 갔으면 하는 눈치라서 아들과 같이 나들이겸 따라 나섰다. 요즘 원고의 맥이 뚫리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고, 연이틀 모임이 있어서 꽤 피곤한 터라 예전의 나 같으면 안면몰수하고 말았을 것이다.   아직은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내가 철이 들어서 다행이다. >.^


승마장이라니  연습하는 곳 외에 능숙한 사람들이 말을 타는 언덕배기 하나는 있을줄 알았더니 어림도 없었다. 마사는 생각보다 커서 어지간한 공장보다 컸지만 초보용 둥근 모래밭 세 군데 외에 학교 운동장 만한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연습만 하고 익숙해지면 어디에서 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돗자리에 와인까지 갖고 간 내가 우스워서 피식. 아직 산천이 푸르러질 때도 아닌데  초록과 노랑이 어우러진 산길을 꿈꾸기까지 한 것 같아 어리둥절. 딸이 강습을 받는 동안 책보고 인근의 논두렁 산책하고, 내가 비로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짚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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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탄 기분이 상상하던 것과 같더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운동신경이 발달해서인지 잘 한다고 칭찬을 들었다는데도, 이런 위기일발의 장면을 연출하다. 초보강습용이라 말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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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무서우면서도 둥근 운동장을 뱅뱅 도는 것에 싫증이 났다고. 하긴 승마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이라곤 영화 속에서 신출귀몰하는 모습들 뿐이니, 말 타자 마자 영화 찍고 싶었을 수도.  말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내가 얼마나 몸을 놀리는 것에 무심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말'하면 느닷없이  이런 시나부랭이나 떠올리는.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


인디언이 되었으면!


질주하는 말잔등에 잽싸게 올라타,

비스듬히 공기를 가르며,

진동하는 대지 위에서 거듭거듭 짧게 전율해 봤으면,


마침내는 박차를 내던질 때까지, 실은 박차가 없었으니까

마침내는 고삐를 내던질 때까지, 실은 고삐가 없었으니까

그리하여 눈앞에 보이는 땅이라곤 매끈하게 풀이 깎인 광야뿐일 때까지,


이미 말모가지도 말대가리도 없이,


- 프란츠 카프카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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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늘 도전하는 따님이 넘 부러워요. 승마라니~~!
    몸이 좀 가벼워지면.. 저도 한번 타보고 싶습니다.
    인디언이 되고싶기도 해요. 천천히, 초원이 끝나는 곳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거기 서서 바람이 해주는 얘기를 듣다오고 싶네요.

    2011.03.14 11: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연수랑 평화랑, 선량한 미소가 친근한 신랑이랑
      차근차근 다 하면 되지요.
      조금 배워서 몽골 가서 타면
      똑순맘의 그 시적인 바램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요!

      2011.03.14 19:52 [ ADDR : EDIT/ DEL ]